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 그날.

by 쵸코파이중독 posted Oct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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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 그날

 

#.1

 소년은 컴퓨터모니터로 절반쯤 가려진 창문 밖을 바라보며,"이런 젠장, 오늘은 너무 일찍 일어나 버렷네." 혼자 말을 했다.


 그가 일어난 곳은 빛이 잘 안 들어 오는 어두운 원룸이였고. 방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언제 마지막으로 청소 한건지 모를 만큼 방은 엉망이였다. 6평 남짓 한 방의 중심에는 메트릭스가 놓여져 있었다. 휴지가 나뒹굴고 , 메트릭스와 컴퓨터 의자,책상을 제외하곤, 어둠속에서도 육안으로 보일 만큼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턱.턱.' 항상 신고 있는 그의 슬리퍼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의 발 사이즈는 235mm 그의 키가 179cm인걸 감안 한다면 엄청 작은 사이즈 였다, 그가 맘에들어하는 남자 슬리퍼는 항상 235mm라는 미니미니한 사이즈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녀는 항상 250mm인 슬리퍼를 집에서 끌고 다녀야했다.


'턱.턱.' 창문앞에서 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소년은 냉장고를 향해 걸어 갔다. 냉장고 문을 열고 2L짜리 물통을 머그잔에 한가득 담아 '벌컥, 벌컥' 들어마신다. 한잔으로는 목 젖 운동이 부족 했던지 다시 컵에 물을 한가득 따르곤, 물컵을 입으로 가져 가는데, "삐빅,삐빅,삐빅"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알람 소리에 깜짝 놀란 그는 물을 입으로 받아 마시지 않고 배꼽에게 양보해버렸다. 


"앗, 차거" 차가운 물이 몸에 닫아 깜짝놀란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옷을 바라본다.


그는 컵을 싱크대에 내려놓고는, '턱, 턱,'거리며 화장실로 갔다. 마시던 물이 몸에 묻은게 찝찝한지 인상을 찡그리며,입고 있던 반팔티 와 체육복 바지, 팬티까지 벗고는 '촤아아아' 소리 만큼이나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곳으로 몸을 던졌지. 그는 항상 이런 차가운 물에 씻기라도 하는 듯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몸을 행궜다. 그리곤 바디워시를 손에 짜서 손으로 온몸 구석구석을 문댔고. 다시 물로 행구기 까지. 군더더기 없는 그의 행동 덕분인지 눈깜짝 할 사이 샤워를 마무리 했다.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와 하얀 카펫위에 올라선 그는 이를 딱딱 부딫히며 몸을 닦았다, 샤워가 끝난 후에도 추위에 벌벌 떨던 그는....


몸을 '후다닥' 닦은 후. 서둘러 펜티와 청바지를 입고, 냄비에 샤워 할 때 만큼이나 차가운 물을 받아. 가스렌지 위에 올린다. 그리곤 떨리는 손으로 가스 불을 켯다. '턱.턱.' 소리를 내며 의자에 걸쳐 놓은 맨투맨 티를 머리 부터 넣어서, 입고는 다시 가스레인지 앞에 가서 딱딱해진 몸을 데웠다.


잠깐 몸을 대우고 나니. 서서히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소년은 여유롭게 싱크대 서랍을 잡아당겨 라면을 꺼냈고. 라면 봉지를 양옆으로 잡아 당겨 뜯고는 건더기 스프와 분말 스프를 꺼내 , 가위로 잘라서 내용물을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넣었어. 스프를 먹은 '냄비 속 물은' 매운 음식을 먹은 사람처럼, 펄펄 날뛰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년은 '피식' 웃으며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냄비 속으로 라면 사리를 넣었다. 소년은 '씨익' 미소를 머금으며 냄비속을 휘휘 저었다.


어느 새 딱딱하던 라면 사리는 꼬들꼬들 해졌고, 그는 뜨거운 냄비를 수건으로 감싸 들고는 컴퓨터 책상앞으로가 조심스럽게 냄비를 내려 놓았다. '호로록 호로록.' 그는 배가 많이 고팠던지 정신없이 라면을 먹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라면을 모두 먹어버렸다. 냄비를 모두 비우고도 배가 차지 않았는지 한참이나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냄비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행이 그는 배가 차는 기분이 들었고, 다시 힘을내서 냄비를 싱크대 안에 넣고는 물을 틀었다. 


'콸콸콸' 흘러나온 물이 냄비 속으로 들어가고. 자신의 손보다 고무장갑이 작은지 손가락을 끼우지 않은 채. 물로 대충 행구고 세제를 묻힌후 다시 물로 행군다. 그는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터벅터벅' 걸어와 컴퓨터를 킨다. 컴퓨터의 쿨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소년은 sns에 들어가 자신의 아이디를 로그인 한다. 그의 아이디를 입력하자 '프로필 사진을 등록하세요' 라는 표시 뜬다. 그는 익숙한 일을 하듯 능숙하게 '1주일 간 이 창 안보기'버튼을 클릭한다.


그러고는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면서 화면을 바라 본다. 그의 눈동자는 화면을 보며 빠르게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그러더니 잠깐 눈동자가 멈추더니, 잠시 뒤 "아휴....." 깊은 한숨을 내 뱉는다. 그러고는 다시 스크롤을 내린다. 한참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던 그는 결국 눈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본다. 어느 새 검푸른 하늘은 푸른 하늘로 바뀌었다. 그 광경을 바라본 소년의 동공은 어느새 모니터 오른쪽 밑으로 향해있다. 그는 아까와 같은 한숨이 다시 한 번 떨어뜨린다. 그리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제 나가볼까?" 라고 혼잣말을 한다. 

조용하던 빌라 건물을 나와 큰 길을 따라 10분쯤 걸었을까? 어느 새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길이 나타난다. 그는 핸드폰을 보며, 계속 걸어 간다. 그의 발끝이 향하는 곳에는 '뜨거운떡볶이' 라는 가게가 서 있다. 그는 떡볶이 가게를 응시하며, 손바닥을 맞 붙여, 마찰시키고 걸어간다. 떡볶이집 문을 잡고 활짝 열고 들어간다.


 소년의 반가운 목소리가 성대를 타고 올라와 가게안에 울려퍼진다. 


"점장님 저 출근했어요." 


 락카실 안에서 '우당탕' 하고 소리가 난다. 그리곤 잠시 뒤 "어 왔니?"라는 나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소리가 들리는 락카룸에 들어가 고개 숙여 인사한다. 그의 모습을 본 사장님이 


"짜식 웬 일이래?

 

 안하던 인사를 하고 잇어 빨리 옷갈아 입어"라고 말을 하고, 락카룸 문을 '쿵' 닫고 나가버린다. 사장님의 덩치 만큼이나 소리가 우렁찼다. 


소년은 그 우렁찬 소리가 맘에 들었는지 씨익 웃으며, 익숙하듯 '금정도'라고 적힌 락카문을 연다. 자신이 입고 있던 맨투맨 티를 벗어 락카안에 '툭' 던져 넣고는 락카안에 있던 검은색에 앞면에는 빨간 고추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내가 바로 "뜨거운 떡볶이")라고 적힌 옷을 입었다.'그러고는 검은 모자를 쓰고는 락카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가게안에 있는 광고펫말을 들어서 밖으로 옮겼다. '펫말'은 바람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밑동에 물을 넣어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소년 혼자서 들어 옮기는게 버거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사장님은 "정도야. 하영이는 아직 안왔어?"라고 물어본다. 그런데 어쩜 소년이 잘 못 들었을까? "저 혼자 해도 괜찮아요." 점장님이 물어 본 것과는 다른 대답을 한다. 그렇게 낑낑 대며 가게안에 있던 펫말을 3개나 옮긴 소년은 대걸래를 가지고 와서 펫말에서 나온 거무틱틱한 물기를 '스윽스윽' 닦아낸다. 소년의 대걸래 질에서는 조금전 무거운 펫말을 옮겼다는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힘이 넘친다.

 그렇게 혼자 물을 닦고 있는데, 헐떡이는 호흡을 한 여자가 뛰어 들어온다. "점장님 저 왔어요." 그 소리와 함께, 소년의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비친다. 어깨 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 모난 부분 없이 조그마한 얼굴, 그 위에 오밀조밀 자리잡은 오똑한 코,쌍커풀이 잇지만 작은 눈,유난히 돋보이는 연분홍색 입술. 순간 소년의 대걸래 질이 멈춘다. 소년의 얼굴은 신기하리 만치 빨게진다. 소년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던 소녀의 눈이 갑자기 커지며, 


 소녀가 입을 벌린다.  "정도야 너 얼굴이 엄청 빨게, 어디 아픈거 아냐?"


 소년은 마주 보고있던 고개를 반대로 돌려, 얼굴에 손을 대보고는 "아냐, 걸래질을 하느라 더워서 그런가봐."라는 대답을 하고는, 다시 걸레질을 한다. 


 그말을 들은 소녀도 얼굴이 빨개 지면서 "미안해, 내가 많이 늦었지? 라고 대답하며, 락카룸 안으로 들어간다.

 소년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아이씨!,멍청아."라고 작은소리를 내곤 자신의 빨개진 얼굴을 만지며, 찬 물을 연거푸 마신다. 

물을 먹고, 대걸래를 다시 집어들어 청소를 시작한다. 

 '뜨거운떡볶이' 옷과 대조 되는 그녀의 얼굴색이 더욱 빛나보인다

그녀는 가게 안에서 나오는 걸그룹 음악을 들으며, 소년에게 걸어온다. 베시시 웃는 그녀가 "벌써 이렇게나 많이 한거야? 나랑 같이하지... 나는 테이블 정리 할게" 라는 말과 함께 그녀가 스쳐지나가는 순간, 코끝을 시원하게 하는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무더운 여름 차가운 바다에 들어가는 일을 연상캐 할 만큼 그에게 아련했다. 소년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함께일을 하는 그녀의 냄새를 맡을 때면, 그의 마음은 떨린다.

 하지만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걸 들키고 싶지 않았던 그는,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주방으로 간다. 점장님이 멸치,양파,북어,미역 등 많은 재료가 들어가 있는 냄비에 물을 받고 있다. "점장님 홀 정리 다햇어요. 설거지 할게요!"

 

 점장님이 나직한 목소리로 "하영이 보니까 어때 심장이 벌렁벌렁해?" 짖굿은 표정을 지으며 물어본다. 소년은 퍽퍽퍽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설거지를 한다. 사장님은 정도의 행동에 아랑곧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계속한다. "하영이가 인기가 많긴 하지. 오죽하면 가게 손님들이, 나 한테 하영이 번호좀 알려 달라고 사정을 하겠어?" 

그말을 들은 정도는 '휙'하고는 뒤를 돌아 본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누가 하영이 번호물어 봣어요?"

 사장님은 웃으며 "이놈봐라?, 정말 하영이 좋아하나 보내. 그리고 내가 미쳤냐? 직원 번호를 함부로 남한테 주게."라고 말한 사장님은 잠깐 생각한다. 


 재밌는게 떠올랐는지 '씨익' 웃으며, "하영이 얼굴을 봐봐 어디 남자들이 가만히 두겠어? 빨리 고백해 임마. 너 그러다 나중에 후회 한다니까." 사장님은 정도의 반응을 기대하며 쳐다본다.

 그런데 정도는 담담하게 웃으며, "하영이가 이쁘긴 하죠 흐흐흐, 안 그래도 이번주에 고백하려구요."

 사장님은 웃는 얼굴을 하며 "그렇지,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한번 도전 해봐야지. 그래 한번 고백해봐!" 주방에서 웃는 소리가 난다.

 밖에서 테이블을 정리하던 하영이가 "뭐가 저리도 좋담. "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방긋 웃고 있다.

 어느정도 가게 정리를 마친 세 사람은 카운터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영은 항상 가지고 다니던 머리끈을 카운터 옆에 놓고는 정리 카운터를 정리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아직 점심시간 되려면 30분 이나 남았네, 다들 앉아서 쉬어."


 하영이는 새침한 표정으로 "사장님 저희 앉아 있으면 맘에 담아두실 거잖아요!" 말하고는 미소를 짓는다.

 사장님은 "이 녀석이.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허.허.."

 "농담이에요. 농담." 둘이 농담 하고 잇음에도, 정도는 뭐가 그리 심각한지 혼자 웃지도 않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사장님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정도야 괜찮니? 어디 아픈거 아니야?" 정도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사장님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하영이를 바라 본다. 하영이는 입을 뻥긋 거리며 소리 없이 말을 한다. "아까 설거지하고 난 후로 계속 기분이 안좋아요."

사장님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그럴리가 없는데." 라고 말을한다.

 하영이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그러는지. 방긋 웃으며, 상기 된 목소리로 "사장님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

 사장님의 작았던 눈이 보름달 처럼 커진다. "아니 하영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남자친구?"

사장님은 걱정되는 마음에 정도를 바라본다. 그런데 방금 전 기분이 안좋아 보였던 정도가 베시시 웃는 얼굴로 "사실 저랑 하영이 어제부터 사귀기로 했어요."

 정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사장님은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농담이지?"
"사장님 제가 농담하는걸로 보이세요? " 정도는 베시시 웃으며, 하영를 바라본다. 하영이도 정도를 바라본다. 둘은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듯 서로를 바라본다. 사장님은 커다란 눈으로 둘을 바라본다. "야. 그럼 아까 설거지 할 때, 했던 말은 뭐야 아직 고백안한거 아니였어?"

정도는 잠깐 사장님을 바라보며 "그야 사장님이 혹시나 가게 직원들끼리 연애하는거 반대 하실가봐 물어 본거죠."

"너. 너. 너! " 사장님은 뒷 목을 잡으며 쓰러지는 시늉을 내시며 벽에 기대신다.

"이런 치욕은 처음이다. 어떻게 같이 일하는 나만 왕따 시킬 수 있어."

하영이는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치욕이라뇨 사장님. 저희 앞으로는 일 더 열심히 할게요. 사장님 저희 그래도 커플되고 첫 출근인데, 축하해주세요."

"알았어, 짜식들 너희들이 치사하긴 해도 우리 정도 짝사랑이 드디어 이루어 졋는데 축하해줘야지."오늘 식사는 피자쏜다!"
하영이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정도를 처다본다. "정도야 사장님이 피자 사주신데!"

정도는 웃으며, "사장님 정말 고마워요."

그 순간 가게에 때 마침 손님이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뜨거운떡볶이 입니다. " 세 사람은 손님을 반긴다. 하영은 메뉴판을 가지고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기본 메뉴 뜨거운떡볶이는 저희 매장에서 직접만든 육수를 사용해 싱싱한 재료들을 넣어 만든 떡볶이입니다. 사이드 메뉴로 세우튀김이나 군 만두를 선택하시면 1000원 할인 해드리고 있습니다. "


 그녀의 상냥한 목소리가 가게에 퍼진다, 사장님은 앞치마를 입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정도는 쟁반에 물과 컵, 물티슈를 챙겨 서빙을 한다. "어서오세요 손님!" 가게는 어느세 시내 맛집들처럼 꽉차서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다. 손님들은 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렇게 2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니 손님들이 빠져 나간다. 


 정도는 한숨을 쉬며,"사장님, 점심시간은 언제나 적응하기 힘드네요. 꼭 이시간만 되면 민물 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더라."


 사장님은 웃으며, "미안하지만 그래도 난 이 시간이 젤 행복해, 가게가 조용해봐. 내가 너내랑 지금처럼 웃으면서 일할 수 있겠어?"


 "그거야 그렇죠" 정도는 베시시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그렇게 세사람은 수다를 떨다가 손님과 장사하기를 얼마나 반복햇을까? 어느세 하늘은 어두워졌다. 

 정도와 하영이는 가게 정리를 마치고 "사장님 저희 퇴근할게요" 


 사장님은 오늘 장사가 잘된걸 확인이라도 하신듯 싱글벙글이다. 

"그래,수고했다. 어서가서 쉬고 내일보자"

"네, 수고하셨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하영아 늦었는데, 내가 대려다 줄게"

 하영은 눈을 잠깐 쳐다 보더니 "그래..." 둘은 말없이 걷는다.


 저녁 9시라서 그런지 아직 사람들이 꽤 많다. '웅성웅성' 


 하영은 앞에 있던 오락실을 보더니 "정도야. 우리 오락실 가자!"


 정도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래!"라는 대답을 한다. 사실 정도는 오락실 이라면 초등학생때 이후로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정도는 속으로 '23살인 나이에 오락실을 한번도 안와봤다는게 창피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다시 와보는 오락실에 설레이기도 한다. ' 


하영이는 비행기 게임을 가리키며 "정도야 우리 저거 하자."


 정도의 입꼬리는 비행이 게임을 보는 순간 하늘을 치솟을 것처럼 올라간다. 비행기 게임은 사실 정도가 초등학생 때 유일하게 잘했던 게임이다. 도죽하면 정도가 비행기 게임을 잡았다 하면, 또래 친구들이 모두 멈추어 구경을 할 정도로 그는 비행기 게임을 잘했다.


 정도는 과거를 떠올리며, "그래!" 라고 대답하면서 동전을 넣고 하영이와 같이 게임을 한다. 


 10분쯤 지나서 엿을까? 같이 게임을 시작했던 하영이는 게임기 앞에서서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다. 


 그녀의 두눈에는 한남자가 몸을 좌우로 움직여 가며, 게임을 하고 잇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정도가 게임을 잘하기도 햇지만, 그가 기억하지 못한 사실. 그는 비행기 게임을 했다하면 자신이 비행기라도 된 마냥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게임을 하는 것이다. 오락실안에 있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처다보며, 지나간다. 

 얼굴이 새 빨게진 그녀는 그의 어깨를 톡톡친다. "정도야 우리 다른 게임 하러 갈까?"

 정도는 자신이 하영이가 기다리기 지루해서 그렇게 말을 한줄 알고, "아 미안해, 나 혼자 너무 오래 했지? "라는 말을 하며,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속으로 으쓱대며, 나란히 걷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보인다.

 

 그 모습을 본 하영은 정도가 게임한 열중이 떠올라 같이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나란히 걸으며, 오락실을 구경하고 있는데 하영이 한발짝 먼저 내 걸으며 "정도야 우리 노래 부르자." 라고 말을 하며 동전노래방을 손으로 가르킨다. 


 정도가 "나 노래는 잘 못부르는데." 라고 말을 하자 하영이 "내가 불러줄게."라는 말을 한다.

 둘은 노래방에 앉아. 먼저 노래방안으로 들어와 앉은 정도는 노래방 화면을 바라본다. 좁은 공간에 하영이와 같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떨린다. 그런 정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영은 노래를 고르느라 화면을 바라 보며 노래를 고르고 있다.

 하영의 냄새가 노래방을 꽉채울 때쯤 하영은 노래를 골랐는지, 시작 버튼을 누른다.음악 반주가 나오고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벽에 등을 기댄다. 

 

 그는 혼자 생각한다. '하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렇게 노래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정도는 에게 갑자기 오후에 먹었던 피자냄새가 엮하게 난다.


 그는 '속이 안좋은가? ' 라고 혼작 생각하면서도, 갑잡스러운 매쓰꺼움에 큰 불안을 느낀다. 


 그는 하영에게 "하영아 나 속이 안좋아서 그런데 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게"라는 말을 하고, 화장실로 가려고 노래방문을 잡는다. 그 순간. 호흡이 안 숴 진다. 분명 앞에 무엇인가 나타 났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손 끝이 말려 들어가다가 몸이 일그러지는 기분이 든다. 


 온몸이 산산조각이 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


'삐빅,삐빅,삐빅'

 
"안돼!" 한 남자가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몸서리치며 일어난다. 


 급하게 일어난 그는 눈동자를 왼쪽위로 올리고, 입은 벌린채 일어나자 마자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한다.

"뭐야!"그는 무엇인가 불안하기라도 한듯 큰 목소리로 소리친다. 피부를 자세히 보니 닭살이 오돌토돌 올라와있다.

"어제 무슨일이 잇었던 거지? "난 분명 하영이랑 노래를 부르고 잇었는데?."


그 말을 남긴 그는 다급한 생각이라도 난 듯 핸드폰을 바라본다. 


하영이한테 전화 해봐야되. 연락처에 들어가 이리저리 번호를 찾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다. 항상 전화 하던 하영이 번호가 없어졌다.


"하영이 번호가 왜 없어졌지?" 그의 눈동자가 좌우로 미세히 떨리기 시작한다.

 그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어제의 일을 아침부터 다시 생각해보려한다. '어제는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에 일찍 출근을 했었는데, 사장님과 인사하고 그리고 뭘 했지?...피자를 먹엇던건 기억이 나는데.' 그는 어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듯 고통스럽게 머리를 쥐어 짜낸다. 어렴풋이 무언가 기억이날듯 말듯 그의 손에는 땀이 흥건차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그는 갑자기 중요한 사실이라도 떠오른듯 얼굴색이 하얗게 변한다. 

"아이씨, 출근 해야하는데, 나는 진짜 멍청이인가 그걸 어떻게 까먹고 잇엇지?"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었지만, 가게에 늦었다는 생각에 아랑곧하지 않고, '턱턱턱턱'

화장실로 가서 얼굴 만 씻고, '턱턱턱턱'


 행거에 정렬되어 잇는 청바지를 잡어 팬티 위에 입는다. 위에 입고 있떤 나시 티는 메트릭스 위에 집어 던지고, 초록색 맨투맨 티를 집어 들어 목부터 입는다. 그는 '턱턱턱' 현관으로가 운동화로 갈아 신고 왼손으로 현관문을 열어 집 밖으로 나간다.


'쾅'
빌라에서 나온 그는 갑작스레 들어오는 햇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오른팔로 햇빛을 가리고, 오른쪽 방향으로 죽어라 뛰어 간다. 


'탁탁탁탁' '탁탁탁탁' 멈추었다. 뛰었다. 멈추었다. 뛰었다. 숨이 차올라 가슴이 터질거 같다. 그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계속 뛰었다. 어느새 사람들이 많은 길로 접어들었지만 정도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뛰어갔다. 


미칠듯 날뛰며 터질듯한 가슴이 어느정도 적응되기 시작할 때쯤, 그의 발 끝은 어느세 떡볶이 집을 향해 있었다.


 가게 앞에서 숨을 잠깐 고르고 어께로 문을 밀어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눈을 힐끗 돌려 가게 안을 살펴본 그는 "사장님 저 왔어요." 라고 말햇다.

 소리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주방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정도는 오른손을 왼쪽 팔꿈치에 갔다대고 팔로 자신을 방어하기라도 하듯 몸을 감싸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그렇게 잠깐 시간이 지났을까? '빼꼼' 주방입구에서 검은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나온다.

 그는 갑자기 웃는 얼굴로 "이제 왔냐?"라는 말을 한다. 정도는 평소에 사장님과 친구같이 친하게 지냈지만 가끔 사장님과 좋은 사이로 지내고 있지만 그릇을 깨거나 손님들에게 실수 할때면 따끔하게 말해주셨기 때문에 오늘도 사장님에게 야단을 받을줄 알았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오늘은 사장님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간다. 정도는 작은 목소리로."사장님 제가 오늘 지각했어요."라고 말을 한다. 

 사장님은 "괜찮아, 그럴 수도있지.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 오히려 격려를 해주신다. 사장님은 정도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시며, 미소를 띄신다. 정도는 자신도 모르게 입고리를 따라 올리지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락카룸에 들어가서 자신의 락카를 열고, 뜨거운떡볶이 티셔츠를 입었다. 정도는 매장을 둘러본다. 오늘은 매장이 깔끔하다. 펫말도 밖으로 나가 있고, 항상 내가 닦던 매장의 팻말에서 떨어진 검은 물도 오늘은 닦을 필요가 없다. 정도는 '턱턱' 주방안으로 들어간다. 

 "사장님 오늘 홀이 깨끗해요. 오늘 딱히 할게 없는데..." 사장님은 눈을 크게 뜨더니 "이 녀석이 저기 저 설거지 안보이니? 어서 해!" 

 정도의 고개가 사장님이 가르킨 방향으로 돌아간다. 새까맣게 까먹엇던 설거지가 쌓여있다. 그러고 보니 '중요한걸 까먹고 있는거 같은데?' "하영이...." 눈을 번떡 뜨던 정도는 커진 눈으로 사장님을 쳐다 보며 "사장님 하영이. 하영이 어디있어요?"

 사장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그게 무슨 소리냐?"라는 말을 하신다. 그 말을 들은 정도는 답답 하기라도 한지 발을 동동굴리며, "사장님 하영이요 하영이. 제 여자친구. 우리 가게에서 알바하는 하영이요!"

 사장님은 입을 살짝벌리고 눈은 반쯤 뜬 표정으로 "무..무슨소리야. 알바생은 3달 전부터 너 말고는 아무도 없엇어."
 

 정도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아무 말도 하지않고, 주방을 나가 락카룸으로 간다. 흰색으로 된 락카 4개. 자신의 '이정도'라고 쓰여져 있는 락카는 왼쪽위에 것, 나머지 3개의 락카에는 모두 이름이 쓰여져 잇지 않다. 정도는 다급히 모두 열어본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말없이 그는 카운터 앞으로 간다. 무엇인가를 다급히 찾는다. 계산대를 열어 이리저리 안을 살피던 그는 공허한 눈을 뛰며,작은 목소리로,"머리띠....가 없어."라고 말을 한다. 

 사장님은 어느세 따뜻한 종이컵에 따뜻한 커피를 타서 정도에게 건내주며, "정도야 괜찮니? 많이 아프면 집에가서 쉬어라."라는 말을한다. 정도는 사장님을 바라보며, "사장님 하영이, 하영이 어디갔어요. 어제 분명히 출근 했잖아요."라는 말을 한다.

 사장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어제 가게에서 일한사람은 너랑 나 뿐이였어 '정도야' 무슨 꿈이라도 꾼거니" 라고 물어본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3달 동안 나 혼자 일을 한거라고?' 


 '나는 분명 하영이와 같이 일했는데. '


 '왜 나는 혼자 집에 돌아 왔을까? '


 '어젠 내가 기억하지 않는 시간에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너무나 혼란스러운 정도는 가게 홀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참을 땅을 바라본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생각하더니.


"사장님 죄송해요. 오늘 몸이 안좋은거 같아서 잠깐 집에 들어가서 쉴게요."라고 말을 한다. 

 땅.


 정도의 눈으로는 땅 만 비친다.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가지만 그는 오직 땅만보며 집으로 향한다. 집이 보이기 시작 할 때쯤, 정도는 멈추어서서 조용한 소리로 말을 한다. 


"사장님은 왜 기억을 못하는 거지?"


 정도는 집으로 돌아와 한참을 고민하다 잠에 빠진다.


 '아까 마신 커피향이 입안을 감돈다.'

그는 자는 내내 심한 악목이라도 꾸는듯 업치락.뒤치락하며 계속해서 잠을 잤다. 

'삐빅, 삐빅' 그가 일어난건 다음날 아침이였다.

 그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일어나 화장실로 바로 간다. '츠스스스스' 흘러 내리는 찬물에 샤워를 하는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게 보인다. 


눈물을 보던 정도는


  "뭔가 중요한걸 까먹고 있거 같은데. " 라고 혼잣 말을 한다.


 "하영이?.... 누구 이름이지? 어제 무슨 꿈이라도 꿨나?"


 정도는 마치 하영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을한다. 


 그리곤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물로 씻어버린다.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려, 라면도 끓인다. 준비를 마친 그는 원룸을 나선다. 


 그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가게에 도착한 정도는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 사장님에게 "사장님 저 왔어요."라고 말을 한다. 


 "어, 그래 어서 오너라."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일을 한다.


 

 그렇게 9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한남자가 창박을 바라보고 있다. "첫 눈이 많이 쌓였네." 어느세 12월이 되었다. "사장님 밖에 눈 많이 쌓였어요!" 밝은 목소리가 가게에 울려퍼진다. 

 사장님은 나직한 목소리로 "얌마, 눈이 오면 손님도 안오는데, 내가 좋겠냐?" 투덜거렸다. 그러나 사장님의 입꼬리도 약간 올라간게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정도는 나직히 "나는 손님이 없으면 좋은데..."라고말을 던진다. 

 사장님은 "이 자식이!" 


 사장님의 반응에 정도는 입을 벌려 크게 웃는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서인지 자신을 편히 대하는 그 모습에 사장님도 피식 웃는다. 


그렇게 둘은 홀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락카룸이 열린다. 

"오빠, 옷에 양념 묻었나봐. 이거 어떻하지." 정도를 보며 한 여자가 말을건다.

 정도는 강아지를 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러게 양념이 많이 묻었네, 옷은 빨아야겠다."라고 말을 한다. 


그녀가 '성큼성큼' 다가와 정도 옆자리에 함께 자리에 앉는다.


 사장님은 그녀가 들고 있는 옷을 바라보며, "혜진아. 퇴근하기전에 카운터 위에 올려놔. 사장님이 빨아서 내일 가지고 올테니까."라고 말을 한다. 그녀는 베시시 웃으며,"사장님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한다.


 그녀는 밖을 보며, 


 "어, 벌써 눈이오네."라는 말을 하고는 한참 더 있다가 "


 오빠랑 여기서 처음 만날 떄는 이렇게 오래 일할줄 몰랐는데."라고 말을 한다.

 

 그말을 들은 정도가 기억을 회상하기라도 하듯 테이블 위를 바라보며, 


 "그러게 우리가 처음 만난지, 벌써 3달이 넘었네."라고 말을 한다. 


 그녀는 정도를 바라보며, "오빠 우리 이제 곧 100일이야. 까먹으면 안되."라고 말을 한다. 평소라면 30이 넘은 나이에 솔로인 사장님 앞에서 이런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 첫 눈을 봐서 그런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업된 기분 때문인지, 그녀는 평소에 가슴에 쌓였던 말을 서슴없이 해버린다.


"사장님은 연애 안하세요?"

 사장님과 장난을 자주치긴 했지만 이렇게 도를 넘은 질문은 처음이였다. 


 다행이 사장님은 웃는 얼굴로 "그러게 나는 언제쯤 연애를 다시 하려나..."라고 어렴풋이 말을한다.


 사장님은 잠깐 말이 없다가 시간을 보고는 


"아! 이제 곧 너희 퇴근할 시간이지.퇴근하기 전에 잠깐만 도와주라."라고 말하고는 갑자기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두손에 처음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와 "얼마전에 내가 새로 만든 아이스크림인데 한번 먹어봐."라고 말한다.


정도와 혜진은 '바'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을 힘껏 배어물고는 혀를 돌려가며 아이스크림을 맛본다.

"어때?" 사장님은 반응이 궁금한듯 고개를 내밀어 물어본다 

 정도와 혜진은 웃으며, "맛있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정도는 아이스크림을 한입 더 베어물며, 


 "내일 당장 팔아도 되겠어요."라고 말을 한다. 

 사장님은 맛있다는 말에 신난건지, 아이스크림을 시원하게 베어무는 정도의 모습에 신난건지 모르겟지만, 크게 웃으며


 "이제 퇴근하려무나."라고 말을 한다.

정도와 혜진은 방긋 웃으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곤 가게 문을 밀어 밖으로 나간다. 

 가게 안, 사장님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웃고 있다. 

정도는 가게 밖으로 나오자 마자, 혜진의 손을 '꼬옥' 잡고는 혜진의 눈을 보곤 "가자 혜진아."라고 말을 한다. 


'뽀득뽀득'


신발과 눈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걸었을까?


 혜진이와 처음 보는 오락실이 보인다. 


 혜진이 웃으며 "오빠 우리 오락실 가자."라고 말을 한다. 


 정도는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가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은 오락실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잇는 정도를 본 그녀는 갑자기 정도의 팔짱을 끼며, 동전 노래방이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그녀는 정도를 밀쳐 자리에 앉히곤 처음 보는 섹시한 눈빛으로 "오빠 내가 노래 불러드릴게요."라고 말을 한다. 정도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겼지만 여전히 불안해서 인지 가슴한 구석이 답답했다. 

 그녀가 선택한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를 들은 정도는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떨리는 자신의 손을 본 그는 너무나 혼란스럽다.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갑자기 목구멍으로 무언가 나올거 같다. 그는 알수 없는 메스꺼움에 머리가 핑 돌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한 손으로 테이블을 붙잡아 몸을 지탱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화장실좀 다녀올게."라는 말을 하고는 뒤돌아 문고리를 잡는다.


 팔에 힘이 안들어 갔지만, 모든 힘을 쥐어짜내, 문고리를 힘껏 내리고 문을 미는데 문이 밀리지 않는다.


 마치 문 앞에서 커다란 바위가 문을 가로막고 있기라도 하듯 문은 꼼짝도 하지않는다.


"왜... 안려리는 거지?....."

 

 다급한 마음으로 문을 살펴본다. 손잡이에서 부터 차츰차츰 올라가다가 노래방문에 뚫려있는 네모난 창문이 보이는 순간 눈동자는 멈춘다. 


 눈동자에 비친 것은, 


 베시시 입꼬리가 하늘에 올라갈 듯 한 사장님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 처럼 하얀 상태로 바꼇다. 입술이 굳어 잘 안움직이는 듯, 그는 더듬더듬 말을 한다.


 "사..장..님..?...."

 "어이구, 우리 정도랑 혜진이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정도는 노래방을 참 좋아하나 보구나. 작년에도 하영이랑 여기서 노래를 부르더니."


  "하영이?..." 사장님의 말을 들은 정도는, 기억속 깊은곳에서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조금씩 생각난다.


 "물론, 잘 기억 못 하겠지. 그때 내가 피자에 약을 엄청 탔으니까."


 "약 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크크크크... 아직 눈치 못 챘구나. 오늘도 약을 탔었는데. 아이스크림 맛이 어땟니?"


 "몸이 잘 안움직이지? 혜진이는 벌써 잠이 든거 같구나."


 그 말을 들은 정도는 뒤를 돌아본다. 혜진이가 땅바닥에 누워서 기절해 있다.


 "도데체. 왜 이러시는 거에요 사장님..."


 사장님은 처음 보는 악마같은 얼굴로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더니,


 "딱히 이유가 있나?,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데, 커플을 보고 있자니 참을 수가 있어야지."


 "미안하지만, 너 네는 해어져야 겠어."


 "걱정하지마. 내일 아침에 헤어지면 아무것도 기억 못할테니까."


 "정도, 너는 내가 집에까지 대려다 주마."


 "아 그리고, 혜진이는 나랑 같이 가자꾸나."

 

 정도는 소스라 치며, 몸을 움직여 보려 했지만 더 이상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으..으.........." 그렇게 정도는 쓰러졌다.


'삐빅.삐빅.삐빅." 한 남자가 몸서리 치며 일어난다.


"왜 이렇게 땀이 많이나지. 안 좋은 꿈을 꿨나? 요즘따라 악몽을 자주 꾸는것 같네..."


"출근을 해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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