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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8 09:36

사고 치고 말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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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치고 말았군

 

01

 

그는 이발사이었다. 정식 이발사가 아닌 동네 이발사이니 겨울엔 골방에서, 여름엔 나무 그늘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이발을 해 주고 돈도 받았고 곡식도 받았다.

그의 살림살이는 짱짱했고, 체격도 다부졌으며, 입심도 좋았고, 놀기도 잘해서 누구든지 쉽게 사귀는 붙임성 있는 이였다. 그의 눈은 크고 쌍꺼풀 젖으며 고슴도치 같은 그의 구레나룻과 턱수염, 그리고 쫑긋한 귀는 승양이처럼 힘 있고 날렵해 보였다

그의 말 뻔 찌가 어찌나 센지 또래 중에서는 항상 매사를 좌지우지하여, 황소 같은 뚝심이 있는 자나 올 초행처럼 배배 꼬인 동패들도 종당 간에는 그의 말을 듣게 마련이었다.

그의 이름은 곤 이다.

 

그러던 곤이가 상처를 하여 홀아비가 되었다.

마누라를 잃으니 끈 떨어진 뒤웅박처럼 폭삭 늙고, 힘도 떨어져 동네 놈들이 야수처럼 덤벼들어 깔보고 짓이기며 따 돌렸다.

오늘도 술을 거나하게 취하여 유일한 이웃인 복이 집에 와서 하소연한다.

 

이봐 동생, 마누라 죽고 나니 모든 것이 헛것 이여~. 마누라가 아프다면 똥구멍이라도 불어서 살려야 해~”

 

하며 푸푸 거란다.

 

이웃에 사는 복이는 한때 대처에서 막노동판 반장을 하였지만, 지금은 오로지 농사일밖에 모른다.

복이는 곤이가 점점 더 망가져 가는 생활을 하는 것이 안타가웠으며 위로도 해 주었다.

 

~ 몸 좀 챙겨야지 어쩌려고 그래. 자식도 다 소용없으니 제 몸 제가 챙기는 수밖엔 별수 없어

 

하며 오늘은 술도 많이 먹었으니 그냥 집에 가라고 하였지만

 

주주객반 이란 말도 못 들었나? 더도 말고 딱 한 잔만 먹고 갈 테니 시바스 남은 것 있지? 그걸로 한 잔 주라.

 

하며 제가 주인인 것처럼 살강에서 술병을 꺼내 온다.

복이는 원래 술을 먹지 않았으며, 오래전 막노동판 반장을 할 때 어느 목수가 명절이라고 가져온 시바스 리갈 이 세간 틈에 끼어서 오랫동안 있었던 것을 곤이가 찾아내서 살강에 두고 쫄끔쫄금 먹어서 이젠 바닥이 보일락 말락하였다.

곤이는 얼마 안 남았다고 하며 병째 나팔 불고는 병들은 닭처럼 꼬박꼬박 졸다 뽀르르 쓰러져 버렸다.

 

복이는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닌 것처럼 냉큼 헛간에서 똥구루마에 거적을 깐 뒤 곤이를 털썩 주져 앉히고 곤이네 집으로 밀고 갔다.

곤이의 집은 보일러의 기름이 떨어 진지 꽤 오래됐는지 냉골이었다. 전기장판에 스위치를 넣고 반 장화를 벗긴 후 질질 끌어다 누인 후 이불을 덮어 주었다.

윗목엔 아침에 먹던 붕어조림에 파리가 까맣게 달라붙어 윙윙거렸다. 복이는 요즘 곤이의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가웠고 마음이 아팠다.

 

농사일도 끝나고 한가해지니 동네의 사내들은 홀아비인 곤이 집으로 모여들어 술판, 노름판으로 도가 창이 되어 버렸다.

도가 창이란 말이 소리소문없이 퍼져 인근의 날건달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보곤 복이는 말렸지만 곤이는 말을 듣지 않고 노름판을 더 키웠다.

 

노름판이라야 원래가 돈이 없는 이들은 술값과 통닭 몇 마리 값이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었으며, 복이도 한때는 대처에서 산전수전을 겪었기에 곤이를 도와주어 돈을 잃지는 않았다. 노름판은 한번 시작했다면 닷새건 열흘이건 쉬지 않고 해 대며, 방은 너구리 굴처럼 연기가 꽉 차고, 라면으로 식사를 때운다.

 

한겨울 까지 노름판은 계속되었으며, 내년 봄 일철 나설 때까지 할 기세이니, 일이 이쯤 되면 동네 마누라들이 생난리이다. 한동안 곤이 집에 전화통이 불나더니 코드를 빼놓으니까 모여서 곤이 집으로 쳐들어가지고 해 보았지만 선 듯 실행으로 는 옳기지 못하고 앙앙불락이었다.

이렇기를 며칠이 지나자 한 여자가

 

자기들도 저러는데 우리는 못 할까 보냐? 우리도 고스톱을 치자

 

하면서 판을 시작하였지만, 여자들의 화투판은 남정네들처럼 우악스럽지 못하고 고작 팔뚝 맞기, 라면땅 내기 등이 고작이었으며 금세 시들 해 졌다. 마침내 한 여자가 결심한 듯

 

내가 내일 쳐들어가 깨부술 테니 너희들은 보고나 있거라한다.

 

한 여자가 다리를 꼬면서 연신 딸꾹질을 하며 곤이네 집 현관 쪽으로 갔다. 꾼들이 수시로 드나들기에 문은 잠그지 않았으며, 오후에 나팔 분 진로 금두꺼비가 촉촉하게 몸에 배어 오니 신발을 신은 채 여자는 뚜벅 뚜벅 대청을 지나 방문을 확 열어 재키고

 

야 이 씨부랄 놈들아 나도 한판 붙어 보려고 왔다. 패 돌려라

 

하고 외치더니 화투 방석을 질겅질겅 밟다 발끝으로 걷어 올려 대청으로 차 버렸다. 어안이 벙벙한 사내들은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여자의 남편인 한 사내가

 

이년이 미쳤나 어서 나가

 

하고 머리채를 잡아끈다.

 

그래, 나 미쳤다. 네놈들 노름판 보고 미치고 환장해 버렸다

 

하며 남편의 멱살을 잡고 늘어진다.

 

이년이 환장했나? 너 오늘 죽을래~

 

하며 연거푸 불이 나게 여자의 뺨을 때린다.

다른 남자 들은 방구석과 벽에 붙어 오금을 질려 하는데 쓰러졌던 여자가 갑자기 일어서며 남자의 아랫도리를 움켜잡고

 

네 이놈. 나 오늘 죽으련다. 하며 포효한다.

 

남편은 금세 숨이 넘어 갈듯 할딱거리며

 

놔라~. ~ 나 죽는다

 

하고 애원한다. 여자는 더 한번 세게 잡아당기다가 정말 죽을 것 같아 놓아 주었다.

반쯤 죽었다 살아난 남편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으며, 소주병으로 여자의 머리를 내려첫고 여자의 머리에선 선지가 이마와 얼굴로 주르르 흘러 내려왔다.

여자는 방바닥을 뒹굴며 기절하였고 남편이 두 팔을 질질 끌고 문밖으로 던져 버렸다.

녹지 않은 눈 위로 철썩 떨어지는 다 죽어 가는 여자를 보곤 같아 왔던 다른 여자들은

 

에구머니나~ 저런


하며 어디론지 데리고 가버렸다.

남정네들도 하나 들씩 슬금슬금 빠져나가 곤이네 집 안방은 다시 무덤처럼 적막에 감싸였다.

 

복이는 심각한 얼굴로 곤이에게

.“ 형 이젠 노름판 벌이지 마. 사람들아 싫다고 하잖아. 이렇고도 또 노름판 벌이면 형 하곤 다신 상대하지 않을 거야~”

라고 하니 곤이도

 

알았서~ 이젠 안 할게

 

라고 풀 없이 대답했고 그 후론 더 곤이 집에서 노름은 없었다.

겨울의 추위도 풀리니 복이는 밭을 갈고 감자 심기에 정신없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때, 곤이는 병들은 닭처럼 양지쪽에서 꼬박꼬박 졸다가 문득 생각 난 듯이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쳇바퀴에 망사를 덧대어 통발을 만들고 있었으니 물이 마른 도고 창에 송사리가 바글바글했던 것이 생각났던것이다.

도고 창의 물은 거의 말라 송사라기 헐떡거리고 있었으며 통발로 뜨니 한 사발은 넉히 되었다. 얼른 집에 와서 물로 두어 번 훵 구어 내고 고추장을 풀어 넣고 바글바글 끓이니 그런대로 먹을만한 송사리 매운탕이 되었다.

바닥에 깔린 소주병과 송사리 매운탕에 숟가락 한 개 꼽고 복이가 일하는 감자밭으로 갔다.

곤이가 멋쩍해 하면서도 넉살 좋게 웃으며

 

먹어봐~ 동생이 감자 심는다고 이 형이 매운탕 끓여 왔어

 

하며 내민다.

 

복이의 처가 빙긋이 웃으며,

 

아저씨 오줌 누었고 손도 안 닦고 했지 ?

 

하며 농을 한다. 곤이는

 

먹어봐~ 왜 안 먹어~ ”

 

하더니 냉큼 한 숟가락을 입에 퍼 넣고는 소주를 나팔 불고는 바닥에 벌렁 두러 높는다.

곤이나 복이는 아들들이 있지만, 객지에 나가 살면서 집에는 통 오질 않아 이미 자식을 생각 안 한 지 오래되었으며 서로가 자식 이야기는 하질 않는다.

그래서 싫으나 고우나 곤이와 복이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산다. 잠을 자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무 말 없는 곤이를 쳐다보곤

 

 

02


 

형도 무언가 해야 먹고살 것 아니야?

밭뙈기 장사 몇 명 소개해 줄게.

채소 흥정하고 구문 먹는 것 어때?.

체질이 맞을 거야~”

 

가만히 누워 있던 곤이는 발딱 일어난다. 어디든지 착착 달라붙어 사근사근 말하면서 앞뒤 벽을 치는 재주를 갖은 곤이는 이제야 자기가 할 일을 찾은 듯이 생기가 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일을 생각해 내 다니, 동생은 정말 천재야 천재~”

 

하며 고슴도치 같은 턱수염으로 복이의 뺨을 문질러 댔다.

 

아이 아파 저리 가” .

 

하고 떠밀어서야 떨어진 곤이의 턱수염은 워낙 뻣뻣하고 강해서 한번 문지르면 웬만한 피부는 상처를 입는다. 곤이가 턱수염 공세를 할 때는 상대를 혼내 주워야 겠다고 맘을 먹었거나, 진심으로 고마웠을 때 하는 행동이다. 곤이는 정말로 복이가 고마웠던 게다.

 

곤이의 사업은 시작되었다. 수첩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의 숫자도 늘어나며, 밭뙈기 장사들이 곤이의 집을 찾아 오는 일도 잦아 지면서 곤이는 점점 더 바빠졌다.

어느 밭에는 평수가 몇 평 이며, 종자는 무엇을 심었으며, 수확량은 얼마나 나오며, 진입로의 상태, 토양 상태, 등은 흥정하는데 필수요소이므로 완전히 꿰고 있어야 하기에 곤이의 빠른 머리속의 컴퓨터는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빨리 구동하고 있었다.

 

곤이의 빠르고 정확한 정보 덕에 밭뙈기 장사들은 재미를 보았고 바가지만 썼다고 불평불만이 컸던 농부들도 곤이 때문에 잘 팔았다고 구전에 윗전을 더 주니 고니의 주머니는 윤기가 돌았다.

밭뙈기 장사들은 물량이 달릴 때는 선점하려고 곤이 에게 돈을 맡기니 곤이는 농협에 갈 일도 많아지고 가락동에서 손님도 왔다고 하며 다방에 갈 일도 생겼다. 이젠 단골 장사꾼도 생겨났으며 누군가가 만들어준 금테 두른 명함을 지갑에 꼭 가지고 다니니 일꾼들의 참을 대 주는 중국집의 철가방들은 꼬박꼬박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다방의 아가씨들도 곤이를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곤이의 사업 영역은 점점 넓어져서 인부들을 동원하는 일까지 하니 수하에 일 반장을 몇 명 거느리고 그 밑에 여남은 명의 일꾼들이 있으니 들판에서의 곤이는 무소불위이었다.

이것을 보고 인생 역전이라고 하는가 보다.

 

너무 행복한 나날이기에 곤이는 복이의 도움을 고맙게 생각하곤 무언가를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복이는 좋아하는 음식도 없었고, 좋아하는 취미도 없었으며, 여행 가는 것도 좋아하질 않으니 난감했다.

곤이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딱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복이는 연초에 재수굿을 한다. 주위에서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비웃으면 묵묵부답 하며 줄기차게 재수굿을 해 왔다.

그런데 재수굿 한번 하는데 300만 원이나 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망설여진다. 예전 같으면 언감생심 생각도 못 했던 큰돈이었는데 야채 흥정을 하고 나선 돈 씀씀이가 나아졌다고 해도 역시 큰돈 이었다.

 

그런데 곤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렵게 감자 농사를 지어 몽땅 팔아야 700여만 원 하는데 그 금쪽같은 돈을 하룻밤에 절반을 무당에게 준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저러나 재수굿에 들어가는 돈을 전부 대 줄 수는 없고 반만 대 주겠다고 해 볼까 하고 생각했다. 밭둑에서 만난 복이 에게

 

이봐 동생 내가 동생에게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는지 알지? 이번 정월에도 재수굿 할 거면 내가 이번엔 비용을 반만 대면 안 될까?”

하고 물으니 복이는 빙긋이 웃으며

 

맘대로

 

한다. 곤이는 가을 채소 흥정에서 복이의 굿값의 절반을 더 벌어야 했으므로 새벽부터 밤까지 들판을 쏴 다녔다.

정초가 되어 곤이 는 살그머니 지전을 복이의 주머니에 찔러 주었고 복이는 별말 없이 고맙다고 하며 곤이의 손을 꼭 잡았다.

 

보름날 오후 봉고차가 복이의 집으로 들어오고 남자 여자 모두 세 명이 내렸다. 남자 무당은 보통의 차림 이었지만 여자무당은 작달막한 키에 머리는 쪽을 끼웠고 옥색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곤이는 굿판을 설치하는데 도와주려고 했더니 부정 탄다고 얼씬도 못 하게 하고 밤에나 오라고 했다.

곤이는 저녁을 일찍 먹고 복이네 집으로 슬슬 내려갔더니 굿은 이미 시작되었다.

 

굿은 제사 지내는 것과 비슷한가 보다. 처음에 술을 상제에게 올리더니 장구를 느리게 치다가 점점 거세게 몰아친다. 귀신에게 겁을 주려는 것으로 보였다.

여자 무당 고깔을 쓰고 도포를 입고 앉아서 청아하게 가락을 뽑더니 조상님 산신령 옥황상제를 한참 주워섬기다가. 다시 다홍치마 위에 청삼으로 갈아입은 후 부채와 방울을 들고는 장구재비와 주거니 받거니 사설하며 곤이 앞으로 다가와서는 펼쩍펄쩍 뛰더니

 

상제님이 너에게 지성 드리라 신다 훠이 훠이~”

 

하며 버선발로 곤이의 무릎을 뚝뚝 찬다. 어안 벙벙해 있을 때 고수가

 

" 뭘 해 돈 놓고 절해 한다.”

 

엉겁결에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전을 한 장 펴서 상에 놓고 뭉그적뭉그적 뒤로 물러서니 무당이 이를 보곤 다시 방울을 흔들며 곤이 앞으로 다가와

 

상제 님이 그러신다. 만원이 무어냐 정성이 부족 하다고 하신다.“.

 

하니 고수가 장고와 징을 미친 듯이 마구 친다.

다시 곤이는 지갑의 지전을 몽땅 떨어 놓고 절하고 다시 뒤로 물러나니 무당은 다시 방울을 올리더니 곱쳐 놓았던 소청을 풀어 겹쳐 들고 펄쩍펄쩍 뛴다. 정말 귀신이 있기는 있는 건가 생각하며 굿청을 나오니 훤하게 먼동이 튼다.

무당의 북소리와 장구 소리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03


 

밭뙈기 장사들이 곤이네 집에 와서 잠도 자고 밥도 먹어 가며 스스럼없이 지내다 보니 장사꾼 한 사람이

 

이봐 아직도 한창인데 계속 이렇게 살 거야? 장가나 들어~ “ 한다.

 

장가? 하면서 곤이는 피씩 웃었다. 아내가 죽은 후 에도 도통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내에 대한 애틋한 정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색 잡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았지만 도무지 여자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장사꾼은 넌지시 다시 말을 한다.

 

내가 아는 중국 조선족 여잔데 참하고 예쁘며 사근사근하고 음식 잘하며 딸린 식구도 딸 하난데 이미 시집가서 잘살고 있으니 걱정 부 뜨러 매도된다네

 

그 여자는 재산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해로할 반려자를 찾고 있다고 하더군

 

곤이는 곰곰이 생각 해 보았지만, 조선족이라는 말이 영 켕겨서 대답을 안 했다. 들은 이야기로는 조선족 여자들은 어떻게든 사람을 홀려서 재산을 다 뺏고 알거지로 내 친다는데 객지의 지식 놈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으로 꾀에 데리고 가서 술과 마약을 먹여 놓고 간과 콩팥은 빼서 팔고 몸뚱어리는 사갈지 내서 만둣집에 판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끔찍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곤이는 요즘 큰 고민에 빠져 있다. 홀아비 티가 뚝뚝 덜어지는 행색에 사람들 만날 일이 많아지고, 술을 마시면 식전에 마누라가 해장국이라도 끓여 주면 좋으련만 속 쓰림을 물배로 채우려니 부아가 치민다.

그리고 마누라가 있다면 장사꾼 놈이 부엌엘 들어와서 제 맘대로 라면에 달걀을 풀어 넣고도 퉤퉤 거리는 배알이 꼴리는 일도 없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곤이는 복이 한테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나 말이야~ ”

 

하며 쭈뼛쭈뼛하며 망설이고 있을 때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래?

 

하며 빨리 말해 보라고 채근하니

 

나 장가가면 어떻겠냐?”

 

하고 물으니

 

장가

 

하고 복은 똥그랗게 눈을 뜨고 빤히 쳐다보더니

 

~ ~ ~ ” 허고 크게 웃는다.

 

빨리 장가가~ 쌍수로 환영하지~ 그런데 누가 온다고 해?”

 

하곤 반색하며 묻는다, 곤이 말에 복이가 이렇게 반색하기는 처음 이었다.

 

다방에서 마주한 여인은 회색의 재킷에 검은 바지를 입고 약간 굽있는 운동화를 신었으며, 감색 스카프를 했고 머리는 숏 카트 한 단정한 차림이었으며 얼굴은 뽀얀 했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이었다.

곤이는 산전수전 다 겪은 잡놈 축에 들면서도 여인의 차분함에 짓눌려 긴장해 있었다.

 

중국에서 뭐 했는가요?” 하고 물으나

 

산둥에서 중학교 교사였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딸아이와 고생 하며살었고 대학을 나온 딸은 몇 년 전에 한국 사람과 결혼 해서 인천에 살고 있습니다.

저도 딸의 연고로 중국에서 인천으로 이사 왔으며, 인천에서 식당에 다니다 아는 사장님이 좋은 사람 있으니 만나보라고 하여 거친 세상 살아온 저도 해로할 사람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선생님 하셨던 분이 저하고 가당키나 하겠어요? 저는 보시는 것처럼 별 볼 일 없는 녀석이구먼요. 그런데 중국분이 어떻게 그렇게 한국말을 잘하세요

 

하고 물으니

어찌 그리 예쁘게도 웃는지 호호 웃으며

 

저는 중국 사람이 아니에요, 조선족이에요.

 

하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곤이는 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결혼하겠습니다. 꼭 혼인할 것입니다. 언제 하렵니까?”

 

하고 손을 꼭 잡았다,

 

성미도 급하셔라

 

하고는 눈을 곱게 흘기곤

 

저도 딸 아이와 상의도 해야 하겠고요.”

 

여자는 메모지에 연락처를 적어 주고 명함을 달랜다.

처음 본 여자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함께 산 여자와 같았으며, 이미 죽은 아내가 환생해서 돌아온 것 같았다. 교양있고 예절 바른 것은 전의 아내보다 훨씬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중학교 선생이였다고 하지 않았던가>

 

“ ”~. 여자 보았어? 어땠어? 맘에 들었어?

 

하고 복이는 숨도 쉬지 않고 물어 댄다. 복이도 많이 궁금했는가 보다.

 

우하 하하~

 

하고 곤이가 웃어 대니 경복이는 눈을 휘둥그레 하며 미쳤나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니 의아해한다.

 

나 지금 운명의 여자와 만나고 왔어. 하늘이 두 쪽 나도 이 여자와 결혼할 거야. 두고 보라고

 

하며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갔다. 곤이가 사는 집은 홀아비 티가 철철 넘쳐 마당엔 겨우 다닐 정도로 길만 빼꼼히 뚫렸고 빼방쑥과 자리 공이 한발씩이나 컸고 바랭이 풀이 뒤 엉키어 당장 뱀이 나올 것 같으며,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신지도 않는 반 장화와 검은 고무신 운동화 짝이 뒤엉키어 있었다.

거실의 벽과 마루에는 밀짚모자 빵모자 운동모자들이 겨울 내복과 여름 러닝셔츠와 파자마가 뒤섞여 넝마 전 같았으며 톱과 망치 등 공구도 거실 구석에 있고 방에는 새카만 전기장판과 때가 잔뜩 낀 이불이 사시사철 펴져 있었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묻지 않았지만, 운명의 여인이라고 생각 한 이상 이 여지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다.

 

그래, 신접 실림을 준비해야지~ ”

 

곤이는 집 뒤에 구덩이를 파고 넝마를 모조리 태우고 형광등도 갈고, 기름때가 새카맣게 찌들은 가스레인지도 반들반들하게 닦고, 창틀의 깨진 유리도 끼우며 그릇도 반들반들하게 닦았다.

밤송이 갔던 턱수염도 파랗게 면도하고 팬티와 리닝셔츠도 새로 사서 입고 이불도 복덕 복덕한 카시밀론으로 바꾸었다.

새롭게 바뀌는 곤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어떤 여자인지 궁금했고, 잘 살 것인지 궁금했고, 곤이의 혼까지 단숨에 빼어간 여자가 요물은 아닌지 궁금했다.

하지만 곤이가 저렇게 죽고 못 살겠다고 하는데 어쩌겠는가?

 

곤이네 집 앞으로 택시 한 대가 들어오고 곤이와 여자가 내렸다. 시장 다방에서 만나 함께 들어 왔다고 한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검정 가죽구두를 신었으며 챙이 널은 감색 모자를 쓰고 은색 목걸이를 한 이 여자는 농촌의 여인들이 보기에도 예사내기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동네 여인네 들은 새 사람이 들어 왔다고 전도 부치고, 고기도 삶고 국수도 말았다.

곤이와 함께 일하던 일 반장이 황구 한 마리를 끌고 와서

 

우리가 해 먹으려다 잔칫집에서 같이 먹으려고 가져 왔수다.”

 

하니 복이가 나서서

 

경사 집에서 개 잡는 건 좀 그렇다. 자네들끼리 가지고 가서 해 먹어~”

 

하니 일 반장이

 

경사 집에서 돼지는 잡아도 되고 개는 잡아서 안 되는 이유는 뭐요? 그럼 뒷산에서 잡으면 되겠소?

 

일 반장은 개 잡을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신바람이 나서 설쳐댔다. 올가미로 목을 매어 나무에 매달아 놓고, 몇 시간이고 기다리며 꼬리가 축 늘어지면 꼬리를 쳐들어 항문을 살펴보다 항문이 열리면 죽었다고 판단하고, 불에 털을 그슬렸다.

 

그는 개를 많이 잡다 보니 이력이 생겨서 비닐로 머리를 감싸 질식시켜 죽이기도 하였고, 고무줄로 코와 입을 칭칭 감아 죽이기도 하였으며, 몽둥이로 때려죽이기도 했다. 어젠가는 모란공원 시장에서 개 잡는 신기술을 배워 왔다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떠벌리기도 했었다.

 

목숨이 끊어진 개는 짚불이나 토치램프로 털을 그슬리며, 껍질이 터지지 않게 자주 뒤집어 노릇노릇하게 구운뒤 박박 문질러 재를 털어 냈다.

일 반장은 양쪽 귀와 코 그리고 꼬리를 잘라 도마에 썰어 놓으면 동패들은 개떼처럼 소금과 소주를 가져와서 마구 먹어 버리곤, 등껍질부터 한 점 한점 껍질을 벗겨 먹어 치운다.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어 도마에 놓고 썰면 입점 있게 썰라며 동패들은 서로 다투며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뚝뚝 떨어지는 피를 입 주위에 묻히고도 개의 간을 탐닉하는 이들을 밀어붙이고 몸뚱어리를 사갈지 낸 후 곤이네 집 수돗가로 가지고 갔다.


04


 

살그머니 손을 뻗어 여자의 손을 잡으니 여자는 가만히 있었다.

다시 손을 뻗어 가슴으로 밀어 넣으니 발딱박딱 슴을 쉬며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여자는 곤이가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알고 있는지 궁둥이를 들썩이며 살그머니 아랫도리를 벗는다.

남자의 우악스러운 손이 우아한 자신의 팬티를 잡아당기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갑자기 곤이가 인천으로 이사를 한다고 했다

이미 곤이의 새 아내와 결정한 일이라며 중국과 무역을 하겠다고 한다. 무역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복이가 다 구 처 물으니 딸이 그 바닥에서는 거물이며 도와준다고 했단다. 곤이가 말하는 딸은 새 아내의 딸이며, 승용차를 타고 올 때면 옷도 사 오고, 양주도 사 오며, 마당에 화덕을 만들어 고기도 구워 먹고, 청요리도 만들어 먹으며 곤이 에게 나긋나긋하게 굴으니 지금까지 상대하며 살았던 인종들과는 다른 천상의 사람들로 여겨졌다.

곤이는 객지의 아들들과 재산을 배분한 후 인천으로 훌쩍 떠나 버렸다.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비지땀이 등줄기에서 빗물처럼 흘러 내리는데도 복이는 아내와 돌덩이처럼 단단한 감자밭에서 감자를 캤다. 비라도 한 줄기 내렸으면 좋으련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원망하며 연신 이마를 문지르니 이마가 벌건 하다.

뿌연 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던 택시가 복이 앞에 서더니 한 사내가 내렸다

 

이게 누구야, 동생 아닌가?”

 

어디서 듣던 목소리이기에 실눈을 뜨고 보니 곤이 였다.

흰 바지에 백구두를 신고 붉은색과 파란색의 꽃무늬 남방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곤이는 머리를 파마했는지 약간 곱슬머리였으며 쇠사슬처럼 굵은 노란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사람이 살면서 몇 번은 변한다 하더니 세상에 이럴 수 없어 눈을 비비고 다시 떠보니 분명 곤이였다.

염소 도독인 줄 알고 쭈뼛대던 경복의 아내도 탄성을 지르며 놀러와 하고 있었다.

손톱으로 바지 가량 이에 묻은 흙먼지를 톡톡 털며

 

동생 나 이렇게 됐네. 처음의 계획대로 중국과 무역 하고 있다네. 평택항에서 중국의 산둥으로 물건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하는 일이야. 오늘은 바빠서 이만 가고 평택에 자주 오니 조만간 한번 들릴 게

 

하곤 쌩 하나 가 버렸다. 곤이를 만난 후 복의 아내는 곤이처럼 무역인가 무엇인가를 하자고 조른다. 곤이 보고 가르쳐 달라고 하면 옛 정분을 생각해서라도 가르쳐 줄 테니 곤이를 한번 만나라고 성화였다.

실은 복이도 이놈의 지긋지긋한 감자 농사를 빨리 뒤집어엎고 다른 일을 하고 싶었지만 곤이가 한다는 무역은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옛날에 했던 막노동판 반장을 다시 할 수는 없고 마음이 심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비몽사몽 눈을 반쯤 감고 TV를 보는데

 

여보 저 사람 잘 봐. 곤이 아니야?

한다.

 

곤이가 무역하기 바쁠 텐데 왜 TV에 나오겠어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하며 자세히 보니 정말 곤이 였다.

 

중국의 마약밀매단이 검거되었다는 뉴스였다. 곤이는 이들의 운반책으로 우황청심환을 들여오면서 마약도 몰래 들여왔단다..

 

북이는


기어코 사달을 내고 말았군

 

하고 크게 한숨을 쉬더니, 마누라에게

 

곤이 한테 이야기해서 우리도 무역이나 할까?”

하니,

 

아서~ 절대로 안 돼

 

하며 손사래를 친다.

 

그렇고 보니 세상은 곤이처럼 설쳐 대는 사람들이 끌고 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땡볕에서 감자를 캐는 무지렁이들이 끌고 가는 것 같았다.

 

 

 

 

문구현

mkh4707@hanmail.net

010-5423-6915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8.07.24 21:47
    이렇게 극히 부정적인글은 처음 봅니다. ㅡㅡ
  • profile
    korean 2018.08.31 23:13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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