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12월 4일
“야, 이거 한 번 봐라.”
“이게 뭔데?”
소주를 한 잔 먹고 안주를 먹으려 찌개에 숟가락을 갖다 대려고 하는 순간, 친구가 휴대폰을 내 얼굴에 들이밀었다. 뭔가 싶어서 액정에 있는 글과 사진을 봤다. 친구의 SNS에 올라온 글 인 것 같았다.
“이거 봐봐라, 니 그 사람 모르나? 그, 왜 옛날에 예언자 한 명 있었다 아니가, 노스..노스트라.. 아 이름 뭐고? 암튼 그 사람 이 예언한긴데, 2036년에 지구가 멸망한단다. 올해다 올해. 아니네. 내일이다 내일.”
지금 내 앞에 있는 조금 덜 떨어져 보이는 친구는 자신의 폰을 내 얼굴에 갖다 대며 얼빠진 소리를 하고 있다. 뭐? 지구 종말?
“지랄이다. 왜 그때 옛날에 2012년에도 무슨 지구 멸망한다고 안 캤었나? 영화도 나왔던 거 같은데 지금 이래 잘 살아 있다 아이가?”
“아 그래도, 난 이런 거 막 뜨면 조금 걱정된다.”
“어이가 없네, 니는 이런 거 믿으면 안 된다 아이가?”
이 친구는 세계 G사의 인공지능로봇 개발자들 중 최초의 한국인이다. 이름은 ‘박갑식’. 이름이 너무 어려워 사내에선 그냥 식이라고 불린단다. 물론 나도 ‘식’이라는 이름이 편하다. 현대과학에 최고봉에 서있는 사람이 고작 저딴 미신을 무서워 한다는 것이 내 입장에선 너무 웃긴다.
‘G사’는 나날이 발전했다. 2016년, 지구에 있는 한 나라의 IT 기업 ‘G’는 지능을 갖고 있는 한 로봇을 개발했다. 그 로봇은 바둑이라는 놀이를 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고, G사는 그 로봇이 개발완성이 된 후, 바둑 세계 1위인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류를 대표하게 된 인간은 ‘로봇 따위에게는 내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라는 아주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으나 결국 그 대결은 4:1로 G사의 로봇이 이기게 된다. 그 후, G사는 세계의 유명하고 아주 창조적인 기술력이 있는 IT, 기계설비 회사들을 하나 둘 씩 인수를 하여 분야를 점차 확장해 나갔고, 지금 2036년. 이제는 모든 분야에 G사의 기술이 없으면 생활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아, 왜. 난 이런 거 좀 믿으면 안 되나?”
“이거 뭐 거의 ‘꿈’에서 나올 거 같은 이야기다 아이가.”
“‘꿈’이 왜 어때서. 꿈 때문에 지금 세상 많이 바뀌었다 아이가.”
이 말에 반박은 할 수가 없었다. 세상은 너무 많이 바뀌었다. 하룻밤 사이에 큰 아파트 같은 건물이 만들어지고, 복지시설이나 공공시설 같은 공익적인 시설도 하루 만에 만들어지며, 심지어 발전소 등도 저비용으로 재빠르게 건설이 될 수 있었다. 덕분에 인간들은 로봇이 하지 못하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심지어 인간의 일자리 또한 더욱 창조되었다. 이 중심에는 G사에서 만든 로봇이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웃긴 점은 G사에 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유용한 로봇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던 아이디어가 모두 자신들이 밤에 잠을 잘 때 꾸는 ‘꿈’에서 나왔다고 인터뷰했다. 식이 또한 꿈에서 여럿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덕분에 G사 개발자 사이에서는 몇 손가락에 꼽히는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식이는 그 꿈에 대해서는 나한테 아무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따른 거는 잘 모르겠는데 그 예언자가 멸망 예언한 날짜가 그게 내일이다, 내일. 12월 4일.”
“내기할래? 무슨 일 일어나는지? 지랄이다 지랄. 지랄이라 캐라 지랄. 술이나 무라.”
“그 예언자가 우주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심지어는 저기 태양도 없어진단다.”
“니 계속 지랄하지 말고 술이나 먹자. 아 맞다, 너거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 같은 거 했다매? 우주 뭐 카더라?”
“아, 저 위에 커다란 우주 끝 부분을 그러니까 그 큰 우주의 끝을 발견하는 뭐 그런 프로젝튼데. 내는 끝까지 반대했거든? 근데 회사에서 그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어 붙이더라.”
“니는 왜 반대했는데? 좋은 경험 아이가?”
“모르겠다. 이상하게 이 프로젝트는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식이는 다른 인류를 위한 로봇 개발이나 프로젝트는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유독 ‘우주’에 관한 프로젝트는 이상하게 반대를 해왔었다. 식이 얼굴은 웃는 상이였지만 우주 이야기만 나오면 나올 때 마다 정색을 했다.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갔는데?”
“아, 이거 비밀인데.”
“아, 좀 지랄 말고 빨리 가르쳐도.”
“거의 우주 끝을 찾은 것 같더라. 사실, 지금 NASA 쪽이랑 협력해서 벌써 우주 끝 부분을 찾았다 카긴 카더라. 근데 그 내용이 너무 충격이라서 발표를 못하고 있다 카데? 이때까지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고 과학자들이 발표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그 끝 부분을 발견했고, 심지어 그 쪽에 뭐가 있는지도 알았으니. 할 말 다 했지.”
“뭐 있다 카던데? 니는 알 거 아니가?”
“내가 말해줘도 안 믿지 싶은데..”
“뭔데?”
난 궁금한 건 즉시 바로 알아야 그 날 밤에 잠이 잘 오는 성격이다. 내가 혹시 모르는 것을 그냥 지나치고 넘어 갔을 때 난 그 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울 때가 많다. 덕분에 학교다닐 때 친구들이 나를 엄청 싫어했다.
“사람 ‘눈깔’ 같은 게 쳐다보고 있다 카더라. 사람 눈.”
“미친놈. 니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막 지끼제?”
“봐라, 내가 니 안 믿는다 캤제? 아 됐다. 내는 이거만 묵고 집에 갈란다.”
“알았다. 나가자.”
남은 술을 마지막으로 우린 술집에서 일어섰다. 이상하게 돈은 돈대로 엄청 벌던 새끼가 한번도 나한테 밥이나 술을 사 준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술을 다 샀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식이 태도가 좀 이상했다. 술을 다 사주고, 심지어 내가 욕을 섞인 말을 해도 식이는 한 번도 욱한 적이 없다. 하루아침에 성격이 좀 바뀐 것 같다. 마치 이제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변했다.
술집을 나섰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식이는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식이는 내 옆 집에 살아서 우리는 저녁을 같이 먹을 때가 많았다. G사는 근무환경을 확실히 보장해줘서 웬만하면 식이는 항상 칼같이 퇴근을 했다. 저녁을 먹거나 운동경기, 예를 들면 월드컵 같은 경기가 있으면 우리는 치킨과 맥주를 먹으면서 TV를 봤다. 그저께도 우린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TV를 보다가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식이 방 침대에서 잠 들었었다.
“어디가는데?”
“아, 어디 갈 데가 있어가. 회사에 뭐 놔두고 온 게 있어서. 갔다가 집에 갈라고.”
“아이고. 알았다. 먼저 간다.”
“야.”
“와?”
“아이다. 꺼져라. 악수나 한번 하자.”
식이는 마치 멀리 떠날 사람처럼 이상한 행동을 계속 했다. 어차피 또 볼 것인데 왜 지금 악수를 청하는 지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니 어디가나? 어디 뭐 멀리 가나? 출장?”
“아니. 어디 안 가는데? 지금 회사간다니까.”
“근데 와 지랄인데. 부끄럽게 갑자기 웬 악수고.”
“아 됐다. 하기 싫음 치아라. 회사 갔다가 집에 간다. 밤에 내 찾아오지 마라. 늦게 갈 거 같으니까.”
“알았다.”
식이와 헤어지고 난 집에 와 씻고 누웠다. 술을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술이 조금 취했던 것 같다. 잠이 너무 왔다. 마치 누가 수면제를 먹인 것처럼 미친 듯이 잠이 왔다. 할 일은 태산이었다. 식이랑 그냥 술만 간단히 먹고 집에 와서 일을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너무 잠이 왔다. 이대로 자면 내일 상사한테 깨질 게 분명했다. 그 것을 알면 잠이라도 깨야 할 텐데 도저히 잠을 이길 수가 없었다. 난 이게 문제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 하면서 식이 앞이라고 무조건 잘 마신다고 우기면서 술을 막 들이킨다. 그래놓고 취해서 식이 손에 이끌려 집에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베란다 쪽으로 걸어갔다. 베란다 문을 열고 난간 밑으로 우리 아파트 광장을 봤다. 더운 여름이라 광장 분수대에 어린 아이들이 물을 맞으면서 뛰어 다녔다. 어떤 가족들은 자신들의 반려 견을 데리고 와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차 들이 왔다 갔다 했다. 너무 평온했다. 부러웠다. 난 지금 일을 해야 하는데. 나는 베란다에서 들어와서 마음을 진정한 뒤 일을 하려고 난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앉자마자 결국 엎드려서 잠이 들고 말았다.
“쾅”
밖에서 뭔가 둔탁한 것이 부딪히는 이상한 소리에 난 잠에서 깼다. 무언가 세게 부딪히는 큰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던 것 같다. 부스럭 거리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엎드려 자서 그런지 허리가 너무 아팠고 팔에는 피가 통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난 보통 술을 먹으면 그 다음 날 항상 새벽 5시에 깨는 버릇이 있었다. 분명 지금도 5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을 마시러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갔다. 집 안은 너무 어두웠다. 보통 이 때 즈음엔 해가 뜨기 직전이라 조금이라도 밝을 줄 알았는데 마치 태양이 없어 진 것처럼 어두웠다. 나는 갑자기 시간이 궁금했다. 나는 컵에 물을 따르면서 부엌 냉장고 옆에 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아직 새벽 같았다. 한 새벽 3시 정도? 나는 시계 밑에 가서 식탁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시계를 봤다.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시계는 시침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 9시?”
나는 깜짝 놀라서 베란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밖은 내가 어젯밤에 자기 직전에 봤던 것처럼 여전히 어두웠다.
“뭐지? 저녁인가?”
나는 당장 침대로 돌아가 휴대폰을 액정을 켰다. 하지만 휴대폰이 이상했다. 위에 떠야 할 안테나 표시가 뜨지 않았다. 휴대폰은 자체의 데이터 또한 불러 오지 못했고 심지어 현재 시간도 표시하지 못했다. 아마 네트워크 에러 인 듯 했다. 나는 무선 네트워크 연결을 하기 위해 와이파이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어제 식이랑 술 마시러 나가기 직전 까지 잘 되던 무선 네트워크 또한 연결을 하지 못했다.
“뭐고, 이거 와 카노.”
난 휴대폰의 옵션으로 눌러서 휴대폰의 시계를 네트워크 시간대로 자동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국가 별로 정해져 있는 시간으로 바꿨다. 그제서야 휴대폰은 대한민국의 시간을 보여줬다. 시간은 ‘AM 9:10’ 이였다. 분명 오전 9시 10분이다.
‘큰 일 났다. 지각이네. 이래 어두운데 일어 날 리가 있나. 근데 왜 밖에는 아직까지 어둡노? 그리고 그 소리는 뭐고?’
난 잠이 덜 깼나 싶어 세수를 하기 위해 욕실로 갔다. 욕실 문 앞에 서서 욕실 전등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눌렀다. 하지만 전등에는 빛이 나오지 않았다.
“정전인가? 그래가 아직 어두운가?”
어둠속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난 거실로 와서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에 있는 TV전원 버튼을 눌렀다. 역시 TV 또한 켜지지 않았다. 119에 전화를 걸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지만 집 전화기 역시 전기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다행히 휴대폰에 배터리가 남아 있었다. 휴대폰으로 긴급통화를 누르고 119를 눌러봤지만 긴급통화 조차 먹통이었다.
“콰콰쾅!”
그 순간, 베란다 밖에서 잠깐 환한 빛이 비추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내 잠을 깨웠던 것과 비슷한 소리가 또 들렸다. 그리고 집 베란다의 유리가 갑자기 깨지고, 베란다에서 키우는 허브와 조그마한 화분들에 불이 붙었다. 내가 저 것들 키우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불타서 없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화가 났다. 어떤 새끼가 이딴 장난을 치는지 잡히면 정말 반 불구를 만들어 버릴 거란 생각을 했다. 나는 베란다로 뛰어갔다. 그리고 밑을 쳐다봤다. 하지만 아파트 밑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옷에 불이 붙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 미친 듯이 짖고 있는 반려 견들. 불이 붙은 차는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분수대는 물이 나오지 않고 불꽃이 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 바로 밑에는 이상하고 커다랗고 불이 붙은 돌이 뜬금없이 놓여있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저건 운석이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그 어릴 때 주우면 아주 많은 돈이 된다는 그 운석이 내 아파트 문 앞에 있었다. 고개를 들어 아파트 뒤 쪽 먼 산을 쳐다봤다. 저 멀리 하늘에서 커다란 운석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컴퓨터 게임을 보는 것 같았다. 게임 속 마법사가 마법을 써서 우주에 있는 운석을 소환해서 적에게 떨어뜨리는 그 게임이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 이 건 게임이 아니고 실제였다. 산에는 운석이 떨어져 불이 붙었다. 정전이 된 이유를 깨달았다. 전기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지금은 ‘블랙아웃’ 상태였다. 밖이 너무 어두워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은 더 빛났다. 옛날 어릴 때에 항상 보고 싶어 했던 별똥별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 운석이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왜 오전 9시인데 해가 뜨지 않는가? 문득 난 어젯밤에 식이가 보여준 지구멸망설이 생각났다.
‘식이, 맞다 식이. 식이 집에 들어왔겠지?’
나는 휴대폰의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대문을 열고 나가서 옆집으로 달려가서 벨을 눌렀다. 아무도 집에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나는 미친 듯이 벨을 눌렀다. 아무 대답이 없자 나는 문을 두드렸다. 발로 차보기도 했다. 하지만 집 안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 새끼 집에 오다가 운석 맞고 죽은 거 아니가? 아 씨.’
나는 잠금 장치를 봤다. 홍채 인식 잠금 장치가 있었고, 비밀번호를 입력 할 수 도 있었다. 갑식이와 나는 비밀번호 공유를 옛날부터 했서 그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난 그 비밀번호를 눌렀다.
‘1...2....0..4’
마침내 문이 열렸다. 나는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달려 들어가다가 나는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신발장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서 식이를 부르며 집 안을 헤매었다. 놀라울 정도로 집은 조용했다. 마치 옛날부터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집처럼 고요했다. 나는 거실을 내 휴대폰을 이용해 빛을 비추었다. 그 순간, 나는 경악했다. 거실에는 소파며 TV, 선반 등 기본 집에 있는 가구들은 하나도 없었다. 매우 깨끗했다. 그저께까지 같이 축구경기를 보면서 치킨과 맥주를 먹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 하나 없었다. 아무도 살지 않았던 집처럼 거실에선 인간의 흔적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신발, 냉장고, 식탁, 아무 것도 없었다. 밖은 계속 밝은 빛이 비췄다가, 다시 사라지고 또 비췄다가 사라지고 반복되었다. 아마 운석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운석은 맨 땅에 떨어져 지진을 일으켰고 집은 마치 놀이공원에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흔들렸다.
“박갑식!”
나는 식이 이름을 부르면서 식이 방으로 뛰어 갔다. 문을 열고 빛을 비추어 보았다. 식이 방 또한 가구 하나 없었다. 분명 그저께 내가 술에 취해 식이 방 침대위에서 내가 잤었는데 그 폭신한 침대는 어디가고 없었다. 대신 식이 방에는 책상 하나와 노트북이 하나 있었다. 노트북이 켜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노트북 액정을 쳐다봤다. 식이가 입력한 듯 한 글이 메모장에 있었다.
‘E-PROJECT 데이터 삭제’
데이터 삭제?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일까? 그리고 식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퀑! 쿼쿼퀑!’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파트 전체가 흔들렸다. 운석이 내가 있는 아파트에 부딪힌 것 같다. 점점 더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빨간 불꽃이 내 주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머리 위를 쳐다봤다. 그 순간, 아주 커다란 운석 하나가 내 머리위에 떠 있었다.
“뭐야 이거?”
운석은 나를 덮치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불꽃이 많이 어두웠다. 아파트 윗 층에서 떨어지면서 불이 많이 꺼진 듯 했다. 하지만 저 큰 운석이 계속 떨어지면 나는 분명 죽을 게 분명하다. 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왜 운석이 떨어지지 않을까? 아파트 건물에 부딪혀 멈춘 것인가?
“뭔데. 박갑식 말이 맞잖아. 운석이 떨어지고 태양도 없어졌네.”
“미안하다.”
환청이 들리는가, 식이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운석이 나를 덮쳤다.
-
“프로젝트 결과 발표하시죠.”
“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목차는 프로젝트의 초기 목표, 프로젝트 과정, 그리고 결과 순으로 발표하겠습니다. 저희 ‘G’의 E-프로젝트의 목표는 지금 저희 존재가 아닌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고 그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그 생명체들이 진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 생명체를 이용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 등 뭐, 예를 들면 체내의 기관 등을 복제하여 지금 이 시대에 아직까지 고치지 못한 불치병을 손쉽게 고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였습니다. 저희 G는 최대한 저희 존재와 비슷한 새로운 생명체와 새로운 시험관을 만들었습니다. 최대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고 그 생명체들이 그 시험관에 살면서 시간이 갈수록 어떻게 발전해서 나가는지 관찰하였습니다. 초기에는 실패가 좀 있었습니다. 저희는 비슷한 시험관 9개를 만들었고 그 9개의 시험관이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빛을 주는 하나의 시험관 주위를 돌아가게 설계를 했지만, 세 번째, 네 번째 시험관만 적응하였고 나머지 시험관에선 생명체들이 바로 소멸 해버리고 그냥 빛 시험관 주위를 빙빙 도는 그야 말로 죽음의 시험관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또한 네 번째 시험관 또한 생명체들이 살아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죽어버렸고요. 하지만 세 번째 시험관에서는 신기하게도 계속 생명체들이 살아 갈 수 있었습니다. 생명체들은 초기에는 무식했지만 점차 자신들에게 무기 등을 발명하여 점차 주변 환경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차 진화했습니다. 자기들만의 달력을 만들기도 하고, 실제를 모르는 생명체를 존경하며 추앙하기도 했고, 주변 생명체들과 전투도 했습니다. 저희는 그 생명체들에게 조금 더 무궁한 발전을 위해 조그마한 아이디어를 몇몇 생명체에게 주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뉴턴’ 이라는 이름을 가진 생명체에게 눈앞에서 사과를 땅으로 떨어뜨려 그 시험관이 가지고 있는 ‘중력’이라는 것을 알게 했죠.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생명체들이 ‘기술적 발전’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가게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한 집단에서는 생명체가 직접 행하지 않고 다른 자원을 이용하여 기계 같은 것을 가동 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그 생명체들의 기술은 점차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되던 도중 한 생명체에게 오류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 오류가 뭡니까?”
“저희는 이 프로젝트 결과를 기록할 때 이 생명체들이 정한 시계를 이용하여 시간을 적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까 말씀드린 뉴턴이라는 생물체에게 중력을 깨닫게 해준 것을 우리 달력이 아닌 생물체 달력으로 기록을 했다 이거죠. 1687년 이렇게요. 그런데 저희 쪽에 시스템 오류가 있었는지, 한 생물체가 이상한 말을 주위 생물체들에게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이름은 ‘노스트라다무스’. 생물체 력(歷)으로 2036년 12월 4일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없어질 것이라는, 바꿔 말하면 종말한다는 말을 떠들고 다녔습니다. 우리는 그냥 변종인가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만 혹시나 해서 그 날을 계산하여 우리 력(歷)으로 바꿔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날짜가 우리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날과 같았습니다.”
“정말입니까?”
“희한하군요. 시스템 오류라는 것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네. 그래서 저희 쪽에서는 한 번 이 프로젝트 기간을 좀 더 연장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오류가 있던 생물체는 대단했습니다. 미래의 여러 사건 사고 등을 잘 맞추더군요. 우리는 궁금했습니다. 과연 그 대단한 생물체가 한 말이 틀렸다면, 다른 생물체들은 그 생물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할지. 그리고 저희는 그 프로젝트의 종료날짜를 연장했습니다. 생물체의 기술은 점점 발전 해 나갔습니다. 우리는 그 생물체의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자 생물체 집단 중 가장 힘이 있는 집단에 기술을 발전하는 회사를 세우도록 했습니다. 그 회사 이름을 저희 회사 이름을 따 ‘G’라고 했고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연구원들의 데이터를 복제하여 그 생물체 사이에 투입시켰습니다. 그 '복제물'은 나중에 G에 들어가서 우리가 필요할 때 마다 회사와 우리 사이를 연결 하였습니다. 생물체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아닌 또 다른 존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자기들의 지능을 그 존재에 주입시키는 그런 개발을 시작 하더군요. 그리고 그 또 다른 존재의 이름을 ‘로봇’ 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제일 흥미로웠던 게 생물체력 2016년에 우리 실험 생물체와 그 새로운 존재 로봇이 대결을 했었습니다. 결과는 또 다른 존재 로봇이 우리 실험체 생물을 이기더군요. 그 후로, G사는 점점 다른 회사를 키워나갔습니다. 우리는 그 회사에 개발을 하는 개발자 생물체들이 점점 어떠한 아이디어 장벽에 막힐 때 마다 그 생물체들이 잘 때 ‘꿈’에 아이디어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하나씩 노출하였습니다. 그 꿈을 꾼 생물체는 그 다음 날 회사에서 꿈에서 깨달았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가로막힌 장벽을 부수고 점차 발전해 나가더군요. 그리고 점차 또 다른 존재 로봇 또한 발전해 나갔습니다. 생물체들은 이런 우스갯소리도 하더군요. ‘로봇들이 나중에 우리들을 장악해버리면 어떡하지?’ 이러한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은 그 생물체들의 문화생활 컨텐츠로도 쓰일 만큼 관심이 컸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생물체는 점점 기술을 발전해나갔고, 어느 덧 자신들이 만든 또 다른 존재가 없으면 일상생활도 불가능 할 정도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G에서 만든 존재가 당신들의 프로젝트의 생물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를 만들었다 이거군요.”
“네. 하지만 G사의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G사는 그들의 시험관 밖으로도 관심을 가지더군요. 애초에 복제를 할 때 개발 발전 제한을 두고 복제를 했어야 했었는데. 그 생물체들은 자신들의 시험관을 탈출하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빛 시험관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9개의 시험관들과 빛 시험관 빼고는 나머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생물체의 시험관 밖은 우리가 실험할 때 잠시 들어간 아주 미세한 먼지 같은 것 뿐 아무런 생물체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물체력 1969년에 한 생물체는 시험관을 빠져나와 그 시험관 주위를 돌던 다른 부수적인 먼지 같은 것에 착륙하였습니다. 그 것을 필두로 점차 기술을 발전해 나갔고, 심지어 그 생물체들은 우리가 만든 그 시험관들이 들어있는 아주 큰 어항 같은 시험관의 끝을 보려고 노력하더군요. 우린 계속 똑똑한 생물체들에게 ‘우주의 그 끝은 아무것도 없고 점차 팽창하고 있다’고 거짓 정보를 노출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 생물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저버리지 않고 결국 그 끝을 알기위해 또 다른 존재를 그 커다란 어항 수족관 끝으로 보냈습니다. 그 것을 관찰 하던 우리 프로젝트의 한 인원이 어항 수족관을 보던 중, 그의 ‘눈’이 또 다른 존재에 노출 된 모양입니다. 생물체들은 그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끝에는 ‘눈’이 있다고 발표를 하려 했습니다.”
“프로젝트 원이 실험체에게 노출이 되었다 이건가요?”
“네. 그 프로젝트 인원의 눈이 노출되었습니다. 저희는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물체들은 그 시험관 너머 또 다른 생물체 즉 우리 존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고, 이러다가 나중에는 우리에게 도전까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빅 데이터를 이용하여 생물체들이 이 눈을 찍어 간 것에 대해 분석했고, 머지않아 그 생물체들이 우리 존재를 알게 되고 또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국 우리는 원래 종료하려고 했던 생물체력 2036년 12월 4일에 프로젝트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날 이 오기 전 밤에 우리는 우리들을 복제한 복제 생물체들에게 이 모든 프로젝트의 결과를 그들에게 강제로 주입시켰습니다. 그리고 빛 시험관을 제거하고, 동그랗던 어항 시험관의 뚜껑을 열었습니다. 서로 압력 차이가 있었던지 어항 주위의 물건들이 점점 그 어항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앞에서 말씀드렸던 9개의 시험관 중 먼저 생물체가 죽어버린 시험관을 깨버렸습니다. 그 9개의 시험관 끼리 무언가 지탱을 한 것이 있었는지, 나머지 시험관을 파괴하자 그 모든 잔여물들이 세 번째 시험관에 끌려가기 시작했고, 그 잔여물들이 세 번째 시험관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시험관을 딱히 파괴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파괴가 되더군요.”
“최종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실패네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희는 이번 프로젝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생물체를 만들고, 세계관을 만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웃기는 군요. 당신들이 만든 생물체들이 자신들이 만든 또 다른 존재를 두려워 한다는 말에 코웃음 치더니. 결국 결과는 당신들 또한 당신들이 만든 생물체들이 두려웠었던 거군요.”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 프로젝트에는 만족할 만 한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E-프로젝트 결과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질문이 있는 분들은 손을 드시면 마이크를 갖다 드리겠습니다. 아 네. 저 쪽에 마이크 갖다 드려. 네, 질문하십시오.”
“그 마지막에 프로젝트를 종료하려고 결정했을 때 복제한 생물체들에게 프로젝트의 결과를 모두 주입시켰다고 했는데, 그 생물체들은 주입 후 어떤 행동을 했나요?”
“네, 질문 감사합니다. 생물체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데이터가 좀 많았는지 몇몇 생물체들은 정신이 이상해진 것들도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우리의 실험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허무하다는 생물체들도 있었고요. 뭐, 자살을 하는 생물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위 자신을 믿고 있는 다른 생물체들에게 잘 가라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종족을 감추는 생물체들이 대부분 이였습니다. 모든 데이터를 주입했으니, 자신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부품 까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겠죠. 그것들을 제거하니 저희도 그 후에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
“네, 감사합니다.”
“네, 또 다른 질문 있는 분 계십니까? 아, 네 거기 남성분. 마이크 좀 뒤로 넘겨 주세요.”
“프로젝트 보고 잘 들었습니다. 발표자 분도 프로젝트의 한 일원인데 발표자 분의 복제 생물체가 있었나요?”
“네, 당연하죠.”
“그 생물체는 마지막에 뭘 하던가요?”
“어.. 제 복제 생물체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안가고 G사로 다시 들어가더군요. 로봇들을 이용해 자신이 사는 건물이 운석에 맞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가장 친한 친구를 못 구하고 같이 소멸했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봤는데 마지막에 ‘미안하다’라고 그 친구에게 말을 하더군요. 우리 존재를 복사하다보니 우리의 감정까지도 복제가 된 모양입니다. 하하. 좀 짠했습니다.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하하하하.”
“이상 질문 없으시면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E-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이자 발표자 '박갑식'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상민
010 - 9597 - 7969
ijlibus12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