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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14:36

후회(後悔)

조회 수 54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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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만 남아 투명해진 커피에 꽂힌 빨대를 신경질적으로 잘근잘근 씹던 혜영은 재차 핸드폰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1230. 약속시간이었던 12시를 훌쩍 넘겨버린 시간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 것도, 중요한 맞선자리에서 30분이 넘게 지각하는 것도 혜영의 상식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분침이 40분을 가리킬 때쯤 더러운 옷차림의 할머니가 들어와 전단지를 내밀자, 혜영은 인상을 쓰며 지체 없이 가방을 챙겨 자리를 일어났다.

주선자에게 한바탕 욕이나 해줄 심산으로 연락처를 찾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혜영은 핸드폰을 보는 척하며 곁눈질로 남자를 쫓았다. 남자는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남자를 훔쳐보던 혜영은 자신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리자 황급히 무음으로 바꿨다.

벨소리를 들은 건지 남자가 혜영을 바라보았지만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척 하자 이내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핸드폰을 들고 있던 남자는 입구에서 다른 커플과 부딪히자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를 했다.

남자가 카운터쪽으로 향하자 혜영은 자리에 앉아 할머니가 두고 간 전단지를 읽는 척하며 남자를 훑어보았다.

땀으로 젖은 와이셔츠에 낡은 손목시계와 흙이 잔뜩 묻어있는 구두까지 어느하나 혜영의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저기..우유 하나 부탁합니다.”

혜영은 카운터에 속삭이듯이 주문하는 남자를 보며 혀를 찼다.

우유를 들고 빈 테이블로 향하다 옆테이블에 부딪힌 남자가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뒤로 한 채 혜영은 카페를 뛰쳐나왔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올라탄 그녀는 주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그 남자 대체 뭐에요?”

? 별로 마음에 안들어?”

마음에 들고 안들고 할 것도 없이 한시간이 되도록 오지도 않았어요.”

그래? 그럴 리가 없는데.. 전화는 해봤어?”

처음 약속부터 늦는 사람한테 별로 전화해보고 싶지도 않네요.”

전화를 끊은 혜영은 연락처에서 김지원이라는 이름을 찾아 삭제버튼을 거칠게 눌렀다.

외국대학 나와서 겨우 지방대 조교수하고 있는 건 그렇다쳐도 혜영의 이상형인 자신감 넘치고 추진력있는 남자와는 완전히 정반대인 사람인 것이었다.

이듬해에 혜영은 자신의 이상형인 사업을 하는 남자와 결혼했다.

사업 초기에는 꽤 괜찮았지만, 넘치는 자신감과 추진력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치명적인 패착이었다.

결국 부도와 함께 산더미같은 빚을 안게 된 혜영은 자신이 애지중지 모아놨던 명품백과 옷들을 헐값에 팔고 집도 단칸방으로 도망가듯 옮겨왔지만 여전히 빚은 줄어들 생각이 없었다.

믿었던 남편마저 넘치는 자신감이 화병으로 그대로 돌아와 병상에 눕게 되자 당장 생활이 막막해졌다.

그제서야 혜영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지만 일도 해본적 없고 기술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설거지나 서빙 같은 단순한 아르바이트 뿐이었다.

혜영이 애써 가꾼 손톱과 하얀 손은 그녀가 일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뜨거운 것을 잘 잡지 못해 국이나 숯을 엎어버리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담당자에게 혼이 나야했다. 새벽부터 시작해서 자정이 되도록 일을 해도 손에 떨어지는 건 몇푼 안 되는 일당이 다였다.

어느날, 혜영은 오전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와 행사 식당보조로 괜찮은 일당을 약속받고 미리 잡혀있던 청소 아르바이트를 포기한 채 알려준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여기저기 붙어있는 플랜카드에는 복지관 개관을 축하하는 글귀들이 적혀있었다. 혜영은 행사장 내 식당보조로 배정받아 끊임없이 밀려오는 손님들에게 배식을 해야 했다.

 배식이 거의 끝나갈 때쯤 행사장 입구로 검은색 세단이 들어왔다. 혜영은 무심결에 차에서 내린 남자를 쳐다보다가 매우 낯익은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지나치다 봤겠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일에 집중하는데 차에서 내린 남자에게 자신에게 행사를 소개해준 지인이 달려가 말을 거는 것이 보였다.

일찍 오셨네요, 김지원 교수님. 아직 취임사하려면 좀 멀었는데요.”

손님에게 국을 퍼주고 있던 혜영은 순간 국자를 놓쳐 국을 쏟아버렸다.

앞의 손님이 뭐라고 큰소리로 욕을 했지만 그녀에겐 김지원 교수라는 이름만이 머리 속에 맴돌 뿐이었다.

밥도 아직 안먹었는데, 밥 아직 남아있나?”

혜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남자를 보고 황급히 모자를 푹 눌러썼다.

벌써 기관장도 역임하시고 정말 대단하신거 아닙니까?”

에이, 기관장이야 뭐 돌아가면서 하는건데...”

배식판을 들고 있던 김지원은 말꼬리를 흐리고 혜영을 쳐다보았다. 혜영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고개를 숙인 채 반찬을 퍼주었다.

저기, 혹시..”

김지원의 말에 혜영은 몸을 돌려 간이 싱크대로 향했다. 그는 잠시 동안 그녀의 등을 쳐다보다가 식탁으로 향했다.

주저앉은 그녀의 뒤로 남자 둘의 목소리가 천천히 깔렸다.

혹시 저 분 이름 아나?”

누구요? , 제가 부른 동생인데요. 이름이..”

 

 

 

  • profile
    korean 2016.10.30 21:41
    잘 감상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해나가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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