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부문 - 꿈 너머의 꿈

by 현아 posted Jun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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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너머의 꿈

 

 

 

 

강현아

 

 

 

 

 

드림캐처는 고대 아프리카 인디언 중 오지브웨라는 부족으로부터 유래 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전설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아시비카시라는 거미 여인이 인구가 늘어나고 지역이 확장되면서 모든 아이들을 보살피기 힘들어지자 본인 대신 거미줄 모양의 장식물을 만들어 아이들의 침대 곁에 걸어두었고 이것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드림캐처는 악몽을 잡아주어 좋을 꿈을 꾸게 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잠자리가 예민했다. 걱정이 많아 잠에 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자려고 누워서도 엄마에게 조잘조잘 이런 저런 고민을 늘어놓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이런 나에게 걱정인형이라는 것을 선물해 주었다.

 

, 센서티. 오늘부터는 이 친구가 너의 룸메이트가 되어 줄 거야.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이 룸메이트한테 다 애기해. 그럼 이 친구가 걱정을 다 가져가 버릴 거야.”

 

걱정일랑 내게 맡겨. 그리고 너는 잠이나 자.’

 

꼭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고민이 있으면 내 룸메이트에게 다 털어 놓았다. 정말 사소한 고민들까지도. 그렇게 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편안해지고 답답했던 마음도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편안하니까 잠도 잘 왔다.

 

18살이 되던 해에 나는 마네소타 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마지막으로 세인트크루아강을 구경하러 갔었다.

 

학생, 이리와 봐. 침대 맡에 걸어두면, 나쁜 꿈은 다 걸러지고 이 사이로 좋은 꿈만 들어오게 될 거야.”

뻔하디 뻔한 미신이겠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그것을 손에 쥐고 이 물건이 나를 어떤 행복한 꿈으로 데려다 줄지 기대하며 헤실헤실 웃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그것을 내 침대 맡에 걸어두고 유명한 가수가 되는 꿈을 꾸고 해달라고 기도하며 잠에 들었다.

 

괴물신인 센서티, 빌보드 차트 10주 연속 1

 

센서티 드림캐처 너튜브 조회수 1억뷰 달성

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노래했고 결과도 좋았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많은 주목을 받게 되어 이젠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가 않다. 온갖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데뷔 한 달 만에 콘서트도 하게 되었다. 이때까지는 이 모든 것들이 재밌고 신기하기만 했다.

 

국내에서의 활동들이 마무리 될 무렵, 나는 세계 투어를 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호주, 그리고 유럽까지. 세 달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많은 나라를 다니며 각종 공연, 인터뷰, 라디오. 쏟아지는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긴 시간을 집과 가족에서 떨어져 지내다 보니 향수병이 찾아왔다. 물론 함께 일하는 매니저와 스탭들이 있었지만 스케줄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혼자 앉아 있을 때면 그 많은 사람들과 관심이 신기루처럼 느껴지고 점점 외로워졌다.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들 때문에 밖에 나가는 일도 쉽지 않아서 방에 멍하니 있을 때면 혼자 낯선 섬에 버려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밤새 외로움과 씨름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잠에 드는 일이 다시 힘들어 졌다. 잠을 못 자니 피곤해지고 예민해졌다.

 

어김없이 공연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앉아 있는데 문득, 언제나 힘든 몸을 이끌고 돌아와 술을 한 잔 두 잔 기울이던 엄마와 아빠가 생각났다. 특히 우리 아빠는 술이 들어가면 아주 잘 주무셨다. 나는 바로 술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 술 한 잔 먹고 푹 자고 일어나자.”

 

젠장. 밤을 샜다. 술이 들어갈수록 잠이 오기는커녕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려 닭이 울 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아침 이슬을 맞이했다. 단 한 숨도 자지 못한 탓에 그 날 인터뷰는 횡설수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센서티, 너 오늘 왜 그래? 잠을 제대로 못 잔 거야? 너무 피곤해 보인다.”

 

요즘 도통 잠을 못자요. 어제는 술을 먹으면 좀 나을까 싶어 조금 마셔봤는데 오라는 잠은 안 오고 안개 낀 새벽이 절 찾아왔더라고요.”

 

수면위생이라고 잠을 자기 위한 생활 습관 같은 게 있대. 한 번 찾아보고 체크 해보는 건 어때?”

 

수면 위생...? 그런 게 있어...? 집에 돌아온 나는 수면 위생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여덟 번째, 술은 숙면을 취할 수 없게 하여... 이런. 이럴 줄 알았어. 그렇게 열 번째까지 쭉 내리며 체크를 해보았지만 별다른 정보는 얻지 못했다. 이날 밤은 수면 위생을 시작으로 잠을 잘 오게 하는 방법을 찾다 끝난 것 같다.

 

센서티, 일어나! 지금이 몇 시인 줄 알아? 센서티!”

 

매니저가 나를 깨운 시간은 8시 반.

 

... 대체 언제 잠든 거야... 진짜 눈 깜빡하니까 아침이네...”

 

라디오 시작 시간은 11. 준비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고 이동 시간은 1시간이다.

 

지금 준비하고 출발해도 아슬아슬해. 빨리 준비해!”

 

... 망했다. 나는 최대한 준비를 해보았지만 역시나 라디오에 늦고 말았다.

 

생방은 시간이 금인데 이렇게 늦으시면 어떡해요. 오늘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세요.”

 

괴물 신인 센서티, 라디오 생방송 무단 지각...’

 

라디오 펑크, 센서티 변명 없는 사과

 

안녕하세요. 센서티입니다. 기사를 통해 접하셨을 라디오 지각에 대한 이야기는 변명의 여지 없이 모두 저의 불찰에 의한 일입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저로 인해 마음 졸이고 걱정하시고 피해보신 작가님과 피디님들, 관계자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또한 저를 기다려주셨을 청취자 여러분과 실망감을 안겨 드렸을 많은 분들께도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모든 일에 임하여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방에는 온통 시계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 이후에도 잠은 나를 괴롭혔다. 이젠 가끔 잠이 들어도 생방송에 지각하는 악몽을 꾸고 잠에서 깨기 십상이었다.

 

스케줄이 없는 날, 낮 시간에 약간의 운동도 해보고 최대한 규칙적으로 잠에 들려고도 해보았다. 하루에 많게는 7잔까지 마시던 커피도 줄여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빛과 소리를 차단해야한다... 암막커튼을 치고 주변의 소음을 줄여 봤지만 시계의 초침 소리가 심장박동과 같이 움직이며 또 다시 그 날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지속적으로 질 좋은 수면을 유지하지 못하자 멍하니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어떤 날은 스케줄이 있다는 사실도 까먹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또 스케줄에 지각할 뻔 했다.

 

센서티, 너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나겠어. 병원에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

 

잠을 못 자요. 잠에 들어도 깊이가 얕아서 작은 소리에도 잘 깨요.”

 

스트레스 받는 일 있으세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면 리듬이 깨져서 잠들기 어려울 수 있어요.”

 

세상에 스트레스 없는 사람도 있나요? 현대 사회에서 이 정도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소리는 저도 할 수 있겠는 걸요.”

 

······.

 

... 죄송합니다. 잠을 못 자니까 사람이 예민해지더라고요. 제가 말이 지나쳤네요.”

 

괜찮습니다. 틀린 말도 아닌 데요. 그래도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 노력해볼게요.”

 

잠을 못 주무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반 년 정도 된 것 같네요. ……. 어떻게 하면 좋을 까요?”

 

꽤 오래 되셨네요... 일단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스트레스가 줄어들어도 수면 습관이 남아 있어서 불면증이 계속 될 수 있어요. 수면 습관을 고치려고 해보시고 계속 어려움이 있으면 다시 오시면 됩니다. 밤에 자다가 깨도 시계는 보지 마세요. 또 깼다는 것 때문에 압박감이 생겨서 더 잠을 못 잘 수 있으니까요. 샤워 너무 늦게 하지 마시고요. 커피나 술 같은 카페인 들어간 음식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 부작용은 없을까요?”

 

이 약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잠이 안 온다고 해서 막 드시지 마시고 약은 정말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낮에도 졸릴 수 있어요. 특히, 술은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 부작용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예요. 어떤 증상이 계속 지속될 경우 꼭 병원에 다시 오셔야 합니다.”

 

졸피뎀…….”

 

그 동안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잠이라는 감옥에 얽매여 지새웠던 날들을 생각하자니 다시 머리가 아파와 나는 일단 수면제를 먹고 잠들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향해 소리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위험하게 뭐하는 거야!”

당신, 미쳤어?”

 

그제야 깜깜했던 세상이 밝아지고 쌩쌩 달리는 차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날 아침 포털 사이트는 좀비처럼 차도를 걸어 다니는 몽유병 스타에 대한 기사로 도배 되었다.

 

- 센서티, 괜찮니? 오늘 스케줄은 전부 취소했어. 오늘은 집에서 쉬면서 상황을 좀 더 살펴보자. 끊는다.”

 

스트레스와 불면증의 상관관계

 

유명 가수 S양이 복용한 졸피뎀의 부작용

 

현대인의 평생 숙제, 불면증

아침까지만 해도 몽유병 얘기만 가득하더니 이젠 죄다 불면증 얘기네. 유명 가수 S양이면 나 밖에 더 있나. 차라리 그냥 얘기를 하던가. 무슨 나쁜 일 저지른 것 같잖아.”

 

-

 

그 후 나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라디오 사건과 몽유병 사건으로 더 이상 해외 활동을 지속할 수 없었고 미국에 돌아와서도 기약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오히려 이 시간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쉬는 동안 불규칙적이었던 생활 패턴이 규칙적으로 변하고 일이 없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은 당연히 없었고. 쉬면서 불면증 치료 하는 데만 집중하니 생각보다 더 빠르게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다.

 

미국에서 활동할 때, 나에게는 나이도 비슷하고 가수로써도 비슷한 위치에 있던 쉽게 말해 라이벌인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이름은 재너. 데뷔와 동시에 10주 연속 빌보드 차트를 도배했던 내 기록을 깬 가수. 재너는 12주 동안 빌보드 차트에 있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늘 나와 비슷했다.

 

재너가 내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선의의 경쟁자라고 생각하며 늘 자극을 받기는 했지만 그녀를 시기하고 질투하지는 않았다.

 

집에 있으면서 재너가 내 빈 자리를 하나씩 채워 가는 것을 보았다. TV 광고, 잡지 표지 모델, 라디오 프로그램...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가는 구나...”

 

그동안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이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어 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그런 기분이랄까. 기분이 묘했다.

 

센서티, 잘 지내?”

 

. 재너. 오랜만이네. 드라마 잘 보고 있어.”

 

. 고맙다. 근데 너 요즘 집에만 있다며? 히키코모리 같이 방구석에서 하루 종일 있으면 답답하지도 않니? 난 요즘 덕분에 바쁘게 지내. 내가 네 자리 차지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

 

그 얘기하려고 전화한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혹시 오디션 프로그램 할 생각 없나 해서. 원래 내가 하기로 했는데 알다시피, 내가 요즘 좀 바빠야지. 그래서 너를 추천할까 하는데.”

 

난 아직 이대로가 좋아. 조금만 더 쉬다가 안정되면 그 때 돌아가고 싶어.”

 

. 속 좋은 소리한다. 안정 찾다가는 영원히 쉬게 될 걸? 온 세상이 너만 기다리는 줄 아니? 너 같은 애들은 이 바닥에 차고 넘쳐. 너도 알잖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기분 나쁘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충고하는 거야.”

 

그 동안 얘를 그래도 친구라고 생각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얘가 원래 이렇게 싸가지가 없었나...

 

. 됐어. 그런 소리할 거면 끊어.”

 

재너의 충고로 포장된 가시 같은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린 것은 맞다. 하지만 왜인지 자꾸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다. 그냥 노래하는 것이 좋았다. 물론 내가 더욱이 가수가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공부를 잘 못했던 탓도 있다. 하지만 나는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 누가 내 노래를 듣고 칭찬해 주고 기뻐할 때면 그 보다 더 큰 선물이 필요 없다고 느꼈다.

 

다시 내 자리를 찾기 전에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의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나는 꼭 다시 사람들이 찾게 되는 그들의 추억에 한 편이 되리라고.

 

다시 조금만 더 힘내보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잠에 들었다, 오랜만에 단 잠을 잔 것 같다.

 

그리고 아주 행복한 꿈을 꾸었다. 엄마가 걱정 인형을 처음 사 준 날의 꿈이었다. 나는 걱정 인형을 선물 받고 정말 좋아했다. 나에게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긴 날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친구에게는 어떤 비밀을 이야기해도 다음날 복도를 지나며 수군대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됐었다. 내 친구는 어느 누구에게도 심지어 나에게도 그 비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니까.

 

잠에서 깨자, 긴 시간 잊고 있었던 물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드림캐처.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것을 찾았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선물해 준 그 걱정 인형처럼 드림캐처와 내 2막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찾았다...”

 

샤워를 마치고 가장 먼저 드림캐처를 꺼내 침대 옆에 걸었다.

 

‘Nir..va...na’

 

조금 지워져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내 글씨였다.

 

이것을 처음 들고 집에 온 날, 내가 자는 동안 꾸는 좋은 꿈들이 모여 내가 원하는 꿈으로 데려다 주길 바라면서 이 글씨를 썼다.

 

나는 이제 가수 센서티로서의 2막을 시작하려 한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과 문화 속에서 더 제대로 움직이고 다시 한 번 꿈 너머의 꿈으로 가보려 한다.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하지만 자신 있게 멋지게 나아갈 것이다. 나를 위해 움직여 주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앞으로 잘 부탁해. 꿈 너머의 꿈 NIRV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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