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포옹

by 물주머니 posted Oct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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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포옹

 

나는 체온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단서조차 없는 살인사건을 해석하려는 것과도 같았다. 마치 시체까지 사라진 살인 현장에 서있는 막막함과 잡을 뜬구름조차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같은 텅 빈 하늘에서 무언가를 잡으려고 헛손질을 하는 것과 같은. 물론 가만히 서서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지만, 그건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위해서는 철저히 무능해지고 만다. 그리고 오로지 생각만 할 수 있는 나는 애석하게도 몸의 어느 부위도 까딱할 수조차 없다. 나는 식물인간도 아니다. 오히려 그쪽 형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체온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말 그대로 생각만 있는, 인형일 뿐이다.

내 부모를 누구라고 생각해야 할까? 유전자로 만들어진 몸이 아니니 부모란 단어를 쓰는 것도 꺼림칙하진 않을까. 그러니 난 부모를 찾는 다기 보단, 내가 생각을 준 장본인을 궁금해 한다. 공장에서 나를 제조한 장인일 수도 있고 망토를 두른 주술사일 수도 있다. 정말 있기라도 한다면 신일 수도 있고. 만약 정답이 신이라면 그에게 무슨 뜻이 있는 게 아닐까. 그래도 명색이 신인데 인간을 만드는 마무리 과정에서 뼈마디 사이의 관절에 기름칠을 하고 숨결을 불어 넣어 주는 작업을 빼 먹었을 리가 있겠나. 물론 구약성서든 신약성서든 인간을 제조하는 레시피 따위는 적혀있지 않지만 오랜 시간동안 생각을 쌓다 보니 내겐 이런 상상력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내가 이렇게 백화점 의류 매장 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만 보는 것에 뭔가 대단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진 않는다. 이걸로 끝일 수는 없다. 내겐 다음 단계가 있고 나는 그곳으로 가야한다. 바로,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 지금까지 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각, 체온에 대한 생각. 인영이 곁에 바짝 붙어 있어도 나는 느낄 수 없는 그 체온이란 것에 대해.

인영은 내게 딱 붙어있다. 그녀는 기우뚱해진 나를 떠받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내 발뒤꿈치가 깨진 적이 있는데 그 후로 줄곧 인대 부근에 지지대를 달아 간신히 설 수 있게 된 신세였다. 이게 다 쓸모없이 부피만 크고 무겁기만 무겁기 때문이다. 부피와 무게, 그것은 존재의 가장 큰 흠이다.

체온이란 게 뭘까 하니 아마도 그건 부피나 무게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36.5도의 인체 온도는 내 10kg의 체중보다 훨씬 쓸 만할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뇌가 덜 썩은 시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분명 그 체온이 있나 없나가, 사람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핀포인트가 될 것이다.

인영이 금방 나를 일으켜 세우는 동안 나는 이 생각의 흐름을 타고 좀 더 고도의 사고 세계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머리가 울렸다.

!

짧은 비명 소리였다. 백화점 의류 플로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비명 소리에 다른 매장의 점원들이 매장과 복도의 경계선에 딱 붙어 선 채로 기린처럼 목을 쭉 뽑아 이쪽을 내다봤다. 지나가던 고객들은 놀라 굳은 듯 어정쩡한 자세로 탁 멈추어 섰다. 어떤 여자는 커피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유모차에 타고 있던 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면서 침묵이 깨지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모든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소리는 이쪽에서 났다. 당연히 난 아니다. 뭐 그럴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파트타이머인 소혜도 아니다. 소혜라면 차라리 어디 기대는 쪽에 가깝지 무언가를 떠 받칠만한 쪽은 아니다. 그 아이는 작고 가벼워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내 몸을 받칠 만큼 야무지지도 않고 체격도 튼튼하지 못하다. 곧 애 엄마가 되기엔 너무 비리비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명의 주인은 인영이었다. 인영은 하마터면 손이 미끄러져 나를 놓쳐 바닥으로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는 나이 탓에 조금은 아래로 쳐진 엉덩이를 한 손으로 포개어 덮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고 코에서 색색 소리가 났다. 더워 보였다. 인영은 더듬는 말투로 소리를 강하게 뱉어냈다.

,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인영이 내려다보는 곳엔 노인이 서있었다. 얼마 없는 머리숱이 제기 차기할 때 팔랑거리는 터럭 같았다. 노인은 하이힐 한 뼘 정도 높은 각도로 고개를 꺾어 인영을 올려다보며 도리어 당당하게 응수했다.

, 사람이었는감? 나는 마네킹인 줄 알고.

낄낄대며 노인은 손가락을 비비적거렸다. 꼼지락꼼지락 거리면서, 계속해서 손끝을 돌리고 있었다. 마치 방금 닿은 감촉을 잊지 않고 죽을 때 까지 가져가려는 듯 보였다. 손가락은 손가락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그 위로는 싱글벙글 광대가 회춘한 듯 올라가 있었다.

아니,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망부석마냥 가만히 서 있으래? 점원이 부산시레 돌아다니면서 고객들한테 이거 어떠냐, 저거 어떠냐 붙임성 있게 조잘대는 맛이 있게 움직여야 할 거 아냐, ? 그렇게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쭉 내밀고 요염하게 서 있으니 내가 오해할 만도 하지 않은가?

인영이 스 하는 소리로 호흡을 들이켰다. 내가 아는 한 인영은 이런 미개한 해프닝을 설렁설렁 넘기는 타입이 아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어느 정도의 억척은 있었기 때문이다. 인영이 호흡을 모아 된소리 발음을 담아 한 마디 하려는 찰나, 그녀는 노인의 어깨너머를 흘긋 보더니 떨어진 담배를 구둣발로 짓이기듯 치아로 입술을 씹었다. 인영은 어째선지 그냥 그걸로 끝내려 돌아서려했다. 그러나 그때,

아니, 잠깐. 아가씨. 뭐 빼먹은 거 없수?

주름진 목덜미가 씰룩이면서 틀니사이로 나온 걸쭉한 음성이 인영의 목덜미를 붙들었다.

나는 그 순간 촉각을 얻게 된다는 건 양날의 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과 같은 기분 나쁜 목소리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면, 사람으로 사는 건 가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한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늙은이 심장이 작은 소리에도 얼마나 깜짝깜짝 잘 놀라는데. 까딱하고 숨넘어갔으면 우쩔 뻔 했어? 처자도, 이 매장도, 이 백화점도 기냥 넘어가는 거야, 아는가? , 어디 말 다 했는감?

구경꾼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인영의 또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선글라스를 쓰고 팔짱을 척 낀 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쪽쪽 빨아 마시면서 팔자 좋게 관람하고 있었다. 아까 비명 소리와 동시에 커피를 쏟았던 그 여자다. 금세 마실 걸 새로 뽑아와 잘 보이는 자리까지 잡고 있었다. 군중들 틈엔 장래의 카메라 감독들도 있었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폼이 제법 그럴 듯했다. 백화점에 극장이 들어선 후로 영화 마니아들이 늘어났다. 관객들은 인영과 노인이 대처한, 아니 노인이 인영을 처형하려는 장면의 다음 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되는 순간에 인영이 하게 될 대사를 스크린을 보듯 관람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노인이 빙그레 웃었다.

다음부터 조심해. 그래도 나니까 이정도로 넘어가주는 거야. 알았어? 일 열심히 하고.

노인이 떳떳한 걸음으로 멀어졌다. 하나, 사건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손 주임이 왔다.

인영씨 인사부로 내려가 보세요.

손 주임은 인영의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시선이 낮았다. 방금 노인의 손길이 닿은 인영의 엉덩이를 빤히 보는 것이다. 손 주임은 의류 플로어를 건성으로 둘러보다 식당으로 올라갔고 인영은 인사팀 사무실로 내려갔다. 손 주임은 그곳에서 배를 채우고, 인영은 그곳에서 따분하고 의미 없는 교육이나 받게 될 것이다.

구경거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크레딧 따위는 없었다. 커튼콜이나 시사회도 없다. 여주인공이 불려나가 혼나고 있으니까 한창 바쁠 것이다. 하지만 크레딧 뒤의 추가 장면을. 나는 보았다. 노인이 인영의 엉덩이를 만졌던 손을 자기 늙은 가죽에 비비는 것을 말이다. 뜨뜻 하구만. 입모양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체온이란 것을 저 노인은 그렇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질문이 있다고들 한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이것을 내 경우에 맞춰 본다면 생각이 먼저냐, 몸이 먼저냐가 되겠다.

먼저 생각이라는 무형 물질이 떠돌다가 유형의 형태가 필요해서 마네킹으로 들어간 건지, 아니면 마네킹이 있었는데 생각이 나중에 들어온 건지 모르겠다. 모르지만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나름 고심을 기울였지만 이제 이런 의문은 세상 가장 쓸모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달걀은 프라이라도 해 먹을 수 있지.

생각을 가진 마네킹이란 게 일반 사람들의 관점에선 섬뜩할 진 몰라도, 어쩌면 사실 특이한 케이스가 아닐 수도 있다. 전국 각지의 백화점에 마네킹이 나 말고도 얼마나 수두룩한데 그 중 딱 하나만이 생각을 가진다는 건 좀 지나친 나르시시즘이 아닐까. 저기 저 등산복 입은 마네킹도 워킹 자세를 잡고 있긴 하지만 알게 모르게 지금 짱구를 열심히 굴리고 있을지 혹시 아나. 다만 서로 자기 존재를 드러낼 방법이 없을 뿐이다.

내가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는 내게 생각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옛날 그리스 철학자들을 떠올려보면 된다. 내가 그리스시대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 졌을 린 없지만 (꽤 구식 모델이긴 해도) 완전한 인간이 되고픈 욕구, 다시 말해 참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것이다. 말이 어렵다 싶으면 다 집어치우고 간단히 말하겠다. 지금 내 상태에 불만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싸늘하게 죽어있는 시체가 아닌 따뜻한 살결을 덮어 쓴 사람. 사람이야 말로 완전한 존재니까. 걷고 말하고 사람을 만지고 느끼고.

걷는 단계가 사람이 되는 최종 단계라면 나는 먼저 감각을 수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종일 가만히 앉아 신경을 집중시키면 일취월장할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감각을 얻기까지의 내 노력에 대해 말하자면 하룻밤정도를 새도 모자랄 것이다. 그래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할 수 있다. 일단은 청각부터 시작할까.

노킹온 헤븐스 도어. 청각이 뚫리기까지 우여곡절의 이야기에 제목을 붙이자면 이런 셈이다. 나는 다윈의 진화론을 믿는 편이다. 작은 것에서부터 고등의 능력까지 진화해나간다는 이론에 맞게 나 역시 걸음마 단계인 처음부터 모든 소리가 곧이곧대로 들리진 않았다. 생각을 막 시작할 무렵엔 진동 밖에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씩 음파의 진동을 가려내면서 감지한 진동을 머리로 생각하고 분석을 해 보게 되었다. 그 과정이 익숙해지면서 차츰 분석 과정에 착오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내 달팽이관과 고막이 마치 생긴 것 같이 소리들을 또렷이 분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진동이 머리를 똑똑 두드리니 청각의 문이 활짝 열린 의미라 할 수 있다. 철저히 머리의 능력 덕분인 셈이다.

시각도 빈곤하게 시작했다. 또 비유를 하자면 밥 로스 아저씨의 색칠 공부랄까. 진화론 첫 페이지의 아주 작은 무능력한 생물처럼 내 시각 역시 완전채로 시작한 게 아니었다. 원래는 색맹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무성영화와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처럼 흑백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운이 좋다면 좋았던 걸까. 백화점 의류 매장 한 구석에 멍청히 서 있다 보면 의도치 않아도 머릿속에 색깔들에 관한 지식들이 채워진다. 허구한 날 엿 듣게 되는 대화들이 늘, 이 옷 다른 색깔 없어요. 이 색 너무 나이 들어 보여요. 컬러 완전 구리다. 뭐 그런 말들이니까. 인영과 소혜가 고객의 피부톤과 옷의 색감에 대해 떠들어대면 귀에 못이 박히게 되는 법이다.

청각과 시각, 그리고 판단력과 고도의 사고력까지 모두 나만의 독자적인 오랜 시간 단련의 결과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단 하나 체온의 낌새가, 내겐 먼지 한 톨 만한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 것이다. 이만큼 했으면 못해도 조짐정돈 보일만도 한데 말이다. 더도 말고 피가 딱 한 방울만이라도 뭉클하게 솟아야 하는데. 그래서 오래 서있던 발가락정도는 저려줄 만한데 말이다. 하지만 반응은커녕 발 냄새 하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순간마다 나는 굴하지 않는다. 99도의 물을 끓게 하는 마지막 1도가 다 왔을지도 모른다. 깨달음의 끓는점에 다다랐을 때, 분명 나는 뜨거운 체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영이 인사부로 내려가고 자리를 비운 매장엔 파트타이머 소혜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 아이는 수능을 친 작년 겨울방학부터 일을 시작했다. 수능 점수가 형편없었는지 올 봄이 되어도 자연스럽게 출근을 했다. 업무 스타일은 엉망진창까진 아니어도 좌충우돌까진 된다. 무엇보다 아주 비밀스런 일을 감행할 때는,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 깨나 스펙터클하기까지 하다.

하필 유일한 목격자가 나였기에 망정이지, 만에 하나라도 다른 사람에게 걸리는 날이 오면 인영의 매장은 물론이거니와 백화점 전체가 뒤흔들릴 것이다. 범인은 이런 나의 존재를 꿈에도 모르겠지만, 나는 심지어 공범까지도 알고 있다.

소혜는 맞은 편 영캐주얼 매장에서 청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동갑내기 남자 직원과 그렇고 그런 사이다. 동료들도 모른다. 기껏 낌새를 눈치채봤자 어린 나이답게 가벼이 사귀는 사이 정도로만 볼 테지, 어쩌면 예비부부가 되리라는 사실을 알면 기절초풍들을 할 것이다. 개중 인영이 가장 심하게 충격 받지 않을까. 가끔 탱탱한 소혜의 피부를 부러운 듯 자주 만지며 갖고 노는 인영은 무단결근 급의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자기가 중학교에 막 입학할 때 갓 돌잔치를 끝낸 주제에 감히 먼저 인생의 선배 노릇을 하게 될 줄이야 라면서 말이다.

소혜와 청바지 남자, 둘 사이의 사내 데이트는 유별나다. 인영이 없는 걸 서너 번 더 확인하고 소혜는 콧구멍과 눈꺼풀을 찡긋하며 신호를 보낸다. 두 사람이 송수신을 주고받기 좋은 각자의 위치에 섰다. 소혜가 말을 던지듯이 물었다.

얼마?

삼십

청바지 남자가 맥없이 대답했다.

.

남자는 고개를 들지를 못했다. 숙인 채로 뭐라 중얼거리듯 변명하는데,

어쩔 수 없잖아. 이제 고딩 딱지 뗀 놈이 돈이라고 땡긴대 봤자 용돈 가불밖에 더 있겠냐? 그래도 나 집이랑 연 끊을 작정으로 이만큼이나 가져온 거야.

자랑이다. 그렇게 집이랑 딱 열 번만 연 끊어라. 그럼 나랑 맞먹겠네.

남자의 어깨가 반으로 접혔다. 남자가 움츠러든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소혜가 답답한 듯 말했다.

대책은 있겠지?

생각은 있어

자꾸 말끝 흐릴래? 뭔데, 말해봐

훔치자

청바지 남자가 어줍게 답했다. 그건, 생각이 없는 말이었다.

소혜는 들볶고 남자는 말을 먹고. 욕만 아니라면 아주 풍족하게 먹고 지내는 단란한 신혼부부가 따로 없다. 이렇다보니 항상 제대로 된 결론이란 게 나오지 않는다. 이번에도 기껏 나온 게 훔치자는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말을 꺼낸 남자 쪽은 말 뿐이다. 훔치는 쪽은 가녀리고 홑몸도 아닌 소혜였으니까.

에라이 이 화상아.

소혜는 이 악문 소리를 탕 쏘아붙이고 창고로 들어갔다.

마데 인 아메리카, 자판, 카나다, 게르만, 프란케, 아우스트랄리아

소혜의 말을 다시 해석하자면 제조국가 미국, 일본, 캐나다, 독일, 프랑스, 호주 이런 뜻이다. 영어를 읽는 파닉스가 불협화음의 엉망인 진동으로 들렸지만, 소혜의 목소리만큼은 얇고 둥둥 떠다니는 이파리처럼 싱그러운 진동으로 울렸다. 소혜는 이 나라 저 나라를 누비며, 등 떠밀려 하는 듯한 그 일을 은연중에 즐기고 있었다.

밖에서 청바지 남자가 안절부절 하는 한참이 지나서야 소혜가 뛰쳐나왔다. 소혜는 뭐에 홀렸는지 사주경계도 않고 반대편 매장으로 달려 들었다.

이거 봐. 오늘은 꽤 많아.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상자에 제법 쌓여있지 뭐야?

우와. 대박. 신난다. 이거 꽤 비쌀 거 같아.

이건 제법 무겁지 않아?

무게가 뭐가 중요해. 반딱반딱 빛나는 게 비싼 거야.

소혜는 바디감을, 청바지 남자는 광채를 각각 높이 평가했다. 나는 그 둘 중 어느 것도 평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싸구려니까. 외제 옷에 붙어 있는 큐빅이 두 사람의 눈엔 보석처럼 보였나 보다. 소혜와 청바지 남자는 상식을 초월할 만큼 순박했다. 아니, 세상물정을 몰랐다는 게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두 사람이 훗날 보석점에서 그것들의 가격을 평가받았을 때, 보석점까지 타고 온 택시요금도 채 안 나온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이 순간이 둘에게는 마냥 행복한 순간인 것이다.

오늘 바로 가서 팔자.

청바지 남자가 제안했다.

생각 좀 해. 이런 건 좀 묵혀뒀다가 팔아야 하는 거야. 여길 뜨고 나서. 덜미 잡힐 일 있어?

나도 생각 한다고

, 프란케의 스피노자라는 천체 물리학자가 했던 유명한 말 기억나?

글쎄. , 너 자신을 알라 아냐?

넌 정말 아는 게 뭐냐. 그건 공자님 말씀이고.

그럼 뭔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존재한다면 생각이라는 걸 좀 잘 해봐.

소혜의 말은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물론 논리의 역,,대우 관계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마지막 멘트는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실패한 철학이다. 나는 생각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너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나 우리 아기 이름 생각하고 있었다.

청바지 남자가 말했다.

어떤 이름?

금수. 금수저라는 뜻도 되고 손 수자를 써 금 손이라는 뜻도 돼.

자긴 정말 최고의 아빠야.

이 둘을 보노라면,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쩌면 생각이란 건 별 중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전두엽 세포를 내어주고서라도 하루빨리 감각 세포를 구해 사람이 되어야겠다.

 

언니! 헬프! 헬프!

소혜가 난리다. 인영이 딱하다는 표정으로 소혜에게 다가왔다. 한 십 초 전에 소혜가 내 옷을 갈아입히다가 그만 날 넘어뜨리고 그 아래에 깔리고 만 것이다. 소혜는 나랑 뒤엉켜 앉은 것도 선 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었다. 인영이 손을 뻗어 소혜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내 가슴팍을 대신 받쳤다. 그런 뒤 팔을 일자로 펼쳐 소혜를 옆으로 밀어내고 번쩍 밀었다. 마지막으로 발 하나로 내 인대에 붙은 지지대를 툭 차 맞추더니 금방 곧추 세웠다.

너는 뭘 시켜도 애가 똑 부러지는 맛이 없니.

이거 좀 바꿔달라고 해요. 무슨 백화점이 그지도 아니고 뭐 이딴 걸 고쳐 쓰고 있어.

소혜가 한껏 짜증을 부렸다. 안 된다. 조금만 더 버티면, 조금만 더 열심히 생각하고 고찰해보면 체온의 비결을 터득하게 될지도 모른다. 소혜야, 제발.

네가 실수해놓고 누굴 탓해? 그렇게 아낄 줄 모르다간 시집가서 고생한다.

언니보다 먼저 갈지도 모르는데요?

인영의 눈초리에 서리가 맺혔다. 가끔 소혜가 사리분별은 못해도 눈치는 제법 구십 구단이다.

, 언니. 근데 얘 고장 나면 어떻게 돼요? 가루로 만들어 버리나?

고칠 수 있으면 고치고 아님 폐기처분이지 뭐.

내 몸이 산산조각이 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건 또 생각이 먼저냐, 몸이 먼저냐의 문제로 되돌아오게 된다. 생각이 먼저라면 몸이 사라져도 또 다른 몸뚱이를 찾아 떠날 수 있다. 반대로 몸이 먼저라면 그걸로 끝인 거다.

다른 생각도 들었다. 이 마네킹의 형상이라는 건 단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생각.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선 고치 속에서 긴 시간을 참아야한다. 마네킹 형상의 고치 속에서 영혼을 살찌워 나가다보면 때가 온다. 적시를 맞춰 껍데기가 깨어지고 나선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진짜 사람이 기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가설일 뿐이다. 덮어놓고 선뜻 박살내 보기도 곤란하다.

나는 나름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데 소혜가 가까이 오더니 내 가슴을 또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까 그러는 바람에 난리를 피워놓고는.

너는 참 세상 살기 편하다. 가슴을 뗐다 붙였다할 수도 있고. 언니, 이거 언니나 내 꺼보다 크네요.

얘가 창피한 줄도 몰라. 사람들이 볼라.

소혜가 개의치 않고 계속 가슴을 빙글빙글 쓰다듬으며 말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넌 대체 뭐니.

소혜가, 평소에 생각 없다고 생각했던 꼬맹이가 내게 문득 묵직한 생각할 거리를 안겨 주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하자가 생기면 버려지는 물건. 사람이 되길 바라나, 그 바람 또한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는 불쌍한, 고체의 물건. 생각이 많아지면 기계처럼 열이 생길까. 과부화가 되면 체온이 싹틀까. 그런 헛된 희망마저 간절해지고 있는데 인영이 다가와서는 한 마디를 꺼냈다.

다 들을라.

마네킹이잖아요? 시체처럼 차갑고 딱딱하기만 한데 뭘.

그래도. 여기 이렇게 있잖니.

인영의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목소리는 이미 떠났다. 짧은 진동으로 잠시 머물다 흩어졌건만, 나는 계속 그 말을 생각했다. 소혜가 진지한 분위기를 못 참고 또 까불었다.

어떻게 보면 남자보단 여자 쪽에 가깝네요. 그것도 노처녀. 남자 손을 기다리지만 야속한 세월만 가느라 차갑고 딱딱해지는.

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소혜와 인영은 나이차가 꽤 나도 제법 아슬아슬한 수위를 타고 놀 만큼 지냈다. 그래도 가끔은 예의를 벗어난 캐릭터 덕분에 매장 분위기가 다채롭게 순환되는 맛도 있긴 있다.

폐점 시간이 됐다. 의류 플로어의 직원들은 각자 매장 앞에 정렬해서 폐점 알림 방송에 맞춰 깍듯이 목례를 올렸다. 정식적인 퇴근 수속을 마치고 직원들은 웅성거리면서 출구로 빠져나갔다.

언니, 낼 봐요!

소혜가 상큼한 목소리만 남기고 휙 떠났다. 퇴근 시간이 되면 급격히 밝아졌다. 청바지 남자도 점장에게 인사를 후딱 하고 급하게 빠져 나갔다. 저 싸가지 없는 놈 이란 소리가 점장 입에서 나왔지만, 청바지 남자에겐 점장보다 기다리느라 지친 소혜가 더 무서운 게 사실이란 걸, 오직 나만 알 것이다. 두 사람이 비상계단을 내려가면서 오늘의 수확물을 돌려 보며 히히덕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까 낮에 소혜는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며 오늘 퇴근하고 당장 가격을 알아보러 가자고 했다. 내일 그 두 사람이 어떤 표정으로 출근할지 얼핏 짐작이 갔다.

반면, 인영은 아직 매장 안에 있었다. 매장 안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이미 다 된 정리정돈을 괜히 한 번 더 매만졌다. 조명들이 하나 둘 꺼져가고 사람들마저 얼마 안 남았을 무렵, 매장 앞에 손 주임이 다가왔다. 감추고 싶은 관계가 예상치 못하게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건 소혜와 청바지 남자의 속사정뿐만이 아니다.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면 이렇듯 우연히 어떤 비밀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손 주임이 입을 열었다. 말투는 여전히 무뚝뚝했다.

많이 혼났어?

아뇨. 별로요. 나 괜찮아요.

내 집으로 가지.

피곤해서요. 우리 커피나 마시면서 이야기나 해요.

그러자 손 주임이 인영의 손을 가만히 잡고 말했다.

네가 필요해. 오늘 좀 춥거든.

인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보일 듯 말 듯, 배려하는 듯, 아주 살짝 끄덕였다.

시동 걸어 놓을게. 대강 거리 두고 주차장으로 와.

손 주임이 뒤를 돌아 걸어 나갔다. 인영은 그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손 주임이 잡았던 손을, 인영은 다른 한 쪽 손으로 쓰다듬으며 내 쪽을 돌아다봤다. 생각이 묘했다. 만약 체온을 느낄 수 없는 마네킹과 똑같이, 사람들도 체온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면 그건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인영이 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뭔가 허전한 기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슴팍에 쿵하고 얼굴을 묻었다. 나는 인영을 안아주려 했지만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이 새끼가 너 나 깔 본 거지?

의류 플로어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영캐주얼 매장에서 굵은 샤우팅이 터졌던 것이다. 청바지 남자가 귀가 축 처진 치와와처럼 겁먹은 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있었다.

십 원짜리 하나 훔치더라도 좀 치밀하게라도 해봐라. 넌 어째 하나부터 열까지 뭐라도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냐, ? 이 한심한 자식아.

삼십 만원이 전 재산이던 청바지 남자는 결국 매장 돈에 손을 대고 말았다. 어리숙하긴 해도 심성만큼은 곱다는 것을, 무엇보다 깡이 대답하지 못하다는 것을 점장은 믿었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별 볼 일 없는 놈에게 돈 관리를 맡기면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 거라 마음을 놓아 버렸던 것이었다.

청바지 남자는 드디어 알아차린 것이다. 동네 꼬마들 구슬 놀이처럼, 옷에 달린 구슬로는 행복해질 순 없다는 것을. 그 스스로도 눈앞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는 여자 앞에서 우물쭈물 거리는 주제에,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러니에 수치를 느꼈던 것이다. 수치심이 한도를 넘어가면 대담함을 낳는다.

일이 커지고 말았다. 결국 청바지 남자는 경찰차를 타게 되었다. 공과 사가 너무 분명한 결론에 직원들도 긴장하며 눈치를 보다 보니 의류 플로어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소혜는 그 모든 광경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네킹 보다는 어디가 고장 난 로봇 같았다. 자꾸 가려다 말고, 가려다 말고를 반복하며 주저하다가, 결국 모든 상황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소혜는 달려 나갔다. 다른 직원들로서는 아무도 그 이유를 몰라 그 광경을, 소혜가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미친 여자처럼 돌진하는 모습을 어리둥절하게 볼 뿐이었다.

손 주임이 인영의 매장에 왔다. 공적인 입장에서 왔지만 사적인 반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둘이 사귀나보죠.

그러니까 왜 따라 뛰쳐나갔냐고?

왜겠어요?

수수께끼 하자는 거니?

그게 궁금해서 온 거에요?

너한테도 징계가 미칠지 몰라. 내가 적당히 커버 칠 테니까 무조건 몰랐다고만 해.

소혜랑 그 남자나 커버 쳐 주세요.

내가 왜?

손 주임이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입술이 너무도 굳게 보였다.

임원들이 우리 사이를 의심하면요?

내가 절대 모르게 행실 잘 해뒀으니 걱정마.

결혼해요.

?

결혼해서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공개하자고요.

미친년. 너는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돼 보이나보지?

손 주임이 말을 끊었다. 언성이 커질 걸 의식했는지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대체 왜? 잠자리도 썩 내켜하지 않으면서. 내가 손만 닿아도 소스라치면서 무슨 생각으로 나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인영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가 인상을 다시 폈다. 단어를 고르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소혜가 따라가 봤자 뭘 할 수 있겠어요. 철창사이로 그 짓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거예요, 같이 옆에서 숨이나 쉬자고. 좀 기대 있자고요.

질린다. 지금 우리 얘기 하고 있잖아.

우리 얘기도 똑같아요.

손 주임은 거친 걸음으로 플로어를 울리며 사라졌다. 인영이 조금 창백해보였다.

폐점 시간이 되었고 인영은 매장 앞에 홀로 서서 안내 방송에 따라 반쯤 넋이 빠진 듯 기운 없이 목례를 했다. 직원들은 서둘러 퇴근을 했고 인영은 매장 안에 앉아있었다. 조명이 하나 둘 꺼지고 사람들의 발소리는 뜸해졌다. 그때 인영의 휴대폰이 울렸다. 소혜였다.

언니!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울먹이는 소리가 밀려왔다.

언니. 어떡해요. 합의도 안 해준대요. 감방 갈 거래요. 몇 년은 썩을 거래요. 어떡해요. 우리 집, 우리 애, 우리 남편 어떡해요. 바보 새끼. 뭣 하러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는 거야. 누가 돈 갖고 오래. 가난한 게 싫었다면 진작 떠났겠지. 그냥 같이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 건데. 있어주면

소혜의 울음소리가 어두워진 플로어를 울렸다. 나는 생각했다. 내 머리에 울리는 이런 진동은 처음 감지하는 것이라고. 인영은 언제부터였는지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었다. 소혜의 통곡이 끝나고 다시 플로어는 적정에 휩싸였다. 인영은 녹음 메시지를, 손 주임의 번호로 전송했다.

인영이 일어나 가까이,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머리를 쿵하고 가슴에 찧었다. 힘이 들어갔던지 발목의 지지대가 흔들려 기우뚱하고 말았다. 쓰러지는 나를 인영이 받쳐 안았다. 인영은 팔을 뻗어 나를 밀치지, 않았다. 그 상태로 머물렀다. 우린 서로 끌어안은 모양새가 되었다. 인영이 나를 안고 있는 건지 내가 인영을 안고 있는 건지 분명하지 않았다. 고정된 고개가 가리키는 인영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내 묵직한 무게감, 주변의 공기를 밀어내고 존재하는 내 무게를 인영은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나는 이미 줄곧 존재해왔던 것 같다. 다른 어느 때는 몰라도 지금 나는 인영이라는 사람의 텅 빈 가슴 위에 존재하고 있다. 어쩌면 애당초 사람이었던 것이, 마네킹이 되어버리고 만 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그러했다. 다음에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든 그것 또한 무게를 가진 한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곁에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 그렇게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겨울이 깊어졌고 이듬해 더 이상 나는 지지대 하나만으로 서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나는 지금 소혜의 말대로 정말로 가루가 되려 한다. 분쇄기로 들어가는 롤러 위에서 나는 최후의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체온을 얻겠다는 포부는 물거품이 되었고 체온이란 것이 정답이 아니란 사실도 깨달았다. 결국 실패의 연속에다 그 끝은 소멸되는 것이다. 이제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이 사라지면 내 생각은 어떻게 되는가다. 그날, 인영과 함께한 포옹을 잊지 못하는 한, 아마 내 몸이 사라졌을 땐 나라는 존재도 영영 없어지는 게 될 것이다. 분쇄기가 발가락을 씹고 종아리와 허벅지를 타고 점점 집어 삼키다가 배꼽과 가슴, 그리고 목까지 왔을 때 나는 그런 생각들을 했다. <마침>


Who's 물주머니

?

바보 온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