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강승대 posted Aug 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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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무엇일까요?

띠리리리! 띠리리리!

 

7시 정각을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피곤한 얼굴의 석원이 침대에서 일어난다.

석원은 회사원이며 회사에 입사한 5년 전 부터 일요일, 그리고 가끔 있는 삼일절이나 명절 같은 공휴일을 제외하면 항상 7시에 침대에서 일어난다.

석원은 알람을 끄고 능숙하게 이불을 갠다.

수요일인가, 늦잠 잘려면 아직도 멀었네.’ 석원은 생각했다.

1월의 해는 아직 높이 뜨지 않았고, 창문의 유리는 거뭇거뭇한 새벽의 하늘색이 채우고 있었다.

이부자리를 정리한 석원은 발바닥을 땅에 길게 끌며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석원이 가지고 있는 잠의 잔상을 씻어냈다.

석원은 비누칠을 했고. 물의 온도를 조금 차갑게 해서 비눗물을 씻어냈다. 확실히 잠에서 깨기 위해서였다.

석원은 샤워를 마치고 오피스텔 한쪽에 있는 작은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생 딸기가 박힌 샌드위치가 보였다.

어두운색의 돈가스소스가 3분의 1정도 남아 있는 유리병, 어떤 음식들이 들어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검은 비닐봉지들, 알루미늄 팩에 담긴 수많은 건강 보조식품들 사이에서 투명색 비닐로 정교하게 포장되어있는 딸기 샌드위치는 유별나게 신선해보였다.

어제 밤, 술에 취한 채로 집 앞 편의점에서 대충 집어 온 샌드위치가 너무 반가운 순간이었다.

석원은 기분이 좋아졌고, 식탁에 앉아서 샌드위치의 포장 비닐을 벗겼다.

식탁 위에는 그가 방금 갖다놓은 생수가 가득 차 있는 물 컵도 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아침밥 같은 아침밥이었다.

샌드위치를 먹은 석원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열었다.

따스한 아침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석원을 반겼다.

석원은 문밖을 나가면서 지금의 자신이 양복이 아닌 티셔츠를 입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했다.

석원은 회사에 입사하기 전,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 아침에 농구를 했던 것을 회상했다. 그는 아침 일찍 농구를 하기 위해 농구장으로 향하는 가로수 길을 걸었었다.

가로수들은 멋진 낙엽색이었었다.

아침의 선선한 바람이 땅에 떨어진 낙엽을 조금씩 움직였고, 석원은 움직이는 낙엽을 보고 낭만을 느꼈었다,

농구장 근처에 있는 커다란 가로수들도 낙엽색을 하고 있었다.

석원이 농구를 하는 동안에 농구장 옆 인도에는 출근하는 사람들과 등교하는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석원은 출근이나 등교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생각했다. 그들과 다르게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 그의 농구화들은 신발장의 가장 아래 칸에서 몇 년째 움직이지 않고 있는 중이였다.

집에서 나온 석원은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에 서 있는 석원은 전날, 그리고 그 전날의 석원의 모습과 같았다.

같은 시간, 정류장 그리고 정류장 앞으로 지나가는 차량들, 게다가 이 정류장에서 석원 외에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또한 거의 같았다. 다들 언젠가 석원이 한 번쯤은 본 사람들이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점도 있었는데 그것은 유별나게 날씨가 좋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601번 버스가 도착합니다.

 

버스 정류장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안내음성이 흘러나왔다.

안내음성이 흘러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이 분주해졌다.

버스가 도착하기도 전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팔짱을 끼고 있던 어떤 사람은 걷기를 준비하든 몸을 흔들어댔다.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섰다. 그리고 버스가 도착하자 줄은 선 차례로 버스에 탔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교 여학생들과 그 뒤로 팔짱을 끼고 있던 중년의 남자회사원, 나이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쯤 되는 젊은 회사원들이 버스로 들어갔다.

젊은 회사원들의 뒤를 따라 석원도 버스로 들어갔다.

석원이 버스에 탔을 때, 빈 좌석은 세 곳 뿐이었다.

한 석은 가장 뒤쪽 가운데, 또 한 석은 는 중간 이인석 중 한 석. 마지막 한 석은 앞쪽 이인 석 중 한 석였다.

석원은 앞쪽 빈 좌석에 앉고자 앞쪽 좌석을 주시하며 걸어갔다. 그러나 앞쪽 좌석에는 사람만 앉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사람이 창가 쪽에 앉아있었고 그의 옆에는 커다란 가방이 놓여있었다.

석원은 앞쪽에 있는 빈 좌석에 앉기를 포기하고 비어있던 중간 좌석으로 걸어갔다.

석원은 앉고자 하는 중간 좌석에 거의 다 왔을 때 창가 쪽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무심코 바라보았었다.

창가 쪽에 앉은 남자를 본 석원은 주춤했다. 자리에 앉기 위한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버스는 곧 출발했고, 석원은 빨리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그러나 석원은 자신이 앉고자 했던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창가에 앉아있던 남자의 표정이 너무나 이상해서 가까이 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창가에 앉아 있는 남자의 표정은 묘한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너무 표정이 없어서 무표정자체를 짓고자 노력하는 표정 같았다. 화도, 기쁨도, 지루함도 없는 흰 종이 같은 얼굴이었다. 게다가 동상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그 남자 주위의 모든 것들도 그 남자 때문에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석원은 그 남자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석원은 자신이 그 남자의 옆자리에 앉는다면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 할 때까지 그를 계속 신경 써야 할 것 같았다.

석원이 주춤하는 사이 버스는 벌서 속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석원은 천장에 달려있는 손잡이를 차례대로 잡으며 뒤쪽의 빈 좌석으로 몸을 옴겼다,

버스 뒷 쪽 빈 좌석 주위에는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앉아있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바라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그 무표정의 사람과 다르게 아무런 특이점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석원은 뒷좌석에 앉아서 그 남자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그 남자의 뒤통수는 그의 얼굴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심지어 버스의 떨림에도 움직임이 없었다.

석원은 그가 정말 특이하다고 한번 더 생각했다. 단지 움직임이 없고 표정이 없을 뿐인데도 말이다. 왜내면 움직임이 조금 없는 것이 아니고 표정이 조금 없는 것이 아닌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없으니 말이다.

계속 그 남자의 뒷모습을 주시하던 석원은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냈고,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석원은 스마트폰을 켜고 뉴스를 검색했다. 뉴스 목록에는 어느 고등학교 남학생의 자살 사건에 관련된 기사가 많이 있었다. 평소 교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이 자신의 학교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을 다룬 기사들이었다.

석원은 남학생 자살사건과 관련된 기사 몇 개를 읽고 난 후에 뉴스목록의 스크롤을 내려서 다른 기사를 보았다. 정치인의 부패에 관련된 기사들과 방화사건에 관련된 기사들이 보았다.

석원은 자신이 본 기사의 내용은 자신의 삶과 겹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뉴스 기사를 보던 석원은 뉴스를 끄고 스마트폰 메신저를 켰다, 스마트폰 매신저에는 아직 확인하지 않은 몇 통의 메시지가 있었다. 전날 회식을 한 회사동기들이 보낸 메시지들이였다. 발신시간이 새벽 2시에 적힌 메시지는 술을 먹고 보낸 애정표현이 과한 메시지들이었다. 그리고 하룻밤이 지난 후에 온 메시지들이 있었다.

아침 일찍 온 메시지내용은 속이 쓰리다, 늦잠을 잤다, 피곤하다는 등 자신들의 상황이 적힌

동기들의 메시지들이었다.

다들 조금만 먹지석원은 마음속으로 말했다.

 

ooo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안내음성이 흘러나왔다.

빠르게 달리던 버스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버스의 출구에는 사람들이 몰려 꾀나 긴 줄이 생겼다. 석원은 줄의 가장 끝에 섰다,

버스가 완전히 멈추자 출구가 열렸다. 출구가 열리자 줄의 가장 앞쪽에 있던 남학생이 뛰어 나갔다. 남학생들 뒤로 회사원 두 명이 나갔다. 석원도 나가기 위해 출구 쪽으로 다가갔다.

석원은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서 버스카드가 들어있는 지갑을 찾았다.

그 순간 누군가가 석원의 오른팔을 빠르게 잡았다.

석원은 자신의 팔이 잡히는 순간 팔을 잡은 사람이 버스에 타고 있던 무표정의 그 남자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남자라는 것을 직감한 석원은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꼈다.

석원은 두려움과 놀라움을 느꼈다.

석원은 그 남자가 자신의 팔을 잡은 채 그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석원은 그 남자를 보기가 싫었다. 묘한 표정을 가진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석원은 그 남자를 보지도 않고 강하게 팔을 뿌리쳤다. 그러나 팔은 단단한 금속장치에 고정 된 듯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팔이 잡히고 짧은 시간이 흘렀지만 석원이 느끼는 시간은 버스에 타서 팔이 잡힐 때 까지의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 심지어 시간이 멈춘 것처럼도 느껴졌다.

석원은 힘으로 지금의 상황을 벗어 날수 없다고 느꼈다.

석원은 그 남자가 자신의 팔을 놔줄 때까지 기다리던가 남자에게 자신의 팔을 놔달라고 말해야만 했다. 석원은 조금 고민했다. 그냥 가만히 있다면 버스가 출발 할 것 이고 그 남자에게 말을 걸려면 그를 봐야했다. 석원은 자신의 팔을 놔달라고 말하기로 결심했다.

버스의 출구 쪽을 바라보고 있던 석원은 그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석원의 생각과 다르게 남자는 처음 봤을 때처럼 버스의 앞 쪽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석원은 그 남자의 옆모습에 대고 말했다.

팔을 놔주세요. 왜 제 팔을 잡는 것입니까?”

석원이 말을 하자 남자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남자의 고개가 석원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석원은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칠 생각이 들자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육감이 예민해지는 것을 느꼈고 등에서 흐르는 땀방울의 개수가 느껴졌다.

그 남자의 고개는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남자의 얼굴 정면이 보이는 순간, 석원의 시야에 있는 모든 것이 검게 변했다. TV가 꺼진 것처럼 말이다. 이제 석원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고 다시 희미하게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석원은 자신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천장의 꺼진 전등을 볼 수 있었다.

전등은 두 개로 보였다, 그리고 두 개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한 개가 되었다.

석원은 이제까지 본 것들이 자신이 잠을 자며 꾼 꿈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석원은 그 끔찍한 경험이 꿈이라는 것에 대해서 안심했다. 그리고 석원의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있었다.

아침 햇빛이 오피스텔의 작은 창문을 지나서 석원의 침대위로 쏟아져 내렸다. 햇빛은 새벽의 햇빛이 아닌 아침의 햇빛이었다.

석원은 햇빛을 보고 자신이 늦잠을 잔 것도 알 수 있었다.

석원은 침대 근처 협탁 위에 있는 알람시계를 보았다.

알람시계의 시침은 새벽 3시에 있었고 초침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조금씩 꿈틀거리고만 있었다.

지각 하겠네. 왜 시계가 멈춘거야? 건전지는 새것일 텐데 말이야

석원은 마음속으로 말했다.

석원은 평소와 다르게 빠르게 움직였다.

석원은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이부자리를 정리했는데 그는 이부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화장실로 바로 뛰어 갔다.

석원은 화장실에서 세수만 하고 나왔다. 밤새 흘린 식은 땀이 찝찝했지만 샤워를 할 시간은 없었다.

석원은 전날에 사놓은 샌드위치를 생각조차 못했다.

그는 냉장고를 열지 않고 옷장에 있는 서랍을 열었다.

석원은 서랍에서 양발 한 켤레를 꺼내 부리나케 신었다.

석원은 양발을 신으면서 충전기 선이 길게 늘어져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석원은 자신이 늦게 일어난 것을 확신 할 수 있었다.

석원이 스마트폰을 봤을 때가 8시었다. 8시면 석원이 평소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양발을 허겁지겁 신은 석원은 그 자리에서 잽싸게 일어났다. 그는 옷장의 문을 빠르게 열었다.

그리고 출근복인 양복을 꺼내어 부리나케 입었다.

출근복을 입은 석원은 냉장고 옆에 놓인 생수통을 뚜껑을 열고 통째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물을 마신 석원은 집을 나와 정류장 까지 빠르게 뛰어갔다.

정류장에 도착한 석원은 거친 숨을 쉬었다. 구둣발로 뛰어왔기 때문에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졌다.

정류장에서 숨을 고르던 석원은 아직도 시계바늘이 멈춘 이유가 궁금했다.

석원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시계를 보았다. 역시 평소보다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5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세 번이나 놓친 시간이었다.

석원이 있는 버스 정류장에는 석원 외에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각을 한 사람은 석원 뿐이었다.

다행이 곧 버스가 도착했다.

석원은 버스의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버스에 탔다. 어차피 다른 사람이 모두 타야지만 버스가 출발 하지만 말이다.

석원이 버스에 탄 후에, 여러 명이 버스에 타기 위에서 버스의 출입구에 몰려들었다.

버스에 가장 먼저 탄 석원은 버스비를 내고 빈 좌석을 찾기 위해서 버스 안을 바라보았다.

빈 좌석을 찾던 석원은 방금 자신이 꾸었던 꿈속에서 놀란 것 만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꿈 속에서 보았던 무표정을 가진 그 남자가 꿈속에서 보았던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꿈속에서 봤을 때와 다르게 그 묘한 무표정을 하고 있지 않지만 분명히 그였다. 그리고 어딘가를 바라보는지 모를 그의 시선은 창밖의 무언가를 향하고 있었다. 만약 석원이 꿈에서 그를 보지 않았더라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충격을 받은 석원은 당장에라도 버스에서 내리고 싶었지만 지각을 한 자신이 갈 곳을 없었다.

게다가 석원의 뒤로 많은 사람들이 버스로 올라타고 있었다. 석원은 뒷사람들을 위해서 길을 비켜 줘야했다.

석원은 일부로 빈 좌석 중에 그 남자와는 가장 먼 곳에 있는 곳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석원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석원은 버릇처럼 스마트폰을 꺼내기 위해 한쪽 손을 스마트폰이 있는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석원이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진동이 멈췄다. 석원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그 남자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석원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석원이 경험한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석원과 같이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이 정말로 석원이 꿈에서 본 사람이라면 말이다.

석원은 자신이 격은 일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도록 스스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평소 자신이 믿지 않았던 불가사이 같은 것들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석원은 평소에 신이나 운명처럼 과학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것들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석원은 자신이 격고 있는 일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석원은 차라리 지금의 상황도 꿈이길 원했다. 지금의 상황도 꿈이라면 그냥 잠에서 깨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선명했다. 자신의 볼을 꼬집어봐도, 주변을 자세히 살펴봐도 꿈을 꾸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했다.

석원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석원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자신의 귀에 갖다 댔다.

석원아 어디야? 왜 늦는 거야?”

알람시계가 고장 났어요. 건전지는 거의 새것인데 시침이 멈췄네요.”

일단 최대한 빨리 와봐 지금 박부장 화 많이 났어. (2)차 판매 계획서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래. 어제 발견하고 오늘 터트릴려고 벼루고 있었나봐. 빨리 오는 게 좋겠다.”

예 최대한 빨리 갈게요!”

석원은 전화를 끊고 눈을 감았다.

계획서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시계는 왜 작동하지 않은 거지?

그리고 꿈속에서 보았던 사람이 어떻게 현실에 있는 걸까?

이건 꿈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현실적이야. 꿈일 수 없어. 너무 복잡하다. 석원은 생각했다.

고민하던 석원은 눈을 떴고 창밖을 보았다. 매번 출근길에 보던 것들이 보였다. 일정한 간격의 가로수, 불이 꺼진 가로등, 인도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 차도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 모두다 석원의 복잡한 마음과는 다르게 평소와 변함이 없었다.

석원이 타고 있던 버스는 과속방지턱을 지나며 덜컹거렸다.

창밖을 바라보던 석원은 그 남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말도 안 돼. 꿈속에서 본 사람이 어떻게 현실에 존재할 수 있지? 예지몽처럼 말도 안 돼는 것은 믿기 싫어. 다른 사람들한테 말한다면 분명 내가 잘못 봤다고 생각하겠지. 그냥 조금 닮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너무 똑같아. 꿈속에서 봤던 묘한 표정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야.

석원은 생각했다.

석원의 스마트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왜 안와?”

알람이 고장 났어.”

정말이야? 지금 박부장 엄청 화났다

아까 들었어. 진짜 나도 미치겠다.”

뭔 일 있는 건 아니지?”

뭔 일? 그래 뭔 일 있지. 나중에 얘기하자

. 일단 빨리와. 오늘 퇴근 못 할걸?”

알겠어.“

석원은 전화를 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고서, 보고서 말할 놈의 보고서.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싶은데 말이야!’

석원은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ooo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안내음성이 나오자 사람들이 버스의 출구에 모이기 시작했다.

석원과 석원의 꿈에 나온 그 남자도 버스 출구에 모였다.

석원은 보고서 때문에 잠시 그 남자를 잊고 있었는데 출구에 있는 그를 보고 다시 그를 경계했다. 그 남자는 꿈에서 보았을 때와 분위가 달랐다. 평범한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이 느껴졌다. 그러나 석원은 그를 계속 경계했다.

석원은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버스의 속도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버스야 빨리 멈춰라. 빨리 문이 열려라. 내리자마자 회사까지 뛰어가야지. 다들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지각도 했으니 박부장한테 가장 많이 털릴 사람은 나겠군. 그리고 이 남자와 빨리 떨어지고 싶어. 꿈속에서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석원은 생각했다.

그 남자는 석원의 바로 앞에 서있었다. 석원의 시선은 그 남자의 뒷모습에 고정돼있었다.

아직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문도 열리지 않았다.

석원이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때 그 남자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석원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꿈속에서 팔을 잡혔을 때의 기분이 들었다. 그 남자와 얼굴이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 남자의 표정이 꿈 속에 봤던 그 표정이 되어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눈이 마주친 뒤 무표정에 가까운 사람은 석원이었다.

남자의 입가에는 약간의 미소가 있었다.

왜 아까부터 저를 보고 있는 거조?“

그 남자가 석원에게 물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정말 상냥하며 나긋했고, 목소리 덕분에 석원은 조금 긴장이 풀렸다. 그러나 석원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꿈속에서 당신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한다면 자기 자신이 바보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냥 지금의 상황이 빨리 지나가길 원했다.

석원은 조금 안쓰러워 보일정도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석원은 몇 초가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남자는 당황해 하고 있는 석원에게 무언가 건넸다. 그가 석원에게 건넨 것은 딱지모양으로 접힌 작고 하얀 종이였다.

석원은 아무 말 없이 종이쪽지를 받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다시 미소를 짓더니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 남은 석원은 어안이 멍멍했다.

석원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간신히 버스에서 내려왔다.

버스에서 내린 석원은 그 자리에 서서 접힌 딱지를 풀었다. 종이에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은 석원의 동공은 커다랗고 검은 원이 되었다.

커다랗고 검은 원에 비친 글씨는 이렇다.

 

하룻밤의 꿈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반복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 삶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석원은 쪽지를 준 그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만약 그를 찾기 위해서 주변을 찾아보아도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석원이 서 있는 주변의 차도 위로 자동차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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