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툭 툭 툭... "
창가에 떨어지는 빗물의 소리가 나의 귀를 적신다.
해는 어느 새 사그라져 하늘은 남색과 청색으로 물이 들었다.
안으로 눈길을 돌리자 조그마한 방이 보인다.
방안은 온통 하얀 색이다. 장롱도 하얀 색, 책상도 하얀 색, 침대도 하얀 색.
하얀 시트지에 빨간 잉크를 쏟은 듯 피아노만이 붉게 물들여져있다.
' 피아노가 빨간색이었던가...? '
' ... '
갑자기 소리가 들려온다.
나즈막하게 들리는 이야기 소리, 사람 소리, 사람 내음새... 향기로웠던 웃음 소리들이 나의 머리카락을 곤두솟게 한다.
쭈뼛쭈뼛하게 솟아나있는 머리카락을 가다듬기 위해 손을 올리자 시원한 바람이 나의 손을 지나가 장롱의 문틈 너머로 사라진다
' 아, 이렇게 시원한 바람은 처음이야 '
'...'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기분이 상쾌하다.
바람이 나의 코에 들어가 목을 타고 전신을 기분 좋게 휘감는다.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빗방울 틈 사이를 지나 어디 든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디 선가 흘러나오는 지독한 냄새가 나를 잡는다.
나의 발목을 잡아 다리를 타고 몸을 지나 머리 위로 올라온다.
어느새 그 내음새는 자욱한 검은 연기가 되어 나의 숨을 조여온다.
지독하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목이 매여오고, 나의 폐는 부풀어올라 한모금의 숨을 얻기 위해 발버둥친다.
' 숨..을 쉬고 싶다... '
' 왜 '
' ... ? '
머릿속이 맑아진다. 온 몸이 가벼워진다.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숨을 내뱉었다.
작성자 : 강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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