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공모 2편 (샤넬넘버5, 바벨탑위의 그녀)

by 문화한량 posted Dec 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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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넬 넘버 5




연극한다는 핑계로 대학로 뒷골목을 누비며


소주 한병과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연기의 연자도 모르면서


개동철학을 읖다보니 우수한 성적이 아닌 우스운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천운이었을까~ 90년대 중반 취업이 잘 되던터라 운이 좋게도


가고자 하는 대기업에 운좋게 입사할 수 있었다.


없는 실력에 정신없이 회사에 근무한지 6개월


더 운이 좋게도 부서 선배와 미국 뉴욕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러나 같이 출장을 가기로 예정돼 있던 선배가 출장가기 며칠 전,

갑작스레 가족상을 치르게 되어 같이 가기로 했던 미국출장을


혼자서 가게 될 상황이 되었는데~~

첫 외국 출장이고 큰 프로젝트라 회사에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았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결국 나 혼자 다녀오는 걸로 결정이 되어~~~

출장 날 공항까지 마중 나온 사랑하는 여친의 배웅 속에 떨리는 마음과

두려움 반, 자신감 반으로 출장길에 올랐다.




다행히도 나는 일정동안 큰 실수 없이 무리없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었고,

귀국길 전날에서야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겨 부모님의 선물과


8년간 연애하고 내년에 결혼하기로 한 여자 친구의 선물을 준비하러


뉴욕 시내로 나섰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부모님들의 선물을 스카프와 지갑세트로 마무리하고,


여친의 선물을 사려고 백화점 이 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생소한 이름의


제품들 속에서 많이 들어보던 이름의 제품을 발견하고, 별 다른 생각 없이


그 제품을 손에 들고 계산을 마친 뒤, 귀국길에 올랐다.



다음날 만난 그녀에게 출장선물이라며 잘 포장돼있는 꾸러미를 내밀었고,

그 꾸러미 안에서 나온 향수 샤넬 넘버 5를 본 그녀는


참 많이 기뻐하고 즐거워했다.

남친의 첫 출장 선물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느꼈는 지,

향기가 너무 좋다며 앞으로는 샤넬 넘버 5만 쓰겠다고


이 곳 저 곳 뿌려 보고 좋아했었던 그녀,

고맙다며 내 볼에 키스까지 마구 마구 해주었는데~~

선물을 해 본적도 여자 화장품, 악세사리 뭐 아는 게 없어서


그냥 생각없이 사준 향수를 그렇게 좋아하는 그녀를 보고

 

참 많이 미안했었는데~~



고2때 친구의 소개로 미팅으로 만나 연애만 8년,


그 동안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 변변한 선물을 해 준적이 없었다.

취업도 그녀가 먼저 해서 내가 졸업 후 취업 할 때까지


데이트 비용도 거의 혼자 부담하고,

군대 복무 시에도 강원도 인제까지 눈이 오나 비가오나


1달에 한번 씩 꼭 면회를 와주었던 내 여자 내 여인.

그런 변치 않은 그녀를 둔 나는 부대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며,

대대장님도 그녀의 이름을 알 정도로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여자

아니 우리 부대 최고의 여친이였다.





내가 제대하고 2년의 학교 생활을 더 할때도


퇴근 후 대학로 극단 어두운 객석에 앉아 말없이 날 기다려주던 그녀


항상 날 응원하고 믿어줬던 그녀였다.


졸업 하고 취업했을 때,

손수 고른 양복을 손에 들고 나타나 환하게 웃어주던


나보다 더 나의 취업을 좋아했었던 내 여자~~~

그 후 정말 그녀는 샤넬 넘버 5만 사용했고, 항상 그녀에게는 같은 냄새가 났다.

나 역시도 그 후로는 항상 6개월 정도 지나면 같은 그 향수를 선물했고,

그 향기로 인하여 퇴근 후 그녀를 기다리던 커피숍에서도


그녀가 들어와 내 뒤로 와 나를 살포시 안기 전,

난 이미 그녀가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만의 향기가 그녀가 왔다는 걸 늘 그녀의 모습보다 먼저 알려주었기에~~~


샤넬 넘버 5는 향수가 아니라 나에게는 그녀의 살내음이었다.


그 후~

그녀 부모님이 없는 틈을 타~처음으로


난 그녀의 집으로 잠행을 시도하여 그녀의 방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는데~

그녀의 집에서 같이 밥도 해먹고 밤새 놀던 그날 밤~~

그녀 방 한가운데 놓인 침대위에 누워 건너편의 거울을 보다


그녀의 화장대위에 있던


다른 많은 각기 다른 모양의 향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많은 향수들을 놔두고 항상 샤넬 넘버 5만 사용했던 그녀~~

그리고 더 날 미안하게 만는 건 내가 선물 한 그 향수는 받은 날


한번 사용하고 다시 포장해 화장대 한가운데 그대로 놔두고,


같은 샤넬 넘버 5를 따로 사서 사용하고

내가 처음 사준 향수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알듯 말듯한 이유를 그녀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나중 결혼해서 예쁜 딸아이를 낳아서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 선물로 줄거란다.

아빠가 엄마에게  처음 사 준 향수라구~~~

바보야~~그게 그때까지 향이 남아 있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상관없단다~빈병이어도 상관없다구~


그렇게 그녀는 코끝이 찡하도록 날 항상 미안하게 만들었다.





간만에 늘어져도 되는 토요일 아침~~

오늘따라 딸내미가 아침부터 날 귀찮게 한다.

모레가 개학날이니 준비할게 많으니 아빠가 도와달란다.

도와주기는~돈이 필요하단 이야기겠지~~~~

가을 학기에 맞춰서 입을 옷도 하나도 없고, 기숙사에 미리 짐도 부쳐야 하고


엄청 바쁘단다.


갖은 부산을 떨며,

아직도 잠에 취해 누워있는 나에게 커피를 내려와서 턱 밑에 갔다대고,


갖은 아양을 떨고 있다.

옷 사러 가진 이야기다.~~가증스러운 것~~

간만에 약속이 없는 토요일이라 푹 쉬고 싶었는데~~





집 근처 백화점 1층 화장품 진열장과 명품관을 둘러보며


딸은 탄성을 내지르며~ 여성만의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이 곳 저 곳을 쳐다보고 만져보고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딸을 지켜보며 난 하품을 하며 ~ 빨리 살 거만 사고 가자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가면 항상 하는 대사를 내뱉으며~~


입을 내밀고 투정을 부려대기 시작했고 잠시 후,

난 점점 힘이 빠지고~무기력증에 조금 있으면 닥칠

내 자산의 붕괴를 예견하며 시간이 지나갈수록


조금씩 짜증이 더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런 나의 말과 나의 일련의 행동들은 철저하게 무시당한 채~~

이미 우린 1층을 돌아 2층 3층~~5층까지 돌고 있었고~~

딸아이의 손에는 나의 지갑에서 갈취한 카드로 구입한 부산물들이


고급 포장백에 여러 개 나뉘어 들려 있었다.

그러기를 두 시간


이젠 딸아이도 미안 했는지 한바퀴만 더 돌고


점심은 자기가 사겠다며 식당가로 가잔다.

아빠 좋아하는 부대찌개를 사겠단다.

지가 내 카드를 쓴 게 얼만데~~부대찌개?

날~~강도~~


우린 그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 낄낄대며 팔짱을 끼고


윗층으로 가기위해 모퉁이를 도는 순간

반대편에 순간 낯익어 보이는 여인의 실루엣이 보인다.

누구지?

이미 노안의 초기 단계에 이른 눈알을 가진 나는


동공의 초점을 다시 바로 잡고,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옆에 같이 있는 아가씨를 동시에 스캔한다.



그녀는 좌우를 둘러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20여년전의 내 전부였던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금씩 내 앞으로 다가오는 그녀~~

그녀 역시 앞의 시선을 의식 했는 지,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고는~~

순간 당황한 듯 시선을 내리깔고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날 다시 쳐다보고는 살며시 웃음을 지어주며 앞으로 걸어온다.

내 옆에서 매장 앞 MBA 점퍼를 이리 저리 만져보는 딸아이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그녀는 가날프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우리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눈 빛으로~~


20년이 지나도 알수있는 우리만의 약속된 웃음으로~~



“당신을 많이 닮았네요~~참 좋아보여요~~”

"당신 옆에 있는 아이도 참 예뻐~~당신 젊었을 때 보는 거 같아~~"



참 많이 닮았다. 그녀의 20대와 많이 닮은 그녀의 옆 아가씨~~ 

우린 가벼운 미소로  입가의 희미한 떨림으로 마음속의 대사를 서로 전달한 후,

순간 엇갈려서 그녀는 그녀의 아이를 따라 옷 매장 안으로

나는 내 아이가 이끄는 윗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녀에게서 오래 전 낯익은  향기가 느껴졌다.

순간 난 그 향기를 간직하기 위해 숨을 들이키고 숨을 멈추었다.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머리에서 현기증이 날 때까지~~숨을 멈추고 있었다.


코로 전해지는 그 향기는 금새 날라가버렸지만~~


가슴의 먹먹함과  기억속의 그 향기가 어우려져 내 심장 언저리에서


오랜 시간 맴돌고 있었다.

20여년 전 그녀의 향기 아니 살내음~~



그녀는 향수 선물 그 후로 계속 이 향수만 사용하였고

헤어지는 마지막 날도 이 샤넬 넘버5를 뿌리고 나왔었다.

우린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로 10년간의 연애를 뒤로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지는 날, 대학로 싸구려 여관방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렇게 밤새도록 껴안고 울었다.

난 그녀를 안고 그녀의 향기를 가슴에 담은 채~~~


그녀에게 너무 너무 많이 미안해서 그녀의 등 뒤에 누워 한없이 울기만 했다.

이른 아침, 여관에서 나와 그녀와 나는 국밥 두 그릇을 놓고 ~~

한동안 말없이 밥알만 세다가 그렇게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정확히 22년만의 만남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TV를 보고 있던 아들 녀석이 누나의 양쪽 손에 들려 있던


쇼핑백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 지며,

평상 시 변성기 목소리의 두 옥타브 이상으로 ~~~~

”나는 ?“

그런 아들에게 난 어쩔수 없이 또 카드를 갈취 당하고 말았다.

아껴서 조금만 쓰라는 의미없는 대사를 뒤로한 채~~

또 내 자산의 한 귀퉁이는 이렇게 허물어져간다.



그녀의 친구가 내 후배인 녀석들이 있어서


몇해전 부터 난 가끔 그녀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와 헤어진 후 이듬 해,

그녀 부모님의 친구의 아들과 결혼해서 딸아이를 이듬 해 낳고


6년 만에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외국 명품회사의 중역으로 잘 살고 있다는 그녀,

후배 녀석들의 좌우를 오가는 프락치 짓으로 가끔은 소식을 들어 알고 있다.

그녀 역시 나 또한 16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두 아이와 이렇게 살고 있는 내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헤어진 후 한 번도 만난 적도, 연락한 적도 없다.


많이 망설이고 많이 보고는 싶었지만~~


알려면 다 알수 있는 곳에 서로가 살고 있고~~연락을 할 수 있었을텐데~~



헤어진 후 의식적으로 만날 자리가 생기면 난 자리를 피해왔고,


그녀 역시 그랬던 거 같다.


특히 몇 년 전 내가 이혼한 후,


그녀의 친구이자 내 후배인 한 녀석은 집요하게 둘을 엮어보려고 노력했었다. 


아직도 주변의 지인들이 우리 둘 사이를 지금도 우리보다 더 애타하는 건~~~~


온 지인, 회사 직원, 친구들 모두가 다 우리의 10년 모습을 지켜봐왔기에~~~~






난 아내와 이혼 한 후


난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한 사람이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16년을 같이 지내다 


갑자기 서류에 도장 하나 찍고 사라진 후,


나와 우리 아이들은 그 한사람으로 생기는 부족함을 채우고~~


또 빈자리로 얻어지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 까지~~~


열심히 노력해야했다.

 
이제는 아이들도 아빠의 애인이 궁금하고 아빠의 결혼에 대해 궁금해 하며

 
편하게 이야기할 정도로 편해졌지만~~~.




오늘 백화점에서의 본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가끔 생각날 때 마다 그리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았다. 그리고 마음이 편하다.



곱게 단정하게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나줘서~~~


단정하고 정돈돼 있었으며~~얼굴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 한 채~~


눈가의 미세한 주름만이 흘러간 세월을 이야기할 정도로~~


그리고 그녀의 체취까지도 그대로~~




방안 책상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이것 저것 생각해보니


난 아직도 그녀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게 많은걸 알았다.


헤어질 그때 당시, 166cm, 52kg 80B~~지금은 좀 더 나가보이던데 ㅎㅎ~~


그리고 그녀의 집 전화 번호와 삐삐 번호도 다 기억이 난다.


그땐 길가던 여성에게 부탁해서 집으로 전화를 했고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난 삐삐라는 성냥곽만한 매파 노릇을 한 기계가


우리의 만남을 수월하게 해주었으니까~~


뒷자리 0935


그리고 하나 더 잊을 수 없는 것, 그녀의 향기.


샤넬 넘버5.




오늘 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허가 난 강도 두 녀석에게 백 만원에 상당하는 금액을 갈취 당하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장소에서 몇 시간을 허비하였고


맛이 별로인 100만원 상당에 해당하는 부대찌게를 먹기도 했지만~~


20여년만의 추억과 향기를 얻을 수 있어서 그냥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 향기를 다시 맡을 수 있어 더 좋았다.


그냥 웃음이 나는 밤이다.


그 사람도 오늘 밤 나랑 같은 기분이었으면 좋겠는데~~



늦은 밤, 커피가 마시고 싶어 나왔다.


희미하게 불 빛이 새어나오는 딸 아이의 방으로 들어가서


딸아이의 화장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아이에게 한마디 건냈다.


”넌 샤넬 넘버 5 향수 그런 거 안 쓰니?“


무심한 나의 말투에, 딸아이 역시 무심하게~~


”우린 그런 거 안 써~~왜? 선물 할 사람 생겼어? 새 엄마 후보?“


”시끄러워~~자~ 학교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문으로 향하는 내 등 뒤로 우리딸~~ 내속도 모르고 한마디 붙인다.


”아빠 축하해~~난 누구든 환영~~대신 나랑 20살 차이는 나야돼~~


  그래야 같이 다녀도 새 엄마 티 안나니까~~~’



새 엄마 구, 헌 엄마고 간에 난 지금은 그런 거에 관심이 없다.


난 지금이 좋다.


다만 내 마음속 한쪽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잊혀져있던


내 첫 사랑의 냄새를 찾아서 행복하다. 


또 창밖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책상엔 좋아하는 선배가 준 좋은 원두로 내린 향 좋은 커피와


라디오에선 내가 좋아하는 가수 김동희의 썸데이가 흘러 나온다.~~


완벽한 밤이다. 그리고 행복한 밤이다.


그녀도 그랬음 좋겠다







바벨탑 위에 그녀



오후 5시 50분


오늘로써 일주일째다. 난 오늘도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집에서 커피숍까지 내 얇고 짧은 다리를 갈지자로 휘져으며


담배를 한대 입에 물고 걸어가다 보면 6시 정각.


커피숍에 도착해 일주일째 거품위에 꽃이 그려진 카푸치노를 한잔 시키고


그녀의 목소리가 그녀의 모습이 잘 보일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노트북을 펼친다.



난 시선을 노트북에 고정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내가 무슨 작업을 하는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난 노트북에 시선을 두고 나머지 모든 감각은 그녀를 주시한다.


그녀가 왔냐고?


그녀는 이 커피숍 주인이다.



참 목소리가 청량하고 눈이 이쁜 그녀~~


그러기를 두 시간이 지나면 난 노트북에 써놓은 내 글 나부랑이들을 저장하고


조금 남은 식은 카푸치노를 입에 훅 털어놓고 카운터에 잔을 건네며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 가벼운 눈 인사로 내 숨겨진 마음을 전달 하며


그녀의 커피숍을 나서 다시 집으로 향한다.


8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내 얇고 짧은 다리를 갈지자로 휘져으며 집으로 향한다.



항상 그 시간이면 나보다 조금 더 잘생기고,


조금 더 키가 큰 그녀의 남편 아니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소리없이 나타나 매장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옆에 나란히 서서 나누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보기 싫다.


그래서 남자가 도착하기 전 커피숍을 나온다.


남편인가? 아니야~~~


그럼 동생인가? 오빠?


그래 그냥 가족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내 생각처럼 조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그나저나 젠장 일주일째 글 나부랭이를 한줄도 못썻다.







오후 5시 50분


8일째다.


노트북 가방을 메고 오늘도 집을 나선다.


담배를 물고 그녀의 커피숍으로 가면서 그녀가 항상 같은 시간에 나타나


카푸치노를 시키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해봤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그냥 단순히 오고 가는 손님들 중


그냥 자주 오는 손님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더 오래볼 수 있으니까~~


내일부터는 시간을 바꿔봐야겠다.


감정의 노출은 서로를 피곤하고 힘들게 만드니까~~


나 혼자 나만이 느끼고 즐기고 싶다.


그냥 이게 편하다.


그녀가 먼저 대쉬를 하면 받아줄 수도 있다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 쓰잘데기 없는 나다.



오늘도 거품위에 꽃이 그려져있는 카푸치노를 시켰다.


무슨 꽃인지 잘 모르겠지만 8일째 보니 꽤 친숙해졌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ㅆ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오늘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을 열고 허접한 글 나부랑이들을 써내려 볼려고 애를 써본다.


오늘은 몇줄이라도 적어 내려 가야지~~


하~~머리속에 든게 없어 글을 쓸때마다 늘 곤혹스럽다.


별로 문학적 감성이 없는 나로서는 모든 생각을 집중해도 몇자 적어나가기가 힘든데~


모든 감각이 그녀에게 가 있으니~~


그녀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권사님~~어쩌구 하는것 보니 그녀는 교회를 나가고 있는것 같다.


남편도 있는것 같고 교회도 나가고~


평상시 같으면 정말 내가 좋아하지 않을 내 관심사 밖의 여자인데~~~


일요일 오전마다 문을 두드리고 교회 주보와 하느님을 믿으라며 장황하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바탕 설교 말씀을 전하시는 앞집 할머니가 생각났다.


하나님을 안믿으니 이혼을 하게되었고, 사탄의 꾀임에 빠져 담배와 술을


즐겨하게 되었단다.~~~나란 인간??


말씀을 듣다보면 나는 곧 지옥에 떨어져 불구덩이에서 온갖 고통을 당할것 같다.


하지만 당할때 당하더라도 난 일요일엔 늦잠을 자고 싶은데~~


분명 할머니는 이런 내 생각도 사탄의 꾀임에 빠져~주옥같은 하나님 말씀을



멀리하려는 것이라 이야기 하실거다.


교회를 안나가면 그렇게 된단다. 금방 불벼락을 맞을거 같다.


일요일 아침마다 침튀기며 나를 안스러운 눈으로 보시는 할머니 덕분에


일요일 오전마다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지옥을 경험한다.


요새 난 서천이라는 지역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예전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예전 흔적만이 남아있는 ~~~~서천이란 곳


어릴적 삼촌과 같이 가서 영화 킹콩을 봤던


우리 동네 삼선교의 동도극장을 많이 닮은 서천 극장도


지금은 문을 닫아놓은 양조장도~~


추레하게 조금씩 늙어가는 나와 참 많이 비슷한거 같다.


과거의 흔적~~지금의 모습~~그런것 들이~~


그래서 더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안굴러가는 머리를 굴려가며~~


글을 적고 있다.


책으로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야하기에~~~


노트북에 머리를 박고 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고개를 들고


요새 조금씩 말을 안 듣기 시작하는 내 사지를 억지로


지지개를 켜며 일으키는데 그녀가 내뒤에서 내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다 놀란 내 모습을 보며 죄송하다는 한마디만 하고


그녀는 카운터로 사라진다.


커피숍 밖


담배를 피는 공간에서 담배를 물고, 어쩜 그녀가 본 내용이


서천에 대한 글과 사진이 아니라,


추레하게 늙어가며 얼토당토한 사심을 가진 늙은 내 모습을 들킨것 같아


얼굴이 불그레해진다.

챙피하다~~


피던 담배를 꼭꼭 눌러끄고 안으로 들어와


주섬 주섬 노트북과 짐들을 챙기고 빈잔을 들고 카운터에 놓고


나를 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 가벼운 눈인사를 건내고 나가려는데~~


"서천~ 이쁘고 가보고 싶은 동네네요? 가보셨어요?"


카운터에 둔 커피잔을 치우며 지나가는 말처럼 툭 던진다.


순간 생각치 않은 말이 내 입에서 용감하게도 터져 나왔다.


내가 이리도 용감하고 당돌할 줄이야~~


"네 근간에 자주 다녔죠~~같이 가보실래요?"


말이 나옴과 동시에 난 내가 뱉어논 말에 순간 움찔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찰라의 순간에 내 뇌리에 이 위기를 극복할만한 수 많은 생각과


단어들을 생각하며 나의 짧은 머리로 열심히 조합을 하고 있었다.


"네~그럴까요? 사진을 보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락주세요~기다릴께요~"


내 짧은 머리에 가득한 생각과는 정반대의 답을 받은 나는 황급히


"네? 네 그럴께요~~그럼 "


가볍게 웃어주는걸로 내 떨리는 마음을 가증스럽게 위장하고 황급히 그녀의 커피숍을 나왔다.


하늘이 참 맑다. 어제도 이랬나?


가방을 쇼파에 던져놓고 선 채로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았다.


이번 토요일이 좋겠어~~아니지~~ 그녀가 괜찬은 시간을 물어보고 맞춰야지.


이런 저런 기분좋은 생각을 하며 달력을 바라보다가~


아~~~연락~~연락을 달라는데~~


난 그녀의 연락처를 모른다.


이런 줸장~~



저녁도 거르고 난 고민을 해댄다.



내일 가서 연락처를 물어보던가~~


아님 약속을 정하고 올까?


그녀가 마음이 변했으면 어쩌지?


그녀가 남편이 있는 여자면 어쩌지?


혹시 앞집 할머니처럼 그녀가 날 전도하려고 그런건 아니겠지?


아니야~그래도 일요일 오전마다 할머니 대신 그녀가


청량한 목소리로 지옥 이야기를 해주고


이쁜 눈으로 날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같은 교히 안다니는 사람들이 사탄의 꾐에 빠져 세상이 혼탁해지자


하나님이 세상을 물로 심판하셨고, 노아와 몇몇 사람들만이 살아남아


하나님과 맞짱을 뜨기위해 바벨탑을 쌓았다는 할머니 말씀이 생각났다.


나에게는 오늘부로 그녀가 하나님이다.


난 그녀의 짧고 강력한 그 말 그 메세지에~~


난 밤을 새워 가며, 바벨탑을 쌓았다 허물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초 저녁부터 켜논 TV는 혼자서 시간마다 주인공을 바꿔가며


밤새 웃고 울다를 반복하다 지쳤는지 지금은 뉴스가 나오고 있다.


TV속 뉴스 앵커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아파트 후분양에 관해


지껄여된다.


그런 앵커를 쳐다보며 멍하니 쳐다보며, 머리속으로는 난 내일 그녀에게 어떻게 지껄일까~~


좁은 침대위 이리저리 몸을 구르며 또 바벨탑을 허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