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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11:42

알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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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어느 오후 수업시간. 단지 수업시간일 뿐이었다. 경민이에게 수업시간은 그저 무의미한 공상의 시간이기에 수학선생님이 인수분해를 설명하고 있었음에도 경민이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경민이의 오른쪽 뒷통수를 향해 무언가가 날아와서 부딪혀 튕겨나가 떨어졌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나빴다. 무엇인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구겨진 종이뭉치. 그것은 분명 경민이의 오른쪽 대각선 뒤에 앉아있는 녀석들의 소행임이 분명하다. 경민이는 집어 들고 종이뭉치를 펼쳤다. 안에 쓰여 진 것은 아주아주 나쁜 욕이었다. 사실 펼쳐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욕임이 분명하기에 그냥 책상 한편에 두고 다시 창밖을 응시했다. 특별한 상념을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멍하게 밖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그런 경민이에게 다시 한 번 툭하고 가볍게 오른쪽 뒷통수를 쳤다. 또 종이뭉치겠지. 경민이는 한숨을 쉬고 떨어진 종이뭉치를 폈다. ‘내말 씹냐’라고 쓰여 있었다.

경민이에게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경민이의 오른쪽 뒷자리에 앉은 녀석의 이름은 재호다. 재호는 흔히들 말하는 일진 같은 존재였다. 아이들의 돈을 뺏는다던가 하는 식의 죄질이 나쁜 짓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학교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재호가 직접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아도 다른 아이들이 스스로 재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쉬는 시간이면 재호에게 빵을 가져다준다던가 하는 식의 이런저런 아부를 떨어왔고 재호도 그런 것이 제법 싫지 않았다. 중학교 내에서의 자신의 권력과 힘에 매우 만족해왔다. 하지만 그런 재호에게 경민이는 눈엣가시였다. 말수도 없고 학교 내에 존재감이 없는 경민이지만 이상하게도 저 녀석은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모두가 재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재호의 심기를 조심하고 있을 때에도 경민이는 재호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다. 재호에게 반항을 한다던가 그런 것은 또 아니었지만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어도 경민이는 다른 녀석이었다. 재호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기운이 느껴지는 녀석이었다. 재호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수학시간, ‘수업마치고 화장실에 가있어’라는 명령조의 쪽지. 정확히 명령이었다. 그 쪽지를 적어 경민이에게 던졌지만 경민이는 주워서 읽지도 않고 책상 한편에 던져놓고 다시 창밖을 응시했다. 그 모습은 재호를 더욱 화나게 했다. 상한 자존심 때문인지 재호는 손까지 부들 떨며 화가 났지만 수업시간이라 참았다. 그리고 ‘내말 씹냐’라는 쪽지를 다시 적어 경민이에게 던졌다. 경민이가 쪽지를 펼쳐 읽을 때 즈음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다.

선생님이 나가고, 아이들이 어수선해질 무렵 재호는 책상에 올라가 책상을 밟고 경민이 쪽을 향해 달려갔다. 경민이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고 그런 경민이의 뒷통수를 재호가 마치 축구공을 차듯이 발로 차버렸다. 그 순간 교실은 조용해졌고 모두가 재호와 경민이를 바라봤다. 재호는 속으로 애들에게 ‘잘 봐라 내가 어쩌는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경민이는 뒷통수를 붙잡고 쓰러졌고, 쓰러진 경민이의 배를 몇 번 더 찼다. 아이들은 그 누구도 말리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들 재호가 무서웠고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다들 ‘쟤는 왜 맞는거지?’ 라는 식의 의문들이 생겼고 그렇다고 경민이를 도와주기엔 두려움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없었다. 화가 난 재호, 쓰러진 경민, 그저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이 상황이 그리 오래가지 않아 좀 전에 수업을 마치고 나갔던 수학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경민이와 재호는 교무실에 나란히 섰다. 경민이의 입장에서는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민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피고인이 된 냥 검사에게 참고조사를 받으러 온 것 같았다.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모습이었다. 이윽고 담임선생님이 서있는 둘에게 오셨다. 경민이와 재호의 담임선생님은 풍채가 좋은 체육 선생님이었다. 후덕한 인상의 아저씨였는데 우람한 덩치 덕에 아이들이 무서워하곤 했다.
“이 문제아 새끼들 여기가 정글이야? 싸움박질이나 하고 서열나누게?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재호와 경민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됐고, 긴말 안 할 테니까 이번 학기 내로 봉사활동시간 20시간 채워와. 어디 가서 농땡이 부리지 말고 제대로 하고 와! 알았어?”
재호와 경민이 모두 네라고 대답하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그 일이 있고 처음 맞이하는 주말이 왔다. 경민이는 아직도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이유 없이 맞기만 했던 자기가 왜 이 일에 책임까지 지고 봉사활동을 20시간이나 해야 하는지. 담임선생님께 따지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자신이 한심했다. 억울했던 감정도 잠시 경민이는 빨리 봉사활동 장소를 찾아야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5시간씩 한 달이면 20시간이 채울 수 있으니 빨리하고 해치워 버릴 생각이었다. 봉사에 대한 마음도 없고 자원도 아니지만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동네를 오가다 보았던 노인복지관에 쭈뼛쭈뼛 들어갔다. 사무실 문을 열자 몇몇 사회복지사들이 있었다.
“학생 무슨 일이시죠?”
안경 쓴 여자 사회복지사가 선한눈빛으로 물어왔다.
“봉사활동을 하러왔는데요”
경민이 말하자 사회복지사의 눈빛이 약간 변한듯했다. 마치 문제아를 바라보는 시선이랄까. ‘오호라 넌 사고 쳐서 여기 왔구나’ 하는 식의 눈빛이었다. 사실 이건 경민이만의 생각이었다. 사회복지사는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았고 복지관에 오는 여러 자원봉사자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복지관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꽤나 많은 봉사자들이 찾아오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여기 대장에 이름 쓰시고 지하로 내려가면 목욕탕이 있어요. 거기 가셔서 어르신들 목욕봉사하시면 됩니다.”
경민이는 대장에 이름, 나이, 학교, 봉사 시작시간 등을 대충 갈겨놓고 복지관 지하로 내려갔다. 문을 열자 습한 냄새가 가득했다. 아주아주 어린 시절 가본 동네 목욕탕 같았다. 그곳에는 삼촌뻘 되는 아저씨 두 명이 반바지에 반팔차림으로 등이 구부정한 할아버지를 씻겨드리고 있었다.
“학생 어서와. 봉사활동 왔어?”
“네” 경민이 수줍게 대답하자. 삼촌들은 오라고 손짓했다. 경민이는 얼른 양말을 벗고 팔을 걷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이 갑자기 들었다. 경민이의 역할은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가는 역할이었다. 공익근무요원 형이 복지관에서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오면 삼촌들이 씻겨드리고 경민이는 다 씻고 나오신 어른들을 닦아드리고 옷을 입혀드린 뒤 다시 복지관으로 모시고 가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중에는 거동이 불편해서 아예 처음부터 다 챙겨드려야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옷도 입고 머리도 빗는 멋쟁이노신사 같은 분들도 있었다. 하루 동안 13명의 할아버지를 씻겨드리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어르신 앞에서 자연스레 차분해져 어르신들의 말을 잘 따르며 고분고분 성실한 자세로 임해왔지만 9명의 할아버지가 지나가고 난 후에는 지쳐버려서 평상에 털썩 주저앉아서 쉬엄쉬엄 하고 있었다. 습하고 더운 공기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12명의 할아버지가 지나가고 마지막 13번째 할아버지가 목욕을 마치고 나왔다. 구부정하게 허리와 마른 몸의 백발 할아버지였다. 엉거주춤 나온 할아버지는 스스로 몸을 닦고 옷을 입으셨고 경민이는 드라이기로 할아버지 머리를 말려드렸다. 그러는 경민이의 팔을 갑자기 할아버지가 붙잡았다. 경민이는 순간 놀라 할아버지를 쳐다봤고 할아버지는 맑게 웃으며 경민이에게 말했다.
“오늘 너무 고마워. 너무 고마워서 내가 선물을 하나 주고 싶어서 말이야”
할아버지는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적이더니 낡고 조그마한 틴케이스를 꺼내 경민이에게 전했다. 틴케이스에는 반창고가 작게 붙어있었고 그위에는 민갑식이라고 삐뚤한 한글이 적혀있었다.
“이거 내가 정말 아끼는 건데 말이야. 힘들고 위험할 때 딱 한 알 입에 넣어. 그러면 엄청나게 강한 힘이 솟아오를 테니까 말이야.”
경민이는 틴케이스를 열어보았다. 조그맣고 까만 알사탕 두 알이 들어있었다. 알사탕과 강한 힘이라니 노망난 할아버지의 이야기 같았지만 그래도 경민이를 좋아해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좋았고 낡은 틴케이스도 예뻤다.
“고맙습니다.”
경민이는 할아버지가 귀가 잘 안 들리실 것 같아 큰소리로 말했다.
“시끄러워. 나 귀 안 먹었어.”
할아버지는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복지관으로 올라갔다. 할아버지를 부축하려고 경민이가 옆으로 갔지만 할아버지는 뒷짐을 지고서는 괜찮다는 의미로 손사래를 치고 천천히 그리고 정정하게 올라가셨다.

주말이 지나고 다가온 월요일 경민이는 다시 창가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1교시, 2교시 무슨 과목인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경민이는 그냥 그런 하루가 좋았다. 반면, 재호는 경민이를 다시 한 번 괴롭혀줄 마음이었다. 지난주 그렇게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모습 없이 여전히 또 조용히 앉아 있는 경민이의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적혀도 재호가 지나갈 때 움찔 한다던가 재호 눈을 피한다던가 하는 식의 변화는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경민이는 전혀 변함없이 가만히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재호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만 같았다.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몇몇 아이들은 빠르게 급식실로 뛰어갔지만 경민이는 차분히 앉아 있었다. 조금 빨리 먹자고 붐비는 아이들 사이로 뛰어가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여유롭게 먹는 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경민이는 교복 자켓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의자를 비스듬히 눕혀 음악을 듣기위해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그러다 주머니 속에 무언가가 만져지는 것을 느끼고는 꺼내보았다. 민갑식이라고 적혀있는 작은 틴케이스였다. ‘강한힘?’ 경민이는 할아버지의 말이 생각나 혼자서 비웃고는 틴케이스 속 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 그저 달달한 사탕이었다. 그때 재호가 경민이 앞자리 의자에 뒤돌아 앉더니 경민이가 듣고 있던 이어폰을 낚아챘다. 이어폰이 빠졌고 역시나 경민이는 기분이 나빠졌다. 재호는 경민이를 야비하게 바라보며 비웃고 있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경민이의 턱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경민이는 화가 났지만 더 큰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참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호는 경민이의 턱을 더 세게 툭툭 쳤고 얼마 있다가 손을 위로 높이 올려 경민이의 뺨을 강하게 내려쳤다. 경민이의 얼굴은 반대방향으로 돌아갔다.
“야 이 재수 없는 새끼야. 뒤질래?”
재호가 아주 야비하게 말을 내뱉었다. 경민이는 고개를 돌려 재호를 바라보았다.
“어? 야려보냐? 이 새끼가 진짜”
재호는 또 한번 경민이의 뺨을 쳤다. 경민이는 매우 화가 났고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와그작하고 두 동강으로 깨버렸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 경민이는 일어났고 재호도 동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뭐? 뭐? 어쩌려고 이 새끼야”
재호는 경민이의 가슴을 밀쳤다. 경민이는 주먹을 쥐었다. 재호를 한대 갈겨버릴 생각이었지만 두려웠다. 재호 같이 강한친구와 싸웠다간 보기 좋게 얻어맞을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참기에는 너무 화가 났고 모욕적이었다. 경민이는 두 동강난 사탕을 씹어 잘게 부셨다. 그리고 재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경민이의 주먹은 재호의 턱에 맞았고 재호는 눈이 희번덕 뒤집어지며 인형처럼 쓰러졌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밥을 먹으러 갔던 아이들이 다 먹고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광경을 보아버렸다.

다시 토요일이 다가왔다. 경민이는 이날을 엄청나게 기다렸다. 오늘은 드디어 자원봉사를 하러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복지관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도착하자마자 복지관 사무실 문을 힘차게 열었다. 갑자기 열린 문에 당황하며 사회복지사들은 일제히 경민이를 바라봤다.
“선생님 민갑식 할아버지 어디계세요?”
경민이가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말을 하자 사회복지사는 당황해 하며 위를 가리켰다.
“저..저기 2층 장구교실가면 할아버지들 수업중이실거야”
“네!!”
경민이는 다시 문을 힘차게 닫고 2층을 향해 뛰어갔다. 경민이 등 뒤로 “할아버지 할머니들 수업중이니까 방해하지 마”라는 사회복지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경민이는 신경쓰지 않았다. 

도착한 장구교실 앞에서 경민이는 창을 통해 민갑식 할아버지를 찾았다. 교실 안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장구를 치며 덩실덩실 춤추고 계셨다. 사실 장구 소리는 일정하지 않고 중구난방이었기에 꽤나 시끄러웠고 그 탓에 할아버지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 비슷해보였기에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무리 속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장구를 흔들거리며 치고 있는 민갑식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참기로 하고 교실 밖에서 장구교실이나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장구는 참 시끄러운 악기였다. 경민이가 알기로 장구는 가끔가다 보이는 TV에서 여유롭게 덩실거릴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연주하는 악기소리를 듣자니 시끄럽기 그지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갑식 할아버지는 그 속에서 해맑게 웃으며 그 소음을 즐기고 계셨다. 경민이는 할아버지의 사탕을 먹고 난 뒤 할아버지가 마치 숨은 무림의 고수라던가 할리우드 영화처럼 일상 속에 숨겨진 슈퍼히어로 같은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사탕이 더 있다면 어쩌면 경민이는 그 사탕으로 더 힘이 강해져서 그동안 학교에서 강한 척하던 아이들을 하나씩 찾아가 다 두들겨 패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에 기분이 들떠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줬던 틴케이스를 주머니 속에서 다시 꺼내 귀에 갖다 대고 흔들어보았다. 아직 한 알이 남아있다. 할아버지를 만나 이 남겨진 한 알의 사탕, 그것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야 했다.

장구교실이 끝나자 선생님은 교실 밖을 나왔다. 교실에 남겨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몇몇 무리로 나누어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민갑식 할아버지 역시 장구를 내려놓고 옆에 있던 할아버지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경민이는 냉큼 할아버지를 향해 달려갔다.
“할아버지!”
경민이가 신나게 할아버지를 부르자 민갑식 할아버지는 경민이를 바라보았다. 다소 당황한 표정이었다.
“할아버지 저 기억나세요?”
“누..구..?”
“저 지난주에 지하 목욕탕에서 할아버지 목욕봉사 했던 학생이요. 기억 안 나세요?”
할아버지는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으로 경민이를 바라봤다. 경민이는 매우 답답한 표정으로 주머니 속 틴케이스를 꺼내 할아버지께 내밀었다.
“이거 보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저보고 고맙다고 이거 주셨잖아요!”
“아~ 네가 그 녀석이었구나”
할아버지는 이제 서야 기억난 듯 아닌 체했다. 할아버지는 경민이가 들고 있던 틴케이스를 받아 뚜껑을 열었다. 사탕이 한 알 들어있었다.
“많이 먹었구나. 어때? 맛있지?”
“아니에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처음 주셨을 때 사탕이 두 알밖에 없었어요. 전 그중에 한 알만 먹고 한 알 남았어요.”
“ 아 그래? 남은 한 알도 먹지 그랬냐? 더 갖다 주랴?”
더 주겠다는 할아버지 말에 경민이는 신이나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 말씀대로 이 사탕을 먹었더니 갑자기 힘이 세져서 나쁜 친구를 때려줬어요. 그 자식은 제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졌어요. 이 사탕 뭐에요? 더 있으면 더 주세요. 저 더 강해지고 싶어요.”
“힘이 세져서 싸워서 이겼다고?”
“네”
“흠...”
민갑식 할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자 경민이는 바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할아버지?”
“내가 말한 강한 힘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네? 그럼 어떤 힘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내가 말한 힘은 나이가 들어 늙은 몸이 되면 말이다. 가끔 기운이 빠지곤 해. 그래서 기력이 없거나 할 때 이 달달한 사탕 하나를 물고 있으면 금세 힘이 생긴다. 이런 말이었어. 그런데 사탕을 먹고 친구랑 싸움을 하다니... 원...”
경민이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정말 힘이 강해졌어요. 제 주먹 한방에 그 친구는 나가떨어졌어요. 그리고 그 친구는 정말 나쁜 아이에요. 매일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그런 아이에요. 그런 녀석은 맞아도 싸다고요.”
민갑식 할아버지는 안경을 살짝 내려 안경 너머로 경민이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맞아도 좋은 사람은 없어. 너도 그렇고 네가 때린 그 아이도 그렇고...물론 친구들을 괴롭히는 그 아이가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네가 친구를 때린 건 잘한 일이 아니야.”
할아버지는 틴케이스를 경민이 눈앞에 보여주더니 다시 할아버지 주머니 속에 넣었다.
“이 사탕은 애당초부터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탕이 아니었다. 그냥 늙은이의 작은 행복이었을 뿐이야. 난 그걸 너에게 선물한거고. 하지만 넌 오해한 것 같구나. 이건 내가 다시 가져가야겠다.”
할아버지는 굽은 허리를 약간 펴서 경민이를 가로질러 지나갔다. 경민이는 돌아서서 천천히 지나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조금씩 멀어져갔다. 그러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뒤돌아 경민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얘야. 힘이라는 건 어쩌면 이런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몰라. 결국은 네 안에서 나오는 거란다. 그 어떤 것의 도움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가 이미 강한 아이인게지. 그러니까 얘가 넌 이미 강하니. 책임감 있게 행동하거라.”
할아버지는 다시 돌아서서 앞을 향해 걸어갔다. 경민이는 그저 앞으로 가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 profile
    korean 2018.08.31 23:14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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