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 모 리 얼
"사건 번호 263 스토킹한 여자를 살해"
형사는 사건 파일을 뒤적이면서 "죄질이 흉악하군 잔인하게 난자해서 살해했어
이 놈은 보나마나 사형이야" 형사는 더 볼것도 없다는듯 파일을 덮어버린다
"저녁 먹어야되는데 입맛 버렸네 에이 커피나 한잔 마셔야겠다"
형사는 문을 쾅 닫으며 밖으로 나가고 덮어버린 사건 파일이 스르르 펼쳐진다
4월 30일 저녁 7시....
"따르릉" "민형아 지금 나갈께" 샤랄라 싱그러워보이는 원피스 차림의 20대 중반의 여자가 사무실에서 나와 기다리고 있던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선배 보려고 왔지" "잘 왔어 저녁 사줄께 가자"
그녀와 거리를 걷는 남자, 갑자기 뒤돌아본다 "어? 아무도 없네? 분명히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데" "왜 그래? 민형아?" "선배 방금 발자국 소리 못 들었어?" "아니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기분탓인가? 이상하네" "그으래 기분탓일거야 너 요즘 시험 있어서 예민하잖아" "그런건가?" "에이 얼른 가자 배고프다" 그녀는 남자를 재촉하면서 걸음을 빨리 한다
뚜벅 뚜벅 간격을 좁혀오는 발자국 소리...
이번에는 그녀가 휙 돌아본다 돌아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커진다
"선배도 들었어?" 민형도 돌아본다 눈동자가 서서히 커지는 민형, "어?"
"어? 남영이형?" 후배의 반가운 목소리에 여자의 눈이 더욱 커지며 민형과 남자를 동시에 본다
"너 아는 사람이야?" "어, 서클 선배야 김남영이라고 누나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들한테는 로망인 형이지" "야아 부끄럽게 무슨 그런 말을 하냐? 어디 가는거야?"
"아, 형 우리 밥먹으러 가 잘 됐다 형도 같이 갈래?" "그럴까? 괜찮으신지? 제가 같이 가도 될까요?" 머뭇거리면서 "아네..뭐..그러세요"
여자가 불편해하는것을 눈치 챈 남자가 불쾌한 듯 툭 던진다 "불편하시면 됐습니다"
발끈하는 듯 보이는 남자의 태도에 당황하는 여자, "아니에요 괜찮아요 같이 가요"
뜻한바를 이룬 남자는 흡족한 표정으로 당황하는 여자를 본다
'순진한 여자네 다루기가 쉽겠어' 이내 표정을 감추고 남영에게 "이 근처에 맛있는데 알고 있어 거기로 가자" 앞장서서 걸어가는 남자를 멍하게 보는 여자 "그래주면 고맙고" 민형은 고마워하면서 멍하니 서 있는 여자의 팔을 툭 친다 "가자 선배"
민형 재촉한다
고깃집, 지글 지글 익어가는 고기 내음에 코를 벌렁거리는 민형, "으음 스멜 굳이다 선배 어서 먹어" 여자에게 권하지만 여자는 불편한 이 자리가 싫을 뿐이다
"어서 드세요 고기 먹어도 살 안 찝니다 쫌더 먹어서 쪄야겠구만 그러시네"
위 아래로 여자를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에 한층 더 불쾌해지는 여자, '아, 미치겠네 민형이는 뭐 이런 놈을 알고 있어 불편해 죽겠다 일어나고 싶어'
때마침 울리는 문자 알림음, 엄마다 "야, 너 어디냐 오늘 집에서 다같이 밥먹기로 했는데 빨리 들어와라" 잘됐다 싶어진 여자가 난처한 표정으로 민형을 본다 "왜 그래? 선배?" "엄마가 집에 식구들 다 모였다고 얼른 들어오래 같이 저녁 먹는다고 하시네 가봐야 할것 같아 어쩌지?" "에이 김샜다 선배랑 형 소개팅해줄라했더니만" 허걱 하는 여자의 표정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식 그런거였냐? 고맙게시리 오늘만 날이냐?" 여자의 핸드폰을 맘대로 가져가서는 자신의 번호를 찍어준다 "이거 내 번호에요 우리는 내일 따로 봅시다 이따 연락할께요 들어가보세요"
'아, 진짜 미치겠네 뭐 이런 놈이 있어 민형이 너 이따 보자 너 죽었어'
"그렇지 역시 우리의 로망 남영이 형이네 시원 시원해 대쉬는 그렇게 하는거쥐 여자 꼬시기에 달인 우리의 김남영 형님의 스킬을 나도 전수받아야되는데 말이야 언제 특강 한번 해줘요 형" "짜식 너한테는 무료로 가르쳐주마 날만 잡아"
"오늘 마침 딱 잘 됐네 선배는 얼른 들어가고 형은 나한테 전수해주면 되겠다"
"좋지 아직 안 갔수 얼른 들어가요 아가씨가 너무 늦게 들어가는거 아니요? 일찍 일찍 다녀요"
'미친 놈' "민형아 나 갈께 가볼께요" 나가는 그녀에게 어느새 문자를 보내는 남자
"뭐야 형 그새 여자 생긴거야?" "아니야 미리 미리 관리해둬야지" "선배한테 보내는거야? 역시 형은 동작이 빨라" "요즘은 뭐든 빨라야 되는거 아니냐?"
문자를 보는 여자 더 불쾌하다 "이따 열시에 문자할테니 그때까지 내 생각 많이 하쇼"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별 미친놈 다 보네 재수없어" 문자를 지워버리는 여자
다시 울리는 문자 알림음 "나 보고 싶어도 쫌만 참으쇼"
"미이친 놈" 서둘러 문자를 삭제하고 핸드폰을 꺼버리는 여자 "똥 밟았네"
"재수없는 하루였어" 마사지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누워있는 그녀, 여자의 핸드폰 문자 알림음
"지금까지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그대를 만나기위한 연습이었습니다 그대는 나의 여신
내 생각 많이 했어요? 집 앞인데 나올래요? 커피 사왔는데 잠깐 나와요"
남영의 문자에 부르르 몸을 떠는 여자, "여긴 어떻게 알았지?" "민형이 너 이놈"
"집은 어떻게 아셨죠? 못 나갑니다 잘려고 누웠어요 이런 문자 많이 불쾌해요 다시는 문자 보내지 마시고, 찾아오지 마세요"
잠시후 도착한 문자, "안 나올래요? 내가 들어갈께요 부모님 계시죠? 이참에 인사 먼저 드리죠 사귄다고 말씀도 드리고 벨 누르면 되죠? 지금 들어갈께요"
허거걱...뭐야 이 놈은...미친 놈.. 현관에서 들려오는 벨소리에 후다닥 밖으로 튀어나가는 여자
안방에 대고 소리친다 "엄마 내가 나가볼께"
서둘러 문을 여는 그녀, 남영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긋 웃으며 서있다 "커피 사왔어요 잠깐 들어가서 같이 마셔요" 집으로 들어오려 하는 남자를 간신히 말려서 집 앞 벤치에 앉았다
"뭐에요? 초면에 야심한 시각에 남의 집까지 찾아오시고 미쳤어요?"
"미쳤..다..미치긴 미쳤죠 그대한테 미쳐있죠 첫눈에 반했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사귑시다"
"제대로 미치셨네요 댁은요 지금 스토커에요 처음 본 사람 집까지 쫒아오고 스토커로 신고 당하고 싶어요? 좋은 말 할때 빨리 가세요"
"어허 이것 봐라 빼시기는..하긴, 여자가 좀 빼는 맛이 있어야지 고분 고분 수더분하면 재미가 없죠 좋아요 오늘은 여기서 이만 퇴장합니다 우리 내일 봅시다 내일 두시에 요앞 공원에서 기다릴테니 나와요"
"한국말 못 알아들어요? 댁 싫다구요 싫다는 사람한테 자꾸 왜 이래요?"
"적당히 빼세요 빼는것도 오늘까지만 봐줍니다 내일부터는 너무 빼지말아요 갑니다 내일 봐요"
찡긋~윙크를 날리며 휙~가버리는 남영, 어이없는 웃음 반, 짜증 반, 여자, 민형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어 선배" "너 죽을래? 어디서 저딴 남자를 소개시켜? 우리 집은 왜 알려준거야? 집까지 찾아왓잖아 나 저 남자 진짜 싫거든 막무가내로 들이댄다 니가 좀 말려봐"
"선배 정말 싫어? 괜찮은 형이야 집도 잘 살고 직업도 괜찮아 선배 그러지말고 한번 잘 만나봐
혹시 알아 선배 회사 당장 때려치고 호강하면서 살게 될지"
"야아 저런 재수없는 남자랑 살면서 호강하느니, 독신으로 늙어죽을란다 세상에 남자가 저 남자 딱 하나뿐이라도 싫어 저 남자 좀 떼어줘 미치겠어 징그럽고 소름돋아"
"선배가 그렇게 싫다는데 어쩔 수 없지 내가 형한테 잘 말해볼께 선배 그렇게 눈만 높다가는 시집 못 간다" "야아 너 아끼는 후배라고 봐줬더니 너도 저런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는거 아냐
어디서 재수 더럽게 없는 마초 흉내내는 사람을 형이라고 데리고 다니냐?"
"선배는 남자 볼 줄 몰라 매너있게 구는 남자가 속도 매너있는 줄 알아? 저 형은 속이나 겉이나 똑같아 보이는 그대로라고 저런 남자가 여자 편하게 해준다 선배가 남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
"됐어 남자 모르고 싶다 문자 다시는 보내지 말라고 니가 제대로 말해 끊어"
화가 나서 집으로 들어온 여자, "미친 놈 어디서 마초 흉내를 내고 있어 재수 더럽게 없는 날이네"
겨우 잠이 들었을까? 새벽 세시쯤 다시 울리는 문자 알림음
"누구야 이 시간에"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보는 그녀, "이 개자식이 뭐야 또 보낸거야?"
"민형이한테 들었습니다 싫으면 싫다고 저한테 직접 얘기를 하시지 제 앞에서는 좋은 척 해놓고
이러시면 됩니까? 매너가 아니죠 이건.. 내일 두시에 공원에서 기다릴테니 직접 얘기하세요
잘 자구요"
"와아..이 미친놈 ..진짜 돌겠네 내가 언제 좋은 척을 했대? 정신병자 아니야? 돌겠다 돌겠어"
다음날 공원에 나가지 않는 그녀, 현관의 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그녀, 집에 아무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나가보는 그녀,
남영이다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전화도 꺼져있고 뭐에요? 약속 했으면 나와야죠?"
"제가 언제 약속했어요? 그 쪽의 일방적인 약속이었죠 왜 자꾸 찾아오세요
다시는 찾아오지 말아요 나 그 쪽하고 만날 생각 전혀 없어요 제 의사 확실하게 전했으니까 들어갈께요"
"튕기는 것도 정도껏 하랬죠?" 들어가려는 여자의 팔을 붙드는 남자"이 남자가 미쳤나? 왜 이래요?"
"좋게 말할때 말들어 나랑 잘 되면 너도 좋아 너 주제에 나같은 남자가 가당키나 하냐? 좋다고 해줄때 감사합니다 하고 얼른 덥썩 안기는거야 주제도 모르는게 콧대만 높아서는" "제대로 미친 새끼 너 내일부터 내 눈에 띄면 스토커로 신고한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리는 그녀, 문밖에 서있는 남영, "오호 요것봐라 가시가 있다 이거지? 꼴에 저도 여자라고 이보 전진을 위해서 오늘은 이만 후퇴하지 어차피 내 여자 될거 그만 좀 튕겨라 이 여자야"
초인종을 누르는 남자, 열리지 않는 현관문, "오늘은 이만 갑니다 또 봐요"
밖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는 여자..
"제대로 미친 놈이네 스토커야..."
3월 14일 오늘은 화이트 데이다
남자친구가 없는 여자는 동료들과 나눠먹을 생각으로
출근전 편의점에서 몇개의 사탕을 구입한다
편의점을 나와 회사까지 십분 남짓 되는 거리를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간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본다 뚜벅 뚜벅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여자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뿐 별다른 사람은 없다
"잘못들었나?" 여기며 바쁘게 다시 길을 걸어간다
회사 안 그녀의 책상에 놓인 커다란 꽃바구니와 그 옆에 사탕이 가득 담긴 작은 병하나
"누구지?" 꽃바구니 안에는 어떤 메모도 없다 "혹시 또 그 남자가?" 일그러지는 표정을 애써 감추고
꽃바구니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남자 동료가 들어온다 "어? 웬 사탕이에요?" 마침 잘 됐다 싶은 그녀는 남자 동료에게 사탕을 건넨다 "이거 드세요" "남자친구한테 받은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남자 동료는 여자가 건네는 사탕을 덥썩 받는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컴퓨터를 켜는 여자에게 도착한 메일 한통
"내가 보낸 사탕을 멋대로 딴 남자한테 선물로 줘?"
"내 성의를 무시하는거야?"
"꽃바구니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시더군 남의 성의를 무시한 너, 차후 벌어질 일은 모두 다
너의 책임이야"
협박 메일을 받은 그녀, 부들 부들 떨면서 메일을 삭제한다
"역시 그 남자야? 그런데 어떻게? 혹시 여기에다가?"
갑자기 소름이 쫘악 돋으면서 무서워지는 그녀 책상 주위를 살펴보지만 카메라는 눈에 띄지 않는다
"무서워 그 남자가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어 어떡해 경찰에 신고할까?"
"협박 메일, 내가 왜 그걸 지워버렸지 증거가 있어야되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화이트 데이를 보내고 서둘러 퇴근을 하는 여자의 등 뒤에서 뚜벅 뚜벅 발자국 소리 들린다
휙~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무서워 나를 미행하는거야? 이럴때 남친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빨리 지하철역으로 가자"
지하철을 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여자, 긴장하고 있다가 맥이 풀린걸까?
졸음이 밀려오는 여자, 꾸벅 꾸벅 졸기시작한다
몇정거장이 지났을까? 일어나는 여자의 무릎 위에는 아까와 똑같은 꽃바구니와 사탕병이 놓여있다
"으아아악"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쳐다본다
'그 남자가 같이 탔었어'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혹시 꽃바구니 놓고간 남자를 봤냐고 물어보지만 그 사람은 고개만 가로젓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다
무서워지는 여자, 꽃바구니와 사탕병을 들고 서둘러 지하철에서 내린다
쓰레기통에 꽃바구니와 사탕병을 던져버리고 재빨리 지하철 역을 빠져나간다
몇 걸음 걸었을까? 울리는 문자 알림음
"내 성의를 계속 무시하겠다 이거야? 네 의도를 잘 알겠어"
"어디 있어 왜 숨어서 장난질이야" 소리를 꽥 지르면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남영으로 보이는 남자는 어디에도 없다
집으로 가는 큰길을 지나서 골목에 접어든 여자,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후들 후들 떨려서 자꾸만 비틀거린다
'골목 바깥까지만 가면 다시 큰길이다 큰길까지만 빨리 걸어가자'
거의 뛰다시피 골목을 빠져나가는 여자, 골목을 거의 다 빠져나가서 안도하며 잠깐 숨을 고르는 여자, 헉~하고 놀라는 여자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남영,
"그대로 앞만 보고 걸어" 남영은 여자를 한팔로 감싸안고 연인인양 걸으며 주위의 시선을 피한 후, 근처에 주차된 차에 태운다
반항하려는 여자를 준비한 마취제로 잠들게 한 후 어딘가로 빠르게 운전하는 남영
남영의 허름한 아파트, 여자가 깨어난다
남영의 비열한 웃음, "그러게 얌전하게 말을 들었으면 좀 좋아"
여자는 의자에 묶여있다
입에 묶인 재갈을 풀어주는 남영, "나를 납치한거야? 풀어줘 빨리"
"풀어줄 생각이었으면 널 납치했겠어?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즐겨볼 생각이야"
"즐겨? 미친 놈 꿈도 꾸지마 너는 내 몸에 손끝도 댈 수 없어"
"손끝..도..댈 수 없다?" 그녀의 입 안에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남영의 혀
여자는 남영의 혀를 깨물어버린다 "아얏 미친년이" 남영, 여자의 뺨을 사정없이 때린다
비명 소리 없이 참아내는 여자 "생긴거와 다르게 독한 년이네"
"이제 좀 고분 고분해졌겠지" 다시 다가오는 남영, 여자는 남영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미친년이 죽고 싶어?" 여자를 사정없이 폭행하는 남영, 얼마나 지났을까 축 늘어지는 여자를 본다
"여자는 말이야 고분 고분해야 남자한테 사랑받는거야 고분 고분 하지 않는 년은 매 밖에 약이 없어 사랑해준다고 할때 고분 고분 말을 들을것이지 네 년이 매를 벌었어"
축 늘어져있는 여자를 묶었던 끈을 풀고 여자를 방바닥에 휙 던지는 남영....
다음날 오후 남영은 여권을 챙겨서 아파트를 빠져나가고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에 타려는데 누군가 남자의 어깨를 잡는다
"김남영씨 채주경씨 살해하셨죠? 당신을 체포합니다"
반항하는 남영을 경찰차에 태우는 남자,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있으며 개 같은 소리 하네 너 같은 살인범은 그 자리에서 그 여자랑 똑같이 죽여야해 김형사 빨리 서로 가지"
서에서 남자는 별다른 반항없이 순순하게 범행을 자백한다
여자와 남자는 2013년 4월 30일날 처음 만났다
여자는 2014년 3월 14일 화이트 데이에 남자에게 살해당했다
채주경 살인 사건으로 형을 살게 되는 남자, 남자는 감방에 갇혀서 스산하게 웃는다
"미친 개 하나 잘 처리했다 개값이 빡세긴하네"
남자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감방 안을 메아리친다
"미친 년 잘 죽었다"
수감된 남영에게 찾아온 면회자, 남영이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여자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자, "김남영씨 당신을 여기서 꺼내줄께요 여기서 나가고 싶으면 내 말대로 해요"
"나쁠 것 없죠 시키는대로 할께요"
남자는 여자의 말대로 모범수로 복역한다 얼마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남자
놀랍게도 납치 살인이 아니라, 약혼자와의 다툼으로 인한 우발적인 치정 살인으로 죄목이 바뀌어있다
도심 변두리의 한산한 커피숍에 마주 앉아있는 남영과 여자
"여기 여권과 비행기표가 있어요 한국을 떠나세요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말아요"
"네, 감사합니다 근데 왜 저를 도와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해둘까요?"
"네?" "궁금해하실것없어요 한국만 떠나시면 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 9시 30분 비행기에요 늦지마세요"
다음날 공항에 나타난 남자, 비행기에 탑승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문을 펼친 남자에게 뚜벅 뚜벅 걸어오는 사람,
남자를 일으켜세운다 "김남영씨 당신을 체포합니다"
"체포라니요? 무슨 말씀이신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하철 독가스 사건 기억나요?"
"수감되어있을때 뉴스로 봤습니다 그 사건과 제가 무슨? 그리고 그 사건은 이미 범인이 자수한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랬었죠 근데 그 범인의 배후에 있었던 사람이 김남영씨더군요"
"네? 그럴리가요? 저는 수감되어있었고 그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여지게끔 사건을 조작하셨더군요 김남영씨 당신은 채주경씨 사건을 일부러 일으켰어요 당신의 목적은 채주경씨 살인이 아니라, 지하철 테러였으니까요 지하철 독가스 테러로 사회 혼란을 야기시켜 그틈을 타 해외에 흩어져있던 당신의 조직을 국내로 불러들였더군 테러 사건 해결차 국내로 들어온 요원들처럼 위장해서 당신들의 아지트를 한국에 만들었더군 채주경씨도 당신의 하수인이었어 조직을 배신한, 당신은 치정 살인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한 살인이었지 당신의 죄목은 테러야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수 있고, 모든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수 있으며 변호인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남영에게 수갑을 채워서 끌고 나가는 남자
공항을 빠져나간 남자는 남영을 차에 태운다
운전석에 타기전 주차된 차량을 잠시동안 바라본다
차창이 열리고 여자가 남자에게 희미한 웃음을 보인다
남자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이고 운전석에 앉는다
남영이 앉아있는 차창을 내려주는 남자
남영 바깥을 내다본다
남영과 여자의 눈이 마주친다 희미한 웃음이 이내 싸늘한 웃음으로 바뀌고 여자는 가발과
썬글래스를 벗는다 남영에게 여권을 줬던 여자의 짙은 화장과 선글래스에 가려진 얼굴이
처음으로 남영의 눈에 들어온다
남영의 눈이 커진다 "너..너는...채..주경.."
여자의 싸늘한 웃음이 짙어지고 남영을 태운 차는 출발한다
여자는 가방에서 사건 파일을 꺼내서 읽는다
김남영 - 테러리스트 사건번호 1
한국에서 활동하는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극비 프로젝트
김남영은 민형으로 위장한 테러 조직의 하수인을 채주경 요원이 오랜 노력끝에 검거하기로 한 그날, 본 사건에 끼어들었다 민형과 김남영은 막역한 사이로 보이며 김남영에게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밝혀진바가 없다 그후 김남영은 채주경을 스토킹하기 시작했고 채주경의 극비 프로젝트가 김남영의 스토킹으로 인해 차질을 빗게 된다
사건 해결을 위하여 스토킹한 김남영을 채주경 살인 죄목으로 위장하여 수감하기로 한다
채주경 요원은 김남영에게 납치된척 하고, 남자의 범죄 심리를 자극하여 남자에게 죽을만큼 폭행을 당한다 홧김에 칼을 휘두른 남자는 채주경이 살해된 줄 알고 국내를 떠날 계획을 세운다
남자가 자신의 아파트를 빠져나간후 준비된 요원들이 채주경을 보호하고 미리 대기중이던 형사가 김남영을 연행한다 이 모든 사건은 재수없이 요원 채주경을 스토킹한 김남영에게서 비롯되었다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채주경 요원은 우리 팀의 가장 뛰어난 요원으로 채주경 요원이 남자의 스토킹으로 인해 행동 반경에 제한을 받게 되어 극비 프로젝트가 빨리 진행될 수 없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우리는 국내 테러를 척결하기 위해서 채주경 요원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김남영이 형을 살다 나와도 차후 채주경 요원이 살아있음을 알게되면 또 스토킹 할 수 있으므로, 김남영에게 테러 혐의를 씌워 국내에서 수감, 민형을 계속 쫒아야하는 채주경 요원을 다시 스토킹할 수 없도록 한다 채주경 요원은 새로 투입된 민경철 요원과 함께 민형의 주변을 24시간 감시한다 지하철 독가스 테러와 같은 범죄가 다시는 발생할 수 없도록 용의자 민형을 감시하여 한국에 정착한 조직의 근거지와 조직의 보스를 찾는다
김남영의 사건 파일은 채주경 요원의 메모리얼 박스에 저장되어 차후 모든 사건이 해결되었을때 채주경 요원이 메모리얼 박스를 파기한다
요원 채주경은 민형이 현재 재학중인 대학의 대학원에 위장 진학하여 민형의 주변을 24시간 감시한다 사건 해결에 필요하다면 민형과 연인 관계를 유지해도 좋다 우리는 채주경 요원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것이다
"프로젝트 시크릿 A"
안녕
"안녕"
국립 도서관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호기심이 생긴
여자는 밝은 웃음을 머금으며 가벼운 인사를 건넨다
처음 보는 여자의 인사에 당황한 남자는 머뭇거리며 여자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다
다음날 남자는 다시 같은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본다
남자보다 몇분 늦게 도착한 여자는 남자에게 다시 가벼운 인사를 건넨다
"안녕"
남자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서 쑥스러울텐데도 어제의 멋쩍음은 남아있지 않은 듯
여자의 밝은 웃음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남자는 왠지 여자의 인사를 받아주기가 망설여진다
몇초간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는 다시 고개를 돌린다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의 건너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본다
오늘은 늦잠을 자서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다
남자는 평소와는 다르게 두리번거린다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듯 보인다
남자는 왠지 모를 안도감에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같은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본다
잠시후 여자가 들어와서 남자에게 평소와 똑같이 밝은 인사를 건넨다
"안녕"
남자는 예전과 다르게 여자의 인사가 왠지 반갑다
하지만, 오늘도 여자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다
왠지 모를 머뭇거림이 예전과는 다른 쑥스러움을 덧입고 있지만,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자라에 앉아서 책을 본다
다음날 여자는 남자보다 일찍 도착한다
남자가 항상 앉는 자리 건너에 앉아서 책을 본다
남자가 도착했다
남자는 평소와 다르게 자신보다 먼저 와있는 여자가 왠지 반갑다
평소와는 다르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은 마음에 여자에게 한발 다가간다
하지만, 오늘도 또 남자의 마음은 머뭇거린다
몇초의 망설임 끝에 남자는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혹시나 여자가 먼저 인사를 건네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잠시동안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아무 미동도 없이 책만 본다
가벼운 아쉬움의 한숨이 남자의 입가에 맴돌지만, 남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책을 본다
여자는 등뒤로 남자의 머뭇거림을 본다
하지만, 여자는 먼저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남자의 머뭇거림이 길어질수록 남자의 마음은 자신에게 한걸음 더 다가오리라는걸 안다
오늘 여자는 남자의 마음에 물음표를 남긴다
남자는 궁금해할것이다
여자가 오늘은 왜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는지..
내일이 되면, 혹시 남자가 먼저 여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넬지도 모른다
혹시 인사를 건네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남자는 이미 여자를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여자는 그걸로 충분하다
남자의 물음표는 어느날, 말줄임표가 될것이며,
말줄임표를 따라서 남자는 한걸음 한걸음 다가올거다
남자의 말줄임표가 하나씩 지워질수록 남자는 여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것이며,
남자의 말줄임표가 다 지워진 어느 날에는 남자에게 여자는 느낌표로 남게 될것이다
남자에게 느낌표를 남긴 여자는, 이제 결정할거야
남자와 느낌표를 이어갈지, 마침표를 찍으며 안녕을 고할지,
아마 여자는 남자에게 다시 밝은 웃음을 머금으며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넬거다
남자는 평소와는 다르게 여자의 인사를 기다렸다는듯
반갑게 받아들이겠지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이제 서로에게 쉼표가 될거다
책을 보다가 커피 한잔을 건넬 수 있는 쉼표,
책을 보다가 출출함을 함께 채울 수 있는 쉼표,
책을 보다가 무료함을 함께 달랠 수 있는 쉼표,
책을 보다가 피곤함을 함께 휴식할 수 있는 쉼표,
여자가 건넨 "안녕"은, 남자에게 쉼표로 남게 된다.
남자와 여자, 모든 관계는 “안녕”이라는 가벼운 인사에서 시작된다.
“안녕”
고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