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습니다

by 희망소설가 posted May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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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습니다



"따르르릉...따르르릉..."

오늘도 어김없이 5시반에 자명종은 울었다.

"아이씨..."

y는 덜 뜬 눈으로  자명종을 노려보며 거칠게 머리부분을 내려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자명종은 잠잠해졌다.

y는 천근 만근같은 몸을 일으키며 연신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언제까지 이 지옥이 계속 될까...도대체 이 삶의 끝이라는게 있기는 한걸까...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 60만명 중 25만명이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 4명중 1명은
공무원 준비를 한다는 현 대한민국에서 y 또한 3년째 공무원을 준비하는 소위 공시생중 한명이었다.
그도 처음부터 공무원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때까지는 무엇을 하며 살겠다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살다가는 수시를 쓸때가 되서야
집에 뭘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y의 부모님께서는 집에서 가까운 t대학에 가서 공무원 준비를 하기를 원하셨다. 공무원이면 정년도 보장되고 일도 편하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물론 y도 별 다른 생각이 없었기에 부모님 말씀대로
지방에 위치한 공무원 준비를 할수있는 t대학, 소위 지잡대를 가선 1학년 1학기를 어영부영 마치고
20살에 군대를 간 후 22살이 되어 전역할 즈음엔 대부분의 전역예정자들이 갖는 흔한 근거없는 자신감 하나만 가지고 나와 공무원쯤이야..라는 생각으로 학교에 복학했다.
자신감에 가득차 1년 안에 꼭 붙을 거라며 인터넷 강의를 끊고 책도 종류별로 여러 권을 시켰다.
몇 십만원은 들었지만 공무원이 되서 다 갚겠다며 y는 부모님께 호언장담했다.
지금까지 공부도 곧잘 했고 부모님의 말씀도 잘 들었던 y였기에 부모님은 장남인 y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쉬울거란 생각을 가지고 뛰어든 공무원 공부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막상 책을 펴고 강의를 들어도 뭐가 뭔지도 머리에도 들어오지 않고 그냥 말그대로 검은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였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것 열심히 해보자며 y는 열심히 책을 들여다 보았다.
첫 1년간은 y도 열심히 하였고 부모님 또한 내심 기대를 하셨다.
1년간 3번의 낙방을 했지만 원래 공무원은 2년차에 붙는게 통상적인 거라며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자신 또한 위로하며 책을 들여다 보았다.
주변의 대학 동기들이 시험에 합격해서 학교를 나가는 것을 보며 자신도 내년에는 꼭 붙어서 당당히
이 곳을 떠나겠다며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나 y도 사람인지라, 아직 젊은 피가 끓는지라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싶고 여자친구도 사귀고싶고 많은 것들이 하고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기대를, 또 자기자신에 대한 약속을 져버릴수없는 y는 그저 그런 욕망을 누르고
또 누를 뿐이었다.
그러나 욕망은 누르면 누를수록 점점 커지기 마련이었다.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라도 하면 나아질텐데 어학연수를 가는 친구,군대에 가있는 친구, 이미 다른 직장에 취직해서 일을 다니고 있는 친구, 그런 친구들에 비하면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였다.
어떤 때는 오히려 군대에 가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군대있을 때가 편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회가 낫지하는 생각을 하며
y는 자신을 위로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y는 항상 혼자 참고 또 참았다.
2년차에 친 시험도 모두 떨어졌을때 이미 많이 변해있었다.
어깨는 점점 쳐지고 항상 위축되어있었다.성격은 까칠하고 예민해져있었다.
더 이상 예전의 순하고 긍정적이던 y가 아니었다.

부모님은 이제 그만 하는게 낫지않겠냐고 하셨다.
y는 오기가 생겨, 사실은 이때까지 해 놓은것도없고 대학졸업은 해버려서 백수가 되버린 지금
자신이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공무원 시험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춘기때도 대들어 본 적 없는 부모님께 버럭 화를 냈다.
부모님은 적잖이 놀라신 눈치였다.
살면서 한 번도 대든 적 없던 아들이 갑자기 화를 내니 그럴 수 밖에.
y는 방문을 쾅 닫고 들어와선 침대에 누웠다.
y는 후회가 되었다.부모님께 화가 난 것이 아닌데, 무능하고 이젠 의욕도 생기지 않는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인데.

감정을 없애야한다고 생각했다.그래야지만 공부하는게 힘들지않고 놀고싶은 생각도 없앨수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감정을 없애려던 노력끝에 긍정적인 생각은 모두 없어졌으나 부정적인 생각만
머릿속에 남아버렸다.
공무원 준비를 한 지 3년 차가 되었을때 이미 y의 머릿속은 절망적인 생각만이 가득 차있었다.
독서실을 다니는 y는 커다란 식칼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부적이라는 명목이었지만 사실 그는 주방에서 그 칼을 보았을 때 그저 그 식칼로 행복한 사람들의
배를 찌르고싶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때로 독서실을 가는 길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보이면 그 칼로 배에 칼을 꽂아버리고 싶었다.
자신은 지금 이렇게 힘든데 왜 저들은 행복한 지 그냥 그게 꼴보기 싫었다.
밤 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엔 가방에 손을 넣고 식칼을 꼭 쥔 채로 걸은 적도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덮치면 그 칼로 배를 쑤셔 줄 생각이었다.
물론 그 칼을 쓸 일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그때쯤이었다.y가 자신이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된 건.
정년이 보장되고 일이 편하니까? 부모님이 원하시니까? 아니면 내가 원해서?
y는 생각했다. 절대 자신이 원했기때문은 아니라고.
그럼 왜일까? 역시 부모님께서 원하셨기때문이었겠지.
그렇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y는 문득 궁금해졌다.
자신이 왜 사는건지.부모님을 위해서? 나는 부모님의 꼭두각시인걸까?
도대체 무엇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온건지 y는 궁금했다.
무엇보다 궁금해진것은 y, 그 자신은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y라는 이름은 그저 세상에 나와서 지어진 이름이고 난 원래 y가 아닌데 난 도대체 누구지?
그 질문이 y의 뇌리속을 스친 이후 y는 오로지 그 생각만 할 수 밖에 없게되었다.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펼쳐도 책은 눈에 들어오지않고 오로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만이
y를 괴롭혔다.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자기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그것또한 명확치 않았다.
그저 y는 독서실과 집을 전전하며 같은 생각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은 y를 불러앉혀놓고 말씀하셨다.
"이제 공부를 그만 하고 취직을 하는 게 낫지 않겠니?더 이상 우리는 네게 바라는 것 없다.공부는
그만 두거라."

y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화가 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더 이상 내게 기대를 걸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 그러면 내 존재의 이유도 없어지는건가?
그렇다고 당장 죽고 싶지는 않았다.누구든지 아무나 한 명을 붙잡아서 죽여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군가를 죽이고 나면 자기자신이 누군지 알아낼 수 있을거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들었 뿐.

y는 무덤덤하게 알겠다고 대답하며 일어섰다.
부모님은 y가 화를 낼거라 생각하셨었는지 약간 당황한 기색이셨다.
"저...y야...괜찮니?"
y는 괜찮다고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누군가를 죽여야만 한다.그래야 나자신이 누구인지 알수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구체적인 살인계획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장소는 집, 시간은 부모님이 모두 출근하시는 내일 낮, 살인도구는 가방 안의 식칼.

y는 드디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도 설렜기 때문에 그 날 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새웠다.
아침 일찍 나가시는 부모님을 배웅하고 난 뒤 y는 근처 철물점에서 밧줄을 사가지고는 길거리를 배회했다.
누가 좋을까.아침운동을 나온 아주머니? 아니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꼬마?
y는 꼬마를 생각한 직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성격이 뒤틀리고 망가진 y라도 아이의 순수함에 대한 약간의 동경심은 남아있었다.
어쩌면 y, 본인이 아이처럼 순수한 그 때로 돌아가고 싶던 건지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옆집에 혼자 사는 젊은 여자를 죽이기로 맘먹은 y는 자신의 집 문을 활짝 열어두고 옆집의 문을 두드렸다.
여자는 방금 깬 듯 부시시한 머리로 천천히 나왔다.
옆집에 사는 y와 인사정도는 하는 사이라 별 경계심이 없는지 순순히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y는 등 뒤에 숨긴 식칼을 잽싸게 휘둘러 여자의 목을 찔렀다.
배를 쑤시면 바로 죽일수 없기 때문에 예전에 영화에서 본대로 목의 경동맥을 노렸다.
여자는 당황한듯 눈을 크게 뜨며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목을 감싸고 쓰러져버렸다.
y는 그 여자,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를 집으로 끌고왔다.
y는 그 여자를 거실에 눕혀놓고 빤히 쳐다봤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y는 문득 무엇인가 깨달았는지 종이와 펜을 가져다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온 y의 부모님은 자신의 집 거실에서 피범벅이 되버린 옆집 여자의 시체, 밧줄로 목을 맨 자신의 아들, 그리고 무언가 써진 종이를 발견했다.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집어든 부모님의 눈에 서서히 y가 쓴 글이 들어왔다.

'사랑하는 엄마,아빠. 제자신이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저 세상에서는 알수있을까요...?'


지은이: 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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