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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정에겐 텃밭이 있다

잡초들을 키우는 텃밭

생명 강한 풀 몇 포기가 뜯어진다


정은 하얀 접시 위에 풀들을 올려놓고

손에 잡힌 아무 가루 중 하나를 뿌렸다

포크로 풀들을 입에 넣으며

한여름의 외로움을 씹어삼킨다


정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생명의 고귀함을 논하기엔

방 한 켠 수조 속 물고기는

제 형제들을 잡아먹고도 배가 고파

벽으로 머리를 들이박는다

가시거리 짧은 눈으로도

정확히 식사를 하고 있는 정을 향해서


그저 수고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풀들이 끊어지는 비명을 내며

충격 속에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정은 이빨로 입 안의 풀들을 끊어낸다

조각조각

한 번의 연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구원

마실 수 없는 깨끗한 물과

그 안에 서린 정제된 분노

선택받은 몇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렸다

배는 그 사이를 유영한다


이것을 정해진 운명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는 내게 세면시키듯 성수를 끼얹는다


배의 투명한 밑바닥엔

익사하는 동물들의 눈동자에서 올라오는 공기방울들이

추처럼 엉겨붙었다가

단 한 차례, 그의 손이 만든 물보라에

터져나간다


파괴를 위한 철저한 계산

어쩐지 뺨이 간지러워오고

나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가?


뱃머리에서 나타난 사람의 형상을 한 그는

조용히 뒤에서 내 육신을 감싸안고

난간 너머 그 너머 물 너머로 민다


한 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그 물 위에 비치는

그와, 나


사람의 형상을 잃어버리고

다른 껍데기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 자는 누구입니까

누구란 말입니까


참을 수 없어 흐르는 눈물은

성수가 되어 난간 너머로 섞여든다


아, 사람의 눈물 한 방울이면,

사람의 눈물 한 방울이라면,


그는 메마른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메마른 눈으로, 성수가 집어삼키기 전의 세상처럼

그는 울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나는 울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나올 일은 없고

나의 눈에서 영원히 참을 수 없어

흐르는 눈물은

성수가 되어

난간 너머로

사라진다





통조림

뇌를 표백제에 절이고 싶어

썩은 벌레들이 우러나고

사람의 몸은 전부 연결되어 있다던데

흐르는 것처럼 흘리는 눈물


정수리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아

구멍에 압정을 박아넣자


몸이 퉁퉁 불어간다

몸 안에 너무 많은 액체를 넣었나봐

흐물흐물해지고 물러지다가

눅눅해진 쌀과자마냥 잘게 흩어지는





환원

오늘 아침 세면대가 수조가 되어버렸다

어젯밤 알 수 없는 사람이 저지른 일

세면대 속의 수조, 수조로서의 세면대

세면대 안의 수조


마치 여전한 것처럼

얼굴을 담그고 눈을 뜬다

눈의 표면에 닿는 수조의 저항

깜박일 때마다 일렁이는 붉은색, 금색의 꼬리

꼬리는 선을 그리며 유영하고

형광등 아래에서의 비늘의 반짝임

단 한 번의 손놀림이면 사라질


딸깍


붉고 금색이 소용돌이치며 내려간다

뒤를 돌아보면 붉고 금색의 물고기 한 마리가 헐떡인다


타일 위에서 펄떡이며

스물 한 배의 연원을 받아들이기 위해

입을 뻐끔거린다

뻐끔, 뻐끔

연원은 몸 속으로 들어오고, 들어오고

물고기는 그 저항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



붉고 금색의 비늘이 화장실 곳곳으로 낙하해

타일과 타일 사이, 형광등과 천장 사이를 파고들었다


오늘 아침 화장실이 수조가 되어버렸다

어젯밤 알 수 없는 사람이 저지른 일

화장실 속의 수조, 수조로서의 화장실

화장실 안의 수조


내 피부엔 붉고 금색의 비늘이 돋아났다

소름끼치게 부드러운 비늘이


마치 여전한 것처럼

발을 딛는다

온 몸에 닿는 물의 장력

아, 이제와 애써 저항해봐도


풍덩


붉고 금색의 꼬리들이 어지러이 유영한다

여러 개의 선이 되어 내 눈과 발과 손을 묶고


스물 하나 분의 하나인 연원에 맞추기 위해

온 몸을 말고 입을 크게 벌린다

더 작게, 더 크게, 더 작게, 더 크게

연원이 닿지 않는 곳은 쪼그라든다

쪼그라들고, 쪼그라들고

앞을 가득 채운 붉고 금색의 선을 저항하는 눈으로 쳐다보다


쪼그라든 몸과 거대해진 입

입 천장에 돋아난 붉고 금색의 비늘이 나를 잡아먹고

유영하는 단 하나의 붉고 금색의 비늘





멋진 우연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간다


무언가의 배를 기계가 가른다

기계 여럿이 장기가 가득한

통 위를 배회하다

각각이 다른 장기를 집는다

하나는 두 개의 심장을 쥐었다가

더 작은 것을 터트려버렸다


사람의 심장, 돼지의 창자,

소의 위장, 개의 방광

기계가 봉한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간다


무언가의 배부터 머리까지 기계가 가른다

기계 여럿이 장기가 가득한

하나의 통 위를 배회한다

한 기계가 모든 생명체의 뇌주름이 새겨진

분홍색 젤리가 든 통 위를 배회하다

통 속으로 파고들어

1249그램만큼 움켜쥐고

비어있는 머릿속에 우겨넣는다


심해로 잠수한 고래의 허파,

원숭이의 콩팥, 거위의 간

기계가 봉한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간다…



응모자명 : 유정윤

휴대폰 번호 : 010 3329 2438

이메일 주소 : wendy0603@naver.com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9.02.04 17:22
    아주 감동적입니다. ^_^ 뻘건눈의 토끼가...
  • profile
    korean 2019.02.28 19:49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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