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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아무개의 하루


아침에 눈을 떴더니 오늘도 여전히 흐린 하늘, 어제와 똑같이 몸은 쑤시고, 자는 새에도 구겨졌던 미간은 몰려오는 피로에 호일마냥 구겨진다. 아, 그 누가 청춘을 만물이 푸르른 봄이라 칭했는가, 적어도 그의 내세에선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누군가는 청춘에 나이가 어딨느냐며 역설하지만, 그 또한 결국 젋음을 바쳐 모종의 가치를 위해 희생하라는 오만함일뿐 아닌가.

그 아무개는 오늘도 오래된 신문처럼 노랗게 바란 나잇살을 잔뜩 끼고서 이부자리를 스물스물 기어나왔다. 습관처럼 보는 거울은 여전히 그 형편없는 아무개임을 나타낼 뿐이었다.

이제는 옥탑의 얇은 반투명 유리를 두드리는 바람도 하찮은 일상에 불과해질 정도로 무디고, 닳았다. 그 아무개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퇴역 군인이거나 은퇴한 스파이는 아니지.” 아침마다 쓸데없이 가지는 삶의 회환이 그 아무개도 싫은지 무어라 중얼이며 온수를 들이부었다. 한 때는 구두솔마냥 빡빡했던 스포츠 머리도 어느새 제철 매생이마냥 숱이 줄어 샤워기의 방향따라 일체적인 군무를 보이며 하늘거렸다.

씻는 제 모습을 보기가 싫어 후다닥 샤워를 끝내는 그 아무개는 얇아진 머리칼을 조심조심 말리며 노트북을 켰다. “아마 이 집에 있는 것들 중 그나마 제 역할을 군말없이 하는 건 이 놈 뿐일거야, 나를 포함해서.” 우웅 소리를 내며 열심히 불을 밝힌 노트북을 매만져 카페를 접속했다.

그 아무개는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지.” 라는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하며 떨리는 손으로 클릭을 이어나갔다. 화면 오른쪽 아래의 시계는 쓸데없는 짓 말고 옷이나 입으라며 재촉하는 듯 했지만 그 아무개는 내심 간절한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했다. “큼, 어차피 별로인 회산데 뭐.”

드라마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걸까, 그 아무개는 어머니의 주름지고 찢어진 그 손이 생각났다. 촉촉해진 눈가를 빼고 푸석한 피부에 싸구려 로션을 대충 펴 바르며 애써 딴 생각을 했다. 작은 책상 거울 속 비춰진 모습은 못생기고 형편없는, 어느새 굳어진 그 아무개였다.

역시나. 눈 내리는 하얗던 겨울은 동화일 뿐이고, 삭막하고 희뿌연 도시와 잘 어울리는, 계절 없는 추운 날씨 속을 그 아무개는 걸었다.

잘 지워지지 않는 부모에 대한 죄책감을 머릿속 한 켠에 쳐박고서 편의점에 도착했다.

동네에서 가장 높고 좁은 방에서, 쏟아지듯 가파른 언덕을 터덜거리며 내려와 도착한 또 좁은 공간. 그 아무개는 이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혹자는 몸 편한 일 만을 찾는다며 그와 같은 누군가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시작에도 준비가 있는 법이고, 출발선에 세워주어야 뛰기라도 하는 법이렸다. 그 아무개는 스스로 힐난과 변호를 반복하며 익숙한 조끼를 걸쳐입고 카운터에 섰다.

한 번은 우연히 만난 동창이 그랬더랜다. "야, 요즘 공사장이라도 나가냐?  돈 없다고 구질구질하게 살지마라, 임마. 뭐라도 해! 하기만 하면 돈 벌 방법이야 천지에 널려 있잖냐? 너 그러고 사는 건, 임마, 네 의지 문제야. 박약한 놈 같으니.."

실컷 욕지거리를 한 동창은 대리기사를 불러 종전까지 실컷 자랑한 외제차를 타고 사라졌다. 나름 마음을 크게 먹고 나간 동창회였지만, 마지막이 되었다. 물론 동창들도 딱히 그의 부재를 안타까워 하진 않았다.

기계적으로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며 오고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문득 저 치들의 머리 위를 리더로 찍어보고 싶었다. 삑 소리를 내며 읽힌다면, 각각의 가치는 어떻게 인식될까. "이 상품은 결혼을 안했으니 백 만원, 이 상품은 뱃살이 많아서 십 만원.. "

혼자 끅끅대며 우스운 상상을 하는 아무개를 여 손님이 역겨운 표정으로 쏘아보았다. "저기요, 지금 뭐하는 거에요?" 신나게 상상하던 아무개는 놀라 물었다.

"저요?" "아니, 그럼 여기 아저씨 말고 누가 또 있어요? 왜 사람을 음흉하게 쳐다보고 기분나쁘게 웃느냐고요!"

아무개는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관찰했다. 평범한 머리스타일에 평범한 후드티, 평범한 청바지에 평범한 신발. 대게 투사나 싸움꾼은 기어코 외적인 요소로 스스로를 표현하기 마련이다. 그의 인생사를 돌이켜보아도 그랬다. 사납게 생겼거나 요란한 옷차림의 사람은 멀리하는 것이 옳았다.

그렇기에 역설하여 평범한 그녀는 그 아무개의 상상 속 대상물 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있다 해도 그의 입은 누군가를 향해 뱉어 본 것은 단어 몇 가지가 전부였다. 무어라 뱉지 못하고 웅얼거리는 그 아무개를 향해 평범한 여자는 더욱 거세게 소리를 질렀다.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이 거지 같은게!" 그녀는 들고있는 가방을 던질 기세로 흔들었다. 웅얼거리는 아무개의 입이 드디어 첫 마디를 뱉었다.

 "죄, 죄송합니다.." 적당히 숙인 고개와 비참함으로 범벅된 그의 짧은 사과에 평범한 여자는 멈칫했다.

어느새 카메라를 꺼내 든 편의점 안의 몇 손님들도 그녀의 반응에 집중했다. "별, 등신같은게. 아, 기분나빠!" 계산하려던 상품을 아무개에게 집어던진 그녀는 부술듯한 기세로 문을 열고 나갔다.

아무개는 말 없이 땅에 떨어진 제품을 집어 진열대로 가 올려두었다. 그리고 다시 좁은 자신의 자리로 걸어 들어왔다. 아무개는 당황했지만, 이제는 크게 억울하지 않았다.

갑자기 자신에게 화를 낸 평범한 여자가 밉다거나, 항변의 말 한 마디 보태주지 않은 다른 손님들이 밉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이라는, 그 아무개라는 인간의 외형이나 내형의 어떤 성질때문에 야기되는 수 많은 일상의 사건들 중 하나일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잘생기고 멋진, 그런 이들에게는 멋진 일들이 화려한 일상 속 사건들로 개화한다. 마찬가지로 자신같은 하찮고 못생긴, 기분나쁜 사람에게는 방금과 같은 일이 생길뿐이다. 누군가 정한 것도 아니고, 억지로 밀어낸 것도 아닌 자연의 이치이다.

멋진 사람에겐 재화, 인연과 사랑 같은 멋진 일이, 아무개에겐 치한으로 몰리기, 웃음거리 되기, 어머니의 푸석한 손에 죄책감느끼기 같은 일이. "아, 젠장."

다시금 죄책감이 먹먹하게 번져왔다. 머리가 뜨겁다. 사실은 거짓말도 하나도 소용없단 걸 그도 알고 있었다.

'면접에 자신도 없으니 어차피 붙어도 안됬을거야.'라며 스스로를 속여보아도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하는 속상함에 굽어진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어느덧 서른이 다 되어가는 나이는 집행 날짜를 기다리는 사형수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탄원서를 서툰 글씨로 매일 써 가는 독방의 사형수."

아무개는 퍽 잘 어울리는 비유라 생각했다.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자신도 한 때는 우울한 스스로의 정서를 글로써나마 표현하는 문학계의 별이 되고 싶었었다.

하지만 점점 더 야위어가며 애써 웃음 짓는 어머니의 찢어지고 갈라진 작은 손만 보면 그런 천하태평한 소리는 할 수 없었다. 남 앞에 나서서 자신있게 말 한 번 해 본 적 없었지만, 스스로에겐 현실을 직시하라고 소리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시장 목 좋은 자리는 자릿세가 비싸, 그나마 발품팔아 앉을 자리를 마련한 주차장 앞에서 소쿠리 몇 개를 엎어두고 나물을 팔았다.  소심한 아들의 입에 들어갈 고기반찬 몇 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한 겨울에 손이 갈라져도 핸드크림 한 번 사 바르지 못했다. 그래도 그녀의 행복은 아들이었다.

아무개는 바닥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점점 더 밑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한 참을 떨어지다 보니 근무시간의 끝이 되었다.

그는 평소보다 약간 더 침울한 기분으로 편의점을 나섰다. 근래에 우울함의 평균치와 최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스스로 기분을 나아지게 할 방법따위 알지 못하는 아무개였다.

그렇게 자신의 삶처럼 많은 사람에게 짓밟히는 언덕을 넘어가려는데, 길 건너 가게에서 소란스러움이 그의 귀를 잡아 끌었다.

평소라면 신경쓰지 않고 갔을 아무개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침울하기에, 다른 누군가의 소동 따위로 기분 전환이 될까 하여 조금 다가가 보았다.

평범한 머리에 평범한 옷차림, 평범한 가방에 평범하지 않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여자가 보였다.

 반사적으로 몸을 조금 웅크린 아무개는 주위 인파 속으로 몸을 숨기듯하여 소리가 들릴 정도로 더욱 다가가 보았다.

"아니, 아저씨가 음흉하게 쳐다 봤잖아요! 너, 변태야?" 거세게 대거리하는 그녀의 앞엔 덩치가 제법 큰 치킨집 사장이 서 있었다.

테이블엔 반 쯤 비운듯 치킨 몇 조각이 담긴 접시가 있었고, 상황은 굳이 이해하려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여자가 또..' 속으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평범한 여자는 왜 저렇게 모든 것에 화가 나 있을까, 그의 인생엔 항상 화가 난 사람이 많았다.  

아직 젖붙이이던 자신을 버리고 나간 아버지도 그의 존재와 가난에 무력한 현실에 화가 나서 가정을 버렸다.

학교에선 음침한 그의 옆 자리 짝꿍들은 항상 화가 나 있었다. 그 역시 아무개의 존재가 맘에 들지 않는 듯 했다.

한 번은 자리에서 일어나다 옆 자리 여학생의 엉덩이에 부딪혔다는 이유만으로 여학생은 울며 교실을 뛰쳐나가고, 그 남자친구라는 녀석이 달려와 있는 힘껏 그의 배를 걷어 찼었다.

교실 바닥을 뒹굴며 눈물 흘리던 그의 눈으로 권선징악에 대한 고양감을 느끼던 방관자들의 시선을 보았다.

그 때 갈비뼈가 부러지고 제대로 병원에 가지 못해 결국 군복무도 공익근무로 하게 된 아무개였다.

 '현역을 안갔으니 고맙다고 해야하나..' "빡" 하는 큰 소리에 앞을 보니 평범한 여자가 테이블 위에 있던 치킨들과 함께 가게 바닥을 뒹굴고 있다.

한 껏 상기된 표정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치킨집사장은 무어라 크게 욕설을 내쉬며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호들갑을 떨고,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서도 호기롭게 나서는 이 하나 없었다. 사실 전후사정을 조금 이해하는 아무개로써도 약간의 고양감이 생기면서 동시에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 고양감의 바탕이란 사실 '맞을 만 했지'하는 잔인한 기초 였는데, 학창시절 바닥을 구르던 아무개를 바라보던 동창들에게 비추었던 내 모습또한 저렇게 보였을 것이란 마음이 들었다.

그 때의 그는 억울했지만, 지금의 평범한 그녀는 전혀 억울해보이지 않는다.

그 때의 아무개를 바라보던 방관자의 눈에도 그는 전혀 억울해보이지 않았을것이다.

만약 그 때 억울한 아무개에게 누군가 나서서 짓밟히는 것을 말리고, 이이는 잘못이 없다고 항변해주었다면 스스로 지금 이 모양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도달하였다.

그래서였다.

무수한 생각의 톱니 속에서 고양감과 죄책감, 연민의 통로를 타고 도착한 용기와 의지가 아무개를 무대로 불러세웠다.

"저, 저기요." "뭐? 넌, 또 뭐야?" 치킨집 사장인지, 조폭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그가 흥분하기까지 한 모습에 아무개는 곧바로 후회가 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 아니. 저 여자분도 많이 다치신 것 같고, 사장님도 많이, 그리고 사람들도 지금.."

대뜸 멱살부터 잡은 그는 아무개의 마지막 말에 그제서야 가게 앞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빠르게 가게를 빠져나갔다.

아무개는 자기가 사장이면서 어딜 가는 것일까 생각했지만 이내 쓰러져있는 학창시절의 그에게로 갔다.

"저, 저기요. 괜찮아요?" 누군가 자신에게 내밀어줬으면 했던 손을 내미는 아무개는 갑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찼다.

그래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과감함에 선뜻 쓰러져 움찔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일으켜세우려 가까이 다가갔다.
그 때 순간적으로 고개가 위로 들리며 천장이 보였다.

"어?" 엉덩이가 땅에 닿는 느낌이 들고 몸은 힘없이 바닥에 뉘여졌다.

평범한 여자는 재빨리 일어나 아무개를 발로 연신 짓밟기 시작했다. 아무개는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는 다시 그 때 그 교실바닥의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 새끼가, 날 따라와서 이 때다 싶어서 만져? 이 더러운 새끼야, 죽어!"

험상궂은 사장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고 왜소해서 일까, 아니면 싸움을 멈추려 했던 아무개의 행동에 감응해서 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짓밟히고 있는 아무개의 분노를 대신하듯이 사람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아니, 아가씨. 도와주려고 나선 사람한테 뭐하는 거야?", "어이, 미쳤어?" 사람들이 다가서자 평범한 여자는 더욱 흥분해서 길길이 날뛰었다.

"이 변태새끼들, 지금 집단 강간이라도 하려는 거지?  저리 꺼지지 못해!"

미친듯이 팔을 휘저으며 사람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그녀의 기세에 사람들은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얼핏보면 춤이라도 추는 것 같은 그녀의 움직임이 한창일 때 아무개는 천천히 뒤로 기어가듯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있었고 그의 작은 움직임을 본 주위 사람들이 그를 다독이며 끌어당겨 주었다.

아무개는 처음 느껴보는 타인의 걱정어린 손길에 주저앉은 코뼈 사이로 터져나오는 피의 따뜻함이 마치 실물적인 그들의 온기처럼 느껴졌다.

한참 평범한 여자가 미쳐 날뛰던 때, [틱]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새 한마리, 혹은 개구리처럼 보이는 작은 것이 날아가 평범한 여자의 벌개진 목덜미에 꽂혔고,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힘 없이 쓰러졌다.

바닥에 널부러져 덜덜거리는 팔다리를 지휘하지 못하는 눈동자는 탁해진 빛깔로 허공을 향해 그 분노를 내뿜고 있었다.

사람들의 손길로 주춤거리며 일어서던 아무개는 시큼한 냄새가 자신에게 몰려오는 것을 느꼈고, 이내 쓰러진 그녀로부터 밀려오는 노오란 파도가 야기한 것임을 알게된 아무개를 포함한 사람들은 황급히 뒷걸음질을 치느라 아우성쳤다.

잔뜩 인상을 구긴채 바닥을 장악하는 소변을 피해 절름절름 걸어 들어오는 경찰들은, 게 중 여경에게 오물의 유발지를 체포할 것을 시켰다.

아무개는 마치 좀비바이러스라도 대하듯 쓰러진 그녀의 팔에 채워진 수갑을 보고 있다가, 경찰서까지의 동행을 요청하며 그에게 다가온 경찰을 보고서야 자신이 누가봐도 억울한 피해자라는 것을 다시금 인식했다.

난생 처음 타본 경찰차는 역시 생경스러웠던 택시의 첫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동행하는 경찰들은 무전으로 아무개가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을 사용하며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뒷자석에 파묻힌 아무개는 자신과는 평생 관계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에 휘말린 것이 당황스러우면서도, 평범한 여자가 탄 차의 뒷좌석이 앞으로 소변냄새가 진동할 것을 생각하면 한심한 실소가 터져나왔다.

불편한 동승을 마치고나서 피해자의 신분으로 걷는 발걸음에도 경찰서라는 장소가 주는 무게감은 아무개의 부담감을 증폭시켰다.

애써 자신은 피해자일 뿐 아무 잘못도 없다고 되뇌여봐도, 자신처럼 찌질한 사람은 그저 모른 체 지나갔어야 했는가하는 물음에 좀체 자신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폭행 및 기물파손 등으로 형사사건으로 판단되었다는 설명을 하는 우람한 체격의 형사는, 아까 그 치킨집 사장조차 눈도 못마주칠 정도로 매서운 인상을 뽐내며 아무개에게 무어라 설명을 이어나갔다.

잠시 얼이 빠졌던 그는 정신을 차리자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형사와 눈이 마주쳤다.

"저, 그, 괜찮습니다. 요즘 세상이 워낙 미쳐야 말이죠. 선생님께서 폭행현장을 말리려다가 되려 그 여성분에게 폭행당하셨다구요?" "네.."

 "허, 참.. 지금 cctv 확보 중에 있고, 근처 목격자들도 선생님께서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는 걸 목격했다는 진술을 해 주었으니,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아, 네.."

아무개가 희망적인 형사의 말에 기뻐해야 할 지 고민하는 와중에, 시큼한 소변 내를 풍기는 평범한 여자가 여 순경의 손에 이끌려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형사는 앞이 깜깜하다는 듯 짧게 자른 스포츠머리의 밑둥을 짓누르며 물었다.

 "김현정씨, 24세. 00구 00동. 본인 맞으시죠. 앞서 가게 주인과 시비가 붙어 폭행 당하던 본인을 옆에 계신 남성분이 구해주었는데, 되려 이 분을 폭행하고 구타하셨다구요, 맞으세요?"

평범한 여자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하, 폭행? 구타? 그건 다 제가 강간하려는 이 새끼를 막느라 그런거거든요? 뭘 알고나 얘기할 것이지. 그리고, 연약한 여자한테 함부로 전기충격기 쏴대서 신체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사람들앞에서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이런 건 다 어떻게 보상할 건데요?"

핏대를 세워가며 되려 형사에게 큰소리를 치는 그녀의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고요함이 감돌며 시선이 집중됐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 시선을 즐겼고, 형사는 더욱 머리를 세게 짓눌렀다.

"아니, 아니. 잠깐만요. 강간이요? 치킨집 사장한테 맞고 쓰러진 걸 도와주려고 나선 사람이 그 사람들 다 지켜보는데서 무슨 강간입니까? 이 여자가 진짜 말 함부로 하고 앉았네."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나는 듯 형사는 책상을 내려치며 더욱 큰 소리를 내었다.

"지금 책상 치면서 저 위협하는 거에요? 됐고! 당신 말고 여자 형사랑 얘기할거에요. 당신한테는 한 마디도 안해요. 여자 형사 데려오던가, 아니면 집에 보내주던가!"

너무나도 당당한 그녀의 태도에 경찰서 안은 정적이 감돌며 고요함만이 공중에 맴돌았다.

다들 마주 앉은 형사의 다음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별 미친 년을 봤나...야! 갖다 유치장에 집어 넣어! 어이, 아가씨. 당신 지금 정신 못차리는데,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됬기 때문에 최대 48시간 동안 유치장에 쳐 박아둘 수 있고, 옆에 계신 남성분이 합의 안 해주시면 바로 검찰에 송치되는 거야, 알아? 야, 뭐하냐. 빨리 집어 넣어!"

무어라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평범한 여자에게 주위 순경들이 주춤주춤 다가서자, 무서운 얼굴의 형사는 책상을 발로 차며 한 번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제서야 난동꾼을 포함한 모든 인원이 잠시 조용해졌고, 동료 경찰들은 빠르게 그녀를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녀는 끌려가면서 까지 '왜 여자 형사는 없느냐.', '내가 여자라서 지금 이러는 것이냐.' 며 스스로를 피해자화 시키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다른 경찰들은 하나같이 무어라 혀를 차며 안타까움과 짜증을 표했다. "뭘 궁시렁거려, 자식들아! 야 진철아, 저 여자 명세 좀 가져와."

형사는 의자에 거칠게 앉으며 자연스럽게 입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연초의 절반이 사라지고 나서야 마주 앉은 내가 담배연기에 콜록대고 있는 것을 눈치 챈 형사는 미안하다며 담뱃불을 종이컵에 짓이겼다.

"이거, 미안합니다. 갑자기 열이 확 올라와서.." "네..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음, 우선 선생님께선 크게 걱정하실 건 없으시구요. 저 미친여자가 저러는 걸 보니 전반적인 상황은 파악이 됩니다. 우선 오늘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시구요. 익숙치 않아 보여서 몇 가지 충고를 드리자면, 병원가서 머리 끝 부터 발 끝 까지 검사해달라고 하세요. 폭행당했다고, 그럼 알아서 견적 쭉 뽑아줄겁니다. 그리고 치료비 명세 쭉 뽑으신다음에 내일 다시 한 번 서로 와서 저 여자쪽하고 합의에 대한 걸 얘기해보시면 됩니다."

"아.. 합의금, 뭐 그런 건가요?" "네. 합의금을 얼마를 어떻게 하고.. 그런 얘기는 대충은 들어 보셨죠? 우선 치킨집사장이 폭행한 것과는 저희는 별개로 보고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적절한 선으로 합의금을 요구하셔도 저 쪽에선 수용할 수 밖에 없을거에요."

아무개는 형사와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나오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나도 많은 일이 벌어졌고, 병원에 가서 견적을 뽑는 다는 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경찰서 앞 의자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희뿌연 하늘은 세상이 보이는 무관심의 수채화같았다.

아무개는 엄마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도무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 우선 병원으로 향했다.

경찰서와 다른 종류의 위압감이 가득한 종합병원은 누군가에게 말만 걸어도 돈을 지불해야 할 것 같은 위용을 뽐냈다.

환자들은 모두 구겨진 인상에 짜증이 가득해 보였고, 간호사들은 하나같이 피곤에 절어 보였다. 잔뜩 위축된 아무개는 조심스레 접수 창구로 걸어가 말을 붙였다.

"저..제가 폭행을 당해서, 그, 견적을, 아니 치료를 받아야.." "경찰서에 내실거죠?" 데스크의 직원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아, 네." "오늘 진료만 받으실거에요, 치료까지 받으실거에요? 입원은 안 하실거죠?" 아무개는 순식간에 지나간 말에 쉬이 대답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서 있었다.

데스크 직원은 답답한 지 아무개의 얼굴을 슬쩍 보고는 무어라 종이에 작성하여 출력 해 주었다.

"4층 가셔서 정형외과, 그리고 5층가서 피부과, 6층가서 안과..." 진료순서가 마치 성경처럼 거룩하게 나열돼 있는 직원이 준 서류를 가지고 아무개는 병원 순시를 시작했다.

정신없는 사람들 속에서 정신없이 한 층 또 한 층 돌아다닐 때 마다 의사들은 기계적으로 아무개의 폭행당한 상처를 한 층 파괴적이고,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만들어 주었고 심지어 마지막 안과의사는 대략적인 경위를 물어보곤 정신과도 예약 후에 가보라는 충고를 했다.

"정신과 진단서는 이 일반 외과 진단서랑 달라요, 끊는데 좀 번잡스럽긴 해도 아마 가져만 가면 훨씬 돈 받아내는 덴 수월할 겁니다."

몇 시간을 소모한 아무개는 터덜터덜 걸어가며 마지막 의사의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상처를 치료하러 간 병원에서는 그의 치료보단 서류를 위한 진료가 이어졌고, 그와 대화하는 의료관계자들에게선 '한 몫 했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바닥을 질질 끌며 올라가는 언덕은 평소와 달리 평면적인 느낌이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끝까지 올라가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끝에는 분노로 가득찬, 나와는 전혀 인과관계가 없는 이들의 증오와 발길질 속에서 나는 죽어갈 것 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위로, 또 위로 갈 수록 지리적인 위치감과는 반비례하는 우울감이 엄습했다.

아무개는 씻지 않고 자리에 누워 하루를 곱씹어 보았다. 무서운 인상을 가진 형사의 조언을 되새겼다.

"외과 쪽 진단서 몇 주 끊고, 그 치료비에다 내일 일도 빠지셔야 하고.. 이것 저것 포함해서 생각하면 800에서 1,000까지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상대가 저 모양이라 저도 장담은 못해드리겠네요."

그는 말을 하면서도 꽤 통쾌한 표정이었다.

경찰에게도 결국 권선징악은 돈으로 이루어지는가? 그렇다면 돈이 없는 아무개는 이 일을 횡재로 여기고 이때다 싶은 사람처럼 말도 안되는 합의금을 불러야 하는 건가? 1,000만원이면 아무개가 사는 옥탑방에서 나갈 수도 있는 돈이다. 물론 월세겠지만, 그에게는 희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엄마라면 뭐라고 했을까.." 아무개의 어머니는 그에게 한 번도 큰 소리를 내본 적이 없었다. 왜이리 소심하냐며 다그치지도, 더 잘 하라고 압박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인생에서 그가 수확하는 작은 것들로도 충분히 행복해했고, 자랑스러워 했다. 아무개는 갑자기 화가 났다.

그도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일텐데, 그런 아들은 생전 모르는 여자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도 합의금을 얼마나 요구해야 하는지 다시금 자신의 잘못이 없나 생각하고 있는 한심한 인간이었다.

그는 결심했다. 아무개의 굳은 의지는 다행히 날이 바뀌고 편의점이 아닌 경찰서로 출두할 때 까지도 굳건했다.

그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당당히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와 그의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약속된 시간에 맞추어 떨리는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겨드랑이와 손바닥에는 이미 땀이 흥건했다.

익숙한 얼굴을 찾자 그 앞에는 한층 더 초췌해진 몰골의 평범한 여자가 앉아있었다. 형사가 일러준 내용이나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부모나 다른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조심히 자리에 앉은 아무개를 그녀는 헝크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강하게 째려봤다. 아무개는 준비한 서류를 조심스레 형사에게 건넸다. 형사는 아무개가 내용을 직접 읽을 것을 꺼려하리라고 생각해서인지, 본인이 합의요구서를 직접 읽어나갔다.

"...그리하여 본인은 가해자에게 2천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바이다." 형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평범한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개에게 달려들었다.

"이 미친새끼가 진짜, 한 몫 잡아보겠다는거야?!"

의자에서 넘어지며 바닥으로 고꾸라진 아무개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마치 발로 배를 차였던 그 때 처럼,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 때는 넘어갈 듯 위태로운 호흡 속에서 그저 우울하고 슬프지만 당연한 듯 느껴졌었다. 지금 그에게 이 여자가 달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경찰들이 금세 달려와 그녀를 떨어뜨려놓았고, 아무개도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개 역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한 마디 단단히 해주고 싶었다.

"아이고, 현정아!"

그가 큰 의지로 입을 떼려는 순간, 처량한 목소리와 함께 깔끔한 차림의 중년 남성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경찰들에게 붙들린 평범한 여자는 짜증섞인 탄식을 내뱉으며 화가 가시지 않는 듯 연신 바닥을 발로 내리 찍었다.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 듯 정황 상 그녀의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은 애걸복걸 하듯 물었다.

 "아니, 우리 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이 사람이 무슨 짓을 한 거에요?"

형사는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짓누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뇨, 무슨 짓은 댁 따님이 하셨어요. 이 분 얼굴 보이시죠? 지금 폭행죄로 입건된 상태고, 이 분이 합의 안 해주시면 형사처벌 받습니다. 기물파손, 모욕 및 폭행 등등, 상황 파악 되세요?"

"아니, 그게, 그게 대체.." "아, 씨발, 진짜. 누가 맘대로 연락하래요? 당신들 개인정보 도용하는 거잖아! 니들이 이러고도 경찰이야? 이래서 한국남자들은 대가리에 든 게 없다고!" 충격적인 언행에 그녀를 붙들고 있는 경찰들의 눈에도 짜증이 밀려오는 것이 보였다.

험악한 인상의 형사는 이제는 거의 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얼굴이 구겨지고 달아올랐다.

"후..선생님? 잠깐 저 쪽으로 가서 얘기 좀 하시죠. 야 진철아, 그  cctv영상 좀 가져와."

형사는 이미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며 중년남성을 끌고가듯이 데리고 다른 자리로 멀찍이 갔다. 그리고 자리의 pc로 cctv 영상인 듯 한 것을 보여주자, 중년 남성의 얼굴은 그 아무개 어머니의 굳고 갈라진 손처럼 생기가 바싹 말라갔다.

형사가 담배 연기를 뿜으며 몇 가지 조언을 하는 듯 보였고, 이내 그 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남성은 오자마자 아무개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자식 잘못 키운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제발 용서 해 주십쇼."

당황하는 아무개의 옆에서 평범한 여자가 몸을 부르르 떨며 발악했다. "아니, 아빠가 왜 지랄이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당신이 무릎 꿇냐고!!" "아, 아니.." "자식 잘못 키운 제 잘못입니다. 합의금은 원하시는 대로 다 드리겠습니다. 제발 제 딸내미 전과자만 만들지 말아 주십쇼.."

무릎 꿇고 흐느끼는 아버지의 어깨와 분노하며 발을 구르는 딸의 모습을 보며 아무개는 자신이 느낀 분노는 공허했음을 알았다.

속이 텅 빈, 껍데기만 있는 분노. 그저 스스로 허상을 만들고 스스로 공격 당해 상처를 만들고 짓물을 짜 내서 그 내음에 취한 분노.

아무개는 올라가는 언덕이 평소와 같음을 느꼈다. 그 끝이 절벽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언덕이라고 느껴졌다.

그저 걷고 걸으면 넘어가는 언덕. 그 아무개의 통장에는 8자리 숫자가 늘어났지만, 딱히 그 감흥이 남다르지 않았다. 그저 그 돈을 어머니께 어떻게 설명 드릴 것 인 지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 지 정도만이 가볍게 고민 될 뿐이었다.

그는 딱히 성취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그에 대해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저 퇴근하는 기분이었다. 제대로 직장을 다녀본 적은 없지만, 귀찮은 일에서 퇴근하는 기분. 하지만 내일이라도 다시 그 일에 출근하여 마주할 수 있음을 알고 있어,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가벼운 기분이었다. 그렇게 가벼운 그 아무개가 옥탑의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엔 전혀 가볍지 않고 분노로 가득찬 평범한 여자가 있었다.

평범한 외모, 산발이 된 머리, 때가 타고 구겨진 옷차림, 한 손엔 아무개의 신상명세가 나와있는사건 조서, 그리고 다른 한 손엔 누구나 24시간 구매할 수 있는 부엌칼을 들고서.

아무개는 당황했지만 그 보다 더 그녀에게 설명하고 싶었다. 그녀의 분노가 얼마나 속이 빈 공허한 것인지, 당신도 그 것을 알면 나처럼 가벼워 질 것이란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아무개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무자비한 눈을 하고서 그녀는 아무개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개는 손에 쥐고 있는 문고리를 강하게 앞으로 밀어 문을 닫았다.

그녀를 가둬 두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그녀가 문에 부딪히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개는 귀를 잡아 뜯고 싶었다. 차라리 다시 평범한 여자가 자신에게 달려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이라도 맞을 수 있다고, 간절히 바라며 문을 열었다. 평범한 여자가 엎어진 채로 힘없이 밀려나왔다.

아무개에게 다시 파도가 밀려왔다. 붉은, 새빨간 파도가. 그는 조심스레 그녀의 몸을 뒤집어 보았다.

가슴에 칼이 박힌 평범한 여자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개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머니의 거칠고, 갈라진 늙은 손이 생각났다. 그 손을 잡는 아무개의 손이 보였다. 붉은 피가 범벅이 된 채로. 하늘을 보았다. 어느새 먼지가 개인 하늘에선 붉은 노을이 아무개에게로 쏟아졌다.


아무개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 profile
    korean 2019.04.30 22:06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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