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냄새

by 박인아 posted Apr 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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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원룸에서 울렁거리는 냄새가 났었다.

그 냄새는 이 집에 발을 들이는 손들이 모두 코룰 움겨잡고 눈썹 사이에 한껏 주름을 잡은 채 황급히 집을 나서게 하는 데 충분했다.

나는 그런 원룸에서 일주일 째 살아갔었다.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냄새의 원인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회사에서 퇴근해 현관문에 발을 들이자마자 ,잠들려 하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그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에 진절머리가 난지 오래였다.

 그 냄새만 나면 눈이 돌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주민센터에 가기로 했다.

이 냄새의 원인이 무엇인지,냄새를 없애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굳은 결심을 안고 현관문을 나섰다.

앞집에 사는 늘 안경을 끼고 정수리 쪽으로 올림머리를 한 젊은 여자와 마주쳤다.

그녀를 마주친 것도 이번이 몇십 번째지만 우리 둘은 말 한 번 섞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눈을 피한 채 각자의 길을 갈 뿐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젊은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차가운 말투에 나도 모르게 딱딱하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왜 그러시죠?"

여자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갈 길이 급했던 나는 그녀를 뒤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잡으려 했다.

그 순간 여자가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요 며칠 새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요?"

"납니다만."

"..."

여자는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곤 갑자기 휙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나 싶었지만 이상한 냄새를 나만 느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참고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2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내 말을 들은 직원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다짜고짜 주민센터에 와서는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 남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직원이 내게 되물었다.

"아...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요?"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네.저만 느낀 것이 아닙니다.아까도 앞 집 여자 분께서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냐고 했었다고요."

내 말을 들은 직원은 곰곰히 생각해 보더니 컴퓨터 키보드를 바쁘게 두드렸다.

한참 두드리던 직원이 내게 답변을 말해주었다.

"죄송합니다.현재 저희 주민센터에서는 해 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관련 업체를 불러보시는 게..."

"하...알겠습니다."

나는 발걸음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

집은 또 역겨운 냄새와 함께 나를 반겼다.

나는 배수관 수리업체와 청소업체,가스배관 수리업체를 모조리 불러 집에서 나는 냄새의 원인에 대해 물었다.

수리업체 관계자들 모두 눈쌀을 지푸리며 배수관,가스배관을 포함한 집안 전체를 샅샅이 살펴보았으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아...씨 이거 왜 이렇게 냄새가 나지?일단,배수관은 모두 정상이고요,녹슨 부분도 없습니다."

가스배관과 청소업체 관계자들도 같은 망을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냄새의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그들을 모두 돌려보냈댜.



3


그 뒤로 또 일주일 쯤 지났던 것 같다.

이제는 역겨운 냄새와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가 짝을 지어 나를 괴롭혔다.

밤만 되면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끼기긱 끼기긱 끼기긱"

"써걱"

"써걱"

"써걱"
뭔가를 써는 듯한 소리가 나를 밤새 괴롭혔다.

나는 그 알 수 없는 소리에 견딜 수가 없어 또 다시 주민센터를 찾았다.

이번에도 나는 빈 손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가기 위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데 또 다시 앞 집 여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제 이상한 소리도 들리죠?"

그런데 점점 여자의 모습이 망가져갔다.

눈의 초점이 흐려져가고 머리는 산발이 된 지 오래였다.

점점 여자가 의심 가기 시작했다.

공포감이 몰려와 최대한 그녀와 멀리 하기로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를 뒤로 하고 급히 문을 닫았다.



4


나흘이 지났다.

아직도 냄새와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방향제와 귀마개라는 임시방편이 떨어져 근처 마트에서 사들고 돌아오는 길어었다.

앞 집 여자가 문 앞에 앉아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무서워서 황급히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녀도 내가 그녀를 뒤돌아보지 않자 포기하고 집에 들어가려는 듯 했다.

그런데 앞 집 문응 열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녀의 집 문 틈 사이로 두 개의 덩어리가 보였다.

한 덩어리는 숨 쉬는 남자였다.

그는 허공을 응시하며 뭔가를 계속해서 드르륵거렸다.

과도였다.

그는 그 과도로 다른 한 덩어리를 끊임없이 긋고 있었다.

구더기로 뒤덮인 한 여자의 시체를...

그 구더기들은 나를 괴롭혔던 역겨운 냄새를 마구 풍겨대고 있었다.

나는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뒷걸음질 치며 급하게 문을 닫았다.

문을 닫는 순간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5


붉은 사이렌등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려와  건물을 구경했다.

"아내를 죽이고 딸은 지속적으로 때렸대."

"세상에...아내랑 딸은 무슨 죄람?"

그녀는 살인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경찰차를 타고 떠나려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녀의 뒷모습은 쑬쓸하고 외로워보였다.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를 의심하지 말고 더 이야기를 들어줄 걸 하고...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러는 사이 경찰차는 그녀를 태우고 떠나버렸다.

나는 떠나가는 경찰차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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