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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양이 빛나는 이유를 아세요?"

나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달도, 별도 빛난다. 빛나는 것들을 잘 안다. 내 머리 위에 형광등도 빛나고 집 밖을 나서면 어두운 하늘 외롭지 말라고 이 건물 저 건물 밤인데도 빛난다.

늦은 새벽 4시는 무언가 먹기에도 어색한 시간이었다. 불빛들을 피해 바깥으로 나섰다. 몰칵 하수구 냄새가 두 콧구멍을 채웠다. 나는 공기를 게워내고 달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벽돌로 된 인도와 아스팔트 바닥의 차도를 번갈아서 건너자니 참 멀텁기도 했다. 풀숲들과 풀벌레가 경비를 서고 있는 나의 모교. 나는 우선 대학교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나름 오래 생각해 낸 나만의 산책 경로였고, 그것이 빛으로 부터 벗어나기에는 현명하고도 제일 나은 방법이었다.

안개인지 내 눈이 뿌연 것인지 층층이 쌓인 새벽의 대기는 추웠다. 모기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내 주변에서는 더 겉돌지 않았다. 여름이어도 늦은 시각은 추웠던 것이다. 기이다란 길 끝에는 커어다란 문화관이 있었고 우리는 신입생 때 그곳을 자주 들락날락했었다. 문득 그런 기억이 났다. 가로등은 있으나 마나 했고 차라리 공사 중인 도서관 옆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경보등이 훨씬 실용성 있었다. 이런 나 자신이 더욱 역겨워지는 순간이었다.




2



어머니는 전화 한 통이 없었다. 나에게 마음을 주고 나를 쓰다듬어 주는 것은 피도 섞이지 않은 새아버지뿐이었다. 그는 다정하고 모난 구석이 없는 사람이었다.

공사판에서 일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고, 어린아이들도 사랑했다. 언젠가 그가 오얏을 씻어주신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가관이었다.

걱정이랍시고 어른들이 하는 얘기는 뭐 그랬다. 다 잔소리였고 듣기 싫었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무시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염통이 미어졌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응원과 위로라도 하는 것이 부모라는 것은 아직 자식은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길로 오랜만에 온 집을 나와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자취방으로 와서 컴퓨터부터 켰다. 한심한 나는 동생과 강아지들의 배웅도 받지 못하고 집구석에 알아서 처박혀 있는 것이었다. 온 힘을 다해 침대에 몸을 쭉 펴고 뻗어있는데 마음으로는 웅크려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마 한 마리가 바닥에서 기어 다녔다. 나는 놈을 곱게 잡아 죽이지는 않고 밖에 놓아 살려주었다. 하찮은 미물이었다. 나도 그에 못지않게 어둠이었다. 2년을 베고 자던 베개의 구석이 찢어져 안에 있던 솜털이 보였다. 화려한 무늬의 베개 중간에 핀 하얀 곰팡이가 혐오스러웠다. 빨리 꿰매든지 무언가로 덮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내가 느낀 메스꺼움은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축복이었다.





3


공익으로 지하철에서 자살한 사람의 갈린 살점을 대야에 쓸어 담으면서 2년을 보냈다. 강원도 어디의 도살장에서 소를 잡으면서 또 2년을 보냈다. 하루에 몇백 마리의 소머리에 징을 내려치면서, 온종일 탁주와 핏물에 젖어서.
"어느 날 은행에 갔더니 모두 날 피하더라고. 옷은 갈아입었어도 피 냄새가 배인 거지. 그날 밤 작업장에 앉아있는데 소머리들이 모두 내 얼굴로 보였어."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그 애는 술집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나직하게,
"나는 왜 이렇게 나쁜 패만 뒤집는 걸까."
그 애가 다단계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만나지 마."  국민학교때 친구 하나가 전화를 해주었다. 그 애 연락을 받고, 나는 옥장판이나 정수기라면 하나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직하고 집에 내놓은 것도 없으니 이참에 생색도 내고. 그 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면 가끔 만나서 술을 마셨다. 추운 겨울엔 오뎅탕에 정종. 마음이 따뜻해졌다.
부천의 어느 물류창고에 직장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 정신을 놓아버린 그 애의 누나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홀아비에게 재취로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애는 물류창고에서 트럭에 치여 죽었다. 27살이었다.
그 애는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이성이었다. 한 번도 말한 적 없었지만 이따금 나는 우리가 결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손도 잡은 적 없지만 그 애의 작고 마른 몸을 안고 매일 잠이 드는 상상도 했다. 언젠가. 난 왜 이렇게 나쁜 패만 뒤집을까. 그 말 뒤에 그애는 조용히, 그러니까 난 소중한 건 아주 귀하게 여길 거야, 나한텐 그런 게 별로 없으니까. 말했었다. 그러나 내 사랑은 계산이 빠르고 겁이 많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 애가 좋았지만, 그 애의 불행이 두려웠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 수도 있었다. 어여쁘고 또 어여쁘게.




4

학교의 이름을 따 지은 문화관은 원래 큰 거에 비해 지하에 반 이상 가려 있어서 그렇게 크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건물이 아주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날이 점점 밝아와서 발걸음이 빨라지자 그 큰 것이 점점 더 빠르게 보였고, 웅장함에 나는 잔뜩 기죽은 채 달리고 있었다. 흐드러진 가로수들도 눈에는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빠르게 뛰었다. 누가 나를 보면 파리하다 느낄 것이 분명했지만, 건강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그 애의 조막손이 생각났다. 손 닿으면 생채기라도 날까 두려웠던 작고 하얀 손. 그 손으로 나와 함께 주전부리를 먹곤 했었다. 행복한 상상에 잠기니 나의 우주는 잠시 불이 꺼졌다. 빛이 전혀 없었다. 그와 반대로 해는 이미 뜰 준비를 마쳤다. 하늘은 점점 어둠을 잃어갔다. 방안에 계속 잠겨있었다면 볕뉘가 창틈으로 들어와 나를 지금쯤 깨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는 못했다.
문화관 너머 언덕 까지 오니 해가 곧 보일듯 했다. 더욱이 서두른 나는 차라리 큰 건물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이 학교에서 가장 큰 건물이 뭐지?` 당연히 문화관이었다. 고깃집 주차장 마냥 뭉우리돌들이 가득한 길을 지나 건물 안에 들어섰다. 빛은 없었다. 길쭉한 창문 바깥으로 는개가 차츰차츰 내리고 있었다.




5

나는 사람이 무섭다.

 

이 말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어떤 책의 한 구절입니다. 저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아니 사실 그렇게 알고, 배워왔습니다. 꽤나 지루하게 흘러가는 오후입니다. 저는 가만히 앉아 흘러가는 시간을 세며 기억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어저께 저는 집에 남아있는 여러 가지 밥을 섞어 비빈 것으로 한 끼를 때웠습니다. 부모님은 없으십니다. 아니 있기는 하지만 제 마음속으로 지워버렸습니다. 사람이란 것은 녹록치 않은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저는 제 마음속에서 가장먼저 부모님을 비웠습니다. 적의는 없었습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아니 우연히 라는 무책임하면서도 가벼운 말처럼 쉽게 사라져버린 의미였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어쩌면 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현관을 열면 담배냄새가 느껴집니다. 아버지의 모습은 가끔 그 연기 속에 사라져 제 눈에는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외소한 등이나 점점 말라가는 얼굴의 표정 보다, 점점 느껴지는 약함이 느껴지는 그의 마음보다, 저에게 ‘아버지’라는 의미는 ‘담배연기’로 승화해버렸습니다. 제가 남긴 발자취가 이 집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서 저는 우울의 상태에 빠져드는 것 보다, 반항심과 분노로 몸을 떨며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보다 단순히 잊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그 행위는 옳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꼭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10년쯤 전에, 저는 세상이 무서웠습니다. 정확히는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의 마음이 무서웠습니다. 남을 ‘망각’해 버리는 그 ‘무자비한 폭행’ 속에서 저는 방향을 잃었습니다. 단지 무시해버리는 것, 사람의 마음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누군가의 사랑이나 이타심 같은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진다는 것이 저에게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에서 토끼를 키웠습니다. 길을 잃었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키웠다가 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희 반은 그 토끼를 꽤나 애지중지 했습니다. 뒤쪽의 텃밭에 토끼를 기르고, 선생님과 모든 학생들이 그 토끼가 오래오래 살기를 희망했습니다. 각 학생마다 상추를 싸오기도 하고 풀들을 뜯어 그 토끼를 먹이면서 서로들 좋아라 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 토끼를 서서히 잊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가 오늘 자신이 가져와야할 상추에 대해서 잊었을 때, 그 망각은 전염병처럼 모두에게 번져갔습니다. 어느새 모두의 마음에는 토끼보단 딱지가, 팽이가, 그날 본 TV의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빈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망각은 어느새 저의 마음에 자리해 저 또한 그 흐름에 빠져들었습니다.

 

공동체의 의지란 참 무서운 것입니다.




6


크기에 비해 옥상까지는 걸어 가기가 쉬웠다. 아직도 빛은 나지 않았다. 나에게도, 바깥에서도.


나는 계단을 재빠르게 뛰어올라 옥상에 다다랐다. 태양의 정수리가 보였다.

나는 태양이 빛나는 이유가 늘 궁금했다. 갑자기 이마가 뜨거워지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것은 빛의 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게 믿고 싶은 나는 앞으로 몇 발자국 더 나아가 태양을 마주했다. 이제 나의 이마가 보이는 만큼 태양의 이마도 보였다. 그것은 나와 그가 만날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언제나 눈부셨던 빛.

눈부신 빛, 기분 좋은 빛, 우리를 도와주는 빛. 나의 몸속에서는 잊어버린 강아지들과 우리 가족들이 들끓었다. 그들에게는 나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벌써 매말라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가슴이 두근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멈춰있던 나를 다시 앞으로 전진시켰다. 천천히 천천히, 태양도 그런 나를 반겨주었다. 뜨거웠다. 아침은 부지런한 사람들로 오고 갔다. 사람들은 늘 바쁘고, 그렇기에 빛이 났다. 나는 어두운 사람이었다. 태양은 여전히 빛을 내고 있었다. 어리석은 나에게는 태양만이 빛나는 존재였다.

난간을 밟고 올라선 나는 태양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되뇌었다. `이런건 아니었는데, 내가 생각한 환함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목이 뻐근했다. 무릎도 쑤시고 허리는 아려왔다. 그런 와중에 가슴과 머리만이 환히 빛나는 저 빛을 감당할 수 있었다. 데시근한 나는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다.

그러다 한 발짝 내딛었다. 태양으로 내딛었다. 왜 태양은 빛나는지, 나는 왜 빛나는지, 어둠은 왜 빛을 이길수 없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나는 마침내 해와 마주하고 말았다.







jessie0715@naver.com

목성균

010-7999-1752




  • profile
    korean 2018.06.30 17:24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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