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제26차 공모 당선작 및 심사평

by korean posted Jan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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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콘테스트> 제26차 공모 
당선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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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한국인]이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고자 분발하는 젊은 영혼들의 순수 문학 창작의욕을 북돋기 위해 기획한 <창작콘테스트>가 제26차 당선자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월간문학 한국인]<창작콘테스트>는 작가로서의 무궁한 필력이나 완벽한 전문성을 하나하나 따져 시상하는 그런 대단한 문학상이 아니다. 오로지 전문작가가 되기만을 꿈꾸어온 예비작가들의 작품들 가운데 다소 흠결이 있더라도 치열한 작가정신과 독특하고도 개성있는 표현, 문학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따져 우열을 가릴 뿐이다. 따라서 설혹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 가능성을 보아 당선작을 뽑을 뿐임으로 문학상으로서의 권위를 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할 것이다.
  이번 공모에서는 응모작품수도 지난 공모에 비해 크게 뒤졌을뿐더러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응모한 작품이 상당수였다. 또한 모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을 터이고 나름의 재능을 발휘하였다고 보여지지만, 상당수의 작품들은 여전히 진부한 낱말들의 사용과 구태의연한 표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점이 아쉽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그간 겪어온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에 의해 산고를 겪듯, 그 누구도 쓰지 않는 자기 자신만의 문체와 어법, 시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이번 <창작콘테스트> 제26차 공모에 참여해주신 작가 여러분들, 그리고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 창작을 자신의 운명으로 택하려하는 모든 분들께 신의 가호가 깃들기를 기원하며 각별한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한다.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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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부문



■ 웍과 함께
   - 황석현


여러 금속이 부딪히며 하모니를 창조하고 요리라는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주방. 우리 집의 주방에는 4개의 프라이팬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유달리 한 개의 프라이팬만이 오래된 역사를 지닌 것처럼 여러 곳에 긁힌 상처와 색이바랜 자태를 가지고 시선을 끌고 있다.‘웍’이라고 불리는 그것은 내가 애용하는 프라이팬으로 주방에서 나의 반려자이자 동료이기도 하다.

빛바랜 검정색을 띄고 있는 몸체에 달린 손잡이에는 세월만큼이나 눌어붙어 씻기지 않는 요리의 흔적이 묻어있으며, 움푹 들어간 가운데 부분은 인심 좋은 주방장 아저씨처럼 많은 재료를 포용한다. 내부 여러 곳에 긁힌 흔적은 주방이라는 전장에서 여러 재료들과 사투를 벌이며 얻은 훈장이며 겉면에 탄 흔적은 뜨거운 열로부터 재료들이 타지 않게 보호하며 적당한 온도를 전달하기 위해 얻은 영광의 상처이다.

웍은 광동지역에서 유래한 조리도구로 내가 쓰는 웍은 전통스타일이 아닌 가정에서 쓰기 편하게 가볍게 개량된 웍이다. 이 외국에서 유래한 조리도구가 어떻게 내게 왔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처음 입주했을 때 어머니가 챙겨주셨던 조리기구들 중 하나였으리라.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로 두 자녀를 키워내신 어머니는 생계유지로 인해 바쁜 와중에도 우리 남매의 식사를 꼭 챙겨주셨다. 나 또한 생계유지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운 어머니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어릴 적부터 주방에서 어머니의 보조를 하는 일이 잦았으며 그로인해 본의 아니게 조리 실력이 늘어나게 되었다. 출중해진 실력을 바탕으로 성인이 되어 자취를 하는 동안 아들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시라고 요리 실력을 어머니에게 뽐내보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다 큰 자식이 걱정되시는지 이것저것 챙겨주기에 바쁘셨다.

웍도 직장에 입사 이후 여러 지역에 발령을 받다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정착하면서 사택에서 아파트로 이사 갈 때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조리기구 중의 하나이다. 혼자 사는 아파트에 많은 조리기구가 필요하진 않았지만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혹여나 굶고 다닐까봐 걱정이 되셨던지 여러 물품들을 보내주셨다. 그리하여 어머니가 쓰시던 웍도 내게 오게 된 것이다. 어머니와 함께 우리 남매의 식사를 책임지던 웍이 이제는 나와 함께 주방에서의 합을 맞추게 되었다.

흔히 웍이라고 하면 중국집에서 주방장의 현란한 스냅과 함께 재료위로 치솟는 불길을 떠올릴 것이다. 똑같은 재료라도 불의 세기와 가열시간에 따라 맛도 식감도 달라지는 중화요리와 같이,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을 경험을 하다 보니 결국은 인간관계도 요리와 같다고 느껴진다.

약한 불에 오랫동안 익힌 재료들이 씹기에도 편하고 소화가 잘 되듯이 오랜 시간을 들여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은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한 맛이 있고, 강한 불에 살짝 볶은 재료들이 본연의 맛과 아삭한 식감을 주는 것과 같이 새로운 인연들은 관계를 맺기 위해 강한불과 같이 시간이 초반에 많이 들어가지만 새로운 관계로부터 받는 참신하고 아삭한 느낌이 있다.

또한, 너무 오랫동안 가열하면 타버리는 요리와 같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열정은 인간관계를 타버리게 한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은은한 열기를 유지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연락하고 지낸 대학 동기생이 3명이 있다. 오랫동안 연락하고 지냈다고 하지만 어쩌다 안부를 물을 정도로 자주는 연락하지 않는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1년에 한 번씩 여행을 가기도 했었을 정도로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들에게 쉽사리 하기 힘든 마음속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게 된 것에는 적당한 거리를 둔 것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우리가 만약 너무 자주 서로에게 연락을 하고 서로의 일에 간섭을 했으면 웍 위에서 강한 불에 오랫동안 볶인 재료처럼 서로의 관계를 타버리게 만들었을 것이고 관계도 타버린 재료같이 씁쓸한 맛을 내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둬서 서로의 열기를 줄이고 오랫동안 가열을 가능하게 하여 속 깊은 이야기도 할 수 있을 만큼 소화가 잘되는 요리와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서로간의 온기를 조절하는 것이 우리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큰 숙제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나와 내 아내의 경우는 웍 위에서 강한 불에 볶아 익힌 재료와 같은 관계였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우리는 1년도 채 안 되는 연애를 통해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내 아내가 나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나의 내조와 요리에 반해서라고 한다. 강한 불에 익히는 것처럼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아내에게 집중적으로 요리를 해주었고 그로인해 일에 지쳐 힘들어하던 아내의 마음의 틈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 아내가 좋아하는 요리는 까르보나라이다. 파스타를 이용한 요리 중 하나인 까르보나라는 하얀 크림을 바탕으로 하는 요리로서 고소함과 햐얀 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늘, 양파, 베이컨 등 들어가는 재료들은 제각각 다른 맛을 가지고 있지만 조리 후에는 같은 색을 띄며 한데 어울리는 맛을 지닌 요리로 재탄생 한다.

까르보나라를 요리함에 있어 특유의 하얀색을 유지하기 위해 색깔이 튀는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조직에서도 조직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모두가 향하는 바와 다른 의견을 가진 조직원이 있을 경우 그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전체의 의견 합의를 위해 여러 난항을 겪는 것처럼, 까르보나라를 만들때 하얀색을 내기 쉽게 비슷한 색의 재료를 사용하듯이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조직의 구성원으로 들이는 것이 조직을 원활하게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웍과 함께 만들었던 요리로 여러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다. 결혼 전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동안 많은 지인들이 집들이를 왔다. 어느 날은 20여명의 지인들이 집에 왔다 갔던 적도 있었으니 집들이가 아니라 잔치라 해도 무방했을 것이다.

그 당시 집들이를 연속으로 해보겠다고 5일 연속으로 약속을 잡았을 때는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후회가 되긴 했다. 매일 자정 즈음 손님들이 떠나고 나면 다음날 손님맞이를 위해 재료 손질과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잠깐의 수면 이후 바로 출근을 해야 했다. 4시간 남짓 밖에 수면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성급히 약속을 잡은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지만 그런 악조건에서도 나는 내가 자주 사용하던 웍과 함께 손님접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탕수육, 치킨, 양장피, 파스타 등 수많은 침샘을 자극하는 요리들이 웍 위에서 탄생하였으며 손님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냈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흥은 올라갔으며 서로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웍은 그야말로 인간관계를 제조하는 중매쟁이의 역할을 한 것이다.

나와 같이 여러 인연을 만들어낸 웍은 이제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9월 사랑스러운 딸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면서 가족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아이에게 웍과 함께 사랑을 담은 음식들을 해줄 것이다. 웍과 함께 딸아이와 즐거운 나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현 시대를 살아가는 좋은 아빠의 조건
   - 황석현


‘아빠’라는 어색하기만 한 단어가 이제는 나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이제 세상에 갓 나온 딸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좋은 아빠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세대가 바뀌면서 아빠의 모습도 바뀌는 것 같다. 부모님 세대의 아빠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 몸 바쳐 일을 하지만 가정에는 다소 소홀한 가부장적인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의 좋은 아빠는 돈도 벌어오면서 가정에도 소홀하지 않아야 된다. 예전처럼 사회적 지위를 쫓아 야간에 잦은 술자리를 갖고 가정을 멀리하다가는 가정 속에서 자신이 서있을 자리가 없어지기 십상이다.

내가 신혼일 때 선배들이‘아내들은 초반에 길을 잘 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던 것이 생각난다. 밀고 당기는 연예를 하는 것처럼 집안일도 계속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해줘야지 고마워한다며 집안일을 도외시해도 되는 환경을 만들고 경제권을 쟁취하는 것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첫 단계라는 것이었다.

이전의 가부장적인 가치관에서 남자는 집안일을 하면 안 되는 존재였다. 나 또한 가까이 살던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그러한 가부장적인 문화를 경험하곤 했다. 집에서는 어머니의 주방일을 줄곧 돕던 나였지만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나는 안방에서 있어야 했으며 주방일을 도우려고 하면 괜히 핀잔만 듣기도 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일상화되었으며 양성평등에 관한 사회적 가치관도 정립되고 있다. 예전과 같이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 세상 속에서도 사회적 지위와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집안에 소홀히 하고 술자리만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퇴직하고 그동안 믿던 사회적 지위도 없어졌을 때 그들은 집안에서 설위치가 없어졌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경우의 이야기를 여럿 접한 바가 있다.

멋진 아빠의 조건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변화하는 것 같다. 시대가 바라는 멋진 아빠의 조건 중 하나는 요리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요섹남’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똑똑한 남자를 뜻하는‘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요섹남(요리를 잘하는 섹시한 남자)’은 기성세대들의 남성들에게는 요구되지 않던 좋은 아빠의 덕목이다.

나의 경우에는 요섹남이라는 트렌드의 혜택을 본 경우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주방일을 돕던 것도 있지만, 대학생 시절 자취생활을 하며 여러 요리를 시도해보며 늘어난 요리 실력으로 인해 여느 여학우들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었었다.

아내와 나는 연예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어른들의 소개로 만난 까닭에 결혼까지 막힘이 없었기도 했지만, 아내가 자취를 할 때 여러 음식을 만들어 준 것이 아내의 마음을 얻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아내는 내가 해준 음식들을 맛있게 먹어주었으며 나 또한 그런 아내가 사랑스럽게 느껴졌었다. 결혼을 한 지금도 집에서 요리는 내가 거의 담당하고 있으며, 아내는 옆에서 음식을 배우거나 간을 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그런 내가 탐탁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세대의 주방은 아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아빠들도 주방과 친해져야 아내와 자식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요섹남’이라는 단어가 그냥 생겨난 것만은 아니라는 걸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좋은 아빠의 덕목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간혹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잘못 해석하여, 아빠는 게임을 하고 엄마는 드라마만 보는 서로 얼굴도 보지 않은 채 같은 공간아래에서 시간만 보내서는 안 된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서로 같이 무언가를 같이 하며 교감을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의 가족을 위하는 길이란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를 얻어오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가족과 저녁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며, 아버지는 마주치기 힘든 존재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막연히 사회적 지위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시간, 가족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이로 인해 태어난 것이‘주 52시간 근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사회적 현상이다.

직업에 대해서도 가치관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 엄청난 수의 응시자가 몰리는 것을 보더라도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직업관을 알 수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안정적인 것도 있지만 흔히 말하는‘저녁있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나 또한 사회적 지위와 가족과의 삶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적이 있었다. 올해부터 진급시험이 응시가 가능했는데 진급시험이란 것이 응시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만약 시험에 합격을 하면 사회적 지위와 월급은 올라가지만 전국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기러기 아빠가 된다는 것이 이제 곧 태어날 딸아이에게 죄를 짓게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지금 직장에 일하기 전, 군에 몸을 담은 적이 있다. 육군 장교로서 복무하는 동안 주변 간부들을 보건데 가정생활이 그리 순탄하진 않아보였다. 운이 나쁘면 1년을 채 못 채우고 근무지를 옮기는 일이 허다한 장교들은 나라는 지켰지만 정작 자신의 가정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 했다.

예전의 군인가족은 아빠를 따라 이사를 다녔지만 이제는 엄마들의 사회진출로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고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전술훈련을 들어가면 한 달 동안 집에 못가는 상황도 생기는 군인들에게 기러기 생활은 가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사회 초년생으로 기러기 아빠들의 파국을 맞는 상황을 직접 본 나로서는 가정을 포기하고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전역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과도한 업무 탓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직장의 주변인들로부터 승진시험을 보라는 권유가 잦아 아내와 진지하게 상담을 했었다. 아내는 아기에게는 아빠가 필요하므로 경제적으로 부족하면 자신이 도울 테니 진급을 서두르지 말자고 하였다. 나 또한 그에 수긍하고 승진시험을 보지 않기로 했었다.

승진시험을 권유하는 분 중 한명은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아빠 직업과 직위를 서로 물어본다며 애들이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진급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대가가 가족과의 시간이라면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냥 직위만 높다고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젊은 직원 중 기혼자들을 보면 진급에 목숨 걸기보다는 요즘 말하는 워라밸을 지키며 가정에 충실하고자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가족과의 시간까지 회사에 쏟아 부어 진급을 하고 사회적 지위를 올리는 것 보단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좋은 아빠의 덕목인‘요리능력 갖추기, 가족과 시간보내기’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들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아빠들도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언젠가 길가를 거닐다 버스에 부착된 것을 보았던‘도와주는 아빠에서 함께하는 아빠로’라는 슬로건이 그 사회적 요구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딸아이를 위해 나도‘함께하는 아빠’로 거듭나려 한다. 우리 딸아이에게 행복한 기억을 줄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고자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도 가족에게 행복한 기억을 심어 줄 수 있는 아빠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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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당선작 심사평


  제26차 <창작콘테스트> 금상은 수필부문 황석현 씨의 「웍과 함께외 한 편의 수필을 선정했다.
당선자께선 본 당선을 계기로 향후 한국 문단, 더 나아가 세계 문단에 우뚝 설 수 있게끔 
보다 치열한 정진이 있기를 기대한다.


수필가 유미숙 / 수필가 정금희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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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부문



■ 마지막 꽃잎 길
   - 김희성


혼잡한 저녁엔 새들이 더욱 환하게 재잘거린다
노파는 자신의 다리보다도
얇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익숙한 거리를 걷는다
누군가는 휘청이는 발걸음이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노파의 발자국이 한 발짝씩 땅에 닿을 때마다
그림자는 악수를 청하듯 뒤를 따랐다
어쩌면 다독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발걸음은 꽃처럼 피어났다

아들은 습관처럼 이사 계획을 말했다
남은 반찬을 홀로 먹는 것보다도
흔들림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아 왔다
푸른 달은 노파의 기다란 속눈썹 아래 걸려
쉽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어깨동무하듯 줄지어 선 나무들은
주름이라는 흉터로 봄의 풍경을 짰고
지붕 낮은 집들은 자꾸만 거미줄 안에 걸렸다
무엇이 노파의 걸음을 재촉하는 것일까

바람이 주인 없는 편지처럼 배회하는 밤,
기생하듯 붙어 산 시간들은 슬금슬금
그늘을 더욱 깊게 눌러 쓰고
하루를 오르고 내리는 것은
꽃이 피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며
노파가 걸어온 길마다
꽃잎이 춤을 추듯 흩날렸다



■ 웃음이 피어나는 바다
   - 김희성


우리 집은 곡선이 익숙해요
파도에 넘실대는 해안선 너머
바다 속을 구경하러 떠나요
한 끼의 새벽이 찾아오면
구름은 자주 공중그네를 탔고
나는 집채만 한 크기의 파도를 삼킨 것처럼
자꾸만 목구멍이 헐떡여요
소라게에 숨은 바닷소리를 햇볕에 말리고
우기의 하늘을 맛보기도 했지요

물고기들은 자주 우리 집 앞으로 찾아 왔어요
나는 부모님 몰래 빗물이 밤새 만든
웅덩이 안에서 헤엄 쳤지요
황금빛 비늘을 가진 물고기들은
외딴집 마냥 선 내게 넘치는 바다를 선물해 줬고요
반짝이는 물결을 따라 가면 웃음이 고갯길을 만들어요
엄마는 웃음이 흐르고 넘치면 바다가 된대요

웃음이 물결이 되면
바다도 웃음으로 출렁인다며
나는 옆집 아주머니의 아픔을 고이 접어
바다 너머로 띄워 보내요
이제 흘려보낸 아픔은 웃음이 되어 돌아오고
보고 싶은 이의 얼굴은 햇살이 되어 반짝일 거예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바다
우리 집에도 웃음이 향기를 묻히고 찾아오겠죠?
나는 오늘도 첨벙첨벙 물장구치며
행복의 물결을 만들어 내는 중이에요



■ 편의점 생존기
   - 김희성


어서 오세요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아직도 여자에겐 낯설고 어려운 일이랍니다
여자는 손님들이 이곳저곳
사려는 것들을 구경하는 동안
허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벌떡 일어나요
손님들의 날카로운 말에
휘청이듯 제자리에 묶기기도 하지요
과자 두 봉지, 껌 한 개, 담배 한 갑
비닐봉지 속으로 들어가는
오늘의 판매 물품들
일당벌이로 살아가는 여자의 하루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초라해지는 밤, 여자는 홀로 편의점을 지키며
끼니 대신 쏟아지는 잠을 꾸역꾸역 먹어요
집에서는 사치에 대해 배우고
편의점에서는 울음을 먹고 자라는 법을 배웠어요
막다른 길이 나오면 도망갈 줄도 알아야 하는데
밤하늘도 피곤한지 자꾸만 기울어져요
여자는 오늘 하루도 바코드를 찍어 값을 매기지요
전공서적처럼 두꺼운 여자의 하루 일과
컵라면 용기를 높이 쌓으면
언젠가 높은 하늘을 볼 수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여자는 편의점 문이 열리면
잠시 들러다 가는 밤바람에게도 꾸벅 인사해요
밤하늘은 이부자리를 펴고
칸마다 자신의 하루 일과를 정리해요
낯선 이들이 쉼 없이 들렀다 가는 곳,
마주한 웃음과 노고에도
책갈피 하나쯤 있을 거예요
환한 아침의 값을 그 누가 알 수 있을까요



■ 삶을 오르는 법
   - 김희성


생라면을 씹듯 오독오독
사내는 틈만 나면 걸음의 수를 세며
가장 안락한 자리를 꿈꿨다
붙박이 가구처럼 건축 현장을 전전하는 서른하나,
다른 이의 집을 짓는 동안
번듯한 집 한 채 가져본 적 없는 밤,
사내의 신발에는 한숨이 먼지처럼 붙어 있다

별들은 설계도 위에 자주 걸렸고
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찾아왔다
견디는 법과 오르는 법은
누구나의 과제였다
망치 소리는 잠을 깨우듯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다

사내는 매일 행복에 대해 노래했다
아무도 귀가하지 않는 동네와
빨간 딱지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감기였다
어째서 집으로 가는 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멀어지는 걸까
별무리는 골목 귀퉁이에서부터 자랐고
밤하늘은 낡은 모포를 머리 끝까지 덮는다
귓가를 타전하는 공사 현장 소리에도
달빛은 충만하고 밤은 깊었다



■ 마지막 밥상
   - 김희성


밥 짓는 냄새가 어머니의 굽은 등을 덧칠한다
가난과 한기를 먹고 지낸 동안
배만 튀어나온 아버지
밤하늘에 흩뿌려 놓은 열다섯은
모락모락 잘도 지어졌다
초승달이 밤을 앓던 날
왜 우리는 어머니를 먹고 자랐을까
둥글게 모여 앉아 살림살이에 대해
언성을 높일 때면
우리 집 담벼락도 가난을 두껍게 덧칠했다
로또와 오늘의 운세로 뒷걸음질 치던 흔적들은
댕강댕강 썰어져 나갔다
가난은 밥을 먹다 혀를 깨물었던
여덟 살 때처럼 지독하게 나를 괴롭혔고
빈집이 된 가족사진에는
단정한 옷차림의 사내가 자꾸만 사라졌다
방 안 곳곳에 묻은 졸음과 간절한 밤
우리는 목덜미를 움켜쥐고
서로의 목소리를 타고 오르는 법을 배웠다
꿈 많고 호기심 많은 동생은
가수가 되어 우리 집을 노래했고
사진가가 되어 집안 구석구석을 눈동자에 담았다
흑백으로 존재하는 우리 집 채널,
나는 바람이 발을 담근 자리 위로
한 번도 귀가한 적 없는 스물다섯을 찾아 헤맸다
오랜 시간 계절을 담아 둔 낙엽 위에
나열된 시간들을 고해성사한다
방영 중인 밤은 온몸으로 집을 짓고
어둠을 머리끝까지 덮은 작년의 봄과 낙엽
세상의 모든 것들은 쉼 없이 흔들리고
어머니의 그림자 뒤로 밤하늘이 한 상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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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당선작 심사평


  제26차 <창작콘테스트> 동상은 시(詩)부문 김희성 씨의「마지막 꽃잎 길외 네 편의 시를 선정했다. 
당선자께선 본 당선을 계기로 향후 한국 문단, 더 나아가 세계 문단에 우뚝 설 수 있게끔 
보다 치열한 정진이 있기를 기대한다.


시인 김호철 / 시인 정은정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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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부문



■ 눈사람
   - 권용희


눈사람이 십이월의 햇살을 뜯어 먹는다
나뭇가지 손가락에 돌돌 감아 먹는다

가까워지는 햇빛의 발소리에 젖어 몸이 점점 작아진다
머리에 불을 붙이고 녹아가는 생일 케이크의 양초처럼
눈사람의 머리엔 태양이 내려와 그를 녹인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만이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어두운 밤에도 희게 빛나는 달을 닮은 사람
그는 달에서 온 걸까,
달의 박자에 맞추어 그는 작아졌다

코트를 입히거나 슬픈 영화를 틀어 주는 것은 눈사람을 죽이는 일이야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낮잠을 자는 일은 자살 행위고
햇살 밸브를 완전히 열어버리는 금요일도 역시 살인마지
그는 이런 농담을 자주 하곤 했다

이 흰 달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운명에 대해
말도 없이 왔다가 말도 없이 사라지는 그의 삶에 대해
나는 봄에 가까워지도록 달력을 넘기며
창밖의 눈사람들이 유서 쓰는 소리를 듣는다



■ 살구나무 세탁소
   - 권용희


살구나무 세탁소 창마다 옷걸이가 걸려 있네

오늘은 살구나무에 꽃등이 켜지고
세탁소 여자는 봄의 옷들을 꽃잎처럼 다리고 있네

먼지를 달고 사는 종족들만이
세탁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살구나무는 알고 있을까

헐거운 신발을 신고 있는 세탁소 여자,
촘촘하게 공중에 떠 있는 꽃잎의 그림자에 갇혀 있네

여자의 숙련된 손길은 옷을 다리거나 세탁하는 일이
혹처럼 달라붙는 일상이었다네

봄밤을 어루만지는 세탁소의 연기들이
뭇별 뜬 하늘에 걸려 있네 다림질 잘 된 실크처럼 떠 있네

정물화처럼 늙어가는 여자, 그러나 살구꽃은
골목의 구석구석을 환하게 비추네
구석진 자리에 고인 얼룩의 그림자가 도망치네

오늘도 흩어져 있던 4인용의 가족들을 잘 다려놓은 여자,
천장에 매달린 옷들이 서로를 껴안고 웃고 있네



■ 흙무덤
   - 권용희


포크레인이 구덩이 판다, 깊이 깊이 판다
죽음이 깊게 잠길 수 있는 구덩이 속으로 돼지들이 들어간다

벌써 아가리를 쩍 벌린 구덩이, 지붕과 나무와 감나무의 그림자를 삼킨다
여기는 돼지의 무덤이라고 비명이 말한다

아직 죽은 돼지는 없다
아직 죽지는 않았다
상냥하게 종알거리는 새끼 돼지들도 있다
꼬리의 곡선이 하늘거리고 있다
그러나 목이 마른 채로 구덩이에 잠기는 돼지들

급기야 포크레인이 흙으로 덮는다
구덩이를 차고 뛰쳐나오고 싶은 돼지들,
몸이 홍시처럼 붉디 붉어졌다
발악을 하느라, 똥과 오줌이 범벅이 되었다

구덩이는 이제 흙무덤이 되었다
그날부터 우리 집 한켠엔 소주병이 차곡차곡 쌓인다
잠결에 구덩이를 뚫고 나오는 돼지 울음 소리가 들린다

꿈틀꿈틀거리는 구덩이, 한 사나흘이 지나자
흙무덤에서 혼(魂) 빠지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 지붕 위의 소금쟁이
   - 권용희


걱정 없이 물 위에 떠 있다

물의 바깥이 소금쟁이에겐 지붕이다
지붕을 밟고 있는 소금쟁이들은
가장자리를 좋아한다

지붕의 난간을 좋아하는 아버지,
소금쟁이처럼 지붕에 떠 있다
못 자국을 밟는 아버지의 걸음걸이는
아슬아슬하다

큰 몸집의 그림자를 끌고 다닐 때,
목숨의 깊이를 재어 보고 현기증을 품는다

망치질을 하느라고 손톱엔 채송화꽃이 피고
발바닥에는 헛디뎠던 하루들이 가득하겠지

발 밑에 찰랑이는
물의 기척을 좋아하는 소금쟁이처럼
아버지는 오늘도 지붕의 척추를 바로잡아 주고
항상 날씨를 읽어내는 힘으로 지붕을 짓는다

그때부터 나는 아버지를
지붕 위를 떠다니는 검은 소금쟁이라고 불렀다




■ 폐허의 집
   - 권용희


이마에 산마루가 깊게 패인 할머니는 눈에 눈곱이 자주 낀다
소매를 까뒤집어
눈곱을 닦는다
할머니는 눈 앞에 시커멓게 빛나는 검불이 돌아다닌다고 했다
귀신이 아닌지도 몰라
귀신이 아닌지도 몰라

추녀 끝 거미줄에 달이 걸린 저녁
모깃불도 놓지 못하는 할머니,
별처럼 말을 잊고 허기를 잊고
허리 구부러지게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갓을 쓰고 오는 귀신이 오는지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캄캄해지기 시작한 처서의 밤
귀뚜라미와 풀벌레 소리가 이슬을 부르는데
솜이불을 덮고 자는 할머니,
더 이상 오지 않는 죽음을 거느리기 위해
검버섯이 짓무르도록
혼자 살고 있다

무덤에 가 눕고 싶어도 누울 자리가 없다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기에
할머니는 폐허의 집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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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당선작 심사평


  제26차 <창작콘테스트> 동상은 시(詩)부문 권용희 씨의「눈사람외 네 편의 시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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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호철 / 시인 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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