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공모-비거(飛車)

by 투투 posted Mar 27,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거(飛車)


영화 E.T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자전거가 아닌 수레를 타고 있었다. 수레가 날고 있다. 날개도 없는 수레가 어떤 원리로 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당연한 듯이 하늘을 날고 있다. 고개를 내밀어 밑을 살펴보니 빌딩과 아파트 사람들이 모두 손안에 들어올 만큼 작아졌다. 수레는 계속 높은 곳을 향했다. 달에 가까워질수록 태양마차를 끌고 달리던 파에톤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점점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커지는 달을 바라보다가 꿈에서 깼다.

그놈의 잠은. 죽으면 평생 잘 잠인데. 사내자식이 잠 하나 못 이겨서야.”

아버지의 비수 같은 말들이 날아왔다. 문을 닫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들어와서 자는 모습을 보고 나가신 모양이다. 작년에 전문대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지 못한 뒤에는 아버지에게 할 변명조차 없어졌다. 아버지는 남들 사는 만큼만 살았으면 한다고 하시지만 요즘 세상에 남들 사는 만큼 사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평균정도의 외모와 평균정도의 키, 평균정도의 인간관계, 평균정도 되는 연봉. 이 모든 것들의 평균을 유지하는 것은 어느 한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만큼 힘들 일인데 아버지는

남들 다하는 일을 너라고 왜 못하느냐

라며 항상 나무라신다.자게 둬요. 기다리면 알아서 하겠죠.”

어머니의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항상 어머니는 아픔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무라시는 아버지보다 언제나 편을 들어주시는 어머니가 어느 순간부터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기대가 전혀 없다면 기대를 충족시켜드리는 일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시간을 줬는데 우리 아들은 뭐라도 해서 보여줄 거야.’

라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미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이해했고 더 이상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만 아들이 주는 것들은 대부분이 실망 또는 한숨이여서 이제는 어머니의 배려가 멍들지 않는 구타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올해가 다지나가는데 뭐하는 거야.”

아버지의 체념 섞인 목소리를 애써 모른 채하고 일어나서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백수생활이 1년을 넘어가면서 터득한 노하우라면 취업준비를 열심히 안하더라도 방이 깨끗하면 욕은 덜 먹는 것이다.

어차피 먹을 욕이라면 이왕이면 짧고 굵게 먹는 것이 좋다

를 신조로 삼고 있다.

-But I'm a creep I'm a weirdo

하지만 난 절름발이에요. 난 이상한 놈이죠.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젠장, 여기서 지금 나는 뭐하고 있죠?

I don't belong here

난 여기에 속할 수 없어요.

아뿔싸! 실수로 핸드폰 무음설정을 해놓지 않았다. 집에 있는 듯, 없는 듯이 있어야 하기에 핸드폰은커녕 발소리도 죽이고 살아야하는데 실수였다.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뭐하냐?”성우였다. 이 놈은 2년의 대학 생활동안 나랑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같이 놀았다. 하지만 성우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연봉이 3000만원이 조금 못 미치지만 전문대출신 대학생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입사했다.

집에 있지.”

나와라. 술 먹자.”

차마 취업준비안하고 지금까지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모든 것들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사이라고 해도 창피함은 무시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지금?”

. 너네 집 근처로 가고 있으니까 나와.”

시간을 확인하니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알았어,”

성우는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평소에는 이 놈의 이런 행동이 거슬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내가 취업 못하고 빌빌거리고 있으니까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모자를 챙겨 쓰고 방문을 열었다. 내가 방문을 여는 순간은 하루에 5번 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을 때, 점심에 일어나서 밥 먹을 때, 아버지 퇴근하시기 전에 나가서 이른 저녁을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담배 한 대 피러 나갈 때이다. 이런 순간이 싫다. 방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정적과 무시. 배려인가? 방금 전까지 나에 대한 얘기를 나누시던 부모님은 내가 당연히 들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시면서 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텔레비전을 보고 계신다.

나갔다 올게요.”

메아리는 없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주머니를 확인했다. 귀퉁이가 구겨진 담뱃갑이 있음을 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집 앞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성우가 보였다.

왔냐? 오늘따라 유독 얼굴이 썩었는데?”

그렇네, 너도 오늘 달이 별로네.”

어느새 사회인의 행색을 하고 있는 녀석. 제법 잘 어울린다는 사실은 모른 척하기로 했다.

옷을 왜 그렇게 입고 왔어? 클럽 갈 건데.”

뭔 놈의 클럽이야. 나 돈도 없고, 자다가 나왔어.”

이야, 돈이 뭐가 문제야. 내가 있는데. 그리고 자다 나왔는데 얼굴이 이렇게 빛난다고? 이렇게 썩히기에 오늘 외모가 너무 아깝다. 가자!”

능글맞은 녀석.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요즘 심사가 뒤틀렸는지 주위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이 시비로 들렸었다. 하지만 성우는 미꾸라지 같은 천성 덕분에 다들 떠나가는 내 곁에 잘 머물러 주고 있다.

그래, 가자! 요즘 날카로웠는데 성질이나 죽이러 가자.”

성우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걸었다. 이 녀석 성장판이 닫히지도 않았는지 키가 자란 느낌이다.

, 맞다. 나 차 뽑았다.”

차키를 짤랑거리며 눈앞에서 흔들었다.

입사한지 이제 8개월 쯤 됐나?”

걷잡을 수 없는 열등감이 나를 휩쓸었다.

돈 별로 없는데 그래도 샀지. 남자가 사내로 태어났으면 돈도 화끈하게 쓸 줄 알아야지.”

그래? 아직 계약직 아니냐? 살짝 허세느낌인데?”

괜히 날카롭다. 녀석의 항해는 순항인데 나의 항해는 표류 중이라는 것이 거슬린다. 아니 어쩌면 침몰하는 타이타닉과 다를 바 없을지도.

이번에 무기 계약직으로 계약했다. 드디어 회사도 나의 진가를 알아 본거지.”

축하한다. 이제 시작이네.”

꽤 오래전에 어딘가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발트해 인근에서 조업을 하는 선원이나 어부들에게만 전해져 내려오는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들은 폭풍우나 배가 난파될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서 도움을 주는 요정이 있다고 믿었다. 그 요정을 사람들은 클라바우터만이라고 불렀는데 그 시절의 클라바우터만은 모두에게 공평한 요정이었을지 몰라도 21세기의 클라바우터만은 불공평하다. 걷다보니 성우의 어깨에 올려져있던 내 손이 내려가고 성우의 손이 내 어깨위에 있었다.

클럽에 입장하려는 순간부터 기분이 상했다. 입구에서 내 복장을 보고는 나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분명 언성을 높였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용기보다 의지가 없었다.

그냥 가자.”

뭘 그냥 가.”

돌아가려는 나를 성우가 붙잡았다. 성우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서 말했다.

아이고. 형님들. 제 친구에요. 다음부터는 멀쩡하게 입혀서 데리고 올 테니까. 오늘 한번만?”

성우의 천성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모양이었다.

이번만이다.”

그럼요. 감사합니다.”성우는 어깨 넓은 형님들과 악수를 하며 내가 눈치 채지 못하게 지폐를 건네고 있었다. 모르는 척했다. 알 필요가 없다.

, 오늘은 내가 희생한다. 뭔 느낌인지 알지?”

몰라. 임마. 의지도 없어.”

의지가 왜 없어. 이 밤에 젊고, 굶주렸는데.”

성우는 주먹으로 내 배를 장난스럽게 툭 툭 쳤다. 기분 나쁠 필요가 없는 장난이지만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대충 대답했다.

알았어. 마음대로 해.”

자리에 앉아서 주문서를 확인하고 있는 성우를 대신해 젊음을 발산하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봤다. 나와 다르지 않은 나이의 친구들인데 다른 세상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내가 그들의 인생을 모르니 오해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들도 나를 오해할 수 있으니.

맥주? 아니면 고급지게 마실까?”

성우가 골랐는지 음악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나는 맥주. 돈 없어.”

내가 돈 있어. 그래도 맥주?”

. 그래도 맥주.”

성우는 웨이터를 불러서 주문했다. 나는 분출되는 젊음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부담스러웠다. 성우는 분위기에 어느새 녹아들어 고개를 흔들면서 둘러보고 있었다.

, 저기 여자 2명 어때?”

어디?”

빨간 옷하고 검은색 목 티.”

재빠른 녀석. 그 짧은 시간 안에 진주를 찾아냈다. 가장 빛나는 진주와 진주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비즈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야야, 잘 들어. 내가 가서 같이 놀자고 할 테니까. 너는 입 다물고, 고개 살짝 숙이고 핸드폰 보고 있어. 그 각도가 그나마 잘생겼으니까.”

나는 헛웃음이 났다.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나는 빨간 옷. 너는 목 티. 괜찮지?”

당연히 진주는 성우의 몫이다. 반박할 이유가 없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갔다 온다. 관우보다 빠르게. 맥주가 오기도 전에 갔다가 세 명이서 올게.”

성우는 특유의 능글거리는 미소를 짓더니 몸을 흔들며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성우의 말 몇 마디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성우의 말이 생각나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봤다. 슬쩍 곁눈질로 확인하니 성우는 가만히 서있고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세 명이 왔다. 한 가지. 약속과 다르다면 맥주가 그들보다 먼저 왔다는 것이다.

반가워요. 저희는 23살이에요.”

, 저희는 24살입니다.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말 편하게 하는 걸로 하고.”

그래. 학교 다녀?”

아니 졸업했지. 나는 B기업 다니고 이 친구는.......”

시선이 나에게로 넘어왔다. 성우는 눈짓을 했다. 그냥 대충 거짓말로 얼버무리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1년 째 취업준비 중이에요. 그냥 집에서.......”

, 요즘 취업하기 힘들긴 하죠. 그래서 B기업 다니는 잘생긴 오빠는 이름이?”

말을 끊었다. ‘너는 관심이 없으니 예의상 물어본 질문에 너무 성심성의껏 답하지는 말아줘라는 뜻이 분명했다.

나 성우. 방성우. 그냥 오빠라고 불러. 너네는 학생이야?”

진주는 보석을 알아봤다. 서로는 서로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나의 대답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지만 그들에게 상관없는 듯했다.

나하고 희연이는 휴학 중이야. M대 다니고 있어.”

, 좋은 학교 다니네.”

내가 대화에 끼어들지 않아도 분위기는 잘 흘러갔다. 성우 특유의 말솜씨는 동성보다 이성과 함께 있을 때 더욱 빛났다. 희연이라고 소개했던 친구도 나처럼 말이 없었다. 그저 성우가 하는 농담에 장단을 맞추면서 웃어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이 조합은 오직 성우와 진주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조합이었다. 눈치 보다가 슬며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 어디가?”

화장실. 금방 올게.”

계속 술만 마시니까 그렇지. 말 좀 해

하고 있어. 먹고 있어. 금방 올 테니까.”

, 집에 가지마라.”

성우가 신신당부했다. 너무 말이 없으니 내가 지루해서 집에 갈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온 클럽인데 혼자만 신난 모양새가 미안한 감정도 있었을 것이다.

안 가.”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참았던 볼일을 본 후 거울 앞에 섰다. 맥주 몇 잔에 붉어진 볼과 남루한 차림이 눈에 보였다. 한심스럽다. 힘들다. 힘들어서 티내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 내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서 엄살처럼 보인다. 상처의 깊이와는 무관하게 상처가 잘 보이기만 한다면 상처가 더 아파 보이는 착시효과를 만들어낸다. 나는 착시효과의 피해자다. 자리에 돌아와 보니 성우 녀석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 테이블에서 희연은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성우 어디 갔어요?”

갑자기 존댓말? 우리 아까 다 말 놨잖아. 편하게 해.”

, 미안. 성우 어디 갔어?”

뭘 물어? 둘이 나갔지.”

너는?”

희연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 ? 술 더 마시고 싶어?”

조금 덜 마신 것 같아서.”

그래. 더 마시자.”

희연은 챙기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바지 주머니 속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먼저 간다. 굿 럭.’

성우의 문자였다.

뭐래?”

희연이 슬쩍 보고는 물었다. 솔직할 이유가 없다.

그냥 먼저 간다고.”

그게 끝?”

.”

희연은 말없이 맥주를 홀짝거렸다. 클럽의 음악소리는 계속 귀를 때리는 것처럼 시끄러웠지만 그것마저 무마시킬 정적이 자리에 맴돌고 있었다. 희연이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이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취업준비 중이야. 그리고 M대 안다녀.”

?”

뭐가. 취업준비 중이라는 거? M대 안다닌다는 거?”

갑자기 솔직한 거?”

희연을 또렷이 응시했다. 알고 싶지 않았고 알 필요 없는 진실이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너는 솔직했는데. 나는 거짓말하니까 조금 창피해서.”

그래.”

어떤 질문이 적절한지 몰라서 대답만 했다.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의사표현이었다.

어렵더라고. 정답이 없으니까. 남들이 원하는 정답을 써서 내면 될 것 같았는데 그것도 안 되더라고. 그래서....... 그냥 나도 취업준비 중이라고.”

내 의사표현을 희연은 알아들었다. 스스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하소연이다. 그냥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필요한 걸까?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걸까?

나는 노력도 잘 안 해. 사람이 포기하는 동안에는 진짜 힘들었는데 마음을 비우고 포기하니까 정말 편해지더라고. 그래서 나는 노력도 안 해.”

그건 너무 바보 같은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대신 마음이 편하잖아. 그걸로 좋아. 남들이 인생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뭐라고 해도 내가 무시하면 그만이야.”

그래서 나도 포기하라고 설득하는 거야?”

아니, 괜찮다고. 사람들 다 각자 사정으로 힘들잖아. 취업준비를 하느라 힘들거나, 직장생활을 하느라 힘들거나, 여기저기 인간관계가 힘들거나. 우리도 어차피 힘든 사람들 중 한 명이니까. 다 상관없다고.”

뭐래.”

너무 아는 척 했지? 미안.”

재수 없어.”

재수 없다고 말한 희연의 표정은 기분 탓인지 진심으로 경멸하는 표정처럼 보이지 않았다. 희연이 시계를 봤다. 위로와 공감을 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지루한 모양이다. 성우의 문자가 떠올랐다.‘굿 럭.’이라니 없던 의욕이 조금 샘솟았다. 성우의 문자 때문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슴 뛰게 만들었다. 요동치는 심장박동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설렘이 아니라 오랜만에 약간의 두근거림이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에 신경이 쏠리고 있던 와중 희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도 힘들지 않아?”

힘든 것도 모른 것처럼 해야지. 계속 그렇게 바보가 되고 있어.”

바보네. 바보.”

좀 전보다 편해진 분위기와 간만에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심장은 용기를 만들어주었다. 거의 바닥난 맥주를 몇 번이고 홀짝거리며 나눠 마시고 있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도 갈까?”

그래. 집에 가야지.”

? 집이라니 새벽 4시가 넘어가는 마당에 굳이 집에 가겠다니? 의무는 없지만 너는 내 두근거림에 책임져야한다.

? , 오늘 집 비는 날 인가봐?”

뭐래.”희연은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모른척해야 한다.

왜 그래. 집이라니. 어디 가서 한 잔 더하자.”피곤해서 집 가고 싶은데?”

말문이 막힌다.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성우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했을까?

에이. 아직 초저녁인데. 이제 시작 아니겠어?”

아니, 그게 아니고 부모님이 걱정하셔. 들어가야겠어.”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다. 부모님이 걱정하신다고 이제 와서 들어갈 사람이 아니다. 그녀의 암묵적 의사표현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희연이 좋게 말할 때 서로 맘 상하지 말고 해어지자는 말을 돌려서 표현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우리 나이에 누가 부모님 눈치를 봐. 부모님도 이해하실 거야. 가자.”

희연은 의사표현을 했어도 나는 그녀를 곱게 보내줄 수 없다. 생각해보니 1년이 흘렀다. 1년 동안 남자의 기능을 타의에 의해 상실했다. 거미줄 칠 정도로 굶주렸고 급하다. 희연의 얼굴에 피곤함과 짜증이 묻어났다.

, 진짜 사람 말 더럽게 못 알아듣네. 수작부리지마. 나 너 별로야. 잘난 척하는 사람은 더 별로고.”

뭐라고? 내가 귀가 좀 안 좋아.”

철판이 필요했다. 안면몰수하고 끈질기게 물고늘어져야한다. 희연은 머리를 쓸어올리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 정도 했으면 좀 알아들어. 너랑 안 잔다고. 머리도 안 감고 추리닝까지 입고 왔으면서 무슨 자신감이야.”

머리는 들어가서 감으면 되지.”창피함보다 뻔뻔함이 강해지자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해졌다.

. 밤은 깊었지. 술은 마셨지. 이 늦은 시간에 우리 둘 밖에 없지. 이 정도면 너도 생각 있었잖아.”

잘 되지 않지만 성우처럼 능글맞게 웃으면서 희연을 툭 쳤다.

어디서 개소리야. 마음대로 넘겨짚지 마. 친구 때문에 억지로 있었던 거지. 난 생각도 안했어.”

쉽지 않다. 슬슬 화도 나고 짜증도 나지만 이 상황에서 나는 의심의 여지없이 이다. 숙이고 들어가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좀 하고 말해. 살다 살다 별 어이없는 새끼를 다 보네.”

희연은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챙기더니 눈길한번 주지 않고 나갔다. 희연을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성우의 말이 떠올랐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겠다. 싶을 때는 빌어. 논리? 개연성? 감정? 다 필요 없어. 그냥 솔직하게 한 번 빌어봐.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안 볼 사람이고 쪽팔림은 한 순간이야.’

그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희연을 찾았다. 두 번째 가로등에서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희연을 볼 수 있었다. 그녀에게 뛰어가 돌려세웠다. 여기서 신의 한수.

진짜 한번만.”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표정을 짓고서 말했다. 희연은 이제 표정으로 말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는지 얼굴에 어이없음.’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웃었다. 그녀가 웃었다.

너 정말 어이없는 거 알지?”

그럼.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지.”그렇게 굶었냐?”

평소에는 잘 챙겨먹는데 오늘은 자느라 저녁을 거르고 나오기는 했어. 가자.”

희연의 손을 잡았다. 행선지는 분명했다. 그녀도 알고 나도 알고 있으니 합의는 필요 없었다. 우리는 적당하게 오늘밤과 내일 아침까지만 연인이다. 서면합의가 없는 암묵적인 동의이다. 모텔로 들어갔다. 그녀가 계산했다. 우리는 말이 없다. 방금까지 잡고 있던 손도 지금은 놓았다. 그렇다고 멀어진 것은 아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희연이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 보았다.

, 그거 사야지.”그녀의 등을 살며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밀었다. 나의 손에 밀려 내린 희연에게 말했다.

사올게.”

먼저 씻고 있을게.”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연인들도 막상 직면하게 되면 어색해지는 순간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어색한 순간도 감내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하룻밤 연인이기에 그녀가 다 씻기 전에 들이 닥쳐야한다. 맘이 급해졌다. 편의점을 찾아 뛰었다. 이 골목의 어딘가 한 구석에는 분명히 있어야할 편의점이 보이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두 남녀가 보였다. 그들에게 물었다.

혹시 근처에 편의점 없을까요?”

여기 편의점 없는데? 저쪽 대로까지 나가면 있어요.”

그들이 지나가고 잠깐 생각했다. 그녀와의 교감에 매너는 필수요소인가? 우리는 사랑하는가? 뒤돌아 뛰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시간까지 기다릴 여력이 없다. 계단으로 올라갔다.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문을 열었다. 물소리가 들린다. 침대 위에 그녀의 옷가지들도 보인다. 나도 땀에 살짝 젖은 허물들을 벗었다. 그녀의 옷들 위에 던졌다. 화장실 문이 유리인 사실은 꽤 고마웠다. 덕분에 서려있는 김들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굴곡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녀를 과소평가했다. 볼륨감 있는 굴곡이다. 물소리가 멎었다. 그녀가 나오기 전에 화장실 문을 열었다.

벌써 사왔어?”

아니. 안 샀어.”

희연을 벽으로 밀면서 샤워기 물을 틀었다. 그녀가 다 씻었다고 해서 그녀만 씻을 수는 없으니 그녀가 한 번 더 씻는 편이 좋았다.

? 사와. 없으면 안 해.”

괜찮아 여기 있는 거 쓸게.”

그녀가 조용해졌다. 짧은 대화를 하면서 계속 그녀의 몸에 과감하게 손을 올렸다. 그녀에게서 진한 화장품냄새와 향수만 느껴졌었지만 지금은 상쾌한 샴푸냄새가 맴돌았다.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한 손에 잡히는 알맞은 젖가슴이다. 그녀도 반응했다. 은밀한 곳을 향한 낯선 손길은 그녀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침대에서.”

물기가 흥건한 채로 침대로 몸을 던졌다. 실로 오랜만이다. 남자의 기능이 마비된 생활을 1년 가까이 하느라 형편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본능이 번뜩였다.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입을 맞췄다. 그녀의 갈라진 깊숙한 틈에서 물기가 머금기 시작했다. 그녀의 계곡을 향해 천천히 그리고 깊숙하게 움직였다.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허리를 움직였다.

너무 빨라.”

그녀의 선홍빛 목소리에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 나랑 자고 싶지 않다며 소리치던 그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반응이다. 만족스러운 건가? 그 정도는 아닌데? 그녀와 나 사이에 필요한 매너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최선이라고 판단해 그녀의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

오랜만이라서. 미안.”

성우도 나랑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 그에게 쉬운 일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 내가 왜 너에게 격차를 느끼고 열등의식을 가지게 되었을까? 나의 청춘과 너의 청춘이 무엇이 그렇게 달라서 너만 유독 빛나는 걸까? 꼬리를 무는 자격지심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뭐해?”

규칙적으로 흔들리던 침대에 진동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딴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부러 친절하게 말했다.

천천히 하려고. 안 아파?”

괜찮아. 움직여줘.”

물결을 만들었다. 모든 감각이 민감한 순간에도 머릿속에 계속 아까의 질문들이 맴돌았다. 왜 나는 점점 뒤처지고만 있을까?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생각나자 신경질이 났다. 허리를 숙여 마치 그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있는 힘껏 껴안았다. 나의 허리를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내가 만든 파도는 그녀를 덮쳤다. 그녀를 덮친 것으로 모자라 침대를 적셨다.

너무....... 빨라.”

희연이 나의 귀에 붉어진 목소리로 흐느꼈다.

괜찮아.”

무심하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자세를 바꿔가며 그녀를 흔들었다. 그녀의 다리가 나의 어깨 위에 있기도 했고, 부끄러워했지만 그녀가 내 위에 있기도 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없는 순간에도 그녀는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내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반응해줬다. 방안의 온도는 뜨거워졌고, 언제 켰는지 모르겠는 TV의 소음보다 우리의 호흡과 교성이 더 커졌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이 공간에서 가장 뜨거운 것은 우리 둘이었다.

 

1년 동안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앞의 5개월 정도는 나의 최선을 다했다. 자소서도 열심히 썼고 전문대답지 않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정도는 성취했다. 토익 점수도 꽤 높았고, 자격증도 많이 취득했고. 하지만 나의 노력은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리고 취업준비하면서 교양을 쌓기 위해 생전 읽지 않았던 책도 읽기 시작했다. 그 때 읽었던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읽고 난 후 한 가지 질문만 떠올랐다. 도대체 왜 이렇게 섹스가 거창한 것인가? 왜 섹스에 이렇게 많은 의미부여가 필요한 것인가? 섹스라는 것은 그저 본능적으로 종족번식이라는 것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무슨 생각해?”

옆자리의 희연이 내 가슴에 손을 올리면서 물었다.

친구 생각.”

누구? 아까 그 친구?”

. 성우. 걔도 네 친구랑 같이 있겠지?”

아까 연락해보니까 같이 있는 것 같던데. 근데 그 친구 생각을 왜 해?”

그냥. 오늘 하루 운 좋았네. 이런 생각이지.”

하지만 오늘 질문의 답을 얻었다. 나는 내 감정의 위로를 받고 싶었다. 나는 내 감정을 해소해야 했다. 격렬한 정사가 되었지만 덕분에 조금 후련해졌다. 한편으로 공허해졌다. 섹스로 화풀이를 했다. 못난 놈.

자자.”

그녀의 얼굴을 한번 쓰다듬고는 등을 돌렸다. 그녀가 나와 등을 마주하는 것을 느꼈다. 멍하게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8시를 조금 넘었다. 슬며시 몸을 일으켜 옷을 챙겨 입었다. 그녀가 자고 있는지 살폈다. 별 상관은 없다. 신발을 고쳐 신고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모텔을 나서자 몸에 한기가 들었다. 걸어가려했지만 추위를 견디지 못해 택시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우리 층에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했다. 불이 꺼져있다. 다행히 주무시나보다.

-덜컥

문을 열었다.

이제 오냐.”

깨어있으셔도 어머니가 주무시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였다. 화를 억누르는 목소리셨다.

.”

뒤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걸어가며 대답했다.

술 먹었니?”

.”

지금까지? 해 뜰 때까지?”

.”

꼬박꼬박 당당한 것처럼 말했다.

지금이 그럴 때니? 20살이야? 너 이제 24살이야.”

알아요.”

남들보다 훌륭하게는 못해도 남들만큼은 살아야 될 거 아니야.”

그래야죠.”

의지가 있기는 하니? 하루 종일 잠이나 자고, 그것도 아니면 인터넷 뒤적거리고, 영화보고, 공부하는 걸 본적이 없는데 노력은 하는 거냐?”

솔직할 이유가 있다.

안 해요.”

아버지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했다. 아버지의 심기를 확실하게 건드렸다. 솔직 하자.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주무시는 줄 알았던 어머니가 나와서 아버지를 말렸다.

여보. 그만해요.”

뭘 그만해! 저 녀석이 하는 말 못 들었어?”

들었어요. 요즘 힘들어서 그래요. 자기라고 안 하고 싶겠어요. 나중에는 보여줄 테니까. 그만해요.”

나중에 언제! 남들 다 취업해서 애까지 낳고 가정꾸리면 그 때? 그러면 늦어!”

아니죠. 스스로 하게 좀 내버려두자고요.”

스스로 안 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나를 두고서 두 분이 언성을 높이신다.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아프다. 언젠가 보여줄 자신이 없는데 자꾸 강요하신다. 아프다. 가시는 눈에 보이지 않을수록 상처를 쉽게 남긴다.

나 안 해요.”

? ?”

이제 하기 싫어졌어요. 그냥 노가다 판이나 나가서 돈이나 벌까 생각중이에요.”

그러라고 돈 이천만원이나 들여서 대학 보냈어!”

대학은 무슨. 전문대도 대학인가? 전문대 나와서 뭐 대단한 일 할 수 있겠어요. 그냥 4년제 나온 친구들 수발이나 드는 거지. 다 필요 없어요. 그냥 편하게 살래요. 힘들어서 못해먹겠어요.”

계속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래! 그 망할 놈의 전문대! 나는 그냥 일하라고 했었다. 근데! 굳이 네가 대학은 가고 싶다고 하니까 공부머리 없는 거 뻔히 알지만 속는 셈치고 보냈다. 지금 이렇게 난리 칠거면 고3때 공부 왜 안했니?”

옛날 얘기를 왜 해요. 그 얘기가 의미 있어요? 지난 일을 되짚어서 약점으로 만들면 좋으세요? 3때 공부 안했다고 해서 내가 대학에서도 공부 못했어요?”

나도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속에 담아왔던 얘기를 할 순간이 지금인 것을 직감했다.

공부 못하는 애들만 모아놓은 곳에서는 잘해야지. 네가 말한 대로 망할 놈의 전문대에서 성적 잘나왔다고 잘한 거니?”

쉬운 일은 아니죠. 무시할 정도의 성적이 아니에요. 노력을 폄하하지 마세요.”

보여줘! 네가 노력했다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믿니?”

, 똑같은 얘기를 몇 번씩이나.”

나 역시 잘한 것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자존심이다. 여기서 인정하면 나는 바닥이다. 내 바닥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천만원은 노가다 판에서 일해서 갚을게요.”

-!

어머니의 손바닥이 날아와 나의 뺨을 가격했다. 당황스럽다. 예상하지 못했다. 상처 없는 구타였다고 생각했지만 처음으로 상처가 났다. 다행이다. 속이 시원하다.

반항을 할 거면 해라. 핑계를 만들지 말고.

진이 빠지셔서 소파에 앉은 아버지는 거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손가락 사이로 들렸다.

나갔다올게요.”

점심 먹을 때까지는 들어와라.”

집을 나섰다. 그리고 메아리가 울렸다. 1년 만에 처음이다. 계속 걸었다. 들뜨는 걸음으로 걸었다. 홀가분하다. 걸음이 빨라졌다. 빠른데 숨이 차지 않는다. 생각보다 멀리 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꿈에서 본 그 곳과 비슷하다. 아직 꿈속인가? 이질감이 느껴져 멈춰 섰다. 아무리 달려도 숨이 차지 않고 꿈속과 비슷한 경관은 호접몽인가? 강에 비친 하늘에 이상한 물체가 떠있었다. 떠있는 것이 아니라 날아다니고 있다. 수레다. 날개도 없는 수레가 하늘을 날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나는 수레를 응시했다. 수레에서 무엇인가 떨어졌다.

-!

떨어진 물체는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켰다. 빠른 속도로 덮쳐오는 파도를 피할 수 없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온몸이 흠뻑 젖었다. 잠에서 깨지 않았다. 꿈이 아니었다. 방향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와 점심을 먹어야한다. 들뜬 걸음이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