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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 - [응모자 인적사항 작품 뒷면에 별도 기재]

 

 

한강대교를 지나는 지하철 차창 밖으론 아마도 하늘은 맑고 강물은 햇살에 반짝거렸을 것이다. 한강대교를 통과할 즈음에 흘러나온 하차 안내멘트 방송의 익숙한 목소리는 아마도 평소처럼 낭랑한 여자 목소리였을 것이다. 다른 노선에 비해 유독 낮시간에 늙은이들이 많이 자리를 차지하는 그 노선의 지하철 객석 풍경도 그대로였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내가 그 역에서 그대로 내렸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자리에 앉은 채 그저 몇 개의 역을 더 지나서야 내린 것이다.

 

 

 

 

내린 역은 구로역이다. 다시 원래 내렸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시간은 충분했다.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는데, 내 손은 표를 끊고 발은 개찰구 밖으로 나와 버린다. 오후 6시 20분. 손목시계를 풀러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바람이 불어올 듯하다. 역 광장 앞 백화점에 들어가 아이쇼핑을 한다. 공중전화박스를 찾는다.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으나 며칠 전에 인터넷 동호회 모임에서 만났을 때 그나마 나를 좋게 본 누나 한 명을 떠올린다. 근데 이름도 모르는걸. 다행히 그녀는 저녁시간 차 한 잔 할 수 있다며 흔쾌히 일곱 시까지 오겠다고 한다.

 

 

결국 다시 주머니에 넣은 시계를 꺼내야 했다. 여섯 시 사십 분. 역 광장 우측으로 돌아 고기집들이 즐비한 골목길 초입에 작은 커피숍이 보였다. 구석 테이블을 찾는다. 그리고 다시 공중전화가 되는지를 종업원에게 묻는다.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이곳의 위치를 설명하고, 자리에 돌아와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로부터 약속한 그 누나가 오기까지의 시간은 기억은 대략 이 정도다. 그 짧은 기다림의 시간 동안 담배 한 갑을 모두 피웠다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가서 담배를 새로 사왔다는 것. 담배 파는 편의점이 커피숍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시계를 보니 이미 일곱 시는 넘었다는 것. 그 가게의 벽시계는 디지털시계가 아니라 괘종시계였다는 것. 하여, 그 좌우로 흔들거리는 초침의 묵직한 운동이, 내 운명의 기괴한 변주가 시작됨을 알리는 듯 했다는 것. 약속시간을 십분 지나서 온 그 누나는 매끈한 각선미가 돋보이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생글거리는 미소를 보이며 내 맞은 자리에 앉아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너 그 날 엄청 취한 거 아니? 하긴 나이가 한창 마실 나이긴 한데, 오늘은 무슨 일이야? 먼저 연락을 다하고?

어딜 좀 다녀오는 길에 여기 지나다가 그냥 누나 생각도 나고 해서, 후훗. 밥은요?

나야 뭐 아까 대충 먹었는데.

아직 안 먹었니? 간단한 거 시킬까?

아니, 그보다는 술 한 잔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나가요. 우리.

 

 

 

 

*

 

그녀와 역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소주 세 병을 깔끔하게 비울 때, 나는 뫼르소가 생각났고, 태양의 서늘함이 그에게 던진 살의의 정체가 문득 궁금해졌다. 주위를 돌아본다. 노릿하게 구워지는 생선 냄새, 우동을 말아먹는 넥타이족의 낮고 굵은 대화들, 접이식 테이블의 분홍빛 선명함. 그리고 내 앞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와의 술자리를 한다는 것에 대한 착각이 주는 만족감과 취기에 들떠 있는 여자. 모든 것들은 한없이 익숙하고도 내 것 같으면서도, 지금의 나에겐 그 어느 것도 내 것이리라 장담할 수 없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열 시가 다 될 무렵이었다.

 

 

어느덧 우리는 서로 반말을 트며 연인 행세를 해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기습 키스를 했고 몸이 동한 그녀 역시 내 허리를 감싸 안는다. 계산을 하고 나온 우리는 모텔로 간다. 카운터에서 숙박비를 내는데 카드를 쓰려다 흠칫 멈춘다. 다행히 현금이 남아 있다. 통장에 남은 삼십만 원 정도를 모조리 내일은 인출해야겠다. 어쩌면 이미 통장 거래정지가 되었을지도 몰라. 불안감에 한껏 달아오른 몸이 차츰 식어감을 느낀다. 그런 나의 감정의 변덕 따위를 알 리 없는 그녀는 거칠게 나를 침대에 눕

히고 서둘러 셔츠단추를 풀어 헤친다. 나는 잠시, 커튼을 친다. 됐어. 이제 이리 와. 아니, 잠시만. 금방 올게......

 

 

여관 로비에서 오백 원으로 꺼낸 콘돔은 미끌미끌한, 내가 부여잡으려 애를 써도 그렇게 달아나던 나의 꿈속의 질감을 닮아 있었다.

 

 

벼락이 치는 밤이었으나, 나는 혼곤히 잠에 들었다.

 

 

 

 

*

 

 

 

악몽 따위는 꾸지 않았다. 과음 탓인지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죽음과도 같은 잠에 들었다가 일어난 시각은 정오가 다 되었을 때였다. 손톱을 자꾸 물어뜯는 내게 그녀는 밥은 자기가 살 거라며 샤워할 동안 뭘 먹을지 생각해보라며 욕실로 갔다. 무척 둔한 계집이군.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를 읽어내지 못 하는 그녀는 화장대에 놓인 대형 반원거울을 보고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그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하루 만에 무척 낯설어 있다. 나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녀와 밥을 먹기 전, 삼십분만 시간을 달라 양해를 구하고 그녀를 벗어난다. 현금인출기가 설치된 편의점에 들러 통장잔고를 확인한다. 삼십만 원 전액 인출. 현금카드는 구겨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빌딩 공용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위에 앉아 지갑에 소지한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챙길지 순간적으로 판단해낸다. 대학 동기들과 고교 동창들의 연락처가 적힌 메모지는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운전면허증과 학생증. 주민등록증을 대체할 이 두 개의 신분증 중 하나는 버리기로 한다. 그래, 학생이라고 우겨댈 때가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운전면허증을 구겨 휴지통에 버린다. 학생증은 지갑에서 꺼내 셔츠 윗주머니에 넣어둔다. 만 원권 지폐 삼십 장으로 두툼해진 지갑을 뒷주머니에 간신히 넣은 채, 다시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 쌈밥정식을 먹고 나온다. 그리고 택시를 잡고 곧바로 안양으로 향한다. 왜 안양이야? 거기 아는 데 있어? 구로역 인근 현금인출기에 내 계좌정보가 입력된 현금카드를 집어넣었기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기에, 그냥 안양일번가란 데 한 번 가보고 싶었어, 라는 되도 않는 데이트를 선언한다. 그녀는 나의 이러한 자유분방하고도 마초적인 터프함이 좋다며 연신 무언가를 끊임없이 내뱉었는데, 나는 차창 밖의 거리를 보며 그저 멍할 뿐이다.

 

 

사실 평소와 같았다면 이 여자는 벌써 집에 보냈을 것이다. 하룻밤의 사랑은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으니까. 그런데도 그녀와 이렇게 목적 없는 거리 데이트를 하는 건 불안감 탓이다. 어쨌든 누군가가 옆에 붙어서 계속 움직이고 뭔가를 떠들며 가끔은 내 허리에 팔을 감싸 안는다는 것이 나에게 시간은 계속 가고 모든 것이 불가해하다는 것을 잊게 할 수 있으니까. 동시에 나는 이토록 주도면밀하고도 침착하게 이 상황에 대응해가는 내 자신이 무섭다는 것을 느껴야 하지 않는가, 싶다가도 그런 생각조차 귀찮아지는 스스로를 또 당혹해한다. 지금의 이것도 네 삶이 아닌가. 나는 이것은 이름 모를 감독에게 갑자기 전날 받은 대본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기해내는 배우와 같은 태도라고 중얼거린다.

 

 

계속 함께 놀고 싶지만 내일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보습학원에 출근하는 날이라 들어가봐야 한다며 그녀는 내심 자기를 바래다달라고 눈빛을 보낸다. 나는 잠시 난감해하다가, 친구가 일하는 가게에 들러 무언가 받아올 게 있다는 핑계를 대며 대신 그녀에게 현금 삼만 원을 쥐어준다. 택시타고 가. 그녀는 대체 수리를 맡겼다는 핸드폰은 언제 찾는 거냐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핸드폰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고 그래서 공중전화카드는 지갑에서 버리지 않은 거라고 말할 수는 없기에, 내일이면 돼요, 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작별의 키스를 한다.

 

 

그리고 나는 혼자 남았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손목시계를 꺼내 본다. 일곱 시. 이제 정확히 하루가 지난 것이다. 잠시 버스정류장에 서 있어보기도 하고, 무작정 술집거리를 걷기도 하다가, PC방에 들어갔다. 자연스레 내 메일함을 확인해보려는 순간, 내 로그인 정보라도 남을까봐 접속을 포기한다. 보랏빛 조명의 어두운 실내에 퍼지는 담배 연기와 모니터 화면의 하얀 공백 속에서, 나는 학과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들어간다. 평소 한 달에 두 세 건 정도의 글만 올라오는 휴업 상태의 게시판에 열 두 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제목들은 모조리 내 이름으로 시작되고 있는.

 

 

그렇다. 이즘에서 이만 밝혀야겠다. 사실 눈치 빠른 이라면 이미 어떤 뜨악한 결론을 예감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전투경찰대원으로 군복무 도중 정기휴가를 명받고 마지막 복귀 당일 귀대시각에 복귀하지 않은, 군무이탈 24시간째를 향하는 이 시각에 PC방에서 내 이름들로 도배된 학과 게시판의 글들을 바라보고 있는,

탈영병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이 글은 참회록 따위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

 

며칠간은 경기도 신도시 주변의 찜질방들을 돌아다니며 잠을 잤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온종일 거리를 쏘다니거나 카페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 되려 더 피로를 불러왔다. 하루에 열 시간 정도씩은 잠이 들었다. 차라리 잠을 자야 불안과 모든 모호함이 잊어지니까. 이미 복귀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날 시점이었다.

 

 

학과 게시판의 글들을 꼼꼼히 읽어낸다. 친하게 지내던 선배 K는 공개편지 형식으로 내게 무사 복귀를 종용하면서 부대 관계자들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었다. 심지어 소대장마저 호소문이란 제목의 글에서, 지금이라도 복귀하면 약간의 내부적인 징계 절차만 밟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 번의 실수로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 외 별 친분이 없는 학과 선후배 몇몇은 익명의 닉네임을 빌어, 멀쩡히 상병 짬밥까지 먹은 놈이 무슨 이유로 탈영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의견과 어쩐지 평소에도 늘 위태롭게 보이던 선배인데 어쨌든 안타깝다는 소회를 덧붙이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은 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설을 나름의 개연성 있는 서술로 주장하고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도, 정작 이 모니터 안의 나에 대한 이야기들이 낯설었다.

 

 

훈련소 시절이면 누구나 한 번 즘 보았을 법한 영상이 있다. 갓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에게 군대에서 겪는 부조리와 고통과 고독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그렇기에 그것은 끈끈한 전우애와 단결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교육용 단편영화. 으레 이런 내러티브에는 군인 정신에서 벗어난 소수의 부적응 사례가 극적으로 재구성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탈영병의 최후, 따위이다. 보통 심약하고 의존적이며 개인주의 성향이 지독한 막내아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게다가 이런 친구에게 애인이란 더더욱 절대적인 신이다. 다음은 이런 식이다. 자대에 배치되고, 복무를 하며 노심초사 애인을 그리워한다. 얼마 후 여자친구는 이별의 편지를 띄우게 되고 주인공은 절규한다. 그리고 사랑과 생의 모든 걸 내던진다는 충동으로 복무 이탈. 어느 야산 한 가운데에서 절규하는 탈영병의 흔들리는 눈동자. 시커먼 군견을 앞세운 일개 사단 병력의 대규모 입체적 스펙타클 탈영병 검거 작전. 새드엔딩. 바이바이.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탈영병의 최후는 검거 혹은 자살이라고 생각하며 탈영의 동기는 ‘개인의 의지박약 및 불우환경 비관’으로 정리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예상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탈영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거리를 걷다가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정도는 어차피 당연히 감내해야 할 것이었다. 전투경찰이기에, 육군 헌병대가 아닌 내가 거주하던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의 수사과에서 검거전담팀을 꾸렸을 것이다. 그네들은, 그네들의 실적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들을 처리하는데도 바쁠 터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용기를 내어 내 메일계정으로 인터넷에 접속을 하여 메일을 읽고 심지어 내가 즐겨 놀던 게임 사이트에 아이디 로그인을 해봐도, 나를 추적하는 움직임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상병 계급 짬밥에 적당히 기른 머리에, 경쾌한 스키니 진을 입고 쏘다니던 나는 내가 봐도 군인의 얼굴이 아니었다. 서울 도심에서 기껏해야 순찰 근무를 하거나 경비 근무를 하는 정도의 군 생활을 했던 내게 검게 그을린 얼굴은 어울릴 수 없었다.

 

 

나는 거리를 걸으며 내가 이 엄청난 궤도 이탈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지를 떠올려 보았다. 왜 나는 부대가 위치한 지하철역에서 내리지 않았는가. 왜 나는 탈영이라는 엄청난 일탈을 벌인 것인가.

 

 

군 복무에 대한 부적응이라든가, 헤어진 애인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이라든가, 아무튼 누군가가 충분히 개연성을 가져봄직한 사연은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이?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결국 같은 자리를 돌고 돌 뿐이었다. 나는 곧 내 이 괴이한 탈주에 대한 어떤 설명을 해낼 의지조차 던져 버린다. 나에겐 이유 없는 삶이 허락되지 않는 세계 자체를 그냥 도망치고 싶었던 것뿐이다. 왜 뫼르소는 자신의 어머니를 땅에 묻고 다음날 내연녀와 여름밤의 바다를 바라보며 섹스를 했을까를 묻는 것은 무의미한 것처럼, 나에겐 이미 벌어진 이 모든 상황들의 전모를 밝혀낸다는 것도 쓸데없는 짓이다.

그저 인생의 한 터널일뿐이야, 전역하고 나면 으레 누구나 그렇듯 진정한 성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거라구.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기도 하다. 근데 빌어먹게도 스물 셋의 나는 미리 알아버린 것뿐이다. 세상에 모든 ‘다음’들은 ‘지금’의 무

의미함을 가리는 기만의 약속이라는 것을.

 

 

날이 지날수록, 일과는 변함이 없었다. 남는 것은 시간이었고, 깨어있는 시간의 반절은 거리를 걷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순진한 시민들은 수배자들은 인적이 드문 외진 곳으로 기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는 역발상도 필요한 법이었다. 나는 신촌과 종로, 강남의 인파 속을 헤집으며 무심히 걸을 뿐이었다. 누군가 덥석, 내 어깨를 붙잡을 거라는 공포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이 거리를 채우고 있는 넥타이와, 하이힐과, 백팩과, 지팡이와, 마트카트들이, 과연 어떤 ‘다음’을 향해 그토록 자기를 채워넣고 살아가는지 의아해질 따름이었다.

 

 

그것은 좀비가 된 기분이다. 살아 움직이나 살아 있지 않는 존재. 나는 이 거대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좀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미 좀비였다. 부대 선임대원의 구두에 광을 내거나 미 대사관 앞 경비 근무를 교대로 서다가 도시락을 닭장차에서 우적우적 씹어대는 모습도, 그리 사람답진 않지 않은가. 당신이 입사시험을 위해 평생 써먹을 일 없는 상식퀴즈를 풀거나 일요일 저녁이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울고 웃는 것이 그런 것처럼.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웬만한 대형 찜질방들은 모두 눈에 익을 지경이었다. 나는 결국 곧 고시 준비를 해야 하기에 핸드폰을 아예 끊어버렸다는 거짓말로 구로역의 그녀에게 다시 연락을 취한다. 부대 이탈 보름째. 남은 돈은 십 만원이 채 되지 않을 때였다.

 

 

*

 

광화문 호프집에서 나는 그녀와 보름 만에 다시 만났다. 보름 만에 만난 그녀는 당연하게도 내게 무척 삐져 있었다.

 

 

왜 연락한 거야? 난 네가 다시 나 찾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공부 준비하려고 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고민할 게 많았어.

 

 

그녀의 핫팬츠는 원피스를 입었을 때보다 더 섹시하다.

 

 

그건 네가 전화로 말한 거고, 내 말은 공부 준비한다는 애가 왜 날 보자 한 거냐고. 네가 나를 배려하는 애라면 그새 연락 한 번이라도 했어야 되는 거 아니니?

미안해. 생각한 게 많았다고. 찬찬히 얘기할게.

 

 

 

보름만의 대화였다. 사람과의 대화. 나는 실어증 환자처럼 더듬거리는 내 자신이 짜증난다. 주문을 한다. 골뱅이무침에 소맥. 찜질방에서 최소지출을 하며 낮에는 편의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어도 하루에 만 원 이상은 지출되고 있었다. 첫 끼가 골뱅이무침이 되리라곤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녀는 나와의 술자리가 내키지 않는 듯 연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걸신들린 듯 골뱅이무침 사리면발을 집어 삼키는 나는 그녀의 나에 대한 애정은 유효기간이 보름도 가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음을 직감한다. 사실 그녀에게 무언가를 도와 달라고 말할 셈이었다. 염치없지만, 염치 따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것이 돈이든, 하다못해 잠깐의 잠자리든. 머리를 굴려봐야 했으나 사실 이 상황에서 그녀에게 도와 달라할 것은 없었다. 원룸에서 자취한다곤 했으나 아는 언니와 살고 있다는 말에 나는 유리컵에 소주와 맥주 비율을 이 대 팔로 섞어 들이부을 따름이었다.

 

 

이제 말해 봐. 나한테 왜 연락한 거야? 난 바보 아니야. 너 나한테 관심 없어. 나도 당연히 마음 접었고.

 

 

 

잠자리에서 내 허리를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리며 사랑한다고 외치던,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남자에게 뭐 먹을지 궁리해보자며 헤헤거리던, 그 바보 같은 이미지가 사라졌다. 차라리 싸늘한 시선의 그녀가 더없이 싱그럽다. 쏘아보면서도 무심해 보이는 저 눈빛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우리가 앉은 자리는 창문 밖 거리의 불야성이 그대로 보이는 곳이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넥타이와 버스 정류장에 길게 늘어선 007가방과 짝퉁 명품브랜드 핸드백과 침을 찍찍 뱉으며 거리를 서성거리는 깻잎머리와 교복 밑단을 줄인 바가지머리 고딩들은 나를 들뜨게 했다. 다행히 내 앞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가 앉아 있다. 나는 멍하니 이 주위의 살아 있음을, 그것이 가장된 살아 있음이어도 상관 없다는 듯 즐기고 있었다.

 

 

 

야, 너 내 말 안 들려? 말 한다매?

......고 싶어.

뭐?

자고 싶어서. 누나 미안한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묻지 말아줘라. 좀 괴롭다. 미안하다는 말 해 봐야 서로 기분 좋을 일 없잖아. 그러니 나 그냥 있을게. 오늘 같이 자요. 우리.

 

 

 

차가운 미소가 아닌, 담임교사와 같은 담백한 훈계를 그녀는 뱉어낸다.

 

 

 

차라리 솔직하구나. 그러나 마음이 상처받은 것만은 어쩔 수 없다. 난 네 고민 따위 들어줄 여유는 없다. 인생이 촉박하다. 이제 이십대도 꺾였다. 어쩌면 나도 갑갑한 마음에 너에게 설레어했다고 스스로를 강요해보려 한 거다. 공부한다고 했으니 맘 잡고 공부해라. 게다가 군대도 면제라 하지 않았느냐. 얼마나 큰 축복이냐. 미래를 위해 무언가에 미친다는 게 청춘의 아름다움 아니냐. 난 내가 힘들 때마다 기도한다. 내가 이렇게 공부할 수 있고 꿈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세상에 감사하다고. 넌 괜찮게 생겼는데 눈빛이 너무 어둡다. 내가 해 줄 말은 이게 전부다. 술값은 내가 계산할테니 그만 나가자.

 

 

 

그녀는 핸드백을 들고 일어나려 한다. 붙잡고 징징대봐야 부질없다. 그냥 내지른다. 혀가 반쯤 꼬인 채.

 

 

 

 

그 꿈이 뭔데? 당신의 꿈이?

......? 꿈이 뭐냐고? 나 P그룹 인사팀 들어가는 건데?

그게 꿈이냐? 흐흐. 그런 건 꿈이라고 하는 거 아냐. 그리고 무언가에 미쳐보는 게 좋지. 근데 그것도 자기 것이어야지. 인생이 자기 것이라고 확신하는 근거가 뭐지?

...... 나, 실은 좀비다? 헤헤. 놀랐지? 근데 내가 요새 계속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거리를 쏘다녀봤는데, 누나나 나나 모두다 좀비다. 대체 우리의 것이 무언데? 벽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현명한 거야? 그걸 부수고 다음 길을 또 걷는 게 맞나? 근데 그 벽을 가만히 바라봐. 인생이 그냥 하나의 큰 벽이다? 사람들은 그 벽에 갇혀 있음을 인정하는 게 두렵나봐. 그래서 뭔가가 끊임없이 새롭게 이어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거 아닐까? 물론, 그래도 이 인생이란 게 살만하다곤 할 수 있을 거야. 당신의 미소와 술잔의 그윽함 ,그리고 저 거리의 나무...... 인생이 설명되고 정리되는 파일 같다면 참 좋겠는데. 사람들은 잘도 인생을 파일화 시켜버려. 난 근데 파일화 시켜버리기에 내 삶이 너무......

보여! 무섭게끔. 텅 빈 그 원래의 벽이.

 

 

마지막 남은 술을 따르며 나는 최종변론을 했다.

 

 

 

그래도, 살 거야. 어디에 있든, 바람은 불고 나무는 있을 테니까.

 

 

 

그녀는 내 장광설이 시작되던 초반에는 말을 끊으며 무언가를 반박하려고 하다가, 붉어진 내 얼굴과 반쯤 꼬인 혀에 침묵하더니, 마지막엔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벽에 좌절한 남자 대한 동정과 연민의 샘이 솟는지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문득, 눈물이 흐른다. 그녀가 손을 잡아준다. 눈물은 통곡으로 바뀐다. 주변 테이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울다가, 결국 그녀의 부축으로 술집을 나온다.

 

 

 

오늘 하루만 같이 있어줘. 부탁이야.

 

 

 

 

*

 

 

 

아무리 통속을 벗어나려 해도 결국 저열한 신파로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내 가슴에 파묻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하트 모양의 물침대에 누워 있는 남녀의 전신이 역시 하트 모양으로 설치된 천장 거울에 비춰진다. 그녀는 끊임없이 뭔가를 속삭인다. 그녀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듣는 척만 하는 나는 내일을 생각하면서 서서히 술이 깸을 느낀다. 술김에 숙박비를 낸다고 할 때 그녀가 말리지 않았음을 되려 속으로 원망하며. 게다가 빌어먹게도 주말요금은 더블이었다. 오만 원을 탈탈 털어놓고 나니 남은 돈으로는 길어야 이틀 정도를 견딜 수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수배자들은 이렇게 빈털터리가 되면 결국 주변 지인에게 손을 벌리는 행동 절차를 따르게 되고, 이를 기다리던 경찰은 손쉽게 검거한다. 내가 만약 잡힌다면, 수갑이 채워질까? 적어도 도망가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건 너무 희극적이야. 그야말로 개그지.

 

 

이렇게,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는 행각들을 벌이는 그 끝은 무엇일까. 다시 돌아간다면 얼마간의 수치와 침묵과 단죄가 기다리겠지. 그리고 다시 그토록 적당히 내 것이라고 인정해버리며 살아갈 삶이 기다릴 것이다. 아마 이 여인처럼 빛나는 전망을 그려내면서. 거리에서 마주친 수많은 넥타이와 핸드백과 백팩들처럼 구구하고도 절절한 사연을 읊으면서. 채워지지 않을, 애초부터 텅 빈 채로 완성되어버린 인생의 도화지에 끊임없이 색을 덧입히면서.

 

 

아침이다. 극도의 초조감이 몰려온다. 이제 남은 방법은 없었다. 내가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자살골을 넣고 있는지를 따져 묻고 의미를 파헤치기 이전에, 당장 이제는 더 이상 갈 곳도, 버틸 여력도 없다.

 

 

나는 다시 그녀의 몸에 내 몸을 포갠다. 마지막 섹스라고 생각하니 흥분이 배가된다. 그녀의 가쁜 숨과 평온한 젖가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고자 애써본다. 그러나 역시, 아무 것도 없고 모든 것은 시시하다. 그녀는 그저 곧 영어회화 스터디에 출석해야 하는 구직자이며 나는 갈 데 없어 징징대다가 이제 돌아가는 게 순리라고 인정해버리는 나약한 탈영병일 뿐이다. 인생은 파일이다.

 

 

후우. 호흡을 길게 삼킨다. 의외로 담담해진다. 사실 방법이 없었다. 계획되지 않은 탈주였고, 쪽대본 드라마보다 못한 즉흥극이었다고 치자. 부대로 돌아갈 마음을 먹고 조금의 망설임도 스스로에게 주지 않기 위해, 담배 딱 한 개비만 들입다 피우고 밖을 나온다.

 

 

그녀가 향하는 스터디 장소가 있는 대학 캠퍼스로 가기까지는 내가 돌아가야 할 부대 인근의 지하철역을 경유해야 한다. 우리는 함께 표를 끊고 지하철을 탄다. 한가한 일요일 오전의 지하철. 북적거리는 넥타이와 핸드백과 백팩과 지팡이 대신에 고고한 침묵이 흐른다.

 

 

봄볕이 따뜻하다. 뉴스에선 화창한 주말 오후 나들이를 하는 단란한 가족들이 나올 것이다. 광장에선 시민을 위한 문화축제가 있겠지. 대학생들은 시험과 리포트를 마치면 오월의 축제와 음주에 들뜨겠지. 밤에는 과외를 뛰거나 편의점에서 상품 바코드를 열심히 찍으면서. 샐러리맨들은 어김없이 월요병을 앓으며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할거고. 태양의 떨림과 바람의 울림은 가끔씩 그네들을 후벼내겠지. 그럴 때마다 한없이 쓸쓸함이 깊어질 수도 있겠지만. 다시 열심히 생의 도화지에 색을 입히고 좋은 거짓말들을 중얼거릴거야.

 

 

지하철은 이제 한강대교를 지난다. 하늘은 맑고 강물은 햇살에 반짝거린다. 하차역을 안내하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그녀의 손을 꼬옥 쥔다.

 

 

 

이제 내려야겠어.

응? 벌써 왔구나. 그래 잘 가! 잘 살구.

 

 

그녀에게는 내 정체는 끝끝내 숨기기로 한다. 인생이 파일이라면, 결코 봉인되지 않을 엑스 파일도 있을 것이니.

 

 

 

고마웠어요. 누나. 행복합시다.

근데 너 어제 말이야, 좀비라는 말...... 도대체 무슨 말인 거야? 그 사연이 참 궁금하다. 네가 그런 말한 사연. 꼭 듣고 싶은데. 왜 나한테는 말 못 하면서 누군가한텐 그토록 하려 한 거니?

 

누군가...라니?

너 술 확 취하다가 확 깨는 스탈이지? 방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기억 안 나나봐?

 

 

 

하긴 어젯밤 날려먹은 오만 원을 생각하면 부인할 순 없다. 그런데 누군가, 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누군가한테 내가 뭘 말했다는 거야?

 

 

 

하. 너 어제 나한테 한참 떠들다가 갑자기 잠깐 엎어져 넘어졌잖아. 그리고 울고불고 난리치다 밖에 나왔을 때 나한테 핸드폰 달라고 하곤 어딘가에 막 전화하던데? 옛날 여자친구라도 되나봐? 그리곤 계속 통화하면서 울던데. 오 분 쓴다하곤 삼십 분 넘게 통화한 거 알아?

 

 

 

...... 그럴 리가 없었다. 나는 만약을 대비해 내가 아는 이들의 핸드폰 번호를 모조리 메모지에 적어놓은 채 통화를 할 때마다 기록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공중전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게 될 일은 처음부터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통곡을 하면서 전화를 걸어 하소연할 만한 지인이라면....... 문득 등 뒤로 섬뜩한 기운이 흘렀다.

 

 

누나, 핸드폰 통화목록 좀 보여줘봐. 누군지 모르겠어.

여기.

 

 

 

처음보는 번호였다. 다시 전화를 해볼까?

 

 

 

내가 전화 걸어볼까? 근데 너 이제 여기 내려야하잖아.

 

 

 

아니, 이 번호의 소유자가 누군지는 알아야겠다. 그녀의 핸드폰 통화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잠시 맞은 편 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남대문시장에서 파는 듯이 보이는 가죽점퍼에 통 큰 청바지를 입은, 턱이 둥글한 얼굴의 두 남자가 나를 가리킨다. 이런 시발. 정정해야겠다.

 

 

인생은 파일이고 유리벽이며

 

 

개그다.

 

 

 

나는 뛰기 시작한다. 그래봐야 지하철 안에서 어딜 간단 말인가. 하긴 모든 도망자들은 원래 막다른 골목이 오더라도 도망가기 마련이다. 당신이 인생의 뻔한 벽을 부수고 텅 빈 도화지에 색을 칠하는 것처럼. 그래봐야 뻔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첫 번째 칸까지 뛴다. 곧, 손목에 금속의 냉기가 퍼진다. 내 등을 짓누르는 남자의 손에서 싸구려 스킨향이 코를 찌른다. 문이 열린다. 근데 시발, 도대체 그 번호는 누구 거야? 이것도 밝혀지지 않을 엑스 파일에 남아버릴까.

 

 

 

<끝>

 

 

응모자 성명: 박 재 혁

연락처          :  010 -7624-0338

E.mail            : crom0038@naver.com

  • profile
    korean 2014.11.21 16:31
    그 옛날 티비 시리즈 엑스파일을 즐겨봤지요.
    그 때문인지 반가움이 앞서는 제목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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