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차 창작 콘테스트 단편소설 응모 - 개르스 부호

by 불탄바나나 posted Apr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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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르스 부

 

 

 

녀석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 앞을 자나가다 갑자기 얼음땡하고 멈추고 슬며시

 

고개를 돌리고 나를 정면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난 딴청을 부리다 그 녀석과 눈을

 

마주쳤는데 내 눈과 마주치고도 피하지 않고 나를 똑바로 힘주어 바라보는 것이었다. 마치 눈

 

싸움을 하듯이. 한 달 전 부터였다. 정확히 녀석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껴진 것은. 자신의 식

 

사 시간 때나 집사람이랑 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을 때였다. 지난 주 저녁시간이었다. 그때

 

도 녀석은 아내가 저녁밥을 준비하는 동안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이 방 저 방 걸어가다가 철퍼덕 식탁을 등지고 거실 바닥에 퍼질러 누웠다. 난 그냥

 

녀석이 창가를 바라보는 줄 알았다. 집사람이랑 이야기를 하며 퇴근 후 밥을 먹는데 녀석에

 

게 눈길이 갔다. 그런데 녀석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

 

. 난 먹고 있던 닭볶음탕의 닭다리를 뜯다가 잘못하여 혀를 깨물고 말았다.

 

".....하으으" "?....." "혀 깨물었어....아오 아파.." "?" ".. 슈가 봐봐" "슈가가 왜?"

 

아내가 슈가를 고개를 휙 돌려 바라보았다. 여전히 엎드려서 엉덩이를 우리에게 보이며 창밖

 

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태연한 연기 봐라.

 

 

슈가, 황슈가. 남자애다. 우리 아들, 올해 1219일이면 꽉 찬 일곱 살. 단풍색깔의 곱슬머

 

리 푸들이다. 녀석을 데려온 것은 강아지 농장에서였다. 아내와 유기견 구조 봉사활동을 다닌

 

것은 3년 전이었다. 그러다가 방송에서만 보던 강아지농장을 찾아갔다. 농장 주인이 카페지기

 

와 운영진의 설득에 허락을 하고 농장을 접기로 했단다. 그 철거하는 개농장의 개들을 구조하

 

러 갔다가 데려온 아이였다. 3년 전이다. 아이가 없는 우리 집의 아들 역할을 하고 있다.

 

망 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그 아이를 운명처럼 만났다. 세상의 쓴맛을 보던 아이의 그 커다란

 

눈은 때국물에 절은 산발한 곱슬머리에서도 유난히 검고 밝게 빛나보였다. 모든 희망이 사라

 

진 눈망울을 아내와 나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뱃가죽에는 피부병으로 진물이 흘러나왔다.

 

생식기 옆에 밤알처럼 종양이 부풀어 있었다. 유기견 구조 카페의 수의사님이 바로 종양제거

 

수술을 도와주셨다. 다행히 암세포는 아니었다. 응급처치와 주사 치료 후 집으로 데려온 아

 

이에게 아내가 '슈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처음에 설탕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허나 좀 부

 

족한 것 같아서 고급스럽게 슈가로 이름을 바꿔주었다. 이제 달콤한 인생을 살아가라고.

 

밝은 빛 아래서 즐거운 인생 아니 즐거운 견생을 살아가라는 의미에서였다. 내 성을 따서 황

 

슈가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에겐 그렇게 사랑스럽고 애교도 많고 이쁜 짓을 했다. 똥과 오줌

 

도 금방 가리게 되었다. 그러나 슈가는 우리 집을 나가 산책을 나가면 그렇게 짓어댔다. 살기

 

가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공격적이었다. 아이건 어른이건 목줄을 하고 나가면 짓고 달려들었

 

. 그리 크지도 않은 녀석인데 큰 개건 사람이건 보이는 데로 달려들어 크게 "!!!" 짓고

 

대들어서 항상 조심해야했다.

 

 

"슈가, 너가 이러면 아빠, 엄마 힘들잖아. 왜그래, 다 너 귀엽다고 하잖아..." "크르르 크르르

 

...흐흐흐흐" 녀석의 목줄을 꽉 잡고 타이르듯 말해도 녀석은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잡아 먹을

 

듯 상대를 노려보았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회성을 키우려 애견카페도 가

 

고 캠핑도 다니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깡패 같은 아이를 바꿀 수는 없었다. 참 아쉬웠다.

 

난 처음엔 잘못 데려온 게 아닌가 하고 솔직히 후회가 됐다. 아내는 화내지 않았다. 안 고쳐

 

지더라도 매번 얼굴을 보고 말을 하면서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타이르고 가르치곤 했다. 슈가

 

가 차에 타기를 좋아 해서 밖에 데리고 나가면 절대로 안고 타지 않았다. 뒤에 있는 자기의

 

자리에 앉게 했다. 밥도 꼭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을 배식했다. 장난도 치고 잘 놀아주었지

 

만 맺고 끝맺음이 확실했다. 매사에 느슨한 나와는 반대로 엄격한 엄마였다.

 

내가 봤을 땐 그런 양육 아니 양견법이 몹시 매몰차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내는 반려견의

 

관리법은 나보다 한 수 위였다. 그녀의 마지막 반려견은 결혼 전 스쿠터를 타고 같이 여행을

 

가다가 떨어져 차에 치여 즉사헀다. 슈나우져 종으로 이름은 봉순이였다. 첫번째 반려견 까망

 

이는 학생 때부터 20년을 키우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말티즈였다. 피부병이 심해서 아내는

 

슈가의 목욕에 특히 신경을 썼다. 한 시간을 걸려 매번 마사지와 함께 목욕을 시켰다. 몸에

 

좋다는 비싼 피부애견샴푸와 린스를 해외 직구로 구해서 사용했다. 그러니까 피부병이 천천

 

히 낫게 되었다. 각종 계절 옷을 구해서 입혔다. 또 개 선글라스, 개텐트, 개수영복, 개구명

 

조끼, 개식기세트, 개 목도리, 여행가방 등등. 용품과 장난감도 잘 사주었다. 천천히 슈가는

 

우리 집의 왕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여보, 나 야구하게 글러브 사고 싶어!” “안돼!” 늘어지게

 

새 이불에서 낮잠을 자는 슈가가 부러웠다.

 

 

내 경우 개가 사람음식도 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음식을 몰래 건냈다. 하지만 아내는 먹

 

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해서 발각되어 크게 싸우곤 했다. "여보, 개는 좀 개답게 편하게 키

 

우자.." 라고 볼맨 소리를 했지만 "당신 슈가가 일찍 죽는 거 보고 싶어?" 라고 나를 째려보았

 

. 사람먹는 것을 주면 안되는 이유가 슈가와 건강하게 오래 함께 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멋지게 슈가를 차려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멋지고 예쁘다고 다가와 칭찬을 하고 사진을 찍었

 

. 주인인 우리가 뿌듯하고 어깨가 으쓱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왕왕 짓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내도 그것 때문에 슈가에게 더 신경을 쓰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아내도 피부병을

 

낫게 했지만 슈가가 크게 짓는 것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래서 사람이나 다른 개가

 

없는 곳을 찾아다니곤 했다. 나와 아내는 슈가를 품고 같이 종종 잠을 자기도 했다. 그때마다

 

슈가에게 말했다 . "슈가, 계속 그렇게 짓으면 너 다시 시골 간다" "슈가야, 다 너를 너무 귀엽

 

다고 하는데 왕왕거리면 어떻해! 친구 잖아.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 슈가는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슈가, 알았지? 앞으로 왕왕 안돼, 알았지?"

 

눈을 꿈벅이고 대답을 안하는 슈가는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뭔 개소리야... 뭔말인지 모

 

르겠네...‘ "슈가, 너 밥 안먹으면 간식 안준다" 슈가는 잔소리에 지쳐 꾸벅꾸벅 졸곤 했다.

 

이랬던 슈가였다. 그런데 슈가가 나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것을

 

느낀 것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언젠가 슈가가 식탁위에 올라가 간식을 몰래 훔쳐먹다가 된통 걸린 적이 있었다.

 

연어를 말린 비싼 고급 간식이었다. 분홍빛 자태가 고와서 나도 몰래 한입 배어 먹어보니 진

 

짜 맛있었다. 아내는 급히 외출을 나갔다가 차키를 빼 놓고 와서 다시 문을 열고 집으로 왔는

 

데 식탁위에 올라간 슈가가 딱 걸린 것이었다. 아내가 범행현장을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

 

내왔다. 엉덩이를 보이고 고개를 감춘 녀석의 뒷태. 정면 사진은 "낭패다", "이런 된장!" 이라

 

고 말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 손을 들고 얼굴을 가린 아니지 앞 두 발을 들고 얼굴

 

을 가린 모습은 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카메라 치워.. ! 그냥...어허 찍지마!"

 

 

난 아내가 잠든 그날 저녁을 기다렸다. 녀석의 속내를 듣고 싶었다. 녀석은 말귀를 알아들을

 

뿐 아니라 의사표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녀석과 진실한 대화를 하고 싶었다. 슈가를

 

불렀다. 난 책에서 본 모르스 부호를 생각하고 익혀 두었다. 눈으로 깜빡하면서 또 바닥을 살

 

짝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신호를 보냈다. "슈가, 너의 이름은 슈가지?" 슈가는 처음에는 내

 

신호를 무시했다. 그러다가 내 눈을 다시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눈을 깜빡거렸다. 내 신호를

 

인식하고 대답을 하였다. 깜빡, "". 전기가 통한 듯 내 머리카락이 곤두선 느낌이었다. "

 

간식 먹고 싶지?" 깜빡 깜빡, "당연하지" 그때는 녀석이 동공이 흔들렸다. 그러더니 엎드린

 

채 말을 거는 내 손을 툭툭치는 아닌가. ... 난 멈칫하며 다시 슈가의 눈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눈으로 모르스 부호로 단어를 조합했다. 이번엔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꿈 꿈뻐억

 

꿈벅 꾸벅" 직역하면 "말하고 안주면 치사한 사람, 감사합니다." 아니 , 이놈 봐라 보통이 아니

 

. 미리 선수 치면서 먼저 감사 인사까지.. 그래, 너도 개 이전에 나처럼 배고픔에 약한 동

 

, 포유류니까 줄게. 먹어,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난 일어섰다. 녀석은 나보다 먼

 

저 일어나 다용도실 앞으로 엉덩이를 씰룩대면서 걸어가서 문턱에 올라서서 꼬리를 열라게 흔

 

들어 댔다. 나는 뒤따라가 식품 건조기에서 말린 고구마 한 개와 사과 한 조각을 건냈다.

 

녀석은 입에 물고 윙크를 하더니 혹시나 뺏을까봐 저 작은방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오호라!

 

이것 보소....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나왔다.

 

 

역시 나였다. 이 녀석은 우리말을 알아들었다. 순간 머리가 띠잉! 그럼 내가 집사람에게 혼나

 

고 우리가 싸우고 자기 걱정하는 이야기를 지금까지 다 알아들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 너 머리 어따쓸려고 그러냐! 장식품이냐 머리가 그렇게 안돌아?"

 

"그냥 생각이 안나는걸 어떻게..." "왜 당신은 항상 대충대충해!"

 

"아니 그게 아니고..." "뭐가 맨날 그게 아니고야... 핑계만 늘어 놓고..."

 

 

아내에게 혼날 때면 슈가는 거실 한쪽의 자기 집안으로 도망가곤 했는데 불똥이 자기에도 튈

 

까바 그런 것이었다. 눈치가 장난이 아니다. , 영리한 놈이다. 보통 영악한 개가 아니다.

 

"... 슈가... 너란 개...." 이 녀석을 잘 말귀를 알아듣게 훈련시켜 '동물농장'이나 '세상에 이

 

런 일이'에 나갈까? 아니 요즘 새로 방송을 시작한 '세상에 사람보다 나은 동물이! TV

 

로그램에 연락을 하고 싶어졌다. 출연을 시키면 인기도 얻고 돈과 명예가 따라오지 않을까?

 

우리 개가 말을 합니다. 눈을 꿈뻑이면서 정확하게요! 자기 의사도 표현을 할 줄 안다구요.

 

정말 놀랍고 신기하지 않습니까?“ 아니 개가 말을 한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개르스 부호! 난 녀석의 말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 다음부터 녀석과의 은밀하고 비밀스런 대화는 계속되었다. 이제는 녀석도 내가 자기와 의

 

사가 통하는 줄 알고는 먼저 말을 걸기도 하였다. 밥을 먹을 때 녀석이 말한다. 아내가 안

 

보는 틈을 타서. “아빠, 저거 맛있어 보이는데 나도 좀 챙겨주라” “안돼 엄마하테 혼나” “

 

럼 내가 아빠 비상금 숨긴 거 엄마한테 알린다..,” “, 알았어.,.” 녀석이 협박을 하다니.

 

녀석은 태연하게 우리 식탁에 관심이 없는 척 그냥 누워 창밖을 본다. 그리고 식사 후 내가

 

먹을 걸 숨겨 놓았다가 몰래 작은방에 놓고 오면 슬그머니 가서는 간식이나 음식을 소리 안

 

나게 먹어 치우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나가곤 하였다. 엄마가 보지 않는 곳에서 태연하고 능

 

청맞게 행동하는 저 연기력. 정말이지 대단한 녀석이다.

 

 

"꾸우움 벅 꾸우움 벅 꿈!" 눈을 길게 두번 깜박이면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짧게 깜빡 깜박

 

했다. 좀 천천히 말해 줄 수 없니 슈가야. 이해하고 번역하기도 힘들다. 나도 개르스부호 서투

 

르단다. 아빠 지능도 생각해라. 여하튼 직역하면 아니 의역하면 "아빠, 시간 있을 때 나랑 잠

 

깐 얘기좀 해" 라는 말이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밥을 먹다가 못본

 

척 아내에게 시선을 따돌렸다.

 

"여보 ,저번에 산 그 옷 있잖아..." "뭔데?"

 

"아니 다음 주에 나 뭐 입고 출근하지?" "아주 내가 아들 둘을 키운다 키워.. 옷 하나도 못챙

 

기냐? 가만 있어봐 가져올께"

 

 

슈가가 다시 날 째려보고 다시 말했다. “알았지? 이따 보자구 아빠뜨끔했다. 난 개르스 부

 

호로 답을 줬다. "알았어, 이따 엄마 잠들면 작은 방에서 보자. 먼저 나가 기다려 내가 나갈

 

껌뻑 껌뻑 꺼엄뻑! 아내가 옷방에서 옷을 가지고 왔다가 날 보고 말했다.

 

"이게 이제 완전히 미쳤나! 여보! 왜 붕어처럼 밥먹다가 눈을 꿈벅이고 그래...여기 이거 입어"

 

"... 눈이 따갑네. . 알았어, 고마워" 슈가는 못 본 척 안들은 척 두 다리 아니 두 팔을 뻗

 

고 자고 있었다. ‘, 아들 눈떠라 안자고 자는 척 연기하는 거 안다얼렐레 녀석은 드르렁

 

코까지 골고 자고 있었다. ~ 무서운 놈이다. 진짜 눈치 빠르고 영리한 개다. 그날 밤 아내

 

가 잠에 빠진걸 확인한 후 작은 방 침대로 슈가를 만나러 나갔다. 슈가도 천천히 따라 들어왔

 

. 이불을 펴고 같이 누웠다.

 

 

아빠!” “응 말해” “에이, 아냐...” “얘는... 뭐야, 불러 놓고

 

말해도 돼?” “괘엔차나~ 아빠 알잖아, 나 뒤끝없는 거” “저기 있잖아..” “있긴 뭐가 있어

 

아빠...” “아 왜? 자꾸 뜸들이지 말고” “엄마 무섭지?” “... 아니

 

엄마 무섭지? 내 말 맞지?” “, 엄마가 무섭긴... 하하하” “내 눈 보고 말해봐” “아니거든

 

나 똑바로 보고 말해” “봤다, 어쩔래? “무섭지? 엄마 무섭지?” “...그래 좀 무섭긴하지. 그런

 

데 그게 전부야?“ “그냥 좀 궁금해서...” “자식, 싱겁긴 후후 너도 엄마 무섭냐?”

 

아빠랑 비슷하지 머, 좋을 때도 있지만 좀 무섭기도 해

 

또 뭐야 궁금한 거 다 하고 싶은 말 다 말해봐

 

아빠, 나 너무 빨리 나이 먹나봐...요새 금방 피곤해” “그거야.. 뭐 넌 개잖아...”

 

그럼, 나 빨리 죽어?” “아냐, 죽긴 왜 죽어 니가

 

나이 먹으면 늙으면 다 죽는거잖아...” “우리 아들, 슈가야! 그런 쓸데 없는 걱정마

 

나 요새 거울 보니까 금방 늙은 거 같아...” “어허 또 쓸데 없는 소리 한다

 

아빠...” “또 뭐? 그딴 소리 하지마... 알았지?”

 

아냐 이번엔...” “그럼 이번엔 또 뭔데?”

 

고마워” “뜬금없이 뭐가?”

 

나 번식농장에서 구해주고 식구다 되어 같이 살아줘서...”

 

가족이니까 당연히 보살펴야지

 

캠핑도 같이 가고...” “너도 맘껏 뛰고 좋잖아~”

 

진짜 고맙고 엄마, 아빠 사랑해!” “그럼 우리도 알아~”

 

정말 사랑한다니까~” “진짜?”

 

짜루 짜루 진짜루” “알았어.. 고마워. 우리도 너 슈가 사랑해!”

 

 

아빠.. 부탁이 하나 있어” “무슨 부탁?”

 

나 먼저 가도 너무 가슴 아파하지마” “얘가 정말....”

 

엄마 잘 부탁해” “, 내가 엄마한테 버림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야

 

하긴...” “너도 알지? 나 엄마 말 잘 듣고 무지 노력하는거...”

 

그래 보이더라” “처절하다, 힘들어 비위 맞추기...”

 

아주 잘하고 있어” “그래?”

 

아빠...” “? 이번에는 뭔데?”

 

손 줘바! 그건 내가 사람이 하는 멘트잖아

 

나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 “그래 여기 줬다.”

 

오른손!” “옛다!” “잘했어요...에구에구 우리 아빠” “이거 뭔가 바뀐 거 같은데...”

 

아빠, 사랑해” “나두” “진심이야” “나도 진심이야!” “개의 진심, 개진심!” “고맙다

 

아들 늦었어 자자” “응 아빠 먼저 자” “잘자” “잘자

 

뽀뽀” “

 

 

 

 

"!"

 

번개가 치는 줄 았았다.

 

피곤해서 더 자고 싶었다.

 

"짜아악!!!"

 

번개불이 번쩍!

 

등짝에 번개가 쳤다.

 

", 일어나!! 출근 안 할 거야?“

 

"? 여기 어디야?“

 

"어디긴 집이지 개집이지"

 

일어나려고 했는데 뭔가 걸렸다.

 

슈가의 새 개집 출입구에 머리가 걸려있었다.

 

 

"어디 잘때가 없어

 

개집에 머리를 박고 쳐자냐? ...."

 

"아오... 등짝이야, 좀 살살 좀해"

 

머리를 빼고 급히 웃옷을 챙겨 입았다.

 

"나 갈께"

 

"미쳐.. 내가 미친다... 바지 안 입고 회사 갈래?"

 

"아차... 바지"

 

 

슈가를 찾아보았다.

 

이 놈이 어디 간거야..

 

고개를 돌리자

 

저기 거실 한쪽 자신의 침대에서

 

느긋하게 자고 있는 녀석의

 

뒷통수가 보였다.

 

내가 현관 문을 열고 돌아보았다

 

그러자 슈가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태연하게 개르스 부호로 나에게

 

신호를 날렸다.

 

꿈벅 꾸우 꾸우 꿈벅.

 

"수고해 아빠, 알라뷰"

 

나도 대답을 했다.

 

눈 한쪽을 찡긋했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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