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공모전-[Re-Start]

by 소설바보 posted Feb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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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나는 오늘하루도 로봇비서의 알람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 일정 좀 말해줘.”

, 알겠습니다. 오늘은 오전에 컨퓨젼관찰이 있을 예정이고 점심식사 후에는 회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후7시에 에스허르 행성에 보낼 보고영상만 녹화하시면 됩니다.”

오늘도 어제랑 다를 게 없네, 슬슬 지겨워지는군. 괜히 이런 곳파견 와 슨 고생이냐. 애초에 행성이름 들었을 때 알아 차렸어야했어. 컨퓨젼(confusion)이 뭐야. 이름부터가 불길하잖아.”

나는 곧장 행성관측실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태연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태연이는 우리 에스허르행성의 최고 프로파일러이자 내가 직접 뽑은 부사령관이다.

사령관님 이제 오셨어요?”

. 미안해, 좀 늦게 일어났어. 벌써 관찰중이야?”

, 그런데요 사령관님.”

?”

우리가 에스허르에서 컨퓨전행성이 멸망시킬만한 행성인지 알아오라고 한지 벌써 4개월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결정 못하셨어요?”

, 나도 오늘은 결정하려고 했어. 오늘 컨퓨젼 관찰까지만 보고 말이야.”

나는 편하게 앉아 컨퓨전행성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되도록이면 멸망시키지 않으려 했던 내 모습컨퓨젼인()을 바라보자 무너지고 말았다. 매일이 전쟁, 폭력, 범죄, 오염에 찌들어있는 컨퓨젼인 들은 정말이지 혼돈, 그 자체였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결정하려했으나 답은 컨퓨젼행성이 멸망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컨퓨젼인 들을 방치한다면 전우주가 위험해질 수 도 있다. 쓰레기통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안의 것들은 치워도, 치워도 계속 썩어갈 것이다.

태연아.”

. 사령관님.”

본부에 전해, 컨퓨젼 멸망 결정되었다고.”

진짜요?”

나는 먼저 들어갈 테니 너도 적당히 해둬.”

나는 행성관측실에서 나와 점심을 먹은 뒤 회의실에 들어갔다. 회의실에는 준우와 태연이가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지성이와 민권이가 들어왔다.

,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먼저 지성이가 입을 열었다. 지성이는 현재 최연소 정예대원이자 에스허르행성에서 전자기기분야의 최정상에 위치해있는 천재이다.

사령관님 정말 컨퓨젼을 멸망시키기로 한건가요?”

그래.”

우와 그럼 제가 만든 살상병기 D-47을 쓸 수 있는 거예요?”

아니, 아직 몰라. 그러나 최대한 전면전은 피하고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인간성은 저래도 컨퓨젼인들 꽤나 강하거든. 일단 태연아 본부에서는 허가 났니?”

, 멸망시키는 것까지 하고 오라고 했어요.”

그때 준우가 말했다. 준우는 에스허르 최고의 수학자이다. , 이번 프로젝트에서 순수한 실력만으로 집행관직을 따낸 사람이기도 하다.

제가 일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각종전염병과 군사들로 직접 컨퓨젼 멸망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 군사는 어디서 파견했는데?”

나치행성이요.”

나치라면 SPU(우주 행성 연합)에서 가장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잖아. 이거 생각보다 힘들겠는걸.”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태연이가 말했다.

.. 되게 암울한분위기 같은데요. 제가 여태껏 컨퓨젼을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컨퓨전인들은 외부의 공격에는 하나로 뭉치지만 내부의 분열에는 끝없이 분열하려는 특징이 있어요.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컨퓨젼 자체의 멸망이 아니니까 이를 잘 이용한다면 분명 컨퓨전인들은 한명도 남지 않을 거예요.”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더욱 냉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나는 진정을 되찾고 준우에게 물었다.

준우야 태연이가 말할게 성공할 가능성 좀 계산해봐.”

준우는 한참을 말없이 생각만 하는 것 같더니 입을 열었다.

하나의 문제만 해결 된다면 확실히 지금의 어떤 작전들보다도 성공확률이 높을 수도 있어요.”

하나의 문제가 뭔데?”

어떻게 할지에요. 컨퓨젼인이 내부분열에 약하다면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힘이 필요한데 그걸 어떻게 만들어 내야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요. 지금 그나마 남은 가능성이라고는 컨퓨젼에 특수한 전파를 쏴서 그들의 성향을 바꾸는 것인데, 지성아 할 수 있어?”

아니, 무리야. 그러려면 수 십 가지 빛과 광물 등을 결합하고 연구하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몇 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몰라.”

그렇게 또 다시 정적이 흐를 때 민권이가 말했다. 평소 소심하고 조용한 사람이지만 에스허르행성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생물학자이기에 그의 말은 믿을 만 했다.

저기.. , 가 해봐도 될까?”

? 어떻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거야. 전에 연구도중 실수해서 만든 이상한 바이러스가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모든 생각을 부정적으로 바꿔놓는 습성이 있더라고, 잘 활용하면 충분히 내부분열을 일으킬만한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

나는 깜짝 놀랐다. 아마 다른 대원들도 놀랐을 것이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발상이었기에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

, 래 민권아 좋은 생각이다. 오늘 저녁에 본부에 연락해서 적극 지원해 줄 테니 열심히 해보도록해라.”

나는 회의를 마치고 저녁식사 후에 에스허르에 보낼 보고영상을 녹화하였다.

지금부터 D+62일차 보고영상을 녹화하겠습니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저희가 컨퓨젼행성 멸망을 결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컨퓨젼인 들을 말살시킬 계획입니다. 말살시킬 방법은 컨퓨젼인 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서로에게 불만을 갖게 하여서 내부 속 문제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니 식량과 생필품은 전에 보급하던 대로 해주시고 기타로는 현재 에스허르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샘플을 보내주십시오.”

이 메시지는 약 이틀 뒤에 답장이 올 것이다. 나는 영상을 보낸 후 다른 행성침략 사례를 검색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 이후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약 일주일이 지났다. 에스허르에서 답장이 늦어지기에 우리 모두 의아해하던 도중 본부에서 메시지가 왔다.

그동안 수고 많았네. 벌써 어떻게 죽일지 까지 생각했을 줄이야. 그런데 자네들이 컨퓨젼에 있는 동안 우리는 다시 한 번 컨퓨젼과 소통해보기로 했네. 그러니 컨퓨젼의 최고 통치자를 만나고 오게나.”
메시지는 그게 끝이었다. 우리는 단체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얼빠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서는 본부와 긴급통화를 연결했다. 내가 말문을 열기도 전에 준우가 불같이 달려들었다.

보내신 영상은 봤습니다.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본 그대로네. 자네들이 실망한 바 잘 알고 있으나 컨퓨젼으로 내려가게.”

저희가 힘들게 쌓아올린 것인데 이제 와서 대화로 해결하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도 어쩔 수 없어 위에서 결정되어 버린 사안이야.”

이후로 통화연결은 끊어져 버렸다. 우리는 모두 심란한 마음으로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때 침묵을 깬 것은 다름 아닌 로봇비서였다.

점심시간입니다. 식탁으로 모여 주십시오.”

우린 식탁에 앉았고 말없이 밥을 먹었다.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감정은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침울한 분위기 에서 식사를 마치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겠다. 각자 할 얘기가 많을 텐데 우선 나부터 하지. 지금 이런 상황이 왜 생긴 것 같나?”

그러게요. 일단 그것부터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어서요.”

그래, 나도 그랬어. 그런데 딱 한사람이 떠오르더라. 송현욱...”

말도 안돼요. 에스허르 최고 통치자도 아닌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을...”

반란이 일어났던 거야. 그거라면 답장이 늦게 왔던 이유까지 설명이 될 수 있어.”

그러면 평소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사령관님을 해고시키려고..”
맞아, 그럴 가능성이 크지 머나먼 촌수라고 해도 나는 에스허르 최고통치자의 친척이었으니까. , 그러면 이제 어쩌면 좋을까?”

예상외로 첫 대답은 민권이었다.

저는 그냥 이대로 컨퓨젼멸망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그 이후로 모두가 입을 모아 찬성하였다. 그러나 지성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민권이형, 본부의 지원도 없이 할 수 있겠어?”

자원은 꼭 우리행성에서만 얻으라는 법이 있는 게 아니잖아? 저기서도 얻을 수 있어.”

민권이의 손끝은 컨퓨젼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놀란 눈으로 민권이를 쳐다봤고 민권이는 처음 받아보는 시선에 어리둥절한 듯이 보였다.

우와 형 진짜 방금 되게 우리 행성의 최고의 생물학자 같았어.”

나 우리 행성의 최고 생물학자 맞는데...”

에이 이럴 때는 그냥 같이 좀 분위기도 맞춰주고 그래야지.”

그때, 태연이가 지성이에게 다그쳤다.

. 김지성, 아무리우리가 4개월이 넘도록 같이 생활했고 사령관님도 허락 하셔서 서로 편하게 대하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지. 지금은 엄연히 회의시간이고 더구나 민권이가 너보다 윗사람이잖아. 신경 쓰도록 해.”

.. 그런데 있잖아. 혼내는 중에 미안한데 자원 채취를 위해서 컨퓨젼에 다녀올 사람이 필요해.”

? 그런 망해가는 행성에 다녀오라고?”
지성이가 자신 있다는 투로 말했다.

그건 제게 맡겨주세요. 살상병기 제작에 비하면 탐사로봇정도는 두 달도 안 걸리니까.”

뒤이어 준우가 말했다.

좋아 컨퓨젼에서도 정확한 위치로 발사되는 것이 중요하니까 오차범위 및 좌표 계산은 내가하도록 할게.

회의를 마친 후 지성이, 민권이, 준우는 각자의 방과 연구실로 들어갔고 나와 태연이는 행성관찰 일지를 다시 살폈다.

태연아 네 생각에는 이 일을 마친 후에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도 에스허르로 돌아가게 된다면 범죄자로 살아가겠죠. 최악의 경우에는 사형까지 갈 수도 있을 거구요.”

그렇겠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컨퓨젼에서 살면 어떨까?”

? 저런 범죄자 소굴에 들어가자는 말씀이세요?”

아니, 내말은 컨퓨젼인 말살이 끝난 뒤에 말이야.”

그렇다 해도 다른 대원들이 좋아할까요? 그럴 바에야 또 다시 다른 행성을 찾아보는 게 나을 걸요?”

다른 행성 어디? 식량이랑 물품도 끊겨 버렸는데 다른 행성은 어느 세월에 찾아. SPU 행성에 들어가려해도 이미 소문이 쫙 퍼졌을 걸?”

.. 어쩔 수 없네요. 사령관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딱히 다른 방법이 생각이 안 나서요.”

알았네. 일단 다른 대원들에게는 미루도록 하지. 이일이 끝났을 때, 그때 얘기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로봇제작, 바이러스연구, 좌표 및 장소계산 등으로 모두들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어느덧 두 달째 되는 날의 회의 시간이 다가왔다.

모두들 두 달 전에 맡은 일은 완료했나?”

.”

좋아 모두들 됐다고 하니 명령을 내리겠다. 준우는 계산한 값 지성이 에게 공유하고 지성이는 민권이에게서 채취해야할 물질이 뭔지 알아온 다음 탐사로봇 띄워.”

알겠습니다.”

그 이후로 또 이주가 지났다. 시간이 남아서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지성이가 들어왔다.

사령관님 탐사로봇이 돌아왔어요.”

얻은 물질은?”

전부 충분히 모아뒀어요. 다행히 컨퓨젼이 에스허르랑 환경이 비슷해서 같은 광물도 꽤 있더라고요,”

좋아 민권이한테 넘기고 푹 쉬어둬. 바이러스 퍼뜨릴 로봇 만들려면 또 힘들어질 테니까.”
지성이가 민권이에게 물질들을 넘긴지 일주일이 지나고서야 민권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는 모두 들뜬 마음으로 민권이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긴장된 마음으로 들어간 연구실에서 제일먼저 웃고 있는 민권이가 보였다.

여러분, 수고 많으셨어요. 드디어 컨퓨젼멸망 프로젝트, 실현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단체로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약7개월간의 긴 프로젝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좋아, 그러면 이제 민권이는 지성이에게 바이러스 보내고 지성이는 로봇으로 컨퓨젼에 보내도록 해. 준우는 저번처럼 위치, 좌표 계산해서 지성이 에게 보내고. 마지막까지 힘내보자.”
그때, 준우가 물었다.

그런데 이일을 한다고 해서 에스허르에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범죄자 신분인데 이일을 왜 하는 거예요?”

에스허르에서 범죄자 신분이기에 하는 거야. 앞으로 우리가 갈 데가 어디 있어. 에스허르로 돌아가면 교도소 직행이고 다른 SPU 행성들도 안 받아 줄 텐데 우리가 살 곳이 어디겠어?”

오 설마 제발 그것만은..”

컨퓨젼이지.”
말도 안 돼, 그런 범죄자 소굴에서 살라구요?”

어차피 컨퓨젼인 들은 다 죽어있을 텐데 뭐 어때.”
에휴 별 방법이 없으니 범죄자 소굴에도 들어가게 되네요.”

, 그러면 찬성인걸로 알고 오늘은 여기 까지 하자. 다들 맡은 바 충실히 임하도록 해.”
다음날 우리는 다 같이 연구실에 모였다. 연구실에는 지성이가 이미 와있었다.

서론은 치우고 바로 로봇부터 발사 시키겠습니다. 3...2..1...”

지성이는 바이러스를 담고 있는 소형로봇들을 컨퓨젼에 뿌렸다. 이윽고 지성이가 말을 이었다.

이 바이러스는 오늘 안으로 도착해서 일주일 정도면 쫙 퍼져서 다 죽어있을 거예요. 이제 각자 볼일 보셔도 되요.”
그러나 우리는 로봇이 컨퓨젼에 도착하는 것까지 보고나서야 하나 둘씩 연구실을 나갔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매일 봤던 컨퓨젼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첫째 날에는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더니 둘째 날에는 지역별로 사람을 구분 짓고 세째날에는 연령별로 나뉘더니 넷째 날에는 학벌로 사람이 갈리고 다섯째 날에는 부자와 서민사이의 갈등이 생기더니 결국 여섯째날에는 사회가 개개인으로 쪼개져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고 마지막 일곱째 되는 날에는 컨퓨젼에서 사람은 정말 하나도 남지 않았다. SPU의 행성들이 수십 년간 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단 7개월 만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전원 만장일치로 우리는 컨퓨젼에 내려와 살기로 했다. 절대 우리는 지난 컨퓨젼인들 처럼 행성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비폭력적으로 환경을 고려하며 살아갈 것이다.

사령관님 이행성 이름도 새로 짓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야겠지. ... 그래, 지구..지구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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