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공모-참관수업

by 박승현 posted Mar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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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수업



초등학교 3학년,  꽤 이르지만, 어째선지 난 철이 들어있었다.

"내일 학부모 참관수업인데, 부모님 오시는 거 확실한 사람 손 들어봐"

'역시' 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거기서 손을 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엄마한테 물어보지도 않았다.

몇 주 전, 참관수업 안내장을 받았을 때 부터 생각했다.

'참관수업이라, 학부모들 다 꾸미고 오실텐데'

엄마가 나 때문에 우리집이 초라하다는 걸 더 인식하면 어쩌지.

나는 그저 이 생각 뿐이였다.

나는 엄마가 오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였다.

고작 참관수업 하나 떄문에 '초라' 하다는 걸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다녀왔습니다"

남들에겐 몰라도, 나에겐 꽤나 큰 고민거리였다.

계속 생각하다 진이 다 빠져 힘들게 집으로 돌아왔을때,

"내일, 참관수업이니?"

심장이 쿵 떨어졌다.

타보진 않았지만, 무서운 놀이기구를 탄다면 이런기분일까. 상황에 맞지않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맞아"

의도치 않게 날카로운 말투가 튀어나왔다.

어떻게 알았냐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아마, 평소에도 가끔하는 생각이였지만, 오늘따라 더 나는 내가 너무 나쁘다고 생각했다.

'바보'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원망했다.

"학교 앞 현수막에 걸려있더라"

"아, 명문이라 그런가 보네. 다른데는 참관수업 한다고 현수막까지 걸어놓지는 않던데"

명문학교, 친척들끼리 만났을때 평소에도 겸손한 우리 엄마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자식자랑이였는데

참관수업하는 것까지 현수막을 걸어놓다니, 왜 이렇게 명문이라는게 원망스러운지 모르겠다.

"..."

사실 더 입을 뗴고 싶었다.

그래서 내일 올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제일 중요한 건 엄마의 의견이였다.

하지만 엄마는 등을 돌리고 말없이 다 마른 빨래들만 개고 있을 뿐 이였다.

'아, 설마'

엄마가 내일 오지않는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물론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걱정의 원인은 엄마가 참관수업때문에 초라하다는 걸 느끼지 않는 것을 원하는게

아니라, 이 이상 엄마가 '날' 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였다.

'왜 나는 이렇게 빨리 철이 들어선..'

이 나이에 내가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아.."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가 입을 떼려고 마음 먹었을땐, 엄마는 갠 빨래를 정리하려고 방에 들어간  후 였다.

'엄마는 안 올거야.. 안 올게 분명하지'

이쯤되니 내가 진정으로 뭘 원하고 있는지도 잊어버렸다.

혼란스러웠지만, 이렇게 오늘이라는 하루의 막이 내려갔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어제는 관심 없는 척 하던 엄마가 학교 가려는 나를 붙잡고 참관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봐 두려웠지만,

걱정과 달리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다녀와"

"네"

대화도 아닌 짧은 말을 주고받고선, 나는 학교로 갔다.

'학교 가기 싫다'


학교에 도착했을 땐  학부모가 아닌 일반인이 들어와도 모를정도로 사람이 많아, 북적거렸고

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만 했다.

"얘들아, 종친다. 들어가라"

과학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한명한명씩 반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진짜 많이 오셨다. 작년에도 많이 오시긴 했는데.."

선생님들도 학부모들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건지 평소보다 더 꾸미고 오신게 눈에 확연히 드러났다.

"어! 엄마다!"

같은 반에 한 아이가 소리쳤다.

학부모 한 분이 반으로 들어오시더니, 마침내 나를 제외한 반 아이들의 학부모가 다 와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많은 분들이 와 계셨다.

"자, 그럼 얘들아. 수업시작하자"

수업을 시작한 후에도, 뒤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학부모들 때문에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였다.

'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아니였어도 오늘만큼은 집중 안 됬을거야"

*

"자, 그럼 얘들아. 수업 마치자! 3교시에도 잘 하고!"

"네!"

"엄마!엄마!"

"우리 아들! 수업도 잘 듣고 학원때문에만 공부 잘하는 게 아니였네~"


"오늘 너희 부모님 오셨어?"

"응응, 일 때문에 3교시에 오신댔어"

아이들이 대화하는 걸 조용히 책상에서 듣고만 있다가, 어째선지 궁금해진 이야기 내용에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거렸다.


"야, 저 사람 봤어?"

"어, 봤어. 그냥 학부모 아닌거 아닐까?"

"그니깐, 일반인 인 것 같은데"

"근데 일반인 아니라 학부모이면?"

"야, 그건 진짜 아니다.  그래도 명문인데, 오히려 자식이 창피해 할 것 같은데"


'뭐 때문에 저런 말을..'

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의 눈이 가는 곳을 쫓았던 그곳엔,

다름아닌 '우리 엄마' 가 있었다.

"어..?"


"진짜 학부모 아니신 것 같은데, 말씀드릴까?"

"그러자,그러자."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명문학교의 학부모들은 왜 초라한 행색을 보여선 안되는가.

하지만, 이로서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나였다는 것을 알 수있었다.

엄마는 사실 아무 것도 신경쓰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명문학교의 학부모들은 초라한 행색을 해선 안된다는 편견은 내가 가지고 있었다.


"우리 엄마야!!!!!"


엄마는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을 비난하고 소리치고, 달려가 엄마를 껴안았을 때 알았다.

내가 전까지 생각하고, 걱정해왔던 것은 엄마가 아닌 나였던 것을.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상관 없다.

어떤 모습을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엄마이다.

그냥 엄마가 아니라,


'우리 엄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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