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by 세곡동 posted Sep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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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경수는 잠들기 전에 알람이 제대로 맞춰져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오전... 맞고, 9... 맞네, 됐다.”

  그는 주말에는 항상 9시에 일어나지만, 꼭 알람을 다시 확인한다.

 혹시 잘 못 맞춰져 있진 않을까 해서이다. 하지만 알람이 잘못되어 있었던 적은 없었다. 경수 자신도 이 행동이 쓸데없다는 것을 알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아서 특별히 고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알람을 확인한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기위해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있으니,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며 잠이 조금씩 왔다.

  ‘오늘 지원한 아르바이트는 연락이 올까, 오늘 큰 맘 먹고 산 비싼 신발은 언제 신어볼까내일 아침에는 뭐 먹을까... 잠깐만

내일?‘ 경수는 오던 잠이 싹 달아났다.

  “, 내일 민철이 오는 날이었지.”

  “민철이가 몇 시에 오기로 했었지?, 몇 시였더라?”

  그는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다시 핸드폰을 켜고 민철이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봤다. 확인해보니 12시였다.

 

  경수는 민철이와 제일 친하고, 누구보다 믿는다. 민철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사이였는데경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둘 다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한다.

  한창 라쇼몬이라는 일본 소설을 좋아해서, 항상 들고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읽던 때가 있었다. 그 날도 경수는 쉬는 시간에 라쇼몬을 읽고 있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 라쇼몬이네? 너도 류노스케 소설 좋아하냐?”

  경수는 읽던 책에서 눈을 떼고 옆을 돌아보았다. 같은 반 민철이였다.

  같은 반에서 책을 읽는 친구를 본 적이 없는 경수는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 이 책 알아?

  민철이는 웃으며 말했다. “장난하냐? 천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누가 모르냐, .. 우리 반애들은 모르겠다.”

  경수도 같이 웃으면서 말했다. “맞아, 우리 반에서 책을 읽는 애를 본 적이 없어. 무식하게 공만 차기 바쁘지. 근데 너도 읽는 모습 한 번도 못 봤는데.”

  “하하 나도 학교에서는 안 읽어, 집중이 안 되거든.”

  “난 잘만 되던데? 아무튼 책 얘기 할 사람 생겨서 좋네!”

  경수는 진심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취미인 독서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었다.

  민철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특유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책만 보는 책쟁이가 반 애들하고는 왜 싸웠던 거야? 그것도 여러 번이나.”

  민철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경수는 웃고 있던 얼굴에 당혹과 난감함이 스쳤다.

  이 모습을 본 민철이는 경수가 당황한 것을 눈치 채고 말했다.

  “아 미안, 좀 불편한 질문인가?”

  비슷한 취미를 가진 민철이와 꼭 친해지고 싶었던 경수는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냐! 내가 좀 예민한 편이거든. 걔네들은 내 예민함을 건드렸고.”

  “그래? 많이 예민한가보네, 그 때 싸우는 거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나도 조심 해야겠다 야.”

  경수는 민철이가 자신을 피할까봐 불안했다. 그래서인지 조금 흥분해서 말했다.

  “, 아냐! 나도 심한 거 알고 요즘 고치려고 노력중이야!”

  “그래? 그 정도 예민함은 누구나 사춘기 때 겪는거지 뭐. 너무 신경쓰지마!”

  민철이의 말에 한결 안심이 된 경수는 화제를 바꿨다. “그런가? 근데 배고프지 않냐? 매점이나 갈래?”

  마침 점심이 맛없어서 조금밖에 안 먹었던 경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야 너무 좋아, 가자!”

 

  이 날을 계기로 둘은 친해지게 됐다. 평소 무덤덤하고 수더분한 성격을 가진 민철이는 경수의 예민함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주었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민철이가 고마웠던 경수도 최대한 예민함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물론 서로 읽은 책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  

  둘은 매일같이 방과 후에 학교 운동장 의자에 앉아서 책도 읽고, 책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읽던 민철이는 갑자기 책을 의자에 내려놓고 말했다.

  “근데 있잖아, 한동안 안 싸우더니 어제는 또 왜 그런 거야?”

  이 말을 들은 경수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대로 가면 민철이가 자신을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솔직하게 말했다. “, 그게... 우연히 창민이가 내 새로 산 신발 사진을 보게 됐는데, 이상하다고 해서... ”

  민철이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소리 높여 말했다. “아니, 신발이 이상하다고 해서 싸웠다고?!”

  “그게 아니라... 나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두 달 동안 힘들게 용돈이랑 알바비 모아서 산건데, 걔가 색깔이 우중충하다면서, 요즘 누가 이런 거 신겠냐고, 나 같으면 안사겠다고 그러더라고.”

  경수는 막상 말을 꺼내니, 계속해서 말을 덧붙였다.

  “실은 있잖아... 나 불안증세가 심해서 약 먹고 있어. 지금은 고치려고 노력 중이야. 그래서 창민이가 신발 욕한 것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잘 안됐지.”

  민철이는 그런 경수를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며, 은근슬쩍 한 번 더 물었다.

  “그랬구나, 그 정도인지는 몰랐네. , 그럴 수도 있지! 근데, 혹시 언제부터 그렇게 심해졌는지 물어봐도 돼?”

  경수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어떤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야. 예전에 우리 집에 도둑이든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문이 계속 잘 잠겼나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거든? 아마 그 버릇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싶어.”

  말없이 듣다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는지, 민철이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약은 맛있니?”

  그런 민철이를 본 경수는 장난으로 맞받아쳤다.

  “뭐래, 맛대가리 없어 진짜. 담임 잔소리를 약으로 만들어서 먹는 기분이야.”

  그 말을 들은 민철이는 아... 탄식하며 말했다.

  “그 정도라고? 힘내라 친구야. 아무튼 내일 보자.”

  일어서서 학교 정문으로 가는 민철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경수는 외쳤다.

  “사실 담임 잔소리보다 더 심해! 너 내일 12시에 우리 집 오기로 한 약속 안 까먹었지?!”

  민철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민철이가 오기로 한 날 아침이 밝았다. 9시에 일어난 경수는 평소처럼 반 쯤 감긴 눈을 하고 스마트 폰으로 SNS30분 정도 보고, 일어나서 씻었다. 물론, 씻으면서 코털이 삐져나오진 않았나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씻고 나와서 항상 같은 자리에서 아침을 먹고, 다 먹은 그릇을 설거지 한 후 항상 같은 자리에 그릇과 수저를 놓았다. 그는 자신이 아침마다 매일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모든 것이 무의식이 하라는 대로 하는 행동이었다. 눈에 띄는 강박 행동만 나름대로 자제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만의 아침 일과를 끝낸 경수는 소파에 앉아 TV를 봤다역시나 리모컨은 자신의 오른쪽 다리 옆에 놓았다.

 그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핸드폰은 항상 왼쪽 다리 옆에 놓았다. 오늘은 TV를 보면서 어제 지원한 아르바이트에서 연락이 왔는지 재차확인했다. 벌써 4번째이지만, 경수는 모르고 있었다.

  넋 놓고 TV를 보고 있던 경수에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띵디리디리동동동

  경수는 자신의 집 초인종 소리가 마음에 안 들었다.

  우선, 뭔가 비율이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싫었고, 멜로디가 촌스러웠다. 이 멜로디를 만든 사람은 분명 재능이 없어서 망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안 망했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까지 한 적도 있었다.

  경수는 엄마한테 초인종을 다른 걸로 바꾸자고 얘기할까?’ 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누구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문 열어!.” 민철이였다.

  경수는 문을 열고 반갑게 장난을 치며 말했다.

  “잘 찾아왔네! 발 냄새 안 나게 잘 닦고 왔지?”

  경수는 민철이에게 말을 하면서 이미 잠긴 문을 잘 잠겼나 다시확인했다.

  민철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며 무심코 경수가 어제 산 비싼 신발을 봤다.

  “, 너 얼굴이나 닦아~ 근데, 뭐냐 저 신발? 저거 XXX 꺼 아냐?! 이게 저번에 말했던 새신발이야?”

  그 말을 들은 경수는 갑자기 머릿속이 조금씩 까매졌다. 애써 불안한 표정을 감추고 말했다.

  “, ... 그건 그렇고, 우리 점심에 먹을 음식은 사왔지?”

  경수는 장난을 치며 다급하게 화제를 돌리려고 했지만, 민철이는 이미 신발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야 신발 진짜 예쁘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파랑색이야! 한 번 신어보고 싶네.”

  경수는 그 순간 많은 생각이 오갔다. ‘민철이가 파랑색을 좋아했었나? 신어보면 갖고 싶어 하는 거 아냐? 아 신발을 베란다에 넣어 놓을 걸, 신어보라고 해야 하나, 어떡하지.’

  경수의 당황한 표정을 봐서인지, 그냥 농담이었던 건지 민철이는 더는 신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거실로 갔다. 그 모습을 본 경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생겨버린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았다.

 

  민철이는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집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그런 민철이를 보며 경수는 핸드폰을 꺼냈다.

  “일단 뭐 좀 시킬까? 배고파?”

  “음 아직 그렇게 고프진 않은데, 일단 시키자!”

  경수는 평소 자주 시키던 중국집에 자장면 두 개와 탕수육을 갖다달라고 했더니, 주문량이 많아서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경수는 ‘30분이면... 1230분쯤 오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음 일단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경수는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 민철이 옆에 앉았다.

  TV에서는 영화를 하고 있었다.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배우가 나오는 액션 영화였다.

  둘 다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던 중, 경수는 그 배우가 신은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어제 산 그 신발이었다. 그 신발을 보니 경수는 불현 듯 다시 아까 민철이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야 신발 진짜 예쁘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파랑색이야! 한 번 신어보고 싶네.’

  그 생각이 떠오르면서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모습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민철이가 그 신발을 계속해서 쳐다보는 모습이 그려졌다가 사라지고, 그 신발에 대해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모습과 그 신발을 몰래 가져가는 모습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경수 자신도 이 것이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는 것은 알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집에 가서 민철이가 이 신발을 신고 사진을 찍는 모습, 이어서 그 사진을 SNS에 올린 후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가증스러운 모습까지도 떠올랐다.

  경수는 이런 새카만 생각들을 멈추기 위해 고개를 흔들어봤지만, 소용없었다. 망상은 잠시 흩어졌다가, 다시 경수의 머릿속을 스멀스멀 채워갔다.

  이런 경수를 본 민철이는 얘가 왜 이러나 싶어서 물어봤다. “왜 그래?”

  “, 아냐,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신경 쓰지마.”

  말을 마친 경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 서랍장에 있는 약을 꺼내 먹었다. 경수가 약을 먹는 모습을 보며 민철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게 네가 어제 말한 약이야? 무슨 불안한 일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먹는 거야!”

  하지만 이미 무언가 낌새를 차린 민철이는 계속 물었다.

  “이야기 해봐! 이야기하면 불안이 가라앉을 수도 있잖아.”

  경수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말했다.

  “실은... 아까 네가 한 신발 이야기가 계속 신경 쓰여서.”

  “신발? 아까 내가 예쁘다고 한 거? 그게 왜?”

  “네가 신발 예쁘다고 하면서 눈독 들이는 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불안해서.”

  이 말을 들은 민철이는 당혹스러웠지만, 그런 감정을 감추고 장난을 담아 이야기 했다.

  “그게 왜? , 혹시 내가 훔치기라도 할까봐 그래?

  경수는 미안한 표정인지, 불안한 표정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없이 민철이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마치 표정 짓는 법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

  민철이는 말없이 쳐다보고만 있는 경수를 보니, 이제 억울함과 동시에 화가 났다.

  자신은 나름 경수에게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자신을 도둑놈으로 보고 있는 경수에게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그 때 경수가 말을 꺼냈다.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싫은데, 자꾸 생각이 떠나질 않아.

  네가 그럴 애가 아니라는 거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욕심이 있을 텐데, 이렇게 마음에 드는 물건이 눈앞에 있으면 갖고 싶을 수도 있잖아.”

  민철이는 흥분한 나머지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래, 갖고 싶지. 하지만, 다른 사람 것을 훔쳐서 갖고 싶진 않아! 게다가 친한 친구의 물건은 더더욱!”

  분이 풀리지 않는 민철이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나는 우리가 꽤나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실망이다. 아니면 내가 평소에 별 말을 안 해서 만만해보였나 본데, 나 되게 자존심 강하거든?! 지금 네가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

  경수는 화가 난 민철이를 보며, 미안하면서도 당황했다. 더 당황스러운 건 민철이의 화난 모습을 보니, 머릿속이 더 새까매지는 자신이었다. ‘왜 갑자기 흥분을 하지? 너무 갑자기 화를 내네. 역시 찔리는 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철이가 다시 말했다. “너 불안장애가 있어서 약 먹는다고 했지?! 지금도 병 때문이냐? 나아지고 있다며! 노력하는 거 맞긴 하냐? 솔직히 전에도 지금이랑 비슷한 경우 몇 번 있었잖아.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네.“

  경수는 자신이 노력하고 있고, 많이 고쳐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자신이 평소에 불안하다고 느끼는 감정이 이제 정상인지, 아직 비정상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고, 지금 정상이라는 자신도 없었다.

  그 자신 없는 부분을 건드리는 민철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경수도 슬슬 열이 받았다.

  “야 말 가려서 해라. 내 불안증세 갖고 함부로 말하지 마. 그리고 지금 많이 나아졌거든?! 근데 네가 뭔데 그 따위로 말 하냐!"

  “아냐, 내가 보기에는 너 아직 그대로인 것 같은데, 평생 못 고칠 수도 있고!”

  민철이의 서슬 퍼런 칼날 같은 말이 경수에게 꽂혔다. 경수는 자신이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민철이가 후벼 파서 꺼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들어 올려져, 민철이의 얼굴로 향했다. ‘!’

  얼굴을 맞은 민철이는 소파 옆으로 쓰러졌다. 그 때, 경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화가 나면서도 미안했다. 그러면서도 새까매진 머릿속이 조금씩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먹을 들고, 달려오는 민철이를 보자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수는 민철이의 주먹을 피하고 다시 민철이의 얼굴을 계속해서 때렸다. ‘!, !, !’

  얼굴을 여러 대 맞은 민철이는 쓰러져서 얼굴을 부여잡고 신음했다. 그러자 경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자신의 새까매졌던 머릿속이 비가 갠 아침처럼 다시 하얘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민철이를 때린 것이 너무 후회가 되고,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때, 마침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띵디리디리동동동배달시킨 짜장면 가게였다.

  경수는 민철이와 현관문을 번갈아 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가서 문을 열어줬다.

  “19000원입니다. 카드시죠?”

  “, 여기요...”

  배달원이 카드를 긁으면서, 안에 쓰러져있는 민철이를 봤다.

  “저 분 괜찮으신 거에요? 아파보이시는데.”

  “, 그냥 뭐... 다 됐어요?”

  배달원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경수와 민철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 , 그럼 맛있게 드세요.”

  경수는 문을 닫고 한 번 더잘 잠겼는지 확인한 후, 민철이에게 갔다.

  “민철아, 괜찮아?”

  “......”

  “일단 약 좀 바르자.”

  경수는 서랍장을 열고, 약상자를 꺼내 들고 민철이에게 다가갔다. 약상자에서 반창고를 꺼내서 민철이 얼굴에 발라주면서 이야기했다.

  “미안하다 민철아. 내가 봐도 나 이상한 것 같아. 노력하고는 있는데, 아직 다 안 고쳐 졌나봐.”

  “...... 됐어, 나도 말을 심하게 한 것도 있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때린 건 좀 너무하지 않냐.”

  “정말 미안해,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갔어.”

  민철이는 상처가 아픈지,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서 경수의 약을 발라주는 손을 치우고, 자신이 약을 바르며 말했다. “너 진짜 이거는 고쳐야할 것 같다. 무서워서 같이 다니겠냐.”

  “맞아 고쳐야지, 일단 작은 불안 증세를 고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아래를 보며, 약을 바르던 민철이가 얼굴을 들고, 경수를 보며 물었다.

  “작은 불안 증세?”

  “, 사소한 것부터 다시 고쳐나가야지 제대로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약을 다 바른 민철이는 다친 상처가 아파서인지, 친구에게 맞았다는 정신적 충격이 커서인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렇게 1분 정도 지나고, 조용히 일어나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가려고? 자장면 왔는데...”

  “됐어, 입 찢어져서 못 먹겠다. 간다.”

  경수는 민철이와 제대로 된 화해를 안 하고 이대로 보내는 게 마음이 불편했지만, 차마 붙잡을 순 없었다.

  “그래, 조심히 가고 월요일에 보자.”

  민철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래

  민철이가 나가고 경수는 이미 잠긴 문을 다시 잘 잠겼는지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한숨을 쉬며 거실을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그 신발을 흘낏 보면서 지나갔다.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지원한 아르바이트를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켜려는 찰나, 까만 핸드폰 화면에 비친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경수는 자신을 보면서 이것도 아까 말한 작은 불안증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손가락은 움직이고 있었다.

 

이름 - 김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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