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부문 - 캣월드

by 독하우스 posted Jun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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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잿빛으로 무너져 버린 폐허, 과거 사람의 문명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방치되어 곳곳에 식물의 덩굴로 뒤 덮인 건물들이 말해주고 있다. 간판에 편의점이라고 적힌 건물 안에서 한 남자가 사방을 둘러보고 있다.

여기도 남은 게 없는 것 같은데..” 남자는 무엇을 찾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오른쪽에 비치되어 있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선반의 꼭대기를 바라보더니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가 통조림을 집어 든다.

찾았다. 오늘은 먹을 수 있겠구나.”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어 진다. 그 때, 건물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황급히 통조림을 가방에 넣고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진열대 밑으로 몸을 숨긴다.

이윽고 사람의 발소리가 남자만이 있던 건물 안에서 울려 퍼진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남자는 항상 품에 넣고 다닌 칼을 꺼내어 거꾸로 잡고 당장이라도 내려 찍을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발소리가 막 모퉁이를 돌아 남자가 있는 진열대로 향하는 순간, 남자는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죽어라 시발 고양이 새끼야!” 남자가 그렇게 외치며 발소리의 주인을 내려 찍으려던 찰나의 순간, 남자는 발소리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소리의 주인은 남자가 말하였던 고양이가 아닌 어린 소년이었다. 어린 소년이 겁에 질린 양 같은 눈을 하고 그 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남자는 소년의 눈을 바라보았고 생기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는 이내 안심을 하고는 눈을 흘겨 소년이 들어온 출입구를 보고 소년 이외의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후, 소년의 가슴팍을 발로 차서 땅바닥에 제압하고 말을 하였다.

! 죽고 싶지 않으면 말 똑바로 하는게 좋을거다. 너 말고 다른 사람은 누가 있지?” 남자는 칼을 한 손에 꼬나 잡고 위협적인 어조로 소년에게 말을 하였다. 소년은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해! 당장!” 남자는 소년을 다그쳤다. 그러다가 남자는 소년의 벌린 입 사이로 혀를 보게 되었는데, 혀의 반이 뭉텅 잘려 나가 있었다. 소년의 잘려 나간 혀를 본 남자는 이내 소년의 소매를 걷어 소년의 팔에 찍힌 낙인을 보았다. 그 낙인은 우둘투둘한 글씨로 2 노동교화소라 말하고 있었다.

.. 교화소 출신이구나.. 고양이 놈들이 사람들 혀를 뽑는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그렇게 남자는 중얼거리며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밖에는 지금 누가 있지?” 남자가 말을 하자 이어 소년은 손을 쥐었다 피면서 아무도 없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남자는 소년의 손동작을 보고 출입구 너머를 한참을 지그시 보더니 이내 발을 치우고는 뒤로 물러섰다.

발로 찬 건 미안하다. 어떻게 거기서 탈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많이 겪었겠지. 먹을 걸 찾으러 왔다면 이미 늦었다. 여기는 내가 먼저 왔거든. 나도 몇 일동안 먹지 못했다. 너에게 나눠 줄 음식은 없어. 이 거리를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봐라라며 남자가 말을 하였다. 소년은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이더니 이내 뒤를 돌아 밖으로 부리나케 달아났다. 남자는 소년이 나간 문 방향을 지긋이 보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 향냄새 맡는 줄 알았네..”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푹 쉬고는 이내 가방에서 방금 전에 찾은 통조림을 꺼내 칼로 뚜껑을 따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통조림 소리가 요란하게 건물 안으로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 때,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이를 듣고는 고개를 들어 출입문을 보고는 한 소리 할 셈으로 입을 열었다가 이내 형체를 보고는 입을 다시 닫았다. 그것은 고양이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눈에 생기가 없는 사람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 였다. 남자는 다급하게 몸을 숨겼다.

- 고양이가 울음소리를 내자, 고양이가 타고 있던 사람의 입술이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와라눈에 생기가 없는 사람이 어눌하게 말을 하였다.

더러운 새끼 쥐는 이미 잡았다. 새끼 쥐가 여기서 도망쳐 나온 건 방금 봤다.” 고양이가 탄 사람이 한 손으로 방금 전에 도망쳐 나간 소년의 멱살을 잡고는 말을 하였다.

남자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저주의 말을 웅얼거렸다. 그러고는 생각하였다. 방금 전에 소년이 그렇게 눈에 띄게 달아나게 하면 안되었었다고 하지만 후회는 빨라도 늦은 법, 남자는 도망쳐 나갈 방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자신이 손에 쥔 칼을 보고는 생각 하였다. 고양이가 다가왔을 때 칼로 고양이를 찔러 죽인다면 달아날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는 숨을 죽이고 조용히 고양이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 옹 야- 옹 고양이가 연달아 울음소리를 내자 고양이가 올라타고 있던 사람은 이내 편의점 안으로 점점 걸어 들어오기 시작하며 남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남자는 고양이가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생각하던 남자가 이내 자신의 사정거리로 고양이가 들어오자 반드시 죽인 다는 생각으로 칼을 들어 고양이를 향해 내리 꽂았다. 하지만 남자의 손 짓은 가벼이 고양이가 탄 사람의 손에 의하여 막혔다. 그러고는 고양이는 야옹하며 울었다. 그러자 고양이가 탄 사람은 말을 하였다.

..너는..너는 손을 뽑아주마이 말을 듣자 손이 잡힌 남자의 동공은 이내 공포로 흔들렸다. 이윽고 고양이는 그 작은 눈을 크게 뜨고 뚫어져라 남자의 두 눈을 보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점점 의식이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그 때, 갑자기 의식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남자가 어찌 된 일인가 하여 보니 붙잡혀 있던 소년이 고양이가 최면을 걸기 위하여 집중을 하고 있던 틈을 타서 옆 선반에서 빈 깡통을 집어 던져서 고양이를 맞춘 것이었다. 깡통에 맞은 고양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고 남자는 이 틈을 타서 칼을 빼내 고양이의 부드러워 보이는 털 사이로 칼을 꽂아 넣었다.

미야-! 고양이의 애처로운 단말마가 사방 팔방 울려 퍼졌다. 남자가 고양이를 내려치자 산 송장같이 눈을 뜬 사람은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게거품을 내뿜으며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남자는 고양이의 털 사이에 박힌 칼을 재빨리 뽑아내며 소년에게 말하였다.

살고 싶으면 뛰어라 어서!” 남자는 소년에게 이 말을 던지자 마자 부리나케 편의점 뒤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소년은 잠시 어리둥절하다 이내 남자의 말을 듣고 같이 뛰기 시작하였다.

 

남자와 소년은 거리를 벗어나 한참을 뛰었다. 그들은 조금도 쉴 수 없었다. 다른 고양이들이 죽은 고양이의 단말마를 들었기 때문에 몰려들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달리던 소년은 순간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하여 그 자리에서 두 손을 무릎에 올리고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소년은 몇일 동안 먹을 것을 먹지 못한 채로 급격히 몸을 움직였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였다.  

..우웩소년은 빈 속인데도 마치 뱉어낼 것이 있는 것 마냥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자세가 무너져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남자는 소년을 무시하고 계속 가야 될지 아니면 쓰러진 소년을 엎고 잠시 몸을 피할 장소를 찾아야 될지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소년은 마치 이런 남자의 생각을 아는 듯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것처럼 손을 쭉 뻗기 시작했다. 갈등에 빠진 남자는 소년을 보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마음을 정한 듯 소년 쪽으로 걸어가 소년을 들쳐 매고 잠시 숨을 만한 곳을 찾기 시작하였다.

숨을 곳을 찾던 남자의 눈에 지하철 입구가 보였다. 남자는 품에서 작은 손전등을 꺼내서 안을 살펴보았다. 오랫동안 사람의 출입이 없었던 것처럼 계단에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안은 무너진 잔해가 여기저기 놓여져 있었다. 남자는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생각하였는지 소년을 데리고 잔해들을 피하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들어가던 남자의 눈에 오래전 기동을 멈춘 열차가 들어왔다. 남자는 열차 안으로 들어가 등에 엎은 소년을 열차의 좌석 위에 눕혔다. 소년을 눕힌 좌석의 위에는 노란색 글씨로 노약자석이라고 적혀 있었다. 남자는 이를 웃긴 듯 바라보고는 반대쪽 좌석에 누웠다. 남자 역시 갑작스럽게 몸을 움직였기에 피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몸을 뒤척이던 남자는 곧 잠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는 남자는 남자의 동생과 같이 짐을 싸고 있었다. 10년전 고양이가 인간의 사회를 전복하면서 사람들은 고양이의 인간사냥을 피해서 도망치는 난민이 되었다. 남자는 오랫동안 보관이 용이한 보존식품과 그리고 갈아입을 옷 몇 벌과 생존을 위한 칼이나 라이터 같은 물건을 가방에 넣고 있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빨리 움직여!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남자는 동생을 바라보며 외쳤다. 남자의 말을 들은 동생은 책장에서 사진앨범을 꺼내서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가방의 입구가 작아서 앨범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어떻게든 앨범을 집어넣으려고 남자의 동생이 용을 쓰던 사이에 짐을 다 챙긴 남자가 들어오더니 동생을 보고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 병신아 지금 뭐하냐? 니 눈에는 이게 필요해 보이냐?” 남자는 이렇게 말을 하며 동생의 손에서 앨범을 빼앗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남자의 동생은 자신의 형에게 돌아보며 항변할 것처럼 입을 열다가 이내 닫았다.

생존에 꼭 필요한 것만 넣어! 알았어? 너처럼 감상적으로 놀면 죽기 딱 좋으니까.” 남자는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남자의 동생은 입을 열어 대답하였다.

미안해 형라고 말한 동생은 고개를 숙였다. 이 모습을 본 남자는 동생에게 말하였다.

형만 믿어, 형이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줄게남자는 동생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데 동생의 얼굴에는 모자이크가 드리운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

.

.

!” 남자는 이내 꿈에서 깼다. 식은 땀이 남자의 몸 여기저기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남자는 머리를 감싸고 동생의 얼굴을 생각하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남자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하지만 동생의 얼굴은 그려지지 않았다. 남자는 충동적으로 열차의 벽을 향해서 머리를 내려쳤다. 내려치고 또 내려쳤다. 고통으로 그 생각이 지워질 때까지 내려쳤다. 진정이 된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옆을 보았다. 남자의 자해행위에 잠이 깬 소년이 겁에 질린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남자의 눈과 소년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소년의 눈에서 그립지만 이제는 기억에 흐릿한 형체를 보았다.

 

 

그래서 너 말고는 다 죽었다는거냐?” 남자는 소년이 땅바닥에 그린 그림을 보고는 되물었다. 소년은 그렇다고 끄덕이고는 남자가 준 통조림을 다시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였다. 남자가 소년의 투박한 손 그림을 이해한 바로는 소년은 인간저항군이 노동교화소를 공격했을 때 소년은 교화소의 사람들과 그리고 소년의 어머니와 같이 탈출을 했다가 하나 둘 고양이추격대에게 붙잡혔고 그리고 마지막에 소년의 어머니는 고양이들이 쏜 총에 맞아서 운명을 달리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홀로 남은 소년은 어머니를 잃은 상태로 전전긍긍하다 남자가 있었던 건물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다.

남자는 고개를 박고 밥을 먹는 소년을 홀로 두고 일어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지하철 역 주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하철 역에는 전쟁 초기에 사람들이 잠시 살았던 흔적들이 있었다. 그들이 썼었던 텐트들이 여기저기에 지금은 무너져 내려버린 상태로 있었고, 통조림 깡통과 과자 봉지들이 여기저기에 빛이 바랜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남자는 품에서 손전등을 꺼내 텐트들을 가로질러서 지하철 역을 샅샅이 비춰보며 걷기 시작하였다. 그 때 남자의 눈에는 벽에 그려져 있는 사람들의 글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벽에는 고양이들을 저주하는 글과 가족을 찾는 글 등이 있었다. 여러 가지 글들 중에서 남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인간저항군을 뜻하는 횃불 마크와 밑에 써진 참여하라는 문구였다. 남자는 그 앞에 생각에 빠진 듯 그 앞에 잠시 머물다가 다시 소년에게 돌아갔다.

남자가 다시 갔을 때 소년은 지하철이 신기한 듯 주위를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본 남자는 입을 떼 말을 시작하였다.

신기하니?” 남자가 말을 하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지하철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 갔다.

저건.. 사람들이 이동하기 위해서 사용하던 지하철이다.“ 남자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계속해 나갔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10년전만 해도 고양이가 아닌 사람들이 주인이였다. 이 땅 위의 모든 풍요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다. 네가 보는 이 지하철도 인간 번영의 많고 많은 상징들 중에 하나 일 뿐이야.” 남자가 말을 하니 소년은 남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소년의 이러한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과거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문명들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땅 속을 달리던 지하철, 물을 가르고 나아가는 배, 구름 위에서 새들과 같이 하늘을 노니는 비행기 까지..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자 소년의 두 눈동자는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렇게 신기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우리는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너는 태어날 때부터 사람들이 노예로 일하는 것 밖에 못 봤을 테니까. 전혀 몰랐겠지만.” 남자는 이 말을 하고 나서 잠시 생각을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인간끼리 뭉쳐서 사는 집단이 있다. 이 들은 과거 우리가 가졌던 것들을 일부나마 지금도 가지고 있지소년은 남자의 말을 경청하였다.

고양이들을 공격한 인간들을 지금도 기억하지? 자기들끼리 어떻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같이 살아남는 사람들은 그들을 저항군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들이 강원도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에 다른 생존자한테 들었다. 사실 너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나도 그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너의 이야기를 들으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나는 그들을 찾아가서 합류할 생각이다. 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너도 같이 데려가 주마.. 어떠냐?” 남자의 말을 들은 소년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였다.

거기에 도착하면 네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인간의 문명을 볼 수 있을거다. 그리고 또 지금처럼 굶주리는 일도 그리고 지금과 같이 고양이들에게 쫓겨서 죽기 전까지 몰리는 일도 없을거고.” 남자는 고민을 하는 소년을 설득할 요량으로 이야기를 꺼내었다. 하지만 이를 들은 소년이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남자는 소년에게 다가가 어깨를 양 손으로 붙잡고 설득하였다.

나만 믿어라, 내가.. 내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줄 테니까.” 소년에게 말을 하는 남자의 눈동자는 마치 이루지 못하였던 숙원을 이루려는 듯한 타오르는 열기로 차 있었다. 남자의 열기는 소년이 원하였던 원하지 않았던 소년 역시 삼켜버렸다.

색이 바랜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남자와 소년이 걸어 나가고 있다. 남자의 두 눈은 혹시 모를 고양이와의 조우에 대한 불안감과 짜증으로 가득 차 있는 반면, 소년의 두 눈은 호기심과 놀라움으로 빛난다. 그들은 지금 인간저항군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 인천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남자는 기름이 가득 찬 차를 구해서 속초까지 움직일 생각 이였으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기름을 찾을 수 없었다. 과거 인간의 문명에 끝이 도달한 이후에 남아있던 것들은 살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이미 다 썼던가 아니면 고양이들의 수중에 넘어 간지 오래였다. 여러 주유소를 들려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고, 남자는 자신이 확인하지 못한 마지막 주유소에 희망을 걸고 소년과 향하고 있었다.

수 많은 인간들로 북적거렸던 도시에 이제 발을 붙이고 서있는 인간은 남자와 소년 단 둘이었다. 인간문명의 끝을 비웃는건지 야속하게도 새들이 그들 위에서 마치 웃음소리처럼 울고 있었다.

"멍청한 새대가리 새끼들" 남자는 머리 위에서 우는 새들을 보며 욕지거리를 하였다. 그의 곤두선 심기는 주변의 모든 상황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의 눈에 투사가 되었다. 남자의 욕지거리를 들은 소년은 관심을 가지고 까치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땅을 바라본다. 소년에게는 아직까지 남자와 같이 다니는 것이 편하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자신의 불안한 심기를 표현하며 걸어가던 남자와 소년은 어느 새 목적지인 주유소에 도착하였고 남자는 염려가 담긴 한 숨을 푹 쉬며 옆의 소년에게 말하였다.

".. 내 옆에 딱 붙어있어라. 저 주유소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말을 끝낸 남자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서 역방향으로 손에 거머 쥐었다. 남자의 이런 걱정은 혹시 있을지 모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 고양이들로 인한 것 이였다.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사회는 있었고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지 못한 일부 고양이들은 마치 인간 부랑자들처럼 여기저기를 떠돌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렇다고 방심을 할 수는 없었는데, 이는 어느 순간 모든 고양이들이 가지게 된 강력한 최면능력 때문 이였다. 사람마다의 최면에 대한 저항능력이 다르나, 대부분의 인간들은 고양이들의 최면 앞에서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남자는 거리를 둔 상태로 주유소를 둘러보았고 이후 크게 눈에 보이는 위험사항이 없어 보이자 가까이 다가가 주유기를 뽑아서 기름의 유무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앞의 주유소들과 마찬가지로 단 한방울의 기름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좆같은.." 남자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지금 확인 한 곳이 마지막 남은 주유소이기 때문에, 만약에 기름을 구하지 못한다면 남자와 소년은 꼼짝없이 속초까지 걸어가야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남자는 주유기를 다시 제 자리에 집어 놓고 혹시 있을지 모를 남은 기름을 찾기 위하여 주유소 내부를 둘러보기로 생각하였다.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주유소의 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그 잠시의 순간에도 긴장의 끈을 조금도 놓지 않았는데, 이는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잠시의 방심이 곧 죽음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딸랑" 귀를 간지럽히는 듯한 종소리가 가게 안으로 울려 퍼지며 남자를 반겼다. 남자는 소년에게 바깥에서 망을 보게 하고 주유소의 안을 살펴보았다. 메인 홀에는 아무 것도 없음을 확인한 남자는 차례대로 내부의 문을 다 열어봐서 혹시 모를 위험요소를 전부 체크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마지막 다용도실의 문을 열었고 그 곳에서 남자는 눈이 빠지게 찾던 기름을 발견하게 되었다.

남자는 얼마나 기름이 남았는지 확인해볼 요량으로 기름통을 손에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기름이 찰랑거리는 소리로 다용도실을 채웠다. 이 정도의 양이라면 속초까지 향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소년이 남자가 있는 다용도실로 급하게 뛰어들어왔다.

소년이 말을 하지는 못하였지만 소년의 겁먹은 표정은 이미 말을 하는 것 이상으로 남자에게 상황을 잘 설명하였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다용도실 너머로 머리를 내밀었다. 고양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고양이들이었다. 고양이의 숫자는 한 눈으로 봐도 5마리가 넘어갔다.

남자는 즉시 탈출을 위한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선반 너머를 살펴보니 다용도실에는 작지만 바깥으로 난 창문이 있었다. 남자는 소년에게 기름통을 건네 주고 창문을 넘어서 먼저 나가게 하였다.

소년이 작은 신장으로 인하여 창문을 넘어가지 못하자 남자는 밑에서 소년의 발을 바쳐주었다.

자 내가 바쳐줄 테니까 빨리 올라가라, 어서! “ 소년이 성공적으로 넘어가고 난 후에 남자 역시 소년을 뒤 따라서 창문을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남자가 창문을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고양이 한 마리가 다용도실에 들어섰다.

"냐아아악" 남자와 소년이 창문을 넘어가는 것을 발견한 고양이가 귀가 찢어지는 듯한 큰 소리로 울음을 내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주유소 안에서 울려 퍼지자 남자와 소년은 그 자리에서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기름 이리 줘! 어서!" 창문을 완전히 넘어가 달리기 시작한 남자는 소년이 기름통의 무게 때문에 쳐지는 것을 보았고, 이에 소년의 품에서 기름통을 가져와서 소년의 페이스를 자신에게 맞추었다.

남자는 뒤를 보았다. 아직 고양이들이 쫓아오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왜냐하면 고양이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더 빨리 뛸 수 있기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고 하여도 금방 따라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서 숨을 만한 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그들은 도로 위를 뛰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곳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여기저기 눈을 돌리며 숨을 만한 장소를 모색하고 있는데, 남자는 갑자기 소년이 옷깃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유독 빨리 뛰는 고양이 한마리가 작은 발을 재빨리 움직여 뒤 쫓아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씨발! 뛰어 계속!" 남자는 소년에게 소리치며 발을 더 빨리 놀리기 시작하였다. 아직 고양이와의 거리가 있기는 하였지만 고양이의 속도를 생각해보면 잡히는 것은 정말로 시간문제였다. 남자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렇게 뛰던 남자와 소년의 앞에서 낡은 오토바이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토바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니 오토바이 한 대가 가드레일을 박은 상태로 옆에 세워져 있는 것이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 남자와 소년에겐 이제 선택지가 없었다. 저 오토바이가 움직일 지 움직이지 않을지는 몰랐지만 시도를 해보는 것 만이 그들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답이었다.

남자는 오토바이를 살펴 보았다. 다행히 차 키는 꽂혀져 있었지만, 남은 기름을 표시하는 등은 매정하게도 0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자는 다급히 주유구를 열어 젖혀 기름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소년에게 소리쳤다.

"어서 시동을 켜라! 어서!" 남자의 말을 들은 소년은 오토바이에 엉거주춤 올라타 키를 돌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남자는 저 너머에서 보이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보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사색이 된 남자는 오토바이의 키를 소년의 손에서 가져와 시동을 켜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맥이 빠지는 푸르르 소리만을 사방에 내질렀다.

선두로 달려온 고양이 한 마리가 이제는 일행과의 거리가 20m가 채 되지 않았다. 남자는 가까워지는 고양이를 보고는 이내 마음을 굳히고 소년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눈 감고 소리가 날 때까지 계속 키를 돌려라. 내가 시간을 벌어 볼 테니 멈추지 말아라." 남자는 말을 끝내고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었고 고양이의 최면에서부터 방어하기 위하여 눈을 감았다.

고양이가 남자 앞에 섰다. 최면을 쓸 수 없는 상대에게 섣불리 달려들면 죽을 것을 고양이가 인지하고 있기에 고양이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 명과 한 마리가 둘 사이에 조그마한 틈을 두고 피가 말리는 대치를 하였다.

시간은 고양이의 편에 서있음을 안 남자가 몸을 먼저 움직여 칼을 휘둘렀다. 칼을 휘둘러 나선을 그렸으나, 재빠른 고양이가 그런 눈 먼 칼에 맞을 리가 없었다. 남자의 헛휘두름을 피한 고양이는 그대로 남자의 등에 매달렸고 날카로운 이빨을 남자의 목덜미에 가져다 대어 사정없이 남자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시작하였다. 남자의 목은 마치 미처 잠그지 못한 수도꼭지가 물을 졸졸 흘리는 것처럼 피를 흘러나왔다.

"아아 이 시발년이 진짜!" 남자는 고통에 소리 치며 고양이를 떼어 내기 위하여 손을 뻗었다. 고양이는 빠른 몸놀림으로 남자의 손길을 피하였다.

그렇게 한 동안 등을 더듬던 남자는 결국 촉감이 뭉실뭉실한 무언가를 잡았다. 남자는 힘차게 그것을 잡고 옆의 가드레일로 180도 휘둘렀다. 남자에게 꼬리를 잡힌 고양이는 마치 땅에서 막 뽑힌 무처럼 시원하게 남자의 등에서 뽑혀 허공에서 원을 한번 그리고는 그대로 가드레일에 부딪혀 배 안이 터졌다.

"!" 속이 터져서 땅바닥에 떨어진 고양이는 입에서 피거품을 물고는 한동안을 부들부들 떨더니 그대로 눈을 뜬 채로 죽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봤다. 후속대로 뛰어오는 고양이들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부르르릉" 소년이 열심히 돌리던 오토바이가 마침내 엔진소리를 폭탄이 터지듯이 시원하게 내기 시작하였고, 남자는 목에서 난 상처를 한 손으로 짚고는 소년에게 터덜터덜 걸어와 뒤로 가라고 말하고는 오토바이의 좌석에 앉아서 핸들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뿌지지직!" 오토바이의 바퀴가 방금 전에 절명한 고양이의 몸을 기괴한 소리를 내며 밞고 지나갔다.

그렇게 오토바이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고 오토바이는 도로 위를 시원히 달리며 앞에서 달려오던 고양이들을 마주하였다. 황소같이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본 고양이들은 옆으로 피하기 시작하였다.

"퍼드득" 미처 고양이를 피하지 못한 한 마리는 불운하게도 오토바이의 바퀴에 깔려 고기 갈리는 소리를 내며 운명을 달리하였다.

남자는 목에 난 상처로 인하여 정신이 흐릿하였지만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소년은 그런 남자의 몸통을 잡은 채로 터질 것만 같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악몽과 다름없었던 고양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남자와 소년은 이미 춘천에 도착을 하였지만 더 나아갈 수 없었다. 고양이에게 물어뜯긴 상처가 악화되어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에게는 휴식이 필요하였다. 그렇게 남자와 소년은 잠시 머물 만한 장소를 찾아서 쉬고 있었다.

"..." 방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소년은 말을 하지 못하였고 남자는 감염으로 인하여 목에서부터 올라오는 타오르는 듯한 고통으로 인하여 말할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이대로 상처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약을 찾아야 될 것 같다. 이대로는 오래 견디지 못할거야." 남자가 소년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남자의 말을 들은 소년은 남자를 보며 그러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되냐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너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 소년은 양 손을 움직여 자신을 혼자 내버리지 말라는 뜻을 남자에게 전하였다.

"넌 여기있어! 내가 그렇게 정했다." 남자는 소년을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여기가 안전해. 여기서 기다려라." 남자는 강한 명령조로 소년에게 말을 하였고, 소년은 이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거야. 무조건 돌아올 테니 나만 기다려." 말을 마친 남자는 외투를 몸에 걸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어 나갔다. 소년은 남자가 나간 방향을 한참동안 응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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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진다.. 지금보다 더 추워지기 전에 속초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남자는 외투를 여미며 말을 하였다. 남자의 말이 맞았다. 시기상으로는 이제 곧 겨울이 찾아온다. 그러기에 하루 빨리 속초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남자와 소년은 한파속에서 고생 내지 죽음을 맞이할 것이 확실하였다.

남자는 약국을 찾기 위하여 사방을 둘러봤다. 그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상처의 악화를 막아줄 항생제였다. 약국을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또한 약국이 있다고 하여도 항생제가 남아 있을지 의문 이였고 또한 항생제가 남자의 상처에 확실하게 도와줄지도 의문 이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항생제를 찾는 것만이 남자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 이였다.

"고양이새끼들 때문에.. 시발..시발.." 남자는 주체할 수 없는 화를 고양이들에게 쏟았다. 그렇게 라도 화를 분출하지 못하면 남자 스스로가 견디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의 분노는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였다.

멀리 가지 않아서 길 하나 너머로 약국이 보였다. 여기저기 창문이 깨져 있어서 큰 기대가 되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그 곳으로 향하였다.

남자가 안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몇 차례나 털린 듯 약국의 선반에는 거의 남은 것이 없었다. 남자는 선반을 샅샅이 찾아보고 혹시 몰라 바닥 역시 찾아봤다. 지금까지 남자에게 너무나 불운만 찾아왔었기에 하늘에서 상이라도 주는건지 항생제 한 통이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것을 남자는 볼 수 있었다.

이상하게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는 약을 주웠다. 남자는 소매를 이용하여 약 통의 겉 면에 묻어있는 먼지를 닦았다.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10'

유통기한은 지냈지만 지금의 남자에겐 없는 것보다는 나을 터, 남자는 뚜껑을 열어서 항생제를 덜어내서 그대로 입으로 털어냈다.

플라시보 효과인지 아니면 항생제의 약효가 빨리 올라오는 것인지, 목덜미의 고통이 덜해지는 것만 같았다. 남자는 주변에서 식량을 찾아보고 바로 속초로 향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사람의 비명소리가 도심으로 울려 퍼졌다. 남자는 귀를 기울여서 이 목소리가 소년의 목소리인지에 대한 여부와 또한 어느 방향에서 울렸는지 파악을 하였다. 목소리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온 것 같았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이 확실하지 않았다.

남자에게는 두가지 선택이 있었다. 첫번째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확실하지 않으니, 숙소로 들려서 소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나 이 경우에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소년이라면 너무 늦을 수도 있었다.

두번째로는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만약에 소년이 그곳에 있다면 구출을 하면 되는 상황 이였으나, 만약에 소년이 아니라면 남자는 스스로를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는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이기에 남자는 갈등을 하였다.

잠시 머무르던 남자는 이내 발을 옮겼다. 일단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으로 향하기로 한 것이다. 남자는 몸을 낮춰서 주위를 살피며 앞으로 나아갔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과 그리고 그 연기와 같이 지방이 타기 시작하는 묘한 고기냄새가 났다.

남자가 조금 더 거리를 좁히자 비명소리가 다시 한번 들리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악!"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욱 가까이 다가간 남자는 이내 비명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남자와 같이 다니는 소년이 아니었다. 허나 소년 나이의 또래였다. 소년은 양 발이 줄에 묶인 채 나무에서부터 거꾸로 매달려 고양이에게 조정을 당하는 인간에게 몽둥이질을 당하고 있었다.

남자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그 옆에는 펼쳐지는 더 참혹한 현장이었다. 배가 갈려서 죽은 사람들이 꼬치에 꿰어져 불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별미로 즐긴다는 식인이였다.

"..기는..때려....연해....너도..알지?"

고양이에게 조정 당하는 인간이 어눌하게 매를 맞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인간 도축에 남자는 소름이 돋았다. 그러다가 남자는 고양이의 뒤에 있는 포대를 발견 하였다.

고양이의 뒷발치에는 꼬치에 끼워 먹을 요량으로 가져다 놓은 것처럼 보이는 옥수수가 가득 찬 마대자루가 놓여있었다.

남자는 저 옥수수가 필요했다. 속초에 있는 저항군들을 찾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 이였다.

남자는 몇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지 살펴봤다. 현재로서는 남자의 눈에 보이는 고양이라고는 소년을 몽둥이질 하고 있는 고양이 단 한 마리였다. 남자는 고양이가 소년을 몽둥이찜질하는데 정신이 팔린 사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고양이의 뒤로 움직이기로 시작하였다.

"끄아아악!! 디뱔..!! 개댁기야!!" 고양이의 몽둥이가 소년을 내려칠 때마다 소년은 저주의 말을 고양이에게 퍼부었다.

"..있어...져라..." 소년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남자는 고양이가 남자를 발견하지 못한 사이에 재빨리 움직여서 고양이의 주둥이를 한 손으로 막고 다른 한손으로는 고양이의 등에 칼을 쑤셔 박았다.

"..!!!" 고양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털 사이로 빠져나온 쇠붙이를 바라보았다. 남자가 입을 손으로 막았기에 별다른 소리를 내지도 못하였다.

'찌걱!' 고양이의 몸이 심히 뒤틀리면서 소름이 돋는 고기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

".... " 남자는 고양이를 죽이자 마자 바로 옥수수 포대를 매고 달아날 준비를 하였다. 그러자 남자의 뒤에서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살려조.." 퉁퉁 부어서 도저히 원형을 찾을 수 없는 얼굴을 가지고 나무에 매달린 소년은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남자는 소년을 풀어줘도 멀리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 하였으나, 남자는 소년을 줄에서 풀어줬다. 그리고는 옥수수를 등에 매고는 말하였다.

"알아서 갈길 가라." 남자의 말을 들은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꼬치에 꿰여 불타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주저 앉았다.

"어마..어마.." 소년은 울며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남자는 우는 소년을 뒤로 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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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아악!" 그렇게 한참을 걸어오다가 남자는 그가 걸어왔던 방향으로 어린 소년의 단말마가 울려퍼짐을 들었다. 아까 그 소년이 분명하였다.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가 죽은 것이였다.

"멍청한 놈.." 남자는 착잡한 마음을 가지고 중얼거리며 소년이 있는 숙소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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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숙소로 돌아오자 마자 소년에게 짐을 싸라고 말을 하였다. 그들은 서둘러야 했다. 자신들의 동료 고양이가 죽은 것을 알아챈 고양이들은 이 거리를 샅샅이 뒤질 것이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곳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짐을 전부 챙긴 남자와 소년은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오토바이가 시원한 소리를 내며 앞을 향하여 질주하였다.

이제 정말 속초가 멀지 않았다.

눈송이가 떨어진다. 하늘에서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눈송이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여기저기 터진 누더기 위로 떨어진다. 한 개의 큰 누더기와 그리고 다른 한개의 작은 누더기. 두 누더기가 눈이 쌓인 땅을 사박사박 소리를 내며 걸어가고 있다. 

그들이 이미 속초에 도착한 지 한달이 넘었다. 인간저항군이 속초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남자는 소년을 머나먼 속초까지 이끌고 왔다. 허나, 이미 한달이라는 시간을 저항군을 찾는 데에만 썼다. 남자의 머리 한 켠에는 이미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느라 허비한 시간 때문에 남자는 희망을 놓지 못하였다.

소년이 남자의 옷깃을 잡았다. 남자는 지친 얼굴을 하고 소년을 돌아봤다. 소년은 비록 말을 하지 못하였지만 마치 깊은 우물처럼 끝없이 쳐진 눈동자는 무언의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 시간 낭비라고 말하고 싶은거냐?" 남자가 따가운 말을 소년에게 던졌다.

"내가 들었다. 살아남은 인간들이 속초에서 있다고. 인간들이 살아남았다면 속초에 있을 거라고. 그들은 여기 있어. 다만 우리가 아직 못 찾았을 뿐이다. 걱정마라 내가 생각할 땐 오늘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는 똑같은 말을 몇 주째 소년에게 던지고 있었다. 소년의 눈에서는 이미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 남자의 꺼지지 않는 집착은 이내 광기의 화마가 되어 소년을 장작 삼아 집어 삼킨 지 오래였다.

"..." 혼자서 생존하지 못하는 소년은 남자의 뜻에 반할 수 없다. 소년은 이내 다시 남자의 옷깃을 놓고 남자와 걷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다시 걸었을까, 하늘 위의 해가 어둑어둑 해졌다. 남자는 저녁에 무리하게 움직여서 체온을 낮추는 행위는 생존에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소년과 같이 근처에 있는 민가로 향하였다.

'드르륵' 창문을 열고 남자가 안을 둘러봤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역시 안에는 남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어서 남자는 고양이들의 흔적이 남아있는지 확인을 하였고, 주위의 가구를 부셔서 장작으로 만들었다.

"꼬마야 가서 이 시트로 창문을 가려라." 남자는 소년에게 시트를 건넸고 소년은 이를 받아 불빛이 세어 나갈 만한 모든 창문을 막았다.

'타닥..타닥..' 남자가 불을 붙인 장작은 춤추는 새빨간 불꽃을 피워냈다. 불꽃이 추는 춤은 현란해 보이기 까지 하였다.

'꼬로로록..' 음식다운 음식을 먹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늘 먹은 것이라 고는 남자가 그간의 경험으로 배운 식용 풀뿌리 몇개. 이는 성인남자의 비대한 위장을 채워주지는 못하였다. 소년 역시 남자와 똑같은 허기를 느꼈지만 이내 허기를 조용히 죽이고 불타는 장작 옆에서 잠을 청하였다.

남자는 누워있는 소년을 한동안 물끄러미 보더니 이내 잠에 빠졌다. 그리고 남자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남자와 동생이 함께 허겁지겁 무언가로부터 달아나고 있었다.

"!! ! 형이 안전하다고 말했잖아!" 동생이 남자에게 소리쳤다.

"그래! 아까 까지는 아무것도 없었어! 안전했다고! 고양이새끼들이 갑자기 그렇게 들이칠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 그러니까 닥치고 달리기나 해!" 남자는 동생에게 소리치며 도심지를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형제의 뒤를 고양이들이 맹렬하게 추격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는 두 명 다 잡힐 것이 뻔하였다. 남자는 오랜 달리기로 죽을 것만 같은 얼굴을 생각을 하다 이내 동생을 보며 말하였다.

"우리, 갈라지자! 저기 갈림길 보이지? 네가 왼쪽으로 가라 내가 오른쪽으로 갈테니까. 어차피 우리 둘이서 같이 뛰면 결국에 우리 둘다 붙잡혀서 끝날 게 뻔하다. 차라리 이게 나아 잘하면 우리 둘 다 살 수 있어. 알겠지?" 남자가 말하였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형! 형이 나보다 훨씬 잘 뛰잖아! 고양이새끼들이 나한테 붙을게 뻔한데! 처음부터 형이 가자고 해서 간거였어! 근데 이렇게 나를 버린다고? 나도 형이 지금까지 뒤통수쳤던 사람들처럼 버린다고 이렇게? 형이 사람이야?" 동생은 저주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그냥! 저 쪽으로 가! 안 잡힐 수 있으니까! 가라고!" 남자는 버럭 성을 내며 뛰면서 동생을 옆으로 밀었다. 그런데, 남자의 동생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 ! 같이 가! !" 넘어진 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아둥바둥 애를 썼다. 남자는 넘어진 자신의 동생을 도와주려 하였으나 이미 고양이들이 발치까지 다가왔다.

"일부러 이런게 아니야..미안..미안하다!" 남자는 다시 몸을 돌려서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동생이 남자의 등 뒤에서 절규에 찬 비명을 질렀다. 동생의 절규는 이내 비명으로 바뀌었다.

'일부러 그런게 아니야.. 일부러 그런게 아니야..' 남자는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기억은 목에 차는 칼이 되어 남자를 옥죄었다. 이 기억을 잊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꿈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남자는 동생의 얼굴을 보았다. 동생의 얼굴은 지금까지의 꿈들처럼 모자이크가 드려내려 있어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동생은 그렇게 죽었다. 남자는 꿈에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주저 앉는다. 구원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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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잠에서 깼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고 있는 소년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스스로 되새겼다. 소년을 꼭 안전한 장소로 데려 다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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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해가 밝았다. 남자는 분주히 소년을 깨워서 길을 갔다. 날씨가 더욱 더 추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을 찾아서 다시 길을 떠난 소년은 남자를 보며 배가 고프다는 뜻으로 배를 문질렀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겨울이 오면서 먹을 수 있는 식용식물들은 점점 더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오늘따라 남자는 더 그렇게 느껴졌다.

먹을 것을 찾던 남자와 소년은 들판에서 잘 먹어서 살집이 큰 회색토끼를 보았다. 남자는 즉시 사냥준비를 시작하였다. 품에서는 칼을 빼 들고, 소리를 죽여 토끼 뒤로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사냥에서 서두르는 것이 독이 되는 것을 알기에 차근차근 다가갔다.

소년은 남자에게 보조를 맞춰서 옆을 걸어왔다. 하지만 남자와는 다르게 익숙하지 않은 소년으로 인하여 토끼가 그들을 눈치채고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따라와!” 남자는 소년에게 말하고 토끼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토끼가 빠르기는 하였지만 쫓아가지 못할 속도는 아니였다. 그렇게 뛰던 토끼가 민가를 끼고 있는 골목사이로 달아났다.

남자는 생존을 위해서는 뭐가 있을지 모르는 곳에서 함부로 뛰어다님을 알기에 아쉽지만 추격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소년에게 토끼를 쫓아가지 말라고 말을 하려고 소년 쪽을 바라보았는데, 소년은 그 사이에 이미 토끼를 쫓아서 골목길로 들어갔다.

! 빨리 와! 그렇게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랬지?” 남자가 소년 쪽을 바라보며 소리치며 소년이 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잠시 걸었을까, 골목길에 도착한 남자는 소년을 찾기 시작했다. 골목길은 마치 미노타우르스의 미궁처럼 길과 길이 여기저기로 뻗쳐 있었다. 남자는 소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골목을 들어간 남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자세를 낮추고 칼을 꺼냈다.

그렇게 잠시를 걷던 남자는 앞 너머로 사람들 끼리 추격전을 하는 것 같은 작은 소리를 들었다. 남자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느꼈다. 남자는 숨을 죽이고 소리의 근원지로 천천히 다가갔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남자의 생각이 맞았다. 사람을 탄 고양이가 한 손에는 소년이 쫓 던 토끼의 귀를 붙잡고 있었으며, 다른 한손으로는 소년의 목을 잡고 있었다.

이런 씨발..” 남자는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를 생각하였다.

“..날뛰..어라.... 그래야..잡는..맛이..난다..” 고양이가 비열하게 야옹거리며 손으로 목을 잡힌 소년을 보며 즐거워하였다. 고양이는 소년에게 최면조차 걸지 않았다. 소년의 육체적 능력이 약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다 잡은 사냥감을 앞에 놔두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습성 때문이었다.

......” 고양이가 마치 목을 부러뜨리려는 것처럼 소년의 목을 쥐었다. 소년의 얼굴에서 금세 불이 꺼질 것 같은 장작들처럼 핏기가 옅어지고 있었다.

남자는 직감하였다. 저 고양이는 곧 마치 성냥개비처럼 소년의 목을 부셔버릴 것이라고.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남자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굳히고 행동으로 옮겼다.

!! 씨발놈아!!” 남자는 소리를 치며 고양이에게 달려 들였다. 남자의 외침을 들은 고양이는 깜짝 놀라서 제 자리에서 펄쩍 뛰며 남자를 바라봤다.

고양이는 남자를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사냥감인 인간이 지금까지 이렇게 나왔던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고양이의 시선을 자신에게 이끈 후에 고양이의 눈을 마주치지 않게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고양이에게 돌진하였다.

사냥감의 이런 의외성은 고양이를 당황하게 하였고, 남자의 몸통박치기는 고양이가 타고 있는 사람에게 직격하였다. 고양이는 주춤하였고, 남자의 이 행동으로 인하여 잡고 있었던 토끼와 소년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고양이는 아직도 두 발을 붙이고 땅 위에 서있었다.

가 빨리! 달아나!” 남자는 고양이를 뒤로 하고 도망가는 것이 힘들다고 또한 한명은 남아서 고양이의 발을 묶어줘야 된다고 생각하였다.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소년이 잠시 켁켁거리며 숨을 고르며 남자를 보았다.

빨리 가라고 이 등신아! 나 믿지? 곧 따라갈 테니까 먼저 달아나라. 내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약속했지? 나 안 죽으니까 걱정말고 빨리 가!” 남자는 고양이가 탄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온 몸으로 막았다.

남자의 외침을 들은 소년은 잠시 주저하다가 이내 달아났다. 소년의 두 눈에서는 미안함으로 인한 것인지 공포로 인한 것인지 모를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제 죽을 것이 뻔한 남자는 이상하게도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그 찰나의 순간에 마음의 평안을 얻은 것만 같았다.

니가..대신..죽어....” 남자의 돌발행동으로 인하여 소년을 잃은 고양이는 분노에 찬 얼굴을 하며 그대로 자신이 탄 사람을 조종하여 남자의 목을 손 날로 내려쳤다.

뿌지직남자의 목은 마치 삶은 고구마가 양 쪽으로 갈라지듯이 쉽게 뜯어져 나갔다.

몸에서 떨어져 나간 남자의 머리는 아직도 의식이 있었다.

죽어가는 그의 얼굴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나 당황보다는 왠지 모를 미소가 돌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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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 눈물로 인하여 앞이 보이지 않으면 소매를 들어서 눈물을 닦고 다시 달렸다. 그렇게 뛰던 소년은 이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진 소년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상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 구름은 하늘에서 제 갈 길을 가고 있으며 눈은 남자의 죽음에 마치 축배를 드는 것처럼 야속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소년은 두 손을 짚어 땅에서 일어나 너머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소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소년은 두 눈을 다시 소매로 닦아 그 형체를 응시하였다. 그것은 사람의 형체였다. 사람들이 소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인 것은 확실하였다.

소년은 다가오는 형체들을 그렇게 응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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