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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이 혼미해 질만큼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나는 낯선 골목길에서 길을 잃는 것을 좋아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낯선 곳의 골목, 골목이 주는 작은 여행은 나른한 일상 속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날도 이곳, 저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던 것 같다. 이계단도 걸어보고 저 계단도 올라보고. 이제 막 이곳으로 이사 온 동네 사람처럼 마주하는 모든 공간을 신기 해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난 믿을 수 없지만 토끼를 발견했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그 뒷모습을. 곱슬곱슬 기분 좋은 다갈색 머리칼을 가진 그녀를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1초쯤 망설였을까….


 눈을 떠보니 난 다른 공간에 서 있었다. 이미 그 모든 순간은 찰나가 되어 있었다. 난 한 여름 밤의 꿈을 꾼걸까….


 생각해보면 그녀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는데도 이상하게 말이 잘 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던 사람. 두 번째 만남도 세 번째 만남도 어색함이란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편안함을 주었던 사람. 의심의 여지없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사랑했다. 불과 2주도 안 된 사이의 일이었다. 그리고 우린 한 달 정도 사랑을 나누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한 달 동안의 시간은 비현실적으로 빨리 흘렀던 것 같다. 무언가에 홀린 듯 빨려 들어갔다. 우린 서로에게 흠뻑 빠져 있었다. 행복했다.

 
 그리고는 우린 헤어졌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딱 여기 까지다. 그러나 말 할 수 없는 내 감정은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았다. 감정에 걸 맞는 단어를 찾았다. 찾고 또 찾았다. 꿈이라는 표현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렇지만 찰나라는 뉘앙스의 꿈이라는 단어는 뭔가 부족했다.


 “그렇다면 이건 어때?”

 옆에 있던 친구 녀석이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른 듯 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여행” 


 그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허공을 떠다니던 감정을 말로써 정확히 매치시켰을 때 느껴지는 아찔함. 그건 분명 여행이었다. 처음 본 그 순간 나의 여행은 이미 시작됐던 건지도 모르겠다.


“혹시 차 괜찮으시면 시간이라도 한잔…….”


 얼떨결에 내뱉었던 그 말실수가 묘하게 말이 되었던 건, 그래서 그녀가 흔쾌히 시간을 허락 했던 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언젠가 그녀와 같이 차를 타고 간 적이 있었다. 어디를 갔었는지는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잠깐 주차를 했다가 뒤차와 접촉사고가 난 일이 있었다. 난 당황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려고 노력했었는데 그 순간 그녀를 보고 말았다. 그녀는 너무도 침착했다. 약간의 허둥댐도 없이 상대방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여려 보이기만 했던 그녀의 똑 부러짐이 맘에 들었다. 왠지 가장 달콤한 걸 마지막에 먹은 기분이었다. 마지막….


 그것이 기억에 남는 그녀와의 마지막 에피소드다. 이상하게 가장 좋았던 순간이 끝이 되어 있었다. 시간은 나에게 예고 없이 그만큼의 할당량을 주었던 것이다. 비자가 만료되어서 어쩔 수 없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어느 여행자처럼 난, 다시 그녀가 없는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떠날 땐 생각지도 않았던 돌아옴을 여행은 자연스럽게 안내하고 있었다.

 빠져나왔을 땐 허탈함과 약간의 희열이 남아 있었다. 약간의 후유증과 함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내가 있을 뿐이었다. 그 좋았던 순간을 회상할 순 있지만 완전히 그 때일 순 없는, 약간의 아쉬움을 동반한 그리움이 남아 있었다. 그 곳에 있었기에 좀 더 괜찮을 수 있었던 내가 다시 평범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꽤 많은 수의 사진이 남았지만 그것은 왜곡된 기억만을 부추기고 있었다. 좀 더 미화가 되어 있든 아니면 그렇지 않든 지나고 났을 때는 그 여행지의 느낌은 사라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 느낌은 온전히 가슴만이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도 그 사람은 여행과 닮아 있었다.

 좋은 의미의 여행은 그러하다. 다녀온 후에는 시야가 넓어지고 좀 더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사람을 여행한 내가 그러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여행이 주는 설레는 감정과 만족감 또는 불안이나 행복. 그런 감정들을 그녀는 분명 심어주었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을 만났던 길지만은 않았던 그 순간에 만족한다. 일상에 찌들었던 내게 여행이라는 짜릿함을 선사해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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