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차 월간 문학 콘테스트 - 머리로는 안 된다 하지만

by 김근욱 posted Jan 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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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머리로는 안 된다 하지만

김근욱

 

꿈을 꾸던 그는 목이 타들어가는 극심한 갈증에 눈을 떴다. 그런데 갈증은 둘째 치고 그의 시야에 들어온 주위가 유난히도 낯설다. 벽지에는 분홍빛 장미가 그려져 있고 선반 위에는 금발 머리의 인형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또 그의 옷장에서 볼 수 없는 야시꾸리한 옷들이 걸린 빨래 건조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마치 공중화장실을 들어갔는데 서서 싸는 소변기가 없는 분이다.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님을 깨닫고 서둘러 벗어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급하게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데, 왼쪽 팔 위에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팔을 못 들어 올릴 정도의 무거운 무게는 아니지만 팔 안쪽 살에서 느껴지는 여린 숨결에 그는 팔을 함부로 빼지 못한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여성이 등어리 한복판까지 내려오는 까만 생머리를 과시하며 그의 팔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그는 머리카락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난 얼굴의 실루엣을 들여다보았다. 혜지였다. 그는 혜지의 방에서 잠이든 것이다.

 

방 안은 또각또각 시침 소리가 거슬리게 들릴만큼이나 고요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떠들어대는 시계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머리 속에 어제 밤의 일이 영화처럼 떠오른다. “오빠, 뒤돌아 있으세요.” 상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또랑또랑한 혜지의 목소리가 뇌리를 스친다.오빠, 나 엎드려서 봐도 되요?” 엎드린다? 생각만으로도 머리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니 평범하지 않은 문장 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달콤한 대사의 앞 뒤 퍼즐을 맞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일 교시 수업에 맞춰 등교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씻고 학교로 출발해야만 했다. 그는 혜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팔을 빼고서 집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방금 막 해가 떠오른 듯 아직 데워지지 않은 공기가 서늘한 이른 아침이었다. 꺼지지 않은 가로등 아래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환경미화원 아저씨 사이를 지나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냉장고에 있던 헛개수 음료를 반 통이나 들이키고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평소의 세 배 정도 되는 양의 치약을 칫솔에 짠 후 술에 절여진 허연 혓바닥을 벅벅 문질러 댔다. 그의 몸에서 알싸한 술기운이 조금씩 빠져나가자 산산이 부서져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저들끼리 알아서 엉겨 붙기 시작했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샤워기 아래에 서서 거센 물줄기를 정수리에 맞으며 어제의 기억을 차분히 더듬어 보았다.

 

어젯밤 그는 꽃밭에서 술을 마셨다. 복학 후 굴레처럼 이어진 고추들과의 술자리에 신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친구 놈이 아는 여자 후배들을 불러낸 것이었다. 2년 만에 갖게 된 이성과의 술자리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대던 그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아이가 바로 혜지였다. 함께 앉은 다섯 명의 여자 후배들 중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은 마치 맑은 소고기 뭇국처럼 편안한 인상이었다. 놀랍게도 그와 혜지는 장차 네 시간 동안의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 만난 사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둘 사이에서 어색한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그 곳에 둘 만이 존재하는 듯 나머지 네 명의 여자 후배들을 등지고 앉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들 대화의 대부분은 영화 이야기였다. 인기 검색어에 오른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열애가 이야기의 시작이었는데 누가 더 잘못한 사람인가에 대해 옥신각신하다가 이내 자신의 인생 영화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은 친구들이 집에 간다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새벽 한 시, 단 둘만 술집에 남게 되었다.

 

한 시간 반의 수업시간도 참지 못하고 들락날락 거리며 담배를 피우는 그가 꿈쩍 않고 자리에 앉아 혜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때문은 아니었다. 마땅히 영화를 볼 친구가 없던 그에게 영화란 무료한 주말에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시간을 때우려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그가 영화이야기에 몇 시간 동안이나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혜지의 말투 때문이었다. 그는 국사 교과서에서 보던 청화 백자를 떠올렸다. 티끌 하나 없이 매끈하게 뻗쳐진 그의 목소리는 이른 봄 매화 잎에 올려진 이슬처럼 맑았다. 마냥 맑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백자에 그려진 문양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듯, 나긋나긋한 목소리 속에 그를 매혹시키는 무언가가 담겨있었다. 중학교 시절 남몰래 짝사랑하던 젊은 여선생님과 같이 정감 있는 논조로 조곤조곤 말을 이어갔다. 사실인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혜지의 인생 영화는 그의 인생 영화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그렇게 대단한 영화였는지 의문이다. 그들은 영화 도리를 찾아서의 도리에 대해 두 시간쯤 이야기했으니 말이다. 영화는 거들 뿐이었다.

 

오빠, 영화보고 갈래요?” 종업원이 가게 바닥을 빗자루로 쓸기 시작할 때, 혜지는 그에게 몸 쪽으로 꽉 찬 150km 돌 직구를 던졌다. 20121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종료 3분전, 50번 문제를 풀던 때와 같은 속도로 그의 머릿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 내에서 이성에게 영화를 보자고 제안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좋아하는 이성에게 호감을 표하는 데이트 신청의 기법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는 핑계로 약속을 잡아 영화관에서 두 시간 내내 그녀의 얼굴만 감상하다 온 경험은 남자라면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를 이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너무나 보고 싶었던 영화가 개봉했는데 혼자 보러 가기 싫을 때 만만한 친구에게 연락해 같이 보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게 던져진 저 문장의 앞 뒤 상황을 고려해 보았다. 그는 그녀의 제안이 후자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방금 전까지 그녀와 장시간의 영화 토론을 진행하였으며 자신과 영화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영화를 보는 일은 그에게도 흥미로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혜지의 제안을 승낙 하려는데 번뜩이며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시간이었다. 시계는 11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낮이 아니라 새벽 117분 말이다. 내일이 평일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심야 영화를 보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그의 동네에는 영화관이 없었다. 영화관을 가려면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시내로 나가야했다. 지금 시간이면 버스도 끊겼을 테고, 그렇다면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소는 술집 근처의 DVD방 뿐인데, 그곳이 자신과 혜지가 함께 가기에 적합한 장소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그에게 혜지가 말했다. “오빠 우리 집 노트북에 재미있는 영화 많아요.”

 

순간 그는 자신이 지금 미국에 와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생긴 건 창포물에 머리 감을 것 같은 동양적 얼굴이었지만 마인드는 서양 그 자체였다. 당황스러웠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상도 보수 꼴통 집안의 장남인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결혼할 여자가 아니라면 서로의 집에는 함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신신당부 하셨다. 또 군대에 가기 전 1년 정도 만난 여자 친구의 집 초대도 거절한 그가 만난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은 여자의 집에 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혜지는 과 후배였다. 40명 남짓한 좁디 좁은 과에서 그가 혜지의 집에서 함께 밤을 보냈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더 이상 과방에서 시켜먹는 달콤한 탕수육의 맛은 영영 보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쿵쾅대는 마음을 굳고 다잡고 혜지를 불렀다. “혜지야.” 그리고 그 순간,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 “?” 그리고 그는 말했다. “영화 좋지.

 

기억을 더듬다 보니 자연스레 고추가 빳빳해지는 것을 느낀다. 자신이 겪은 일이지만 마치 멜로 영화의 초반부를 보는 것 마냥 상황이 묘미 있다. 이 영화가 대중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침대 위에서 촬영한 격정적인 배드신을 보여줘야 할 듯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빳빳하다 못해 성이 나있는 고추는 어제 왜 자신을 꺼내지 않았냐고 항의라도 하는 것 같다. 그는 거품이 잔뜩 묻어있는 샤워 타올로 고추를 벅벅 문질러대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침대에 눕기 전까지의 흐름은 어느 멜로 영화와 견주어도 될 정도로 긴장감이 흘렀다. 은은한 가로등이 그와 그녀 단 둘만을 비추는 고요한 골목길을 십 여분 걸었을까,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하얀 벽면이 눈에 띄는 어느 빌라에 도착했다. 그리고 혜지는 빌라의 입구에서 한 번, 현관문에서 한번, 두 번의 도어락을 풀고 난 후 그를 방으로 끌어들였다.

 

수능 시험장 보다 떨리고 새내기 MT보다 설렜다. 신발장 옆 선반 위에는 고양이 발 만한 크기의 다육이 화분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초록색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던데, 진정 되기는커녕 여자아이의 방 안에 들어왔음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장소리가 귀까지 들린다.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라 고개 살짝 돌리면 끝날 원룸을 몇 분 째 구경하고 있었다. 두리번대던 그에게 혜지가 말했다. “오빠, 나 바지 갈아입고 싶으니까 뒤돌아 있으세요.” 혜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꼭두각시 마냥 잽싸게 뒤를 돌았다. 그는 당연히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에게는 뒤를 볼 수 있는 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귀가 있었다. 뒤를 돌아 있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었다. 혜지의 바지 단추는 끌러졌고, 바지는 살결을 쓸며 내려갔으며 그 바지는 바닥에 놓여졌다. 그의 컴퓨터 폴더에 차곡차곡 모아온 수많은 금발 누나들의 신음소리보다 몇 배는 더 야릇했다. ‘나는 지성인이다. 짝짓기를 위해 살아가는 날짐승이 아니다.’ 속으로 수없이 주문을 읊조리며 흐트러진 정신을 부여잡았다.

 

노트북 안의 <보고 싶은 영화>의 폴더를 차분히 살피던 혜지는 영화를 정했다는 듯 박수를 치며 노트북을 침대 끝자락 위로 옮겼다. 그리고 침대 위로 올라가 앉고 그를 향해 옆자리를 가리켰다. 그는 그녀의 지시에 따라 침대 위로 올랐다. 노트북 화면 속에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어촌 옆으로 길게 펼쳐진 부둣가를 걷는 남녀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하늘 높게 치솟은 하얀 등대가 보였다. 그 등대는 비록 외관이 깨끗하진 않았으나 세월의 흔적을 멋들어지게 입은 중년 신사 마냥 기품 있었다. 등대처럼 솟구치던 그의 본능은 서서히 전정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혜지는 마치 그가 영화에 빠져가고 있음을 알았다는 듯이 다시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오빠, 우리 엎드려서 봐도 돼요?” ‘엎드려서 봐도 돼요?’ 앞에 우리 라는 단어를 붙였으니 같이 엎드리자는 것인데, 이 좁은 침대에서 같이 엎드린다는 것은 다시 말해 같이 누워서 보자는 것 아닌가. 혜지는 그에게 생각을 이어갈 시간을 주지 않았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트북 앞으로 머리를 갖다 대며 엎드려 누웠다. 그는 엄마 옆을 차지하려는 아이처럼 고분고분 따라 누웠다. 그의 콧속으로 혜지의 머리카락에서 새어 나는 샴푸 냄새가 흘러 들어온다. 화면 속의 남녀는 함께 등대 안으로 들어갔다.

 

술의 힘은 대단하다. 술은 슬픔을 달래 주기도 하고 기쁨은 크게 증폭 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술의 가치는 용기다. 맨 정신으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술과 함께라면 가능하다. 술은 남중과 남고를 나온 그에게 처음 만난 여자와 나란히 누워 영화를 보게 하는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술의 힘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한껏 들뜬 기분이 가라앉음과 동시에 서서히 두통이 찾아오고, 술김에 뱉은 고백은 다음날 아침에 민망함을 불러오듯, 술은 항상 이차적인 타격을 가한다. 그에게는 졸음이었다. 그는 술을 두 병 가량 마시면 어디서든 잠을 자야 하는 습성이 있었다. 도톰한 이불 속에 누워 아름다운 영상을 보고 있는 그에게 술은 졸음을 가져다 주었다. 이렇게 잘 순 없었다. 그는 이 영화 같은 상황을 영화답게 마무리해야한다는 사명감에 눈이 마르도록 비비고 옆구리에 멍이 들도록 꼬집었다. 하지만 가족을 태우고 운전하는 아빠에게도 찾아오는 졸음이 그를 쉽게 놓아줄 리 없었다. 그가 혜지에게 말했다. “혜지야, 나 잘 것 같아.” 혜지는 스페이스 바를 눌러 영화를 멈추었고 그는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소리에 맞춰 잠에 들었다.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잘된 일인 것 같다. 잠에 들지 않았더라면 술이 주는 타격을 자신이 감당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혜지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군대 간 남자친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혜지는 솔로야.” 라고 단언하던 친구 놈의 말은 술이 깬 나에게 더 이상 합리화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 전역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으로서 냉동식품을 데워 먹으며 나라를 지키고 있을 혜지의 남자친구에게 할 도리가 아니었다. 비록 서로의 아밀라아제를 섞고 팬티 색을 확인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혜지의 침대 위에서 하룻밤을 보낸 남자라는 이유는 휴가를 나온 그의 주먹에 코뼈가 내려앉아도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 아닌 건 아닌 거야.’ 그는 이 화장실에서 나가는 순간부터 혜지와의 모든 접촉을 끝내리라고 마음먹었다. 수건으로 구석구석 물기를 닦으며 샤워를 마무리 했다. 옷을 챙겨 입고 서둘러 문을 나섰다. 어느새 서늘한 공기는 훈훈하게 데워져 있었고 집 앞에는 봄을 알리는 매화꽃이 만개해 있었다. 골목길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때마침 학교로 가는 버스가 그의 눈앞에 멈춰 섰다. 기분이 좋았다.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혜지야, 일어났어?”


-

 

일 교시는 문예 창작 강의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생머리를 머리 끈으로 질끈 동여맨 남자 교수가 소리치듯 말했다. “예술인은 평범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명이 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모두가 하는 대로 남들처럼 살지 말고 여러분답게 살아야합니다.” 금요일을 공강으로 만들기 위해 마지못해 신청한 교양 수업이었는데, 그는 나름대로 수업에 흥미를 붙여가고 있는 중이었다. 과제를 하기 위해 읽은 책에서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희열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 이야기는 노인과 소녀의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노인은 소녀를 좋아했다. 소녀의 쇄골에는 뾰족한 화살 문신이 그려져 있었고, 화살이 가리키는 곳은 옷으로 가려져 있었다. 노인은 온 종일 그 화살을 당기는 상상을 했고, 소녀는 그런 할아버지를 귀여워했다. 그는 책을 읽다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한숨을 푹 내쉬기도 또 혼자 헛웃음을 치기도 했다. 때론 생각하기도 역겨운 추접한 행동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노인은 소녀의 헐렁한 옷 사이로 비치는 봉긋하게 부푼 살결을 탐했다.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바로 청소년 보호법으로 처벌받아야 마땅할 것 같았다. 하지만 책 속에서는 마치 그래야만 하는 자연의 순리처럼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매점에서 찐만두를 주인 몰래 하나씩 꺼내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역시 머리로 안 된다 하는 일을 하는 것은 언제나 짜릿했다.

 

수업이 시작한지 삼십 분쯤 흘렀을까, 그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담배를 태우러 나갔다. 버스를 탈 때 혜지에게 보냈던 메시지 탓에 당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직 혜지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내가 아무 말 없이 먼저 나와 화가 난 것은 아닐까’ ‘혜지가 남자친구에게 들켜버린 것은 아닐까그는 머리에 맴도는 갖가지 상념들을 그는 떨쳐낼 수가 없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폐 깊은 구석까지 빨아들였다. 그때 그의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흔들었다. 그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았다. 어젯밤 같이 술을 마신 친구 놈이었다. “, 너 어제 혜지랑 뭐 있었냐?” 다이아를 찾는 광부처럼 무언가를 캐내겠다는 눈빛으로 친구가 물었다. “뭐가 있어, 그냥 집에 갔지.” “에이, 뭐 있는거 같은데?” 녀석은 집요하게 캐물었다. 그는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소리쳤다. “헛소리 하지 마, 걔 남자친구 있잖아.” 그는 반도 태우지 않은 담배를 쓰레기통에 던지더니 곧장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 문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짧고 굵은 진동 소리가 느껴진다. 혜지였다. “오빠, 오늘 학교 끝나고 뭐해?”

 

모든 수업이 끝난 늦은 오후 그는 학교 앞 편의점에 들러 맥주 두 캔을 샀다. 그리고 맥주 두 캔을 손에 쥔 채 어제 걸었던 골목길을 다시 걸었다. 어제 다 보지 못한 영화의 결말이 궁금하다는 연락을 주고 받고 혜지와 다시 영화를 보기로 한 것이었다. 한편으로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자신과 혜지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강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육감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쉽사리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두 손에 든 맥주 캔에 불그스름한 노을 빛이 입혀졌다. 캔은 전사가 든 검처럼 영롱한 빛을 내며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저만치서 어제 보았던 하얀 빌라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빌라 앞에 있던 혜지가 손을 흔들며 그에게 다가온다. 남자 사각 팬티보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 더 짧은 추리닝을 입은 혜지가 입 꼬리를 한껏 치켜 올리며 그에게 말했다. “오빠! 나도 맥주 사 놨는데.” 영화는 그저 안주일 뿐이었다.

 

둘은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해가 다지지 않은 이른 저녁 커튼을 친 혜지의 방은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은은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알싸한 맥주는 경직된 그의 몸을 점차 느슨하게 만들었다. 맥주 캔을 절반쯤 비웠을까, 어제 이미 절반을 봐두었던 터라 영화가 일찍 끝나버렸다. 소리 없이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그들은 서둘러 다른 안줏거리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느새 해는 저물어 있었고 혜지의 방안에는 까만 화면에서 나오는 의미 없는 빛만이 흐를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한참을 두리번대다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입을 맞추었다. 그것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신 후 강냉이를 집어먹는 일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것이 일반 안주와 다른 점은 안주가 오히려 술기운을 더 달아오르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손이 혜지의 머리를 감쌌다. 혜지의 몸이 움찔거린다. 그의 손이 혜지의 허리를 감쌌다. 혜지의 티셔츠가 유난히도 얇았다. 그의 입 주위에 묻은 침들이 그의 것인지 그녀의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즈음 감고 있던 눈앞으로 희미한 불빛이 비춰지며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감고 있던 눈을 게슴츠레 떴다. 끝난 후 정지 되어있던 영화가 다시 처음부터 재생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화면에 문구 하나가 떠올랐다. ‘19세 이하의 청소년은 시청하실 수 없습니다.’

 

그가 먼저 입을 떼었다. 화면에서 본 빨간 글씨가 주는 금지의 기운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선정성 보다는 윤리의 문제였다. 그는 천장을 보고 누웠다.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혜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쌔근쌔근한 그녀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남자친구 있잖아.” 그의 말과 동시에 그녀의 숨소리가 잠시 멈췄다.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문득 그녀에게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졌다.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집에 온 자신은 어떤 존재일까, 이게 말로만 듣던 엔조이 관계라는 것인가 싶었다. 그렇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엔조이냐고 물어보면 그녀의 기분이 상할 것 같고…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네 남자친구가 카스면, 나는 카스 라이트야?”

 

그녀를 원망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사랑을 구걸하는 말투도 아니었다. 단지 그는 자신의 머리에 가득 찬, 떨칠 수 없는 복잡한 생각들을 혜지 또한 갖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그때 혜지가 그의 날갯죽지로 얼굴을 파묻었다. “오빠. 그렇게 쉽게 말 하지 마.” 혜지의 뜨거운 콧바람이 그의 옆구리를 스쳐 갔다. 공기 섞인 혜지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새어 나왔으나 쉽게 날아가지 않고 그의 귓가에 머물렀다. 가볍지 않은 한 마디였다. 그는 더 이상 혜지를 밀어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밀어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둘만 조용히 만나면 학교에 소문날 일도 없을 것이고, 그 남자친구 놈도 전역 하려면 일 년은 족히 남았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혜지의 그 목소리, 곱디고운 목소리로 내뱉은 한 마디가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쉽게 말 하지 마.’ 그는 혜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날, 꿈을 꿨다. 담배 하나를 손가락에 끼운 횟집 사장이 뜰채를 잡고 수족관 앞으로 다가갔다. 물 안으로 뜰채를 넣고 뒤적거리더니 장어 한 마리를 꺼내 올렸다. 뜰채에 잡힌 장어는 죽기 살기로 몸부림을 쳐댔다. 남자는 바닥에 놓인 양동이로 장어를 옮기려 했다. 그런데 뜰채 그물이 양동이 끝에 닿는 그 순간, 장어는 뜰채를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장어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꺼끌꺼끌한 아스팔트의 감촉에 더욱 격렬하게 바닥에 몸을 비벼댔다. 부드러운 갯벌보다 더 매력 있다는 눈치였다.  

 

다음날 아침, 수업에 들어가기 전 고향 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을 때였다. “, 나 어떤 애랑 잤다.” “했나?” “아니, 키스만 했다.” “여자친구가?” “아니, 걔 남자친구 있다.” “돌았나?” “아니 근데, 일단 너무 나랑 잘 맞고 자꾸 생각나서 어쩔 수가 없다.” “걔한테 남자친구랑 헤어지라고 해라.” “몰라, 나중에 내가 더 좋아지면 알아서 정리하겠지.” “, 딱 봐도 여우잖아.”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라. 내랑 걔가 운명일 수도 있잖아. 운명을 놓치기 싫다.” “인범아, 진지하게 말하는데 정신 차려라. 홍상수 되고 싶나?” “, 근데 예술가는 원래 평범하면 안 된데. 남들처럼 살면 안 된데. 그리고 홍상수도 진짜 운명을 만나서 놓치기 싫었을 수도 있잖아.” 그때, 지난번 혜지와의 관계를 캐묻던 친구가 담배를 물고 그의 옆으로 왔다. “, 다음에 전화하자. 끊을게.” 담뱃불을 붙이던 친구가 그에게 말했다. “너 진짜 혜지랑 뭐 없어?” “아 저번에 없다고 말했잖아.” “, 난 진짜 뭐 있는지 알았는데. 어쩐지 오늘 혜지 남자친구 면회 간다더라고.” “…….”

 

방금 전 그의 앞을 지나간 후배들 무리 속에 혜지가 보이지 않았음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머리로는 이해가 갔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 되어있던 약속일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간 것도 고민 끝에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짜장을 앞에 두고 카레가 더 좋다고 할 수 없지 않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은 요란하게 요동을 쳐댄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이 답답했다. 담배 연기를 폐 깊숙한 곳까지 들이마셔 보아도 속이 개운해지지 않는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질투였다. 남자친구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에 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강아지가 옆집 아줌마에게 달려가 안길 때의 기분이었다. 가만히 빼앗길 수 없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혜지야, 오늘 밤에 뭐해?”

 

그날 밤 혜지는 그의 집으로 왔다. 더 이상의 맥주와 영화 같은 변명은 필요 없었다. 보고 싶어서 불렀다고 솔직하게 혜지에게 말했다. 현관문을 열고 방에 들어선 그들은 잘 포장된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이 자연스레 키스를 나누었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조금은 어설픈 손으로 혜지의 살을 더듬은 후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쉴 새 없이 달렸다. 그의 등이 땀방울로 적셔지고 혜지의 숨소리가 창문 틈을 비집고 새어 나갔다. 어항 속의 물고기는 눈을 돌렸고 빨래 건조대의 양말들은 흔들거렸다. 방 안은 뜨거워진 그들의 체온으로 훈훈하게 데워져 갔다. 천장을 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가 입을 열었다. “면회 잘 갔다 왔어?” “?” 그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 기색이었으나 그녀는 차분하게말을 이어갔다. “오빠, PX는 원래 그렇게 싸? 완전 대박이야. 그리고 나 오늘 딸기맛 초코파이 먹었는데 진짜 맛있더라.” 사람 손가락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물고기처럼 그녀는 그가 던진 말을 피하려는 듯 했다. 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거 말고. 남자친구 보니까 어땠는데?” 그녀는 더 이상 빠져나갈 곳이 없음을 알았는지 담담하게 말했다. “오랜만에 보니까 좋긴 좋더라.” 그는 당황스러웠다. ‘좋았다라니…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다. 아니 그가 원했던 답이 아니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그의 표정이 굳어갔다. 그의 섭섭함을 알아차린 것일까 그녀는 급히 말을 덧붙였다. “근데 오빠도 좋아. 오빠랑 있는 것도 너무 좋아.” ‘나도 좋고 남자친구도 좋다…머리로는 이해가 갔다. 둘 다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여전히 머리로만 이해했다.

 

그가 느낀 섭섭함과 무관하게 그들의 만남은 지속되었다. 수업이 일찍 끝나는 평일은 저녁은 물론이겠거니와 리모컨만 눌러대던 무료한 주말에도, 술에 취해 비틀대는 새벽에도 마치 제 집인 냥 서로의 집을 들락거렸다. 낯설었던 새 하얀 빌라가 눈에 익고 노을 지는 골목길이 익숙해져 갔다. 혜지의 침대에는 베개가 하나 더 놓여졌고 그의 집 화장실엔 분홍색 칫솔이 놓여졌다. 혜지는 사랑을 나누기 전엔 손을 씻고 오길 바랬고 그는 끝난 후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그녀에게 느낀 섭섭한 감정도 자연스레 무뎌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혜지와 함께 공원을 걷게 되는 일이 있었다. 일찍 잠에 들 준비를 하고 있던 그에게 혜지가 전화를 한 것이다. 당연히 집으로 가도 되겠냐고 물어올 줄 알고 얼른 오라고 대답할 참이었는데 그녀는 대뜸 산책을 하자고 했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히 들떠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왔으니 대충 걷다가 같이 자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슬리퍼를 챙겨 신고 공원으로 향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봄날의 새벽이었다.

 

자기 위해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탓에 그가 몸을 한껏 웅크렸다. “추우니까 20분만 걷고 들어가자.” 주머니에 두 손을 쑤셔 넣고 보도블럭의 무늬를 감상하며 걷고 있는 그에게 혜지가 말했다. “하늘 좀 봐봐.” 고개를 들었다. 흐드러진 벚꽃이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벚꽃 나무 위의 가로등은 은은한 빛을 내며 밤하늘을 비추었다. 그리고 혜지는 그의 팔을 들어 올려 중지와 약지 손가락을 쥐어 잡았다. 손가락으로 혜지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녀가 말했다. “오빠, 나 오빠가 점점 좋아지는 거 같애.” “…….”

 

기분이 이상했다. 그토록 바라던 한 마디였지만,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곰곰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불안했다. 그동안 느껴온 편안함이 사라질 것 같았다. 언젠가부터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 느껴졌다. 여자 친구처럼 신경 써서 챙기지 않아도 되었으니 말이다. 주변에서 말하는 연락의 다툼도 골칫거리 데이트 비용도 그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보고 싶을 때 보고 바쁠 땐 안보면 그만이었다. 그 동안 지켜온 그녀와의 관계가 무너질 것 같았다. 그는 서둘러 집에 들어가자고 했다. 혜지는 조금만 더 걷자고 고집을 피운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조금 더 걸었다가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뒤 돌아섰다. 그리고 곧장 집을 향해 걸었다. 그의 시야엔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뒤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었다. 혜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빠 …….”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운동장 구석의 벚꽃나무 아래 그가 서있다. 멀리서 볼 땐 분홍색인데 가까이서 보니 흰색인 벚꽃 잎이 신기한지 유심히 바라보다가 담배를 하나 꺼내 문다. 회색 연기가 파란 하늘을 가린다. 옆에 있던 친구 녀석이 말했다. , 혜지 있잖아. 얼마 전에 다른 과 남자랑 술 마시다가 손잡고 어디 나갔다는데?” 때마침 운동장 건너편으로 친구들과 함께 걸어가는 혜지가 보인다. 그가 말했다. “, 그래?” 혜지가 흡연 구역을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가던 길을 간다. 그때 그가 친구 어깨에 팔을 올렸다. “, 그런데 혜지랑 같이 다니는 지수 쟤 말이야. 혹시 남자친구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