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있는 집

by 이남주 posted Jan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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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있는 집




온 몸이 부들거리며 떨려온다. 어제 밤에도 잠에 들지 못하고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때가 타 거뭇해진 방석위에서 몸을 더욱 웅크린다. 배가 고프지만 밥을 먹을 수 없고 목이 마르지만 물을 마실 수 없다. 무언가를 먹은 지도 오래된 것 같다. 내가 지금 웅크려있는 이 철장 안에는 다 헤져서 낡아진 방석과 오랫동안 내용물이 담긴 흔적이 없이 말라 나뒹구는 물통과 밥그릇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철장의 문을 열어주기를 항상 기다리며 꼬리를 세워 흔들었던 나지만 이제는 철장의 문이 열리는 게 두렵고 무섭다. 언제 문이 열릴지 모르는 불안함에 나는 항상 떨어야만 한다. 그저 이곳에서 날 꺼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차라리 지금처럼 닫혀져있는 철장 안이 좋다. 꼬리를 방석위에 엎드려 있는 몸과 함께 둥글게 말아 밀착시킨 뒤 더, 더 웅크린다. 어제 밤만 생각하면 오줌을 지릴 것 같지만 바닥에다 싸기라도 하면 또 난리가 날 것이다. 나의 몸은 승후의 손에 의해 힘없이 들어 올려 진채 다시 방바닥에 내동댕이쳐지겠지. 하지만 닫혀있는 문 때문에 평소에 승후가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가르키던 화장실이란 곳에 가서 싸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철장의 문이 열리는 것은 또 무섭고. 일단 참기로 했다.

 

 

어제 밤, 승후는 집에 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들어오질 않았다. 방 안은 온통 어둠으로 가득 찼다. 요즘 승후의 변한 모습도 무섭지만 나에게 그것보다 무서운 건 고요한 어둠이었다. 나는 밤을 싫어한다. 매일 한 밤중에 울리는 뻐꾹하는 소리도 싫고, 비오는 날이면 밤에 들리는 빗소리는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매일 밤 승후의 침대에 올라가 승후의 옆에서 같이 잤다. 승후는 그런 나를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었고 푹신한 승후의 품에서 안심하며 잠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혼자 철장 안에서 무서운 밤을 보내야한다. 이제 더 이상 승후는 날 침대에 올라오지 못하게 했고, 항상 날 철장 안에 가두어 두었다. 하루에 딱 한 번 철장에서 나올 수 있는데 그 때는 강제로 화장실에 들어가야 했다. 나중에 철장 안 바닥에 싸기라도 한다면 그 날은 하루 종일 밥을 굶어야 했다. 예전처럼 다시 따뜻해졌을 승후가 집에 빨리 돌아오길 기다리며 현관문 앞 근처만 서성거렸다. 마침 현관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그 발자국 소리는 이쪽으로 가까워졌다. 나는 승후임을 확신하며 꼬리를 세워 힘차게 흔들었다. 문이 열렸고, 닫히자마자 반갑다며 흔들고 있던 꼬리를 잡혀 공중으로 나의 몸이 들렸다.

 

뭐가 좋다고 꼬리를 흔들어!”

 

승후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잡은 꼬리로 휘휘 원을 돌리자 내 몸이 돌아갔다. 가만히 있던 바닥과 천장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꼬리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난 아파서 낑낑거리며 그의 손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썼지만 헛수고였다. 제발 손을 놔달라고 마음속으로 애원했다. 내 마음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꼬리를 손에서 놓음을 동시에 나의 몸은 바닥으로 내던져졌다. 그대로 나는 바닥에 부딪히며 쓰러졌고 도저히 일어날 힘이 나질 않아 한참을 그렇게 옆으로 누워있었다. 쓰러져 있는 채로 옆으로 본 세상은 나 빼고 모두 평온해보였다. 소파 위에 올려져있는 내가 가지고 놀았던 인형들, 철장 안 나뒹구는 밥그릇마저도.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낑낑대며 옅은 신음만 내었다. 그렇게 쓰러져있는 나의 목덜미 가죽을 잡아들어 다시 철장 안으로 처넣었고 거칠게 문을 잠갔다. 승후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땐 예전처럼 다시 따뜻하게 나를 쓰다듬어주길 바랐지만 여전히 차가웠다. 몸이 또 떨려왔다. 승후는 넥타이를 세게 잡아당겨 풀면서 방에 들어갔다. 방문이 쾅 하며 닫혔다. 큰 소리로 닫히는 방문 소리에 다시 한 번 놀래 몸이 잠깐 들썩거렸다가, 다시 떨려왔다. 방 안에선 욕이 섞인 혼잣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가 이내 곧 조용해졌다. 그리고 내가 있는 거실 철장 안은 어김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밤이 찾아왔고, 적막함은 내 몸을 감쌌다. 조용한 집 안에선 오직 넘어갈 것 같은 나의 숨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빨리 해가 떠서 밝은 아침이 오기를 바랄뿐이었다. 방석 위에 엎드려 몸을 웅크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물이 나왔다.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나는 맞아야 했고 먹지도 못했고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승후가 이렇게 차갑게 변해버린 건지 알지 못한다. 원래 내가 알던 승후는 이런 아이가 아니었다. 요즘 들어 웃는 승후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것 같다. 힘든 직장 생활 때문에 날 챙겨주지 못하는 걸까? 단순히 내가 지겨워진 걸까, 아니면 귀찮아진 걸까? 이젠 내가 어렸을 적처럼 더 이상 예쁜 모습이 아니어서 일까? 매일 밤, 두려움에 떨다 겨우 잠들게 되면 꿈을 꾼다. 현실과는 정반대인 정말 행복한 꿈을 말이다. 승후와 함께 공원을 걸으며 산책하는 꿈, 목욕을 하다가 물과 샴푸거품에 흠뻑 젖은 채 열린 화장실 문틈으로 뛰어나와 집 안 구석구석을 누비면 승후가 날 잡으려 내 뒤를 졸졸 쫓아오는 꿈, 날 위해서 승후가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면 그걸 난 허겁지겁 먹는 꿈. 차라리 영원히 잠들고 싶다. 꿈에서라도 따뜻한 승후를 느끼고 싶다.

 

 

내 이름은 말랑이. 내가 태어나 승후네 집으로 분양되어 한 가족이 되었을 때부터 승후도 다른 가족들도 날 그렇게 불렀다. 날 만질 때의 느낌이 말랑거려 계속 만지고 싶어서 이름을 말랑이라고 지었다나 뭐라나. 그 이름 또한 승후가 지어준 것이다. 승후가 열다섯 살이 된 해에 내가 이 집에 분양되어졌고 승후가 커가며 나도 승후 옆에서 함께 커갔다. 매일 나에게 밥을 챙겨주는 것은 승후의 몫이었고, 산책과 목욕 또한 그랬다. 그만큼 가족 중에서 승후가 제일 날 아껴주었고 사랑해주었다. 나 또한 다른 가족들보다도 승후를 더 잘 따랐고 집 안에선 항상 승후 옆에 붙어있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승후는 어느 덧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건장한 청년이 되어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그 때문에 직장근처로 집을 구해 따로 나와서 혼자 살게 되었고, 나는 당연하게도 승후를 따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얕은 잠에 들었다 깼다. 많이 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창밖에는 이미 해가 밝아오는 것 같았다. 아침이라는 사실에 약간은 안심했지만 다시 끔찍한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것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다시 눈을 감으려 하였을 때, 방에서 문이 열리고 방안에서 승후가 나왔다. 정장 차림이 아닌 편한 차림의 옷인 걸 보니 오늘은 회사 쉬는 날 인가보다. 하루 종일 집 안에 함께 있을 생각을 하니 더 두려워졌다. 승후가 철장 쪽으로 다가왔다. 또 나에게 어떤 짓을 할까 두려워 낑낑대며 철장 모서리 쪽으로 자꾸 몸을 밀어 넣었다. 승후는 조용히 철장 안에서 나의 밥그릇과 물통을 꺼내 부엌으로 갔다. 밥그릇에는 새로운 사료와 물통에는 새로운 물을 채워서 철장 안으로 손을 넣어내 앞에 가져다 놓았다. 요새 통 밥도 챙겨주지 않았던 터라 밥을 먹어본지 오래되어서 배고파 죽을 것 같았지만 또 때릴까봐 무서워 밥 그릇 앞에 앉아 눈치만 보았다.

 

얼른 먹어.”

 

승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이 매우 말라있던 난 제일 먼저 물통에 입을 갖다 대었고 정신없이 물통 입구를 핥았다. 물이 조금씩 나와 매우 답답했지만 찔끔찔끔 물통의 물을 다 비워냈다. 그 다음 밥그릇으로 입을 가져갔다. 누가 빼앗아먹을세라 허겁지겁 사료를 씹지 않고 삼켰다. 어느새 밥그릇의 바닥이 보였고, 사료의 부스러기마저 깨끗이 다 핥아먹었다. 내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아무 표정 없이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티비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 앉아서 리모컨으로 티비를 켰다. 화를 내지도 않고 그렇다고 웃지도 않았다. 감정 없이 티비 화면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난 또 낯선 모습의 승후가 무서워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난 승후가 티비보는 모습만 쳐다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승후는 리모컨을 들어 전원버튼을 눌렀고 곧 화면이 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나에게로 다가왔고, 철장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내 몸뚱아리를 잡아들어 화장실로 향했다. 욕조 안에 날 넣고 자신의 긴팔 티셔츠의 소매와 긴 바지의 밑단을 말아 접고 샤워기 물을 틀었다. 틀자마자 찬 물이 튀는 바람에 놀라 뒷걸음질 쳤다. 승후는 손으로 물의 온도를 맞춘 후 내 몸에 샤워기를 가져다 댔다. 차갑지도 않고 그렇다고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였다. 평소에 목욕을 싫어했었던 나지만 최근에 목욕한 적이 없어 털이 뭉치고 피부가 간지러워서 매우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온 몸에 물을 흠뻑 적신 후 샤워기를 끄고 샴푸를 세 번 짜서 손으로 거품을 만들었다. 말없이 온 몸 구석구석 샴푸질을 해주었다. 거품으로 온 몸이 덮여졌을 때 승후는 다시 샤워기를 틀어 내 몸에 비누거품들을 말끔히 씻겨내 주었다. 목욕을 다 끝마친 뒤에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려주었다. 승후가 이상했다. 이렇게 화도 내지 않고 조용히 밥을 챙겨줄리 없었고, 목욕도 시켜줄리 없다. 예전의 승후로 돌아온 건가 싶어 내심 기쁘기도 했다.

 

승후는 나에게 산책용 개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나는 오랜만에 산책을 할 거라는 생각에 설레 꼬리를 흔들었다. 입혀주는 옷을 입고 집 밖을 나섰다. 기쁜 나머지 앞길을 이끌고 싶었지만 아직은 경계심 때문에 승후가 줄을 이끄는 대로 뒤에서 졸졸 따라 갔다. 그렇게 승후와 난 공원이 아닌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섰고 가로등 앞 쓰레기 더미가 있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승후는 나의 목걸이 줄을 잡아끌어 가로등 기둥에 묶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혼자가 되었다는 두려움에 무작정 짖어댔지만 아무도 대꾸해 주지 않았다. 이렇게 결국 난 버려졌다. 오늘따라 바람이 찬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꽤 지난 것 같다. 너무 춥고 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이 점점 감겼고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나는 지금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승후와 산책하러 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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