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채은서 어린이 보호자님”
어릴적 늘 따라다니던 보호자.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나이가 되기전까지는 항상 보호자가 있어야한다
그래서 성인이된 지금이 너무 좋다
하지만...이 극복할 수 없는 세대차이....
한참 외출준비에 바쁜데 주방에 계시던 아빠는 갑자기
“냉장고 고장난다 부다. 얼음이 안얼어”
냉장고 산지 얼마안된거 같은데 고장났다는 소리에 가보니 텀블러를 얼리셨다 텀블러를 얼리는 사람이 어딨냐고 소리쳤지만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돈 들어갈일 많은데 냉장고 까지 말썽이라며...혼자 중얼 중얼 방으로 들어가버리신다
외출준비를 마치고 먼저 나와 기다리는데 별로 춥지도 않은 날씨에 두꺼운 잠바를 입고 나오시길래
“아빠! 그건 좀 오바다!!” 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이거 오바아닌데...잠바야~” 하신다...하~~~가슴이 답답하다....하루 빨리 독립하고 싶다. 다행인건 이제 한달만 있음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아빠에게서 해방이다
웨딩드레스도 입어야하고 사진도 이쁘게 나와야하기에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예비남편과 함께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예비남편역시 날 구박한다
“결혼하고 나면 더 신경못쓰는데 시간없다 핑계되지말고 지금이라도 같이 놀러다니고 더 챙겨드리라고 나중에시간이 되면 그땐 아버님 나이도 있으시고 걷기 힘들어서 같이 가고싶어도 갈수가 없는 상활이 될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아빤 내가 더 잘안다 벽에 똥칠할때까지 정정하실분이다.
난 아빠가 걱정이아니라 지금 현재 예배 남편이 더 걱정이다 꿈이라고 하니깐 하지말라고 할수도 없고....
“요즘 일은 좀 들어와”
“몰라~어제 하나 들어왔는데..안한다고했어..”
“왜? 넙죽 감사합니다하고 해야지!”
“아니~ 뭐~ 대사도 한마디고...오빠 그래도 가오가 있지!(멋있는척)”
“(멋있는척하는 남친말은 무시하고) 밥먹으러가자.”
“(김샜다) 넌!! 오빠가 말하는데!!! (은서를 따라가며 궁시렁궁시렁) 운동은 왜 했니?”
운동을 하고 저녁을 먹고 늦은시간 돌아온 집에는 아직도 불이 껴져있었다
이미 들어와 계셔야할 아빠는 아직도 안들어오셨다
노인정으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집으로 출발하신지 한참이라고 하신다
집밖은 이미 깜깜한 저녁. 아빠 핸드폰은 꺼져있다
무작정 집을 나섰다 집앞 길거리도 두리번 두리번 식당안에도 살펴보고 지나가는 사람 한명 한명 보는데 버스 종점에서 걸어나오는 아빠를 봤다
“아빠!!”
“너 여기서 뭐해?”
“그러는 아빠는 이시간에 여기서 뭐해?”
“버스에서 지금 내렸으니깐 여기있지?!”
“하~ 내말이 그뜻이 아니잖아!!! 몰라~ 빨리와”
아빠는 뒤 따라오면서
“구청에 민원을 넣어야겠다 지네 마음대로 노선을 바꿔놨어”
하신다 하지만 예전에 이런일이 있었다 노선이 바뀐게 아니라 버스를 반대로 타셨다 아마 오늘도 그런거 같다 중간쯤와서 돌아보니 한참 멀리에서 따라오고계셨다 나는 빨리오라고 소리치고는 혼자 집으로 와버렸다
한참뒤에야 집에들어오신 아빠
아빠 들어오는것만 보고 나는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자려고 거실불을 끄고 아빠방문을 열었는데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면 잘도 주무신다 방을 닫으려는 순간 숨이 넘어간뒤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순간 놀래서 아빠를 불렀다
“아빠!! 아빠!!”
“(갑자기 길게 숨을쉬며 일어나) 왜 이렇게 잠이 안오냐?”
뒷골이 땡긴다는게 이럴 때 쓰는말 같다 그렇게 코를 골면서 주무시던분이 잠이 안온다고... 나는 문을 쾅 닫고 나왔다
다음날 아침 부엌에 아침을 하던 흔적이 없었다. 이시간까지 주무실 아빠가 아닌데 아빠방에 가보니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되어있고 아픈 신음소리만 낼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는데 갑자기 의사가 평소에 몸쓰는일을 많이 하셨다던가 최근에 무리하게 움직이신일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아무대답도 할 수가없었다. 그동안 투정부리고 짜증내기만했지 아빠가 뭘 하고 계셨는지 관심이 없었다
의사의 질문에 멍하니 의사 얼굴만 보고있었다 내가 대답을 못하는거 같아서인지 자기 할말만 하고 가버렸다
그냥 단순한 과로인가 했는데 수술을 받아야한다고했다
나는 병실로 올라갔다 걱정은 되지만 내색하고 싶진않아서 보호자 의자에 안장 핸드폰 게임만 했다
"내일 수술은 나 혼자 받아도 되깐 넌 오지마"
"그래도 어떻게 수술을 혼자받아"
"무슨 중대 암수술도 아니고 거추장 스러"
한참을 아무말없이 바닥만 보고있었다
"얼릉집가"
자꾸 집에가라는 아빠가 밉기도하고 오랜시간 할말도 없고 그냥 집으로 왔다
왠일인지 아침일찍 눈이 떠져서 늘 아빠가 앉던 쇼파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때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어디냐"
"집이지?"
"오지말란다고 진짜 안오냐? 언제부터 그렇게 말을 잘 들었다고 "
아니그럼 있겠다고 할때 그냥 있으라고하지 참~~ 이걸 변덕이라고해야되나 싶다.
헐레벌떡 뛰어간 병원에선 아빠의 보호자를 찾고 있었다
맞다 진료도 아니고 수술인데 보호자가 있어야했다
"수술동의서 읽어보시고 보호자 싸인란에 싸인해서 주세요"
보호자...기분이 갑자기 이상했다 내가 이젠 아빠의 보호자가 되어있었다
한번도 생각못했던 보호자
우리아빠 정말 많이 늙었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빨리갔지? 오빠 말처럼 더 늦기전에 놀러도 다니고 해야겠다
아빠가 퇴원하고 예정되어있던 결혼식날
정말 생각지 못한일이 일어났다
아빠가 혼자서는 걸을수 없었다
그렇게 정정할껏만 같았던 아빠가 한순간에 일어난일이였다
지팡을 짚었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어보였다 그때 이미 입장한 신랑이 다시 돌아왔다 아빠를 엎고 신부 입장을 준비했다
운동을 하면서 오빠가 했던말이 떠올랐다
돈 벌어 여행가자.. 귀찮고 싫어서...시간없다고...바쁘다고 핑계로 다음에...다음에... 미뤘던게....
이젠 정말 시간이 되어도 함께 걸어서 갈수가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