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스노우
물속 아틀란티스 도시는 항상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도시 속 마을, 자로 잰 듯이 일직선으로 뻗은 길가에는 반듯한 모양의 건물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었다. 가끔씩 똑같은 양식의 건물들에 집을 못 찾을 때가 있을 정도로 배치와 디자인은 정확했다. 정말로 자세히 보거나, 오래 거주하고 있지 않은 이상 미세한 차이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집은 문 옆에 해초를 심어두어 표시를 해두었다.
옆집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건 이웃의 잘못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나의 이웃을 쓸쓸하게 만들고 있던 걸지도 몰랐다. 제대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쓸쓸한 지까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로 나는 다른 이웃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나인데도 요즘 이곳이 고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말을 건네는 유일한 이웃인 아저씨의 말에 의한다면 도시는 점점 더 조용해질 거라고 했다. 그리고 평화에 더욱 가까워져서 ‘0’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져버릴 거라고 얘기했다. 나는 0에 대해선 어떤 철학적 지식도, 수학적 개념도 없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0은 나아가는 것 없이 아무것도 태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내 안의 무언가도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아저씨, 어디가요?”
“따라오지 마.”
나는 평소처럼 아저씨 뒤를 쫓았다. 아저씨는 그대로 내 앞을 지나쳐 큰길가로 걸어갔다. 늘 그렇듯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계속 아저씨 뒤를 따랐다. 묵묵히 걷던 아저씨가 한 소리할 것 같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빙긋 웃어보였다. 항상 똑같은 식의 대처는 빈틈없이 매번 똑같이 먹혀들었다.
“널 누가 이기겠니.”
아저씨는 까칠해진 얼굴을 한 손으로 비비며 웃어보였다. 피곤한 웃음을 짓는 어른이 아저씨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웃음이 아저씨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또 다르게 ‘가족’의 향기를 느꼈다.
“하지만 이 동네엔 제 또래를 찾기 어렵단 말이에요.”
“알고 있어.”
“매일 귀찮아하시잖아요.”
아저씨는 소리 내어 웃는 것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나는 우리가 결코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조금 아쉬움이 따르더라도 나는 어른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달랠 수 있는 게 어른인 것처럼 아이는 어른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내 곁에 없는 부모 또한 단지 어른이었을 뿐이었다. 아이가 이해해주어야만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평소처럼 어느 허름한 공원에 도착했다. 지상에서 맞은 거대한 폭풍 때문에 가라앉아버린 거대한 선박과 그 선박에서 떨어진 화물칸이 조형물로 자리 잡은 공원이다. 낮 시간인데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저씨는 화물칸 중 벤치 용도로 다듬어놓은 곳에 앉았다. 나도 아저씨를 따라 그 옆에 앉았다.
“이제 겨울이니까 따뜻하게 입고 다녀.”
“그런 건 전부 기분 탓이에요. 이런 깊은 물속에서 계절을 느낄 리 없잖아요.”
“넌 가끔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해. 날 쫓아다니는 주제에 갑자기 현실적인 소리나 하고 말이야.”
“전혀요! 전혀 현실적이지 않아요. 그냥 그런 얘기라구요.”
아저씨는 묵묵히 앉아있었다. 아저씨는 그런 식으로 잠시 동안 조용해지곤 했다.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나는 대충 ‘생각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생각이 많다. 무엇을 위해서냐고 묻지는 못하지만, 그건 내가 하는 그저 그런 얘기와도 같다. 그냥 붕 뜨다가 가라앉는 게 느린, 심각할 정도로 부풀려진 비눗방울 같은 것이다. 내용물이 어떻든 간에 그것은 텅 빈 채로 꽤 오래 떠있다. 잘 몰라도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네 또래는 점점 줄어들 거다. 식량이 줄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람도 많이 변했어요.”
이곳에서 유일한 식량자원인 A는 얕은 곳에서 쉽게 발견되는 흔한 자원이었다. 양도 풍족해서 사람들은 얼마든지 그것을 가질 수 있었다. 자로 잰 것 같은 길목에서도 265번지나 374번지, 819번지에 가장 큰 A광산이 있고, 그 외에도 자잘한 산들이 마을 근처에 꼭 하나씩은 존재했다. 아니, 어쩌면 그 산주위로 마을이 만들어진 게 올바른 순서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누구나 삽과 같은 도구만 있다면 식량을 캐올 수 있었다. 게다가 자원A는 식생 말고도 용도가 다양해서 사람들은 A를 얼마든지 캐내고, 얼마든지 사용했다. 얕다는 것이 곧 밑천이라는 것을 몰랐던 당시에는 그저 풍족하기만 했던 자원을 낭비하다시피 사용했다. 식구들이 전부 사용하고도 남을 만큼의 것을 캐내고, 캐내고 또 캐내어 자원이 있던 바위가 부서질 때까지 두드려댔다.
자원A의 양이 급속도로 감소한 것은 처음에는 놀라운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몇 년 사이에 낭비에 대한 대가로 자원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앞으로 더욱 혼란스러운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식량은 부족하고, 인구수는 감소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물 깊이가 점점 깊어지고 있어. 땅이 꺼지는 건지, 물이 더 많이 채워져서 지상과 멀어진 건지 알 수도 없네. 뭐, 무엇하나 좋을 건 없겠지만.”
“사람들은 비행에 실패한 사람이 많아서 좋다고 했어요. 폭발하기를 바라고 있던 거예요.”
“그러면 식량이 늘어나니까.”
사람들은 지상으로 가기위해 엔진장치를 메고 바닷물을 가르는 비행을 시도했다. 비행은 엔진과 물속에서의 압력이 적절해야지만 이루어질 수 있는 섬세한 작업이라, 성공과 실패에 대한 정확한 확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행에 쓰이는 엔진장치는 일반 자원이 아닌 특수A자원으로 만들어졌다.
‘특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 자원이 순수 물질일 때에는 식량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연소되어졌을 때엔 비로소 식량으로서의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물이 깊어지면서 비행에 실패하고 엔진이 폭발하는 경우가 원래보다 늘어나고 있었다. 폭발하면 사람도, 뼈도, 혈액도 산산조각 날 뿐이다. 그리고 그 남은 잔해는 물속에서 하얀 눈꽃이 되어 흩뿌려지고, 사람들에겐 귀중한 ‘식량’이 되었다. 피어나지 못하고 굳은 채로 웅크러진 눈꽃이 그들의 입속으로, 한 조각도 남김없이 먹혀들어갔다. 사람들은 이 잔인한 ‘일상의 사건’이라도 일어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모든 이들이 함묵하고 있었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바닥엔 극소량의 눈꽃 찌꺼기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비행을 하고 싶니?”
“네.”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나는 그 죽음을 봤는걸요. 하지만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행복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죽음이 없는 평화로운 고요가 정말 온전하지는 않을 거예요.”
더 이상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건지 아저씨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당연하다는 듯 당당히 말하고도 그 깊은 울림에 속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아까보다 키가 커진 것 같았고, 왠지 아저씨도 아이같이 보였다. 아니, 그래도 아저씨는 아이가 아니었다. 피곤한 얼굴을 지을 줄 아는 아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저씨는 언제부터 아이가 아닌 게 된 걸까.
어른이 모두 옳을 수 없다는 것도, 생각보다 겁이 많다는 것도, 그리고 평범하다는 것도 모두 나중에서야 알았다. 나의 부모는 비행에 실패하여 추락해버렸고, 죽음의 시간에 제대로 이르기도 전에 그들의 따뜻한 육체를 무시무시한 ‘일상 상어들’ 에게 먹혀버렸다. 사건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 상어들, 그 상어들의 실체인 우리들을 나는 원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모의 식지 않은 피는 온몸에서 멈추기도 전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바다 속에서 눈이 되어 집어삼켜지고 말았다. 이건 단지 사실이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모는 지상으로 가고 싶어 했고, 나를 사랑했다. 그래서 비행 후 지상에서 나를 들어 올릴 계획을 세웠다.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나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물속에서 지상으로 들어올리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나를 사랑했고, 희망사항은 아니었겠지만 모든 것을 예상에 두고 있었다. 심지어 죽음까지도. 신중함과 겁의 차이는 알 수 없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들은 나를 사랑했고, 나를 구했다. 그리고 나를 떠났다. 아이는 아이가 아닌 게 되고, 어른이 된다. 나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상엔 네가 원하는 건 없어. 이곳과 다르지 않아. 아니, 오히려 더 위험할지도 모르지.”
“후회한다면 다시 되돌아오면 돼요. 그 전에 직접 가보고 싶어요. 물론 성공했을 때의 얘기지만, 그렇지만 죽는다고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야 엄마, 아빠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으니까, 라고 나는 덧붙였다. 그러자 아저씨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표정 좀 풀어달라고 얘기하고 싶어질 만큼 무서운 얼굴이 되었다. 분명 내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 것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도록 피해 왔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저씨도 알고 있잖아요. 그 기분이 어떤지.”
“그럼 내가 어떤 심정으로 다시 돌아왔는지는 알아?”
“…….”
“이곳에선 평생을 가도 이해하지 못할 거다.”
아저씨는 다시 돌아가자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항상 이런 식으로 헤어졌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거리를 걸었다. 집 앞에 다다르기까지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영혼과 육체가 따로 노는 것처럼 굴었다.
“들어가라.”
“조심히 가세요.”
아저씨네 집은 우리 집에서 별로 멀지 않았다. 그래서 아저씨와는 식사도 같이하고, 산책도 하고, 가끔은 집에서 책도 읽었다. 바깥에서 돌아와 텅 빈 집에 앉아있으니 잠이 쏟아졌다. 그렇게 나는 며칠을 잠만 잤다.
배고픔 때문일까. 더 잘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주위는 이미 새까맣게 어두워져 있었다. 원래도 어둑한 물속은 밤이 되면 더욱 어두워졌다. 밤에 빛나는 것이라곤 미약하게나마 스스로 빛을 내는 우리의 피부가 고작이었다. 방 안에서도 나의 피부에서 나오는 유일한 빛으로 겨우 사물을 구분할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큰 소음이 들렸다.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였다. 나는 너무 놀라 귀를 틀어막은 채로 창가를 엿보듯 힐끔거렸다. 이미 하늘에선 모든 것이 완료되고 하얗게 식은 눈꽃들이 흩날렸다. 웅크려 있는 주제에 우아한 곡선으로 살포시 가라앉는 게 너무나도 아름다워 서글펐다. 그런 생각과는 또 반대로 덤덤히 일상을 받아들이고 있는 내가 슬펐다.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눈꽃들을 주워 담았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고, 입도 철쇠로 단단히 잠겨있었다. 그저 그 모습만을 바라본다면 피까지 얼어붙어있을 것 같은 차가운 인간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그들은 일부러 눈에 눈꽃을 담지 않고, 입에 눈꽃을 물고 있지 않는다. 그들도, 그리고 나도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절실한지, 얼마나 야속한지, 얼마나 잔인하고 또 애잔한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게 되었다. 내 앞집에 사는 나의 친구가 눈꽃이 되는 내일, 그리고 그 눈꽃을 머금은 오늘을 조금이라도 외면하고 싶고, 위로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도 전혀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허전한 위속에서 쓰린 아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나야, 문 열어 봐.”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아저씨는 서둘러 왔는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고, 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나는 벌써부터 온몸에 털이 솟았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잖아. 방금 가져온 거야. 네가 이렇게 무모한 생각을 하면서 식량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는 걸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왔을 텐데.”
“절대 안 먹을 거예요.”
“언제까지 안 먹을 순 없어. 아니, 오늘만이라도 먹어야 돼. 이러다 굶어 죽을 거라고.”
“식량이 더 부족해서 죽을 위기에 처한다고 해도 먹지 않을 거예요. 너무 잔인하게 굴지 마요. 내가 왜 이러는지 알면서!”
“추락하는 사람의 죽음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먹지 않는 이유는 뭔데?”
“시체를 먹겠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나는 아저씨에게서 조금 떨어진 채로 말했다. 아저씨가 와서 전보다 더 환해진 방 안이 오히려 두렵게 느껴졌다. 앞에 있는 아저씨는 평소와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예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그래, 부모의 일이 있는데 그럴 순 없겠지. 그렇다면 지상으로 나가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거다. 네가 추락하게 되면? 넌 죽고 난 후라 상관없을 거야. 그렇다면 남는 사람은?”
아저씨의 눈이 ‘그 때’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피곤함과 슬픔이 섞인 눈이 석양지는 풍경처럼 보였다. 아저씨에게 이유는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미안하다 얘기하고 싶을 만큼이나 나는 아저씨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너는 아무하고도 관계되지 않도록 조심했을지 몰라. 부모와 똑같은 일을 벌이기는 싫었을 테니까. 하지만 결국 만들어버렸잖아. 그건 바로 나야! 이 세상에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너는 나를 마지막으로 붙들고 있었던 거야.”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슬퍼해주면 안될까요. 정말 미안해요. 그렇지만…”
“그곳엔 정말 네가 원하는 건 없어!”
아저씨는 처음으로 내게 큰 소리를 질렀다. 나는 놀람에 어깨를 움츠리는 것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보다 나의 이기적인 생각을 바로 아저씨에게 말해버렸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
“…네 마음대로 해!”
아저씨는 다른 손에 들려있던 바구니를 던지고 빠르게 집 밖으로 나갔다. 나는 아저씨를 붙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얼마가 지나고 나서야 아저씨가 던지고 간 바구니를 챙겼다. 그곳엔 평범한 식량이 들어있었다.
아저씨는 나를 시험하고, 자신을 시험한다. 위급상황에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가르쳐주지만, 만약 내가 정말 아저씨 말대로 했다면, 그게 정말 아저씨가 원하는 것일까. 친절한 행동은 오히려 내가 아저씨를 떠나지 못하도록 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두려움을 떨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당장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다. 도착했을 땐 문이 열려있었다. 하지만 안에 아저씨는 없었다. 나는 조심히 집에 발을 들였다. 이미 친근한 장소지만 아저씨의 방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어른은 어떻게 해서 어른이 된 걸까.
아저씨 책상위엔 방금 펼쳐본 듯한 낡은 편지가 올려져있었다.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국 나는 편지를 들었다. 편지는 아저씨가 발신하지 못했거나, 다시 되돌려 받은 것 같았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 친애하는 지도자님께,
긴박한 편지이니만큼 덧없는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지상으로 나가고자하는 사람들을 멈춰주십시오. 지상은 현재 전쟁 중입니다. 지상 사람들은 이곳보다 더 악랄하게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단 몇 초면 사람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총이라는 기구를 사용하며, 때론 총의 몇 배나 큰 무기로 수십 명의 사람을 한방에 죽이기도 했습니다. 생존하는 사람을 세는 일이 더 빠를 것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이곳에서 비행한 후 올라온 사람들도 모두 그들의 총에 죽어나갔습니다. 혹은 인질로 잡혀갔습니다. 제발 현명한 판단을 하시고, 비행을 모두 멈춰주실 것을 권고 드립니다.
-지상에서 다시 되돌아온 이름 없는 병사 올림 」
아저씨가 얘기한 지상의 일이란 이런 것이었을까. 편지 봉투 안에 차가운 물체가 손에 잡혔다. 그것은 은색 탄알이었다. 처음 보는 물건이었지만 언젠가 ‘지상 위 물건’ 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섬뜩한 느낌이 들어 탄알을 떨어트렸다. 이미 녹이 슬었지만 ‘강력한 무기’ 라는 이름은 여전한 것 같았다. 나는 위압적인 물건을 간신히 봉투 안에 넣어놓고 방에서 나왔다.
‘네가 추락하게 되면? 넌 죽고 난 후라 상관없을 거야. 그렇다면 남는 사람은?’
부모가 없는 나는 혼자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나는 예전 일을 모두 잊어버린 사람처럼 아저씨에게 이기적인 말을 해버렸다. 순간 숨이 막히고 뇌가 정지되며 귀에선 이명이 들렸다. 온 세상의 소리가 사라지고 홀로 남은 것 같은 이명이 멀리 있는 아저씨의 울부짖음이 되어 귓가에 맴돌았다.
홀로 서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지만, 나만큼이나 아저씨도 늘 혼자였다. 물어볼 시간이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늘어놔보았지만 실은 모두 어리광이었다. 아직 아이인 채로 남아있는 어리석은 치부가 들통 난 기분이 들었다. 수치스럽게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창피했다. 후회스럽고 미안하다고 아저씨에게 제대로 얘기하고 싶었다.
우리가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없던 이유는 서로가 아직도 ‘혼자’ 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 내 탓이 컸을 것이다.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아저씨에게 얘기해왔다. 가족이라면 같이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정 싫다면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마땅한 권리가 있다는 것도, 떠나고 나서도 아쉬운 듯 그 자리에 추억이 남게 된다는 것도 모두 잊고 있었다. 실은 그런 가족의 일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당장 집에서 튀어나와 아저씨를 찾아 헤매었다. 그래봤자 지금까지 우리가 같이 간 곳은 공원뿐이었다. 공원과 집이 우리 공간의 전부였다. 떠오르는 특별한 추억도 없었다. 가슴이 이리저리 쑤셔왔다. 목구멍이 따끔거리고, 달리느라 가빠진 숨은 원래보다 더 헐떡이고 있었다. 어쩌면 나에겐 특별한 추억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게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공원에 도착했지만, 아저씨는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저씨와 만나지 못했다. 벌써 5일이 지났다. 제대로 식사를 했을 지가 걱정되었다. 나에게 준 식량자원이 아저씨의 유일한 식량이 아니었기를 빌었다. 그 뒤로 공원 말고도 마을 전체를 돌아다녀도 보고, 혹시나 돌아 왔을까봐 아저씨네 집에도 가보았지만, 아저씨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그 와중에 밤이 찾아오자,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비행에 실패한 추락자다. 비행에서 추락하는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번에 추락한 사람은, 6살 남자아이였다. 몇 번 얼굴도 본 적 있었다. 나와 똑같이 부모가 없는 아이로, 아이는 보육원에 맡겨져 있었다. 길게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분명 죽음을 비행의 대가쯤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가 값비싼 존재는 아니라고 여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특히 보육원에 있어야 할 상황이었다면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내가 아저씨를 만난 것은 굉장한 운명이었다. 나는 아직 글도 제대로 읽지 못했을 때 부모를 잃었다. 그리고 아마 지상에 막 돌아왔을 때라고 추측되는 아저씨가 그런 나에게 식량을 주었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물어본 적 없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처음부터 나를 돌볼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바구니로 가끔씩 식량을 문 앞에 두고 가거나,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하기위해 집에 잠시 들르는 것 외에 우리에게 교류는 없었다.
그러다가 처음 아저씨에게 내가 내뱉은 말은 ‘이거 읽을 수 있어요?’였고, 아저씨는 그 다음부터 나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 하나를 일상에 첨가했다. 아저씨가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와 비슷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 평범한 일상을 준 아저씨가 좋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바깥을 올려다보았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곳에 발을 디디면서도 바깥으로 나가게 되는 것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옆 마을 새로 발견된 바위에서부터 나온 식량자원을 들고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나는 집에서 기다리는 것이 엇갈림 없이 훨씬 빠른 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굳이 내가 전략 같은 것을 짤 필요 없이 웬일로 아저씨는 그곳에 있었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예요! 한참을 찾았다구요.”
아저씨는 물끄러미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거 아녜요. 추락한 사람의 것은 절대 주워오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먹어요.”
“누가 그런 걸로 안심한다고.”
아저씨는 수척해진 얼굴로 입 꼬리를 슬쩍 올렸다. 웃었지만 고작 입 밖에 반응하는 곳이 없는 것 같았다.
“아저씨도 추락한 사람들의 것은 먹지 않잖아요. 내 사정을 알고 처음부터 순수한 쪽의 식량만 준 것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 네가 지금까지도 추락한 것들을 먹지 못하는 것은 내 탓이 클 거야.”
“하지만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순 없어요. 계속 같이 있었으니까요. 가족을 직접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서로 맞춰나가는 게 그런 거잖아요.”
아저씨는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식탁위에 놓인 빈 꽃병을 어루만졌다. 그리운 추억을 꺼내는 사람처럼 지긋이 꽃병을 쳐다보면서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다가 크게 호흡을 내쉬었다.
“가족이라는 것은 피를 나눈 사람들에겐 굳이 꺼내서 얘기하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에 박혀있는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 그건 너도 알고 있지? 그래서 내가 그랬던 거야. 내일이라도 자취를 감추면 그런대로 아무렇지 않게 일상이 시작되어버리는 관계이기 때문에 불안했어. 네가 없던 ‘원래 상태’ 가 어땠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거든. 가족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고 닮아가면서, 갈등이 있어도 극복이라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보게 되지. 그런데 우리는 갈등이 생기면 그대로 헤어질 수 있어.”
“나와 헤어지는 게 싫었어요?”
“응, 아주 싫었어. 그런데 너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이미 다 큰 것 같다.”
의자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고개를 올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약해보이는 아저씨를 보는 것이 낯설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실은 굉장히 싫으면서도 내심 뭉클하게 좋은 기분이 들었다. 가장 의지했던 사람의 약한 모습은 또 다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실은 나 또한 어딘지 느슨하게 묶인 리본 같은 우리 사이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꼈었다. 그 괴리감을 눈치 챈 것은 너무 이른 나이라, 도망치는 것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저씨와의 벌어진 그 틈 사이를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쯤으로 여겨두고 있었다. 이기적인 내 마음을 원망했지만, 이제 와서 나의 이기심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이미 일은 일어났고, 나는 현재를 바라보아야 했다.
“…저번에 그런 말해서 정말 죄송했어요. 너무 이기적인 소리였어요. 예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점점 공감하게 되고, 알아채지도 못하는 새에 제 것이 되어버려서 혼란스러웠어요. 절대로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비행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고, 이제는 아저씨의 감정까지도 알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아저씨가 많이 섭섭했을 거 알아요. 어른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사람이 느끼는 건 비슷한 거니까요.”
“그래, 그랬구나. …너는 어느새 발도 커지고,”
아저씨는 의자에 앉은 채로 내 발을 내려다보았다.
“손도 커지고,”
이번에는 내 손을 끌어다가 아저씨의 손을 마주 대었다.
“키도 커졌네. 넌 이제 정말 어른이 된 것 같다.”
아저씨는 나를 올려다보며 웃어보였다. 나는 따라 웃으려다가 멈추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같이 있을까요? 아저씨가 옆에 있어준다면 지금처럼 책을 읽고 지내고, 얘기하면서 산책하는 것도 모두 행복할 거예요. 나는 지금까지 계속 행복했으니까요.”
“너는 내가 당연히 그러라고 얘기할 줄 알았겠지. 그러니까 어설픈 표정을 지으면서 거짓말하고 있는 거잖아?”
“거짓말 아니에요!”
“행복은 현재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머물러있는 평화가 행복이라니, 제발 거짓말 하지 마! 나 때문이라면 더욱 그래. 이제야 너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인생에 대해서 네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네가 성숙해졌다고 판단했으니까. 슬픔은 내 몫이야. 네가 떠나고 나서 남을 감정들은 모두 내가 결정한 일이고, 마지막 남은 나의 권리야. 그게 너와 내가 ‘가족’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테니까. 그러니 너는 내가 너를 붙잡기 전에 더 빨리, 그리고 멀리 나에게서 달아나야 해. 그게 정말 가족이야. 떠나야만 하는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떠나지 않을 자리를 만들면 멈춰 서있을 테니까, 더 멀리 나아가라고 그렇게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떨리고 있는 내 손을 잡아주었다. 눈물이 났다. 신중함과 겁의 차이점을 깨닫지 못했던 어설픈 어른인 나는 진정한 어른에게 또 다시 안기고 말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더 깊이, 더 멀리, 더 넓게 생각하고 있던 거구나, 어른은 그렇구나, 아저씨 품에 안겨 울면서 계속 그 문장들이 떠올랐다.
섭섭함과 서운함,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인 눈물들이 거의 그쳐갔다. 아저씨의 입으로 직접 들은 가족이라는 말이 포근하게 닿았다. 그러면서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포근함 뒤 사무침으로 다가왔다. 아저씨는 평소처럼 집 앞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주고는 돌아갔다. 그 뒤로 우리는 나의 비행 날짜가 잡히기 전까지 전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냈다.
“가야해요.”
“그래.”
한 눈에 봐도 아저씨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당사자인 나보다 더 좋지 않은 얼굴 표정이었다. 슬픔은 아저씨의 몫이라고 했지만, 아저씨는 슬픔이 모두 정리될 수는 없을 거라고 얘기했다. 나는 내가 살아남아 지상으로 갈 수 있을지, 추락해서 사람들에게 귀중한 식량이 되어버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살아서 지상에 간다면 나는 나대로 큰 허전함과 슬픔을 떠안고 지내게 될 것이고, 포기하고 돌아오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전쟁의 아픔이 남아있을지 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과 무섭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려고 했다. 다리도 조금씩 떨렸다. 죽는다는 것을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무려 어제까지만 해도 죽음이 마치 먼 경우인 것처럼 느꼈고, 죽음과 천국을 같은 이름으로 여겼던 것도 같다. 그 대가가 오늘에 머무른 듯이 몸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했다.
비행을 위해서 압력에 견디는 훈련, 장치를 제어하는 훈련,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훈련 등을 했지만, 이 순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죽음이 두려웠다. 다음이 없는 게 무서웠다.
“성공할거야, 분명.”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 그 동안 고민했던 시간들이 이미 네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었을 거야.”
나보다 안 좋은 낯빛이었던 아저씨가 금방 회복한 것처럼 맑아진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다면 아저씨만큼은 내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믿어주는 거네요.”
“언제나 그랬듯이 네 편은 나밖에 없을 걸.”
아저씨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우리의 대화가 평소와 같아진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저씨의 모습을 꼼꼼히 새겨 넣었다. 모든 것을 똑같이 기억할 순 없겠지만, 흐릿해질수록 진하게 잔상이 남기를 바라며 아저씨를 담아두었다.
“처음으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날이 있었어. 너에게는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때 지상은 전쟁 중이었어. 그래서 나는 이곳으로 도망쳐 나온 거야.”
“알고 있었어요.”
아저씨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얘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지금에서야 이런 말을 하는 거지만 그때 너를 도왔던 것은 지상이 전쟁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혼자 도망쳐 나온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을 거야. 물론 그것만으론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달리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 지상은 불행한 상황인데 물속에선 그곳으로 뛰어들려고 하는 더욱 불행한 일이 반복되고 있었지. 그런데 나 하나가지곤 그걸 막을 수 없었어. 그 상황에서 나는 어쩌다 주워버린 아이를 지키는 일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입장이 되어버린 거야. 이제는 보내 주어야겠지만.”
나는 말없이 고운 미소만 짓고 있었다. 아저씨는 내 눈을 바라보다가 같이 쓴 웃음을 지었다.
“저 밖이 어떤 상황인지, 너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얘기 못해. 아니, 애초에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잘 알지 못하지. 그래도 어쩌겠어. 이미 넌 떠난 거나 마찬가지인걸. 이미 끝나버린 선택이니까, 최선으로 만들어봐.”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미 나는 다시 돌아온다는 선택사항을 아예 빼버리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든 부딪쳐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열정과는 다른 감정이 가득 채워진 것 같았다. 머릿속이 텅 비어서 아무생각도 나지 않게 되었고, 이 순간은 육체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가요.”
“응. 가면 평생 만나지 않을 거야. 다시 너를 볼 생각은 없으니까.”
“알아요. 나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래.”
상상 속에서나 만날 수 있게 될 앞으로의 아저씨와의 만남이 아릿하게 느껴졌다. 아저씨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배경으로 두고 앞으로의 세계가 채워져 나갈 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떠났다. 그리고 아저씨도 나를 떠났다. 가장 멀리, 가장 빠르게 하지만 늘 제자리인 상태로 우리는 서로를 떠나갔다.
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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