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3
어제:
25
전체:
305,709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6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4.09.10 21:34

네[내ː] 연정

조회 수 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ː] 연정

 

 

 

네가 교통사고로 인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너에게 애정이 있던 나는 문병을 갔다. 방문을 열자 너는 아주 곤히 잠들어있었다. [아마 너는 깨어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너에게 보이기 위한 병문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용히 네가 좋아하는 라일락꽃다발을 놓고 가려했다. 그런데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너의 잠꼬대였다.

 

…….”

 

신기했다. 분명 남들이 들으면 알아들을 수 없는 말 한마디였지만 나에겐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무어라 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뭐가 됐든 중요치 않다. 나를 멈추게 했으니. 어쨌든 그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멈춰 옆자리에 앉아 너의 첫사랑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너의 첫사랑은 중학교 3학년 때 경험했다. 그 첫사랑을 평가하자면 평범 이하였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너와 그녀의 관계에서 전혀 특별한 것이 없었던 건 물론이거니와 그 흔하디흔한 입맞춤마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는 과연 이것이 사랑일까 의문이 들것이다. 하지만 너는 다시금 그녀를 생각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질 것이다. 그만큼 너는 그녀를 지금도 사랑한다.

초겨울에 시작된 네 첫사랑. 너와 그녀의 첫 만남은 앞서 말한 것처럼 특별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너만의 첫 만남이 아니라 모두와의 첫 만남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분명 전학을 왔다. 당연하게도 그녀의 반 앞은 남자애들로 북적였고 너도 그 중 하나였다. 너는 그녀를 본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차가운 느낌. 그러니까 그런 드라마 같은 느낌은 전혀 없었다. 네 주변에 있는 다른 또래여자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녀는 그저 평범한 여자였다. 그러기에 그렇게 북적이던 그녀의 반 앞은 금방 조용해졌었다. 너는 그녀와의 만남은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다. 당연히 그녀는 너의 마음에 들 외모도 가지지 않았고 다른 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와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은 채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흐른 후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나에 의해서 말이다. 나는 분명 너에게 이렇게 말했다.

 

 , 민채가 너 좋아한대.”

너는 그것을 대수롭게 여겼다.

 민채가 누군데.”

 

아 왜 저번 주에 전학 온 얘 있잖아.”

 

누군데 그래. 예쁘냐?”

 

너는 그녀를 기억하지도 못했다. 나는 끈기 있게 그녀를 소개시켜주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녀와 같은 반이고 네가 매일 외롭다며 나에게 투정부리는 것도 한몫했다. 나는 너를 자주 내 반으로 초대했고 그럴 때마다 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너는 그녀의 은근한 눈길을 즐겼으며 얼마 뒤 나의 초대가 아닌 너 스스로 그녀의 반에 찾아갔다. 너는 쉬는 시간이면 항상 그녀주위를 서성였다. 얼마 뒤 너는 작은 결심을 하게 된다. 너는 다짜고짜 그녀 앞에 다가가 말을 건넸다. 흔한 안녕이라든지, 뭐해 라든지 이런 상투적인 인사말은 결코 아니었다. 네가 그녀에게 건넨 첫 마디는 사랑해이었다. 그녀는 물론 너도 놀랐다. 너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네가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을 내뱉었다. 그리고 너는 도망치듯 그녀의 반을 빠져나갔다. 너는 보지 못했겠지만 그녀의 얼굴은 분명 붉게 물들어있었다. 다음날 아침 너는 어제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그녀의 반에 들어갔다. 너와 그녀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볼만하게도 너와 그녀의 얼굴 모두 새빨개져있었다. 너는 소심한 애다. 하지만 너는 오히려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너는 다시 그녀에게 가고 있었다. 그리고 너는 결국 그녀의 앞에 섰다. 너는 또박또박 모든 아이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나랑 사귀자. 그 말이 끝난 후 삼 초 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웃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웃음소리가 잦아 들어갈 때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너랑 상반된 목소리로

 

 .’

 

그날 이후 너의 첫사랑은 시작되었다. 아까 말했듯이 너는 소심한 애다. 너는 그녀를 마주칠 때 마다 눈을 피하거나 말을 얼버무리는. 그런 부끄러움을 경험했다. 하지만 네가 그럴 때마다 그녀는 너의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걸어왔다. 그런 그녀에게 너는 점차 마음을 열어갔고 며칠 뒤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게 되었다. 너는 점차 적극적으로 너의 마음을 그녀에게 표현했다. 너네는 누가 보아도 부러워 할 만큼 아름답게 사랑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학교에선 겨울 방학 바로 전 우리들을 위한 송년음악회를 주최했다. 너희의 공식적인 첫 데이트는 아마 학교 강단에서 했을 것이다. 너희는 강단 중간에 앉아 손을 잡은 뒤 음악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 때 추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선생님이 너희들을 발견한 후 사진을 찍자고 권유했다. 너희들은 흔쾌히 승낙했고 서로의 볼을 마주한 채 사진을 찍었다. 너는 그 사진을 나에게 얼마나 자랑했는지. 얼마 뒤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너희들은 앞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았고 음악회에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너희는 음악회가 끝날 때 까지 서로 보지 말자는 약속과 함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너는 음악회가 끝날 때 까지 그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너의 순수한 아이 같은 첫 데이트가 끝났다. 너희는 음악회가 끝난 뒤 다정히 손을 잡고 강당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너는 춥다며 이제 먼저 들어가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한사코 데려다준다고 했지만 너는 그녀를 밀어냈다. 이렇게 놓고 보면 그녀가 아닌 네가 걱정을 핑계로 그녀와 거리를 두지 않았나 싶다.

네가 그녀와 공식적인 첫 데이트를 한 다음날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지방에서 살았다. 그렇지만 너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방학 중에 꼭 한번 서울로 올라가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그녀는 여러 가지 바쁘다는 이유로 올라오지 않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너는 방학동안 수많은 전화와 메시지를 그녀와 주고받았어도 여운이 남았다.

방학이 끝난 뒤 너의 재회는 무척이나 어색했다. 너는 그녀를 보면 그저 어색한 눈웃음으로 지나갔으며 그녀 또한 네가 어색한 지 가볍게 손을 흔들고 지나갔다. 그렇지만 너는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아마 그녀도 마음속으론 너를 무척이나 사랑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틀이 지나자 너희들은 전보다 더욱 가까워졌으며 즐거워했다. 너희들은 이주 뒤에 다시 있을 봄방학을 위해 같이 놀이동산에 가거나 공원을 가며 추억을 쌓았다. 이 기간사이에 네가 그녀에게 라일락 향기를 좋아한다며 고백했던 기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너희에게 짧았던 이주가 지났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그녀는 지방으로 떠났다. 그녀가 탄 버스를 바라보고 있던 너는 얼마나 서글픈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유리창에 낀 새벽녘 성에처럼. 너의 눈가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눈물을 바라보는 나까지 슬퍼졌다.

그 겨울방학동안 너와 그녀의 관계는 알 수가 없다. 너는 내가 아무리 놀자고 불러내도 놀 기분이 아니라는 핑계로 좀처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녀의 번호도 모르는 내가 너희들의 어찌 알 수가 있을까.

그렇게 겨울방학이 끝난 3.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어 마주하게 됐다. 이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물론 그때는 저번처럼 겨울방학이 끝난 뒤 당분간의 어색함으로 치부하긴 했지만 그것은 1, 2주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너는 나에게 이대로 그녀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그래, 너는 겉으로는 그 어색함을 무시했지만 속으로 꽤나 고생했다. 나는 어쩔 수없이 너를 도와주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마침 너희의 100일이 다가오니 이벤트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 날은 314. 그 전날 너는 사탕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 하트모양으로. 그것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너는 그녀의 사물함을 하트모양의 사탕으로 가득 채웠고 그 가운데 네가 정성들여 쓴 손 편지 하나를 넣어뒀다. 그 다음날 네가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날 찾아왔다. 이윽고 나를 이끌고 너의 사물함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너의 사물함을 여는 순간 달콤하고 은은한 라일락 향기가 함박 풍겨져 왔다. 그 안에는 사탕 한 개와 편지가 있었다. 나는 너의 사물함 안에서 편지를 꺼내 읽어보았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아무리 지금 네가 가진 꽃이 좋은 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너의 꽃을 찾게 된다면. 뭐 그런 잘 미화된 이별 통보였다. 내가 그 편지를 다 읽고 너의 손에 쥐어줬을 때 너는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흡사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바람이 불어 한순간 하늘을 가득 덮는 벚꽃 잎처럼. 그렇게 너는 펑펑 울었었다.

여기까지가 너의 연애사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너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를 잊지 못했다. 그녀는 그동안 너를 잊은 듯 남자를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너는. 너는 그 이후 단 한 차례도 연애 경험이 없다. 몇 번 너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이 있었지만 너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녀들을 거절했다. 내가 그녀 때문이냐고 물어보면 부정하는 너이지만 분명 그녀 때문이었다. 너는 분명 소심한 애다. 조심성이 많기에 다른 여자를 만나지 못한다.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울어버린다. 그리고 한참동안 울다 고개를 든다. 너는 여전히 잠들어있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너의 입술에 키스한 뒤 병원에서 나온다. 그리고 나는 거리를 거닌다. 봄이라 그런지 꽃이 많다. 그러다 어디선가 라일락 향기가 불어온다. 향기가 진해서일까. 다시금 눈물이 난다.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거닌다. 더 이상 라일락향기가 나지 않자 뒤를 돌아본다. 그런데 흩어진 눈물 사이로 아른아른 네가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든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을 비벼 그곳으로 몇 걸음 다가간다. 하지만 그 자리엔 라일락향기가 살랑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몸을 돌려 다시 걸어간다. 그런데 어디선가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나는 뒤를 돌아본다. 분명 너다. 너였다. 얼마 뒤 우린 마주보고 있었다. 너는 나에게 말했다.

 

…….”

 

나는 너에게 안긴다. 너는 나를 안는다. 라일락 향기가 짙어진다. 나는 울음이 많은 아이다. 볼에선 눈물이 흐른다. 한 방울 두 방울. 그리고 너의 손에 의해 지워진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단편소설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16 file korean 2014.07.16 3327
724 네 멋대로 해라 1 귀축시대 2014.07.21 2372
723 탈출 1 Hyeoung 2014.08.01 72
722 제주도 4.•3 사건 1 만득이 2014.08.16 262
721 산티아고의 눈물. 1 지금여기 2014.08.21 476
720 까치야 날아라 아륜 2014.08.22 261
719 구룡마을에도 해는 떠오릅니다 외 1편 종삐 2014.08.24 474
718 지난 여름은 악몽이었다 file 카마수트라 2014.08.24 44
717 단편소설 공모 - 그녀를 여행하다 (1편) predio 2014.08.25 109
716 이어폰 1 loscatal 2014.08.25 50
715 소설 공모 - 난적지도(亂賊之道) 1 일념통암 2014.08.27 294
714 그래서 그들이 좋다. 나야모어 2014.09.01 308
713 유효기간 신세계1손무 2014.09.01 278
712 미로 nogod27 2014.09.05 32
711 오빠 강가람 2014.09.07 36
710 산성 강물 2014.09.09 25
709 A이야기 뎌니 2014.09.10 34
» 네[내ː] 연정 이택준 2014.09.10 25
707 완전한 공간 다름이 2014.09.10 35
706 봄의 냄새 김은서 2014.09.10 19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7 Next
/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