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 끔찍한 실화

by 최유지 posted Jun 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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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 끔찍한 실화

* 상구마 : 마녀

 

 

1

 

파푸아뉴기니동쪽 끝에 위치한 작은 마을은 항상 활기가 넘쳤다. 마을 인구가 100가구도 안 되는 작은 곳이긴 했지만, 그 곳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늘 바쁘게 움직이며 마을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뿌연 먼지가 일었다. 마을 사람들은 늘 정신이 없어 보였는데, 그건 마을 회의 탓이 가장 컸다.

 

마을 회의는 매번 시끌벅적하게 이루어졌다. 그들은 매일 같이 마을 장로 집에 모여 회의를 나누었는데, 회의의 주제는 매일 달라졌지만, 주제가 정해진 내용은 절대로 마을을 벗어나진 않았다. 언제나 마을 회의로 인해, 작은 마을은 소란스러웠다. 그들은 회의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그 회의에서 결정 나게 된 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금세 실행에 옮기곤 했다.

 

오늘 회의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루시퍼는 급히 회의를 소집했다. 마을 장로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루시퍼는 큰 덩치 만큼이나 큰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은 큰 바위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컸다. 그는 우람한 팔뚝과 짙은 피부, 쌍꺼풀이 없는 눈과 짧은 머리, 그리고 짙은 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루시퍼는 마을 장로의 집 앞으로 사람들을 불러냈다. 집 앞에 넓게 자리한 공터엔 뜨거운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자 어서 나오세요!”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깊은 산속아래 자리한 마을 곳곳에서 한사람씩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손에는 긴 쇠꼬챙이와 밧줄, 그리고 날카로운 칼이 들려져있었다. 사람들은 허겁지겁 모닥불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마을 장로의 아들인 서린도 있었다.

 

오늘은 아주 중대한 회의입니다

 

루시퍼는 말했다. 그의 어깨엔 항상 두툼한 헝겊에 감싸진 칼에 매어져있었는데, 헝겊 주변으로는 붉은색 물감들이 번져있었다. 그는 통이 큰 바지를 추켜올리면서 사람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농장 주인이 오늘 개울가에서 목욕하다가 사망했어요.”

 

그는 담담한 투로 말했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뒤로, 사람들의 흐느낌 소리가 새어나왔다. 마을 장로는 여자들이 들고 온 나무 의자에 앉으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건 모두 상구마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오오 하는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눈빛은 어느새 날카롭게 변해있었다. 어깨에 매어놓은 칼을 손쉽게 뽑아 든 루시퍼가 칼을 높이 치켜들며 말했다.

 

오늘 그 상구마를 죽여야 합니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격하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의 칼을 감싸고 있던 헝겊은 어느새 벗겨져 땅바닥 위를 구르고 있었다.

 

 

 

2

 

캐린은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남편이 이유모를 병으로 사망한지, 2달이 채 되질 않아 집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이라고 해봤자 낡은 통나무집이긴 했지만, 이 정도의 집이라면 그녀에겐 초호화 호텔과 다름이 없었다.

 

이렇게 낡은 집이 무슨 호텔까지 되냐며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녀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 남편과 살고 있었을 때만 해도, 집이 없어 아이들 2명과 남편 그리고 자신까지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살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흙바닥 위에 허름한 옷을 몇 장 깔고 자거나, 버려진 천들을 이어 붙여 나무에 연결해서 해먹을 만들어 자거나 하는 게 일상이었다. 끼니를 거르는 건 일 수 였고, 불면증과 감기를 지독하게 달고 살았던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금 살게 된 집은 낡은 통나무집으로, 그저 방 한칸과 다름이 없는 공간이긴 했지만 그녀에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공간이었다. 이 집은 마을 장로가 직접 소개해준 집이였는데, 전에 살던 사람이 마을에서 나가버린 후 빈집이 된 곳을 개조해 만든 집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건지, 집 곳곳에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졌다. 마을장로는 그녀에게 이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직접 만든 흑사슴 목걸이까지 선물해주었다. 흑사슴 목걸이는 사슴 모양을 조각한 나무 조각을 긴 끈에 걸어놓은 것이었는데, 사슴은 검은색으로 칠해져있었다. 뾰족한 뿔 두개가 가슴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작은 생채기를 냈지만 캐린은 그래도 그 목걸이를 절대 목에서 빼지 않았다. 그건, 흑사슴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말한 마을 장로의 말이 자꾸 귀에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캐린은 잠자리에 들기 전, 하얀 천위에 수를 새겨놓는 일을 했다. 그건, 그녀가 유일하게 잘하는 일이기도 했다. 사실, 손바느질엔 딱히 큰 흥미가 없었지만, 아이들 2명과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 했기에 시작한 일이었다. 헝겊으로 만들어진 흰 천위에는 사슴이나, , 그리고 글자 같은 것들을 새겨놓았다. 그녀는 그것들을 모아 내일 모레 열릴 아랫마을 시장에서 팔 생각이었다. 돈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그걸로 아이들 옷이나 먹을거리를 사는 데는 보탬이 될게 분명했다.

 

그녀는 점점 더 어두워지는 하늘을 느꼈다. 양초를 하나 더 키며, 자고 있는 아이들의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 그녀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나무로 얼기설기 이어진 천장 위에는 작은 틈이 보였다. 그 사이로, 수많은 별들과 달이 쏟아질 것처럼 빛을 냈다. 곧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처럼.

 

캐린은 그 빛들을 향해 손을 뻗다가, 금세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깨닫곤 급히 손을 내렸다.

 

 

 

 

3

 

농장 주인의 시체는 개울가 바로 앞에서 발견되었다. 목욕을 하던 중에 사망한 것인지, 차갑게 식어버린 노인은 벌거벗고 있는 상태였다. 노인의 나이는 62, 이 마을에선 꽤나 많은 편에 속했지만 요즘 같은 고령화 시대에 따지고 보면 많은 나이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개울가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그 주변엔 노인의 옷으로 보이는 옷가지들과, 수건, 그리고 낡은 헝겊이 하나 발견되었다. 헝겊 위에는 나비가 새겨진 수가 놓여져있었는데, 솜씨가 꽤나 훌륭해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 그가 이렇게 죽는건 이상하다며, 사망한 이유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마을 장로는 그 말에 동의하며 그 노인의 시체를 들 것에 실어 마을 중앙으로 가져다 놓았다.

 

이건 모두 상구마 탓입니다!”

 

마을 장로가 소리 높여 말했다. 사람들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말해 대해 동의를 표했다.

 

상구마를 죽이러 갑시다.”

 

서린이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사람들은 손을 머리위로 높게 들어올리며, 우우! 하는 소리를 냈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어느새 끔찍한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4

 

캐린은 손바느질을 다 마친 후에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작은 공간엔 아이들이 이쪽저쪽으로 정신없이 누운 채로,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녀는 또 다른 이불을 꺼내 아이들 몸 위에 덮어주며, 이마 위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었다.

 

아이들은 딱 보기에도 심각하게 야윈 상태였다. 한참 잘 먹어야할 시기에 하루 2끼를 겨우 겨우 챙겨먹으니 그럴 만도 했다. 수입이 딱히 없는 탓에 매일 끼니를 챙겨먹는 것도 어떻게 보자면 기적이었다. 끼니라고 해봤자 별건 없었다. 통나무집 앞에 누군가 심어놓은 감자나 고구마를 캐서 쪄먹거나, 삶아먹는 게 다였다. 아이들의 건강은 갈수록 나빠져만 갔고, 캐린의 체력도 점점 바닥이 나고 있었다.

 

캐린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그 생각이 채 다 이어지기도 전에 눈꺼풀이 감겼다. 스르르 내려오는 무거운 눈꺼풀을 좀처럼 이길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일어나 아이들을 챙기고, 밤새 손바느질에 집안일에 그녀의 몸은 열개라도 모자를 게 뻔했다. 그녀는 작은 딸 아이의 옆에 누웠다. 올해 6살을 맞은 딸아이는, 어느새 소녀가 되어있었다. 캐린은 손을 뻗어 아이를 끌어안았다. 새근새근 들리는 숨소리 사이로, 머지않아 캐린의 숨소리가 섞여들어 갔다.

 

 

5

 

 

12, 마을 사람들은 바쁜 걸음을 움직였다. 탁탁, 힘 있게 걸어가는 발걸음 사이로 수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들의 손에는 밧줄과 쇠꼬챙이 그리고 칼이 들려있었다. 칼은 스치기만 해도, 살이 한 덩어리 베어 나올 것처럼 날카로운 빛을 내고 있었다. 서린은 사람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자 이제 상구마를 끌어냅시다!”

 

사람들은 우우! 하며 그의 말에 동요를 했다. 루시퍼는 이번에도 역시 어깨에 찬 칼을 뽑아들면서 그 칼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쨍하게 내린 달빛에 반사된 칼날이 흉측하게 빛났다.

 

 

6

 

나와!”

 

쿵쿵, 집이 부서질 듯한 커다란 소리가 났다. 캐린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쿵쿵,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도대체 누구지? 그녀는 급히 윗옷을 걸쳐 입었다. 다행이게도, 아이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허겁지겁 머리를 매만진 후, 벌떡 몸을 일으켰다. 몇 시인지 시간을 확인해보려 했지만, 밖에 서있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조금의 틈도 주질 않았다.

 

나와!”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중에는 마을 장로인 서린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그녀는 급히 신발을 신고 나가, 문을 벌컥 열었다. 그 곳엔 5명정도로 보이는 남자들이 맹수처럼 번뜩이는 눈을 뜬 채로, 매섭게 서있었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못된 상구마, 네가 죽였지?”

 

루시퍼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게 무슨? 그녀는 곧바로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질문을 던지자마자, 루시퍼가 번쩍이는 칼을 그녀의 목에 가져다대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린 칼날이 목 끝을 스쳤다. 곁에 있던 남자들은 그녀에게 다가와 양쪽 팔을 부여잡았다.

 

, 왜 이러세요!”

끌고 가.”

 

그녀의 외침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다. 남자들은 그녀를 억세게 잡아끌며,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녀가 질질 끌려가는 내내, 번뜩이는 칼은 계속해서 목 언저리를 맴돌았다.

 

 

 

7

 

 

마을 장로 집 앞에는 커다란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다. 그 모닥불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린 채 앉아있었다. 캐린은 양 손목이 밧줄에 묶인 채, 질질 끌려오기가 무섭게 모닥불 바로 앞으로 내팽겨쳐 졌다. 휘청인 몸이 그대로 흙바닥을 굴렀다. 사람들은 우우! 하는 야유소리를 냈다.

 

모닥불 주변에는 이미 다른 3명의 여자가 발가벗겨진 채, 양 손목과 발목이 묶여져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탁했으며, 숨소리는 거칠었다. 그녀들의 피부에는 불로 지진듯한 붉은 화상자국이 남아있었다. 코끝으론 왠지 모를 죽음의 냄새가 스쳐지나갔다. 꼬불거리는 머리를 한 여자의 입가에선 연신 침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향해, 더러운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을 흘렸다.

 

이 여자가 주동자입니다.”

 

서린이 캐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입을 조물락거리는 사이, 거침없이 걸어온 루시퍼가 그녀의 양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곤, 그 위에 까슬한 밧줄로 그녀의 양 발목을 묶었다. 캐린은 발버둥 쳤지만, 우락부락한 남자의 힘을 이길수가 없었다.

 

이걸 보십시오, 흉물스런 마귀의 물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린은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며 말했다. 흑사슴 목걸이! 그녀는 그걸 마을장로가 준 것이라며 말하려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마을 장로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저건 마귀의 것이 확실하네. 자 어서 너의 정체를 털어놔!”

 

 

 

 

8

 

캐린의 옷은 금세 벗겨져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안으로 사라졌다. 뜨거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그들은 손쉽게 그녀를 제압하고, 양 손목과 발목을 묶었다. 그녀가 발버둥 치며 손길을 거부하려할 때마다 그들은 커다란 몽둥이로 그녀의 등이나 엉덩이 주변을 세게 내리치며 반항의 기운을 잠재웠다. 숨이 자꾸만 거칠어져갔다. 그녀는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팔딱 되다가, 머지않아 금세 기운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죽음의 시간이 흘러갔다. 남자들은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위에 뜨거운 쇠꼬챙이를 달궈 그대로 여자들의 피부에 가져다 대었다. 여자들은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살이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절규 섞인 비명이 토해지는 내내, 사람들은 서늘한 시선을 쏟아내며, 환호 아닌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캐린은 이 모든 게 잘 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녀라니? 내가 마귀를 숭배하고 있다니? 그들의 말은 전혀 앞뒤가 맞질 않았다. 그녀는 울부짖었다. 자신은 아니라고,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하지만, 그녀의 절규는 뜨겁게 달궈진 쇠꼬챙이에 의해 금세 묻혀 지고 말았다.

 

정체를 털어놔!”

 

서린은 붉게 달아오른 꼬챙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커다란 곱슬머리를 한 여자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바닥에 오줌을 지렸다. 그녀의 눈은 탁해져 원래의 빛을 잃고 있었다.

 

, 싫어.”

 

그녀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곁으로 성큼성큼 걸어온 남자들의 그녀의 양팔을 부여잡았다. 화상 자국으로 가득한 피부가 억센 손놀림에 찢어지며 피를 흘렸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쇠꼬챙이를 또 다시 모닥불 안에 넣었다가 뺀 서린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붉은 빛을 내는 꼬챙이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그녀는 으아아! 하는 괴성을 냈다.

 

너가 상구마지?”

 

서린은 말했다. 뜨겁게 달궈진 쇠꼬챙이는 이제 그녀의 몸이 아닌 얼굴로 향하고 있었다. 영혼까지 삼켜낼 뜨거운 열기가 점점 더 그녀를 잠식해나갔다. 그녀는 아악! 비명을 토해냈다. 쇠꼬챙이가 그녀의 볼 근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 맞아요!”

 

그녀는 울부짖고 있었다. 뚝뚝 떨어진 눈물이 볼을 적셨다. 그녀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내가 상구마에요.”

 

사람들은 우우! 하는 야유성을 쏟아냈다. 서린은 쇠꼬챙이를 바닥에다가 툭 떨군 채 그녀에게로 얼굴을 쑥 내밀었다. 사악함이 가득한 탁한 눈빛 위로 날개가 꺾인 작은 새의 모습이 비추었다. 그는 씨익 웃으며 그녀의 머리채를 억세게 부여잡았다. , 뒤로 꺾어진 머리 위로 시커먼 하늘이 보였다. 그녀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서린은 킬킬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몸을 벌벌 떨고 있는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이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물며 그게 자신을 여태까지 고문했던 그에게 잘 보이는 일이라도, 그게 그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라고 해도 그녀는 상관없었다. 벌거벗겨진 몸은 이미 창피하다는 생각을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녀는 그만큼이나 간절했다.

 

상구마라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서린은 작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곧바로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트려놓은 쇠꼬챙이를 또 다시 들어올렸다.

 

이번엔 저 더러운 입을 지져버려.”

 

그는 옆에 있던 남자에게 쇠꼬챙이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9

 

캐린은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모닥불 안을 들어갔다 나온 쇠꼬챙이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몸을 지지며 큰 화상 자국을 남겼다. 쇠꼬챙이가 피부 위에 닿을 때마다, 살이 타들어가는 끔찍한 냄새를 풍겼다. 그건 꼭 고기 굽는 냄새 같기도 했으며, 사람을 조금씩 갉아먹는 죽음의 냄새 같기도 했다. 그녀는 엉엉 울부짖으며 제발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그 목소리는 얼마안가 사람들의 야유성에 묻혀버렸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남자들에게 끌려올 때까지만 해도 어둑했던 하늘은 밝은 해가 뜨며, 따뜻한 기운을 풍겼다. 그녀는 희미해진 정신 사이로, 그 뜨거운 빛을 바라보았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 채, 그녀는 계속해서 그 말을 반복했다.

 

캐린은 그 누구보다도 심한 고문을 받고 있었다. 그건, 그녀가 상구마들을 이끄는 리더라고 오해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쇠꼬챙이에 살을 지지는 것 뿐만 아니라, 노끈으로 이루어진 밧줄에 양 손목과 발목을 묶인 채 질질 끌려 다니기도 했다. 흙바닥 위로 맨살이 닿을 때마다, 큰 생채기를 내며 피가 질질 흘렀다. 그녀의 몸은 붉은 옷을 입은 듯, 온통 빨간색 피로 덮여있었다. 그녀는 힘없이 누운 상태로 눈물만 뚝뚝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아무리 애를 쓰고, 발버둥을 쳐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낮이 되자, 하나 둘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멀어지는 발걸음 사이로, 희미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정말이지 이 모든 게 지옥과도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아니, 지르지 못했다. 어차피, 아무리 소리를 치고, 아무리 울고 불고 난리를 쳐도, 그 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까.

 

 

10

 

 

경찰은 마을을 찾아왔다. 길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고문의 현장을 보고 그에게 신고를 한 탓이었다. 파란 반팔 셔츠와 긴 검은바지를 입은 그가 한손으로 모자를 챙겨든 채, 마을로 느긋하게 걸어들어왔다. 빵빵하게 튀어나온 그의 바지 뒷주머니엔 실탄이 들어있는 총이 꽂혀있는 상태였다. 시커먼 얼굴을 손으로 쓱 쓸어낸 그가 누런이를 씩 들어내며 주변을 살폈다. 쯧쯧,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원. 그는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경찰이 마을로 들이닥치자, 사람들은 일제히 그들이 하던 고문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래도, 경찰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듯싶었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렇지 않게 모닥불 주변에 자리를 잡아 앉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죽이지만 마세요.”

 

그는 쩍 하품을 하며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보던 딱딱한 시선을 풀고, 머지않아 다시 고문을 재기했다. 경찰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벌렁 뒤로 자빠지며 누웠다. 눈앞에 펼쳐진 하늘이 시리도록 파랬다. 그는 왠지 모르게 한기가 도는 팔뚝을 쓱쓱 매만졌다.

 

한 시간만 있다가 가야지.”

 

그는 밝은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었지만, 눈치가 보이는 탓에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그에겐 이런 고문 현장이 익숙했다. 파푸아뉴기니 동쪽 마을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아주 일상적인 사건이었기에 그럴 만도 했다.

 

그는 웬만해선 마을 사람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해결해야할 일이고, 그 사람들의 문화였다. 그걸 굳이 경찰이 막을 필요는 없었다.

 

하암, 졸리네.”

 

그는 하품을 쩍 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스르르 감긴 얼굴위로 여자들의 끔찍한 비명소리가 섞여들어 갔다.

 

 

 

11

 

 

사람들은 농장 주인의 시체를 들어 나무 밑으로 옮겨놓았다. 햇살이 너무도 따가운 탓에 혹시나 그의 피부가 상할까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루시퍼는 수시로 농장 주인의 곁으로 다가와서 그의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차갑게 식은 피부는 작은 숨결하나 내뱉고 있지 않았지만, 그들은 저 상구마들을 모두 다 죽이고 나면 그가 다시 숨을 쉴 거라 믿었다.

 

어둠이 드리워진 농장 주인의 시체 위로 파리가 들끓었다. 이제 그는 점점 더 부패되어가고 있었다. 사방으로 고약한 냄새가 풍겼지만, 사람들은 그 냄새가 노인이 아닌 상구마들에게서 나는 냄새라고 믿었다. 빨리 저 년들을 죽여야 해! 끔찍한 냄새가 더 지독해질수록, 사람들은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외쳤다.

 

 

 

12

 

 

파푸아뉴기니 동쪽 마을에는 작은 강이 하나 있었다. 그 강은 성인 남자의 허리까지 오는 깊이와 성인의 걸음으로 20걸음만 걷는다면 강을 다 건널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폭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강을 신비의 강이라고 불렀다. 그 강을 건너면, 여태까지 쌓아왔던 악행이나 불운들이 다 씻겨져 나간다고 믿었다.

 

그 강은 언제든지 건널 수 있었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아무도 건널 수 없었다. 왜냐하면, 상구마들을 건너게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마귀가 깃든 상구마들은 얼른 저 강을 건너게 해서, 그 더러움을 씻겨내게 만들어야했다. 그래야, 죽어있던 노인의 심장도 다시 뛸 수가 있었다.

 

그들은, 고문을 이어오던 4명의 여자들의 양쪽 손목을 꽁꽁 묶은 채, 질질 끌고 갔다. 강으로 가는 내내, 그녀들의 몸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큰 생채기를 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고꾸라져버린 캐린은 일어날 시간도 없이 질질 끌고 가는 남자들 덕에 힘없이 흙바닥 위를 구르며 끌려갔다. 화상 상처로 가득한 피부가 거친 흙바닥을 스치자, 깊게 패이며 흉측한 상처를 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아냈다.

 

 

13

 

강은 얼마전 비가 온 탓에 꽤 많이 불어있었다. 출렁이는 물결이 눈앞에 들어오자, 여자들은 끄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 화상을 입은 피부에 강물이 닿으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고 있는 탓이었다. 캐린은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이딴 늪에 빠져들게 된 건지, 신이 있다면 원망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머릿속으로 아이들의 얼굴이 둥둥 떠다녔다. 지금쯤이면 일어났을 게 뻔했다. 엄마가 어디갔나하면서 이리저리 찾고 있겠지, 그녀는 울컥 차오르는 뜨거움을 느꼈다.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강물은 더러웠다. 뿌옇게 흐려진 흙탕물 위로는 온갖 드러운 게 다 떠다니는 듯 보였다. 마을 남자들은 들 것에 실은 노인의 시체를 강가 근처로 끌고 왔다. 파리가 잔뜩 꼬인 노인의 시체는 부패가 되며,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남자들은 힘겹게 시체를 옮겼다. 노인의 시체가 강 주변 바닥에 내려오자,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며 기도를 했다.

 

 

 

14

 

남자들은 여자들의 손목을 묶은 밧줄을 힘껏 끌어당겼다. 거친 밧줄들이 여린 손목에 상처를 내며, 여자들을 힘없이 쓰러지게 만들었다. 커다란 곱슬머리를 한 여자는 엉엉 울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욱욱, 막힌 목소리는 입안으로 삼켜져 소리 없는 아우성을 냈다. 쇠꼬챙이로 입을 지져버린 탓에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했다. 입 주변으로는 커다란 화상자국이 남아, 그녀의 얼굴을 더욱 더 흉측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괴로워했다.

 

루시퍼는 여자들을 한번 훑어보다가, 가장 끝에 쓰려져 있는 빼빼마른 여자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안쓰러울 정도로 말라있었는데, 모든 뼈들이 툭 툭 튀어나와 그녀의 안쓰러움을 더했다. 그녀는 루시퍼의 억센 손길에 의해 마치 인형처럼 이리저리로 움직였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강을 건너라!”

 

루시퍼는 힘껏 그 여자를 강 위로 내팽겨 쳤다. 휘청이던 몸이 그대로 풍덩 빠지며, 큰 파동을 냈다. 그녀는 컥컥 대며 괴로워했다. 비로 인해 불어난 강물은 이제 그녀의 목까지 차있었다. 밧줄로 꽉 묶여있는 손목 때문에 좀처럼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물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가냘픈 몸이 파르르 떨리며 경련을 했다.

 

더러운 상구마!”

 

사람들은 소리를 치기 바빴다. 그녀의 몸이 어떻게든 살기 위해 버둥대며 힘겹게 헤엄쳤다. 거친 강물은 점점 더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 안돼! 캐린은 그녀를 보며 소리를 쳤다. 그녀의 몸이 애처롭게 떨렸다. 몸을 뒤집지 못하고, 얼굴을 콕 박은 채 둥둥 뜬 몸이 안쓰럽게 파닥거렸다. 컥컥, 어떻게든 숨을 쉬기 위해 발악을 하던 그녀의 몸이 머지않아, 축 늘어졌다.

 

아악!”

 

잡혀온 여자들은 크게 소리를 쳤다. 순식간에 강물위로 둥둥 떠오른 여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래, 그녀는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여러분, 더러운 상구마가 드디어 하늘 위로 날아갔습니다!”

 

사람들은 미친 듯 보였다. 그들은 그녀의 사악한 영혼이 하늘로 날아갔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심지어 그 모습을 봤다고 말하며 그를 찬양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루시퍼의 곁에 있던 한 남자가 재빨리 뛰어가 죽어있는 노인의 심장소리를 확인했다. 당연히, 심장이 뛸 리가 없었지만, 그 남자는 희미한 숨소리가 느껴진다며 그를 향해 소리를 쳤다. 사람들의 얼굴에 점점 화색이 돌았다.

 

캐린은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어둠이 점점 그녀를 좀 먹고 있었다.

 

 

15

 

방 안에는 후덥한 공기가 가득했다. 방송국 ENS에서는 아주 끔찍한 촬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재빠르게 장비를 챙기며, 어딘가로 떠날 채비를 했다. 그 중에는 카메라맨 솔린과 MC 스티븐 그리고, 통역을 해줄 통역사 미성이 있었다. 그들은 커다란 배낭 안에 여권과 물, 그리고, 그들의 끔찍한 현장을 고발할 수많은 촬영 장비를 챙겼다. 빵빵해진 가방이 왠지 모를 위용을 풍겼다. 그들은 급히 밖으로 나섰다. 금세 탁, 닫히는 문뒤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16

 

여자들은 차례대로 강물에 빠졌다. 그 중에는 아까 그 여자처럼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해 죽은 여자도 있었고, 힘겹게 강을 꾸역꾸역 건넜지만, 건너편에 서있던 사람들의 매질로 인해 기절한 여자도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여자들이 점점 사라져갈수록, 그녀는 왠지 모를 죽음의 향기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 정말 죽는 건가? 쿵쿵 거세게 뛰는 심장이 금방이라도 멎을 듯 했다.

 

일어나!”

 

머지않아, 캐린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녀는 남자의 손에 의해 억세게 일으켜 세워졌다. 거친 손길에 의해 수많은 화상자국이 찢어지며, 쓰라린 고통을 만들어냈다. 두 명의 남자가 다가왔다. 그녀의 양쪽 팔을 부여잡은 남자들은 힐끗 힐끗 그녀의 몸을 훑어 내렸다.

 

비틀비틀 그녀는 힘겹게 강가로 걸어갔다. 눈앞이 흐렸다.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입가에선 침이 질질 샜다. 남자들은 그녀를 커다란 물길이 출렁거리는 그 곳에 코앞까지 끌고 갔다.

 

빠트려!”

 

루시퍼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몸이 애처롭게 흔들거렸다. 이제 죽는구나, 캐린은 생각했다. 눈앞에 아이들의 모습과 남편의 얼굴, 그리고, 여태까지 함께 지냈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들이 아른거렸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 내가 정말 마녀이긴 한 걸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둥둥 떠다녔다. 그녀는 질끈 눈을 감았다. 이젠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질 않았다. 남자들이 힘껏 그녀를 강으로 빠트리려 할 때쯤,

 

안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의 행동이 멎었다. 남자들은 휙 고개를 돌리며, 그 소리의 주인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작은 여자 아이가 엉엉 울면서 그녀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얼마나 급하게 뛰어나온 건지, 흙투성이가 된 맨발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딸아. 캐린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흩어졌다.

 

안돼요! 엄마!”

, 미린아.”

 

울컥 뜨거움이 차올랐다. 아이는 헐레벌떡 그녀의 곁으로 뛰어왔다. 그리곤, 와락. 애처롭게 울음을 쏟아낸 아이가 그녀의 품에 안겼다. 엄마를 찾아 이곳저곳을 뛰어다닌 건지, 작은 몸엔 땀이 범벅이었다. 그녀의 몸이 잘게 경련했다. 금방이라도, 아이를 한껏 품에 안아주고 싶었지만 묶여있는 손 탓에 그럴 수가 없었다.

 

남자들은 정말이지 당황한 듯 보였다. 그녀의 품에 안겨있는 아이 탓에 손쉽게 행동을 옮길 수가 없었다. 슬픔이 가득 찬 울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자, 루시퍼가 고개 짓으로 아이를 가리켰다.

 

안돼!”

 

서린은 급히 다가와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리곤, 번쩍. 그녀에게서 아이를 최대한 멀리 떨어트려놓기 위해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허공을 부유하는 아이의 몸이 애처롭게 버둥거렸다. 아악! 그녀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아이의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거렸다.

 

보지마!”

안돼! 안돼! 엄마!!”

 

그녀는 아이를 향해 외쳤다. 아이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남자들은 그녀를 잡고 있던 손을 스르르 놓았다. 머지않아, 붉게 몸이 금세 강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17

 

그러니까, 이곳에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인가요?”

, 저희는 화형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장로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곤, . 희미한 미소를 짓는 얼굴에 왠지 모를 어색함이 가득했다. 스티븐은 답답한 숨을 흘렸다. 뻔히 어떤 짓을 벌였는지 알고 찾아왔는데도, 그들은 계속해서 마녀사냥을 한 사실에 대해 회피하려고만 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결국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스티븐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넨 뒤, 자리를 떠났다. 걸어가는 내내, 못마땅한 장로의 시선이 따라붙었지만 그는 애써 모른 척을 했다.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마을 입구에 대놓은 차에 타있던 미성과 솔린은 스티븐의 셔츠 속에 몰래 연결해놓은 마이크로 마을 장로의 대화를 다 엿듣고 있는 중이었다. 저 멀리 뿌연 먼지 사이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스티븐의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 장비를 정비하는 솔린을 향해, 미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솔린은 귀찮은 말투로, 설렁설렁 대답을 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계속해서 말썽을 부리는 카메라와 아무리 질문을 던져도 모르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대답까지. 하루 종일 허탕만 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쑥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게 분명했다. 여기 마을만 몇 개인데, 한 번에 찾을 거란 기대를 한게 바보 같은지도 몰랐다.

 

그는 지쳐보였다. 날도 푹푹 찌고, 어마어마한 카메라 장비의 무게 탓에 계속해서 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의 얼굴엔 짙은 어둠이 내렸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미성의 말에 그는 올곧이 카메라 장비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퍼뜩 들며 입을 떡하니 벌렸다. 잠시 뒤, 스티븐이 문을 벌컥 열고 차에 탔을 땐, 하얗게 질린 솔린의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저희는 화형을 했냐고 물어본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요?”

 

미성이 아주 끔찍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18

 

차디찬 강물이 가슴팍까지 차올랐다. 캐린은 물 위로 고꾸라진 몸을 꾸역꾸역 일으켜 세우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뜨거운 상처에 차가운 물이 닿자, 지독한 고통을 만들어냈다. 입에선 연신 끔찍한 비명이 샜다. 휘청이는 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했다. 그녀는 세찬 물결을 가르고, 억지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었다. 물소리에 의해 묻혀버린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은지 오래였다.

 

살아남아야해.”

 

방금 전까지 품에 안겨있던 딸 아이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녀는 무조건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이 지옥을 벗어나,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더 큰 지옥을 안겨 주리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거센 강물은 목까지 차올라, 그녀의 숨통을 조여왔다. 번뜩이는 두 눈엔 왠지 모를 뜨거움이 가득차 있었다.

 

 

 

19

 

마을 사람들은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방금 전, 찾아온 낯선 외국남자 스티븐이 마녀사냥에 대해 물어봤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마녀사냥의 잔해를 없애기 위해 사방을 뛰어다녔다. 여자들을 고문했던 쇠꼬챙이와 모닥불을 없애고, 바닥에 길게 이어진 핏자국을 지우며,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거친 밧줄들을 급히 창고 안에 숨겨버렸다.

 

자 빨리 움직여요!”

 

외지인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서린이 사람들을 진두지휘했다.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빨리 이 모든 것들을 없애야만 했다, 그는 몹시도 초조하게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방금 찾아왔던 외지인이 이곳에 남아있다면 이 모든 일들이 다 들켜버릴 수 있기에 조심 또 조심해야만다. 번뜩이는 눈이 사방을 훑어 내렸다. 후다닥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서 한 아이가 불쑥 튀어나왔다가 금세 사라져버렸다.

 

 

 

 

20

 

무슨 이유에서 인지, 캐린은 금세 풀려났다. 꾸역꾸역 힘들게 강을 건넌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차디찬 모래 위로 몸을 던졌다. 수많은 매질이 쏟아질 거라는 그녀의 예상과 달리, 갑자기 사람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곳을 떠나고 말았다. 도대체 뭐지? 그녀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주변은 텅 비워진 뒤였다.

 

시린 바람사이로, 알 수 없는 모래바람이 일었다. 캐린은 터덜터덜 힘 빠진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가야만 했다. 푹 물에 젖은 몸이 뜨거운 뙤양빛에 건조가 되자, 쇠꼬챙이에 의해 튿어졌던 살들이 일어나며 끔찍한 고통을 만들어냈다. ! 캐린은 고통에 젖은 비명을 질렀다. 눈앞이 아찔했다.

 

꾸역꾸역 걸음을 옮길 때마다, 벌거벗고 있는 그녀를 향해 매서운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그들은 꼭 벌레를 보는 듯한 끔찍한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 내렸다. 그들 중에는 마을 사람도 있었고, 근근이 얼굴을 알고 있던 사람도 있었으며, 아예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여자들은 연신 따가운 시선을 쏘아댔으며, 남자들은 욕망이 섞여있는 듯한 진득한 시선을 쏟아냈다.

 

그녀는 팔뚝 주변을 쓱쓱 쓸어내렸다. 오소소 소름이 돋은 팔위로 한기가 돌았다. 따가운 시선들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그녀의 몸에 콕콕 박혔다. 꽤나 쓰라린 시선에도 그녀는 헐벗은 몸을 가리거나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지금 그녀에게는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눈앞엔 자꾸만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집으로 가야해.”

 

그녀는 몇 번째 내뱉는지도 모를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집에 가야해, 무조건 집에 가야해. 계속해서 되뇌는 말엔 두서가 없어보였다. 터덜터덜, 무거운 걸음이 이어질수록 계속해서 뿌연 먼지바람이 일었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뜨거운 햇빛을 내리받은 그녀의 상처는 더 흉측해져만 갔다.

 

 

 

21

 

거친 숨이 샜다. 미린은 허겁지겁 사방을 뛰어다니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탁탁, 가벼운 걸음이 거친 땅을 내딛을 때마다 뿌연 먼지바람이 일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미린이 가장 아끼던 옷과, 어제 감은 머리는 모두 땀에 푹 젖어버린 상태였지만, 미린은 좀처럼 뜀박질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을 찾아야해, 그들을 찾아서 이 사실을 모두 알려야만 해.’

 

미린은 그 말을 되뇌고, 또 되뇌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들을 찾아서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마을 입구로 향하는 걸음은 점차 빨라져만 갔다. 부르릉,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승용차가 금방이라도 이곳을 떠날 듯 했다. 미린은 눈을 번뜩였다. 안돼, 잡아야해! 허겁지겁 이어진 뜀박질에 헐렁이던 신이 벗겨져 땅바닥을 굴렀지만, 미린은 그것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달렸다. 그리고,

 

도와주세요!”

 

차가 막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쯤, 그녀가 그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헉헉, 입에선 연신 거친 숨이 샜다. 땀으로 잔뜩 젖어버린 이마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끼익, 불쑥 차 앞으로 튀어나온 사람에 놀라 억세게 브레이크를 밟은 솔린이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떡하니 벌렸다. , 저 꼬마는 뭐야? 심장이 쿵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도와주세요, 제발!”

 

미린은 소리를 쳤다. 거센 바람이 일고, 어느새 그녀의 앞엔 세 명의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22

 

캐린이 집에 도착한건, 저녁 8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어두워진 하늘 위로, 알 수 없는 연기가 둥둥 떠다녔다. 자꾸만 속이 쓰렸다. 그녀는 퉁퉁 부어버린 발을 절뚝대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마음 같아선 큰 목소리로 아이들을 부르고 싶었지만 좀처럼 힘이 나질 않는 탓에 입에 벌어지지가 않았다. 캐린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아이들 몰래 집 안에 들어가서, 옷을 먼저 껴입어야 할 것 같았다. 발가 벗겨진 엄마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분명 큰 충격을 받을 테니까.

 

터벅터벅, 무거운 걸음이 이어졌다. 지겹도록 이어진 상처의 통증은 이제 그녀에게 그 어떤 아픔도 주지 못했다. 이젠 모든 게 다 지겨웠다. 고통도, 이 지긋지긋한 시간들도. 아마, 짙게 번진 화상자국은 죽을 때까지 그녀의 몸에 남아있을게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죽어서도 남아있겠지? 입술이 질끈 물렸다. 끼익, 힘겹게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악!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 누구세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집 안에는 왠 사내 3명이 등을 보인 상태로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름이 끼쳤다. 어제 밤 겪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녀를 미치게만 만들었다. ! 비명이 샜다. 손끝이 벌벌 떨리며, 식은땀이 흘렀다. 뒤로 물러서던 그녀가 급히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어디선가 후다닥 뛰어온 딸이 그녀의 품에 와락 안겼다.

 

엄마! 진정해요.”

 

미린은 엄마를 세게 끌어안으며 외쳤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아악!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던 캐린이 부들대는 몸을 이기지 못하고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이 아찔했다. 미린은 급히 달려가 옷가지를 꺼내더니, 그녀의 몸 위로 커다란 티셔츠를 덮었다.

 

이제 됐어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린의 말에 등을 보이고 있던 남자들이 주춤주춤 앞으로 돌아섰다. 캐린은 숨을 들이마셨다. 도대체, 누구야? 외국인처럼 보이는 특이한 얼굴들이 주루룩 늘어서서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텁 틀어막았다. 곁으로 다가온 미린이 그녀를 조심스레 끌어안으며 말했다.

 

우리를 도와줄 거예요.”

 

 

 

23

 

스티븐과 미성, 그리고 솔린은 연신 입만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캐린이 아주 끔찍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미린의 말이 끝난 후에도, 경계를 풀지 못하고 있다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들이 아무 짓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는 결국 마음을 열었다. 그건,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지금 그녀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간절했으니까.

 

어둠이 가득 내린 집안엔 시린 공기가 흘렀다. 미린과 그녀의 아들은 이미 꿈나라로 간 상태였다. 캐린은 힘겹게 목을 축이며 말했다.

 

그들은 저를 발가벗기고, 그 위에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살을 지졌어요.”

 

울컥, 뜨거움이 차올랐다. 캐린은 말을 잇는 게 힘겨워보였다. 스티븐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녀에게 휴지를 내밀었다. 캐린은 그것을 받아들며, 코를 훌쩍였다.

 

그 행위는 밤부터 아침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어요, 그들은 저희가 마녀라고 믿고 있었죠.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그들은 절대 우리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요.”

 

입술이 자꾸만 말라갔다. 짙은 한숨을 내쉰 미성이 뜨거워진 눈두덩이를 손으로 꾹 눌렀다. 통역을 해주는 내내, 어찌나 화가 뻗치고, 속이 쓰리던지 좀처럼 숨을 쉬는게 힘들었다.

 

그들은 왜 마녀사냥을 하는 건가요?”

 

스티븐이 불쑥 물었다. 미성은 곧바로 그의 말을 통역하며 그녀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그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요.”

 

그녀가 매우 힘겹게 답했다.

 

 

 

24

 

아침이 밝았다. 뜨거운 태양이 지독한 흙바닥을 내리쬐며, 커다란 아지랑이를 만들어냈다. 스티븐은 몹시도 분노에 찬 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그가 바닥을 스쳐지나갈때마다, 뿌연 연기가 일며 알 수 없는 오묘한 기운을 풍겼다. 그는 정말이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제 밤, 캐린이 힘겹게 꺼낸 이야기는 그의 화를 돋구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사람에게 그런 끔찍한 짓을 할 수가 있는 걸까? 좀처럼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스티븐은 마을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공터에 서서 큰 소리로 마을장로를 찾았다.

 

다 알고 왔어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둠속에 숨어있던 번뜩이는 마을 사람의 시선들이 그를 향해 와 닿았다.

 

이제 진실을 말하시죠.”

 

 

 

25

 

방송은 순식간에 전파를 탔다. 사람들은 끔찍한 마녀사냥의 실체를 알게 되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 마을을 욕하고 비난하며, 심지어 그 곳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스티븐은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캐린에게 진실을 듣게 된 이후, 찾아간 마을에서 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낸 마녀사냥의 실체는 참으로 끔찍했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녀들은 마녀고, 그 더러운 마녀를 죽인 자신들에게 도대체 무슨 죄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스티븐은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참아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마을 장로의 아들인 서린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그날의 일들을 털어놓았기 때문이었다.

 

도망가는 여자들을 추격했어요.”

 

, 그가 미소를 짓자 하얀 이가 훤히 드러났다. 스티븐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곤, 칼로 그녀들을 내리쳐서 토막을 냈죠. 일단 눈부터 때렸어요, 그래야 사악한 영혼들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는 몹시도 자랑스러운 일을 떠벌리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스티븐은 짙은 숨을 내쉬더니, 꾸역꾸역 질문을 던졌다.

 

그 시체의 처리는 어떻게 했나요?”

할 필요가 없었어요.”

 

스티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들은 다 하늘로 날아갔으니까요.”

 

 

26

 

 

마을 장로는 금세 어둠속으로 숨어버렸다. 수없이 쏟아지는 사람들의 비난을 참을 수가 없는 탓이었다. 캐린은 스티븐의 도움으로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짐을 챙기는 내내, 혹시나 마을 사람들이 찾아올까봐 두려움에 떠는 그녀를 보며 미성은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들은 차에 올라탔다. 아무도 살지 않는 듯, 조용하기만 한 마을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 닫히는 문 뒤로 번뜩이는 시선들이 따라붙었다. 스티븐은 그 시선을 느꼈지만 애써 모른 척을 했다.

 

마을길을 지나가는 찻길 뒤로, 시커먼 경찰차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끔찍한 일들을 알고도 설렁설렁 행동하는 그들의 태도에 부글부글 분노가 차올랐다. 저딴 인간들이 무슨 경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걸까? 그들을 보고 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좀처럼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하아, 짙은 숨이 샜다. 스티븐은 이를 악물었다.

 

언론은 시끄러웠다. 마녀사냥에 대해 수없이 많은 기사들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갈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언젠간 식어버릴 것이고, 그들은 분명 언론이 잠잠해지면 또 다시 마녀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녀사냥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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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번째 참가네요!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