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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제로섬(Zero Sum) 

 


오늘도 정말 힘든 하루였다삶은 돈과의 전쟁임이 분명해……

 

 

, 탁탁,

이제 오르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원금 에 목표 수익률은 니까

 

인생을 건 위험한 모험이다… 

 

나는 벼락부자다. 3 때 아버지 계정으로 스포츠 토토를 하다가 5000배가 넘는 배당에 당첨되었다. 내가 그때 베팅한 금액은 무려 십만원, 설날에 받은 용돈을 모조리 갖다 바친 셈이다. 그때부터 난 금손이라고 생각했었나

3년 동안 거의 먹고 싸기만 한다. 한강이 보이는 기막힌 자리에 집을 구해다 놨지만 정작 밖에 나가는 일은 잘 없다. 로또도 살만 피둥피둥 찌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 로또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다. 한 번의 클릭으로 나의 삶이 바뀌기 전부터 키우던 녀석인데, 내가 독립을 하려 집에서 나올 때 끝까지 내 품에서 떠나지 않으려던 녀석이라 여차저차 데리고 왔다. 가끔은 내 비대한 몸뚱이조차 감당하기 힘들어서 먹이 주기도 귀찮은 놈이다.

그래도 나만 따르고 충성을 바친게, 우리 부모님은 이 녀석한테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맨날 돈, . 돈 얘기만 하면 싸우는 우리 부모님한테서 제 밥값을 얻어내기는 택도 없었지. 어릴 때의 나처럼 이 녀석도 돈 얘기 듣는데 몸서리쳤는지 밥 달라고 주인을 조르진 않는다. 밥 달라고 짖어댔으면 이미 잡아 먹히고 말았을거다 넌.

독립하고 나왔지만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었다. 실업계를 진학한 친구들은 다들 기술 하나쯤은 가지고 졸업하던데, 나는 학창시절 제일 잘한 것이 마우스 클릭이었다. 하교 종소리와 함께 매일 피시방에서 단련한 나의 손가락은 건물주 못지 않게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주식, 자본은 충분했다.

 

그때부터 여의도에 있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큰아버지가 퇴직하시고 주식 하시는 것을 오래전에 보았다. 그땐 주식이 단순히 차트 게임인 줄 알았다. 빨간색은 이득, 파란색은 손해. 운이 아주 좋으면 이득 보고 운이 조금 좋으면 손해를 적게 보는 것이 주식 시장의 이치겠거니 했다.

학원을 등록하고 막상 공부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이론들이 있었다. MACD, CCI, 일목균형표라느니열심히 교재를 예습하고 수업이 끝나면 카페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앉아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투자에 참고할 수 있는 도구와 기술들을 하나하나씩 몸으로 익히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투자의 거장에 대한 스토리를 탐독하곤 했다. 뭔가 그들의 인생사를 들으면 어릴 때부터 번지르르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많았다. 그들의 인생에 내가 빙의하여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은 열심히 공부한 나에게 주는 조그마한 보상이었다.

 

 

Oracle of Washington: John Taylor

 

학교에 교훈이 있듯이 우리 학원에도 존 테일러의 투자 8계명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의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저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워싱턴의 현인: 존 테일러

어릴 때부터 수에 관한 놀이와 꾸준한 독서를 통해 감각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른 존은 몸소 돈을 벌어보고 적시적소에 투자함으로써 꾸준한 성과를 내었다. 그의 남다른 투자관과 이력은 세계에서 손꼽는 부자가 되는데 밑거름으로 작용했고, 그의 지역 워싱턴 사람들은 그를 워싱턴의 현인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여태껏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낸 나의 삶과는 정말 동떨어져 있었지만, 가슴이 불타올랐다. 평소에 은 젊은 아이돌에게서만 뿜어져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철학과 소신이 있는 투자가가 되자 이것은 그때부터 나의 이상이자 목표가 되었다.

 

-----

 

여보세요?”

승준아

, 기연아 무슨 일이야

아니, 그냥이따가 잠깐 나올 수 있냐

? 그럴까, 왜 또 마음이 착잡해져?”

그런 셈이지집 앞에서 전화할게, 이따 보자

 

투자 학원에 같이 다니던 기연이다. 금수저로 태어난 기연이는 나랑 동갑이다.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해서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부모님이 두 분 다 사고로 돌아가시자 학교를 나와 재테크를 시작했다. 독립하는데 많이 힘들고 지칠만도 했지만 성격이 밝고 붙임성이 좋아서 남들이 볼 때는 슬픈 가정사가 있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만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볼 때 마다 안쓰러워지는 친구다.

 

지금의 기연이와 나는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한 사람과의 찝찝한 금전 거래를 깔끔하게 끝낸 것은 벌써 2년 가까이 되어 간다. 그런데 아직도 그때 일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기연이도 그럴 것이다,

 

그는 내가 독립하고 1년이 지난 무렵 여의도에서 만나게 되었다. 학원을 다니면서 유독 자주 눈에 띄는 남자가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자주 봐서 눈에 익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도 나를 보았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루는 카페 앉아 배운 내용을 복습하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나의 미래를 존 테일러 형님의 인생에 대입해보면서 눈을 감고 흡족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의 팔을 툭툭치며 디저트 한 접시를 건네는 것이었다. 길거리를 오가며 자주 본 그 남자였다.

그는 나의 노트북을 보고 말했다.

요즘도 그 종목 보는 사람이 있나? 별로 인기도 없어 보이던데.”

나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그를 알아보고 답변했다.

아뇨, 학원에서 배운 것들 복습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수업 자료였고요.”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였다. 하지만 그의 주름은 빛나보였고 한 줄 한 줄이 명필이었다.

아 그래? 예전부터 이 근방에서 자주 보이던데 맞지? 그래도 공부한지 꽤 된 모양인데 아직 선물 거래로 안 넘어갔어?”

왜요? 굳이 선물로 넘어가요? 주식으로만 해도 쏠쏠한데.”

사람들은 선물을 알면 주식이 보인다고 말하지. 이거 한 장 줄 테니깐 너도 궁금하면 찾아와.”

그는 나에게 명함 한 장을 내밀고 연락하라고 했다. 처음부터 나에게 반말로 접근했는데도 이상하게 별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친형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강남 투자의 귀재 하지성, 한국의 존 테일러

왜 그는 나에게 말을 걸었을까. 나는 아직 주식을 얼마 배워보지도 못한 새내기에 불과한데, 그리고 나에게 재능이 있는 것을 발견할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왜 나에게 명함을 주고 연락을 하라고 한 것일까?

사람이 귀티나긴 했지만, 이 정도의 거물일 줄은 몰랐다. 더욱이 이 사람도 나를 평소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무슨 엄청난 인연이 숨겨져 있을까. 드디어 나에게 투자의 스승이 생기는 것인가. 갖가지 생각들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나는 그 명함을 안주머니에 잘 넣어주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명함 속 번호로 문자를 남겼다.

저 아까 만난 학생인데,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내가 그에게 끌렸던 것은 그가 잘 나가는 투자가라서가 아니었다. 한국의 존 테일러, 그 칭호가 너무 탐났다. 그가 가진 모든 지식을 뺏어 기필코 그 타이틀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존 테일러를 능가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지구에 사는 그 누구든 내 이름 석자 이승준을 알게 될 것이 라고 다짐했었지.

 

-----

 

‘Y 커피숍 2시 반에 봅시다

답장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로또에게 밥을 챙겨주고 나도 대강 점심을 먹었다. 비가 온 뒤라 날씨가 눅눅했다. 먹구름들 사이로 햇빛이 한 줄기 내렸는데 마치 하늘이 내가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 스무 살 인생이 무너진 하늘은 아니었지만.

카페에 도착했고 앉아서 조금 기다리다 보니 딸랑 문을 열고 그가 들어왔다.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처음엔 반말로 나를 대하다가 경어체를 써주니 기분이 좋았다. 세계적인 거장에게 존중 받는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 15살 많은 사람이었고 그냥 편안하게 이라 부르라고 했다. 우리는 음료를 주문하고 일반적인 대화를 주고받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역시는 역시였다. 그는 S대학교 경제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와튼스쿨을 다녔다. 세계 각국의 이름 있는투자가들이 모여드는 월 스트리트에 발을 담근 적 있었으며 지금은 휴양 차원에서인지 귀국해 개인 투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엘리트였다.

그런 그가 나에게 투자를 제안했다. 자기가 월스트리트에서 동업하던 사람 중 한 명에게 연락이 왔는데 대기업의 내부 영업 비밀을 알아냈다고 투자 자금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 동업자의 이름은 존 테일러, 학원 포스터에 그려진 그를 수도 없이 쳐다보며 미래를 꿈꿔왔다. 나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형은 자신의 말에 아직 믿음이 안 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나 같으면 함부로 그런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고, 어차피 내 이름은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아니까 판단은 나의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처음부터 그에게 신뢰가 갔다. 사람의 외형과 풍겨 나오는 느낌에서부터 확고함을 느꼈다. 그래논리적으로 따지기보단 일단 믿음이 갔다. 20년 살면서 체득한 그런 직감, 뭐 그런 것이었다.

승준아, 난 괜찮으니까 알아서 결정해. 마음 다 정하면 이틀 안에는 알려줘.”

, 그럴게요 형. 조만간 연락드릴게요.”

카페를 나오고 형이 집까지 태워다 준다고 말했다.

괜찮아요, 살도 뺄 겸 걸어서 갈게요

 

형과 작별을 한 후, 내 집을 산 이후로 처음으로 한강이 가고 싶어졌다. 사람이 많았다. 대다수는 혼자 혹은 짝을 이루어 트랙을 돌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강을 바라보며 종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또 몇몇은 돗자리를 깔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또 만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확실히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될 때가 온 것 같다. 벼락 부자가 된 이후로 제대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형을 만난 지금부터가 내 인생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들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형의 이름, 그리고 형이 알려준 월 스트리트의 외국인 투자자 이름을 쳐봤다. ‘하지성’, ‘존 테일러아니나 다를까 역시 믿을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되었다. 존 테일러는 일류 금융사에서 아주 잘 나가는 자산관리사였다. 그럼 그렇지, 지금이 기회다.

 

, 투자하고 싶어요. 투자금은 어디로 보내면 되죠?’

곧이어 형한테서 전화가 왔다.

승준아, 괜찮겠어? 집을 담보로 대출 받은거야?”

, 뭔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그래도 그렇지그렇게 위험하게 투자하는 건 좋지 않은데

, 마음 굳힌지 꽤 오래 됐어요. 괜히 결심 건드리지 마세요

그러니? 알겠다. 우선 외국으로 송금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매주 알려주마.”

,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좋은 밤 되세요,

그래, 고마워. 조만간 연락할게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성과 존 테일러는 나의 안전 자산이다. 수년간 스킬과 명성을 쌓아온 그들이 실패할 리 없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로또에게 푸짐한 상을 차려주고 나도 맥주 두 캔을 원샷했다.

지금부터다이제 시작이다

 

-----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문자를 해도 답신이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하면 신호는 간다. 하지만 받지를 않는다.

하루 더 기다려보고 다시 연락했다. 지난주 수요일에 형이 해외로 송금했다고 했으니, 오늘은 금요일, 이틀 전에 투자 상황에 대한 보고가 와야 한다. 어제는 외국 시차 때문에 조금 늦을 수 있지라고 생각해서 형한테 잘 기다리고 있다는 둥,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는 둥의 문자를 넣어놓고 잤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는데 답장이 없었다.

아마 부재중 전화는 두 자리 수를 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낸 돈은 세계 어딘가 조용한 곳에 묻혀 검은 손에 의해 하나둘 세어지고 있을 것이다.

늦은 저녁을 먹으려 하는데 형에게 장문의 문자가 왔다.

To my investors

couldn’t predict, apology.

 

승준아, 어쩔 방법이 없다

너를 볼 면목이 없다 외국에 가서 살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존 테일러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인 듯했다. 이어서 나오는 한국어는 하지성이 보낸 문자. 영어는 까막눈이라 번역기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대충 나의 투자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것이다. 남은 투자금이라도 받고 싶으면 투자 대리인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대리인은 누구냐, 하지성임이 뻔하지.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 내 돈이 어느 곳에 투자되었는지, 그리고 왜 실패했는지와 같은 변명이라도 필요했다. 당장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뚜 뚜 뚜

 

오만 생각이 교차했다. 나를 볼 면목이 없어서 외국에 가서 산다고? 존 테일러에게 받아내야 하는 내 남은 돈은 어쩌고?

한참 동안 정신이 없었다. 소파에 앉아서 멍 때리는데 로또가 계속 앞발로 나를 건드린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한 번도 이런 일을 당해 본 적이 없다. 경찰에 전화를 해서 이것이 해결될 문제일까.

전화가 왔다.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라 벨소리가 울리자 마자 받았다.

 

여보세요? 지성이 형?”

승준아나야, 기연이

기연이의 목소리는 죽어 들어갔다. 평소에 그렇게 밝고 성실했던 친구의 목소리가 이렇게 침울할 수가 없다.

나 사기 당한 것 같아, 하지성이라고 유명한 투자가 있었는데

기연이의 말을 듣고 골을 한 방 더 맞은 기분이었다.

너는 얼마 투자했는데?”

가진 거 다 긁어 모았어, 나 정말 열심히 알아보고 투자했는데돈을 보냈는데 일주일 넘게 답이 없어

상황은 종료. 더 이상 알아볼 것도 없다. 하지성이란 놈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겠고, 그의 신분은 다 조작된 것임이 분명했다. 벌써 외국으로 떴을라나기연이와 같이 얘기를 하면 할수록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고 결국 늦게서야 경찰에 신고 접수를 했다. 이것이 2년 전의 이야기다.

 

-----

 

유명 투자자 하지성으로 위장한 김모씨, 29일 국제 경찰에 의해 체포

불과 나흘 전 이야기다. 나와 기연이를 포함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모임을 만들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를 입었던 만큼 그대로 보상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힘 써보려 한다.

하지성으로 위장한 사기꾼은 국내에서 나, 기연이와 같이 돈이 있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감행했다.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내자마자 일주일의 투자 기간을 핑계 삼아 해외로 도주했으며 2년 동안 숨어 지내다가 도심으로 나올 때 국제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한국으로 송환되었다.

 

기연이는 그때의 일을 잊고 살았던 나와는 달리 계속해서 범인을 찾아내려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경찰의 조사 요청에 끊임없이 출석하고 실제 하지성을 찾아가 범인과의 접점을 찾아내려하였다. 하지만 잡히는 것은 지푸라기 뿐, 범인이 한국에 없는데 무슨 소용일까.

깜깜 무소식이던 중 기연이에게 범인의 체포 보도는 희소식이었다. 물론 나도 아무 것도 모르는 그때의 나를 홀렸던 괘씸한 범인을 잡게 되어서 기분이 홀가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2년 동안 내 스스로를 반성하였다.

내가 처음 번 돈은 물론 국가에서 합법으로 지정한 스포츠 도박을 통해 얻은 것이었지만, 그것은 한갓 불로소득일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분석하고 이성적으로 베팅을 했다 한들 도박은 도박이었다. 그렇게 쉽게 돈을 벌었으니 타인의 유명세, 인지도에 홀딱 빠져 낭패를 보았지.

하지성을 가장한 사기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게 쉽게 남들의 돈을 뜯어 가서 큰 돈을 벌었겠다. 하지만, 검은 돈은 항상 검은 눈동자들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그를 쫓는 세력들, 그리고 도망의 연속. 그도 도망치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리라

한창 이십대 초반을 보내고 있는 나는 깨달았다.


인생은 제로섬 게임, 나의 패는 항상 0에 수렴한다.



hoseong608@naver.com

이호성

010-4512-2370

  • profile
    korean 2020.10.31 20:34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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