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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8 21:32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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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1993년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구소련 전투기에 의해서 격추되었던 대한항공 007기에서 회수한 블랙박스를 건네주었다. 그 당시 모든 언론은 구소련이 정부에 블랙박스를 전달하는 장면을 1면 장식했다. 많은 국민들은 블랙박스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소원했다. 하지만 사진 속 블랙박스에는 아무런 내용도 들어있지 않았다. 블랙박스의 진실이 알려지기까지 많은 언론에는 여러 추측성 보도만이 난무했다.

지금도 그 당시 블랙박스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 블랙박스가 누군가에 의해 내용이 삭제되었다는 소문만 들릴 뿐이다.

 

시퍼렇게 날이 선 면도칼로 민석은 자신의 목 줄기를 그었다. 언제나 그렇듯 미치도록 아름답고, 유혹적인 피가 비 오는 날 창문에 흐르는 빗물처럼 수직으로 흘러내렸다. ‘드라큐라의 작가 브람스토커는 피는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피는 정신과 육체를 연결해주는 아교 역할이다. 민석의 아교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었다. 장미꽃 같이 붉은 피가 민석의 목에서 샘솟듯이 솟아오른다. 민석은 머그잔으로 자신의 피를 담았다. 인간의 신체란 것이 참 우습다. 평소에는 피란 것이 안 보이다 고작 면도칼로 그은 3센티 가량 상처에 누가 쫒아오기라도 하듯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 머그잔에 넘친 피는 시간의 흐름에 맞춰 산소에 의해 응고된다. 민석의 생명은 피의 응고와 함께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민석은 삭제되었다.

 

시계는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민석은 여느 날과 같이 다른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다. 직장동료와 함께 하는 식사자리에는 항상 때 아닌 눈치작전이 벌어진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은 왠지 더 많은 돈을 내야 되는 조용한 침묵의 시선이 불편했다. 민석의 직급은 과장. 더군다나 맡은 파트가 프로그래머인지라 여러 핑계가 가능했다.

자연스런 관례인 것처럼 그렇게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2시쯤에 돼서야 민석은 회사를 빠져나온다. 강남역 점심시간으로 규정된 정오와 1시 사이에는 아우슈비츠 가스실에 줄줄이 들어가는 유태인들처럼 사람으로 붐비지만 오후 2시가 되면 썰물처럼 밀려나간다. 사실 민석은 독촉하듯 먹어야 되는 분위기 속 식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점심시간으로 부여된 1시간동안 사랑하는 아내와 딸 정선이를 위한 전화통화도 민석에게 혼자만의 점심식사를 사수하는 이유다.

오늘도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잰 걸음으로 채근하듯 단골 해장국집을 찾는다. 강남역 2번 출구 내 모텔에 위치한 해장국집은 일일유동인구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 강남의 명성이 무한하게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썰렁한 기운이 넘치는 곳이다.

사실 민석은 그런 분위기를 좋아했다. 번잡하고 왠지 모를 누군가가 내 전화를 도청하듯 쳐다보는 시선이 싫었기에 조금은 유동인구 적은 곳에서 찾은 강남 맛집이다.

여느 날과 같이 반복적으로 집에 전화를 건다. 항시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민석처럼 2시가 되면 민석의 아내는 전화를 기다린다. 하지만 오늘따라 전화벨이 울려도 응답하지 않았다. 몇 번의 전화를 해도 아내의 핸드폰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뭔지 모를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그러던 민석의 등줄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일어났다. 몽롱해지는 정신 속 둔기를 한 손에 쥔 노인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노인 뒤로 정장을 입은 양아치들이 자신을 검은 벤 안으로 구겨 넣는 모습이 보였다. 영화 속에서 급소를 치면 바로 의식을 잃어버린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이야기다. 실신하기까지의 민석이의 동공에는 10초간의 잔상이 남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민석의 기억 속에는 술 마시고 난 뒤 블랙아웃처럼 부분적인 기억만 남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꽤나 오랜 기간 어딘가로 끌려왔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신경 거슬리는 웅웅 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민석을 괴롭혔다. 높은 천정과 희고 번들거리는 콘크리트 벽은 썰렁한 냉기를 흘러 보내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또한 동물원 창살 같이 가지런하게 뻗은 창살이 공포심에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유일하게 빛을 주는 시간은 생명유지를 위해 곰보빵과 물을 배식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을까? 본능적으로 식사시간이 되자 민석의 시선은 창틀 밖으로 고정된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른 발걸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광대뼈와 매의 눈처럼 차가운 눈을 가진 사내가 사회와의 소통을 막았던 창살문을 열며 자신에게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치지만 몸은 마음만큼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민석씨!”

작지만 위엄이 느껴지는 저음의 목소리였다. 방전되었다 생각한 백열전구가 한순간 온 방안을 환하게 비췄다. 그동안 빛을 받지 못한 시신경 조리개가 과도한 빛을 받아들여 잠시 동안 정전현상을 일으켰다. 희미하게 보이는 실루엣 속 사내는 말을 이어갔다.

이민석씨! 당신이 왜 여기에 잡혀왔는지 전혀 모르겠죠? 사실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너무 평범하다는 것. 그것이 당신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랄까? 그냥 당신은 로또야! 선택된 사람이라는 이야기야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쉽사리 대항할 수 없는 분위기에 경청할 뿐이다. 단순히 이 순간이 꿈이기를 바라며 허벅지를 꼬집어 볼 뿐이다.

무슨 말씀인지. 죄송하지만 저를 잘못 아신 것 아닌가요? 다른 사람하고 착각하신 듯 싶은데요. 저는 누구한테 해를 끼친 일도 없고 경범죄 하나 없는 그런 모범시민이에요.”

그의 눈초리가 무서웠지만 민석은 현재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해명해야 되었다.

맞아! 자네 스스로 인정하듯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라서 선택된 거지. 생각해보면 왜 그리 가족밖에 모르고 살았어? 바보 같이. 너를 위해 울어줄 사람이 고작 가족밖에 없어서 너는 선택된 거야.”

그는 알 수 없는 말로 민석의 머리를 더더욱 아프게 했다.

가지고 와!”

시신경 속 기억되어 있는 양아치 무리가 전면거울을 들고 온다. 민석은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생각보다 오랜 기간 이곳에 갇혔다고 생각되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턱수염이 자라 마치 털보 같았다. 그리고 몸은 너무 말라서 산송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놀랐는가?”

놀랐다기보다는 제 모습이 저렇게 많이 변했는지 몰랐네요. 제가 그렇게 오랜기간 이곳에 있었나 보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민석은 확인이라도 하듯 자신의 턱수염을 만져본다. 그런데 이상하다. 턱수염이 만져지지 않는다. 감각이 이상하게 된 것이 아닐까? 손을 보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 자세히 거울을 본다. 눈을 부비고 다시 거울 안을 들여다본다. 이상하다. 거울 속에 살이 없는 모습과는 달리 손에도 살집이 많이 붙어 있었고 더군다나 산송장 같은 거울 속의 모습과는 다르게 현재의 나는 살집이 붙어 있었다. 지금 뭐가 잘못 돌아가도 한참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민석은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 살을 꼬집는다. 그러나 감정체계는 지금은 꿈이 아닌 현실이다 라고 강조하듯 아픔이 전달된다.

자네는 이곳에 온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네. 자네가 보고 있는 거울 속 모습은 자네지만 자네가 아닌 인물이지.”

그게 무슨 소리죠?”

지금은 많이 혼란스러울 거야. 자네 혹시 그런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신문 상에서 존재하는 그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자네가 사는 곳에서는 왜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아?”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군요. 지금 저를 어디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저를 돌려 보내주세요. 저는 한 가족의 가장입니다. 제 발 저를…….”

이 신문을 읽어보도록 하게.”

사나이가 던져준 신문의 1면기사를 보고 민석은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오늘자 스포츠 신문이야! 참 희한하지. 자네의 모습이 여기에 있으니 말이지. 그런데 이 말 명심하게. 이 신문은 오늘자 신문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1년 후의 신문이 될 수 있어.”

충격이 가시지 않는 민석을 보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놀라지 말게나! 의문의 답은 자네가 알고 있지만 자네가 지금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뿐이니까 말이지.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 가보지. 왜 언론매체에서 보도하는 사건사고들이 왜 자네 주위에는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아? 그 많은 사건사고들이 자네 주위에는 일어나지 않아. 자네 주위에는 다들 천사만 살고 있는 것일까?”

민석은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방금 전 본 스포츠 기사 1면에 자신의 모습, 살해된 자신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사나이의 말이 들릴 리가 만무했다.

너무 충격이었나. 하기는 그럴 테지. 본인이 살해되었다는 기사를 봤으니 그럴만도 하지. 하지만 앞서서 이야기했지만 이 기사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기사야. 민석이 자네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안심시키며 그는 또 다른 신문을 민석에게 건네준다. 그 신문에는 그 사나이가 목을 매단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려 있었다.

그거 나일세. 나 목 매달아 죽어 있지. 근데 참 희한해. 나는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말이지.”

사나이는 언성을 높이며 논점에서 벗어나지 말라며 민석을 꾸짖는다.

내 말에 집중하란 말이야. 신문 지상에는 참 많은 사건이 있어. 그런데 너무 희한하지 않아. 왜 자네 주위에서는 일어나지 않을까? 로또 복권 같은 것은 주위에서 일어날 확률이 적겠지만 하루에 몇 십 명이 죽어가고 있는 지금 자네 주위에서 사고로 죽은 사람들을 본 적 있어? 아마 못 봤을 거야.”

사나이는 거듭해서 말을 한다.

우리는 많은 것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얻고 있어. 그런데 그 신문이나 방송이 사건을 조작한다면 어떨까? 아주 재미있지 않겠나?”

그럴 리가 있습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있는데.”

좋은 말했네. 시선. 사람들 시선 좋지. 자네도 사람들 시선 중에서 한 명 아닌가? 근데 한 번이라도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알기로 자네는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 같은데 아닌가? 누가 죽든 살든 내가 아닌 사람들의 일인데 관심을 가질 리가 있나? 안 그래. 옆집에서 누가 죽는다고 그래도 자네는 지금 일 때문에 신경이나 쓰겠는가 말일세.”

아니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저를 잡아두고 100분토론 하십니까? 도대체 왜 저를 잡아두고 이런 이야기를 합니까? 그리고 당신의 말대로라면 이 시대 역사로 알려진 모든 사건사고들이 권력들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일인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말이 되지. 왜 내 대답에 실망했는가? 나는 의문이야! 역사 속의 사건 나는 모르겠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참 이상하지 않아. 모든 현실 속에 전해지는 사건사고 그런 것이 확실하다는 증거 있나? 단순히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아닌가? 요즘에 이런 기사가 났었네.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인문학계에서 꽤나 유명한 학자가 신석기 시대의 유물을 확인한 결과 신석기 시대에도 언어가 존재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네.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듯 신문에서 난리가 났었지. 그 기사 본 적 있는가?”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봤을 리가 없지. 내가 지어낸 이야기니까.”

저랑 지금 농담 따먹기 하는 겁니까?”

자네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나? 왜 자네는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가? 그게 말이 되냐고 되묻지 않고?”

그것은 유명한 학자가 발견했다니까…….” 순간 형식은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자네는 그 방면에 권위 있는 학자가 이야기했다고 말하니까 전혀 거부감이 없이 믿는 거지. 신문이나 방송이 객관적이어야 할 보도를 의도를 가지고 왜곡보도 한다면 사람들은 모르지. 정확히 이야기해서 뭐가 진실인지 모른다는 이야기네.”

근데 왜 자꾸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사람을 붙잡아놓고 고문하시는 겁니까?”

그것을 벌써 이야기하면 재미없지. 우리는 게임을 하기 위해 자네를 이곳에 데리고 온 거야!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를 퍼즐형식으로 짜 맞춰봐. 그럼 자네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게 될 테니 말이지. 나는 힌트를 줬어. 이제 자네가 맞추면 되지. 이 전면 거울 속 왜곡되어 보여 지는 자네 모습. 그것이 내가 이야기해주는 두 번째 힌트야. 오늘은 여기까지 힌트를 주고 가네. ”

의문의 사나이는 마지막 말을 하며 검은 정장의 양아치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민석은 머리가 너무 아팠다. 나란 인물이 뭐 길래. 평범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주위에 나와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봤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일을 당할 만큼의 원한을 지은 적도 없고 행한 적도 없다.

그들이 떠난 자리. 콘크리트 벽 썰렁한 냉기가 흘러 소름끼치는 공포감이 형성되었다. 이것은 꿈이야. 악몽에 불과해. 그러나 그러기에는 온 몸으로 스며드는 고통이 너무 선명했다.

아까까지 위태롭게 빛을 발산하던 백열등이 소등된다. 칠흑 같은 어둠이 다시 찾아왔다. 적막감이 더욱더 공포를 주었다. 폭풍의 눈에 있는 듯 곧 닥쳐올 재앙을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민석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들이 생각났다.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딸 정선이. 내가 이곳에 와 있는 것을 안다면 달려와서 구출해 줄 텐데. 그러나 어디에도 이런 상황을 알릴 수도 없을뿐더러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상황이지 않는가?

123초 지금 내가 세고 있는 숫자가 시간의 정의일까? 여태까지의 삶은 초침이 한 바퀴를 돌면 1분이 되듯이 그렇게 24시간을 채워진 것이 아닐까? 순간 민석은 자신의 삶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자신의 꿈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는 괴리감만 더한 채 이상 속의 나를 저버렸다. 이런 생각 속의 시간은 어느 새 분침 역시 자신의 역할을 하듯 움직여 몇 바퀴를 돌았다.

 

나이트클럽 콜로세움에는 사람들이 넘쳤다. 싱어 송 라이터 가수가 활발했던 7080음악을 즐겨듣는 민석에게 들릴 듯 말 듯 옹알이 하듯 들리는 요즘 노래는 소음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동안 잠재되어 있던 자아가 꿈틀 거리고 있었다. 결혼하고 자유가 봉인되어서 그렇지 한때는 제법 사람들과 종종 어울렸고 여자애들 울리며 통기타 두들기던 총각시절이 있었다. 들썩 거리며 다른 사람들이 소리 지르듯 민석도 산 정상에 올라 외치듯 소리를 질렀다. 아무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다. 음악 소리에 묻혀 민석의 비명은 코러스로 들릴 뿐이었다. 더더욱 신이 나 민석은 크게 외쳤다. 그런데 그때 였다. 텁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곰보가 얽은 노인네가 민석 앞으로 썩은 고목나무 쓰러지듯 고꾸라졌다. 민석은 당황하여 그를 끌어안고 도와달라고 소리 질렀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단체로 어떤 주술에 걸린 듯 춤만 추며 환호성을 지를 뿐이다.

민석은 당황하여 그를 끌어안으며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하고는 상관없다는 듯 춤만 췄다. 민석은 노인은 바닥에 내려놓고 근처 사내의 몸을 붙잡고 외쳤다.

여기 사람이 쓰러졌다고요. 도와주세요.”

민석의 손을 뿌리치며 사내는 왜 나를 방해하냐며 주먹을 날린다. 민석은 사람이 쓰러졌는데 시발 새끼야! 최소한 관심은 가져야 될 것 아니야! 하며 같이 주먹을 날린다. 민석의 주먹에 사나이는 테이블로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 관심이 없을 뿐이다. 민석은 맥주 병을 나이트 무대 위로 던진다. 시원한 파열음과 함께 수많은 유리입자가 사람들의 팔뚝과 다리에 박혀 피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영화 속 엑스트라처럼 자신의 할 일이 있다는 듯 음악에 맞춰서 춤만 추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사이 그 노인이 사라졌다. 바로 옆에 자신의 앞으로 꼬꾸라지던 노인이 사라진 것이다. 민석은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글르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새 소음 같았던 음악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순간 민석은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민석의 가슴팍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민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민석에게 한 방을 먹은 사나이가 그를 보고 웃고 있었다. 민석은 그를 향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걸어갔다. 민석의 몸에서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 온 바닥이 온통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몸의 따뜻한 기운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추워지고 있었다. 민석은 더 이상 힘에 겨워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머릿 속 과거의 삶이 청사진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삶은 이런 결말을 원하지 않았는 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면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텐데. 민석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꺼풀이 천근만근 감겼다. 이대로 감기면 죽는다는 생각에 민석은 눈을 억지로 치켜뜨려고 하나 이미 신체구조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싸늘한 고깃덩어리고 변모하고 있었다.

그렇게 눈을 감자 또 다른 환영이 보인다. 마치 옴니버스 영화를 보듯 이곳저곳 다른 사람들과 낯선 환경이 보였다. 그곳은 자신이 점심때면 찾는 강남역 2번 출구 해장국집 골목이었다. 저 멀리서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하는 민석이 보였다. 그리고 뒤이어 둔기를 지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쫒아왔다. 민석은 그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하며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민석은 환영 속 민석에게 피하라고 말하지만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결국 민석은 괴한에 의해서 쓰러졌다. 그러나 민석은 민석이 아니었다. 얼굴이 수없이 바뀌고 있었다. 머리를 흔들고 그의 얼굴을 본다. 그는 아내로 보이다 사랑하는 딸 정선이로 바뀌었다. 민석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보여지는 현실을 부정했다.

 

백열전구가 싸구려 불빛을 다시 한 번 발산했다. 기분 나쁜 꿈이었다. 소름이 돋아 한기가 느껴졌다. 여느 날과 같이 하루는 시간의 흐름을 억제하지 못한 채 시계바늘이 돌고 있었고 며칠을 그렇게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일주일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을 것이라는 것만 추정할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연명하다 시피 생명연장을 하는 민석에게 또 다시 낯선 사나이는 찾아왔다.

이제 조금 알겠는가? 일주일하고도 조금 넘은 시간이야. 이쯤 되면 다른 사람들은 깨닫고 석방되었네. 그리고 또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얻게 되지. 그 선택은 고해성사에 따른 보상이라고 해야 될까?”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도대체 왜!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이민석! 이 병신 같은 놈아! 아직도 몰라! 왜 이리 머리가 텅텅 비웠어. 나는 너한테 너의 삶을 생각해보라고 말했잖아. 더 이상 너한테 희망을 품은 것이 나의 망상이었나? 이제는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테스트를 풀지 못하는 거야! 갱생의 기회를 주면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생명을 구걸하란 말이야! 오늘까지 내가 시간 준 것은 너의 예쁜 딸 정선이를 봐서였어. 그런데 너는 오늘까지도 그 기회를 차 버렸어. 우리도 계약된 시간이 있어서 너를 이곳에서 빼주고 다른 사람을 받아야 된단 말이야! 이 새끼! 안 대 씌워!”

고압적인 자세로 사나이는 훈장질하듯 민석을 꾸짖는다.

무슨 이야기야! 너희들이 내 딸 정선이를 어떻게 알아! 너희들 누구야! 시팔 새끼들아! 너 시발놈들 내 가족들에게 손 한 끝만 댔다면 너희들 십창 날지 알아! 죽여버린다. 이 새끼들!”

양아치 한 명이 민석의 명치를 가격하며 기절시킨다.

안대 씌워! 그리고 내보내!”

민석의 시간은 또 다시 멈췄다. 그리고 깨어난 민석.

손발이 자유로워진 것을 확인한 민석은 서둘러 안대를 벗어버렸다. 그 동안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조금의 거부감을 가지고 빛을 받아들였다. 눈을 깜빡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싸구려 여인숙 같았다. 그러나 그동안 싸구려 백열전구 불빛의 익숙했던 눈에게 그곳은 일류호텔이나 다름없었다. 민석은 주머니가 묵직한 것을 느꼈다. 주머니 안에는 자신이 끌려갔을 때 있었던 소지품이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핸드폰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민석은 여관에 있는 낡은 구석전화기를 들었다. 신속하게 손은 집 번호를 누른다. 그러나 발신음만 계속될 뿐 통화연결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였다. 갑자기 텔레비전이 예약이라도 한 듯 화재사건을 보여준다. 텔레비전의 수상기에서는 대형화제가 터졌다며 긴급속보를 타전하고 있었다. 봉천동 주택가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LPG가스가 터진 사고였다. 온통 검게 그을린 물건들이 그 참혹한 현장의 모습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런데 점점 민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울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클로즈업 된 가족사진 하나. 자신의 얼굴만 검게 그을린 채 환하게 웃는 아내와 딸의 모습이 화면 가득 비추고 있었다. 뒤이어 목격자가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때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목격자는 자신에게 수수깨끼를 내며 고해성사하라고 종용했던 자였다.

마치 전쟁터에 온듯 싶었어요. 저 멀리서 쾅 하는 소리가 나길래 밖을 나와 봤더니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있었어요. 119에 구급요청을 하고 저 혼자라도 누군가를 돕고 싶었지만 불이 너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뒤이어 신원확인 된 사망자 명단이 자막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곳에는 민석의 아내와 딸의 이름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민석은 꿈이야! 이 것은 현실이 아니야! 부정하고 있었지만 지독한 악몽은 깨어나지 않았다.

민석은 밖으로 뛰쳐나왔다. 민석은 지나가는 차량에 몸은 던지듯 시신이 안치되었다는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걸쭉한 육두문자 날리며 민석을 외면했다. 결국 민석은 지갑에 들어있는 5만원권을 내밀며 택시기사에게 제발 가달라고 말한다.

그제야 택시들은 피라미들같이 민석에게 픽업되기 위해 달려들었다. 총알이라도 된 듯 택시는 내달렸고, 도착한 세브란스 병원. 민석은 5만원권 운전수에게 집어던지며 정문을 향해 뛰어간다.

우리 아내 어디 있습니까? 내 자식이 죽었다고요. 안 죽었습니다. 우리 자식은 안 죽었습니다.”

실성한 사람처럼 민석은 리셉션 앞에서 절규하며 말했다.

흥분하지 마시고 누가 죽었다고 그러세요.”

방금 전 보도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시신이 여기 있다고 말이죠.”

무슨 보도를 듣고 와서 그러십니까? 여기에는 오늘 어떤 중환자도 오지 않았어요.”

시발! 무슨 이야기야! 내가 TV에서 봤다고 봉천동 화제. 그쪽 피해자 가족이라고!”

자꾸 왜 이러세요. 자꾸 이렇게 막무가내로 그러시면 경찰 부를 겁니다. 제발 진정하세요.”

이 시발년. 너도 그 새끼랑 똑같은 새끼들이지. 그래! 이 시팔새끼들아! 어디있어! 내 가족들! 시발 내가 너희들 죽여 버릴 거야!”

어느 새 민석의 주위에 두 명의 경관이 제지하며 지원병력을 요청하고 있었다.

이러지 마십시오. 뭔가 오해가 있나본데……

무슨 오해! 너희들 뭐야! 내 가족들 내놔! 너희들이 내 가족들을 죽였지. 이 개새끼들! 다 죽여 버릴 거야!”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겠다는 듯 경관들은 테이저건을 사용해 민석을 제지한다.

 

또 다시 민석의 시간은 정지된다. 희고 서늘한 느낌의 콘크리트 벽의 냉기가 민석을 깨운다. 악몽인가?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민석은 혼돈스럽다.

민석이 있는 방에는 신문과 텔레비전 그리고 면도칼이 있었다. 신문기사 1면에는 어린 아이의 유품으로 보이는 타다 만 인형을 비추며 비극적인 화제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인형은 얼마 전 생일을 맞이한 정선이의 생일선물이었다.

절규하는 민석을 뒤로 텔레비전이 켜졌다.

영상에는 이 모든 사건을 구성한 그 사나이가 보였다.

이민석! 이 영상이 아마 자네와 마지막 영상이 되겠구만. 물론 아닐 수도 있고. 그런데 자네의 가족사랑은 지독해서 마지막이 아닐까 싶네. 그 테이블에 놓여 있는 신문기사는 앞으로 자네 선택에 따라 내일 1면으로 실리는가? 아니면 소각되느냐로 갈릴 거야.”

무슨 이야기야! 그럼 아직 우리 가족 무사하다는 거야!”

그럼 무사하지! 안심시켜줘야 되겠구만!”

잠시 영상이 끊기고 8mm필름으로 찍힌 민석의 아내와 딸의 단란한 모습이 보였다.

민석은 그 동안 메말랐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영상은 다시 그 사나이로 바뀌었다.

민석씨! 이제 우리 마지막 인사를 해야지. 나도 참 바쁘단 말이야. 자네 말고도 대기자가 참 많아. 그래서 빨리 민석씨가 선택해야 돼. 가족을 죽일 거야? 아니면 자네가 그 면도칼로 자살을 할 거야?”

사나이는 반말존댓말 섞어가며 민석에게 마지막 선택을 종용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야? 내 가족 아니면 내 목숨을 내놓으라니! 똑 바로 말해! 개새끼야!”

왜 이렇게 존대를 해주면 개새끼들은 욕으로 받아! 아직 모르겠어! 너에게 마지막 배려를 보내는 거야! 그 나마 어린 딸내미가 귀여워서 너한테 선택을 하라는 거야! 너야! 아니면 너 가족이야!”

도대체 알아들을 이야기를 해. 왜 내가 죽어야 되는데 그리고 왜 내가 죽지 않으면 가족이 죽어야 되는 건데.”

사나이는 신문 하나를 꺼낸다. 줌인으로 보여진 신문 기사에는 얼마 전 뇌물수수 협의를 받고 있는 6선 국회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이러면 되었지? 하기는 내가 너무 죽을 사람한테 예의를 안 차렸네요. 이민석씨. 당신은 이 분을 살리기 위해서 죽어야 돼. 이 분 억울한 분이거든

무슨 이야기야! 그게! 내가 죽어야만 그 사람이 산다는 이야기가. 그리고 내 가족이 산다는 이야기가!”

! ! 이거! 그래! ! 다 말해줄게. 어차피 자네가 이 비밀 간직하고 뒈질 것 같으니깐! 이 사회는 감동코드와 잔인코드가 함께 공존해. 감동코드도 요새는 너무 진부해져서 눈물 가지고는 택도 없단 말이지. 누가 한 명이 죽어야 돼. 아니 이제는 가족이 죽어야 돼. 그것도 너 같이 너무나 예쁜 어린 딸이 주인공이 되어야 돼. 나도 요즘 미치겠어! 어린 애들이 꿈에 다시 살아놔서 내 목을 조르는 것 한 두 번이 아니야! 그래서 윗분들에게 제안했어! 그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지. 잔인한 코드! 바로 엽기적 자살이야! 그 대신 수명이 조금 짧아! 요즘 어린놈의 새끼들은 왜 그리 게임하고 현실을 구별 못하는 거야! 그래서 이번 달만 해도 네 명이나 배우를 썼단 말이지. 너 같은 배우! 물론 일주일만 세상 들썩거리는 주연급 배우로써의 삶을 살다 끝난 배우 말이야!”

뭐야! 이 개새끼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너희들에게 희생양이 되어야 되는 데! 시발놈들아!”

! 죄라면 너 악몽 속에서 깨닫지 않았어! 생명 연장하라 준 빵 가득 신경세포 자극하는 약품 투여했는데 말이지. 자각능력이 떨어진 거야! 아님! 멍청한 거야! 이민석! 이제 시간 없어! 이제 너하고 더 이상 할 시간이 없단 말이지. 자살은 너의 의지가 없으면 안 되니깐 너 가족을 죽여줄까? 어떻게할까?

민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 사이 이성적 사고가 움직였다. 아니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사랑하는 본능이 움직였다.

민석은 면도칼로 목 줄기를 긋는다. 민석의 목 줄기를 타고 피가 분수처럼 꽃을 피운다. 멈춰진 시간과 응고된 피. 정신과 육체를 연결해주던 피가 서서히 붕괴된다.

 

그리고 화면 속 비춰지던 사나이의 얼굴이 비리를 저질렀던 국회의원의 얼굴로 바꿨다.



강태호 010-4079-7964

darkangel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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