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속 그 남자>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사람들의 사이로 찢어질 듯 한 비명소리가 났다. 나는 사람들의 어깨를 밀어내며 앞으로 뚫고 나갔다.
그 곳에선 칼을 들고 날뛰는 남자와 이미 칼에 찔려 바닥에 널브러진 듯 한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람들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내가 걸어 나왔던 곳을 돌아보자 나 말곤 사람들 모두 멈춰있었다. 그렇다. 이곳은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
빠르게 상황을 깨달은 뒤 주위를 둘러 장소가 어딘지 파악했다. 사당역 4번 출구 앞 던킨 도넛 앞이었다. 던킨 도넛 옆 시계탑은 오후 2시 4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다시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사람들을 밀치며 뒤로 걸어 나왔다. 마지막 사람을 제치며 나왔을 때였다.
우두커니 서 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또다... 이렇게 꿈을 꿀 때면 다른 사람들은 다 멈추어 있는데 저 남자만 나를 또렷이 쳐다봤다. 항상 같은 모습, 같은 옷, 한쪽 눈에 안대를 한 것까지 한 번도 다른 모습으로 꿈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그 남자가 입모양으로 뭐라 중얼거리려고 할 때 즈음 꿈에서 팟- 하고 깨어났다.
몸을 일으키고 앉아 시계를 확인 했다. 시계는 새벽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런..
최근 회사 일 때문에 부족했던 잠을 실컷 자려고 했던 참이었다. 그런데 꿈이 내 달콤한 잠을 깨울 줄이야.
꿈에서 그 남자는 나에게 뭐라고 말하려 했을까. 이상하게도 항상 꿈에서 깨어날 때 즈음이면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을 듣지도 못한 체 깨버린다.
나 때문에 옆에서 자고 있던 화영이가 깨버렸다.
“뭐야 또 꿈이라도 꾼 거야?”
“아 응.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더 자. 오늘 회사가야 한다며”
"응.너도 더 자”
잠에 들려고 다시 누웠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거실에 나와 흰 도화지 앞에 앉았다. 나는 아까 보았던 꿈의 장면을 도화지에 그려내기 시작했다.
오늘 사당역 4번 출구 던킨 도넛 앞, 오후 2시 43분..
칼을 든 남자는 눈이 쭉 찢어졌었고,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있었고 밤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회색 목이 늘어난 티를 입고 있었으며 카키색 면바지를 입었었다.
몸이 왜소한 걸로 보였으며 키도 그리 크지 않았다.
흰 도화지 중앙에 남자를 그리고 그 옆에 여자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플레어 치마를 입고 있었나? 앞머리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습관처럼 입술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머리를 묶고 있었고, 흰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찔린 부위 위로 올린 손에는 팔찌를 차고 있었다.
생김새의 특징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인상착의는 이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둘을 주위로 둘러싼 사람들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색칠까지 마치니 흰 도화지에는 아까 내가 꿨던 꿈이 그러져있었다.
“뭐야 안자고 지금까지 그림 그린거야?”
“ 아 일어났어? 잠이 안 와서..”
“응 이제 출근해야지.”
화영이는 토요일에도 회사에 출근 하신단다.무슨 회사가 주말까지 사람을 나오라 마라 하는지. 정말 나 같으면 벌써 때려치웠어라고 말하자 네가? 무슨 배짱으로? 라며 비웃는다.
화영이는 무슨 그림을 그렇게 열심히 그리냐고 물었지만 나는 그냥 취미. 라고 얼렁뚱땅 넘겨 버렸다.
내가 이런 꿈을 꾼다는 것을 화영이는 알지 못했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밥 차려줄까?”
“아니야 그냥 간단하게 먹고 갈래. 너 잠 좀 자 엊그제부터 꿈 때문에 잠도 못 잤잖아.”
“이제 자려고, 저녁에 들어와?”
“응. 한 여섯시면 올 것 같아. 밥 같이 먹자”
회사에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냐 묻자 없단다.
누굴 닮아 친구도 없냐고 중얼거리자 누굴 닮긴 너 닮았지라며 돌아오는 소리에 어이없어 웃음이 터졌다.
다시 도화지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이렇게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예지몽 속의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고 그 일들은 뉴스를 탄 적도 있었다.
이러니 어떻게 알면서 모른 척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궁금한 것이 생겼다. 매일 내 꿈에 나타나는 그 남자의 정체를 말이다.
나를 보는 그 눈빛. 대체 뭘 말하려는 걸까..그리고 몇 년 동안이나 내 꿈에 나타나면서까지 해야 할 말이 무엇일까.
그림 그릴 때 사용했던 물감들을 정리하며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답이 없었다. 다음에 또 나타나면 정체가 뭐냐? 이렇게 물어라도 볼까 생각했다.
이따 12시에 회사 미팅이 있었다. 무슨 미팅을 주말에 잡냐고 투덜거리면서도 그 다음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다음엔 아마도 사당역으로 가겠지. 그 손에 칼 들고 있던 남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남자의 얼굴이 기억 날듯 말듯 하다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근데 사당역까지는 적어도 두시 반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화영이가 나가고 난 뒤 나는 도화지 앞에 다시 앉았다. 이 남자와 여자 무슨 관계 일까.. 뭐지.. 에라 모르겠다.
침대에 털썩 누워 왼쪽 눈가를 꾹꾹 눌러 내었다. 누가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마냥 아팠다. 꿈에서 깨어나면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눈이 쑤셔 감고 있으니 슬슬 잠이 오는 듯 했다. 이윽고 잠에 빠져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깊은 어둠이었다.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지금 몇 시지? 망했다! 라는 생각과 함께 눈을 번쩍 떴다.
시계를 확인하자 10시 22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에 조금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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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미팅까지 무사히 마쳤다.
핸드폰을 열어 시계를 확인하니 사당역에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략 한 시간 정도 남았다. 그럼 카페에 들려서 여유 좀 부려볼까.
근처 카페를 찾아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옆 테이블에 놓여있던 신문을 끌고 와 읽기 시작했다.
이놈의 정치는..하며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데 공개수배를 하고 있다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어! 이 남자는.. 너무 놀라 소지 지를 뻔 한 걸 간신히 참았다. 오늘 꿈속에서 본 칼 들고 있는 남자가 이 남자였어?
신문을 보고 있자 시간은 2시 43분과 가까워 져있었다. 슬슬 일어나 출발해 볼까?
4번 출구와 가까워 질 때 쯤 내 앞에 보이는 밤색 모자를 쓴 남자에 발걸음이 멈췄다.
그 남자 앞에는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도 서 있었다.
“나 좀 그만 불러내. 우린 이제 끝난 사이잖아.”
“끝난 사이? 우리가? 우리가 아니라 너 혼자 서겠지”
뭐야 이 구질구질한 사이는.
“신문에 난 공개수배 봤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데? 난 아무 잘못 없어”
웃기고 있네. 이제 곧 잘못을 저지르게 되겠지.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른다더니.
“제발 정신 차려. 너가 자수를 하던 뭘 하던 이제 나 제발 불러내지마.”
사건이 일어나기 5분전으로 다가와 있었다. 더 이상 구경만 하고 있음 안 될 것 같아 112에 전화를 걸었다.
-네. 경찰서입니다. 무슨 일이 십니까?
“저 오늘 신문에 난 공개수배범 있잖아요. 그 사람을 지금 본 것 같은데요.”
-장소가 어떻게 되시죠?
“여기 장소가..."
남자를 힐끔 쳐다본 다음 장소를 말하려는데 눈이 마주쳤다.
“아..사당역 4번 출구 던킨 도넛 앞이요. 그런데 최대한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곧 큰일이 날거거든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공개수범자의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죠?
그딴 걸 물을 시간이 없단 말이다. 그냥 오라면 올 것이지... 남자를 다시 한 번 쳐다보려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저기요. 아까부터 왜 자꾸 쳐다봐요?”
“아..저, 저요? 제가 언제요..”
“아까도 쳐다봤잖아요. 저기서 얘기하고 있을 때”
망할. 눈치가 빠른 놈이었다. 뭐라 변명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화기 속 경찰서에서 다시 한 번 크게 물음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공개수범자의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냐구요!
이런 젠장. 전화기를 한번 힐끗 쳐다 본 다음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했다. 저 여자가 아닌 내가 찔리게 생겼다.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 나가야 할지 도무지 방법을 찾지 못해 눈을 데록데록 굴리고 있었다.
“당신 뭐야?”
“제가 뭘요..”
“그 전화. 공개수배범. 설마 나를 보고 한 말은 아니겠지?”
맞아. 너다 너. 정말 두 번 다신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으리.
남자는 꽥꽥 대며 큰 소리를 내고 있었고 덕분에 어느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멀찍이 서 있던 여자도 우리 주변으로 와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말해보라고. 지금 나를 공개수배범으로 신고한 거냐고”
“너 공개수배범 맞잖아. 이제 그만 자수해. 봤지 니가 아니라고 해도 모든 사람들한텐 넌 공개수배범이라고!”
“시끄러워! 그 입 닥쳐!”
남자는 입고 있던 잠바에서 식칼을 꺼내 들었다.
“내가 말했지. 나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뭐하는 거야? 당장 내려놔.”
“왜 내말을 안 들어? 내가 아니라잖아 내가!”
분위기는 고조 되었고 금방이라도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주위를 둘러 꿈속에서 봤던 시계탑을 찾아냈다. 시계는 어느덧 4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네가 아니라고 한 들 뭐가 달라지는데? 그 칼로 찌르기라도 하게? 어디 한번 찔러봐”
“찌르라고 하면 못 찌를 줄 알아? 그래 이제 어딜 가도 잡히는 신센데 사람 한명 죽이고 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칼을 휘두르는 남자를 보는 순간 여자를 내 쪽으로 당기며 같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바닥에 넘어져 아픔도 잠시 정신을 차리고 남자를 올려다봤다. 저 사람은 누구지? 꿈에선 없었던 한 남자가 칼을 든 남자를 제압하고 있었다.
내가 여자를 일으켜 세우며 다친 곳이 없냐고 물을 때 쯤 저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에게 남자가 잡혀가고 나서야 사건이 마무리 되는 듯 했다. 나는 아까 보지 못했던 남자에게 다가서 물었다.
“괜찮으세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내 물음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괜찮다며 대답하는 남자를 쳐다볼 수 없었다. 저 눈 낯설지가 않은 게 이상했다. 왠지 꿈 속 그 남자 같다.
다시 왼 쪽 눈이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다친 곳은 없냐며 되묻는 남자에게 대답도 하지 못한 체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나왔다. 뭐였을까 그 남자.. 언제 아팠냐는 듯이 왼 쪽 눈은 다시 멀쩡해 져 있었다.
화영의 회사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등받이에 등을 기댄 체 눈을 감았다. 회사 미팅까지 겹쳐서 그런가. 다른 날 보다 더 피곤했다.
화영이랑 밥 먹고 집에 가서 아무 것도 안하고 쉬어야지
역 몇 개를 지나치자 지하철은 한산해졌다.
나른 나른 잠이 오는 것 같아 눈을 감았다. 또 꿈이다.
신호등 건너편에 서 있는 화영이가 보였다. 나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어 보였다.
곧 신호가 바뀌고 화영이가 뛰 듯 반 쯤 건너오고 있을 때 쯤 멀리서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화영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안 돼!!”
내 외침과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행동을 멈추었다. 나는 휴대폰을 열어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6시 30분..
화영이가 아까 저녁 먹자 했던 시간과 비슷했다. 장소는 화영이의 회사 앞 사거리였다.
나는 매번 나타나던 그 남자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때였다.
사람들 틈 사이에서 그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역시 같은 옷, 같은 모습, 안대까지 모두 그대로였다.
꿈에서 깨어날 까 얼른 남자를 불렀다.
“저기요!”
내 부름에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다가올수록 아파오는 왼 쪽 눈은 그가 나에게 가까이 왔을 때쯤은 뜨고 있지 못 할 정도로 아파왔다.
“누구세요? 누구신데 자꾸 제 꿈에 나타나시는 거예요?”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 이내 자신의 왼 쪽 눈을 가리켰다. 그리고 난 다음 내 왼 쪽 눈을 가리켰다.
“뭐하시는 거예요? 누구시냐고요!”
남자가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할 때 쯤 또 잠에서 깨어났다.
열차 안에서는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뭘까..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한 아픔이 왼 쪽 눈에 전해지고 있었다.
그 남자는 왜 내 눈을 가리켰을까. 나와 연관이 있는 사람일까?
잠에서 덜 깬 것 마냥 멍한 상태로 역 밖으로 나와 화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퇴근할 시간인데 퇴근 했을라나?
-여보세요.
“화영아 회사 퇴근 했어?”
-아직 한 십분 정도 더 있다 할 거 같아 너는 미팅 끝났어?
“응 나는 역 앞인데 천천히 와 편의점에서 뭐 좀 사서 기다릴게”
-그래. 조금만 기다려
나는 편의점에 들어가 화영을 기다리기로 했다. 편의점 시계를 확인하니 6시 3분이였다.
이번엔 내가 화영이를 구해내야 했다. 앞에 보이는 사거리 신호등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5년 전 내가 예지몽을 꾸기 시작한 첫 날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길을 걷다 큰 골목길에서 덤프트럭 한 대가 코너를 돌고 있는 것과 마주했다.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트럭과 나는 가까워져 있었다.
이대로 부딪친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고 있을 때였다.
“피해!”
화영이었다. 피하란 소리와 함께 나는 화영이와 바닥으로 뒹굴었다. 다행이 트럭은 우리를 비껴갔고 덕분에 우리는 살 수 있었다.
몸을 일으켜 화영을 쳐다봤다. 화영은 더러워진 옷을 탁탁 털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화영은 옷을 털다 말고 나를 쳐다봤다.
“사람 구하는 일은 당연한 건데 뭘 감사까지야. 그건 그렇고 이렇게 위험한 골목에서 왜 넋을 놓고 다녀요. 큰 일 날 뻔 했잖아요.”
아무 말 없는 나를 쳐다보던 화영이 내 팔을 덥석 잡아들었다.
“팔 괜찮아요? 다 쓸려서 피나요! 옷도 다 더러워지고”
“괜찮아요. 그 쪽은 다치신데 없으세요? 괜히 저 때문에..”
“전 다친 데도 없고 말짱한데 그 쪽이 안 괜찮은 거 같은데요. 저희 집이 여기 근처니까 가서 치료도 하고 더러워진데 좀 씻고 가요.”
그 일이 후 나와 화영은 인연을 이어 나갔다. 화영이 덕분에 제 3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화영을 오늘 다치게 둘 순 없다. 내 몸이 다치더라도 화영을 지켜야했다.
편의점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나와 나 신호등이야.
“신호등? 벌써 왔어?”
귀에서 핸드폰을 떼고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30분이 되려면 멀었는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응 나왔어? 나 보여?
편의점에서 나와 신호등 앞에 섰다. 건너편에서 화영이가 손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응 보여. 화영아 근데 뛰지 말..”
-어 바뀌었다. 끊어 빨리 갈게!
내말을 다 듣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리곤 건너편에서 내 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안 돼 막아야 해!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기 전 시계를 확인했다. 6시 29분.
나는 전속력으로 화영 이에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화영아 오지 마!”
내가 화영과 꽤 가까워 졌을 때였다. 저 멀리서 굉음을 내며 오토바이가 우리에게로 돌진했다.
“피해!”
화영이를 잡아당김과 동시에 오토바이와 부딪쳤다.
아무것도 없는 깊은 어둠이었다.낯설지 않은 어둠과 무언가가 나를 빨아드리는 느낌이었다.
밑으로 밑으로 계속 푹 꺼지고 있을 때 쯤 느꼈다.이것 역시 꿈이라는 것을.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자 눈이 번쩍 뜨였다.
여긴 어디지? 몸을 일으키려고 머리를 들었는데 순간 어질했다. 이내 머리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정신이 좀 들어요?”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내 곁으로 와 슨다.아마 병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남자.. 어디서 봤더라? 안 그래도 아픈 머리가 기억을 더듬느라 더 아팠다.
아! 순간 탄성을 내질렀다. 오늘 사당역에서 본 꿈에서 나온 남자랑 비슷한 사람!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 기댔다.
“여기 병원이에요?”
"네.사고로 실려 들어오셨어요.”
“화영이..화영이는요?”
“같이 실려 오신 분이요? 그 분도 옆방에 입원해 있어요. 수술도 잘 끝났구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에서야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꿈 속 그 남자와 많이 닮았다 생각하고 있는데 눈이 마주쳤다.
다시 왼 쪽 눈이 아파 오기 시작했다.이상했다.
꿈에서 깨어난 후에만 나타는 증상이 왜 저 남자와 눈을 마주쳐도 아픈 걸까.점점 심해지는 고통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왜 그래요? 눈이 아파요?”
“네. 왼 쪽 눈이요.”
어디 좀 보자며 눈가로 뻗는 손길을 나도 모르게 피했다.
“많이 아파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아픈 거예요? 라고 묻는 질문에 사실을 대답 할 수 없었다.
“그냥 가끔씩요.”
“근데 그 눈 본인 눈이 아니죠?”
순간 머리가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아픈 걸 느끼지 못했던 머리가 다시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그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아빠 우리 어디가요?”
“지민이가 좋아하는 놀이 공원-”
“우와 신난다!”
“지민아 자리에 앉아. 위험해”
그 날 나는 부모님과 함께 놀이 공원을 가고 있던 중이었다.
한산한 고속도로를 지정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노래까지 크게 틀어 놓고 창문도 모두 열어놓은 채로 말이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달려 도시로 진입했다. 도시는 차로 인해 조금 북적거리고 있었다.
“아빠 속도 좀 줄여야 하지 않아요?”
“여긴 괜찮아. 조금 더 가서 줄여도 돼.”
조금 더 가 한산한 도로가 나왔고 차를 더 빠른 속도로 몰기 시작했다.
엄마가 위험하지 않냐고 묻는데도 아빠는 그저 괜찮다는 말만 했다.
“지민아 가서 제일 타고 싶은게 뭐야?”
“회전목마! 나 타고 있는 거 찍어 줘야 해요! 아빠”
“그래. 가서 회전목마도 타고 신나게 놀다 오자-”
기대에 부푼 가슴을 안고 도로를 빠져나오려고 하는 그 때였다.저 멀리서 한 대의 차가 신호에 걸려 정차 되어 있는 우리 차 쪽으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차는 클렉션을 빵빵 거렸지만 우리는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있어 전혀 듣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빵빵 소리를 들은 건 이미 그 차와 우리 차가 부딪치기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빠 저 차 이상해요. 자꾸 우리보고 빵빵거려.”
“뭐라고? 어디...”
아빠가 채 그 차를 확인하기도 전에 차는 우리 차의 옆구리를 세게 받았다.
뒤에 타고 있던 나는 충격으로 인해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감과 동시에 의식을 잃었다.
그 뒤로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반 쯤 열어 놓은 창문의 유리 파편이 눈에 꽂히면서 왼 쪽 눈이 실명되는 사고였다.
나는 아프다 못해 고통스러운 왼 쪽 눈에 붕대를 칭칭 감아놨음에도 우는 엄마를 달랬다.
“엄마 왜 울어. 울지마..”
“지민아 엄마가 미안해. 다 엄마 탓이야”
침대에 엎드려 우는 엄마를 달래고 있을 때 한 의사가 다가왔다.
“김지민씨 어머니신가요? 김지민씨 눈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 동의서에 서명 좀 해주시죠.”
“눈 이식이요?”
“같이 실려 오신 다른 차에 타고 있던 남자 어린이가 충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얼른 수술을 해야 해요.”
그렇게 나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수술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실명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내 왼쪽 눈에 다시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이로써 제 2의 삶을 다시 살게 된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네? 아녜요. 이 눈 이식 받은 거예요. 아주 어렸을 때.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긴. 검사하면 다 나오는데”
“아..”
“저도 이 쪽 눈 제 눈이 아니거든요. 신기하네요.”
신기하다며 내 눈을 쳐다보는 남자를 슬쩍 쳐다봤다. 그 날의 고통이 생생히 전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남자의 가운에 적혀 있는 이름표를 확인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이지훈이었다.
남자가 간 후 다행히 링겔만 맞고 퇴원 할 수 있었다.
화영 역시 다리에 깁스만 했을 뿐 큰 부상은 아니어서 같이 퇴원 수속을 밟았다.
“김지민. 너 좀 멋있더라.”
“멋있긴 너가 죽게 생겼는데 넋 놓고 그냥 구경만 해?”
“근데 너 내가 사고 날 줄 어떻게 알았대?”
“알긴 어떻게 알아 그냥 오토바이 오는 거 보고 뛰어 간 거야.”
“오- 순발력 좀 좋은데?”
“넌 아픈 애가 말이 많어. 입 좀 다물어 시끄러워.”
“다리를 다친 거지. 입은 안 다쳤거든요?”
말이나 못하면 퍽이나. 배고픈데 저녁 먹긴 글렀고 집에 가서 얼른 쉬자며 택시에 올라탔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이런 일들이 벌어지다니..정말 피곤한 하루였어.
택시 좌석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화영에게 집에 도착할 때 쯤 깨워달라고 말하곤 이내 잠에 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나는 홀로 서있었다.
그리고 내 뒤 쪽으로 빵빵 클렉션이 울리고 차가 들이 받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뒤를 돌아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두 차가 서로 부딪쳐 한 차는 앞 범퍼와 유리창 모두 산산 조각이 나 있었고 , 또 다른 차는 차의 옆구리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앞 유리가 산산 조각난 차의 뒷문을 열었다. 좌석에는 한 남자 아이가 앉아 있었다.
나와 그 아이가 눈이 마주치자 아이의 모습은 아까 병원에서 본 이지훈이라는 남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순간 헉 하는 느낌과 함께 눈이 번쩍 떠졌다.
“지민아. 왜 그래? 또 악몽이라도 꾼 거야?”
“아..응. 집에 다 도착한 거야?”
“응. 내리자. 몸이 놀라서 악몽 꾸나보다.”
나는 씻고 침대에 누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지민이니? 늦은 시간에 웬일이야?
“엄마 나한테 눈 이식 해 준 그 남자 말이야. 그 남자 이름 기억나?”
-엄마가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어.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그럼 내가 수술 받았던 병원은?”
-강남에 있는 대학병원이었나. 그랬을걸.
“그래? 알았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왜 눈이 다시 아파?
“아니 그건 아니고..”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또 전화하고 늦었다. 얼른 자
“엄마도 얼른 주무세요.”
전화를 끊고 자려고 누웠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 이지훈이라는 남자 나와 연관이 있는 사람일까? 아님 꿈 속 그 남자와 연관이 있나?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윽고 잠에 빠져들었다.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찾아낸 안내판에는 서울강남대학병원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할 수 없어 사람들을 관찰했다.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한참을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김지민씨!”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이지훈이었다.
“아까 거기 있으라니까 왜 여기 나와 있어요.”
아까 거기?
“아까 거기가 어디..”
나에게 커피를 들며 다가오는 이지훈 뒤로 경고문이 펄럭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낙하물 주의’
내가 경고문을 발견하자마자 병원 옥상에서 남자의 위급한 소리가 들렸다.
“어어 거기 피해요! 낙하물 떨어져요!”
남자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큰 낙하물은 이지훈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나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들이 멈추었다.
건물 옆에 있는 시계탑의 시계는 오후 4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야.. 내가 이지훈이랑 만나기로 했나? 우린 왜 여기서 만난거지.
온갖 생각이 들고 있을 때 이지훈의 옆으로 매번 나타나던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이지훈 옆에 서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이 사람과 아는 사이세요?”
그 남자는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그리곤 이지훈의 오른쪽 눈가로 손을 뻗어 그의 눈가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눈에 안대를 하지 않았다. 한 번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았는데..
질문을 다시 되물으려고 할 때 남자가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지민아 일어나! 밥 먹자!”
저 멀리서 소리치는 화영의 모습에 눈이 뜨였다.
또 남자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잠에서 깨어나 버렸다. 이런...이번엔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화영이가 배달 음식을 시키는 동안 나는 도화지 앞에 앉았다.
이지훈의 모습을 그리고 그 위에 떨어지는 낙하물까지 그려 넣었다.
그리고 한 번도 그려 본 적 없는 꿈속의 남자를 이지훈 옆에 그려 넣었다.
오늘은 뭔가 이 남자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색칠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이화영씨, 오늘 재활치료 하는 날입니다. 병원에 들려주세요.
-서울강서대학병원 이지훈 의사-
뭐야. 내가 분명 화영이 입원신청서 쓸 때 번호를 같이 적어 낸 것 같은데 왜 나한테.. 별 희한한 일이 다 있네.
그림의 색칠까지 다 하는 사이 배달음식이 배달되어 식탁위로 세팅 되고 있었다.
“오늘 밥 먹고 뭐해?”
“강남대학병원 좀 다녀오려고.”
“거긴 왜?”
“일이 있어서”
택시에서 내려 병원을 한 번 올려다봤다.여기구나 그때 그 병원이..
나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 안내데스크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제 수술을 담당했던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나 뵙고 싶은데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김지민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위에서 사람이 내려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도착한 방문에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서류들을 정리하는 교수님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네. 거기 좀 앉아서 기다리시겠어요?”
기다리는 동안 뭐라고 질문해야 하는 거지.그 때 나한테 눈을 이식해 준 사람이 누구냐고?
꿈 속 그 남자와 무슨 연관이 있는 사람이냐고? 내 머릿속에는 끊임없는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마지막 서류를 정리하신 교수님은 내 앞으로 와 앉았다.
“그래 나를 어떻게 찾아오셨다구요?”
“물어볼 게 몇 가지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제 눈에 대한 거요.”
“기록을 보니까 생각이 나네요. 교통사고로 인해 실명을 하였었죠?”
“네. 그 때 저에게 눈을 이식해 줬던 그 남자를 찾고 싶어서 왔어요.”
“그렇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교수님은 기록을 찾는 듯 하다 이내 찾아서 내 앞으로 갖다 놓았다.
“이게 그 때의 기록입니다. 눈 이식 기증자 보이시죠? 이재현씨네요.”
“그럼 저 말고 이식을 받았던 다른 한 사람은요?”
“쌍둥이 동생 이지훈씨네요.”
쌍둥이 동생이라고? 뭐야.그럼 이지훈이 이식 받은 오른 쪽 눈이 쌍둥이 형 이재현씨꺼라고?
이제야 왜 이지훈을 만날 때마다 내 왼 쪽 눈이 아팠는지 알 것 같았다.
교수님이 주시는 서류를 받아 들고 병원 로비로 나왔다.
로비 의자에 앉아 서류들을 읽어보고 있을 무렵이었다.
“김지민씨?”
올려다 본 얼굴은 이지훈이였다.
“여긴 웬일이세요?”
“저 전에 수술 해 준 교수님 좀 만나 뵈러 왔어요. 그 쪽은요?”
“저도 아는 교수님 좀 만나 뵈러요.”
“저 근데 뭐 묻고 싶은 게 좀 있는데요..”
“그럼 여기서 15분만 기다려요.”
밖으로 나와 병원 화단을 걸으니 조금 나아진 듯 했다.
근데 왜 이재현씨는 내 꿈에 매번 나타났던 걸까? 무얼 말하기 위해?
아직 나오지 않은 이지훈을 기다리며 시계탑 앞을 걷다 순간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지금 몇 시지?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3시 55분. 5분 정도 남았을 때였다.
“김지민씨!”
아직 시간이 안됐는데..
“아까 거기 있으라니까 왜 나와 있어요.”
“거기 가만히 서 있어요. 위험해요!”
“무슨 소리..”
그때였다. 병원 옥상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어어 거기 피해요. 낙하물 떨어져요!”
순식간에 낙하물은 이지훈에게로 떨어지고 있었다. 막아야 해.
“안 돼!!”
내가 ‘안 돼!‘라고 외치자 모든 것이 멈추었다. 여긴 꿈이 아닌데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다시 눈을 감았다 뜨자 나는 다시 그 때의 자동차 사건으로 돌아가 있었다.
내가 타고 있는 차에게로 다른 차가 돌진해오고 있을 때였다.
“멈춰줘. 제발..”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돌진해 오던 차는 거짓말 같이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앞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가 내렸다.
그는 어린 꼬마 남자아이가 아닌 이재현이였다. 나에게로 그는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내 내 앞으로 다가온 그는 나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토록 듣고 싶던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살아줘서.’
그의 말이 끝나자 나는 비로소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깨어나 보니 흰 색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병원인가?
“지민씨, 정신이 들어요? 여기가 어디예요?”
“병원이요..”
“머리에는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에요. 당분간 결과를 지켜보고 퇴원날짜를 잡도록 하죠.”
의사 선생님이 나간 뒤로 이지훈과 화영이가 서 있었다.
“걱정했잖아! 왜 바보같이 뛰어들고 그래.”
“미안해..”
툴툴 거리는 화영이 옆으로 이지훈이 입을 떼었다.
“고마워요. 이렇게 살아줘서.”
나는 다시금 잠에 빠져드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꿈속 깊은 어둠은 전과의 두려움이 아닌 포근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꿈 속 그 남자를 무서워하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아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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