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많은 사람들은 하루를 TV와 함께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TV를 통해 음악을 듣거나 TV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는 사람들. 주인공 H도 아침 7시 7분에 항상 채널 7번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건 그가 아침형 인간이여서가 절대 아니라 그의 특수한(?) 능력 때문이다. 아침 7시 7분에 채널7번에서 나오는 장면은 그의 하루 일과이다.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채널7번에선 후덕하게 생긴 리포터가 전국 방방곳곳을 돌며 맛있는 음식들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리포터가 맛나게 먹으며 시청자에게 아니꼬운 자랑을 하면 H는 그날 그 음식을 꼭 먹는다. 물론 이 시간에 식도락 프로그램이 아닌 아름다운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이거나 돈다발이 나오는 경제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어디서부터 생긴 지 모르는 이 능력에 어느 정도 만족 해 하며 살고 있다. 그의 하루 마무리는 다음날 HBS방송의 편성표를 보며 내일 먹을 음식을 상상하며 잠을 청하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편히 앉아 내일 편성표를 보는 H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7시 7분 HBS란에 적혀있던 “전국 식도락 여행”을 대신해 “특집! 홍대 연쇄 살인마! - 구석에 몰린 살인마”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H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지금의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언젠가 이 시간에 다른 방송을 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은 했었으나 그게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 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H는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일 아침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연쇄 살인마를 먹어야 하나?”, “내가 연쇄 살인마를 만나게 되나?”, “연쇄살인마가 나를 죽이는 건가?”하는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지나친다. 발을 동동 구르며 HBS방송사에도 전화를 걸어본다. 물론 H같은 평범한 사람이 전화를 걸어 방송을 하지 말라 사정사정해도, 방송국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해도 돌아오는 건 욕 뿐이었다. 밤12시가 지나자 그는 이제 상황을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홍대 연쇄 살인마”를 잘 알고 있다. 사람 많기로 소문난 홍대에서 젊은이들만 골라 잔인하게 죽여 백팩에 담아 사람 많은 번화가에 유기하고 유유히 사라진 희대의 살인마다. 최근에 그가 지나가며 들었던 이야기는 그를 잡을 수 있는 증거가 확보되었고 이제 수사망이 좁혀졌다는 이야기 까지 들었었다.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그가 홍대에서 수많은 경찰들을 따돌리며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H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자신이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새벽 2시가 다되어 있다. 그는 홍대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새벽2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그의 친구 Y는 전화를 받는다. H는 반가움과 두려움에 Y에게 두서없이 물어본다. Y의 정보에 의하면 현재 홍대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 시간에 사람이 이렇게 없는 것은 처음 본다는 말과 함께 경찰의 말로는 이제 홍대에 살인마는 없고 한강을 건너 여의도 쪽으로 도망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급하게 전화를 끊은 그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홍대에서 여의도로 도주한 살인마, H의 집은 영등포. 누가 보더라도 살인마의 목적지는 H, 자신의 집이다. 7시를 기점으로 살인마는 H 자신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라고 H는 확신했다. 현재 시간 5시, 이대로 집에서 당하고 있을 순 없다. 도망가자. H는 생각했다. 적어도 아침7시까지 살인마와 조우하지 않으면 그는 이 악몽 같은 Rule에 벗어나는 것이다. 그 생각만으로 H는 벌써 자유의 몸이 된 것 같았다. 부랴부랴 급한 대로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온 H는 대로변으로 나오지만 대로변에 사람이라고는 1명도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의 소식은 밤낮이 없음을 깨달은 H는 살인마가 아래로 내려온다면 나도 똑같이 내려가면 된다는 생각과 함께 발을 옮기지만 사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은 민중의 지팡이였다. 경찰도 살인마의 예상 루트에 병력을 배치한 것이다. 이곳에 경찰들만 보더라도 살인마가 자신에게 오고 있음이 확실하다. 경찰은 H의 얼굴과 신분증을 확인하고 H의 몸, 가방 모든 것을 검문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그들은 시시하다는 냥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한다.
그 순간, H에게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홍대를 빠져나간 살인마, 그렇다면 H가 다시 홍대로, 역으로 들어간다면? 절대로 오늘 아침 7시에는 이 둘은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시간은 5시 30분. 조금만 버티면 다시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H는 주저하지 않고 경찰관에게 다가가 “홍대에 친한 친구가 사는데 연쇄 살인마 소식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해서 나왔다. 지금 택시도 잡히지 않으니 제발 경찰차로 홍대까지 대려다 달라“ 말한다. 머뭇거리는 경찰들은 더 이상 문제 일으키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경찰차를 타고 홍대에 내린 H는 시간을 본다.
아침 6시 50분. 지금 시간이라면 살인마가 날라 오더라도 7시 7분에 우린 만날 수 없는 운명이다. H의 승리다. 그는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사이로 느긋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 하루 정도는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마침 근처가 친구 Y의 집이다. 늦은 새벽에 전화까지 받아준 그가 너무 고마워 아침밥을 사들고 친구집에 간다. 아침 7시에 일어날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는 어떻게 깨울까 고민하는 와중에 이상하게 집문이 열려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 H는 피칠갑이 되어있는 방을 발견한다. 온몸이 굳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H는 눈으로만 빠르게 피의 주인을 쫒는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 현장의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겨우겨우 몸을 움직이며 방안을 살피지만 피의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H는 다른 것을 찾았다. 7시를 알리는 시계를 찾은 H는 재빠르게 집을 뛰쳐나온다.
쉴 세 없이 달리며 최대한 사람이 많은 곳으로 도망가는 H. 한참을 달려보니 자신이 지하철 역 안으로 온 자신을 발견한다. 많은 사람들 사이로 H는 빠르게 사람들을 살펴본다. 여기 중에 살인마가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그는 나타날 것이다.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자신을 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순간 H는 행인과 어깨를 부딪치게 된다. H는 바로 뒤를 돌아보지만 자신과 부딪힌 사람은 조그마한 여고생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지만 H는 자신의 몸이 성한지 살펴본다. 그런 와중에 H는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자신의 어께에 어색하지만 확실하게 매어져 있는 가방.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H는 확실히 가방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되돌아본다. 자기가 집에서 가방을 가지고 나왔었는지. 그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앞으로 돌려 열어본다. 가방 안을 살펴보는 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그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닫고 내려놓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개찰구를 지나 지하철 입구로 향한다. 그리고 역내 시계는 정확히 7시 7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 스토리는 방송 콘텐츠 중에서 드라마 콘텐츠입니다. 제가 생각한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 스토리텔링 방식을 따오면 이 스토리 특유의 느낌이 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