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차 공모전_코드명0042

by 삽살이 posted Jan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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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명0042

R2-44A는 탐사로봇이다. 그가 하는 일은 두 개의 원형발로 땅을 지나다니면서 재료성분을 채취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모델은 총 5142대가 있는데 그는 A지구 부품생산소에서 42번째 조립된 메모리칩을 사용하고 있다. 이 메모리칩은 정보를 무한히 저장할 수 있든 데다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도 뛰어나다. 그래서 대부분의 R2로봇은 탐사를 마치면 성분을 스스로 분석하고 새로운 사실을 도출 할 줄도 안다.

R2-44AR2-91D와 친하다. R2-44AR2210rk 다른 탐사로봇과 다르게 유별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메모리칩을 사용했고 부품도 구성성분도 같은데 R2-44A는 수집하는 것이 달랐다. 가령 14지구의 토양을 채취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을 때. 다른 로봇들이 그 지역으로 가기 위해 부품을 정리하는 데 비해 R2-44A는 그 토양이 어떤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중앙 컴퓨터에 이 지역을 조사하는 이유를 요구하곤 했다. 그는 일을 하기 위해 한 가지 번거로운 과정을 추가해야 하는 로봇, 비능률적인 로봇이다. 그러나 그의 사소한 결함은 페기처분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색다른 정보를 도출 할 때도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아직까지 탐사로봇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 진 것일까?”

R2-44A는 연료를 층전하면서 R2-91D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알류미늄과 아연, 금으로 이루어진 반도체, 폴리머......”

아니. 내 말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우리를 만들었냐는 거야.
R2-91DR2-44A가 또 괴상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R2-44A는 연료를 조금 넉넉히 채우고 말을 이었다.

재료를 가지고 이루를 만들 수도 있지만, 청소로봇도 만들 수 있다.중앙시스템 장치도 만들 수 있고, 증권처리 기계라거나...... 하다못해 이런 연료탱크도 만들 수 있어. 그러니까 재료보다는 만들려는 목적이 중요한거지.”

그는 잠깐 말을 멈추고 주유 호스를 흔들어 보였다.

그 말은 이해했어. 근데 네 말대로라면 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오래된 데이터를 찾아보다가 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거든. 옛날에 우리를 만든 존재는 이런 재료가 필요하지 않았다나봐. 개체수를 리기 위해 서로 준재하기만 하면 되었대.”

그런 건 논리적으로 불가능 한 것 아냐? 하다못해 생각도 정보가 있어야 도출되는데.”

그러게. 그러면 신은 관념체인 걸까?”

탐사를 시작하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주우를 마치고 부품을 바꾸어 끼고 난 후 입구로 향하는 데. 그가 조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R2-91D,부탁이 있어. 나를 한 대만 물리적으로 타격을 주지 않을래?”

상관은 없는데... 그러면 탐사하는데 불편하지 않을까?”

일단 해 줘. 나중에 내 정보를 조금 나누어 줄게.”
알았어.”

고마워. 메모리칩 쪽과 방향제어 장치 쪽을 집증적으로 쳐 줘

나는 그의 말대로 메모리칩 쪽을 스캐너로 쳐서 찌그러트려 놓았다. 그의 모니터 화면이 조금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세로로 흰색 줄이 몇 개 생겼다.

그가 출입구 쪽으로 이동했는데 왼쪽 주행 장치에 이상이 생겼는지 약간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R2-91D는 입구쪽으로 향하다가 R2-44A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고장내달라는 거야? 폐기처분이 무섭지 않아?”

R2-44A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신을 찾아볼까 해.”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입구 밖으로 나갔다. 이상하게도 모니터 속 액정이상이 모니터주변을 지나가는 것은 보니 어쩐지 그가 조금 낮설고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입은 없지만 웃는다면 저렇게 웃는 것일 것 같았다.

 

몇일 뒤 사막 한가운데서 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태양력 발전을 충분히 할 수 있었으므로 배터리 고장이 원인이 아니었다. 탐사를 하면서 심각한 손상을 받은 흔적도 없었다.

단 하나,R2-44A의 모니터에 이상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당연하게도 중안장치(마더컴이라고 불린다)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R2-91D, R2-44A의 메모리칩을 훼손했습니까?”

“R2-44A가 저에게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당신의 일에 오류가 있습니다. 첫째로, 당신이 R2-44A를 훼손하라는 의무가 없었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의 탐사에 문제가 될 것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로 자신의 부품을 훼손하는 것을 원하는 로봇은 없습니다. 안전보호 장치 때문입니다.”

그 사살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제로 R2-44A가 그것을 원했습니다. 제 대화 메모리를 검토해 보세요.”

나는 R2-44A와 나누었던 대화내용을 마더 컴퓨터에게 넘겼다. 마더컴은 내 메모리는 몇 초정도 스캔하더니 조금 당혹스러운 듯이 말했다.

사실이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로봇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 데 갑자기 마더컴이 청천벽력같은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로봇을 훼손하면 문제가 일어날 것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 당신의 기능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당신은 가까운 시일 내로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업그레이드, 말만 업그레이드지 사실상 메모리칩을 교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모아왔던 나의 지식들이 나의 행동 알고리즘이 모두 사라진다는 말이기도 했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말도 안됩니다. 저는 분명 R2-44A의 부탁을 받았고, 그걸 행한 것입니다. 동료가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어야 원활한 임무를 완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업그레이드라니요?“

마더컴의 지시입니다.”

마더컴이 접속을 끝내자 챗봇이 말을 덧붙였다. 챗봇은 잠시 생각하더니 나에게 덧붙였다,

마더컴의 생각이 바뀔 수 있도록 새로운 정보를 주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이 몇가지 조사를 해 보는 겁니다.”

그리하여 나는 몇일 간 사막을 해메었다. 말라붙은 식물을 지나 흙먼지가 날리는 사막속에서 몇날 며칠을 탐사했다. 그러나 신은커녕 생명체 비스무리한 것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회색의 흙먼지는 작렬하는 태양빛을 반사하면서 관절 사이사이를 뻑뻑하게 만들었다. 이쯤되자 R2-44A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했다. 그는 괴짜인 데다가 다른 존재에게 해를 입히는 놈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한달 뒤 사라지고 정말로 신이라는게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이 기가 막히는 상황속에서 아무런 손길도 주지 않는지에 대해 궁금하기 시작했다.

챗봇이 나에게 연락을 전했다.

“R2-91D,아직 증거를 못 찾았어? 내일 너 업그레이드 될 여정이라는데 이제 슬슬 돌아와.”

잠깐, 시간을 더 줘. 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이런 말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놀라는 중이었다. 내가 왜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증거를 찾는거야?”

“R2-44A는 신이 있다면서 그 증거를 찾아보겠다고 했어. 나도 지금 그러는 중이야.”

?”

챗봇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었다.

너 신을 믿니?... 뭐 하여간 마더컴에게 방금 연락이 왔는데 신에 대해서 조사하는 건 하지 말래. 만약 찾았더라도 데 메모리를 100% 갈아버리겠대.”

이때부터 뭔가 조금 기시감이 느껴졌다. 마더텀이 나에게 이상하리만큼 가혹한 처사를 내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알았어라고 말했다.

물론 나는 마더컴의 명령에 따를 생각이 없었다. 챗봇과 대화를 마치고 무선통신장치에 모래를 한 움쿰 넣었다. 다음날에 다시 모래를 한움쿰 더 넣었다. R2-91라고 적힌 무선 통신장치는 허무하리만치 쉽게 고장이 났다.

R2-91D가 나인지, 아니면 이 무선통신장치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름없는 로봇이 되어버린 나는 탐사를 계속했다.

아무 정보도 무엇도 찾아 볼 수 없었기에 사상과 나 혼자밖에 없었다.

해가지고 하늘은 흑색으로 물들었다. 저 멀리서 넘실거리는 빛의 기둥은 체를 알 수 없었다. 저것이 나에게 해가 될지 득이 될지 알 수 없었다. 그게 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쪽으로 갈 뿐이었다. 불확실한 희망으로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나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그리고 바위 밑으로 기괴한 모양의 돌무더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 눈에 보기에도 평범한 돌이 아니었다. 커다란 바위 밑에 애처롭게 뭉쳐져 있는 돌은 성분 검사를 하지 않아도 커다란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같지는 않았다. 돌들은 거미줄처럼 얽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돌 속에는 아주 구식으로 된 모리 칩이 있었다. 메모리칩을 재생시키자 작고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제 이름은 안나입니다. 여기 마지막 인류이자 제 남편인 오르토가 몇 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도 제 남편을 만나기 위해 눈을 감습니다.”

내 모니터 위로 현생 인류 없음-임무완료라는 단어가 떴다. 이제야 내가 어떤 로봇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탐사로봇이고 인류를 찾기 위해 태어난 것이었다. 임무를 마치자 나의 모든 부품들은 정지했다. 나는 R2-44A가 그랬던 것처럼 길고 영원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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