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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회색꽃 한아름 안고

봄날은 피고지고

비님은 무심히도

달빛을 허락치않네

숲을 헤매이는 새는

밤새 울어 구슬프다.

 

산중 어느 폐가에서

 

서산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산그림자 길게 늘이고서

폐가에 모인 귀신들이 하나 둘씩 피어오르네

 

어느 이름모를 밭에서 서리한 감자

타닥타닥 불구덩이 속에 집어넣고

등 따시다 배 부르다 소곤소곤

아궁이에 불 더 지펴라

등 따시다 배 부르다.

 

별

달빛을 집어삼킨

고요한 산등성이

뱃고동 닻을 내려

항해사 숨어드는

점점히 빛나는 곳

어달리 비둘기집.

 

미친년 똥꼬벨라

햇살 찰랑이는 똥꼬벨라

후문에 입살 도드라져 베실거리는

참 저 입 넉살 좋은 놈을 살살 녹이는구만

퉤퉤 밭은 길만 퀭하니 이마짝에 붙는 날이면

가슴팍에 엄동설한 찬바람만 불어오누만.

 

수염

수염을 기르려고

도포자락 뒷짐지고

어흠 어흠 따라해보려니

계집의 가슴 먼저 풀고

품었다 앓았다 신열에 들떠서

천상 계집이라

바늘침 어데가고

바들바들 떠나

주섬주섬 줏어담은 붉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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