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금붕어>

by 하나둘셎 posted Nov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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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뽀글. 꼬르르-.

이제 우리 반에서도 금붕어를 키우기로 했다. 거기서 나는 산소 발생기 소리다. 뽀글뽀글. 꼬르르-. 사춘기 여자애들이라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지 옆 반에는 구피를 키우더라 우리는 금붕어를 키우자하며 어항이며 먹이며 이걸 사자 저걸 사자 이야기하더니 결국 키우게 된 것이다. 심지어 금붕어 먹이 당번까지 정하게 되었다. 손가락으로 어항을 톡톡 건드리기도 하고 손가락을 어항 안에 담갔다 빼는 아이도 있었다. 금붕어는 붉은 색이였다. 주황빛이 살짝 섞인 붉은색. 지느러미를 흐늘흐늘거리며 헤엄치는 금붕어. 귀엽다는 애들도 있었지만 난 금붕어가 싫었다. 눈을 계속 뜨고 뻐끔뻐끔. 잘 때에도 눈을 뜨고 자고 항상 눈을 뜬다. 난 그 눈이 싫었다. 그리고 금붕어는 기억력이 3초라고 하던데 징그럽고 멍청한 걸 왜 좋아하나 싶었다. 그래도 금붕어를 싫어하는 티를 내진 않았다. 금붕어가 싫다고 징그럽다 뭐 그런 소리를 했다가 딱히 여자애들한테 미움 받기는 싫었으니까.

 

우리 반에 원래 금붕어가 있었다. 지금도 있고. 원우는 눈만 꿈뻑꿈뻑거리고 말도 없는. 머리도 안 좋아서 금붕어라고 부른다. 원우는 그냥 반에 한 명씩 있는 괴롭힘 당하는 애다. 그래도 반 애들 다 괴롭히는 건 아니다. 때리는 건 준후네 애들밖에 없으니까. 학교 안에서만 맞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저번 주 주말에 대현상가 3층에 있는 피시방에 가다 상가 화장실에서 맞는 원우를 봤으니까. 일부러 보려던 건 아니다. 화장실이 내가 가는 길에 있었다. 화장실 앞 유리문을 통해 꼬구라진 원우와 눈이 마주쳤다. 도와달라는 건지 그냥 해탈한 건지 내가 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동안 원우는 날 계속 바라봤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단지 한 가지 생각은 들었다. 참 멍청한 게 금붕어랑 닮았구나.

점심 시간이였다. 교실 문을 들어가니 시끄러웠다. 뭐 새삼. 또 준후네 애들이 괴롭히고 있겠지. 준후는 자기가 다니는 체육관에서 배웠다며 복싱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당연히 원우는 샌드백. 근데 그날따라 원우가 준후가 원하는 반응이 아니라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준후의 기분을 건드렸나보다. 준후가 교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어항을 가져왔다.

, 먹어봐.”

반 애들의 눈이 커졌다. 원우는 놀란 눈을 했지만 아무대꾸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다. 그 행동이 준후를 더 화나게 만들었는지 원우의 머리채를 잡았다.

먹어 보라고. 친구가 이렇게 먹으라고 직접 가져다 줬는데 왜 안 먹어? . 직접 쳐 먹여줘야 먹으려나?”

준후가 손을 뻗어 어항 안에 집어넣었다. 금붕어를 잡는 준후의 손가락이 마치 갈고리 같았다. 준후네 애들이 원우를 잡았다.

입벌려

준후가 원우의 입을 억지로 벌리며 금붕어를 쑤셔 넣었다.

우웁,

원우가 세게 발버둥 칠수록 금붕어도 더욱 파닥거렸다.

찰칵

찰칵소리가 들린 곳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순간 누구라 할 것 없이 반 아이들의 손에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찰칵, 찰칵, 찰칵,찰칵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역겨움과 구역질이 몰려왔다. 구역질을 참으며 나는 교실 밖으로 도망쳤다.

 

결국 학원도 안가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정신을 차려 창 밖을 바라보니 벌써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문득 가방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라도 쐴 겸 가지러 가야겠다.’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밤이 되니 쌀쌀해진 날씨에 외투라도 걸칠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짱을 끼고 걷다보니 학교에 도착했다. 모든 교실에 불이 꺼져 깜깜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우리 반 교실로 시선을 향했다. 누군가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교실을 바라보니 누군가 창문에 걸터앉아있다.

설마..’

나는 바로 교실을 향해 뛰었다.

거칠게 교실 문을 열었지만 교실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창문도 다 닫혀있었다.

분명 원우가 있었는데.’

뽀글뽀글. 꼬르르-.

산소 발생기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어항 속에 금붕어는 없는데도 코드가 계속 꼽혀 있었나보다. 갑자기 소름이 끼친다.

가방만 빨리 챙겨 나오자.’

가방을 가지러 책상 쪽으로 몸을 돌리자 바닥에 있는 금붕어가 보였다. 여전히 눈을 뜨고 있어서 금붕어가 뻐끔 뻐끔거리며 나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 봤으면서 왜 모르는 척 했어?’

나만 모른 척 한 거 아니야.’

너도 나랑 똑같아.’

한참을 금붕어만 바라보다 가방 안에서 노트를 꺼내 한 장 찢어냈다. 그리고 그 위에 금붕어를 올리고 학교 뒤에 있는 화단으로 향했다. 작은 구덩이를 파서 금붕어를 묻어주었다.

고양이가 물어가진 않겠지.’

무릎을 털고 자리를 떴다.

 

다음날, 원우는 학교에 오지 않았고 금붕어도 더 이상 교실에 없었다. 그런데 반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원래 둘 다 없었던 것처럼. 아무도 원우나 금붕어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선생님께서도 나에게 왜 어제 말도 없이 조퇴를 했냐며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오라고 말씀만 하셨다. 수업 내내 금붕어가 나에게 한 말만 생각했다. 도대체 뭐가 똑같은지. 고개를 돌려 바라본 창문에 내가 비췄다. 머리에 말이 맴돈다.

다 봤으면서 왜 모르는 척 했어?’

아 다 봤으면서 모르는 척, 눈 뜨고 바라봤으면서 잊은 척. 기억 안 나는 척. 난 금붕어구나. 어항 안에서 다 보고 있었던 금붕어랑 똑같구나. 어쩌면 난 원래 금붕어가 아니라 일부러 금붕어가 되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 보고도, 알고도 잊어버리는 금붕어가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 난 기억하는 금붕어다. 계속 금붕어로 남아 있을지, 금붕어에서 벗어날지. 금붕어가 헤엄치며 교무실로 다가간다. 금붕어가 입을 연다.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뻐끔 뻐끔.




윤세지

seum15@naver.com

010-5509-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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