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공모 - 미운 엄마

by 유일아 posted Feb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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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엄마

  

 

 

문득 생각이 든다. 신은 정말 있는 것일까 정말 간절히 빌면 그 바람을 이뤄준다는 신.

그 물음의 나의 대답은 없다.’이다. 나는 한 번도 신을 믿어 본 적이 없다. 아니... 한번 믿어본 적이 있었다.

매일매일 빌어도 봤다. 신이 있다면 저를 도와주세요. 여기서 제발 나를 꺼내달라고 이 지긋지긋한 세상, 빌어먹을 세상에서 나갈 수 있게 제발 여기서 이 장소에서 나란 존재를 없애달라고 하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다.

나는 아직까지 이 거지같은 세상에 살고 있고 하루하루가 지옥이라는 것이다.

 

 

나는 아빠가 없다.

초등학교 때 이혼을 했다. 그래도 별로 슬프지는 않았다. 아빠가 있었을 때랑 없었을 때랑 다를 것이 없어서이다.

가끔씩 우리 가족은 아빠를 만나 밥을 먹기도 했고 이사를 가면 아빠가 와서 이삿짐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다. 가끔 용돈도 주고 전화를 하며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혼한 이유가 아빠가 바람을 펴서 이혼을 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땐 조금 충격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가 다시 아빠랑 재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조금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빠는 내가 중학교 2학년이 거의 끝나가던 때, 내 생일이 며칠 남지 않았을 때 아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사유는 자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내 생일을 기대했었다. 이번엔 무슨 선물을 받을까 가족이 전부 모여서 외식이라도 하려나 하면서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내가 주인공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최고조로 올라갔었다.


아마 그때가 생일 3일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는 평소보다 일찍 일을 마치고 돌아왔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갈 준비를 하라고 그랬다. 나는 살짝 귀찮아하며 이 밤에 왜 밖에 나가야하냐는 말투로 이유를 물었다. 엄마는 머뭇하다가 아빠가 죽었다고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동생은 울기 시작했고 엄마는 빨리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 우리는 택시를 잡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도착을 하고 들어가려는 순간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혼을 하고 난 뒤 한동안 보지 못했던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우리 가족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마를 유독 싫어하셨다.

엄마는 술이 취하도록 마실 때면 항상 자신이 불쌍하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내용 중에는 할머니 내용도 있었다.

할머니 댁에 가게 되면 할머니가 자신을 아니꼬운 눈빛으로 보았고 설거지를 할 때나 씻을 때 보일러를 틀지 못하게 할 때도 있었다고 그랬다. 고모들이 올 때는 모든 잡일을 자신에게만 시켰고 음식을 만드는 것도 자신의 몫이고 자신이 먹으려고 앉으면 아직도 안 먹었냐하며 빨리 치우자라는 말을 했었다고 한다.

엄마는 이런 얘기를 매번 반복했었다.


나는 항상 이 말이 내가 이런 일들을 당했는데 아직도 할머니가 좋아? 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장례식장에서 나는 울지 못했다. 아니 울지 않았다.

아빠가 미웠다. 나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생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자살을 할 생각을 했을까... 나는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가 아니 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지만 울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울면 이건 원망이 아니라 슬픔이라는 의미의 눈물이 될 거 같아서 울지 못했다. 육개장을 먹으며 옆을 봤는데 가족 전부가 울고 있었다. 몇몇 친척들도 울고 있었다.

울지 않고 있는 나에게 할머니는 너 네 아빠가 돌아갔는데 너는 슬프지도 않냐 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끔씩 그때의 생각을 하면서 차라리 그때 우는 게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저번에 엄마가 술에 취해 아빠얘기를 꺼냈는데 듣고 싶지 않아서 티비를 보면서 엄마 말을 무시했는데 엄마가 하는 말이


네 아빠가 죽었을 때도 넌 눈물도 흘리지 않았던 애가 어떻게 내 마음을 이해하겠어?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 넌 내가 죽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겠지 오히려 좋아하는 거 아니야?”


라고 말을 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엄마 옆에 있어야 하는 건가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의 독설은 하루의 악몽이 아니었다. 엄마가 술을 마시는 날이면 엄마의 독설을 들어야했다. 일을 하고 돌아온 엄마는 매번 술을 마셨고 소주가 2병을 넘어가면 항상 아빠얘기를 했다.


아빠는 동생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바람을 피웠다고 했다.

심한 날에는 그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와서 언니와 함께 놀러가기도 했다고 그랬다. 그때 엄마는 동생이 태어나지 않아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동생이 태어나고 할머니는 엄마가 산후조리를 할 때 찬바람을 많이 쐬게 해서 지금도 추운 날이면 온몸이 시리다고 한탄했다. 아빠는 자신에게 관심도 없었고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도 아까워했다고 했다.

용돈을 너무 적어서 장을 한번 보면 없어질 정도라 돈을 아끼려고 택시비를 아껴서 옷을 사 입었다고 했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돈이 없어서 나가지 못했고 동창회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친구들과 멀어져 지금은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어느 날에는 아빠 옷을 사왔는데 아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가위로 그 옷을 잘라버렸다고 말했었다. 자신이 공장 일을 할 때에도 월급날만 되면 벌었던 돈을 바로 빼가서 엄마는 이혼하기 전까지 월급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했다. 엄마는 아빠의 한 달에 버는 돈이 어느 정도 인지도 알지 못했었다고도 말했다.

이혼을 하기 전에 크게 싸웠는데 아빠가 그때 일주일 정도 집을 나갔었다. 마지막 날 아빠가 들어와서 짐을 챙기고 나갔는데 그때 통장에 남은 돈은 만원도 안됐었다고 말했다. 월급을 받은 지 얼마 안됐던 때라 엄마가 자신이 번 월급을 달라고 아빠에게 말을 했는데 아빠는 돈이 어디 있냐고 자기도 없다면서 벌써 다 썼다고 말을 했다한다.


그리고 이혼을 하기 전에 아빠는 전세금을 주면 자신이 우리 세 명을 키우겠다고 말을 했는데 그때 자기가 너 네를 아빠에게 보냈으면 너네는 벌써 죽었을 거라면서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된다고 말하였다.


아빠가 죽었을 때 가지고 있던 휴대폰 속에는 어떤 여자와 하던 문자내용이 들어있었고 문자내용 중에는 자신을 만나달라고 만나주지 않으면 죽어 버리겠다면서 차안에 연탄난로를 가져다 논 것을 사진으로 찍어 보낸 내용을 보여준 적도 있었다.

 


이런 엄마의 얘기는 항상 반복됐고 매번 같은 얘기를 듣던 나는 점점 짜증이 났다. 그래서 엄마와 자주 싸우기도 하였다. 싸우고 내가 방에 들어가 있으면 엄마는 술을 더 마시며 나에게 들으란 듯이 말한다.


어쩜 저렇게 지아비랑 성격이 똑같을까. 역시 피는 못 속여


나도 누가 너 같은 거 데리고 오고 싶었어?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게 너 네를 데리고 온 거야! 너네만 없었으면 나도 지금 이러고 있지는 않아!”


이 말을 들은 날에는 나는 항상 눈물로 밤을 보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고 점점 엄마에 대한 나의 마음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동정심이 들었지만 나중에는 그 동정심마저 사라지고 원망만을 느꼈다. 가끔씩은 이래서 아빠가 엄마와 헤어진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나는 왜 이럴까... 이제 내가 정상이 아닌 거 같아...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정상일까?

 


엄마가 싫다. 내게 상처라는 걸 알면서도 말하는 말들이 너무 아파서 괴롭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이기적인 거 나 밖에 생각 안하는 거 하지만 이건 엄마의 탓도 있지 않나.

매일 밤마다 듣는 욕설에 어느 누가 좋은 생각만 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하는 내가 정말 싫다.

 


원망소리를 일주일 한 달 일 년...

벌써 3년 정도가 지난 거 같다.

지금도 똑같이 술을 마시고 엄마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그 애기를 시작한다. 이제 엄마가 집에 들어오는 것도 싫어지기 시작한다.


엄마의 얘기가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 원망이 끝나면 엄마가 죽고 싶다라고 말을 한다. 자기도 죽을 거라고... 쾅쾅 닫혀있는 내방을 치기도 하고 소리를 치기도 한다. 이럴땐 정말 날 죽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큰 소리만 들리면 온 몸이 긴장을 한다.

 

죽을 날 잡아 놓을 테니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너네도 죽어


올 여름에 죽자 너네도 준비해


이제 안살아. 나도 이제 너네 안 키워!”

 

오늘도 들리는 소리에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이렇게만 말하면 정말 엄마가 나빠 보이지 않는가?

근데 우리 엄마는 사실 술만 안마시면 정말 좋다.

아주 좋은 건 아닌데 그래도 보통 엄마라고 말할 수 있다 생각한다. 같이 웃어주고 밥 먹고... 뭐 그 정도?


엄마랑 얘기는 자주 안한다. 아니 엄마의 얘기는 들어주는데 엄마는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저번에 이유를 물어보니 나는 얘기만 하면 항상 돈 달라는 소리라면서 듣기 싫다고 듣지 않는다고 그러더라... 같이 놀러가지도 않는다. 돈이 없어서 놀러갈 수 없단다.

 


... 술이 문제다. 술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좋을까

술기운에 말을 하는 사람은 정말 싫다.

맨 정신에 하지 못하는 말을 술을 빌려 한다는 사람 정말 혐오한다. 말 할 용기가 없으면 그냥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엄마가 밉다. 미워하다 못해 혐오 할 때가 있다는 게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마음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아니 알아서는 안 된다. 이런 내 마음을 누가 알게 되면 내 주변에는 정말 아무도 남지 않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날에는 자기 전에 항상 내일이 오지 않길 빌어본다.

영원히 눈을 뜨지 않았으면 내가 사라지기를 귀가 들리지 않길 기억을 전부 잃어버리길...

 


내 인생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엄마 손에 죽지는 않을까, 아니면 집을 나가 연을 끊고 살지 않을까, 평생 잠에 빠지지 않을까 ,자살을 하지 않을까,

아니면 엄마와 함께 다정하게 지낼 수도 있지 않을까?

엄마가 술을 끊어서 더 이상 나에게 비수를 꽂지 않지 않을까


이 모든 선택지가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행복한 결말이 됐으면 하고 바라는 내 마음은 이기적인 걸까?

 





이름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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