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차 창작 콘테스트 단편소설 공모 - 폭력

by 하인리히 posted Nov 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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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총을 품고 산다. 증오심이 커질 대로 커져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해졌을 때 누구든지 총알을 발사하고 싶은 욕망이 치밀어 오른다. 단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못하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라 실행하지 못할 뿐, 우리는 저지르지 못해 괜한 아랫사람에게 화풀이하거나 샌드백을 치고 볼링을 굴려 스트레스를 반의반이라도 푼다. 그런 걸 보면 살인죄는 터무니없이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죄목이다. 이 세상사람 누구든지 바짝바짝 타오르는 갈증, 끊임없이 부풀어가는 욕구만 해소하면 환경오염 · 기아 · 물 부족 · 산업폐해 등 모든 사회적 화제와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다. 멍청한 인간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무조건 살인을 양심에 찔린다는 이유로, 악한 행위라 판단해 금지하니 참 통탄할 일이다.

나에게는 발달장애인 동생이 있다. 장애인 등급 중에서는 비교적 낮은 3. 3급보다 세 배는 심각한 1급 장애인에 비하면 매우 얌전하고 온순한 편이지만 밖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집안에 있을 땐 조용하다. 그곳이 자기 안식처라는 것을 아는 듯 아기처럼 잉잉대는 소리를 내거나 간헐적으로 코를 들이마신다. 이런 행동들은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집 밖으로, 공원이나 광장 같은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나가면 동생은 급격히 흥분해 비명을 지르거나 발을 쿵쾅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난처해지고 얼굴이 붉어지며 망할 동생이 부끄러워진다. 창피하다. 아무리 반복해도 그 순간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다. 똥 치우고 밥 먹이고 몸 씻기는 일은 수십 년간 해온 업무라 무감각해질 정도로 익숙하지만 이 짓거리는 아무리 적응하려 해도 적응할 수 없다. 장애인 동생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낯설고 언제나 나를 위축되게 만든다. 한마디로 사회적 연민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머, 그 집 아저씨 동생이 발달장애인이라면서요? 정말 힘드시겠다. 진짜 우리 가족 모두 손발 멀쩡한 걸 감사히 여겨야 한다니까.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우린 참 행복한 거예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동생이 싫다. 싫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다. 내 월급 가운데 삼분의 일이나 앗아가지, 하는 것도 없으면서 밥만 축내지, 일은커녕 양치질 하나 제대로 못하지…… 내 삶에 득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동생은, 한 배에서 태어난 피붙이라는 명목 하에 내 목에 들러붙어 흡혈귀처럼 기생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동생이라는 쇠사슬에 묶여 갇혀있는 것이고. 내 신세가 거지같다고? 독자 여러분은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되돌리지 못하는 운명은 절대 없는 법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이미 옛날에 돌아가시고 없다. 무덤은 어디 깊숙한 산속에 고사리와 잡초에 둘러싸인 채 놓여있을 것이다. 나는 대학에서 일한다. 입학사정관이라는 이상야릇하고 신경질 나는 직업이다. 고생고생해서 번 돈 불구 동생에게 갖다 바치려니 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 동생인걸.

어느 날 회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술자리 회식에 있을 때였다. 같이 일하는 입학사정관 직원들은 하나같이 허세 떠는 데에 도가 터 있었다. 내가 말이야, 최근에 복권 3등에 당첨돼서 말이야, 니들 복권 당첨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다 방법이 있단 말이지…… 그거 보셨어요? ebc 드라마 내 아내는 미스코리아 종영됐대요. 야근하느라 깜빡하고 못 봤지 뭐예요? 요즘 테니스 배우고 있다면서? 어때? 잘 되가?……

모두 쓸데없고 부질없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화다. 이런 식의 대화는 지겹다. 나는 조금 더 색다르고 새롭고 품격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가령, 폭력이라는……

현우 씨, 무슨 생각하세요?”

갑자기 평소에 말 몇 번 걸지도 않은 홍 씨가 내 어깨에 찰싹 달라붙었다. 나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소주잔을 엎지를 뻔했다.

, 무슨 일이에요?”

어머나 현우 씨. 나는 생각 깊이 하는 남자가 좋더라. 뭘 그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말해 봐요. 들어줄게요.”

그냥아무것도 아니에요.”

에이 아무것도 아니긴. 현우 씨는 아우님이 장애인이라면서요? 정말 힘드시겠어요. 저도 예전에 장애인 복지센터에서 일한 적 있었는데 무척 고생했거든요.”

나는 여느 사람처럼 친한 척 하면서 질문 아닌 질문을 해대는 그녀가 조금 불편했지만 한편으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미인이 내 팔을 감싸 쥐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 여자가 술에 취했나.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친하지도 않은 나에게 이리 살갑게 대할 리는 없는데.

있잖아요. 조금 있으면 다들 노래방이다 3차다 어쩌고 하면서 자리를 뜰 텐데 우리는 몰래 빠져나가는 게 어때요? 이런 술자리가 지루하기도 하고 저 예전부터 현우 씨랑 얘기해보고 싶었거든요. 과거사가 복잡하다 그러고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나는 과거가 복잡한 남자가 좋더라고요.”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홍 씨가, 지금 내게 은밀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건 100%. 간만에 회포 좀 풀겠구나 싶었다. 나는 서둘러 모두들 취한 상태에서 식당을 몰래 빠져나왔다. 그래, 가는 거야! 택시를 타고 막 집에 도착할 즈음 홍 씨가 뾰족하고 빨간 손톱으로 내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머운동도 많이 하시나보네. 가슴이 탄탄하네요. 뱃살도 없고. 현우 씨 멋져요.”

나는 헬스 3개월 끊어놓은 것이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가슴 뿌듯이 쾌재를 불렀다. 과연 홍 씨의 몸은 얼마나 섹시하고 맛있을까?

택시는 아파트 입구에서 내렸다. 나는 홍 씨의 손을 잡고 집을 향해 발을 옮겼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동생이 잠옷 차림으로 밖에 나와 있었다.

, 혀엉! 왜 이제야 왔어!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야! 혀엉!”

그러고는 내 품에 와락 안겨드는 것이다. 그 바람에 들고 있던 커피가 셔츠 위에 쏟아졌다. 기분이 확 잡쳤다.

, 이 씨발새끼야!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나는 머리가 터지도록 화가 나서 별 생각 없이 동생을 밀쳤다. 그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 현우 씨. 동생 분 죽은 거 아녜요?”

자세히 보니 동생의 머리에서 검은 피가 쿨럭쿨럭 솟아나오고 있었다. 벽돌 모서리에 부딪혀 두개골이 깨진 것이었다.

꺄악! 현우 씨! 정말 죽었나 봐요. 어떡하죠?”

나는 홍 씨에게 진정하라고 괜찮다고 다그쳤지만 나도 이게 무슨 일인지 분간이 안 되고 있었다. 뭐지? 내가 동생을 죽인 건가? 사람은? 그러자 머릿속에 퍼뜩 살인이라는 이름이 번개처럼 떠올랐고 나는 홍 씨에게 소리쳤다.

뭐해요! 지금 당장 대걸레 가져오지 않고! 시체 치우고 닦아야할 거 아니에요!”

, 하지만우리 이러면 살인 방관죄로!”

시끄럽고, 시체 치우는 거나 도와, 이 쌍년아!”

홍 씨는 놀라서 커진 눈으로 나와 함께 낑낑대며 동생을 옮겼다. 일단 임시로 내 집 창고에 처박아두었다.

, 진짜 미치겠네.”

겨우겨우 핏자국을 닦은 다음 나는 내 방에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앉아있는 홍 씨를 돌아보았다.

이봐, 뭐해요? 옷에 피가 묻었잖아. 벗어야지.”

? 하지만

나는 강제로 그녀의 옷을 찢은 다음 침대 위에 쓰러뜨렸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이었다.

애당초 이러려고 달라붙고 지랄 떤 거였잖아 이 창녀야!”

나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른 채 정신없이 그녀의 엉덩이를 박아댔다. 내 다리 사이에서 홍옥처럼 빨간 피가 질질 흘러나왔다. 동생 앞에서 하는 섹스라이런 쾌감도 나쁘지 않군. 나는 흑흑대며 우는 홍 씨를 팽개쳐두고 침대에서 일어나 창고를 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동생은 여기 없었다. 창고 안은 텁텁한 먼지와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야 씨발년아! 시체 어디다 뒀어?”

몰라요, 몰라제발 살려주세요. 시키는 건 뭐든지 할 테니까 살려만 주세요, 제발

시키는 건 뭐든지 한다? 그럼 빨아 이년아!

나는 그녀의 입에 내 성기를 쑤셔 넣고 앞뒤로 열심히 박아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얼굴은 정액으로 흠뻑 물들었다. 보지에서는 여전히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하아자꾸 그러면 똥꼬에도 박는 수가 있어. 각오하라고. 그나저나 시체는 대체 어디 갔담?”

나는 집안 구석구석 동생을 찾았지만 빌어먹을 그 새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점차 조바심이 났다.

이 망할 년아! 시체 어디다 갔다 뒀냐고!”

모른다니까요, 정말 몰라요제발이제 그만해요 현우 씨.”

이게 어디서 감히 내 이름을 불러?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시들어진 성기를 다시 바짝 곤두세운 채 홍 씨의 항문을 벌려 깊숙이 푸욱 쑤셔 넣었다. 홍 씨는 신음 섞인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이년아, 더 발악해봐. 얼마든지 넣어줄 테다. 나는 그녀를 침대 위에 엎어놓고 똥꼬가 찢어져라 박았다. 잠시 후 그녀의 항문에 하얀 물이 가득 들은 채 허벅지 아래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홍 씨의 눈은 까뒤집어져 있었고 내 성기는 지칠 줄 모르고 아직까지 성난 황소처럼 벌떡 서있었다. 나는 내 정력이 이렇게 대단한 줄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곤해져있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동생을 어디 뒀었더라? 에이 모르겠다. 집안 어디엔가 처박혀있겠지.

나는 홍 씨를 노끈으로 단단히 묶어 옷장에 가둔 다음 침대에 쓰러졌다.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지만 잊기로 했다. 그래, 일어날 일이 일어난 거지. 잘 된 거야.

나는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 홍 씨는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꼼꼼히 잘 묶어서 옷장에 처넣었는데, 절대 못 나오도록 손잡이까지 제대로 묶었는데 어떻게 도망간 것일까? 아니 도망갔다고 하기엔 이상한 점이 많았다. 문은 닫혀 있었고 홍 씨가 신고 왔던 신발도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혹시 동생이?

나는 창고를 열었다. 그러자 머리가 박살난 홍 씨가 괴물처럼 툭 튀어나왔다.

으악! 이게 뭐야설마내 동생이 이런 짓을?”

나는 홍 씨를 죽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간밤에 누군가 침입해 홍 씨를 죽였을 리도 만무하다. 동생은 분명 죽었는데, 벽돌에 머리가 찍혀 확실히 죽었는데, 어떻게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었을까? 곰곰 생각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동생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혀엉기다렸어왜 이렇게 안 온 거야너무외로웠다고나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동생은 대가리에 피딱지가 말라붙은 채 내게 걸어오고 있었다. 손에는 커다란 벽돌이 들려있었다. 저것으로 홍 씨를 박살낸 게 틀림없었다.

, 아우야진정하고내 말 좀 들으렴. 그러니까 형은

눈 깜짝할 새에 동생은 벽돌로 내 머리를 찧었고,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동생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잠깐 기절한 것뿐, 나와 함께 침대에 벌거벗고 누워있는 홍 씨를 보고 질투심에 살해까지 한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동생에게 당했다. 칼을 쓰는 자 칼로 망하리라 어쩌고 그리스도라는 사람이 그렇게 말했는데, 역시 폭력을 쓰는 자는 폭력으로 망하기 마련인가 보다. 내가 죽은 뒤로 어떻게 됐는지 상상하기조차 싫다. 동생은 체포되어 정신병동 또는 교도소에 갇혔을 것이다. 홍 씨에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아니지, 그 여자가 애당초 내게 말 걸지만 않았어도하지만 일어난 일은 일어났다. 운명은 되돌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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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한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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