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오늘:
43
어제:
48
전체:
303,576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433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275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596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8.09.07 01:42

가을밤

조회 수 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YGnockT.jpg

 

가을밤

 

생각하면 나는 화려한 것의 반대켠에서 고요하고 적막한 것에

길들여져 왔다

쑥갓꽃 패랭이꽃 손톱꽃 앉은뱅이꽃, 작아서 아름다운 것들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밤의 나뭇잎 지는 소리

밤나무 뿌리를 적시며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세상이 가장 조그마해지고 따뜻해지는 가을밤을,

불켜지 않아도 마음이 화안한 가을밤을 나는 사랑한다

 

이미 단풍나무 끝에 가볍고 파아란 집을 매달고 겨울잠에 들어간

가을 벌레를 나는 사랑한다

그 집은 생각만 해도 얼마나 따뜻한가

 

수염을 곧추세우고 햇빛을 즐기며 풀숲을 누비던

여치와 버마제비들

섬돌의 이른 잠을 깨우며 서릿밤을 울던

귀뚜라미를 나는 사랑한다

 

그 땐 머리 위에 일찍 뜬 별이 돋고 먼 산 오리나무 숲속에선

비둘기가 구구구 울었다

이미 마굿간에 든 소와 마당귀에 서 있는 염소를 또 나는 사랑한다

나락을 실어 나르느라 발톱이 찢겨진 소, 거친 풀, 센 여물에도

좋아라 다가서던

 

어둠 속에서 툭툭 땅을 차고 일어서서 센 혓바닥으로

송아지를 핥을 때마다 혀의 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던

송아지를 나는 사랑한다

나는 일하는 소를, 일하다가 발톱이 찢겨진 소를 사랑한다

 

나는 가을밤 으스름의 목화밭을 사랑한다

목화밭에 가서, 참다참다 끝내 참을 수 없어 터뜨린

울음 같은 목화송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것임을 생각하고,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보드랍고 이쁜 것임을 생각하고

 

토끼보다 더 사랑스러운 그 야들야들한 목화송이를 만지며

만지며

내가 까아만 어둠 속으로 잠기어 가던 가을 저녁을 사랑한다

 

나는 나뭇잎 지는 가을밤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때로 슬픔이 묻어 있지만

슬픔은 나를 추억의 정거장으로 데리고 가는 힘이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마당에 시를 올리실 때 주의사항 1 file admin 2014.06.24 2070
1526 눈을 뜨고 생각해 봐도 결바람78 2018.09.07 9
1525 그대를 언제까지나 결바람78 2018.09.07 6
1524 아름다운 번뇌 결바람78 2018.09.07 8
1523 놀라워라, 그 순간 그대 결바람78 2018.09.07 7
1522 아무도 만날 수 없고 결바람78 2018.09.07 8
1521 당신의 웃음을 읽고 결바람78 2018.09.07 10
1520 마지막 남은 빛을 결바람78 2018.09.07 9
1519 산들바람은 결바람78 2018.09.07 5
1518 사진첩에 꽂아 둔 결바람78 2018.09.07 9
» 가을밤 결바람78 2018.09.07 9
1516 나 오늘도 그대 향한 결바람78 2018.09.07 10
1515 바람이고 싶다 나는 결바람78 2018.09.06 7
1514 사람들 속에서도 결바람78 2018.09.06 4
1513 늦은 가을 숲에서 결바람78 2018.09.06 5
1512 무너져 내리듯 결바람78 2018.09.06 4
1511 눈물 결바람78 2018.09.06 2
1510 나 인줄 아세요 결바람78 2018.09.06 5
1509 그 때 네가 아니었다면 결바람78 2018.09.06 5
1508 내가 죽지 못하는 이유 결바람78 2018.09.06 4
1507 풀잎 결바람78 2018.09.05 5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93 Next
/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