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창작 콘테스트 단편소설 공모- 싱긋

by destiny posted Feb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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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죄송합니다'

오늘도 시작되었다.  내 입과 천생연분인 사과의 말이.

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내 눈 앞에서 내가 정성스레  쓴 글의 종이가 '부욱'하며 흰 가락처럼 찢겨나갈때도,  나더러 살이 쪘다며 인신공격을 할 때도,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오해를 받으며 나를 몰아가도,  난 그저 멍하니 서서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난.. 멍청이다.

 내가 쓴 글이 내 눈 앞에서 부욱 찢겨져 나갔다.   열정으로 불태웠던 밤이 떠오르고  가슴이 아프다.  지릿 지릿 아리고 저리다. 

괜스레 감정이 복받쳐 눈시울이 붉어진다. 난 입술을 꾸욱 이빨로  세게 눌렀다.   그리고 난 멍청이 처럼 싱긋 웃으며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 잘못입니다'만 연거푸 말하고 내 마음에게 거짓말을 했다.

내 마음이 썩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싱그러운 과일이 자라던 풍족한 마을의 나무가 점차 썩어가듯이.  

내 마음에게 줄 수 있는 물이라고는 눈물이라는 감정의 폭풍우 뿐이었다. 

한 번 불어닥치면 그 어떤 튼튼한 배라도 잡아먹는 괴물같은.

 곁에서 나를 위로해 줄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  그저 나 혼자였다.  

싱긋 웃는 건 내게 죽으라는 소식이였다.

싱긋 웃는 나를 보았다.  최악이었다.  

다시  가슴이 미워져 온다. 세게, 쿵쾅 대듯이  지릿 아파온다.

'뚝, 뚝' 내가 좋아하는 책의 한 소절이 젖어버렸다.  괴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애원할 사람이 없었다. 난 얇은 옷 하나만 걸친 채 집을 뛰쳐나왔다.

 

계단을 미친듯이 쿵쾅거리며 뛰어 내려갔다. 시야가 흐릿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밖을 나와 무작정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눈물, 콧물로 가득찬 내 얼굴이 미워졌다.


소리내어 울어도 그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 서러운 마음에 어릴 적 놀던 놀이터의 벤치에 앉았다.


눈물이 연거푸 쏟아지니 내 자신이 미워지기만 했다.


더 이상 괴물을 반겨줄 수 없기에 벤치에 철푸덕 누워버렸다.


흐릿한 내 시야는 . 바뀌었다  .


그곳에는 밝고, 환한 달이 나를 보며 웃어주고 있었다.


어느곳에서든 나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고, 그 누구도 내게 빛 한줄기조차 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달은, 환히 빛나던 달은,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달빛을 내게 주었다.


또르륵 눈물 한 줄기가 내 볼을 타고 흘렀다.

그 뜨거운 눈물의 실감이 느껴졌다. 내가 살아있구나.

싱긋.

난 이제 싱긋의 의미를 알았다.

달빛을 벗삼아 싱긋 웃는 내 모습은 아름다워보였다.


이름: 정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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