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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화살


"죄송합니다. 저희와는 작업이 힘들 것 같네요."

정화가 말했다. 그녀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듯 보였지만 속으로는 내심 진서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다음에 또 봅시다."

진서는 이 말과 함께 아쉽다는 듯 방안을 둘러보더니 그의 작은 수첩을 챙기며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가로로 긴 브라운 소파 위에 있는 그의 그림을 찍은 사진만이 그가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정화는 자신이 일하는 곳이 꽤나 맘에 들었다. 아마 그녀가 관리하는 미술관이 벽이든 천장이든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테라스에 있는 의자는 또 얼마나 고급스러운가. 그 옆에 놓인 화분 또한 이 미술관의 분위기와 적절하게 부합하는 디자인으로 제 값어치를 하고 있었다. 벽에 걸린 것들뿐만 아니라 눈이 돌아가는 사방이 예술이고 작품이었다. 진서는 그녀의 이 미술관에 매번 난해한 그림을 가져와 전시를 부탁하고는 했으니 정화에겐 그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피곤한 일투성이야.”

정화는 기지개를 쭉 피면서 노상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진서의 얼굴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얼굴만 봐서는 그의 나이가 40대 초반처럼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30대처럼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가끔은 20대 후반처럼 보이기도 해서 정화는 그에게 존칭을 쓰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해 본 적도 있었다. 정화는 지겹다는 듯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책상에 엎드려 고개를 푹 숙였다. 정화는 매번 다른 인상을 주는 진서의 작품을 보는 것조차 싫었다. 그는 분명 웃는 얼굴이 그려져 있는 그림인데도 어딘가 섬뜩한 느낌이 든다던지 그림에는 사람이 그려져 있는데도 그 얼굴은 기계와 같은 인상을 준다던가 하는 별 이상한 그림들을 그리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정화도 그저 '조금 특이한 작품세계를 가진 사람이구나. 원래 예술은 정해진 규격이 없으니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그를 꺼리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작년 겨울쯤에 직원들과 함께 진서가 처음으로 연 그룹전시회에 갔을 때였다. 원래 정화는 다른 작가들의 전시를 보러 간 것이었으나 진서의 그림들이 다른 작가들의 그림들과 함께 걸려 있는 탓에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진서의 그림들을 그저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맘때쯤부터는 진서의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듯 보였다. 정화 또한 그 무리들에 섞여 눈으로는 진서의 그림을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진서의 그림에 대한 그녀만의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여러 그림들을 지나쳐 정화는 한 그림 앞에 멈춰 섰다. '무한대'라고 하는 제목의 그림이었다.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사방이 거울로 된 곳에서 홀로 서 있는 남자를 그린 그림이다. 거울 속 남자들은 분명 거울 밖의 한 남자의 상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남자들의 눈은 정화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작품 속에서 작품 밖을 응시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거지?'

그녀는 그 그림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에겐 넋이 나간 듯 진서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잔혹한 처형은 혐오스럽다고 생각되지만 많은 관중을 모으듯이, 이해하기 힘든 그림은 더 많은 관람객들을 끌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얼마 전 새로 들어온 윤 직원이 말했다.

"그렇다고 그 처형을 마냥 즐겁게 볼 사람은 얼마 없을 것 같군요."

 

정화가 진서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는 틀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그의 작품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화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업무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 출근을 하면 큐레이터로써 어떻게 작품전시를 해야 관람객들의 즐거움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품을 관리한다. 그녀는 할 일이 끝나고 퇴근시간이 넘어서까지도 늘 따로 미술공부를 하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정화에겐 이러한 일상이 매 시간 해야만 하는 일이 정해져있어 규칙적이고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녀에게 시간낭비라는 단어는 있을 수가 없었다. 매 시간을 정해진 곳에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그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가는 이러한 생활은 언젠가 반드시 정화 자신에게 어떤 보상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것이 돈이 되었든 명성이 되었든 정화는 앞날을 위해 현재의 생활을 충분히 희생시키길 원했다. 정화는 그런 생활의 순환이 의심할 필요 없이 옳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몇몇 직원들의 진서에 대한 소문은 정화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김진서씨는 낮에는 통 보이질 않더니, 새벽만 되면 불쑥 나타난다니까요.”

요즘은 김진서씨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날이 없다니까.”

가끔씩 새벽에 작품전시를 부탁하러 정화의 미술관에 찾아오는 진서는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정화는 남는 시간에 여유를 부리며 잠을 자는 그의 행동이 시간낭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진서가 잘 시간에 그녀는 앞날을 위해 공부를 했으며 일하기를 반복했다. 또한 그는 회화를 제외한 다른 미술은 일체 하지를 않으며 다른 직업을 가지려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엄청난 화가인 양 고상한척을 하고 있는 것이 뻔하다. 그는 분명 궁핍하고 배고플 것이다.

'그런데 왜 일하지 않는가?'

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조용히 고개를 들어 손목시계를 보았다. 진서가 작업실을 나간 시각은 새벽 130분이었다.

 

초여름이지만 새벽바람은 여전히 시원해서 진서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모 미술관의 고급스런 장식품들이 놓여 있는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4층 복도 맨 마지막 방에 미술관의 작품을 총괄하는 사무실이 있다. 이 미술관을 관리하고 있는 정화라는 여자는 진서가 그 사무실을 방문할 때마다 삐딱한 표정으로 자신을 맞이하고는 하였다. 때때로 그녀의 얼굴은 진서에겐 조금 흐리멍덩하게 보이기도 했고, 그녀의 눈은 메이크업으로 가린 듯 보였지만 항상 피곤해보였다. 정화의 작업실에 있는 브라운 소파 앞 테이블에는 그녀의 메모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6289, ○○대학 미술과 김△△교수와의 만남 참석], [724, ◇◇신문사 기자와 인터뷰], [732, 3층 이△△작가 작품 관리]···

또 얼핏 보았던 <이정화>라고 쓰여 있는 노트에는 그녀의 필기체로 각종 그림들과 함께 어려운 말들로 쓰인 글들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매일 밤 소파에 앉아 이런 작업들을 하고 자는 걸까?'

진서는 허름한 주택가를 거닐며 정화와의 일을 떠올렸다. 그는 늘 잠이 많았으며 며칠 뒤 할 일들엔 따로 일정을 정해두지 않는 편이었다. 그는 그저 낮에는 꿈을 꾸고 밤에는 꿈을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진서의 화실은 밤이 되면 마치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신비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날이 어두워질 때마다 잠을 자려고 해도 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다. 그 안에서 진서는 홀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었다.

다음에는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까, 유화로 그린 건 어떨까?’

진서는 먼지가 쌓인 계단을 오르면서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완성된 작품이 있으면 정화의 미술관을 비롯한 몇몇 미술관에 전시를 부탁하러 가고는 했다. 밤공기를 마시며 스쳐지나가듯 정화의 얼굴을 한 번 더 또렷이 떠올려보았다. 얼굴, , 어깨로 이어지는 선이 파르르 떨린다. 그녀는 화가 나있다. 실크원단의 흰 블라우스를 입고 손으로는 자신이 가져온 사진을 가리킨다. 또 그녀는 항상 손목에 무엇인가를 차고 다녔다. 그에게는 그것이 수갑으로 보였다.

 

진서는 저번 달까지만해도 밤이 되면 그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무얼 그릴지 선택하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그리고 싶은 것이 뚜렷이 떠오르지 않아 꿈을 꾸려고 해도 도리어 잠만 설치고는 했다. 그림 도구 값이 전보다 많이 부담스러워진 것도 그림을 그리기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에겐 당장 저녁끼니를 때울만한 돈도 마땅치 않았다. 배가 많이 고픈 건 아니었으나 시간은 저녁시간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매일 쓰던 물감도 거의 떨어지게 되어 진서는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의욕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에 이르렀다. 무기력해진 진서는 휴대전화를 들어 어딘가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을까 찾아보았지만 그에게는 딱히 연락할만한 친한 친구라던가 가까이 사는 친척이 없었다.

##일보 정00기자010-1234-5678

연락처를 뒤적거리던 진서의 눈에 화방의 연락처와 함께 한 인터넷 기자의 번호가 눈에 띄었다. 얼마 전 모 일보의 인터넷기자에게서 그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던 것이다. 처음 진서는 그저 귀찮은 일이 생겼다고 생각할 뿐이었지만, 그의 동료들은 다들 좋은 기회라며 연락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혹시 인터뷰가 잘 되면 내 얘기도 좀 부탁하네.' 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가 자주 가는 화방 직원도 함께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인터뷰를요? 웬일이람. 그림 처음 시작할 때 여기 와서 붓을 사가지고 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매번 싼 값에 해주시니 저야 감사하죠."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나, 나중에 잘 되서 갚으면 되지. 진서 씨 그림도 이제 인기를 좀 얻으면 수입이 전보다 훨씬 좋아질 걸세."

 

인터뷰는 진서의 집 옆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수염을 짧게 기른 기자는 옷차림이 꽤 젊어보였으며 인터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루일과,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그림취향,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인터뷰의 전부였다.

김진서 작가님은 앞으로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기자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던진 질문이었지만 진서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진서에게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릴 적부터 진서는 자신의 생각의 일부를 그림으로 남기는 것을 매일의 기쁨으로 삼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그림만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뭔 의미가 있겠어, 다른 일도 좀 알아보는 건 어떤가.’라는 말을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진서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당연히 자신에게 천직이라 생각했고, 그림 속에 자신을 투영시키는 것이 유일한 그의 행복이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또 어디선가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요?”

진부한 대답에 기자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기자는 수첩에 무언가 메모를 빠르게 하더니 금세 평온을 되찾았다. 이 질문이 인터뷰의 마지막이었다.

인터뷰를 한 이후에 한 때 말도 제대로 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계속해서 진서에게 연락을 보내왔다. 대학에 다닐 시절에 알았던 선배에게서도 오랜만에 연락이 도착했다.

"나는 그 시절부터 자네가 당연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네. 그림이 워낙 독특해서 말이야. 그런데 진서 자네는 계속 회화만 그릴 생각인가?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다른 새로운 방식도 많다고."

진서는 그 선배 또한 한 때는 회화를 그렸다는 것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턴가 진서에게 와서는 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겠다는 둥 퍼포먼스 쪽에서 일해 보는 게 좋겠다는 둥 주변 사람들은 다 이렇게 저렇게 살고 있는데 내가 이래서 되겠느냐는 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진서에겐 그 선배가 아는 것이 그 선배의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진서는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를 바라보며 지인들이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을 한참동안이나 곱씹었다. 그의 휴대전화 최근기록에는 어제 새벽에 갔던 모 미술관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정화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진서는 정화의 옷이나 가방은 쉽게 기억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정화의 얼굴만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마냥 참으로 흐릿하고 눅눅한 기억이다. 낡아빠진 커튼 뒤로 들어오던 붉은 기운은 어느새 사라지고 보름달만이 살며시 빛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이쯤이면 아마 진서를 인터뷰한 기사도 인터넷에 올라왔을 것이다. 진서는 컴퓨터를 키고 인터넷에 뜬 자신의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림 작가 김진서 인터뷰 -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예술가>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기사는 간단한 인사말 뒤에 진서의 몇몇 작품에 대한 소개를 늘어놓고 있었다.

 

Q. 안녕하세요. ##일보 정00기자입니다.

A. . 반갑습니다.

Q. 작품을 그릴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 건가요?

A. 대부분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꾸었던 꿈에서 영감을 얻고는 합니다.

Q.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누구한테 배운 건 아니었는데, 어릴 적부터 그림에 흥미를 느껴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상평을 듣고 싶나요?

A.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제 그림을 보고 잠시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서는 듣고 싶은 감상평에 대한 질문에 한참을 망설인 뒤에야 횡설수설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기자는 진서의 말을 깔끔하게 포장해서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였다. 사실 진서는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봐주길 원한다기보다는 단지 그림을 그리는 그 자체의 일에서 유희를 느끼는 편이기 때문에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A. 그림을 더욱 열심히 그려서 다양한 분야를 무대로 활동해보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상대로 거짓대답이 작성되어 있었다. 진서는 기사를 다 읽은 뒤에 바로 인터넷 창을 지우고 컴퓨터를 껐다. 진서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려 했으나 여전히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진서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약봉지를 베게 옆에 둔 것 같은데···.’

진서는 한 손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다른 한 손으로는 베게 밑을 구석구석 뒤지고 있었다. 그는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거울 뿐인데, 왜 다들 자신에게 이상한 것을 요구해오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서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 있는 전구가 희미하게 깜빡거려서 불이 꺼진 그의 방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진서의 시선은 어느새 삐걱거리는 창문 밖을 지나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뜬 보름달에 닿기 시작했다. 진서는 태양을 볼 일이 좀처럼 없었지만 달빛은 매일 밤마다 진서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비춰주는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분명 달빛은 태양이 그려낸 작품일 거야.’

진서가 다시 눈을 감자 진서의 무거운 눈꺼풀 속에서 그를 비추던 빛이 아른거렸다. 그는 그 아른거림이 나쁘지 않았다. 침대는 그의 지친 몸을 받쳐주기에 알맞게 푹신했고, 방 안은 그가 잠이 들기에 적당한 온도였다. 진서는 풀벌레가 우는 소리에 맞춰 잠시 동안 몸을 뒤척이다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진서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바닥을 확인해보니 천장에 달려 있던 전구가 바닥에 떨어져 깨진 상태로 남아있었다. 진서는 피곤한 몸을 일으켜 자신이 얼마나 잤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리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고 꿈을 길게 꾸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진서의 방에는 시계가 없어 이럴 때마다 늘 하늘을 보며 어림잡아 시간을 계산하고는 하였다. 그는 따로 시간마다 할 일을 정해두지 않았던 터라 굳이 시계를 가까이 둘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문득 그는 정화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가 생각났다.

'시간이란 무엇이기에 분이며 초며 단위가 나누어져 있고, 또 사람들은 왜 그걸 몸에 두르는 거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나 침대에서 잠을 잘 때나 항상 특정한 시간 속에서 생활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내가 시간에 속박되지 않을 수 있는 곳이란 대체 어디란 말인가.'

진서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규격화되지 않은 채로 그의 생활을 담아내는 그릇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그릇에서 물 흐르듯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진서가 뒤를 돌아볼 때면 늘 그가 걸어온 길에 지금까지 그려온 수많은 작품들이 발자국처럼 찍혀있었다. 진서는 어릴 때부터 그런 그림들을 그려왔고, 그것이 평생의 즐거움이었기에 그는 굳이 옛 기억을 그리워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도 진서는 그림을 그리며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서가 지금까지 만났던 인터넷기자도, 화방 주인도, 대학 선배도 모두 자신의 시간을 초침과 분침 속에 가두어 살아가고 있었다. 정화 또한 그러할 것이다.

,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군.’

진서는 깨진 유리조각을 빗자루로 쓸어 담아 베란다 창문 밑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쓰레기통 속에 있는 깨진 유리조각에 달빛이 반사되어 진서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아주 오래 전에 빛났던 별들을 바라보았다. 진서는 한참동안 멍하니 이를 바라보더니 먼지 쌓인 책상 서랍에서 작은 수첩을 가져와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몸이 언제 지친 적이 있었냐는 듯이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자 손가락 사이사이가 유연하게 풀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진서는 자신의 생각대로 시간의 형태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 것이다.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온통 정화의 손목시계에 집중시켰다. 그녀의 사무실에 걸려있던 시계, 탁자 위 시계, 미술관에 갔던 날짜, 그녀의 포스트잇에 있던 일정들. 그는 그녀의 미술관에 갔던 기억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후로 진서가 정화의 미술관에 가는 일은 더는 없었다.

 

띠리리링

아침부터 귀를 괴롭히는 알람 소리에 정화는 기지개를 쭉 피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는 할 일이 너무 많아 소파에서 잠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오늘 오전 중으로 제출해야 할 리포트는 무사히 작성을 끝마친 상태였다. 창 밖에서는 아침을 알리는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비비던 정화는 책장을 더듬거리더니 어제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안경을 찾아냈다. 안경 너머 보이는 서랍에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먼지가 수북이 쌓여버린 앨범이 놓여있었다. 정화는 조심스레 앨범을 꺼내 먼지를 털어냈다.

세상에, 이 먼지 좀 봐!“

정화는 찌푸린 표정을 짓더니 금새 손바닥을 휘휘 저어대며 먼지를 털어냈다. 정화는 몇 년 전 그녀가 처음 이 미술관에 근무하게 되어 짐을 사무실에 열심히 옮겨놓던 때를 떠올렸다. 한 두 권도 아니고 몇 권이나 되는 앨범들이 쓸데없이 짐만 무겁게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처음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던 정화 자신의 모습이 찍혀 있는 사진들을 그녀의 첫 근무지에 옮겨놓고 싶은 것이 정화의 바람이었다. 그 때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순수한 열정과 기쁨들은 지금의 정화가 가지고 있는 열정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이제 이런 웃는 모습을 보는 건 조금은 힘들겠지만···.’

정화는 업무량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때마다 사진 속의 웃는 얼굴을 보며 그 시절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똑똑

오랜만에 옛 기억을 추억하던 정화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급하게 앨범을 집어넣었다.

, 들어오세요.”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고 사무실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윤 직원이었다. 정화의 눈길은 윤 직원의 손목시계로 향했다.

"시계는 새로 사신 거예요? 선미 씨랑 잘 어울리네."

"저번에 새로 주문했어요. 잘 어울린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오신 거예요?"

", 맞다. 그 기사 보셨어요? ##일보에서 김진서 작가 인터뷰한 거 올라왔던데."

진서가 인터뷰를 했다니 정화는 처음 듣는 일이었다. 그녀는 윤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진서가 외부에서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 어쩐지 그와 어울리지 않는 일 같다고 생각했다.

"아뇨, 처음 듣는데요. 그런데 그건 왜요?"

"글쎄, 어젯밤에 김진서 씨가."

 

정화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 다른 미술관을 급하게 방문하였다. 이 미술관에는 진서가 전시한 마지막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을 터였다. 정화에게는 진서의 죽음이 갑작스러웠지만 진서라면 분명 미리 미술 작품들을 통해 그의 죽음을 예고해 놓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대체 갑자기 왜?’

정화의 생각과 달리 진서의 작품들에서는 그런 흔적들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미술관 전체를 돌아다니며 진서의 그림을 모두 찾아보았지만 그림은 몇 점 되지 않았고, 평소 진서의 난해한 작품들과 비교해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진서의 인터뷰 내용 또한 그의 평소 언행과 어울리지 않았으나 그의 죽음을 미리 알 수 있는 내용은 딱히 없었다. 정화는 진서가 죽기 얼마 전 진서와 만남을 가졌던 만큼 그의 죽음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매만지며 미술관에 걸려 있는 진서의 그림 속에서 무언가 작은 단서라도 알아내려 한참 애를 쓰고 있었다.

정말 슬픈 일이지요. 몇 년 만 더 살았더라면 그가 살면서 보낸 시간들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역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까부터 진서의 작품들을 빤히 바라보던 한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정화는 이 중년의 남자를 진서가 열었던 그룹 전시회에서도 본 기억이 있었다. 정화는 그가 진서의 그림을 꽤나 오랫동안 감상했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진서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하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없었고 누군가 그를 죽였다고 하기엔 적절한 증거가 없었다. 정화는 경찰을 통해 그의 나이가 자신과 동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조금 어린 진서의 나이에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짧은 생애가 안타깝기도 하였다.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녀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일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정화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했다.

'내가 내일 죽는다고? 말도 안 돼.'

정화는 해야 할 일이 많았고, 그런 일들은 내일도 있을 것이며 모레에도 있을 것이다. 정화에게는 망설일 시간도 없었다. 먼지 쌓인 정화의 앨범 속 그녀처럼 웃으며 그림을 그릴 일은 아마 앞으로 없을 테지만 그녀에게도 그림을 그리며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화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늘 칭찬을 일삼았기 때문에 정화는 지금 그녀의 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진서의 죽음 이후로 정화는 무언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불안감이 그녀에게는 일종의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녀는 그런 불안감들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서의 죽음 이후로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조사에 큰 진전은 없었다. 정화는 아직도 진서가 죽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치 아직도 그가 살아있는 것처럼 여전히 그의 작품들을 찾는 사람의 수가 꽤 되었기 때문이다. 매번 이상한 그림을 들고 사무실로 찾아오던 진서는 이제 더는 없지만 그의 남은 그림들이 진서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여러 미술관 곳곳에 남아있었다.

[새 메시지 1- 윤 선미]

윤 직원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윤 직원은 저번 주 월요일 아침에 정화에게 진서의 죽음에 대해 알려주러 온 이후로 미술관 내에서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정화가 근 일주일 동안 사무실 밖에 잘 나가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윤 직원 또한 요새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다른 직원들의 말을 보아 그녀 또한 며칠 간 출근하지 않은 것 같았다. 메시지의 내용은 정화에겐 조금 꺼려지는 일이었다. 선미 씨의 말에 따르면 경찰 측에서 진서의 최근 통화기록에 정화의 미술관 번호가 찍혀 있는 것 때문에 진서의 화실에 와서 조사에 좀 협조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진서의 화실에 오라는 것은 정화의 직업상 진서가 화실에 그려놓은 미공개 작품들에 대한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기에 조사에 도움을 달라는 뜻이기도 했다. 정화는 사무실에 쌓인 먼지들을 조금 치워 정리한 뒤에 밖에 나가 그녀의 차를 타고 진서의 화실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진서의 화실은 정화에겐 별로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으나 그곳에 가면 며칠 간 계속되는 그녀의 불안감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진서의 화실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느 허름한 단층 주택 꼭대기 층이 진서의 화실이었고, 주택 옆에는 작은 카페와 편의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화가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진서의 화실에 방문한 시각은 724시쯤이었다. 세 네 명쯤 되는 경찰들이 정화의 앞을 막고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물어보며 신원확인을 한 뒤에야 정화는 진서의 화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진서의 화실에는 비좁은 방 하나만 달랑 있을 뿐이었으나 가구나 물건들이 얼마 없어 전체적으로 넓어보였다. 구식으로 보이는 컴퓨터, 한 쪽 문이 떨어진 옷장, 싸구려 이불, 그 중에서도 바닥에 여기저기 얼룩덜룩하게 묻어있는 물감자국이 차례로 눈에 띄었다. 진서가 매일 밤을 새며 작업했을 이곳은 정화가 주로 생활하는 사무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으나 어딘가 친근한 구석도 있었다.

저쪽 베란다에도 가서 한 번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찰은 정화에게 부탁하는 어조로 말을 건넸으나 정화는 경찰의 말이 명령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방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베란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런, 조심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군.’

조심스럽게 베란다 문을 여는 순간 정화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가 하마터면 베란다 문턱에 넘어질 뻔하였다. 바닥에 캔버스가 산산조각으로 부셔진 채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는 곳곳에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몇몇 종이들은 구겨지거나 물에 젖은 흔적도 있었다. 그녀는 구겨진 종이 몇 장을 펴보았지만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그린 것처럼 보이는 괴기한 그림들이 대부분이었다. 물에 젖은 종이들이 아직 축축한 것으로 보아 진서가 죽기 직전에 그렸던 그림들인 것이 분명했다. 정화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진서의 화실에 온 것인데 도리어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베란다 문을 닫고 다시 화실 내부로 들어오자 진서의 책상 위에 있는 낡은 수첩이 눈에 띄었다. 진서가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니던 수첩이었다. 정화는 경찰들이 눈치를 채지 않도록 뒤로 가리며 몰래 수첩을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으며 수첩을 펼쳐보았다.

 

<6월의 어느 일요일, 우리의 기억 속에는 시계가 존재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때때로 과거를 그리워하며 추억 속에 빠져 헤매이고는 한다. 어제는 앞으로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정화는 수첩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수첩을 덮었다. 화장실 문 밖에서는 경찰들의 떠드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고 있었다. 정화는 식은땀이 흘렀다.

이정화씨, 여기 침대 뒤에서 새로운 그림 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잠깐 나와 주세요.”

정화는 화장실 문손잡이를 돌리려고 해봤지만 자꾸 손이 미끄러졌다. 끝끝내 경찰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뒤따라온 경찰이 정화에게 그림 한 점을 보여주었다. 오래되어 색이 누렇게 바랜 종이에는 물에 젖어 흐릿한 정화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성명 : 신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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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 010 - 5442 - 3708




  • profile
    korean 2019.03.01 20:12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달월 2019.10.22 14:03
    정화기 진서를 죽인 것 같지는 않은데, 긑에 진서의 죽음이 정화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은 ... 좀 애매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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