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라미는 동물원에 한 달에 한 번씩 갔다. 어떤 달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동물원에 가기도 했다. 동물원의 입장료를 받는 사람들도 이제 라미를 다 알았고 한 달에 한 번씩, 5년을 넘게 동물원에 다닌 라미를 동물원측에서 라미는 이제 마음껏 무료로 동물원에 입장해도 좋다고 허락을 해 주었다.
라미는 열 살부터 동물원에 가기시작해서 이제 열다섯 살이 되었다. 그녀는 동물원의 많은 동물들 중에서 기린을 좋아해서 기린우리로 가서 기린을 늘 바라보다가 오곤 했다. 라미는 기린의 우리(명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기린을 바라보았다.
라미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에는 동물원이 없기 때문에 동물원이 있는 곳 까지 가는데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삼십분 정도가 걸렸다.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갔지만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혼자서도 잘 갔다 오게 되었다. 동물원에 가는 날이면 라미의 집에서 동물원에 연락을 하고 시간 안에 무사히 도착을 하면 동물원에서 라미의 집으로 연락을 주었다.
교복을 입고 평일에 기린을 보러 가는 날도 있었고 주말에 사복을 입고 간 날도 있었다. 기린을 보고 있으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벅찬 감동 같은 것이 마음속의 깊은 부분에서 일렁거렸다. 긴 목은 하늘 높이 올라가 있고 가늘고 긴 기린의 다리는 한없이 연약해 보였으며 기린의 눈은 아기의 눈처럼 까맣고 모순되지 않는 자연이 있었고 불의라든가 정의라든가의 관념적 의미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라미는 기린을 통해서 어린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일종의 성숙함을 보았다. 타인의 이야기는 기린이 있는 높은 곳까지 닿지 않았으며 기린이 가지고 있는 색체는 인간이 물감으로 표현해내지 못 할 순수한 색이었다.
라미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전반에 대해서 기린처럼 무신경한 듯 순수한 목과 기린의 눈과 얇은 다리는 하나하나의 독립된 객체로서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라미의 마음에 작은 감동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라미는 언젠가부터 기린에게서 기묘한 무력감 같은 것이 엿 보였다. 완벽한 듯 보이는 기린에게 무력감이 보인 것은 열세 살이 되던 무렵 아직 6학년 때에 라미는 기린에게서 알 수 없는 무력감을 보았다. 그때부터 라미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그 무력감은 눈처럼 조용히 쌓여 라미의 마음에 커다란 앙금으로 남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중학생이 되었다.
“동물원에서는 나를, 내가 동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동안 동물원에 꾸준히 온 줄로만 생각하고 있어. 실은 그게 아닌데 말이야.” 라미는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동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전부 다 좋아하는 건 아니야. 난 기린을 좋아했어. 기린을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희열 같은 게 느껴지는 거야. 그 기분은 굉장했어. 엄마아빠도 기린을 보러 동물원에 가는 것이 내 유일한 취미인 것에 큰 불만은 없었지.” 이번엔 빨대로 라미는 콜라를 한 모금 또 빨아들였다.
“그런 기린에게서 무력감 같은 것을 보았고, 그 후 난 결심을 했어. 난 동물원에서 기린을 탈출시키기로 한 거야. 하지만 그로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서 널 부른 거야. 나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 라며 라미는 자신의 방에서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라미의 친구는 카세트테이프에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겟백을 들으며 라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친구는 겟백이 끝나면 카세트테이프를 돌려 다시 겟백에 맞추어서 노래를 들었다.
라미의 얼굴이 왠지 아직 덜 자란 아기기린의 얼굴 같다고 친구는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야. 기린을 탈출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기린을 탈출 시킨 다음, 그 다음 어떻게 할 거야? 기린을 집에 데리고 올 수도 없고 데리고 온 기린이 우리의 비틀즈 노래를 싫어 할 수도 있잖아. 비틀즈 노래를 싫어하는 기린을 상상할 수 있겠어?” 친구는 시큰둥하며 라미에게 말했다.
“넌 중학생 주제에 잘 도 비틀즈에 빠져있구나.” 라고 라미는 친구에게 말했다.
겟 백. 이라고 친구는 말을 했다. 라미는 친구의 말을 듣고 깊은 고민에 잠겼다. 기린을 탈출시키는 것 까지만 생각을 했지 그 이후는 없었다.
수요일의 한적한 오후에 학교를 마치면 버스를 타고 동물원에 간다. 언제나처럼 가방을 등에 둘러매고 동물원의 매표소 앞에서 동물원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간다. 울러 맨 가방 안에는 아카시아 잎과 꽃들이 잔뜩 들어있다. 기린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기린은 오전 일찍 이거나 저녁에 활동을 함으로 해서 동물원이 문을 닫을 때까지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해가 어스름 저물고 어둑어둑 해지고 청소가 끝나고 사람들이 없어졌을 때 라미는 순수한 아름다움의 긴 목을 지니고 있는 기린을 데리고 기묘한 무력감에서 탈출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라미의 기린을 탈출 시키다. 의 전모였다. 어설픈 작전 이후의 계획 따위는 없었다. 친구는 비틀즈의 겟백이 나오는 부분을 억지로 카세트테이프를 돌려서 맞춘 다음 볼륨을 높였다. 라미의 무력감이 더욱 깊어졌다.
“라미야 그렇다면 말이지. 기린의 언어를 배우는 거야. 그래서 일단 네가 좋아하는 기린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거지. 중요한 건 말이야. 라미 너의 말대로 기린이 깊은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탈출을 시켜도 되지만 만에 하나 기린은 나름 동물원의 생활을 만족하며 살아왔을 수 도 있어. 잘 생각해 봐.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그들은 초원에서 언제나 맹수의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잖아. 동물원의 기린들 보다 유난히 더 마르고 더 길게 보였어. 그러니까 매일매일 중간고사 같은 걸 보는 학교에서 살아가는 우리들과 비슷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하지만 동물원에서는 맹수들에게 공격받을 일은 없으니까 말이야. 그 이 외의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우리들이 잘 알 수가 없잖아. 라미 네가 기린을 좋아하니 그들의 언어를 배워서 이야기를 해 보는 거야. 어때?”
라미는 발자국이 심한 눈 내린 마당 같은 얼굴을 하고 친구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날 이후 라미는 기린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백과사전을 찾아보고 모자라면 도서관에서 기린에 관련된 서적을 읽었다. 기린이 낙타나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린은 참으로 신기한 동물이었다.
그들은 물을 먹지 않고도 오래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달리면 시속 48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고 했고 헤엄을 전혀 치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영을 전혀 못하는 동물이라니. 기린을 탈출시켜 기린의 목을 타고 강을 건너기로 한 계획은 접어야 했다. 그리고 기린은 세상에서 가장 혈압이 높은 동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려 심장이 3~3.5미터나 되는 경동맥을 통해 뇌에 까지 혈액을 밀어 올리기 위해서는 큰 힘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구나, 하고 라미는 생각했다. 기린이 내는 소리는 너무나 작고 미흡해서 사람들은 잘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한다. 라미는 그 작고 미약한 그들의 언어를 알아들어야 했다. 자주 가는 동물원에 있는 기린도 라미를 알아보는 듯했다. 라미가 가서 기린을 부르면 한 마리밖에 없지만 그 기린은 세상에서 제일 긴 혀를 날름거리며 라미가 내미는 나뭇잎을 받아먹곤 했다. 기린은 언제나 가장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무력감을 잔뜩 지닌 채 라미와 마주 대했다.
라미는 그 기린을 탈출 시켜야 했다. 동물의 왕국에 기린이 나오는 장면은 비디오로 녹화를 해서 꾸준하게 돌려서 보았다. 기린은 입을 좌에서 우로 돌려가며 소리를 낼 때는 아주 기묘한 소리를 내었다. 수컷이 구애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기린은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라미는 입술을 기린처럼 돌려가며 작은 소리들을 내는 훈련을 했다. 애기기린은 염소 같은 소리를 냈지만 라미가 탈출시키려는 기린은 어른 기린이었다. 무엇보다 기린들은 초저주파로 의사를 소통한다는 것이다. 초저주파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20헤르츠이하의 소리로 진동이 매우 느리다는 것을 라미는 알았다.
코끼리도 흰 수염고래도 초저주파로 그들의 언어를 전달한다고 했다. 라미는 파이프오르간이 초저주파를 낸다는 것을 알고 오르간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매일매일 오르간의 소리를 듣고, 오르간의 소리를 따라하고 기린의 언어를 습득하는 훈련을 했다. 교회 안 오르간의 소리는 공기를 따라서 5에서 50헤르츠에 이른다는 것을 알았고, 라미는 자신의 두성의 소리를 구강을 통해서 그 엇비슷하게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오르간이 내는 초저주파 소리는 라미의 마음을 묘하게 흔들었다.
슬픔, 소름, 불안감등의 감정이 동물원 기린의 무력감이라는 모양새로 라미에게 전해졌다. 라미는 오르간이랑 대화를 하듯이 자신의 두성에 있는 소리를 피리를 작게 부는 듯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들은 교회의 한 공간에서 만나서 하나의 예리한 정감 같은 것을 만들어 냈다. 라미는 그렇게 오랜 훈련을 끝내고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이제 동물원에서 기린을 탈출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아니 탈출시키기 전에 기린의 언어로 기린의 마음을 들어 볼 수 있었다. 일 년 동안이나 동물원에 가지 않았다. 동물원에서도 라미에게 연락이 왔다. 왜 오지 않느냐며 전화가 왔었다. 라미는 부모님을 통해 공부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동물원사람들을 안심 시킨 후 일 년 동안 기린의 언어 습득을 위한 훈련을 했다.
수요일이었다.
라미의 가방에는 아카시아 잎과 기린이 좋아하는 꽃이 잔뜩 들어있었고 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았다. 운전사는 부부싸움을 하고 나왔는지 미간의 골이 상당했다. 라디오는 껐는지 버스가 정차를 하면 버스 안은 고요했다. 엔진소리가 컸지만 조용한 것은 어딘가 모르게 비정상적이게 느껴졌다. 라미는 창밖을 통해서 초저주파를 내는 소리를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한 번 생각 해 보았다.
가을로 깊어가는 날의 하늘은 흐리기만 했다. 누군가가 때 이른 귤을 까먹는지 귤껍질의 향이 버스 안에 퍼졌다. 아이를 업고 여성이 버스를 탔고 자리에 앉자 아이는 서럽게 울어댔다. 흐린 하늘을 심심하지 않게 하는 건 전봇대의 전깃줄뿐이었다. 기린은 왜 인지 라미에게 존재양식 같은 것이었다. 기린의 언어를 습득하는 동안 타인을 관찰하고, 느끼고 부탁중심의 총체적 균형이 자신에게 존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린은 어쩜 내가 아플 때 기린도 아파했을 지도 몰랐다. 그렇게 라미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동물원의 기린과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기린의 느낌과 감정을 헤아리고 라미 자신의 욕심이나 욕구를 바로 보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버스는 동물원 가까이 다가왔고 라미는 동물원의 매표소에서 인사를 했다. 동물원의 사람들은 라미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지만 무엇인지 모를 이질감의 웅덩이 같은 것이 사람들에게 보였다. 라미는 총총 걸어서 기린이 있는 곳으로 갔다. 수요일 오후, 흐린 가을날의 동물원은 그다지 동물원 같지 않았다. 분명 동물들도 흐린 날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태양의 빛이 동물원 가득 내려와서 반사되고, 다시 부딪히고 동물들의 몸에도 내려앉고 또 반사하고……. 그런 순환이 있는 맑은 날을 좋아할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잿빛구름들이 가득한 날은 동물원에서 솜사탕을 먹는 것도 맛이 나지 않는다.
라미는 기린이 있는 울타리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기린은 없고 그저 기린의 부재가 남긴 알 수 없는 공허한 형태만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나 싶어서 라미는 기다렸다. 라미는 두성으로 조용히 초저주파로 소리를 내었다.
-안녕, 난 라미야. 기린아 난 너와 감정을 나누기 위해 독특한 너희의 언어를 터득했어. 내 소리가 들리거든 얼른 나와 주렴-
피리를 부는 듯 한 작은 소리를 기도를 통해서 흘려보냈다. 하지만 십 분이 지나도 기린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다시 십 분이 지나자 다른 울타리의 동물들에게서 끼잉끼잉, 쉐엑쉐익 하는 소리들이 들렸다. 동물원이 동물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들어찼다. 라미는 고개를 들어서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라미의 옆에 와서 섰다. 그는 기린의 우리를 청소해주는 할아버지였다.
“라미야, 그동안 안 와서 걱정했는데 오늘에서야 와 주었구나. 그래 공부는 열심히 했냐.” 라고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럭저럭이요. 할아버지, 그런데 기린은 어디 있어요?” 라는 라미의 말에 할아버지는 대답을 정리하는 듯 생각에 잠겼다.
“화이트 엔터벨럼은 6개월 전에 나이가 많아서 죽었다. 너에게 연락을 해야 했지만 우리들은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단다.” 할아버지는 기린의 우리를 보며 라미에게 말했다.
라미는 자신의 작은 손을 쥐었다.
“기린은 꽤 똑똑한 동물이지. 특히 화이트 엔터벨럼은 더 똑똑했어. 그 녀석은 죽기 전까지도 널 기다린 모양이야. 그녀석이 5살에 이곳에 와서 21년 정도를 살았으니 꽤 오래 버티고 있었던 거야. 기린을 괴롭히는 동물은 사자와 인간뿐이야. 그나마 사자는 배가 고플 때만 기린들을 괴롭히지만 언제나 사자의 마음대로 기린을 덮칠 수는 없어. 인간만이 원하는 대로 기린을 포식할 뿐이지. 하지만 동물원에서는 화이트 엔터벨럼을 가족처럼, 아들처럼 보살폈어. 그 점은 화이트 엔터벨럼도 알고 있을 거야.”
기린이 언제나 서 있던 곳은 기린의 형상이 투명인간이 되어 그곳에서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것처럼 서 있었다. 화이트 엔터벨럼이 서 있던 시간이기도 했고 공간이기도 했다. 기린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투명의 모습이 요정이 되어 상념으로 그곳에 떠돌고 있었다. 라미는 눈물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 녀석은 너를 줄곧 기다렸어. 나는 그걸 알 수 있었지. 아마 너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야.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지는 몰라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한다는 건 알 수 있었어. 너의 눈은 화이트 엔터벨럼이랑 아주 닮았어. 그 녀석은 마지막 눈을 감지 못하고 죽어 버렸지. 꽤 스산한 봄바람이 부는 밤이었어. 네가 놀랄까봐 그때는 연락을 하지 못했어. 너도 그 녀석을 아주 많이 좋아했는데 말이지. 그렇게 되어버린 거야.”
라미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부재가 전해주는 마음의 떨림을 느꼈다. 기린의 언어는 폭력적이지 않은 감정의 대화였다. 연민이었으며 존중이 가득 들어찬 언어가 기린의 언어였다. 라미는 기린의 부재가 커다란 공백이 된 공간을 쳐다보며 오랫동안 서 있었다. 어둠에게 흐린 하늘에 떠 있던 태양이 하루를 반납하고 동물원의 문은 닫을 시간이 되었고 라미의 부모님이 동물원 앞으로 라미를 데리러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라미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초저주파로 했다.
-안녕, 이제 다시는 동물원에 올 일이 없어졌어. 너를 만나서 행복했어. 너에게 비틀즈의 겟백을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이제 안녕- 라미는 발길을 돌려서 기린의 우리를 벗어났다. 코끼리 우리를 지나칠 때 어디선가 주파수 같은 소리가 라미에게 전해졌다.
-화이트 엔터밸럼은 줄곧 너를 기다려왔어. 오래전부터 너에게는 하나의 마음이 전해질 거라고 했어. 그리고 엔터밸럼은 너에게 선택되었다고 말했어. 언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줄 거라고 우리들에게 말하곤 했어. 엔터밸럼도 너를 알게 되어서 행복해. 라고 했어. 작은 네가 동물원에 왔을 때부터 그는 너를 좋아했어. 너에게 아카시아 잎을 받아먹으며 그리고 동물원을 떠나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동물원이라는 곳에서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어. 그는 너도 알다시피 굉장한 무력감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낸 거야.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선택이나 너를 기다리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했어. 우리들 모두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도 언제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그런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 엔터밸럼과 우리들을 대표해서 라미 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라미는 코끼리 우리 쪽을 보았다. 어둑한 동물원의 코끼리 우리 쪽에서 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한 번 들렸다.
이제 기린이 있는 곳에는 다른 동물이 들어차고 다른 동물들도 이곳에서 하나의 문명과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