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은 이소진.

by hoshi'tiwa posted Jan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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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 이소진]




나는 스물아홉을 먹은 여자다.

출근길 빠른걸음에 가슴이 출렁일때면 주변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어느정도는 육감적인 몸매의 평범한 은행원이다.


아침에 카톡이 날라왔다.

그날도 케이는 언제나처럼 뜬금없이 주말에 보자고 했다.

나는 그러겠노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본지가 2년도 넘어 이제는 실제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인지 가상의 인물인지 그 존재마져도 헷갈리는 케이.

나는 그가 조금은 사이보그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 같은 것은 없었다.

외려 그는 만나자는 약속을 종종 펑크냈고 그럴때마다 같이 만나기로 했던 

우리언니와 나는 허탈해져서 그냥 거실 소파에 몸을 뭍고 티비를 보며 시간을 

죽이곤 했다. 우리 언니를 짝사랑한다던 케이는 육개월 전인가 술에취해 

나에게 전화를 해서는 이제 언니가 아닌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내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싶다고 했다.

다음날 늦은아침 문자를 보내서는 장난이였다고 했다.

그는 항상 좀 실없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요번엔 케이가 적극적이였다. 다음달. 그러니까 12월 14일날 

영등포 라이프호텔 옥상에 바비큐장을 예약해 놨다고 했다.

예약금을 십만원이나 주고 잡았다며 얼마나 유난을 떠는지.


그러던 와중에 언니와같이 겨울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일단은 여행지를

정해야 했는데 재작년에 놀러갔던 필리핀 세부에 다시한번 가기로 했다.

열흘 일정이였다. 필리핀에있는 친구들에게도 페이스북을 통해 방문을

알렸고 모두들 환영해주며 기다리겠노라 했다.

사실 내가 내심 기대했던건 현지에서 바를 운영하는 제임스 라는 젊은 

영국인 과의 조우였다. 어린나이에도 세부 관광지에 자기 바를 오픈하고 

운영하는 키크고 수완좋은 백인남자.

재작년 관광때 우연히 그를 만났고 그는 매일밤 호텔에서 몰래 빠져나온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처음 같이한 밤 침대위에서 몸을 베베꼬며 내숭을 떨던 나는 그의 진솔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반하게 되었고 세 번째 밤인가 부터는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매달렸다.

그는 탄탄한 엉덩이 근육과 군살하나없는 두꺼운 허벅지를 지렛대삼아

나의 가장 비밀스럽고 습한 곳을 밤새도록 쉽없이 공략해왔고 난 그저

그의 리듬에 나를 내맡긴채 열락의 탄성을 마구 지르며 다음날 목구멍이 

붓도록 교성을 토해냈다.

침대스프링도 우지끈 소리를 내며 우리와 함께 밤새도록 출렁거렸다.

그와의 만남이 일주일이 넘었을때쯤.

나는 그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속옷까지 빠른속도로 벗어버리곤 침대에 

거만하게 누워있는 그의 얼굴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가랑이를 벌렸다.

그리곤 떨리는 마음으로 그의 처분을 기다렸다.

열흘만에 그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졸업을 위해서 열두학점이 더 필요했고 출석해야 했다.

그와는 종종 페이스 북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재작년 세부여행.

그때의 그 열흘간의 꿈결같은 시간을 생각하니 숨이 가빠왔다.

근무를 하는 틈틈히 톡으로 언니와 채팅을 하며 일정을 조율하는 와중에 

나는 제임스와의 은밀한 추억을 연신 떠올렸고 점심시간이 되기 전 상상만으로 

팬티가 흥건해졌다.

모니터 옆의 작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니 대낮부터 술에취한 여자마냥

볼이 발그레 해져 있었다.


며칠후 12월1일날 케이에게서 카톡이 날라왔다.

14일날 약속 잊지 않고 있지? 라며 이모티콘으로 웃었다. 

문득 달력을 보니 14일은 언니와 나의 세부여행기간에 묻혀있었다.

잊고 있었어요. 우리 세부에 놀러가요. 미안해요. 라고 답신했다.

악몽이 시작된건 그날 밤 부터였다.


잠을자고 있노라면 어느날은 머리에. 어느날은 아랫배에. 어느날은 다리에. 

강렬한 열기를 순간적으로 느끼며 잠에서 번쩍 깼다.

잠에서 깨고나도 한동안은 열기를 느낀부분에 통증을 느끼며 다시 잠들지 못했다. 

수면시간이 현저히 부족해졌고 다니는 회사에서도 업무성과가 크게 나빠졌다. 

퇴근후에 가족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도 졸기 일쑤였다.

어렵사리 농협에 취직한 나를 부모님은 무척이나 걱정 하셨다. 심지어 남자친구와 

관계를하는 와중에도 드문드문 잠에 빠져들었다.

피스톤 운동에 열중하며 나의 반응을 살피던 남자친구는 이내 시무룩해져 자기의 

뜨거워진 성기를 내 구멍에서 슬그먼 빼곤 뒤돌아 누워 드르렁 코를 골며 잠들었다. 

미안해진 나는 그의 물건을 입안에 가득물고 다시금 잠에 빠져들었다. 한시간이나 

흘렀을까..

번쩍!

이번에는 가슴에 엄청난 열감을 느끼며 잠에서 확 깼다.

온몸이 떨려오며 통증이 목구멍으로 차올랐다.

통증을 참지못해 머리를 쥐어뜯었다. 남자친구는 침으로 더렵혀진 자신의

물건을 물티슈로 정성스레 닦아내고는 너 이상해졌어. 라며 짜증섞인

눈길을 한번 던지고는 집으로 가버렸다.

매일매일의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고 몸이 쇄약해졌다.

급기야 세부로 놀러가기로한 일정도 취소했다.

제임스의 발기한 성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액을 정성스레 받아내어 꿀떡삼킬 

나의 꿈같은 열개의 밤도 아스라이 날아갔다.


페이스북에서 케이의 친척동생인 준영이를 통해 건너건너 들은바로 케이는 그 약속이 

엎어진 후에 매일밤 나를 저주했다고 한다.

방안에 큼직한 다트판을 걸어놓고는 내 이름의 명찰을 단 인형그림을

프린트로 뽑아서 그 다트판위에 붙였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트 침의 바늘 부분을 라이터로 지지고는 인형그림에 던진다는 것이다. 

바늘은 어느날은 머리에. 어느날은 아랫배에. 어느날은 다리에. 가서 꽂혔다고 했다.

매일 새벽2시에 딱 한번만 던진다고 했다.

소설가 지망생인 케이는 밤에 작업을 하는지라 한창 정신이 맑을 시간이었고 또한 

나는 한창 깊은수면에 빠져있을 시간대였다.


과연 평소에 옹졸했던 케이의 행동 답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 옹졸한 짓을 그만하라고 전화를 하려했다.

그러나 케이와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번호가 바뀌어 있었다.

카톡에서도 페이스북에서도 그의 이름이 사라져있었다.

옹졸한 케이는 내가 자신과의 약속을 접고 세부로 놀러간다고 말한 아마 그날, 

모든데에서 내 이름을 삭제한 것 같다.

호텔 옥상에 바비큐장 하나 예약해놓은거 까먹었다고 저렇게 유난을 떨

머저리라면 차라리 시간낭비하며 만나지 않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보면 그는 평소에도 약간 머저리 같았다.

생각해보니 바비큐장 예약금 얘기를 두어번이나 더 했던 것 같다.

돈 십만원에 벌벌떠는 쪼다.

사실 그의 몸에서 나는 여자향수 냄새와 얼굴의 비비크림 냄새를

맡을때마다 역했다. 생물학적 나이가 있으니 호칭은 오빠라고 했지만

사실 오빠라고 생각한적도 별로 없다.

그런놈 물건은 빨고 싶지도 않다.

암튼 나는 케이와의 통화에 실패한 그날밤에도 새벽 두시에 잠에서

번쩍! 깼다.

이번에는 왼쪽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이 아팠다.

참을 수 없는 극단적 열감이 왼쪽눈알을 떠트릴것만 같았다.

누군가 손으로 나의 눈알을 꾸악 부여잡고 힘을주면 이런느낌일까.

두 손으로 왼쪽 눈을 부여잡고 고통을 참지못해 소리내어 울부짖던나는

이젠 정말 도저히 견딜수 없게 되었다.


속옷바람으로 미친 망아지처럼 게걸스레 베란다로 내달렸다.

창문을 열고 한쪽다리를 번쩍 들어올려 난간에 걸쳤다.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차거운 바람이 후욱 몰아쳤다.

엄마 아빠 이름을 비명에담아 아파트단지 전체에 고음으로 메아리를 던졌다. 

마지막 절규의 외침을 뒤로하고 십이층 이곳에서 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머리통은 박살이 났고 왼쪽 눈알이 빠져나와 데골데골 굴러 하수구 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유혈이 낭자했지만 통증은 가라앉았고 케이는 그날밤 다트판에서 내 이름이 걸린 

인형사진을 부욱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부끄러운 졸필입니다.

단 한분이라도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립니다. 





김정현

iiijam82@yahoo.com

010 9058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