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by 최예지 posted Dec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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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 덜컥

여보세요? 여보세요?”

“_________________”

죽음이요? 죽음은…….그냥 죽는 거죠 별 거 있겠어요? 사실 어려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솔직히 열여덟 살한테 죽음이라니……. 이 정도면 된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저는 이제 시험공부 해야 돼서, 이만 끊겠습니다.”

세하는 조용히 전화를 끊으며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세하와 전화를 마친 의문의 여성은 다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띠 덜컥

여보세요? 아 씨, 장난전화야?”

“_________________”

어 생각 안 해봤는데, 힘들어도 그렇게 되고 사고 나서도 그렇게 되고, 갑자기 그렇게 되기도 하고…….”

청년은 중얼거렸다.

근데 왜 물어봐요? 뭐 설문조사 같은 건가? 저 이제 가봐도 되는 거죠? 수고하세요.”

청년은 담배를 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다.

--띠 덜컥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_________________”

혹시 나중에 전화해 주실 수 있나요? 지금은 전화를 받기 힘든 상황이네요.” 그렇게 할머니의 전화는 끊겼다.

.

.

.

전화를 끊은 뒤, 공부방으로 다시 들어간 세하는 어느 한 곳에도 집중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전화를 받은 뒤로부터 자신의 옛 기억들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세하는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 속에서 태어났다. 세하는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잘 지냈지만 세하의 마음은 외로움뿐이었다. 세하는 소심했고 상처를 잘 받으며 잘 웃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친구가 많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초등학교 시절은 잘 견뎌냈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세하는 처음으로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학년이 바뀌었을 뿐 성격이 여전히 그대로였던 세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기 시작하였고 자기가 혼자라는 사실에 매우 불안해졌다.어떻게든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였지만 친구들은 그런 세하를 피할 뿐 누구 하나 세하와 어울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세하는 누구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중학교 시절을 마무리하였다.

 

그 후 세하는 고등학교로 올라가기 전 자기 자신과 약속을 하였다. 항상 웃으려고 노력하고 표정관리도 하며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자고, 또 다른 나를 만들자고, 그렇게 자신과 약속을 한 세하는 점차 나아졌고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세하에게도 많은 친구들이 생겼고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세하가 만들어낸 또 다른 자신이었을 뿐 세하의 솔직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도 헷갈려 하던 세하는 결국 소중한 인간관계를 위해 긍정적이고 항상 착한 세하를 선택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쌓인 스트레스는 커져만 갔고 세하의 마음의 늪은 깊어져갔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세하를 사람들은 알지 못하였고 세하 스스로도 자신은 아무한테도 털어놓을 곳이 없다면서 스스로 서운해 하고 아파하며 힘들어 하였다. 하지만 세하는 이 사실을 몰랐으며 그저 사람들이 먼저 물어봐주고 알아봐주기만 바라였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모르기에 세하의 친구들은 항상 웃고 있는 세하의 힘듦을 알지 못하였고 점점 세하는 혼자 끙끙 앓으며 지쳐만 갔다.

 

그렇게 세하는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항상 착하게 대하며 긍정적이었던 세하를 버리고 자신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서서히 친구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은 끝까지 아무에게도 먼저 털어놓지 않았다. 그렇게 거리를 두자 세하의 친구들은

세하야, 너 요즘 무슨 고민 있어? 얼굴이 많이 힘들어 보여……. 항상 우린 도움만 받고 살았는데 우리도 너를 돕는 게 맞다고 생각해. 고민 있고 너무 힘든 일 있으면 말해봐 들어줄게.” 라며 걱정된 표정으로 물어보았지만 세하는 그런 친구들의 걱정에도 여전히 자신의 표정을 감춘 채 자신은 괜찮다.’라는 말을 하곤 그저 웃기만 하였다. 그렇게 되면서 세하의 친구들은 점점 세하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항상 옆에 있어줬던 세하의 친구 아름이마저 떠나갔을 때 일이 터져버렸다. 바로 학년 전체로 세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아름이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름이는 세하가 자신의 친구들 중 제일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였는데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한 얘기였다.

요즘 세하가 왜 이렇게 차가워졌는지 모르겠어. 나는 세하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세하는 나를 별로 안 좋아하고 있는 거 같아.”라며 눈물을 흘린 정도였지만 그것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아름이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이때다, 싶어 서서히 이야기를 과장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전체로 퍼진 소문은 세하의 상태가 걱정되어서 위로를 해주려고 하는 아름이를 세하가 매정하게 거부했다.’ 라는 심각한 이야기로 퍼져가고 있었다. 역시 소문은 돌고 도는 거라고 이 이야기는 세하에게도 금방 들어갔다. 세하는 오해를 하여 아름이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고 아름이는 해명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큰 배신감을 느낀 세하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아름이를 매정하게 밀어내고 가버렸다. 그런 세하를 보며 친구들은 더 많은 험담을 하기 시작하였고 세하는 점점 한계점까지 도달하는 중이였다. 결국 세하는 학교를 뛰쳐나갔고 그대로 공부방으로 가버렸다. 세하가 아까 전화를 받으며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 세하는 이젠 죽는 것조차도 두려워하고 있지 않는구나.’라고 깨달았고 마치 홀린 듯 옥상으로 올라가버렸다. 난간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보는 게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아보였다.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다는 것이 억울할 뿐. 이제 세하는 모든 마음의 준비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세상을 향해 크게 외쳤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건데 내가 항상 웃으며 행동하려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 힘듦을 알아주지 못한 건 다 너희들이였는데 왜! 결국은 나 혼자 끙끙 앓게 했으면서 내가 지금 이런다고 매정하게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거야? 진짜 다들 마지막까지 힘들게 해주네, 안녕.”

속이 후련해진 듯한 세하는 힘든 세상을 당당히 마주하지 못한 채 떠났다.

 

세하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기계처럼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세하는 순간 여긴 어딘지,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생각하였고, 이내 곧 깨달았다. 이곳은 자신이 죽어서 온 곳이었다.

발밑을 보니 공장에 있을 법한 6갈래의 컨베이어 벨트와 밟을 수 있을 것 같은 구름이 있었다. 너무 아름답고 경이로운 구름의 모습에 삶을 포기한 것을 잠깐 후회했지만 이미 끝난 일,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벨트에 의해 세하도 꽤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었고, 벨트의 끝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죽은 사람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하자 세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세하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스윽 살펴보고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왜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지도 않고 눈을 뜨지도 않고 있지? 한 번 움직여 볼까?’ 세하는 벨트를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벨트를 벗어나 구름 위를 걸을 수 있게 된 세하는 조금 신기했다. 처음에는 걸어 다니며 주변을 둘러보던 세하는 불안한 듯 점차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뛰어도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세하는 절망했다. 그 순간 세하는 눈을 뜨고 있는 한 청년을 보았다.

아저씨! 아저씨! 여기에요!”

세하는 청년을 발견하고는 바로 청년에게 뛰어갔다.

아저씨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요? 저는 눈을 뜨고 나니까 갑자기 이런 상황이었어요, 아 사실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옥상에서 뛰어내렸는데…….”

? 나도 이곳에 오기 전에 교통사고가 났었어. 혹시 저승 같은 건가? 우리 귀신이야?”

세하는 청년의 말에 대답하였다.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죽어서 온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왜 우리만 눈을 뜨고 움직일 수 있는 걸까요?”

글쎄. ? 저기 할머니도 눈을 뜨고 계신 것 같은데?”

세하와 청년을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자네들은 누군가? 혹시 저승사자인가? 내가 죽은 것인가?”

아니요 할머니, 저희도 사람이에요 저희 둘은 죽어서 이곳에 왔는데, 혹시 할머니도 돌아가신 건가요?” 할머니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집에서 손자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손자들이 놀라면 어쩌나.”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세하와 청년은 숙연해졌다. 이내 할머니는 마음을 추슬렀다.

이럴게 아니라 각자 자기소개부터 할까?” 할머니는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하였다.

네 할머니, 저부터 할게요! 전 열여덟 살 세하에요, 삶에 회의감을 느껴 좀 우울한 상태였는데 학교에서 안 좋은 소문이 퍼지게 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어요.”

할머니와 청년은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세하를 다독여 주었다.

 

이어 청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저는 준우에요라며 자신이 그저 취업을 준비하던 사람이었으며 마지막 면접을 보러가던 중, 차에 치여 며칠간 잠들어 있다가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다고 하였다.

좀 아쉽네요. 첫 직장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저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품었을 뿐인데…….”

자네 부모님도 꼭 그 마음을 알아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게

할머니의 말에 준우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생 이 곳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죠?”

준우의 말에 세하가 대답하였다.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저 건물 뭔가 수상하지 않아요? 일단 저 쪽으로 가볼까요?”

그래, 그러는 게 좋겠구나.”

할머니의 말에 뒤이어 모두들 일어나 건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건물 앞에 도착했다. 건물에는 관문소라고 써져있었다.

관문소? 한 번 들어가 볼까요?”

세하가 말했다.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히 들어가는 게 좋겠구나.”라는 할머니의 말과 함께 모두들 관문소로 들어가려 했다.

어이, 거기 누구야.”

다소 무섭게 생긴 한 여자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여자는 검은 한복을 입고 있었으며, 키가 꽤나 컸다.

어찌 셋씩이나 되는 망인이 이곳에 있는 거지?”

세하는 조금 겁먹은 듯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죠? 혹시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저희도 왜 여기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 여자는 세하의 말에 대답하였다.

나는 이곳의 관리이다. 자네들에게는 저승사자라는 호칭이 더 익숙할 터, 편할 대로 불러라. 근데 자네들, 낯이 익군. 혹시 죽은 지 얼마 안 된 망인들인가?”

관리는 말을 마친 후 작은 책을 꺼내들어 한 번 훑어보았다.

…….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로군. 자네들은 이미 관문소에 들어갔어야 할 운명, 나의 실수로 자네들이 이곳까지 오게 되었으니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이어 세하가 말했다.

잠시만요! 어떤 운명이 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세하의 말에 관리는 동의하는 듯하였고, 이어 설명을 시작하였다.

자네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들에게 지금까지의 삶을 재판받은 후, 그에 합당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곳의 존재를 잊게 될 것이다.”

 

관리의 말을 들은 세 사람은 잠시 생각하였다. 그리고 준우가 말했다.

그럼 일단 한번 그 길 앞으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동안 생각도 하고 준비도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세 사람은 동의하였고 그 말을 들은 관리자는 동의한 듯 관문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6개로 나뉘었던 컨베이어 벨트가 하나로 바뀌어져 출구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세 사람은 망자들을 따라가기 위해 구름을 벗어나 다시 컨베이어 벨트로 올라갔다. 길이 단 하나인 관문소 안은 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모두 다 눈을 감고 있었고 정말 편안해보였으며 한편으론 조금 슬퍼보였다. 왠지 한때 저분들도 세 사람처럼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을 것이기에,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이겨냈을 것이기 때문에.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는 상태로 그냥 가버리는 수많은 망자들을 보며 할머니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다. 그 모습을 본 세하와 청년은 저절로 숙연해졌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바꾸려는 세하는 말했다.

관리님, 갑자기 궁금해서 그런데 관문소는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관리자는 좀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관문소는 많은 사람들이 통과하고 다녔지만 사실 터널 같은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이다. 저 빛이 보이나? 모든 망자들이 저 곳으로 가는데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는 본인도 모른다. 단지 예로부터 관리의 실수로 너희 같은 사람들이 생겼을 때 삶을 선택하게 해줄 수 있다고 명을 받았을 뿐, 이제 알겠나?”

세하는 조용히 끄덕거렸다. 정말 관문소를 통과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출구는 가까워지는 건지 그대로인지 헷갈릴 정도로 천천히 가고 있었고 세 사람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더 이상 참지 못한 할머니가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요? 편하게 죽으려 이곳에 오는 거지 이런 고생을 하기 위해 오는 게 아니지 않나요? 저승사자라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나요? 우리를 출구로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그 말을 들은 관리자는 미안한 듯 내가 차마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던 것 같군. 나의 착오로 생긴 일이니 정말 미안하네. 하지만 이게 관문소의 질서이니 조금만 참아주게.”라고 말하였다. 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주저앉았고 세하와 준우도 따라 앉았다.

 

조금 조용해진 분위기를 깨기 위해 관리는 물어보았다.

근데 자네들은 어찌하여 죽음을 택하였는가?”

이에 세 사람은 조용히 각자의 이야기를 관리자에게 말하였다. 세 사람의 말을 들은 관리는 조용히 말을 아끼는 듯싶었다.

세하는 말했다.
괜찮아요. 이젠, 저는 제가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은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니깐…….그래도 가족이 문득 생각나네요. 보고 싶…….”

세하는 가족이 보고 싶은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할머니는 그런 세하를 위로해주었지만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을 듯 했다. 관리는 세하를 보며 말했다.

정말 말과 행동이 안 맞는 사람이군. 그렇게 보고 싶으면 힘들어도 살았어야지, 안 그러나? 그래도 많이 보고 싶었나 보구나. 그럼 한번 아래를 볼 텐가?”

관리의 말을 들은 세하는 아래를 한번 보았다. 그 순간 컨베이어 벨트였던 곳이 동그란 원이 만들어지며 그 안에는 세하의 가족이 보였다. 세하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리고 점점 그 원의 폭은 넓어져 세하의 친구들까지 다 보이기 시작했다. 원 안의 모습은 마치 다 같이 짠 듯 모두 울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자신의 친구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세하는 원 안의 모습을 보며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런 세하를 보며 관리는 말했다.

내가 보기엔 네가 말한 만큼 너의 친구들은 너를 많이 미워하지 않아 보이는구나. 사실 내가 아까 말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눈물 잠시 멈추고 들어보겠느냐?”

관리의 말을 들은 세하는 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후 관리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까 너의 말을 들으며 느낀 게 있었다. 바로 너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너의 얘기를 들려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항상 네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만 들어주고 정작 너는 너의 이야기를 스스로 감춰 놓은 채 맨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어라면서 자기 혼자 세뇌하고 아파하고 외로워하는 그런 꽉꽉 막힌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더군. 저 원들을 다시 봐라.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고 네가 생각한 만큼 너를 많이 힘들어 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 이젠 네가 너 스스로를 알아 볼 필요가 생긴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냉정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관리를 보며 할머니와 준우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고 세하가 울고 있을까 보았지만 세하는 눈물을 그치며 미소를 조금 머금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세하는 말하였다.

조금은 위로가 된 거 같네요. 저는 항상 긍정적이고 웃고 착하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진짜 제 모습을 감추고 이렇게 지내니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졌어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살아가는 방식이 있잖아요? 저는 이걸 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지냈어요. 저는 이렇게 안하면 중학교 때처럼 혼자가 될까봐 무서웠거든요. 맞아요, 전 혼자가 너무 두렵고 무서워요. 그래서 항상 혼자와 맞서지 않으려 피하려고만 노력해왔네요. 결국 이 죽음도 혼자를 피하려다 생긴 일. 어쩌면 지금 일도 세상과 맞서보라고 생긴 일일지도 몰라요. 저 다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관리님, 감사드립니다.”

세하는 조금 후련해보였다. 그리고 큰 원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관리는 세하를 보며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준우가 말했다.

저기 좀 보세요! 출구에 거의 다와 가고 있어요. 다들 내릴 준비하세요.”

놀란 세하와 할머니는 준우와 관리를 따라 내릴 준비를 하였고 출구에 보인 풍경은 컨베이어 벨트가 두 갈래로 나누어진 모습이었다. 이 두 갈래에는 각각 표지판이 적혀있었는데 한곳은 컨베이어 벨트로 여전히 이어져 있는 길이였고 한 곳은 더 이상 컨베이어 벨트가 이어지지 않은 바닥이었다.

관리는 말하였다.

다들 눈치 챘겠지만 컨베이어로 이어져 있는 곳이 움직이지 못하는 망자들을 위한 길이고 나머지 한 곳이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자들을 위한 길이다. 이제 여기서,”

저기 관리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세하가 관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관리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세하는 이어 말했다. “근데 왜 길이 두 개죠? 애초에 죽음은 선택할 수 없잖아요. 근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지도 않을 텐데 굳이 왜 길을 두 개나 만들었죠?” 세하는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그러자 관리는 말하였다.

하하 그것 참 어이없는 말이구나. 사후세계는 꼭 죽은 사람들만 오는 것이 아니란다. 아주 큰 사고가 나서 잠시 혼수상태였던 사람들과 너희같이 잠시 착오가 생긴 사람들이 종종 오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길이다. 그리고 저번에 말했듯이 이 길을 통과하면 우리는 기억을 지워주는 것이지. , 이제 다 왔으니 선택해라.”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정말 선택할 길만 남아있었다. 세하는 당당히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렸고 준우도 따라 내렸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러지 못하였다. 계속 망설이는 듯싶었고 관리는 재촉하였다.

자네, 어서 선택하여라. 시간이 없다.”

세하와 준우는 빨리 내리라고 손짓 하였지만 할머니는 관리에게 조용히

저는 관리님을 따라 가겠습니다.”라고 말하였고 세하와 준우에게 잘가라는 듯한 손짓을 하였다. 그러자 준우는 할머니에게 빨리 내리라고 소리쳤고 할머니는 말했다.

나는 이미 나이도 많고, 다시 돌아가도 짐이 될지 모르니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게 낫겠어. 나의 죽음이 신의 뜻이었을지 모르지.”

이어 할머니는 계속 말하였다.

젊고 의욕 있는 너희들은 다시 돌아가서 너희의 역할을 수행해주렴. 이 할미의 작은 소망이다.”

할머니의 말을 들은 세하와 준우는 조금 울먹거렸다. 각자의 길로 나서는 순간, 세 사람 모두 관문소에서의 기억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세하는 병실이었다. 그리고 잠시 아픈 몸을 이끌고 일어나 생각했다. ‘뭐지? 나 자살했는데 여기 왜 있는 거야…….결국 죽지도 못하고 몸만 다치고 아 엄마한텐 뭐라고 말씀드리지…….’ 세하가 절망하며 고개를 숙이는 순간 세하의 깬 모습을 본 세하의 엄마가 놀란 듯 세하를 부르며 세하를 안고 울었다. 그러자 세하는 감정이 폭발한 듯 엄마를 껴안으며 대성통곡을 하였고 세하의 엄마는 그런 세하를 보면서

세하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돼서는 세하가 그렇게 끙끙 앓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밝은 너를 보며 다행이라고 안심을 한 내가 참 한심하게 느껴지더라. 우리 정말 너 죽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너 한 달 동안 누워만 있었어. 거의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었어. 진짜 살아 돌아 와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 세하 사랑해.” 라고 하였고 이어 세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니야 엄마, 진짜 죄송해요. 항상 저 혼자 끙끙 앓기만 하다가 결국…….”

 

드르륵 덜컥, 큰 소리에 놀란 세하는 문을 향해 쳐다보았고 그 문에는 아름이가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름이를 본 순간 세하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름이 뒤로는 세하의 친구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세하의 엄마는 어두워진 세하를 달래며 친구들에게 얘기하라고 손짓을 해주었다. 그러자 아름이가 입을 열었다.

세하야, 괜찮아? 우리 진짜 매일매일 찾아왔어 진짜 얼마나 무서웠는줄 알아? 내가 미안해. 애들도 너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매일매일 찾아와서 꽃도 주고 그랬어. 정말 미안해 세하야.”

이에 세하의 친구들도 아름이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하였다.

맞아, 우리가 정말 미안해. 우리 정말 걱정 많이 했어. 이제라도 정말 다행이야.”라고 말해주는 친구들을 보며 이에 아름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소문 퍼트린 애들은 징계처리 됐더라. 네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린 정말 너의 편이였고 지금도 그래. 우리는 네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달려갔어. 피 범벅인 너를 보며 너희 어머니께서 세하가 많이 힘들어 했다고 우리에게 전해주셨어. 그리고 너의 일기장을 우리들에게 전해주셨을 때, 우린 그 일기장을 보며 정말 너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하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래도 이제라도 네가 괜찮다면 우리를 용서해 줄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는 아름이와 뒤에서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을 보며 세하는 머릿속에서 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이미 알려준 적이 있다는 듯이 자신의 생각이 많이 틀렸다는 것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하는 입을 열었다.

아니야, 나는 항상 너희들을 좋아하고 있었던 걸, 물론 많이 힘들었지만 나는 항상 누군가가 나에 슬픔에 대해 먼저 알아주길 바랐어. 그래서 항상 너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언젠간 너희들도 나의 괴로움에 대해 힘듦에 대해 알아봐 주길 바랐어. 결국 난 너희들도 부모님도 아닌 나 자신에게 세뇌만 하면서 꽁꽁 가둔 채 살기만 했어. 이런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니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비록 나는 이렇게 남에게 기대기만 바라는 마음이 많이 닫힌 아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만 괜찮다면 나를 용서해 줄래?”

세하의 말을 들은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하를 안아주었다. 세하는 그렇게 친구들과 화해를 하였고 그로부터 세달 뒤 세하는 퇴원을 하였다. 비록 세하는 예전처럼 같은 모습이지 못했었다.

지난 30일 동안 세하는 누워있으면서 몸의 감각이 둔해져버렸고 머리를 다쳐 머리는 민머리였다. 세하가 깨어난 이후 2달 동안은 계속 재활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세하는 몸의 감각도 잘 돌아왔고 이제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세하는 맘이 후련해진 듯 침대에 그대로 누웠다. 그리고 여전히 믿기지 않은 듯 계속 볼을 꼬집었다. 하지만 꿈은 아니었고, 세하는 기쁜 마음으로 저녁을 먹으라는 엄마 아빠의 부름에 달려갔다. 그리고 식사를 하던 중 세하의 아빠는 말했다.

세하야, 내일부터 다시 학교 가는 거 알고 있니?”

아빠는 조금 걱정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에 세하는 당돌하게

응 알아요. 오랜만에 가는 학교라서 많이 떨리네. 그래도 내가 적응력 쩌는 거 알지? 어차피 나 친구들도 많은데 뭐, 걱정은 안 되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아빠는

정말 다행이구나.”라고 하며 식사를 계속 이어갔다.

식사를 마친 후 들어간 세하의 책상에는 동생의 쪽지가 있었다. ‘누나, 많이 고생했어. 이젠 꽃길만 걸어 누나 사랑해. ps, 선생님이 꽃길이라는 단어가 좋은 거래.’ 동생의 귀여운 쪽지를 보며 세하는 웃음을 지었고 내일보자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보며 하루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세하는 거울을 보며 아직 숏컷밖에 안 되는 머리에 적응을 못하였지만 다른 때처럼 화장을 하고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학교로 나섰다. 세하에게 세달 전까지만 해도 속마음으론 정말 가기 싫던 학교 등굣길이 정말 화창하게 보였고, 세하는 드디어 교실로 들어갔다. 그 전에 아름이를 만나서 지금 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하는 막상 교실까지 오니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졌다. 또 왠지 금방이라도 혼자가 될 것만 같아서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름이는 그런 세하를 보며 말했다.

세하야, 괜찮아. 너 잘못한 거 없어. 떨지도 말고 먼저 도망치려고도 하지마. 네 곁에 내가 있잖아. 지금 내가 옆에 있잖아. 그러니까 당당해져, 알았지?” 아름이의 말에 세하는 다짐했고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눈앞에는 떨떠름하고 무시하는 표정이 아닌 모두가 케이크에 옹기종기 모였고 칠판에는 세하의 퇴원축하라는 글씨와 애들이 쓴 글씨로 가득하였다. 이를 본 세하는 놀랐고 비로소 이제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 믿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았고 세하는 세상을 딛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세하에게는 점점 더 새로운 어려움들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세하는 헤쳐 나갈 것이다.

세하는 그러기에 충분한 아이니까.

 

으아……. 여긴 어디지?”

준우는 병원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준우야!!” 준우의 어머니였다.

준우야,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데! 조심히 다녔어야지!”

준우는 앞에서 자신을 걱정해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한 편으로는 마음이 놓였지만, 한 편으로는 깊은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 조금 오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약 3주 후, 준우는 병원에서 퇴원하였다.

여기 약 받으시고, 3일 후 병원에 다시 오세요.” 준우는 간호사의 말과 함께 병원을 나왔다.

병원에서 나온 준우는 집에 누워 곰곰이 생각하였다. ‘마지막 면접 직전에 사고가 났으니, 아마 면접은 떨어졌을 텐데…….’

준우는 핸드폰을 보았다. ‘귀하와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보다 나은 직장에 합격하시길 기원합니다.’

준우는 역시 면접에 떨어진 상태였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하면서 살지?’

준우는 퇴원 후 어떤 삶을 살지 계속 고민하였다.

기억나지 않는 꿈 때문인지 모르지만, 왠지 꼭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 전처럼 그저 취업만 준비했지만 이내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를 준비하기에는 내가 조금 나이가 있고, 회계사를 해볼까? , 내가 커피를 좋아하니까 이참에 바리스타를 해봐?’

준우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가장 매력을 느껴 바리스타를 준비하도록 마음을 먹었고, 바리스타 전문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전문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물론 초반에는 그저 직장을 얻고자 취업만을 준비할 때처럼 의욕이 없었지만, 점차 의욕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재미를 느껴 이전의 삶보다 행복했다.

준우는 드디어 자신의 카페를 열었고, 열심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니 명성과 돈이 저절로 따라오게 되었다. 준우의 카페는 어느덧 도시 내 가장 유명한 카페가 되었다. 마침내 준우는 성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새로운 삶을 선택한 할머니는 작은 씨앗으로 다시 태어났다.

작은 씨앗은 건강한 땅에서 빗물을 마시고, 양분을 먹고 자라 새싹이 되었다.

항상 행복한 삶만 살 줄 알았던 새싹은 때로는 시련을 겪기도 하였다.

새싹은 매서운 바람도 겪고, 메마른 땅의 아픔도 겪고, 천둥번개의 무서움을 알아갔다.

이런 새싹은 때론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힘들까 한탄하며 삶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꿋꿋이 버텨왔다. 자신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었다는 것을 뿌듯해 하였다.

 

그리고 새싹은 어린 나무가 되었다.

어린 나무는 이듬 해 젊은 나무가 되어 한 대학교 나무숲의 구성원이 되었다.

젊은 나무는 주변나무들과 대학생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 , 이 나무 되게 작다? 우리학교에 이런 나무도 있었냐?” 한 대학생의 목소리였다.

왠지 애틋하고, 서글퍼 보여.” 여학생이 중얼거렸다.

뭐라는 거야? 너 내말 들었어?”

대학생의 말에 여학생은 대답하였다. “? 그럼 들었지! 아 배고파. 우리 떡볶이먹자

두 대학생은 유유히 사라졌다.

나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왠지 모르게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나무는 그렇게 항상 그 자리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며 지냈고, 어느덧 자리를 지킨 지 10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련을 겪고 어려움이 많았던 어린나무는 위로 올려다보기 힘들 정도로 커져 학교의 마스코트로써 가장 큰 나무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성장했던 나무가 20년이 지나 어느덧 늙은 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학교 관리자들은 더 이상 이 나무는 대학교에 있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였고, 늙은 나무를 대학교의 나무숲이 아닌 한 산으로 옮겨버렸다.

자신마저도 이젠 자신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느꼈고 이젠 편히 살고자 마음먹은 늙은 나무는 나무숲에서 씁쓸한 듯 바람에 몸을 맡기며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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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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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여성은 전화를 건다.

---띠 덜컥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