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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5 21:07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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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귀를 막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겐 음악소리가 들리고, 다른 누군가에겐 라디오 DJ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아니면 단순히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건 그들이 귀를 막기 때문이다. 귀를 막으면 동시에 세상을 보는 눈도 좁아진다. 희극이었는지, 비극이었는지는 후대의 사람들이 평가할 것이다.

 

1. 사고 3분 후

 

대로 한복판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 땅에 닿아 있는 그의 몸에서는 피가 흘러나온다. 길을 가던 행인들은 그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들은 몰려들었고, 저마다 수군대는데 그 뒤로 자동차 한 대가 약간의 손상을 입은 상태로 멈춰 있다. 급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검은 바퀴자국은 아스팔트 위에 선명하다. 차의 기사는 멍한 눈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고 있으며, 어딘가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들려온다.

이 상황을 가로수 뒤에서 숨어서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결코 사람을 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표정은 멍하지 않다. 하지만 겁에 질려 있을 뿐이다. 그가 무슨 생각을 짓던지, 그의 입술은 가만히 움직이고 있다.

“않...았....어.., 난 결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저 사람이 도망쳤을 뿐이라고. 난 단지 도와주려던 것뿐이었는데, 불안해하며 도망쳤던 건 그였어. 난 무죄야. 무죄라고.”

 

2. 사고 시간

 

그는 다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숨은 헐떡이고 있었으며, 매우 안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왁스를 바른 그의 머리는 뜀박질에 불구하고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으며, 짙은 회색 양복을 입고 사무용 가방을 손에 쥔 모습은 누가 보아도 그를 젊은 직장인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무척이나 불안했다.

‘겁이 난다. 뒤를 돌면 살인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도망쳐야 한다.’ 그는 생각했다.

그가 겨우 안심하려는 순간 다시 뒤에서 공포가 덮쳐왔다. 본능적으로 그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훈련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의 눈에는 조금씩 횡단보도가 보였다. 이제 저기만 지나면 그는 무사히 그의 회사에 출근하여 모닝커피를 마시고,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의 마음에는 일말의 안도감이 생겨났다. 그 감정에 기댄 채로 그는 계속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옆을 볼 수 있었지만, 그는 그저 집착하고 있을 뿐이다.

도보자용 신호등은 붉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점차 공포가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횡단보도를 중간쯤 지났을까, 그는 방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는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사고는 비명을 지를 순간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그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이내 떨어졌다. 단지 그는 직전까지 경적 소리를 듣지 못했다.

 

3. 사고 2분 전

 

문제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허상이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날 쌓아왔던 업보가 한 순간에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닥에 한 번 굴렀을 때 흠집이 난 양복바지는 쉴 새 없이 나풀거렸다. 어딘가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 그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하던 사람들에게 그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보였다. 그런 눈길들조차 그에게는 괴로웠다.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그렇기에 그는 계속 회사로 향했다.

‘오, 하느님. 듣고 계신가요? 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니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살려주란 말입니다, 이 불쌍한 인간을. 저는 이렇게 두려운 건 처음입니다. 생각하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오, 하느님 제발.’

야속하게도 하늘은 그에게 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결국 판단은 그가 내려야 했다. 하늘조차 꽉 막혀서 답을 내려주지 않음에 그는 좌절했다. 점점 속도를 줄이면서 뒤를 보았다. 망령같은 것은 없었다. 있다고 해도 따돌렸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이내 달리는 것을 멈추고 숨을 돌렸다.

그는 어느새 회사가 가까워진 것을 깨달았다.

 

4. 사고 6분 전

 

10분은 넘었을 것이다. 그는 눈속임을 피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별로 물건을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한숨을 돌렸다. 편의점은 아침밥을 먹지 못한 사람들로 붐벼있었다. 그는 사람 한 명 한 명에 조심하며 건물 안쪽으로 갔다. 시선은 바깥을 향하고 있었다. 불안에 가득 찬 그의 검은자는 고정되지 못했다. 그 때, 그는 누군가의 몸이 강하게 스치는 것을 느꼈다.

“으, 으아악!” 어디서 힘이 나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일순간 이성을 잃고, 사람들을 막 밀쳐냈다.

“야, 이 새끼야! 못 배워 처먹었냐?” 편의점에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일동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점원이 사람들을 제지하며 상황은 차차 조용해져갔다. 하지만 그는 듣지 못한 듯 보였다. 그저 자기 앞을 막는 사람들을 뚫으며 앞으로 갈 뿐이었다. 자동문이 열렸고 그는 나갔다. 건물 안 사람들은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윽고 어떤 젊은 남성이 헐레벌떡 달려오고 문 앞에 섰다. 유리가 치워지자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이니까 저 사람을 탓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그들이 욕하고 있던 누군가를 쫓기 시작했다. 워낙 일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점원은 잘 보지 못했지만 사과를 한 그의 왼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었다. 적어도 그것이 은빛으로 밝게 빛나지는 않았기에 안심했다. 점원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보기 위해 유리문 바깥을 계속 바라보았다.

 

5. 사고 9분 전

 

생각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어림짐작으로 채 200m도 되지 않아보였다. 그가 보기에 저 앞에 도망치는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분명히 소리를 크게 질렀다. 하지만 짙은 회색 양복의 직장인은 마음속부터 막혀있는 듯, 모른 체하고 도망쳤다. 이것은 정말로 그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그도 점점 숨이 차고 있었다.

왜 저런 행동을 보이는지, 그는 이제 생각하는 것조차 질렸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도망자와 추격자를 눈꼴사납게 쳐다보았고, 그런 시선에 의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머릿속을 비워야 했다. 일순간 이 사회는 무섭고, 어쩌면 모두가 개인주의에 빠져 타인에게서 도망치고, 상처주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가 10년도 더 전에 인상 깊게 보았던 한 일본 만화처럼 말이다.

달리면서 그는 손에 힘을 풀지 못했다. 주머니에 넣었다간 빠질 것 같았다. 저 앞에 도망자도 필시 그랬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MP3가 꼭 잡혀 있었다.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꽉 쥐고 있는 그의 손에는 땀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이윽고 한 방울이 액정에 닿았고, 흘러내렸다. 메말라가는 마음들과는 다르게도..

 

6. 사고 20분 전

 

그는 매일 아침 걸어서 회사에 나갔다. 지하철이나 버스로 하면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지만,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그러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걸어서는 대략 45분쯤 걸리는 거리의 회사에 나가기 위해 아침 일찍 문을 나섰다. 몇 분 전부터 귀가 조금씩 아팠지만 기분이 좋았다.

길가의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막혀 있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스스로 귀를 막았다. 사람들의 귀에는 이어폰과 헤드셋이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적어도 저렇게까지 자신이 스스로를 닫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상쾌해졌다.

그렇지만 갑자기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는 것 같았다. 들려야 할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등 뒤에서 소름이 돋았다. 겁이 났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놀랍게도 그 공포는 자신을 일순간의 것이 아닌, 매순간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방금 전의 밝음은 그의 얼굴에서 사라졌다. 그는 한 걸음을 떼었다. 다시 한 걸음을 떼었고, 점차 걸음은 빨라졌다. 어느새 그는 전력에 가깝게 달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다른 행인들의 어깨에 부딪혔고 그들이 입을 움직였으나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와 부딪힌 사람들은 툴툴거리며 다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뒤에서 달려오던 또 다른 사람과 부딪혀야 했다.

 

7. 사고 22분 전

 

K씨는 문을 나섰고, 대로에 도착했다. 그는 음악을 듣고 싶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무슨 장르인지, 누가 만들었고 연주하고 부르는지는 관심가지고 싶지 않았다. 꽂을 때 너무 세게 힘을 주었던 탓인지는 몰라도, 귀가 조금씩 아렸다. 그는 정성스레 손질한 머리를 만졌다.

그의 양복 주머니 구석에는 그도 모르는 자그마한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에 기계 모서리가 걸쳐 있었다. 천은 꽤 닳아 있었다. 점점 그 구멍이 벌어지더니 구멍 사이로 MP3가 빠져나왔다. 그것은 이어폰 줄에 연결되어 허공을 방황하고 있었다. 그는 몸을 풀기 위해 가볍게 점프했고, MP3는 그의 영역을 벗어나 버렸다. 이 때 그는 귀가 아픈 것을 느꼈지만 그저 자기 힘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길을 갔다.

그의 뒤에서 한 남자가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바닥에 MP3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MP3는 별일 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누군가가 방금 길에 흘린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앞에서 옷에 난 구멍 사이로 흔들리는 이어폰 줄을 발견했다. 그것에는 원래 있어야 할 전자 기기가 빠져 있었고 그는 이것이 저 사람의 것이리란 확신이 들었다. 그는 조금 크게 외쳤다.

“저기요? 여기 이거 흘리셨는데요?”

양복을 입은 사람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한 번 더 말했다.

“저기요? 저기요? mp3 흘리셨다고요.”

그러자 그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그는 직장인이 고개를 돌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mp3의 주인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순간 그는 무척이나 황당한 것을 느꼈다. 이윽고 그도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8.

 

그는 죽어버렸다. 스스로 귀거머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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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시인 2014.10.14 22:02
    스토리 전개방식이 역순으로 아주 특이하다 여겨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재미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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