카페누나

by 소설은마음 posted Feb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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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소설을 쓰는 내게 있어서 밤을 새기 위한 필수품은 정해져있었다. 6년 쓴 넷북, 블루투스 키보드와 블루투스 마우스. 그리고 커피였다. 내가 마시는 커피는 시중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믹스커피. 이제는 적응이 되어서 한두 잔 정도로는 밤을 샐 수가 없는 경지에 이른 나는 확실히 카페인 중독자가 확실했다. 그런 내게 운명의 전화가 걸려온 시각은 오전 11시쯤이었다.

으으……. 여보세요?”

-! 이제 일어났냐?

. 놀려고 전화했어?”

-아니. 오늘은 서준이랑 카페가기로 했거든 너도 올래?

나의 절친한 친구들을 소개하자면 정확하게 나를 포함해서 3인방이었다. 일단 전화를 건 친구는 민수. 그리고 나머지 한 녀석은 서준이다.

니들이 무슨 카페야 카페는……. PC방이나 가면 몰라도.”

-. 서준이가 커피 자주마시는 거 알잖아. 우리는 거기서 공부하고 너는 글 쓰고. 딱이잖아?

솔직히 말해서 카페 왜 가냐? 커피 맛은 다 거기서 거긴데. 자릿세 치고는 커피 값도 더럽게 비싸잖아.”

-에헤이~ 그런 말 하지 말고 일단 와. 자리 잡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통화를 뚝 끊어버리는 친구 놈. 모처럼 그냥 씻고 외출준비를 하기로 했다. 대충 머리감고, 옷 입고 지갑과 넷북 챙기고, 카페로 향한다.

얼마 전 설날에 받은 세뱃돈이 있으니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치정도야 어느 정도 눈감아주자. 라며, 어떻게든 사치를 부리는 사실을 합리화 시켰다.

카페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0~15분정도로, 근처에는 도서관과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수험생들이 애용하기 기가 막힌 장소에 위치해있다. 나는 투명한 유리창너머로 손을 흔들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녀석들이 앉은 자리는 창가 바로 옆자리로, 칸막이가 쳐진 구석자리였다.

뭐 주문했어?”

? 아직 아무것도.”

나보다 먼저 왔다는 것들이 아무것도 주문을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돼!?’

카페에 처음 온 탓인지, 정적을 깨기 힘든 고요한 분위기 때문인지, 녀석들은 메뉴판을 하루 종일 보고 있을 뿐이다. 보다 못한 나는 아메리카노와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그러나 간단하네~’ 라는, 어리숙한 생각과는 다르게 의외로 되돌아오는 질문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드시고 가시는 거 맞으시죠?”

? .”

커피는 따듯한 거 맞으시고요?”

.”

아직까지 날은 춥다. 이따금씩 눈도 내리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히 따듯한 거 아닌가?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문득 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죄송합니다.”

말없이 지폐를 건네받는 카운터 누나. 보는 내가 답답할 정도로 무미건조한 표정 때문에 주문하는 그 짧은 몇 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뻘줌하기 그지없는 상황. 어색하고 완전 남남인 카페누나와 내가 조금이나마 친해질 거란 생각은…… 당시의 나는 전혀 생각도 못했었다.

 

[215]

 

웬일인지 오늘은 새벽 5시가 되는 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아무리 커피를 마시고 난리를 쳐봐도 3시가 되면 잠이 몰려와서 어쩔 수 없이 자게 되었는데, 이것이 진짜 커피의 힘이구나! 라는 것을 조금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공부도 안하고 하루를 소설을 쓰는데 보내는 나로서는 늦게 잔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여보세요?”

-! 오늘도 카페갈래?

카페? 또 공부하게?”

-사람도 별로 없고 노래도 나와서 공부가 잘 되더라고. 너도 어제 글 잘 썼다고 말했잖아?

민수의 말마따나 어제 카페에서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카푸치노를 옆에 두고 노래를 들으며 여유롭게 글을 쓰는 것. 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때문인지 여유로운 마음으로 키보드 자판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알았어. 어제 그 카페 맞지?”

-~ 빨리 와.

나는 곧바로 외출준비를 마치고 카페로 나섰다. 내 자리는 넷북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구석진 자리. , 카운터와 마주보는 자리였다. 주문은 어제와 동일하다. 이번에는 어제와 다르게 조금 능숙한 주문에 성공한 나는 이유도 없이 조금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게 안에는 나와 내 친구들을 제외한 손님들은 없었다. 하기야, 커피를 마시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당연한 것이리라. 몇 분 뒤.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서준이 그것들을 가져왔다.

친구들과 약간의 담소를 나누는 동안 나는 카푸치노의 향기를 음미했다.

믹스커피보다 그윽한 향기, 부드러운 크림위에 뿌려진 시나몬 가루는 달콤한 감각을 한층 살려주었다.

그러는 동안 공부에 질려버린 친구들은 PC방으로 향했고, 나는 바람처럼 시간이 지나갔음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아침부터 저녁6시까지. 거의 7시간 이상을 카페에 눌러앉아버린 나는 꾸벅 인사를 하면서 카페 밖으로 빠져 나왔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소리 들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누나는 엄청 해맑은 표정으로 밝게 웃어주었다. 죄송하고 불편했던 내 마음은 그 미소로 인해서…… 조금 풀어졌다.

 

[216]

 

현관문을 나선 나는 곧바로 카페로 향했다. 지금 이 피곤을 달래줄 카페인이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현재시간 930. 내 기대와는 다르게 카페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

짧은 침묵의 시간을 가진 나는 그 이유를 알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유리창 안쪽에 흰색 물백물로 적혀있는 짧은 문구.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개장한다는 문구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동안 도서관에 있기로 했다.

아침햇살이 잘 들어오는 자리에서 넷북을 펼치고 글을 쓰기 시작. 정신없이 소설을 쓰는데 빠진 나는 문득 시계바늘이 상상이상으로 많이 이동했음을 눈치 챘다.

오후2. 점심시간도 지났군.’

근처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 나는 카운터에 있는 누나에게 무의식적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나보다 높은 어른 분들께 웃으면서 공손히 인사하는 버릇. 그것은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만 본인은 형식상의 거짓된 웃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근래 3일 동안 볼 수 없었던 밝은 미소였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걸까? 단순히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상쾌해진다. 사실 나는 이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마냥 내 기분이 상쾌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카푸치노 한잔 주세요.”

 

[217]

 

안녕하세요.”

현재시각 11시 정각. 카운터에는 항상 계시던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누나가 아닌,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알바생으로 추정되는 누나가 서 있었다. 세련되고 섬세할 것 같았던 원래 누나와는 달리 좀 놀게 생겼다~ 할 정도의 누나는 원두를 갈아내는데 여념이 없는 모양이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던 서준. 아메리카노는 그 녀석의 것이었다. 민수는 마을버스를 타고 15분정도 걸리는 먼 거리에 집이 있으니까 조금 늦게 도착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어김없이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고정석에 앉았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넷북과 충전기를 꺼내고 세팅을 마친 뒤 검정색 코트를 벗는다. 이윽고 문제집을 푸느라 정신이 없던 서준이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어제 그 누난 어디 갔냐?”

내가 어떻게 알아 이놈아. 시간되면 교체하나보지. 딱 봐도 알바생이구만.”

그 뒤로 몇 분정도 지났을까? 민수가 카페에 도착하는 동시에 어제 그 누나가 들어온다. 솔직히 말해서 그분에게 누나라는 칭호가 맞는지 모르겠다. 누나라기에는 너무 성숙하고 어른스런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좀 빠른 나이에 결혼도 했을 법도 같다.

거봐. 알바생 맞지?”

그러네? 12시 되니까 가버리시네.”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수긍했다. 아무튼 민수도 왔겠다.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어디까지나 비싼 커피 값을 지불해야하지만 말이다…….

 

[218]

 

저녁 8시쯤 되니까 웬 남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손님이려니 했지만 자연스럽게 카운터에 계신 누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누구지? 야간알바? 아니면 점장님? 남자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저씨보다는 형과 가까운 느낌이다. 남성스러운 목소리와 위트가 넘치는 인상이랄까?

. 좀 더 있을 거야?”

빨대로 스무디를 쪽쪽 빨고 있는 내게 서준이 질문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타이핑하던 소설에는 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나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탓인 것 같다.

아니. 9시 정각에 나가자. 버스 95분에 온다니까. 괜찮지?”

그렇다면야 뭐…….’ 라는 식으로 어께를 으쓱이는 서준과 민수. 나중에 가게 밖으로 나설 때, 누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녕히 계세요.”

~ 안녕히 가세요.”

내 인사를 받아주는 든든하고 운치 있는 나긋한 목소리. 목소리 어감만 놓고 보자면 친절하고 산뜻한 남성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싱긋 웃는 형의 미소를 마지막으로, 나는 자동으로 닫히는 문틈사이로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형식상의, 예의상의 웃음이 아닌, 진심어린 미소로 답할만한 형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기 때문이다.

 

[219]

 

오늘은 금요일. 보충수업을 들으러 학교를 간 서준은 부를 수 없었지만 시간이 차고 넘치는 민수라면 반드시 와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째서 5시가 되도록 안 오는 거냐고! 카푸치노 한잔으로 5시간째 죽치고 앉아 있잖냐!’

절이 싫다면 중이 떠나는 법. 그러나 불편함을 무릅쓰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그냥 누나랑 조금 더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라도 나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추가로 주문했다.

또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주문을 받는 누나. 작업상 웃는 미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형식상의 거짓된 웃음을 많이 지어본 내 눈으로 보자면 저 웃음은 진실이었다.

카페 안에는 아무도 없고, 스피커에는 잔잔한 최신가요가 흘러나온다. 내 옆에는 마시고 남은 커피가 컵 표면에 딱딱하게 굳어진 채로 놓여있었으며 6년이나 사용한 넷북은 쿨럭 거리면서도 열심히 작동하고 있다.

실로 평화롭다. 글쓰기 매우 좋다. 나는 이 여유를 만끽하듯 두 눈을 감고 코끝에 감도는 원두의 향을 들이마셨다. 고소하면서, 살짝 쓴 내가 난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못해본 것은 아니다. 그 정도로 지금 이 순간은 내게 천국 같은 시간이었다.

주문하신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나왔습니다.”

내가 앉은 곳에서 카운터까지의 거리는 약 5미터. 몇 걸음 움직이면 도달할 거리이다. 나는 그 몇 걸음을 걸어가서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남기고 누나는 말없이 나긋나긋한 미소로 답해준다. 손님과 주인의 관계가 확실히 갈리는 대화. 나는 그저 스무디를 빨면서 소설을 써 내릴 뿐이다.

주문을 받을 때마다 웃는 누나의 모습. 나는 조금이라도 그 미소를 더 보고 싶었다. 티끌 한 점 없는 미소에 나도 모르게 호감을 가졌다는 것을, 당시의 나는 멍청하게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렸으면 마음을 거뒀을 텐데, 그때부터 나는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이었다.

 

[222]

 

하루도 빠짐없이 카페에 가기를 9일째. 이제는 내가 몇 시쯤에 카페에 가는지, 어느 자리에 앉고, 무엇을 주문하는지 딱 정해질 시기였다. 11시에 기상해서 준비를 마치고 카페로 향할 때쯤이면 도착시간은 항상 1시였다. 자리는 어느 때와 같이 창가와 1블록 떨어진 바로옆자리. 그중에서도 콘셉트와 가깝고, 메뉴판이 정면으로 보이는 구석진 자리였다.

나는 가게로 들어가자마자 어느 때와 같이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쓴맛이 혀끝에서 감돈다. 뒤에는 크림과 시나몬 가루의 달콤함과 고소함이 전해지는 그 맛을 이제는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의 카푸치노는 조금 달랐다. 커피 잔 옆에 놓인 외제과자. 나는 이런 거 주문한 적이 없었는데?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게 후훗. 하고 웃어주는 누나는 곧바로 입을 열어 설명했다.

이건 서비스로 드리는 거예요.”

와아~ 감사합니다.”

일단 공짜다. 먼저 머릿속으로 떠오른 것은 그거였다. 두 번째는 공짜 과자를 주신 누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었다. 마지막은, 짧지만 누나와 대화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형식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

나도 모르게 해맑은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나를 보기위해서 카페에 오고 있음을…….

그 감정을 알아차린 뒤로 극도로 심란해진 마음구석. 나는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내던졌다. ‘내가 왜?’ 라고.

! 내가왔다!”

죽이는 타이밍으로 민수와 서준이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아메리카노하고,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한잔 주세요.”

서준이가 주문을 하고 민수가 이래저래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꺼내든다. 꿀꿀할 때 분위기를 풀어주는 친구가 있어서, 나는 내심 이 바보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나왔습니다~”

쟁반에 담겨서 나오는 커피와 스무디 옆에는 작은 막대사탕 세 개가 같이 나왔다. 서준이 이건 뭐죠?’ 라는 식으로 누나를 쳐다보더니 누나가 대답했다.

서비스입니다~”

 

[223]

 

오늘 서준이는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민수는 집이 멀어서 귀찮다고 한다. 의도치 않게 아침부터 카페에 나와서 글을 쓰는 멋 부리는 인간이 되어버린 나는 카푸치노의 거품을 마시며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며칠 동안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서 들어왔던 똑같은 가요. 그리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적적한 소음. 잠시 후 내 쪽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이 있었으니…….

……?”

컵에 무언가를 가득히 채우고 내게 다가오는 누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기에는 민수가 항상 먹던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와 똑같은 비주얼이다. 그러나 블루베리의 보라색과는 다르게 노란빛을 띄우고 있는 그것은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메뉴였다.

그렇다면 이 요거트 스무디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 그 이전에 왜 이걸 나한테?’

내 속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셨는지 누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신 메뉴로 내놓을까 생각중인 건데 유자로 만든 거거든요. 한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그 순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속으로부터 우러러 나왔다. 맙소사…… 계속 카페에 나오다보니까 이런 것까지 다 해주시는구나! 서비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냥 시험용 맛보기로 주신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적어도 손님을 위해 만들어주신 것은 확실하니까.

무엇보다 이것이 신 메뉴로 나오면 내가 이 카페의 신 메뉴를 처음으로 먹어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가?!

와아~! 진짜 감사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감탄성을 내지르며 인사했다. 그리고 한 모금 그것을 빨아들이는 순간.

어때요? 역시 별론가……?”

불안한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는 누나. 만약 이 스무디가 진짜로 맛없다 할지라도 내가 여기서 맛없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공짜로 얻어먹는 주제 어떻게 대놓고 말한단 말인가?! 각설하고. 이건 거짓말 하고 자시고간에 진짜로 맛있다고!

원래 유자차를 즐겨 마시기는 편이지만 이건…….’

완전히 내 취향저격이다.

엄청 맛있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건 취향 타는 맛이었다. 좋아할 사람은 엄청 좋아하고 싫어할 사람들은 싫어하는 그런 타입?

흐음~”

고개를 까닥이며 알겠다는 듯 반응을 보이는 누나. 개인적으로는 신 메뉴로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

그 이상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면, 둘만의 시간을 가져서 대화를 하는 그런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날내가 울어야할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나에 대한 호감이 애정으로 바뀌고 그 애정이 비수가 되어 날아올 것을 이날의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오늘은 다른 친구들이 안 왔네요?”

한명은 학교가고 한명은 집이 멀어서 오늘은 안 나왔어요.”

으음~ 그렇구나. 손님은 어디 학교 다니세요?”

저는 XX에 있는 XX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열심히 질의응답을 하는 나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남과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은…… 아니, 이쯤 되면 솔직하게 말하자. 누나와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은 엄청 긴장되면서도 기뻤다……라고.

아아! 고등학생이셨구나. 저는 항상 노트북으로 뭔가 하시 길래 일하시는 건줄 알고…….”

누나는 또다시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나도 웃었다. 손님과 카페주인이 이런 대화까지 하게 되는 사이가 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한 순간. 내 마음에 숨어든 감정이 꿈틀거리며 싹을 틔워버렸다.

 

[224]

 

학교로 돌아가기까지 3일 남았다. 저녁 5. 오늘은 가게 붐비는 날이었다. 바로 옆 테이블에는 여섯 명 가량의 군인 아저씨들이 앉아있었고, 그 옆 테이블에는 고등학생 7명이 심각할 정도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와아~ 쟤네들 진짜 시끄럽다.”

, 조용히 해. 쟤네 우리학교 애들인데 인성 폭격기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나는 카푸치노를 들이켰다. 평소와 다르게 한층 풍부해지고 깊어진 거품의 맛. 고소하고, 달콤했다. 은은한 커피의 향은 매혹적이면서도 중독 될 것만 같았다. 조금 소란스러워도 변함없는 분위기. 얼마 전까지 카페를 그렇게도 싫어했던 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언제부터 카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일까? 그 비싼 커피 값을 하루도 빠짐없이 지불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많이 변했다. 커피를 마셔야한다는 변명, 카페인을 섭취해야 한다는 변명, 글을 쓰기 좋다는 변명.

뜬금없지만 이제 내 감정에 솔직해질 때 아닌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설마?’ 했던 내 감정을 인정할 때가 온 것이다.

누나를 좋아 하게 되었다고…….’

여유롭게 앉아있는 동안 3시간이 흘렀다. 시계바늘은 930분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평소처럼 준수한 외모에 친절함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형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처럼 그냥 오셨구나~’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늘은 먼저 나서서 인사를 건네 보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조금 당황해 하는 형의 얼굴은 곧바로 활짝 피었다. 거짓 없이 드러나는 그 웃음. 그건 마치 내가 동경해온 웃음과 같았다. 카운터에 계시는 누나와 비슷한 웃음. 문득 그 둘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나는 가슴에 대못을 박아내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만했다.

…….’

둘이 잘 어울린다.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나이도 비슷해 보이고, 웃는 모습도 비슷하다. 전례에 느껴보지 못했던 소외감.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땐 나도 모르게 실없는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미친…… 내가 뭐라고 이런 걸로…….’

웃기지도 않은 생각이었다. 누나가 저 형이랑 사귀면 어때? 연인이면 어때? 결혼한 사이면 어때? 그건 그저 정해진 현실이었다. 내가 관여할 틈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래서…… 왠지 슬프다.

. 돌아가자.”

먼저 돌아가자고 말을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

! 나 지금 버스시간 없단 말이야! 30분 더 기다려야 돼!”

그럼 나 먼저 갈게. 마시고 가라~”

짐을 정리하고 코트를 입는다. 나가면서 항상 하던 멘트.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그날 내가 지은 미소는 내가 잘 아는 미소였다. 예의상 웃는 무미건조한 미소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따라 카페 밖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이 무겁고, 불안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나가버리지 않았다면…… 누나의 운명은 조금 바뀔 수 있었을까?

 

[225]

 

현재시각 오후 1. 카페 문이 닫혀있다.

 

[226]

 

현재시각 오후 5. 카페 문이 닫혀있다.

 

[227]

 

봄방학이 끝났다. 기숙사로 돌아갈 최소한의 짐들을 여행가방 안에 넣고 카페 앞에 멀뚱히 서 있는 나는 어두운 가게 안을 창밖에서 지켜 볼 뿐이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내가 아는 한. 단 한 번도 개장을 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맛보고 싶었는데…… 카푸치노.’

문득 스스로에게 또 다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까지도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인가? 마지막이니까 이젠 확실하게 말해봐라.

돌아가기 전에 한번쯤 보고 싶다고…… 왜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거야.’

어차피 학교로 돌아가면, 졸업을 하면 만나지도 않을 인연이었다. 한번쯤은 솔직하게 말해도 상관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심란한 마음을 이끌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시간이 되었으니까.’

 

[41]

 

개학이후로 첫 외박이다. 한 달 만에 집으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민수에게 전화를 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석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유쾌했다.

~ 간만에 돌아왔나 보네? 언제 돌아 가냐?”

내일 모레. 요즘도 그 카페 가냐?”

카페? ~ 거기? 글쎄? 요즘 개장을 안 하던데…….”

그날 이후로 개장을 안 하고 있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곧바로 카페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굳게 잠긴 가게. 어두운 가게 안을 볼 때마다 자꾸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옆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웃건물이니까 카페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게 안에는 중년의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소파에 앉아계셨다. 한창 TV를 보시는 중년 부부는 금실이 좋기로 소문난 분들이시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런데요.”

~ 뭔가?”

옆 카페가 요즘 문을 열지 않더라고요. 무슨 일 있었나요?”

이웃가게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마자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안색이 급격하게 굳어진다. 조금 주저하던 아주머니가 입술을 달싹이시더니,

그 카페 아가씨가 있잖아……

여보…….”

아주머니의 손등을 살포시 포개며 말을 끊는 아저씨. 그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아주머니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계속 말해주세요.”

한껏 긴장감이 웃도는 가운데, 드디어 아주머니께서 입을 여셨다.

사고가 있었다 하더라고. 한 달 전 인가? 바로 여기 앞쪽 도로에서…….”

나는 한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감각을 느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울대까지 치고 올라오는 오열과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나는 후회했다. 카페에서 빠져나온 그날의 행동에 대해서…….

 

[3년 뒤]

 

제대를 했다. 뼈 빠지게 공부해서 부사관 장기시험도 붙었는데 3년 만에 재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잠깐 나중으로 미루자.

군에서 자격증 공부하기를 2. 자격증을 취득한 내게 있어서 카페에서 일할 능력은 충분히 되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바리스타가 되겠냐고 아우성인 부모님을 설득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왜냐하면 내가 어째서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지 나 자신도 모르겠으니까…….

그냥.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아마도 몇 년 동안 굳게 닫힌 그 가게가 불을 켜고 다시 개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나같이 멍청한 바보가 어디 있을까? 철밥통 놔두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업으로 뛰어들다니 말이다…….

여전히 굳게 닫힌 가게. 나는 건물임대라고 붙어있는 종이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긴 신호음이 이어지고, 울적한 남성의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건물임대 때문에 전화 걸었는데요.”

지금 바빠서 통화로 대화하기가 힘들 군요. XX병원으로 와주시겠습니까?”

……. 알겠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만나서 직접 이야기 해봐야 된다. 장소가 병원이라서 조금 당황스럽지만 어차피 근처에 있는 병원이니까 상관없다.

적확한 장소는 중환자실로, 환자 혼자서 사용하는 병실이었다. 병원침대에 누워있는 낯익은 여성 한명. 그 옆에는 괴로운 얼굴로 앉아있는 남자가 있었다.

저기…….”

, 오셨군요.”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앉으세요.”

나는 조용히 남자의 옆에 앉았다. 남자의 얼굴이 익숙하다. 목 안쪽에서 튀어나오는 ?’이라는 한마디를 삼키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많이 초췌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내가 아는 그 형이 맞는다면 이분은 3년 전 카페에서 일하시던 그 형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워있는 저 여자는?

건물임대 때문에 오셨다고……

카페에서 일하던 형 맞죠?”

맞습니다만…….”

갑자기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든든했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폐인마냥……!!

사정을 말씀해주세요. 3년 전 갑자기 문을 닫았던 이유가 이거였던 겁니까?”

혹시 당신은 그때 그 학생……?”

형은 놀랍게도 나를 알아보는 듯 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뒷정리 후. 횡단보도를 건널 때. 제 아내가 승용차에 치이기까지는 말이죠.”

교통……사고였습니까?”

머릿속으로 모든 시나리오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횡단보도를 걷는 누나, 옆에서 달려드는 승용차, 고요한 차도에 울려 퍼지는 충돌음과 곧바로 찾아오는 적적함. 상상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공포가 치밀어 오른다.

그날 이후로 3년 동안 혼수상태입니다. 아내와 함께 차렸던 가게는 마지막까지 남겨두기로 다짐했지만 더 이상 가게를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서…….”

생각대로 부부였구나.’

진실을 알아버린 나는 내심 가슴언저리가 찡하게 아파왔다.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다. 항상 웃어주던 이 사람들 앞에서 울 수 없는 노릇이고, 지금 가장 울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형일 테니까.

 

*

가게를 차렸다. 3년 전 추억이 시작된 그 장소에서, 그 위치에 말이다. 이곳은 내 가게가 아니다. 3년 전 젊은 부부가 운영했던, 추억이 깃든 가게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와 그를 대신해서 이 가게를 지켜낼 것이다. 이어갈 것이다. 언젠가 손님으로 찾아올 그들이 나란히 찾아올 것이라 굳게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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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요즘 들어 아침 일찍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항상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매번 같은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들고 무언가를 자꾸 작업하고 있으며, 나중에는 친구들을 불러서 수다를 떤다. 남자가 카페에 혼자 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조금 인상 깊었다.

9. ‘그 손님이가게 밖으로 나간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웃으며 인사해 주었다. 내일도 올까? 하고, 혼자서 내기를 하기도 했다. 바보같이…….

 

[216]

 

9. 아침에 이야기한대로 오빠가 선물을 들고 왔다. 자상하고 부지런하게 일을 잘하는 내 남편. 친절하면서, 손님에게 대접도 잘해준다. 오빠만큼 좋은 남자는 없을 것이다. 아내로서.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219]


오늘도 그 손님이 찾아왔다. 매일 아침 일찍 찾아오는걸 보니 참 할 짓 없는 남자인 것 같다. 게다가 6시간이상을 죽치고 앉아있다니……! 오늘도 그의 친구들이 찾아오려나?

 

[220]

 

벌써 며칠째 쉬지 않고 찾아오는 그 손님에게 이젠 고마운 감정마저 느껴진다. 다음에는 서비스로 과자를 내어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23]

 

오늘은 웬일로 그 손님혼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궁금하다 못해 그와 함께 대화를 나누어봤다. 신 메뉴 평가도 받아볼겸 시작한 대화. 그는 고등학생3학년으로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항상 한적했던 카페 내에서 나 홀로 몇 시간을 보내는 나날. 요즘 들어 그 손님덕분에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들어보니까 개학하면 한동안 집으로 못 온다고 하던데.

그때는…… 다시 심심해질지도 모르겠다.

 

[224]

 

오늘은 이유 없이 하루 종일 등골이 서늘한 날이다. 잠시 후 오빠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남은 시간은 오빠가 근무하기 때문에 교체할 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오빠와 함께 남아있기로 하자. 들어보면 그 손님의 대화가 재밌기도 하고, 흥미도 가니까.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 손님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치 무언가 신경 쓰인다는 얼굴로 말이다.

 

*

 

영업시간이 끝났다. 가로등조차 없는 적막한 횡단보도. 오빠는 먼저 나가서 차에 시동을 걸어놓았다. 멍하니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손님이 왜 그렇게 나가버렸는지 말이다. 나는 내심 미움받아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깜빡.

 

신호등 신호가 바뀌었다. 무심결 발이 앞으로 나가고. 길을 건너려는 그 찰나에 양쪽에서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한쪽은 건너편 보도에 있는 오빠의 절규어린 목소리, 다른 한쪽은 자동차의 시끄러운 경적소리였다.

 

콰앙!

 

한순간 몸이 붕 떠오르는 부유감을 맛보고. 내 정신은 아득한 어둠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그건 오빠보다도, ‘그 손님에 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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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요전부터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 있는데~”

? ~ 그 학생들?”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대학생인데 생긴 건 완전 어리지 않아?”

글쎄. 그렇게 자기가 눈여겨보면 질투 나서 경계 해야겠는걸?”

그러지마~ 착한 손님들인걸! 특히나 한명은 조금 특별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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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 뒤]

 

첫날과 다르게 단골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예전의 나처럼 같은 자리를 고집하는 사람이 있고, 같은 메뉴를 고집하기도 한다. 그때의 나처럼 오랫동안 한자리에 머무는 사람도 있고, 노트북으로 무언가 하기도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입장으로서는 재밌는 구경거리였으며, 심심함을 달래줄 요소였다.

그 누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을까?’

 

딸랑.

 

손님이다. 그러나 그녀는 평범한 손님 차원에서 방문한 사람들이 아니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초연하지만 아름답고 힘 있는 미소를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그녀. 어째선지 든든했던 그 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드는 그녀. 나는 갑작스레 감정이 복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떨리는 시야가 흐릿해지고 눈가에서 물줄기가 그려져 내린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는 안도? 아마도 아니었다.

.

.

.

.

.

돌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 이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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