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곳에 올린 글이지만 미숙한 점이 많아서 수정 후 다시 올려봅니다. 다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덫
아주 조금 옛날.
아주 조금 먼 곳의 동네.
동네 뒷산과 산 깊은 곳에 있는 동굴.
동굴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는 도둑이며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장난감을 훔친다.
그러나 아무도 여우가 장난감을 훔치는지 모른다.
아무도 여우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여우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다.
여우가 기지개를 켜자 여우의 배 아래에 깔려 있던 장난감 중 하나가 침대 밑으로 떨어진다.
여우는 장난감이 떨어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장난감이 떨어진 바닥은 이미 장난감들로 거의 다 뒤덮여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우가 누워있던 침대는 장난감들이 쌓여있는 작은 언덕이다.
여우는 기지개를 마치고 네발로 걷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솜털이 자라있는 여우의 작고 귀여운 발이 장난감을 피해 바닥에 닿는다.
여우는 장난감을 능숙하게 피해가며 걷는다.
동굴의 입구에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한 낯의 따스한 햇빛이 들어 왔다.
그리고 동굴 안으로 바람도 불어 들어왔는데 바람 속에는 나무의 향이 가득한 숲의 냄새가 잔뜩 섞여 있다.
여우는 바람을 마주하며 동굴의 입구로 걸어 나갔다. 밖으로 나가던 여우의 털이 바람에 맞아 나풀거렸다. ‘아~ 기분 좋아.’ 여우는 속으로 말했다.
이 날은 날씨가 매우 좋았다. 전날 밤에 비가 왔었는데 새벽과 아침의 따스한 햇빛 때문에 빗물들의 거의 다 말랐고 아주 조금의 촉촉함만이 남아있었다. 여우는 그런 촉촉함이 자신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동굴에서 막 나온 여우는 마음이 들떴다.
동굴 앞에는 벼랑이 있었고 절벽 끝에는 바위가 있었다.
여우는 바위위로 잽싸게 뛰어올라갔다.
바위에 올라선 여우는 동그랗고 검은 눈으로 벼랑 아래, 멀리 있는 마을을 바라보았다. 날씨는 맑고, 안개도 없었기 때문에 마을의 모습이 여우의 동공에 선명하게 비추었다.
여우는 아주 잠시 동안 바위 위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한번 살펴보고는 절벽과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길로 걸어갔다.
길은 산 아래로 향해있었고 마을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여우는 아침 먹는 것도 거르고 마을로 향했다.
여우는 배가 고팠지만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마을에 가면 누군가가 자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여우는 마을을 향하는 길 위를 빠르게 걸었다.
여우는 길 중간에 있는 계곡에 들려서 목을 축였다.
계곡 이후부터는 내리막이 아닌 평지가 이어졌고 길 위로는 여우보다 훨씬 키가 큰 나무들이 햇빛을 막아서 땅에는 그늘이 져있었다.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조금씩 들어왔다,
평지의 바닥은 대부분이 그늘에 덥혀 어두운 색이였지만 나뭇잎들 사이로 들어온 햇빛들이 바닥에 닿아 반짝이는 보석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여우는 아름다운 햇빛을 신경도 쓰지 않고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어느덧 마을의 입구에 도착한 여우는 주변을 향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도도하게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여우를 해치지 않지만 여우는 마을의 정문을 지날 때 항상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했다.
마을에 들어 선 여우는 마을 곳곳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고 온 진한 빵 냄새가 여우의 콧속으로 들어왔다.
여우는 빵냄새를 따라갔다.
냄새의 끝에는 빵집이 있었다.
빵집에는 지금 막 구운 빵들이 진열되고 있었다.
빵을 진열하던 빵집주인은 여우를 보더니 진열하는 것을 멈추고는 무덤덤한 표정을 한 채 여우를 향해 팔을 휘저었다.
여우는 빵이 먹고 싶었지만 가진 돈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여우에게 말했다.
“이거 먹을래?”
여우의 바로 옆에 있던 네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말했다.
아이는 한손은 엄마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은 빵을 들어 여우에게 건넸다.
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빵을 든 손을 좀 더 케이크에게 가깝게 뻗었다.
그 순간 여우는 단숨에 빵을 잡아채서는 한입에 삼켜버렸다. 아이는 이런 여우의 모습에 조금 당황했다.
빵을 한입에 먹어 치운 여우는 혀로 입가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핥아 먹고는 하품을 크게 했다. 하품을 하자 여우의 날카로운 이빨이 들어났다.
빵을 먹은 여우는 크게 만족해하며 빵집을 떠났다.
배부른 여우는 느긋하게 마을을 걸었다. 마을 사람들은 여우를 보고는 별다른 이유 없이 마을을 맴도는 여우 한 마리라고 생각했지만 여우가 마을을 맴도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선 여우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모든 집의 창문을 살펴보았다.
여우는 창문을 통해 집안을 볼 수 있었다. 여우가 찾는 것은 장난감이었다.
여우는 장난감이 있는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우는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찾을 때까지 마을을 돌아다녔다.
여러 집을 살펴보며 지나던 여우는 노란 지붕의 집 앞에서 멈췄다.
노란 지붕의 집안에는 넓은 거실이 보였고 거실 가운데는 나무로 만들어진 책상이 놓여 있었다. 책상 아래에는 바퀴가 4개 달린 마차 장난감이 있었다.
여우는 마차 장난감을 보는 순간 침이 꿀꺽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목구멍 속으로 넘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우는 창문을 통해 집안에 누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집안은 조용했고 아무도 없었다.
여우는 창문과 창틀사이에 발톱을 넣었다, 그리고 능숙하게 창문을 열었다.
마을의 거의 모든 집의 창문은 항상 잠겨있지 않았기 때문에 여우는 매번 쉽게 창문을 열 수 있었다.
여우는 열린 창문으로 폴짝 뛰어 들어갔다.
여우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사뿐히 착지했다. 그리고 빠르고 조용하게 장난감 마차에 다가서서는 입으로 그것을 물었다.
여우가 마차 장난감을 입에 물어 고개를 들었을 때 사람냄새가 여우의 콧속으로 들어갔다. 여우는 사람냄새를 맡고는 깜작 놀랐다. 그런데 보통의 사람냄새와 달랐다.
보통 사람의 냄새는 찐한 땀의 냄새와 채취로 가득 차있었는데 이번에 맡은 냄새는 아주 연한 땀 냄새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향에 섞여서 향기처럼 느껴졌다.
장난감 마차를 입에 물고 있던 여우는 냄새가 나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마차 장난감이 있던 나무 책상에서 열다섯 발자국 정도 떨어진 거리에는 작은 요람이 있었다. 여우는 요람 안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았고 요람 쪽으로 다가갔다.
요람은 여우보다 훨씬 높았다. 여우는 마차장난감을 땅에 내려놓고 앞발을 번쩍 들었다. 여우의 앞발은 요람위에 걸쳐졌다. 그래도 여우는 요람 안을 볼 수 없었다. 여우는 앞발에 힘을 주어 몸을 들어올렸다. 여우가 몸을 들어올리기 위해 힘을 가할 때,
요람에 걸쳐진 여우의 발은 힘을 받았고 여우의 발톱이 나무로 만들어진 요람에 깊은 발톱자국을 만들었다. 여우가 몸을 들어 올리자 여우의 머리가 요람 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드디어 여우는 요람 안을 볼 수 있었다. 요람 안에는 새하얀 피부와 자두처럼 발그름한 볼을 가졌으며 아주 좋은 향기가 나는 아기가 잠을 자고 있었다.
여우는 아이가 장난감의 한 종류인 인형처럼 느껴졌다. 자고 있는 아이는 인형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여우는 아이의 향을 더 잘 맡기 위해 코를 아이의 몸에 가져다 댔다. 향기가 여우를 더욱 자극했다. 여우는 아예 몸을 들어 올려 요람 안으로 들어갔다.
여우는 자신의 코를 아기가 베고 있는 베게에 갖다 대기도 하고 아이의 얼굴에 갖다 대기도했다. 그러던 중에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집 밖에서 났다.
그리고 곧바로 문고리에 열쇠가 끼어지며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여우는 잽싸게 요람에서 내려와 다시 마차 장난감을 물고는 자신이 들어왔던 창문으로 뛰어나갔다. 여우는 집을 나오자마자 마을 벗어나 숲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숲에 들어선 여우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마차 장난감은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된 것 같았다.
여우는 아침에 들렸던 계곡에 들려 물을 몇 모금 마시고 자신의 동굴로 행했다.
오르막을 오르던 여우는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느껴졌다. 멋진 장난감을 입에 물고 있어도 말이다. 평소 장난감을 입에 물고 오르막을 오를 때면 설레는 마음 때문에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오르막을 오를수록 몸이 지쳐갔으며 발에 통증이 느껴졌다. 동굴 안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생각을 해봐도 전혀 설레지 않았다. 여우의 머릿속에는 아이의 향기만이 가득 차있었다.
힘들게 동굴로 돌아온 여우는 입에 문 장난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앞발로 장난감을 이리저리 흔들어보았다. 마차장난감은 바닥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여우는 몇 번 더 장난감을 만져보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놓고 장난감이 쌓여있는 언덕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평소 잠을 자던 모습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아 누웠다. 그러나 잠을 자기위에 누운 것이 아니었다.
여우는 눈을 감고 조용히 상상했다.
여우는 자신의 눈꺼풀이 만든 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검은 화면 속에서 아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이의 향기 까지 느껴졌다.
여우는 아이의 향기가 막 익기 시작한 신선한 복숭아 향기 같다고 생각했다. 초여름에나 맡을 수 있는 특별한 향기였다.
검은 화면에는 신선한 복숭아가 나타났다. 그리고 따뜻한 초여름의 공기도 느껴지는 듯 했다.
여우는 몇 시간동안이나 이 향기에 대한 상상을 음미했다.
마차 장난감을 훔친 뒤 3일 뒤 늦은 밤이었다.
여우는 장난감 언덕위에서 잠이 들기 직전이었다.
어둠 위로 여우의 작은 의식이 밤바다의 외딴 섬처럼 있었다.
잠이 커다란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외딴 섬은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이를 훔치겠어......’ 여우는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여우는 아침이 되기 전인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있었다.
여우는 아침 햇빛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며 입구에서 서있었다.
조금씩 아침 햇빛이 들어왔다.
아침 햇빛에 비친 여우의 얼굴은 초췌했다.
여우는 꾀 오래 굶었다. 여우의 가슴 쪽 살이 얇게 말라 갈비뼈의 형태가 노골적으로 들어났다. 그러나 여우의 열정은 불타올랐다. 오직 한가지만이 케이크에게 힘을 주었다. 그 것은 아이를 자신의 동굴로 가지고 데려오고 싶은 욕망이었다.
아침 햇빛이 들어온 것을 확인 한 여우는 동굴을 나가 마을로 향해 뛰었다.
여우는 마을로 가는 중에 계곡에 들려 물을 마셨다.
계곡물은 밤 동안 식어서 차가웠다.
여우는 물을 마시며 차가움 때문에 몸이 살짝 떨렸다.
물을 마신 여우는 다시 마을을 향해 뛰어갔다.
여우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도 시간은 이른 아침이었다.
이른 아침, 마을에는 낮에 느껴지는 활기가 없었다. 시내에는 사람한명 보이지 않았다. 빵 냄새가 마을을 채우고 있었다. 부지런한 빵집 주인이 구운 빵 냄새였다.
여우는 빵 냄새를 신경 쓰지도 않았다.
빵을 처다 보지도 않고 빵집을 지나가는 여우를 본 빵집 주인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여우는 마을에 들어 온 뒤로 곧장 노란 지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노란 지붕 집에 도착한 여우는 단 한번만 열어봤었지만 마치 여러 번 문을 열어 본 것처럼 능숙하게 창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잠이 들어 있었고 여우는 요람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이를 훔칠 수 있었다.
여우는 이불로 아이를 둘둘 말아서 입에 물었다.
동굴에 도착한 여우는 아이가 말린 이불더미를 한 쪽에 내려놓았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아직도 평온한 잠을 자고 있었으며 여우가 아이를 데려오는 동안 한 번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여우의 발은 부드러워서 땅에 발이 닿을 때에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이에게는 초여름의 복숭아가 생각나는 좋은 향이 났다.
여우는 멍하니 아이를 바라보았다.
하얗고 귀여운 아이의 얼굴과 향기는 오전 내내 여우를 기분 좋게 해주었다.
기분이 좋던 여우는 갑자기 졸음이 느껴졌다.
여우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잠이 들었다.
갑자기 동굴 안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던 여우는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계속 울어댔다.
여우는 아이의 울음에 당황스러웠다.
여우는 아이 주위를
부산스럽게 몇 번 크게 돌았다.
여우는 시끄러운 아이의 울음소리를 멈추게 하고 싶었다.
여우는 아이가 배고파서 운다고 생각했다. 음식을 준다면 울음을 멈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우는 언젠가 가져다 놓았던 빵을 찾았다. 그리고 빵을 작게 찢어서 아이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나 아이는 먹을 생각이 없는 듯 계속 울기만 했다.
여우는 아이의 옆에서 잠시 고민하더니 아이의 집에서 훔쳤던 마차 장난감을 아이에게 갖다 주었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 울기만 했다.
여우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는 잠시 울음을 멈췄다가 늦은 밤이 되니 다시 울기 시작했다.
잠시 평화롭게 있던 여우는 아이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아이의 울음을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여우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장난감 언덕위로 올라가 몸을 말고는 눈을 감았다.
잠을 자고 싶던 여우는 울음소리 때문에 잠들 수 없었다.
몇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다시 지쳐 잠들었다.
여우도 아이를 따라 잠이 들었다.
짧은 밤이 지나고 아침 햇빛이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의 얼굴에도 빛이 비추어졌고 여우의 등위로도 빛이 비추어졌다.
여우의 윤기 있는 털은 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이 나고 있었다.
여우는 살며시 눈을 떴다.
잠에서 깬 여우는 곧바로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을 자는 아이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에 동굴에 있는 흙이 묻어 범벅이 되어있었다 아이의 옷과 손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더 이상 좋은 향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물러터진 복숭아 냄새가 났다. 여우는 아이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그리고 아이가 잠에서 깨어 다시 울어 버릴까봐 걱정되었다.
여우는 잠시 고민했다.
아이는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좋은 향이 나지도 않았다.
여우는 아이를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여우는 아이를 감싼 이불을 물어 아이와 함께 들었다.
여우가 아이를 이불로 감쌀 때 이불 속으로 장난감 마차도 들어갔다.
여우는 아이와 장난감이 들어있는 이불을 입에 문 채로 마을로 향했다.
마을의 노란 지붕의 집까지 가는 동안 아이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아이는 너무 울었기 때문에 피곤했기도 했고, 여우의 걸음걸이가 차분하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으며 발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아서 요람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우는 노란지붕의 집에 도착했다. 집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여우는 열려있는 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슬픔으로 가득 차있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이의 아버지는 그녀의 옆에 앉아서 그녀의 어깨 한쪽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슬픔으로 가득찬 집은 여우가 등장하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여우가 물고 있는 이불 보따리를 보자마자 틀림없이 그곳에 자신의 아기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여우가 물고 있는 이불은 아이와 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벌떡 일어섰다.
여우는 거실 가운데에 아이를 내려놓았다.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를 향해 뛰어갔다.
아이를 향해 뛰어가는 그들의 동공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이불 보따리를 풀었다.
이불안에는 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너무 좋아서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아이의 어머니는 자신의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커다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여우는 밖으로 나가기위해 몸을 문 쪽으로 돌렸다.
그때, 아이를 아버지가 급하게 말했다.
“잠깐만!”
여우는 고개를 돌려 아이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여우의 몸은 너무 말라서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고, 꼬리도 힘없이 처져 있었다.
여우 갈비뼈를 본 아이의 아버지는 여우에게 음식을 주고 싶었다.
“고맙다 너무 고마워. 맛있는 음식 좀 먹고 가겠니?”
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려주렴.”
아이의 아버지는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품에 꼭 안았다.
아이의 아버지는 높은 곳에 있는 찬장에서 접시를 꺼내고, 사물함에서 여러 가지 음식들을 꺼내 식탁에 올렸다. 음식 중에는 윤기가 흐르는 소시지와 적당히 익은 청포도와 빵과 버터 등이 있었다.
‘정말 고마운 여우야, 그런데 어떻게 우리 아기를 찾았을까?
흠.... 어찌됐든 배가 고파보였어.’
아이의 아버지는 음식을 식탁으로 옮기면서 생각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요람위에 놓았다.
그리고 아이를 감싸 안은 이불을 모두 폈다.
아이는 아직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가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이의 아버지가 말했다.
“여우야, 음식이 모두 준비 되었어. 어서 먹으렴.”
그는 여우가 주방 바로 옆 거실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여우는 문 밖에서 몸을 말은 채 누워 있었다.
그래도 여우는 아이의 아버지가 말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우의 귀는 쫑긋하게 세워져있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말한 소리를 들은 여우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아버지는 음식이 가득한 식탁 뒤쪽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의자 하나가 식탁에서 나와 있었다. 여우는 나와 있는 의자 위로 껑충 뛰어 올라갔다.
여우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먼저 소시지를 먹었다.
여우는 소시지가 너무 맛있다고 생각했다.
여우의 잎 안에서 소시지가 터지며 육즙이 흘러나왔다.
아이의 아버지는 여우가 먹는 것을 보자 기분이 더 좋아졌다.
“맛있지? 마음껏 먹으렴, 나는 아기 좀 보고 올게”
아이의 아버지는 아기가 있는 요람으로 향했다.
그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가, 잃어버린 아이가 내 앞에 있다니!’
요람 앞에 선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입맞춤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의 옆에 며칠 전에 사라진 마차 장난감이 있었다.
장난감에는 여우의 붉은 털이 묻어있었다.
그는 이불속에 들어있던 장난감에 왜 여우의 털이 묻어있는지 의아해 했다.
그는 왼손으로 요람을 더듬기 시작했다.
요람에 찍힌 발톱자국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발톱자국을 만졌다.
그리고 여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여우는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체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여우를 의심하면서도 자신의 의심이 잘못된 것 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여우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기 싫었다. 그리고 꾀를 쓰기로 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여우가 음식을 먹는 동안 작은 상자를 지하실에서 2층이 있는 서재로 옮겨 놓았다. 상자는 보물 상자 같이 보일정도로 아름다웠다.
상자의 뚜껑 가운데에는 붉은색의 동그란 자수정이 박혀있고 모든 테두리는 금색이 칠해진 철판이 붙어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여우의 식사가 끝나자 여우를 2층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는 여우에게 멋진 물건들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서재에 들어 온 아이의 아버지는 자신을 따라 온 여우에게 방에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오크나무로 된 단단한 책상과 의자 그리고 톨스토이 소설 등이 적혀있는 책들과 동물가죽으로 만들어진 필통, 기름이 들어있는 예쁘게 생긴 병, 꽃이 없는 빈 꽃병을 설명했다.
여우는 그런 것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여우는 테이블 아래에 있는 상자를 보았다. 상자는 너무 아름다워서 여우의 시선을 이끌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여우가 상자를 바라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여우가 보물 상자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말했다.
“아 저 상자는 별것 아니야 그냥 장난감이 들어있을 뿐이지”
그리고 그는 여우가 듣기에는 너무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책상 위에 있던 만년필과 깃털이 꼽혀있는 잉크병을 설명하고는 여우에게 말했다.
“여우야 나는 잠시 1층에 내려갔다 올게. 너는 여기서 멋진 것들을 더 구경해도 된단다.”
아이의 아버지는 정말로 1층으로 내려갔다.
방에 혼자 남은 여우는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여우는 상자를 열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상자는 비밀번호 장치로 잠겨 있었다.
여우는 비밀번호를 풀기위해 1부터 차근차근 열어보기로 했다.
비밀번호의 개수는 총 세로 되어있었다.
여우는 비밀번호 장치의 숫자를 001부터 시작해서 002,003 이런 식으로 한 숫자씩 올렸다.
001부터 시작해서 100의 반에 반도 안 되었을 때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는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일정하게 커지고 있었다.
여우는 잽싸게 상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방문을 나갔다.
여우의 시야에 계단으로 올라오는 아이의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아직 아버지는 2층까지 올라오기에는 한참 아래에 있었고 2층 보다 1층에 훨씬 가까이 있었다.
여우는 자신에게 시간이 많이 있다고 느껴졌다.
여우는 다시 상자의 비밀번호 몇 개를 더 눌러보고는 다시 원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자 여우는 방을 나갔다. 그리고 곧장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갔다.
“여우야 간식 좀 먹고 가지 그래?”
아이의 아버지가 말했다.
여우는 쌩하고 나가버렸다.
아이의 아버지는 상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는 상자의 비밀번호 장치를 확인하고 싶었다.
비밀번호 장치의 번호표는 그가 방을 나가기 전에 000이었지만 014가 되어있었다. 그는 여우가 상자를 열기위해 비밀번호 장치를 조작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며칠이 지나고 여우는 밤길을 빠르게 걷고 있었다.
여우의 머리는 마을을 향하고 있었다,
여우가 지나온 계곡에는 달빛이 비추었고 흐르는 물은 달빛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다.
마을에 도착한 여우는 달빛뿐인 빈 마을의 거리를 지나서 노란지붕의 집 앞에 도착했다.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노란 지붕의 집도 불이 꺼져있었다.
여우는 다시 능숙하게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고 빠르게 서제로 올라갔다.
서재 문은 열려 있었다.
여우는 서재에 들어가기도 전에 열린 문을 통해서 서재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며칠 전 본 상자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여우는 빠르고 소리 없이 상자로 다가갔다.
서재에는 창문이 하나 있는데. 반쯤 잘린 달과 남색 밤하늘이 창문을 채우고 있었다.
여우는 상자의 비밀번호를 풀기 시작했다.
상자의 비밀번호를 바꿀 때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여우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여우는 발톱과 콧등으로 그것을 조작했는데 그것은 여우의 몸을 힘들게 만들었고 다른 소리와 냄새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여우는 주변을 경계 할수 없었다. 여우는 차라리 상자를 동굴에 가지고가서 편안하게 비밀번호를 찾고 싶어졌다.
결국 여우는 고작 3번 정도 비밀번호를 바꾸어 보고는 상자의 한쪽 손잡이를 입으로 물어들었다.
손잡이는 황동으로 되어있었고 흰색의 가죽 같은 것이 메여 있었다. 여우는 가죽 덕에 이빨이 아프지 않았다.
여우가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입에 물린 상자는 좌우로 흔들렸다. 마치 괘종시계에 달린 시계추가 고요한 밤중에 흔들리는 것처럼 조용하고 일정했다. 마침내 여우는 계곡에 도착했다. 여우는 상자를 시냇가에 있는 바위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그리고 수면에 혀를 데고 물을 마셨다. 여우의 혀가 물에 닿아 할짝거리는 소리가 시냇가에 들렸다. 여우 기분이 좋았다. 벅차올랐다.
물을 마신 여우는 다시 상자의 손잡이를 물어들었다.
여우는 이제 오르막을 올라야 하지만 힘든 만큼 에너지가 솟았다.
여우의 피에는 기대감이 녹아 흘렀고 그것은 엔돌핀이었다.
여우의 다리는 근육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단단해졌다.
여우는 시냇가에서부터 동굴에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여우의 발자국은 상자의 무게 때문에 평소보다 깊이 찍혔다.
동굴에 거의 도착했을 때 여우의 숨소리는 거칠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간 여우는 상자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여우는 상자를 열기 전에 잠깐 휴식을 가졌다.
여우는 장난감더미 위에 누워서 상자를 지긋하게 바라보았다. 상자는 이제 완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열지 말지도 자신의 선택이었다.
상자가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여우는 자신이 상자만큼 더 값진 여우가 된 것 같았다. 여우는 값진 것을 갖는다면 자신이 그만큼 더 값져진다고 생각했다.
잠시 쉬던 여우는 장난감 더미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리고 상자의 비밀번호숫자를 다시 맞춰보기 시작했다. 꾀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었다. 밤이 지나고 다음날 낮이 되어서야 여우는 비밀번호를 알 수 있었다. 딸각 거리는 소리가 끝나고 여우가 다음 비밀번호를 눌러 보기 위해 다시 발톱을 번호판에 올리는 순간 상자의 크고 무거운 뚜껑이 열렸다.
뚜껑의 한쪽은 경첩으로 상자와 연결되어 있어서 뚜껑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뚜껑이 열리는 것은 입이 튀어나온 짐승이 입을 벌리는 것 같았다.
한 낯의 햇빛이 동굴로 들어오고 있었고 몇 가닥의 빛줄기는 사라지지 않고 입이 벌어진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여우는 상자 안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왠지 모른 두려움이 느껴졌다. 상자 안에 있는 물건은 평소 자신이 보던 장난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아는 물건도 아니었다. 복잡해 보이는 기계였으며 차가워 보이는 철로 되어있었다.
여우는 이 물건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여우는 평소와 다르게 조심성이 없었다.
낯설음은 잠시였다. 장난감 사이를 피해 땅을 밟을 때처럼 여우의 오른쪽 발이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여우의 발이 상자 안 물건의 한 부분에 닿는 순간에 여우는 자신의 발이 불처럼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여우는 빠르게 발을 뺏다. 상자 밖으로 여우의 발과 여우의 발을 물은 덫이 같이 나왔다.
여우는 발이 뜨겁다고 느꼈을 뿐 아프지는 않았다. 크게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이 짧은 순간이 여우가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여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제 뜨겁게만 느껴졌던 느낌은 엄청난 고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여우는 칼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우렁차게 울기 시작했다.
여우의 울음소리는 동굴의 울림 때문에 더욱 커졌다.
커다란 울음소리는 동굴을 벗어났고 한 참 밖까지 울렸다.
동굴을 벗어난 울음소리는 계곡물에 닿았고 수면을 살짝 치고는 마을을 향해 날아갔다.
곧바로 마을에는 여우의 울음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는 계곡물의 축축함과 동굴의 어두움과 여우의 고통이 섞여서 아주 듣기 싫은 소리가 되어있었다.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빵을 굽던 빵집주인은 굽던 빵을 근처 테이블에 대충 올려놓고 한쪽눈가를 찌푸리며 빵집을 나왔다. 그는 빵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큰길로 가더니 소리쳤다.
“여러분! 정말 끔찍한 소리입니다! 우리 이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서 해결합시다!” 근처에서 길을 걷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빵집주인 쪽으로 걸어왔다.
빵집주인은 또 소리쳤다.
“정말듣기 싫은 소리군!”
어느새 빵집주인의 주변으로 마을사람 대부분이 모였다. 그들은 웅성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들 중에는 케이크에게 빵을 주었던 아이, 노란 지붕에 사는 아이의 부모도 있었다.
“도저히 못 참겠소!”
“자 사람들도 많이 모였으니 각자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봅시다.”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흩어질 기세였다.
그때 귀가 쫑긋 튀어나온 꼬마가 말했다.
“저 쪽 산속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꼬마는 한손을 뻗어 산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모두 산을 바라보았다.
그때 마침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소리를 듣기위해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한 순간 마을이 아주 조용해졌다. 그때 이내 다시 여우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명을 지르느라 지친 여우가 잠시 숨을 골랐기 때문에 생긴 아주 잠시 동안의 고요였다. 사람들은 산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확신 했다.
사람들은 여우가 있는 산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우의 비명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계곡을 지나서 여우가 다니던 오르막길에 도착했다.
오르막길은 폭이 좁아서 한 사람 뒤로 또 다른 한 사람 이렇게 모든 사람이 한 줄이 되어 걸어야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심지어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줄의 끝쯤에 있던 몇몇 꼬마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우는 꼬마의 어머니들은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을 달랬다.
우는 꼬마의 어머니들 뒤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그녀들을 지나 계속 걸어 올라갔다.
줄의 앞쪽사람들은 여우가 있는 동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동굴 안에서 소리가 나는 군요.”
가장 앞에 있던 청년이 말했다.
청년은 질긴 청바지 재질의 멜빵바지를 입었고 굵은 팔뚝은 들어나 있었다.
굵은 팔은 근육질이었으며 땀 때문에 젖어있었다.
사람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위에 동굴이 있소 저 안에서 소리가 나는 듯합니다.”
줄의 앞쪽에서 걸어가던 빵집 주인이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었다.
빵집 주인의 바로 뒤에는 30대 정도의 성인 여성이 있었는데, 그녀는 케이크가 있는 동굴까지 올라온 유일한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단단한 나무 지팡이 들고 있었다.
그녀는 산을 오르는 중에 땅에 떨어진 아카시아 막대기를 보았고, 그것을 지팡이로 쓰고자 들고 왔던 것이었다.
동굴 앞에는 건장한 청년들과 소리 때문에 몹시 화가 난 아저씨들 그리고 단단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여자 한명이 모였다.
그들은 20명쯤 되었고, 그들 외에 처음 같이 올라오던 사람들은 모두 마을로 돌아가고 없었다. 동굴 앞에는 아이나 여자처럼 힘이 약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동굴 안에 있는 여우는 덫에 걸린 자신의 발을 보기 싫어졌다. 덫에 걸려있는 자신의 발을 본다면 그 순간 발이 뚝 하고 떨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여우는 술 취한 사람처럼 동굴 안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장난감 언덕은 여우의 몸에 부딪혀 흐트러졌다.
동굴 바닥과 흐트러진 장난감에는 여우의 피가 곳곳에 묻었고, 여우의 털은 피에 젖어 장난감들에 엉겨붙어있었다.
동굴 앞에 있던 사람들은 동굴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