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야기
숲속에 한 괴물이 살고 있었다.
2미터가 넘는 큰 덩치에 나무도 뽑아버리는 터무니없는 괴력을 가진 괴물은 마을사람들을 과 무척이나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마을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언제나 박해박고 외면을 받았던 그는 몇 년의 세월이 넘는 시간 동안 노력해왔으나.
그의 마음은 결코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결국 끝내 그는 숲속에서 혼자 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마을을 떠나서 깊은 숲속에 살기를 20년..
너무나도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는 울었다.
눈물이 났다.
울고 싶어서 운 것이 아니다.
울어야만 했던 것도 아니다.
저절로 눈물이 흘러 나왔던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자각도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샘에서 눈물이 분비 되고 있었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
괴물은 울부짖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외로웠다. 혼자 있는 것은 너무나도 외로웠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빨래를 하고 혼자서 사냥을 하고.
이 모든 것이 지겨웠다.
짜증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슬픈 그의 가슴을 치료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동물들과 함께 하려 해보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주변에 친구들은 모두다 시체로 변해있었다.
생명의 빛도 없다.
빛도 없는 맑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어째서? .. 이것은 어째서?
왜 나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없는 거야?
숲속의 친구들과도 함께 할 수 없는 거야?
나는 싫어. 혼자는 외롭다고.
그것은 너무나도 괴로워. 더 이상 이 괴로움을 느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싶지 않아.
그날 이후로. 그는 외로움을 잊지 못해 밤마다 울부짖게 되었다.
그리고 1달이 지났다.
마을 사람들은 불안했다.
1달 전부터 갑작스럽게 숲속에서 밤마다 울부짖기 시작하는 괴물의 포효에 두려움을 느꼈다. 언제 어디서 그가 들이 닥쳐 복수를 해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가 언제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은 대우를 해왔기에 그의 슬픈 울부짖음은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선 분노가 담긴 경고의 메시지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외로워.. 너무나도 외로워... 누가 나와 함께 해줘...-
그랬던 그의 울음소리를..
-원망해.. 너무나도 원망스러워. 너희들을 죽이고 싶어...-
제대로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보복이 두려웠던 나머지 마을 사람들은 결단을 내린다.
바로 숲속에 살고 있는 괴물을 토벌하는 것이다.
모두다 횃불을 들고서 모여 있었다.
촌장의 외침과 함께 함성을 외치며 괴물의 보금자리에 나서려는 그 순간.
그들의 앞에 한 소녀가 가로 막았다.
“기다려 주세요. 어째서 그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거죠?”
그것은 촌장의 딸인 제레타였다. 평소에도 예쁜 외모와 좋은 마음씨를 가진 아가씨로서 마을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여성이다.
그녀의 말에 마을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것은 무슨 뜻 이지?"
그러자 제레타는 슬픈 얼굴로 말했다.
“그는 우리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친 적이 없어요. 어째서 우리는 그를 외면하고 구박해야 하는 거죠? 그에게도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 그도 생명이에요. 분명 우리들과 친해지고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들은 그에게 너무나도 끔찍한 짓을 저질러 왔어요. 그것은 용서받으려야 받을 수가 없는 죄 일거에요. 그것을 아직도 깨달지 못한 거예요? “
저렇게 슬프게 울부짖고 있는 그를?! …….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에 틀린 말은 없었다. 정작 그와 진정 대화를 해본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가 그들에게 끼친 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물건을 주워줬다거나.
높은 나무 가지에 걸려있던 물건을 잡아 주거나.
죽어가던 동물을 치료해준다거나..
그는 그녀의 말대로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마을사람들은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한 남자가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위험한 녀석이야. 우리들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라고.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괴물이야.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자 진실이지. 우리들과는 다른 시력과, 근력을 가지고 있어. 나무조차 뽑아 버리는 그 괴력은 언제나 위협이 되지. 그런 존재가, 우리들에게 이로운 존재라고는 믿겨지지가 않아. 나는 도저히 그를 믿을 수가 없어. 짐승이란 언제 달라질지 모르는 법이니까. “
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여태까지 쌓여 왔던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제레타는 그들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외쳤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 년의 시간을 주세요. 제가 일 년 만에 그를 조용히 시켜 보이겠습니다. 그 대신 더 이상 그에게 관섭하지 말아 주세요.”
그녀의 말은 너무나도 터무니없었다.
상대는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괴물이다. 그런 괴물 속에 어떻게 이토록 가녀리고 아름다운 그녀를 보내야만 한다는 것인가. 그것은 결코 허락할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절대로 안 돼! 어떻게 제레타를 그자식의 품속에 보내야만 한단 말이야!”
“나도 납득이 안 돼! 어째서 네가 가야만 한다는 거지!?”
그러자 제레타는 대답했다.
“그럼 저 말고 누군가 갈사람 있나요?”
조용했다.
“그리고 저 괴물이라 불리는 그를 조용히 하게할 자신이 있는 분은 계신가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제레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제가 가야죠. 이걸로 문제는 없죠?”
“하. 하지만..”
“기다려...”
끝까지 말리려는 마을사람들의 말을 막는 한 사람이 있었다.
건장한 몸을 가진 한 남자가 이쪽을 향해 서서히 걸어왔다. 그러자 모두들 급히 길을 비킨다.
그는 제레타의 아버지 이자 이 마을의 촌장인 레오였다.
“아버지..”
딸 앞에선 레오는 사랑스러운 딸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딸의 눈동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투명하고도 맑은 빛을 띠고 있었다. 천하의 아프로디테라도 그녀의 미모를 탐내겠지.
하지만, 그 가녀리고 아름다움 속에 묻어 나오는 이것은 바로..
강인함이었다.
“제레타. 진정 네가 그 괴물에게 가겠다는 것이냐.”
“네, 아버지.”
“자신 있는 거냐.”
“네. 아버지. 믿어주세요. 당신의 핏줄을 이은 단 하나의 딸인 이 제레타에게 맡겨주세요. 그는 결코 나쁜 분이 아니에요. 그도 우리와 함께 어울리고 싶을 거예요. “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항상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말해오던 그녀였으나. 이토록 고집을 부리기는 처음이다. 이것은 그만치 그녀에게 있어서도. 이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일이라 판단했을 터이다.
그녀를 바라보며 레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다녀 오거라.”
“이봐! 레오!! 그건 말도 안 돼! 진짜 그런 괴물한테 제레타를 보내겠다고!?”
뒤에서 들려오는 마을사람들의 항의.
하지만 그는 뒤돌아서서 크게 외칠 뿐이었다.
“이것은 촌장의 결정이다!! 내말에 토 달 놈이 있으면 내 앞에 당당하게 나와서 말해!!!”
강인한 카리스마가 모든 것을 압도 했다. 그의 한마디에 마을사람들은 더 이상 뭐라 말하지 못했다.
조용해지자 레오는 뒤돌아서서 자신의 딸을 다시 바라보았다.
옛날에는 자그마한 몸으로 자신을 따라오던 녀석이었는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러 자신이 정한 길을 나설 줄 아는 아이가 되어버렸다니.
정말 미치도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
“그럼 다녀 오거라. 제레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고서 제레타는 숲속에 살고 있는 괴물을 향해
혼자서 발걸음을 돌렸다.
물론 그녀의 호의를 붙이고 싶었던 레오였지만, 보나마나 따라오지 말라고 말 할 거라 생각했던 그는 더 이상 뭐라 말하지 않고 숲속 앞까지 왔던 모든 마을사람들과 함께 마을로 돌아갔다.
내가 믿어야지 누가 내 딸을 믿겠는가.
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도 굳게 딸을 믿으며 뒤돌아보지 않고 마을을 향해 한발자국씩 내딛었다.
#
평소와 다름없었던 화창한 아침.
괴물은 눈을 떴다.
오늘도 싫은 꿈을 꾸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불을 태웠다.
그리고 바깥에 튀어 나온 자신의 몸을 흉기로 찌르기 시작했다.
피가 나왔다.
살이 찢겨져 나왔다. 근육이 잘리고
배가 갈리고 내장이 흘러 나왔다.
마을 사람들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소름이 끼친 관경이었다. 제정신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 아니다 꿈이다. 그렇기 때문에 괴물은 안심할 수가 있었다.
배계를 보니 젖어있었다. 아무래도 울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무서운 꿈이었는데 어째서?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슬펐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할수 없었다는 것이
그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는 것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함께 할수 없다는 것은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
“...........”
창문을 열었다.
화창한 날씨였다.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그것에 맞춰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귀여운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자신의 곁에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다가가려 한발자국 내딛으면 모두 다 도망갔다.
위험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위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동물들마저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다.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괴물은 힘없이 바깥에 장작을 캐기 위해 도끼를 들고 문을 열었다.
삐이익 ....
그렇게 오래된 철 조각이 비벼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문을 열리는 순간.
괴물은 한순간 모든 사고가 정지 되었다.
“안녕?”
눈앞에 있는 작은 생물은 인사를 했다.
밝은 목소리로.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며.
새빨간 작고 예쁜 입술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괴물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이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토록 아름답고 가녀린 이 생물체는 ..
설마 인간이란 말인가?
인간 중에 여성이란 분류에 속하는 소녀란 말인가.
하지만 그런 그녀가 어째서 여기에?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전에 괴물은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며 소녀는 피식 웃었다.
“히힛, 괜찮아.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
괴물은 발걸음을 멈췄다. 소녀는 그의 손에 쥐어진 도끼를 보았다.
괴물은 아차! 했다. 이런 자신이 도끼를 들고 있으면 분명히 그녀는 놀라서 도망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머, 나무 캐러 가려했던 참이구나? 나도 같이 데려가줄래?”
깜짝 놀란 것은 바로 괴물이었다. 그녀의 말에 괴물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도 불과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끼의 용도를 정확한 방향으로 파악하였다니 말이다.
어리벙벙하고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끄덕..
괴물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소녀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고마워.”
이상했다. 이 소녀의 미소는 너무나도 따뜻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을 향해서 미소를 지어준 사람이 있었던 걸까.
아무래도 이 소녀가 자신에게 주는 그것은 처음 받아보는 미소가 아닐까?
그렇게 소녀는 나무를 캐러가는 괴물과 동행하게 되었다.
험한 산길. 거대한 거구의 몸체가 발을 내딛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거대한 괴물의 옆에 작고 작은 가녀린 소녀가 함께 하고 있었다.
“나는 제레타야. 너의 이름은 뭐니?”
소녀는 같이 걸어가며 물었다.
그러자 괴물은 갑자기 멈춰 섰다.
멀뚱히 서서는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괴물에게는 이름이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대답하기도 곤란했던 것인가.
입꼬리를 올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괴물을 바라보며 소녀는 괴물을 향해 말했다.
“시엘(ciel)은 어때?”
“........”
하늘을 바라보던 괴물은 소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의 이름말이야. 아직 없지? 그렇다면 내가 너의 이름을 붙여 주기로 한 거야.”
어째서? 라는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본다. 그러자 소녀는 쿠쿡 웃으며 대답했다.
“하늘처럼 넓고 거대하잖아. 그리고 너는 많은 사람들을 품속에 끌어안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어.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지.”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야? 괴물은 말없이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소녀도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나도 맑은 눈동자야. 그건 절대로 악인은 지닐 수 없는 혼이 담긴 눈동자지.”
“......”
스윽.. 괴물은 고개를 돌린다.
그의 행동에 제레타는 후훗 하고 웃는다.
“부끄러운 거구나?”
“........”
“후후훗.. 생각보다 귀여운데? 시엘.”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시엘은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제레타는 ‘이봐 기다려 시엘!’ 이라고 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거대한 거구가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자국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마치 지진이 일어나는 것만 같은 땅의 진동은 제레타의 발바닥에도 느껴졌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 진동을 즐겼다. 의외로 이 진동에 발바닥이 기분 좋았기 때문이다. 그 신선한 감각에 그녀는 즐겁기만 했다.
그 뒤로 몇 개월이 세월이 지났을까.
시엘은 그 여자가 귀찮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뿌리칠 수도 없었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바로 그녀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번 뿌리치면, 그녀가 멀리 떠나버릴 것만 같았다. 그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녀가 옆에 따라 붙어 오는 것도 기분 좋지 않았다.
언제 배신을 할지 모르니까. 어디서 자신을 공격해올지 알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 말 하지 못하는 그 이유는 그녀가 멀리 떠나 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뻤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녀가 곁에 있는 것이 귀찮으면서도 그녀가 곁에 있는 것이 내심 기뻤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렇게 잠자고 듣고 있는 것이. 이렇게나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었을 줄이야.
“먼저 자도록 해. 시엘. 나머지는 내가 다 해둘 테니까.”
무리하지 말라는 그녀의 말에 시엘은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잠에 청했다.
잠들어 버린 시엘을 바라보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이토록 외로운 생물을..
어찌 사람들은 외면하는 것일까.
이토록 나약한 생물을
어찌 사람들은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저 외모가 다르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여러 억지를 부르며 그를 이렇게 까지 몰아넣다니 말이다.
그렇게 제레타는 바깥에 나가 땔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꽤나 많은 량이었지만 이미 대부분의 땔감들은 시엘이 정리했음으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와서 벌써 7달인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은 별들이 반짝이며 달과 함께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모두들 잘 지내고 있을까.
제레타는 걱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평소 때 에도 제레타를 과잉보호 하는 면이 있었던 마을사람들이 섣부른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도 그녀를 믿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제레타는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시엘의 침실에 들어가 옆에서 같이 잠을 청했다.
#
시엘은 눈을 떴다. 오늘도 여전히 화창한 아침이었다. 일어나고 보니 옆에는 한 가녀린 여성이 잠들어 있었다. 새근새근 숨을 쉬며 그의 품속에 안겨서 그녀는 기분 좋게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시엘은 알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
이것은 뭐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
하지만 그는 그 새로운 감각이 두려워 침실에서 일어났다.
거대한 거구가 지면으로 내려와 한발자국 내딛었다.
그리고 바깥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따뜻한 햇볕이었다.
그것은 밝고 기분 좋은 빛을 선사 해주었다.
그는 땅바닥에 핀 꽃을 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다웠기에 그는 꽃을 잡아 보았다.
하지만 그 손을 펼치자 으스러진 꽃이 나타났다.
어째서? . .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왜 이런 모습으로 변해 버린 걸까.
그리고 지나가던 토끼도 잡아 보았다.
너무나도 귀여웠던 그 자그마한 생명체를 꼬옥 안았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생물이 존재하다니. 정말 이 세계는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그 토끼도 얼마 가지 않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몸에서는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건드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저 빛이 없는 눈동자를 번쩍 뜨고서는 잠에 청해버린 모양이다.
아니, 이것은 잠과는 다른 개념인가.
하지만, 어째서? ..........
“왜그러니? 시엘.”
“........”
그녀의 부름에 그는 토끼를 손에 들고 뒤돌아섰다.
시엘은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피에 물든 붉은 손.
처참하게 으스러진 채 죽어버린 토끼의 시체.
그리고 슬픈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엘이었다.
“어, 째서......”
그는 말했다.
어째서 라고..
그것만 듣고도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다 전해져 왔다.
왜 자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생물은 없는 것이냐고.
그저 안고 싶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왜 이렇게 힘없이 늘어지기만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것이야. 시엘.”
“죽. 음?”
“한 생명체가 목숨이 끝나는 순간. 생명체에 담겨있던 영혼은 육체의 속박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풀려나게 되지. 그리고 그 영혼은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되는 거야.
하지만 그래도 시엘. 좀 더 힘 조절 이라는 것을 알아야 돼.
생명체의 목숨을 한부로 빼앗는 것은 결코 옳은 것이 아니야. “
그제야 시엘은 이해했다.
여태까지 자신은 수많은 생명들을 죽여 왔다는 것을.
나약한 존재들의 목숨을 빼앗아 왔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피하는 것이구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혼자였구나. 라는 것을 말이다.
“자...”
갑자기 양팔을 벌리는 제레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자 그의 반응을 보고 제레타는 말했다.
“안아봐.”
“..........”
싫어..
시엘은 고개를 저었다.
“안아줘.. 시엘.”
안 된다. 강하게 부정했다.
“한번만 안아봐. 그럼 알게 될 거야.”
안 돼., 내가 너를 안게 되면 너는..
“괜찮아”
너를 믿어.
그렇게 제레타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상냥한 목소리에 시엘은 생각했다.
혹시나 이 여자의 말대로 라면 괜찮지 않을까 라고. 그래서 그는 발을 내딛었다.
쿵..쿵...
거대한 거구가 한발자국씩 제레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거대한 팔뚝이 작고 가녀린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따뜻해…….”
그때 시엘의 두 눈은 둥그렇게 커졌다.
왜냐면 그는 지금 그녀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대는 죽지 않았다.
살아서 움직이며 자신의 품속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다.
“제...레타..”
“왜 그래? 시엘.”
“고마..워..”
“별말씀을..”
이토록 고마운 사람이 또 있을까.
여태 한 번도 제대로 상대를 안아 본적이 없었던 시엘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상냥하게 가녀리고 작은 그녀의 몸을 꼬옥 안았다.
그녀도 또한 그의 거대한 몸을 안고서 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 몇 개월의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잘못하면 산에서 굴러 죽을 뻔 한 적도 있었고.
산속의 짐승들에게 잡아먹힐 뻔도 했다.
하지만 결국 모두다 시엘이 구해주었지만 말이다.
그녀가 시엘의 곁으로 가고 나서 더 이상 시엘은 울지 않게 되었다.
외롭지 않게 된 것이다.
그가 외로워 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그의 곁에는 바로 제레타가 함께 해주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말을 제대로 구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어디를 봐도 제레타와는 너무나도 다른 생명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제레타는 그를 이해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엘도 그녀를 이해하였다.
그녀가 못하는 일을 그가 해주고 .
그가 못하는 일을 그녀가 해주었다.
서로 도와가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나 든든할 줄이야.
좀 더 그녀를 빨리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시엘은 그녀와 함께 산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지난다.
#
제레타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렸다. 이제 슬슬 마을 사람들이 못 참고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그녀가 이제 시엘의 곁을 떠나야 하는 시간.
하지만 그에게는 그녀가 없으면 안 된다.
그녀 또한 그가 없으면 안 된다.
이미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었기에 이대로 헤어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마을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그가 다치게 만들 바에야.. 차라리..
그는 침실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자리에 서서 침대에서 자고 있는 시엘을 바라다보았다.
거대한 몸체가 침대에 올라서 숨을 고르며 자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졌다.
“이렇게나 순수한 그를 상처 입힐 수 없어. “
하지만 이대로 아무 말 없이 그를 놔두고 갈수는 없었다.
안 그러면 또다시 울부짖을 것이 뻔 하니까 말이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가녀린 그 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시엘이 깨어나길 기다렸다.
한편 이제 곧 이 집을 떠나야한다는 안타까움에 쉽게 그를 깨울 수가 없었다.
좀 더 그의 곁에 있고 싶어.
그것이 그녀의 솔직한 마음.
이것이 그를 향한 그녀의 연심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이곳에 정이 들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제레타가 시엘과 함께 하고 싶다는 그 마음만큼은
그녀의 진실 된 마음.
“........”
조용히 시엘은 눈을 떳다.
그가 눈을 뜨자 제레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아침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이야 시엘.”
“......”
시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상반신을 일으켜 새운다.
제레타는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시엘’ 이라고.
그러자 시엘은 뭔가 싶어 멀뚱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어둠이라고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순수한 눈동자. 마치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투명한 눈동자를 보는 것만 같았다.
“저기 있잖아 시엘.”
“........”
망설였다. 말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만약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고 말한다면 그가 얼마나 슬퍼할까.
그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상처 입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사실을 말했다.
“나 이제 마을로 돌아가야 해.”
“......”
“이제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가 없어. 그런 약속이야.”
그녀는 사과했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이렇게 까지 마음을 열게 만들어 놓고서 너의 곁을 떠나서 정말 미안하다고.
하지만 그런대도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보답은 아무것도 없어서 정말 면목이 없다고.
시엘의 표정은 굳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제레타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쇼크였던 모양이다.
무리도 아니다. 여태 1년 동안같이 즐겁게 생활해왔던 삶의 동반자가 곁을 떠나야만 한다고 말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에게 있어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
왜냐면 그는 이미. .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시..시엘.”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미소.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상냥함을 지니고 있었다.
모든 것을 치유 하고 추웠던 몸이 녹아 버릴 것만 같은 그의 미소에 제레타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언제나 무뚝뚝했던 그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다니, 놀라웠다.
“뭐야, 멋진 미소를 지을 줄 알고 있…….”
와락.....
시엘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놓고 싶지 않다는 기세로 꼬옥 그녀를 안았으나, 그녀의 몸이 으스러지지 않도록 힘 조절 해가면서 ..
마치 유리를 다루는 듯이 부드럽게..
“이봐 시엘. 설마..”
그러자 그녀를 품에서 놔주고 그녀를 바라보며 시엘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가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가도 상관없다고.
행복하기를 바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무엇보다.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고마워 시엘..”
“......”
시엘은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그는.. 눈으로 말했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야.‘ 라고. 여태까지 이 지난 1년 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
진심으로 시엘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그럼.. 가볼게 시엘. 잘 지내.”
“......”
시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을 향해 언덕을 내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거대한 거구의 그는 그저 멀뚱히 서있었다.
그녀가 100미터쯤 걸어갔을 때였을까. 그녀는 뒤돌아보았다.
그가 서있었다.
그리고 200미터를 내려가서 이었을까. 다시 뒤돌아보자.
그가 여전히 서있었다.
마을까지 내려간 그때, 다시 뒤돌아보자.
이미 거기에는 그의 모습은 없었다.
아니,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ㅁ
그녀가 이집을 떠 난지 어느덧 5년. 벌써 그렇게 세월이 흘러버렸다.
정말 신은 무책임하다. 자신에게 이런 풍부한 감정을 일깨워 주고서. 감정을 품어야할 상대를 다시 자신의 곁에서 내보내 버리다니 말이다.
“...........음..”
그는 숟가락을 들었다.
스프를 떠서 입에 넣고 맛을 음미 했다.
여기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스프는 역시나 제레타가 만들어준 것이 훨씬 좋다.
시엘은 도끼를 들고 나무를 벴다.
여기서 그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무를 벨 때는 역시나 제레타가 옆에서 시끄럽게 말을 걸어주었을 때가 일이 더 잘됐다.
그는 빨래를 하면서 생각했다. 원래 이 빨래는 그녀가 해주어야 깨끗하게 될 텐데..
생각해보니. 그는 그녀와 함께 있었던 1년 동안 너무 어리광을 부려왔던 것 같다.
옛날 생각을 해서 일까.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그는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괜찮아. 만나지 않아도 좋아.
그저 나는 그녀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
그런 마음으로 각오를 하고서 그는 마을을 향해 언덕을 내려갔다.
마을까지 내려가면서 그는 새삼스럽게 산속에서 마을까지 가는 것이 이렇게나 먼 길이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 힘든 길을 걸었단 건가.
혼자서 얼마나 쓸쓸했을까.
외로움이라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그는 그녀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최소한 마을 앞까지 같이 내려가 줄 껄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이니까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일단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지금이다.
그러던 도중 시엘은 괴이한 것을 포착했다 .
연기였다.
그것도 시커먼 연기.
아주 불길한 형태로 하늘을 향하 승천하고 있었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분명히 저기는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이 위치해있을 터이다.
쿵!!!
그는 땅을 찼다.
그는 달리고 또 달렸다. 도대체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만약 그녀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만큼은 용납 할수 없다.
도착한 시엘은 발을 멈췄다.
그러자 그는 터무니없는 관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꺄아아악!”
“살려줘어어어어!!”
촤악!!
피가 튀겼다.
빠드드득..
뼈가 으스러졌다.
“안!.......”
목이 관통당하고 바닥에 붉은 먹물을 뿌려갔다.
“한사람도 남김없이 죽여! 식량과 여자를 챙겨라!!”
그것은 다름 아닌 산적이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산을 넘나들며 수많은 산속의 마을들을 침범하여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여자들을 겁탈하고 식량들을 강탈해가는 악독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시엘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아무 상관없었다.
그저 그가 알 수 있는 단하나의 사실은
저들은 아군이 아니라는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엘은 함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해 집중 되고 그는 높게 점프 했다.
거대한 거구가 하늘에 치솟고 모두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이 휘둥글 해져서 뒷걸음질 친다. 수많은 산적들의 가운데 거대한 거구가 떨어졌다.
쿠우우웅!!
땅이 일그러진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었던 산적들의 몸이 허공에 떴다.
그 순간 시엘의 주먹이 작렬했다.
퍼어어억!!
“크아아!!”
그가 팔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5명이 넘는 산적들이 날아갔다. 힘차게 날아서는 그대로 나무에 허리를 박고서 피를 토하며 지면에 쓰러진다.
터무니없는 괴물의 등장에 산적들은 당황했다. 이런 녀석은 여태 본적도 없었다.
이것은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덩치가 컸고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힘이 강했기에.
그들은 그를 괴물이라 판단했다.
아니 저것이 괴물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제..제길! 녀석을 없애버려!”
뒤에서 화살이 날아온다. 투투투툭 비처럼 쏟아져 그것들은 모두 시엘의 등에 꽂혔다.
하지만 그에게 그런 것을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등에 있는 화살들을 뽑아 버리고서 땅에 깊숙이 박혀있던 바위를 들고서 내다 던진다.
콰아앙! 바위 밑에 깔린 산적들은 처참하게 뭉개져 피를 흘렸다.
길어지는 싸움.
아무리 시엘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산적의 수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저만 한 수를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
그 순간 이었다.
“이거 놔!!”
“이대로 그냥 둘이서 도망가자고.”
“이거 놔라고오오!”
어떤 산적에게 끌려가는 제레타를 본 것이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더러운 산적의 손에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쾌했다. 그녀는 행복해져야만 한다.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그녀를 불행하게 놔두지 않는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물은 돌진했다.
쿵! 쿵! 쿵! 쿵!! 거대한 발소리와 함께 자신의 앞을 가라 막던 수많은 적들을 밀쳐내고 후려쳤다. 무거운 소리와 함께 산적들의 몸은 허무하게 날았다.
그리고 ..
덥석!!
“히이이익!!!!!!”
제레타를 잡고 도망치려 했던 산적을 손에 잡아..
“..............”
“사..살려줘어어어어!!”
빠드드드드드드드드득........
그대로 과일즙을 짜내듯이 으깨버린다.
손가락 사이에서 흐르는 새빨간 피.
비릿 내를 코에 울리며 그대로 바닥에 질질 흘러내렸다.
시체를 집어 던지고서 그는 제레타가 무사한지 확인을 하기 위해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시엘..”
“...........”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온순했던 그가 이렇게나 난폭하게 변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겁을 먹지 않았다.
왜냐면 시엘은 시엘이니까.
그가 그임은 다름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당당하게 그를 향해서 가슴을 펴고 말했다.
“시엘, 우리 도망치자.”
“............”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
혹시나 잘못 듣지 않았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레타는 그의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우리 둘만 도망치자. 그리고 먼 곳에 둘이서 사는 거야. 그때 그 즐거웠던 1년의 시간처럼.”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제레타아아아!!”
날아오는 돌멩이는 시엘의 얼굴에 명중했다.
제레타의 손목을 덥석 잡는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경계 하는 얼굴로 시엘을 노려보며 외쳤다.
“이 괴물과 가까이 하는 건 위험해! 빨리 도망치자! 제레타!”
하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싫어.”
“어째서!!”
“나는 그와 함께 할 거야.”
“미쳤어!?”
“그래 미쳤어.”
“말도 안 돼 너 같이 가녀린 여자가 저런 우락부락한 괴물과 함께 하겠다고!? 생각이 있는 거야?, 뭐 지금은 일단 여기서 도망치는 게 우선이야. 빨리!! 저기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남자는 강제로 제레타의 손을 잡고서 끌고가기 시작했다.
제레타는 끝까지 싫다고 발버둥을 쳤다.
시엘!!.. 시엘!!
몇 번이나 그의 이름을 불렀을까.
그와 함께 하고 싶었기에.
그와 함께 살다가 죽고 싶었다.
그녀가 손을 뻗자.. 시엘도 손을 뻗었다.
그것은 그도 마찬가지다.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
그녀와 함께 살다가 죽고 싶다.
어디를 봐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은 마을 주민이 저기 있다! 추격해서 말살해라!!”
그녀의 손을 잡지 못했다.
“시엘?!”
“............”
그는 강인한 얼굴로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는 ..
“빨 리가. 늦기 전에.”
처음으로 그녀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거기에 이어서..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다.”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다.
“시에에에에엘!!!!!!!”
“........”
너만큼은 내가 지킨다.
아무리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자리에서 절대 비키지 않아.
개미 한 마리도 보내주지 않겠어.
남자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말을 잃었다.
왜냐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녀를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지키고 싶었다.
그러하기에 그녀가 행복해지길 원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빨리 가자 제레타!!”
그렇기 때문에 이 여자는 반드시 지킨다.
지금 저 큰 덩치의 ‘남자’가 등을 보이고 있듯이.
그의 의지를 이어 받아야만 한다.
“안 돼! 싫어!! 시엘이!! 시엘이이이!!”
“가야해 제레타. 그렇지 않으면 그의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안 돼!! 시엘!! 아무리 시엘이라도 저 것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야! 살해당한다고오오!”
남자는 끝까지 안 가려도 때를 쓰는 그녀를 어깨에 짊어지고서 있는 힘껏 달렸다.
제레타는 그 와중에도 시엘의 이름을 몇 번이나 외쳤다.
하지만 더 이상 시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쿠우우웅!
그의 주먹이 지면에 작렬한다.
촤아악!!
무수한 칼들의 그의 피부를 갈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더 이상 이 앞으로는 한발자국도 내딛게 하지 않으리라는 그의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도대체 몇 번이나 베어야 목숨을 잃는 것일까.
산적들은 공포에 질렸다.
“죽여!! 어차피 상대는 한명이야!!!!!!!”
한꺼번에 덤벼 온다. 다시 한번 그의 피부를 가른다.
피가 흐르고 주변에 피가 튀겨서 지면에 묻고 나무에도 피가 묻었다.
화살이 몸에 파고들어가 내장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점점 내장 속에 피가 고였다.
입에서도 피가 나왔다.
몸에서는 힘이 빠져갔다. 하지만 그래도 쓰러지지 않았다.
도대체 그의 체력은 어디가 한계란 말인가. 감탄하지 않을 정도의 괴력과 체력에 산적들은 그 이상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
그래, 그녀는 좀 전의 그 남자가 잘 해줄 것이다.
그라면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야.
나 같은 거 보다 능력 있는 남자와 만나는 것이 그녀를 위한 것이겠지.
그러나 이것이 그녀에게 있어서 불행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쿠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그녀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왜냐면 내가 사랑하는 단 한명의 여성이니까!!!!
.......
....
...
..
.
#
그다음 날을 알리는 해가 뜨고 있었다.
제레타는 허겁지겁 달렸다.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다.
지금쯤 마을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무엇보다 그곳에서 홀로 싸우고 있었던 시엘은 어떻게 되었을까.
얼마나 뛰었을까.
이미 심장은 산소가 부족하여 난리를 치고 있는데도 그녀는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마을 앞에 도착한 그녀는 숨을 고르며 마을 안에 발을 내딛었다.
황폐하게 무너진 집들..
모든 것이 불타서 형태를 못 알아 볼 정도로 마을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시에에에엘!!.. 시에에에에에에엘!!”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의 이름을 불렸다.
주변에 산적이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걱정이 되었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다니길 얼마였을까.
마을 한중간에 등 돌리고 서있는 그를 발견했다.
살아 있었다!
그 하나 만으로도 그녀는 너무나도 기뻣다.
그의 발밑에는 산적들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얼마나 고달픈 전투였을까.
“시엘! 무사했구나..라기 엔 많이 다쳤네?”
몸에 난 상처를 보라.
이런 몸으로 잘도 이 많은 산적들을 홀로 전멸 시켰다.
다시 한번 그의 강함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엘?”
그녀는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엘. 왜 그래? 자고 있는 거야?”
제레타는 그의 앞을 향해 돌아갔다.
그리고 시엘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시엘?.........”
그는 웃고 있었다.
그저 기분 좋게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대답해줘.. 시엘.. 대답해줘!! 시에에엘!!”
하지만 그는 역시나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엘의 몸을 끌어안으며 외쳤다.
“여태까지 내말을 무시했던 적은 없었잖아!! 내가 부르면 너는 반드시 대답해줬잖아! 언제나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이쪽으로 돌리며 반응을 보였던 너였지만! 나는 그런 네가 좋단 말이야!! 왜 대답하지 않는 거니!!........”
흐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레타는 오열했다.
처음부터 죽는 그 순간 까지 혼자이어야만 했던 그가 너무나도 불쌍했다.
최소한 죽는 순간까지라도 함께 하고 싶었는데.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지만..
그는 만족했을 것이다.
그녀를 지킬 수가 있었다. 그 이상의 이유가 어디 필요 할까.
“그래.. 행복하니까.. 그렇게 웃고 있는 거지?
죽는 그 순간까지 행복했으니까. 미소를 짓고 있는 거지? 그치? “
사랑해.. 시엘...........
그리고..
안녕……. 나의 첫사랑.
사랑하는 두 사람은 함께 하지 못했다.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며 이해할 줄은 알았던 두 사람 이었지만.
그 끝은 너무나도 슬프고 가슴 아프게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녀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그와 함께 살아오면서 배웠던 많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자연의 소중함, 하늘의 신비, 땅의 위대함, 바람의 상냥함…….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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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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